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주부입니다. 지금의 남편하고는 재혼한 지 근 4년이 되어가고 있구요.
처음엔 서먹하던 딸들과도 사이가 좋아져 한시름 놓았는데,
중병에 걸리신 형님과 같이 살게 되면서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원래 둘째 형님 내외는 저희 식구와 따로 떨어져 살았는데
제작년 아주버님께서 병으로 돌아가시고 형님 혼자 남게 되셨어요.
형님 사랑이 지극한 우리 남편은 형님 혼자 사는 게 안쓰러웠던지
제게 우리가 형님을 모시고 살자고 했지요.
평소 제 성격이 드세다고 형님이 많이 흉을 보셨던 지라 영 내키지 않아서
죄송한 말이지만 처음엔 반대했어요. ㅠㅠ
남편 위로 여섯분의 형님이 계신데 일본에 계신 한 분을 제외하고
다른 분들은 모두 가까이에 살고 있으니 그냥 자주 찾아뵙는 걸로 하면 안되냐고 했지요.
평소에도 남편이 워낙 자주 찾아가고, 또 형님도 남편을 많이 아끼셔서
앞으로 매주 찾아가기로 하고 그냥 따로 살자고..
남편도 제가 명절 때 형님들께 치이는 걸 알아서 그냥 그렇게 넘어가나 했는데
알고보니 둘째 형님께서 위암 3기셨어요.
게다가 다른 형님들도 둘째 형님 성격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사이가 멀어져 서로 데면데면하게 지내고 계셨구요.
형님 혼자 사시면서 쓸쓸해 하시고, 끼니도 자주 거르시는 것 같아서
저도 남편의 의견에 동의하고 형님을 저희 집으로 모시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너무 힘이 듭니다.
원체도 까다로운 분이셨는데 암에 걸리신 이후엔 더 심해지셔서
요즘에는 대놓고 제 앞에서 욕을 하시면서 집에서 나가라고 하십니다.
제 성격이 드세고 괄괄해서 그러나 싶어 최대한 맞춰드리려고 해도 소용이 없어요.
청소나 반찬부터 시작해서 제가 남편과 대화하는 것 까지 트집을 잡아 혼내시는데
재혼하느라 미리 겪지 못했던 시집살이를 요즘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전업주부가 아니라 회사를 다니는데,
형님은 회사도 그만 두고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고 하시네요..
형님이 남편을 많이 아끼셔서 남편 빚도 갚아주시고 하셨지만,
아직 딸들 대학보내려면 저도 돈을 벌어야 하는데 어쩌나 싶기도 하고
회사를 그만 두면 당장 집에서 형님을 돌봐드려야 하는데
형님은 제가 회사 갔다 와서 집에서 수발 드는 것도 못마땅해 하시거든요.
그냥 차라리 제가 없는 편이 훨씬 낫다고 제 앞에서 그러시는데 솔직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저번에는 대학 간 딸이 오랫만에 집에 왔길래 얘기 하다가 들었는데
딸한테 형님이 제 흉을 보셨다고 하더라구요..
저희 어머니까지 들먹이시면서 제가 못 배워서 그렇다는 둥.. 전라도 여자는 이래서 안된다는 둥..
절 흉보고 욕하시는 건 괜찮지만 저희 어머니까지 욕 먹는 건 못 참겠더라구요.
그날로 짐 싸서 원래 살던 집으로 와 버렸어요.
형님이 내려오실 때 예전 집이 너무 좁아서 아예 산 있는 쪽으로 집을 새로 하나 장만했거든요.
차라리 이렇게 매일 감정만 상하고 저랑 형님때문에 남편이랑도 자주 싸우느니
형님이 원하시는 대로 제가 따로 나가 있으려고요..
딸은 원래 형님 성격이 까다로우시니 그냥 빈말이라 생각하라지만,
이제 남편도 제가 형님께 혼나면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고..
저도 이러다 속이 터져서 화병이라도 날 지경이라 도저히 못 참겠더라구요.
몸이 아프신 분이니 내가 참자.. 참자 해도
어머니 욕까지 들으니까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싶어요.
나와서 따로 지낸지 이제 삼일 째 되어가는데,
남편이 전화해서 형님이 저 없으니까 불편해 하는 것 같다고 그냥 사과하고 들어오라더군요.
기가 막히죠.
저 솔직히 형님 맘에 차는 백점짜리 올케는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 형님 좋아하시는 음식도 배워서 하고
몸에 좋다는 음식 형님부터 먼저 챙겨드리고, 일 꼬박꼬박 나가면서 주말마다 병원 모셔다 드리고
밤 새서 간호도 했는데..
형님 성격이 워낙 까다로우셔서 간병인들도 다 도망갔어요.
병원에 간병인 좀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간호 아가씨가 저더러
할머님 성격 아시면서 왜 그러시냐고 하더라구요 ㅠㅠ (형님이 나이가 좀 많으세요)
저희 어머니도 얼마 전에 수술하셔서 몸 안좋으신데 친정도 못 가고
보약이다 뭐다 들어오면 형님부터 챙겨드리고 그렇게 신경을 썼는데
제가 뭘 더 해야 되는 걸까요..?
정말 형님 말씀대로 회사도 그만 두고 집에서 형님 수발 들면서
매일 왜 그렇게 못 배웠냐고 욕을 들어야 만족하실까요?
남편한테 말을 해도 남편이 막내라 워낙 형님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데다
어렸을 때 부터 둘째 형님이 그렇게 남편을 이뻐했다고 말도 못하고 한숨만 쉬네요.
다른 형님들이야 말할 것도 없이 둘째 형님이랑 절 욕하기 바쁘고..
딸한테까지 전화로 제 욕을 하시니 낯이 뜨거워서 딸 볼 면목도 없어요..
얼마 전에는 재산 문제로 가족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형님들이 절 더러 돈 보고 들어앉은 년이라고 욕하셔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구요.
나도 남의 집 귀한 딸인데, 내가 이런 말 들으려고 이 집에서 몇 년을 살았나
이런 말 들으면서 형님 모셔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남편은 살 날 얼마 안남으신 분이니 그냥 용서 빌고 들어와서 조금만 더 참으래요.
사실 저도 따로 나와 있긴 하지만 마음이 계속 불편하네요.
아프신 분께 제가 너무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라고 해도 제가 형님과 싸울 수도 없는 거고..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답답한 마음에 새벽부터 판 둘러보다 글 써봅니다..
그래도 이런 곳에 털어놓고 나니 조금 마음이 편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