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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2)

김명석 |2011.05.16 01:51
조회 7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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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동우는 옆에서 같이 웃고 있는 아내를 힐끔 쳐다보았다.

둘은 여느 때와 같이 저녁을 먹고 tv 앞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본다. 그는 지나가는 말쯤으로 들리기 바라며 말했다.

“혹시 말이야……. 누가 자기더러 사이보그라면 어쩔 거야?”

“응...뭐라고?”

아내는 그를 보지도 않고 tv에만 시선을 고정시키며 말했다. 그는 침을 삼켰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너는 사이보그라고 말하면 어쩔 거냐고?”

아내는 그제야 돌아보며 아직도 웃는 표정 그대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풋. 오빠, 사이보그야?”

“아니, 아니지. 그게 아니라......”

“그래 알아. 좀, 웃기긴 했네. 나도 사이보그 아니야.”

 아내는 그의 손등을 찰싹 쳤다. 그리고 다시 tv를 본다.

동우는 별것 아닌 그 동작에 갑자기 엄청난 불쾌감이 들었다. 그는 자리를 박차고 아무 말 없이 방으로 향했다. 아내는 왜 그러냐고 묻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을 법 했지만 동우는 그것이 마치 아내가 사이보그인 것의 증거인양 입술과 손을 바르르 떨었다.

 아마 스스로도, 왜 그러냐고 묻는 것조차 사이보그의 증거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그 남자의 말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냥 확인해 보는 거야.”

그는 거울을 보며 혼자서 말했다. 거울속의 동우는 몇 시간 전 남자가 뱉은 황당한 문장을 적은 종이를 들고 웃고 있다.

 

 

 그는 방에서 나와 아내 앞에 섰다. 아내는 잠시 얼굴을 찌푸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마치 가장 거룩하고 엄숙한 선서를 하듯 읽었다.

“옷.이.밖.은.끄.집.푸.른.물.병.삼.키.누.뒤.집.어.직.웃.대.루.리.지.”

 아내는 평소와 다름없이 말했다.

“생성번호 하담 1-144000, 왜 그래 비켜봐. 더 입력하실 사항이 있습니까? 안 보이잖아.”

 그는 잠시 동안 아내를 바라보았다. 아내의 머리가 열리지도 눈이 시뻘개 지지지도 않았다.

 그의 눈앞이 벼락이 치듯 새하얗게 변하지도 않았다. 그가 말했다.

“알았어. 아, 그리고 먼저 잘게.”

“응, 잘 자. 오빠.”

 아내는 입술에 손을 맞추고 그를 향해 키스를 보내는 손짓을 했다. 가끔 보는 행동이지만 그는 오늘따라 그 행동이 무섭도록 차갑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저 입술에 입 맞추며 속삭였던가.

 

 

 그는 머리를 감싸 쥐고 고개를 처박고 있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스푼으로 커피를 마치 노 젓듯 휘젓고 있다. 그는 눈을 들어 여유로워 보이는 남자에게 말했다.

“아내가 사이보그라고 쳐도, 도대체 내게 그걸 알려준 이유는 뭐요”

“아내 분은 생체 사이보그 중에서도 거의 1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항상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죠. 사실, 생체사이보그의 대부분은 자기가 사이보그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저는…….예를 들자면 관리자? 물품에 하자가 있나 없나 체크하는 담당이죠.”

“당신은 인간 맞소?”

 그는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카페 안의, 적은 손님들이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리에 앉았지만 시선 때문이라기보다는 침착한 남자의 손짓을 따랐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진정하세요. 누가 인간과 같습니까? 아내 분은 자신이 사이보그라고 인식하던가요? 아니죠, 지나가는 말처럼 생성번호를 말했을 겁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빌어먹을 짓은 그만 두어야겠다. 모두 날려버려야겠다.......

아내 분을 사랑했습니까?”

“몰라요. 모르겠다고요. 그럼 뭡니까! 먹지도 않은 밥을 먹고 하지도 않은 섹스를 하고 느끼지도 않은 사랑을 느꼈다는 겁니까? 지금까지, 내가!”

“하하. 그러니 더 이상은 말아야죠. 머지않아 인간과 사이보그를 구분하는 것은 더욱 힘들게 될 겁니다. 그들도 노화될 수 있도록 만들고 있거든요. 욕지기 나는 일이죠. 웃기지 않습니까? 기계들이 인간처럼 되려고 하는 게 말이죠. 오히려 인간들은 반대인데 말이죠.”

“젠장. 젠장. 그래서 뭡니까. 사이보그 생산 공장이라도 폭탄 테러할 셈입니까?”

“아뇨. 아닙니다. 그러면 너무 눈에 띄어요. 가장 쉬운 해체 방법은 아니지만 효과적인 방법이 있죠. 바로, 당신이 그것을 해체시키는 겁니다.”

“해체? 무슨 의미죠? 죽이라 이겁니까?”

“죽이는 것은 생명이 있는 것에만 해당 시키는 말입니다. 그것들은 생명이 없어요. 있는 척 하는 것뿐입니다.”

남자는 스푼을 구부렸다. 스푼은 구부러져 탁자에 놓였다. 그것은 마치 목이 비틀려 돌아간 시체 같았다.

“지금까지의, 아니 이른바 권리를 소유한 사이보그들은 생성코드와 함께 파괴 코드도 같이 지니고 있습니다. ‘조정자’들이 ‘정지’를 선고하기 위해서이죠. 제가 ‘정지’ 나 ‘해체’ 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를 아시겠죠. 그것들은 기계입니다. ‘정지’ 시키고 다른 임무를 맡기고 다시 ‘시동’ 시킬 수 있죠. 그러나 이제는 더욱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죽을 수 있는 사이보그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죠.”

 남자는 그가 처음 보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그가 일생동안 본 다른 어떤 사람의 혐오스러워하는 표정 보다 더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진정 남자가 혐오하는지 쉽게 알 수 없었다.

“그것을 ‘해체’ 하는 코드를 알려드리죠. 이것은 영원한 ‘폐기’ 코드입니다. 그것들이 정말로 원하는 고철덩어리로 만들어 주는 거죠. 아니, 고철 고깃덩어리라는 표현이 정확한가요?”

 남자는 웃었다. 그는 남자의 표정 때문에 주저했다. 그것은 마치 오르가즘 같은 것이었다. 그가 말했다.

“좀…….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정확히 그럼 ‘그것이’어떻게 되는 겁니까?”

“퓩!”

남자가 머리에 총 맞는 시늉을 했다.

“아무 고통 없이 편히 멈추는 거죠.”

“저는, 저는……. 아직도 모르겠네요.”

“선택은 당신 몫입니다. 정 그러시면 일단 정지코드도 알려드리죠.”

남자의 이 만이 하얗게 빛났고 그는 그것을 등대 불빛 마냥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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