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닉'
어디 소설에나 나오는 부류의 인간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이런 사람은 현실에도 꽤 있다.
여러가지에 다재다능한 반면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그리고 난..
여러가지에 다재다능은 커녕 어중간해서.. 수박 겉핥기밖에 하지 못하는 바보다.
그리고 감성은 더럽게 풍부하다.
상처받지 않은 척 하려고 하지만 그런건 얼굴에 다 드러나고,
애써 화를 참아봐도 그게 다 얼굴에 드러나는 모양이다.
이 어중간한 내가.. 그 어중간함을 벗어나기 위해 한 분야에 몰두하고 있으면서도
짝사랑이란 놈은 날 계속 따라다닌다.
언제쯤 '연애'를 해 볼 수나 있을까.
오늘도 난..
연락조차 되지 않는 1명의 여자아이.. 이젠 숙녀구나.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러보고..
이런 판에나 와서 남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여기에 없는데.
자꾸만 찾아오게 되는건..
내가 감성이 풍부하기 때문인걸까.
아니면 내가 아직도 덜 컸기 때문일까.
차라리 처음부터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차라리 소꿉친구라는 이름으로 그녀와 만나지 않았었다면,
멀리 떨어지기 전 진심으로 마주보고 한번이라도 고백했었다면..
뭐, 의도적으로 피하는게 아닐까 생각해 본 적도 많다.
하긴.. 그때로부터 몇년이나 지난걸까.
그런데 그 과거의 기억은 그녀에게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상처인가 보다.
나도 마찬가지인데.
나도 그 과거의 기억들은 엄청난 상처로 남아있는데.
그저 너와 함께 있던 순간만큼이 엄청나게 미화되어 나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건데..
넌 아닌가보다.
난 너와 함께 걷고 말했던 그 시간들이 참 좋았는데.
그 어린 나이에도 그 시간만큼은 참 즐거웠는데.
이제야 나이 20이 됬는데.
과거에 '20쯤 되면 멋져져 있을까' 라는 질문에
'너 하기 나름이지, 열심히 하면 될거야.'
라는 그 대답.
나이 20 먹고,
멋져지지는 않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도 있는 나..
이 단계를 넘어선다면.. 널 꼭 한번 보고 싶다.
의도적으로 날 피하는 너.
과거의 기억따윈 다 버렸다고 하는 너..
한빛아..
아마 지금 너의 옆엔 좋은 사람도 있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겠지.
아, 방학이구나.. 한번 돌아다니다 보면 너와 마주칠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젠 그럴 수도 없어.
예전과는 달리 시간이 많이 남지 않으니까..
나는 나의 길을 걷고,
너는 너의 길을 걷고.
이제 우리 둘은 서로 마주치지조차 못하는 평행선을 걷고 있는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데모닉이었다면.. 감정에 약하지 않았다면..
'과거의 너'라는 잔그림자에 이렇게나 아프지 않았을텐데.
'과거의 너'라는 이름의 미궁에서 헤어나오기 쉬울텐데.
한 3년 뒤면. 널 완전히 잊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에겐 덧없이 소중했던..
그리고 절대 잊혀지지 않을 소꿉친구, 그리고 나의 첫사랑, 짝사랑..
내가 아직 연애를 한번도 못해본 바보라 그런걸까.
너에 대한 걸 떠올리면 몇백줄이라도 적을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아직 덜 컸다는 증거일까.
나는 과거를 던지고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 던져버려야 하는 과거에 '너'가 있기에..
난 오늘도 과거를 던지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이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나 스스로 발이 묶여 떨어지질 않네..
철천치 바보인가보다.. 난.
내 어린 시절 한줄기 빛과도 같았던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