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후반으로 달리는 나이의 여자입니다
요새 지하철에 흉흉한 얘기가 뉴스에 많이 나오잖아요
패트병으로 할머니 얼굴을 가격하질 않나 노인분한테 욕설을 하질 않나..
처음에 엄마랑 같이 뉴스를 보다가 애기를 만졌다고 할머니 얼굴을 때린 아줌마 얘기가 나왔어요
이 부분에 대해선 논란이 많을 것 같아요
싫다는 데 아이를 만진 건 할머니 잘못이다, 그래도 때리는 건 안되는 거 아니냐는 논란이겠죠?
옆에서 같이 보는 엄마는 그 할머니만큼의 나이는 아니지만
제가 결혼만 일찍했다면 손주를 볼 나이세요
그래서 엄마의 의견을 물었어요
젊은 사람들은 저기서 할머니가 애를 만진 게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나를 키울때도 인식이 그랬었냐, 아니면 사회가 바뀌니까 저게 당연한건가.. 하구요.
엄마는 그냥 뉴스만 보다가 한숨 쉬면서 그러시더라구요.
"우리가 잘못한거야. 저 할머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리 세대가 잘못한거다.
우리가 너희를 잘못키웠어. 잘못 키운거야."
문제는 많지만 이만큼 발전은 했잖아. 저건 저 아줌마 성격이 나쁜거 아니야? 하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으시면서 그러더라구요.
"우리때도 물론 모르는 사람이 애를 만지면 애엄마는 신경이 곤두섰지.
자식낳은 어미는 다 마음이 그런거다. 그래도 우리는 적어도 남에 대한 도리를 지킬 줄은 알았지.
그게 너희한테는 눈치보기로 보여서 답답해 보일진 몰라도 그래야 내 새끼가 욕먹지 않는 걸 아니까..
우리는 찢어지게 가난한 세대에서 부모 관심 못 받고 자라서 너희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부모에게 보고 배운 게 없으니까 너희를 제대로 가르치질 못했지.
남에게 피해주면 안된다, 웃어른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 남 입장에서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 건 싹 무시하고 우리처럼 살지 말으라고 무조건 잘살게만 밀어붙이니까 너희가 이렇게 된거다.
너희에겐 '안되는것'이 없고 모든게 너희 위주고 원하는 대로 다 할 수 있는거야. 우리가 그렇게 키웠어.
우리 세대는 만나면 다들 이 얘길 한다. 너희가 벌이는 사건들은 다 우리 책임이라고.
근데 엄마가 걱정되는 건 지금 당장이 아니라 그런 너희가 너희 자식을 키웠을때 그 아랫세대가 커서
벌이는 그 문제들은 다 누가 감당할꺼니.. 지금처럼 너희가 감당해야겠지. 우리처럼 가슴치면서."
엄마가 원래 말을 길게 하는 편이 아닌데 왠일로 길게 하셔서 들어봤더니 일리가 있는 것 같았어요.
우리 엄마 때도 당연히 모르는 할머니가 아유, 애가 이쁘네 하면 신경 쓰이고 싫었겠죠.
그 때 애들은 아토피도 피부병도 없었을까요? 당연히 만지면 그런 것도 옮을 것 같고 그랬을 거예요.
단지 지금 우리 애들 키우는 30대, 지금 제 나이 또래의 20대들은
어렵게 자란 사람이라도 경제가 발전하고 산업도 발전하면서 '내가 못하는 일'이란게 없는 것 같아요.
그 와중에도 이런저런 부모세대엔 없던 정신적 압박이나 문제들에 스트레스도 시달리죠.
귀찮은 것, 머리아픈 일 신경쓰고 싶지 않으니까 남에 대한 배려도 당연히 안 하게 되구요.
그래도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평생 젊은 세대인 건 아니잖아요.
지금 키우는 애들도 또 우리만큼 젊은 세대가 되고 그 다음엔 우리가 그들에게 기대야할때가 올 것 같은데
과연 지금처럼 우리 부모세대보다 더 금이야 옥이야 안고 키우고 티끌하나 못 닿게 키울려는 엄마들이나
작은 흠집하나라도 낼 것 같으면 그 상대에게 으르렁대는 부모들의 자식들이 크면..
우리보다 더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연인이 헤어지자고 했다고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
그냥 단순히 물건이 가지고 싶다고 그 물건을 갖고 있는 사람을 죽여서 뺏은 범죄자?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서 기사거리도 안되는 세상이 될까 무섭습니다.
엄마 말을 듣고보니 책임감이 느껴져서 써봐요.
그 지하철 아줌마가 잘했고 못했고를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고 책임감을 갖자구요.
우리가 키우는 아이들이 다음 세대에 사회를 이끌어갈 주력 세대예요.
우리가 건강하게 키워주지 않으면 중국의 황태자 세대들처럼 사회를 병들게 할거고
그 피해는 반드시 우리에게 오겠죠. 그때가서 후회해도 소용없을 거구요.
<추가>
갑자기 톡이 되니 얼떨덜하네요...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셔서 괜히 뿌듯하고 기쁩니다
엄마는 제가 어릴 때부터 엄했어요
이 교육법은 확실히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장점은 어디가서 개념없다고 욕 먹을 일은 없다는 거?
그리고 단점은 엄마와 친밀해지지는 못해요
저는 아빠와 더 친밀한 편이구요..
어릴때 가장 심하게 받았던 교육은
'징징거리지 말고 원하는 걸 정확히 얘기하기' 였어요
5살때부터 밖에서 드러눕고 떼쓰고 울고불고 하면 당장 어디 으슥한 데로 끌려갔죠
(이건 제 나이에 많은 분들이 겪어봤겠지만 진짜 공포스러워요^^)
다른 사람 눈에 나쁘게 보이는 행동하지 말아라, 식당에서 시끄럽게 굴지 말아라,
그런 교육도 엄격하게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심지어 젓가락질까지요
또 세상을 보는 눈? 이런 것도 어릴때부터 교육시키셨던 것 같네요
뉴스 하나를 보더라도 이 뉴스가 왜 나왔을지 생각해봐라,
이게 공짜라면 왜 공짜일지 생각해봐라.. 같은거요
요즘들어 장난식으로 엄마한테
'엄마, 요즘은 엄마들이 애들하고 친구같은 엄마가 되도록 친밀한 교육 시킨대는데 엄만 왜 그랬어?'
이렇게 물으면 코웃음 치시면서 이러세요
'내가 다섯살, 여섯살, 일곱살 먹은 너랑 친구먹어야겠니? 그 때 엄하게 하고 지금 나이에서야
친구처럼 되는 게 맞는거야.'
저는 크면서 엄마 교육방식에 힘들고 울고 했을때도 있었지만 자식을 낳으면 엄마같이 키울 것 같아요
재미도 없고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회를 만들 새로운 세대를 키우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우리 세대니까 같이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