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물셋 서울지엥 남자예요.:)
올 해 초, 갑자기 더 늙기 전에 '유럽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지 그게 시작이였어요. 사실 이렇게 실체화될 줄은 몰랐는데...
흐르는데로 준비하다보니 여기까지 와있네요.
여긴 Paris입니다.
6월 17일에 런던으로 들어가면서 여행이 시작됐고, 6월 31일 마드리드에서 출국하면서 여행이 끝납니다.
하루단위 일정을 들려드릴게요:)
본래용도는 톡톡이 아니었기 때문에 말이 좀 짧은 점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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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행기는 12시 50분 출발이야. 출국 전날 이래저래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아침부터 몸이 가볍진 않았어. 그래도 여유롭게 시간을 잡아뒀기 때문에 질질 다리를 끌고 인천으로 향해도 괜찮았지.
탑승수속을 마치고 당분간 못 할 전화 몇 통하고는 터미널로 데려다주는 익스프레스를 탔어.
내 비행기는 게이트 멍멍백구에 있어.
멍멍백구 도착. 하지만 아직 게이트가 열리지 않아서 잠시 기다리다가
들어갔어. 이 머리통이 내가 타게 될 AEROFLOT. 러시아항공이야. 대한항공과 같은 SkyTeam이지.
얘는, 나를 모스크바로 데려다줄꺼야.
인천발이기 때문에 승객은 한국사람이 대부분이지. 승무원들은 "안농핫쎄요" 정도는 할 줄 알았어. 하지만 그 외의 기내방송은 개판이였어. 한국말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어.
미리 준비한 초코헤이즐넛쿠키와 기내에서 제공된 음료.
승무원들의 영어발음, 굉장히 한국적이더라.
"여기, 오렝지주쓰입미당."
기내식으로 나온 닭죽. 음, 사실 난 한국에서도 닭죽을 잘 안 먹는데 이건 먹을만했어. 대추와 인삼은 당.연.히. 빼고 먹었지. 그리고 함께 나온 샐러드엔 생선살을 뭔가에 절인 게 들어있었는데... 도저히 못 먹겠더라. 먹으면 위 안에서 기생충들이 번식할까봐.
이것저것 꽤 한 것 같은데 별로 못 갔어
영화도 한 편 더 보고 잠도 자고 했는데 반왔쪄.
쩔었쪄.
스케쥴 확인도 한 번 하고.
체크리스트도 한 번 맞춰보고.
오늘 밤 런던에 떨어지면 찾아가야 할, Palmers Lodge.
혹시 모르니 지도도 머리에 넣어두면 좋지.
모스크바에 도착해서 trasfer수속 밟는데 줄이 뭐 이리 길어. 어찌어찌 도장 한 번 쾅찍고 런던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와이파이 한 번 켜주시는데... 이거 인간적으로 너무 느려. 울화통이 터질까봐 차라리 산책을 하기로 해.
이후 런던 히드로에 도착하고는 정신이 없어서 공항사진 하나 없어.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중 하나. 여기 입국수속은 까다롭기로 유명해. 입국카드를 꼼꼼히 작성하고, 줄서고, 심사하는 아저씨랑 수다떨고... 아니, 그런데 어떻게 박지성을 모를 수가 있어? 영국에 살면서!
그러는 사이, 시간은 벌써 자정을 향해.
히드로 익스프레스. 공항과 런던 중심부를 이어주는 기차.
벌써부터 살인적인 물가가 목을 조여와. 으 너무 비싸.
아무도 없어. 노래도 흥얼흥얼...
하지만 늦은 시간 숙소찾을 걱정에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그때, 흑형도 아니고 흑누나 등장.
이번 역에서 내리려는 듯 출구 쪽으로 걸어오다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나를 보곤 다짜고짜 찍어달란다.
"이건 웃긴 표정ㅎㅎㅎㅎㅎ" 하고 얼른 찍으라고 보챈 게 위 사진.
별로 안 웃기다고, 함께 찍자고 했어.
그랬더니, 이 누나. 귀요미 표정 급변신.
나중에 혼자 남아서 그 여운에 한참을 웃었어.
Paddington 바로 전 역, Ealing Broadway.
이제 슬슬 내릴 준비를 해.
도착! 벌써 시간은 자정을 넘겼어.
급해지는 발걸음.
런던에서 처음 만나는 닭둘기. 역 안에서 이 놈 혼자 활보를 하고 있길래 말을 걸어봤는데 못 알아듣는다. 영어로 했어야 하나봐.
역 밖으로 나와서 바로 택시를 잡았어. 행선지는 Swiss Cottage. 바로 근처에 나의 숙소, Palmers Lodge가 있지요.
그러다 아무래도 시간이 시간인지라 직접 숙소 앞까지 바래다달라고 하려는데 Palmers Lodge를 모른대. 이 유명한 데를 모른대. 그래서 가방에서 숙소정보를 정리해 둔 파일을 찾는데....
없다.
없어.
멍.
그 안엔 파리로 가는 유로스타 티켓과 파리에서 밀라노로 가는 아르테시아 나이트, 그리고 유레일패스가 있는데......
머리가 복잡해진다. 입국수속 밟을 때 박지성모르는 아저씨가 안 준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히드로나 페딩턴역에서 놓고 온 것 같기도 하고. 경우의 수도, 해결방법도 이것저것 마구마구 떠오르지만...
일단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날이 밝으면 방법을 찾기로.
택시비가 15파운드 나왔다. 한화로 약 3만원.
또 한 번 런던의 살인적인 물가를 느끼며.
아저씨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하고 Swiss Cottage에 내렸어.
노트북을 꺼내는 건 귀찮아서 그냥 아까 머리에 담아둔 대강의 지도와 육감으로 걸어. 케리어가 내는 질질 소리가 기분좋진 않네.
그렇게 조금 움직이니, 내 왼편엔.
팔머스롯지! 반갑다. 일단 잘 자겠습니다.
둘러볼 시간도 없이 대강 짐을 정리하고 곯아떨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