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이 정말로 길지만 다 읽으면 감동을 책임집니다 ★
1996년 일산중학교 3학년 5반 이문숙선생님을 기리며
<1부>
난 중학교 3학년 1학기때까지는 공부도 좀 하고
교내외 여러 수상과 일을 도맡곤 하는 이른바 '범생이'였으나
2학기에 이르러서는 그 당시 열풍이었던 춤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빠져들면서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맨날 춤을 추러 다니며
반 애들과 담합해 노래방과 거리로 늘 놀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 : 김성균 앞으로 나와! 얘들아 성균이가 타락한 것 같지 않니?
반 애들 : 네~~~ 맞아요~~
선생님은 반 애들 앞에 세워놓고 내게 경각심을 주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 : 1학기 때 5등하던 녀석이 지금은 40등이고, 이번 수학 점수는 3점이야? 어이구~
선생님은 매일같이 날 교무실로 불러 반성문을 쓰게 하셨고
내가 어디 가지 못하게 자신의 자리 옆에다 두고 늘 지켜보셨다
그리고 각 과목 담당 선생님들께도 나의 지도를 부탁하셨다
그럴때마다 나는, 나를 옭아매는 선생님의 손에서 도망가려 무진장 애를 썼다
하지만 선생님은 지겹게도 그치질 않으셨다
선생님 : 자, 모두 주목! 이번 환경미화는 성균이가 총 책임을 맡는다
나 : 싫은데요. 딴 애 시키세요
선생님 : 토 달지 말고 무조건 해. 알았어? 알아서 필요한 애들도 뽑고, 그 애들은 성균이 잘
도와주고. 그리고 환경미화 비용을 신청해야 학교에서 비용이 나오니까 목요일까지
부족하지 않게 비용 선정해서 신청해. 늦으면 안 되니까 꼭 신청해야 한다~?"
학교 자체에 나태해진 나에게 뭔가 원동력이 될 만한 힘을 주시려고 그러신건데
난 콧방귀를 뀌며 들은체도 하지 않았다
난 여전히 춤 추며 놀러 다니기에 바빴고
당연히 그 환경미화 비용 신청이고 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 : 얘들아, 성균이가 환경미화 비용 신청을 안 해서 우리반만 아무런 비용도 받지 못했어
그래서 우리가 돈을 모아서 해야 하게 생겼거든, 내일까지 각자 2천원씩 가져와
뭐 다 성균이가 열심히 놀러 댕기느라 그런거지 뭐~ 호호^^
난 반 애들의 원성과 욕을 죄다 먹어야 했고, 미안한 마음에 도망가지 않고 일에 참여해야 했다
선생님은 나의 심리를 이용해 일부러 그런 멘트를 날리신 거였다
선생님은 그렇게라도 우리반 일에 참여해 자리를 지키는 내가 보고 싶으셨나 보다
반 애들의 주머니돈으로 하는 조촐한 환경미화였는데도 선생님은 늘 웃고 계셨다
결국 환경미화 평가에서 우리반은 3학년 중 꼴찌를 했다
그래도 선생님은 웃고 계셨다
그럼에도 나의 작태는 여전했다
3학년이 다 끝나갈 무렵까지도 나는 그런 선생님을 비웃으며 여전히 엇나가기만 했다
그러던 중 어느새 겨울방학을 코앞에 둔 무렵이었다
선생님 : 아, 이제 겨울방학만 끝나면 우리도 졸업이구나. 우리들 앞으로도 추억할 수 있게끔
문집을 만들었으면 하는데 어떠니? (아이들 : 네~ 좋아요~)
그래, 그러면.. 우리반 문집 총 책임을 성균이가 맡기로 한다
나 : 왜 또 전데요?! 싫다니까요?!! 반장 놔두고 왜 맨날 저만 시키는데요?!!!!
선생님 : 성균아, 선생님이 너에게 맡기는 마지막 임무이자 부탁이다. 들어줄거지?
나 : ........ .
선생님 : 그래^^ 방학전까지 반 애들 모두한테 글 한편씩 내라고 해서 걷고, 널 도와줄 애들을
뽑아서, 방학동안 서로 모여서 워드로 치고, 그림도 그리고 하면 될거야
난 선생님의 부탁 아닌 부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그 '마지막 임무이자 부탁'을 난 해야만 했고 진정으로 하고 싶었다
10여명에 이르는 여러 친구들이 문집작업에 참여하겠다고 자청해왔고
우리는 겨울방학동안 모여서 열심히 문집 초안을 만들었다
졸업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마지막 문집 작업을 위해 교무실에서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난 하필이면 교감 선생님 책상에서 작업중이었고, 바로 교감 선생님의 눈에 걸리고 말았다
교감 선생님 : 야야! 내 책상에서 뭘하는 거야?! 너 누구야 어?!!
그 때 옆에서 나의 선생님이 하신 말씀...............
얘는 제 보물이에요. 교감 선생님^^
아........나는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 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내 인생 최고의 멘트.........
며칠 후 문집이 완성되어 나왔고, 선생님과 나와 우리는 얼마나 뿌듯해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졸업을 했다
선생님은 눈물을 많이도 흘리셨다
<2부>
졸업후에도 난 매년 '스승의 날'이면 선생님댁을 찾았다
성균아, 너 나 반가워하는거 알아. 얼른 와^^
그렇게 선생님은 날 품에 끌어 안으셨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선생님을 찾곤 했는데
스무살 때 집을 나와 노숙생활을 했을 때도 내 얘길 전해들은 선생님은 날 집으로 부르셨다
날 위해 따뜻한 밥을 해 먹이고 이부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그리고 술 한잔을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선생님도 무척 힘든 일을 겪고 계셨다
나도 힘들게 지내 온 내 얘길 하며 눈물을 흘렸고
선생님과 나는 그렇게 밤새 울었다
선생님 : 성균아, 오늘만 여기서 재워줄게. 더 오래 있게하고 싶지만 그건 널 더 집에 안들어가게
하는거야. 성균아 이기적으로 살아. 이기적으로..아버지도, 그 누구도 아닌 널 위해서..
성균아 이기적으로 집에 들어가라
그 때 선생님의 설득이 먹혔는지 난 다음날 한달여간의 노숙생활을 마치고 집에 들어갔다
이듬해 나는 군에 입대를 했다
입대 후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며 엄청난 병원비로 집안이 망했고
여러가지 일로 제정신이 아니었던 난..... 탈영을 했다..........
탈영을 하고 선생님댁을 찾았다. 물론 휴가 나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말이다
그곳에서 이틀간을 지내다가 내가 인터넷에 접속하는 바람에 IP가 추적당해
추적을 당했고, 난 도망치다가 이틀 후 자수를 했다
당시 선생님은 집에 안 계셨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내가 도망친 후에야 알았다
자수한 후 헌병대 영창(구치소)에 들어가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날 밖으로 불러냈다
기무대 사람이었는데, 헌병들을 다 내보내고 핸드폰을 꺼내 무슨 번호를 누르더니
나에게 핸드폰을 건내는 것이었다
신호음이 들리더니... "여보세요?" 선생님이었다....
아이고 성균아 !
나는 너무나 죄송해서 몇마디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선생님은 몸 조심히 잘 견디고 나중에 휴가 때 꼭 들르라고, 건강하라고 당부하셨다
통화를 다 마치고 나니 그 기무대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너 잡으려고 가서 선생님댁 앞에서 잠복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우리를 집 안으로 불러주시더라
따뜻한 물에 씻게 해 주시고, 밥도 해 주시고, 우리들 양말도 다 빨아 주셨어
그리고 한가지 부탁 하시더라. 너 잡으면 꼭 전화통화 한번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내가 선생님하고 약속한거라서 전화통화 시켜준거야
너 여기서 나가면 꼭 선생님 찾아뵙고 잘해드려라
진짜 좋은 분이시더라
그날 밤... 헌병에게 들킬까 이를 악 물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영창에서 나와 한참 후 휴가를 받고 선생님댁을 찾았다
선생님은 여전히 웃으며 날 맞이해 주셨다
선생님 : 성균아, 우리집 창틈 사이로 찬바람이 새들어오는데 비닐 좀 쳐주라
집에 남자가 없어서 이런게 힘드네^^
난 미약하게나마 답례 삼아 선생님댁 창문에 비닐을 쳐 드렸다
그리고 그날 밤도 술 한잔을 기울이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제대를 하고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거리로 한두번 밖에 찾아뵙지 못한 선생님
그래도 매년 스승의 날이면 전화로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러드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참 좋아하셨던.... ^^
그간 연락 못드려 너무 죄송합니다
조만간 꼭 찾아뵙겠습니다
선생님, 나의 선생님
목숨 바쳐 섬기고 보답해야 할 나의 선생님
보살펴 주셔서 고맙습니다...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