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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한 일요일 신세한탄

마리마리 |2011.07.10 16:18
조회 19 |추천 0

 

어제 신나게 놀고 들어와서

오랜만에 묵은 잠 자고 일어나서

고양이 세수 하고 양치하고 간만에 시장에 가서

이 구경 저 구경 하고 

빵집에서 생크림을 조금씩 덜어 파는 걸 보니

저번에 끓여놓고 잊어버린 산딸기 잼이 생각나.

딸기랑 생크림은 천상 궁합이 잘 맞지 싶어서 

바로 생크림이랑 옥수수 식빵이랑 사서 봉지에 들고

난생 처음 듣는 음악들 들으면서

오 이 노래 괜찮네~ 하면서 기분좋게 돌아오는 길에

어떤 아줌마 양산에 뺨을 매몰차게 긁혔어.

당연히 날 피해갈 줄 알았고 나도 차쪽으로 붙었는데

아줌마도 같은 방향으로 피하려고 한거야.

동선상 아줌마가 그런 각도로 피하려고 드는 것도 좀 억진데. 

아 아프다 하면서 허리를 숙이니 

아줌마가 한번 멈추지도 않고

돌아보며 한 마디 하는 게 가관인데,

"아니 아가씨는 왜 정신을 놓고 걸어다녀?"

아줌마는 그길로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버렸다.

저게 너무 화가 나는데 나는 그 와중에 생크림 걱정이 되더라.

'후덥지근한데 실갱이하다 금새 녹아버리면 어쩌지...'

얼른 그를 냉동실에 모시고 싶은 마음에 

아줌마를 그냥 가게 두었다.  

 

집에 돌아와서 어디 생채기라도 안 났나

거울을 보니 일직선으로 붉게 꽃이 만발했더라.

이까짓 거 이삼 일 지나면 사라지겠지만

대한민국 아줌마의 뻔뻔함이 난 열이 받는거지.

 

아무렴 괜찮아 나에겐 생크림과 산딸기 잼이 있어 선풍기 바람 쐬면서

토스트를 구워 산딸기 잼을 바르려는데

이거 너무 끓이고 설탕도 너무 많이 넣었는지 

단단히 굳어서 예쁘게 펴지질 못하더라구.

토스트는 그저 그랬다.

아줌마 따라 골목 들어가서 윽박이라도 지르고 올 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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