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상 되어 유도 분만을 하는 경우 분만 때와 똑같은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제왕절개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20대 중반인 임신 8개월의 미혼모는 이제 아이가 필요 없게 되었으니 낙태를 해달라고 망설임 없이 얘기했다.
그러면서 고통을 느끼기 싫으니 아예 제왕절개로 해달라는 것이다.
8개월인 경우 제왕절개를 하면 아이가 살아 있을 확률이 대부분이므로 마취를 심하게 하여 아이를 죽게 한 후 수술한다.
개인병원에 있을 때는 보통 이틀에 한 번은 이런 수술을 했다.
내가 5년 5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평균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유도분만을 통한 낙태아 처리를 했으니 얼마나 많은 아이가 무참하게 죽어 가는 일에 힘을 보탰는지 모르겠다.
보통 3개월 이전에 낙태를 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性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임신을 한 것을 속히 알아차리고 깨끗이 처리하기를 원한다.
6개월이 넘어서 유도 분만을 통해 낙태를 하려는 사람들은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이미 딸을 둔 부부가 다시 딸을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난 후 낙태를 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청소년들이나 20대 미혼여자들이 임신한 사실을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되어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이다.
간혹 살아서 나온 아기들 때문에 일을 치르고 나면 가슴은 아프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단지 그런 아기들을 처리하면서 다시 세상에 온다면 좋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행복하게 살라고 마음속으로 빌어준다.
또 한번은 항문이 없는 아기가 태어났다. 그 아기는 몇 번에 걸쳐 수술을 해야만 정상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다고 했다. 수술비만 해도 3천만 원이 든다는 얘기였다.
그 아기의 부모는 대학생였고 , 그 정도 돈을 들일 수 없다면서 아기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그 아기에게는 아주 조금씩 우유를 주었다.
많이 먹을수록 일찍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 아기는 더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결국 그 아기는 사흘만에 얼굴이 노랗게 되어서 죽고 말았다.
그 후에도 단지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분만 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낙태를 시켜 달라는 부인들을 수없이 만났다.
8개월이 지나 명백히 딸이라고 판정이 되면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낙태를 하는 것이다.
보통 3개월 이전에는 간단히 흡입기로 수술이 되기 때문에 살인이라는 생각을 별로 가지지 않지만 6개월 이상 되는 태아를 유도 분만하는 행위는 명백한 살인 행위임을 부인할 수 가 없다. 조금 작을 뿐인 그 아기들은 갓 태어난 신생아와 다를 바가 별로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몸뚱아리 함부로 굴려 대주는는 여자들때문에 불과 두 서너 달 후면 태어날 아기들이 무참히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방을 들고 병원 찾는 여중생,여고생,여대생들도 분만을 통해 낙태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임신을 하는 때는 주로 크리스마스와 바캉스 철이다.
임신중절 수술을 하러오는 여자들의 달수를 따져보면 대부분 그때 임신한 것을 알 수 있다. (그 기간에 오는 여자들 중 성범죄로 인한 중절수술 받는 경우는 전혀 없다)
그들은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다급해지면 달려와서 울면서 낙태를 시켜 달라고 말한다.
당시만 해도 간단한 낙태수술은 6만원 선이었고 유도분만은 50만원 선이었다.
한번은 중학교 3학년인 여자아이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 아이는 주변에 알릴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복부를 동여매는 데만 급급했다.
더 이상 숨길 처지가 되지 못한 아이가 울면서 어머니에게 일을 털어놓았고
급기야 남자쪽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기에 이른 것이다.
얼마나 꽁꽁 매놨던지 태어난 아기가 2.45 kg밖에 되지 않았다.
여자 쪽 어머니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못했다.
그저 수술비만 좀 보태달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병원에 있으면 별별 일이 다 많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 얼굴이 두꺼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가방을 들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떼지어 병원으로 들어오는 여중생,여고생,여대생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 아이들은 수술하러 들어가는 아이를 무슨 환송 식 하듯 뒤에서 재잘거린다.
“잘하고 와, 별거아냐” 뭐 그런 말을 한다.
그리고는 수술이 끝나고 나면 간단한 주사라도 한방 맞고 나온 것처럼 대단찮게 여기며 “아팠니? 밥이나 먹으러 가자” 어쩌구 하면서 수선을 떤다.
그런 애들을 볼 때마다 분명히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병원에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울화가 치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