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편이
남아있는데 끝마치지 못하시고 군대에 가시게 되었어요.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감사와 사과를 전하고 가셨으니 이해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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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물셋 서울남자입니다.
유럽에 가야겠다는 급작스런 생각, 결심, 그리고 4개월 간의 일과 준비로
6월 17일부터 30일까지 2주 간 다녀온 저의 유럽여행을 소개할께요.
본래는 개인홈페이지의 소장용으로 작성하기 시작했다가,
직접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분들의 후기를 읽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것이 떠올라
혹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대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기다려주시는 분들도 조금씩 생겨서 더 즐겁게 글을 쓰고있어요:)
원글의 특성상 높임말을 쓰지 않은 걸 이해해주세요.
이번 글은 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의 여정입니다.
처음 보시는 분들은 위쪽의 '이어지는 글'들을 차례로 읽고오시면 더 좋아요.
현재 이 글과 이어진 글들을 제외하고 앞쪽에 10화가 더 있습니다.
그 글들에 관한 링크는 현재 '이어지는 글'의 1화에 걸어두었으니 참고해주세요.
자, 그럼 손 꼭 잡고 잘 따라오시기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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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에 가야해. 어제 친절하신 마드리드의 소매치기께서 친히 내 지갑을 털어가셨기 때문에 긴급송금지원 서비스를 신청해야 하거든.
구글맵에서 가는 방법을 익히고, 중요한 부분은 카메라에 담았어. 또, 어제 외상을 허락해주신 한인민박집 사장님께서 땡전 한 푼 없는 날 위해 10유로도 빌려주셨지.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초행길에는, 다시 돌아갈 때 바라보게 될 앵글로 사진을 찍어두곤 해. 어제밤에 워낙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살펴보지 못 했던 역에서 민박까지 가는 길을 찍어두기로.
가는 길 왼 편에 바도 하나 있고.
에스페란사(Esperanza)역에서 나와서는 이 레스토랑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되는구나. 이런 식으로 말이지.
자, 대사관까지 가는데 지하철 요금은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개찰구따위 휙휙 뛰어넘어버리면 되기 때문! 이 아니고. 어제 친절한 경찰아저씨가 내가 카드고 현금이고 홀랑 도둑맞았다는 확인서를 써줬기 때문이야.
"실례합니다. 이것 좀 보세요. 나 거지예요. 개찰구 좀 열어주세요."
덕분에 대사관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아르뚜로 소리아(Arturo Soria)역까지 공짜로 갈 수 있었어.
그리고 길을 찾아나섰지. 역에서도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고.
이 길이 이 길이 맞는지. 땡볕 아래에서 한참을 헤맸어.
그렇게 카메라에 담아 간 지도를 철썩같이 믿고서 걷고 걸어 도달한 곳은...
이게 왠... 고속도로 한가운데야!
나참 어이가 없어서.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구글에서 도보가 아니라, 차편으로 가는 길을 검색한 거 있지. 그나저나 사진 오른편하단의 GAY라는 낙서는 깨알같다.
어쨋든 온 길을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고, 이대로 계속 가면 내가 걷던 사잇공간이 사라지면서 좌우차선이 합쳐지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목숨걸고 차들이 쌩쌩 달리는 4차선을 건넌 후 담벼락까지 넘었더니 내 앞에 나타난 건 다시 아르뚜로 소리아(Arturo Soria)역. 진이 쏙 빠져서 더는 걸을 수가 없어. 결국 한국보다 싸다는 택시를 타기로 결심했지. 이럴 때 쓰라고 민박집 사장님이 10유로를 빌려주신거구나.
그런데 이 놈의 택시를 잡기가 얼마나 힘든지, 또 택시를 찾으려 얼마나 헤맸나 몰라. 그렇게 헤매이다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모여있는 곳을 발견해서 다짜고짜 대사관 주소를 들이밀었어.
처음엔 위치를 잘 모르겠다는 눈치였다가 주변 택시 아저씨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서 머리를 맞대고 한참을 왈가왈부하더니, 마침내 십년묵은 체중을 내린 표정으로 알겠다며! 쿨하게 택시에 타라고!
그렇게 둘이 신나서 출발했지! 그런데, 처음엔 잘 찾아가는 것만 같던 이 아저씨가 자꾸 알쏭달쏭해하는거야. 그러더니 혹시 전화번호가 있냐며 묻고는 대사관에 전화를 걸더니 길을 묻는 것 같더라. 전화를 끊고도 택시를 모는 손과 발이 확신에 차있지 않은게 눈에 보였어.
그 당시에도 물론 요금계는 딸깍딸깍 열심히 넘어가고 있었지. 아저씨 난 달랑 10유로밖에 없는데 그러면 안 돼요!
결국 다시 한 번 더 대사관에 전화를 걸더니, 이 아저씨가 통화하는 언성이 점점 높아지는거야. 나중에는 꼬레아노! 꼬레아노! 뭐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화를 막 내더니 전화를 탁! 끊어. 와 이게 화끈한 태양 아래의 스페인 남성인가했네. 그리고 전화하던 곳에서 택시를 골목으로 슬쩍 꺾으니까 바로 대사관이 있잖아 이 아저씨야. 바로 앞에 두고 그대가 못 찾은 걸 왜 대사관 직원한테 화를 내.
어찌됐든, 우여곡절 끝에 대사관 앞에 도착했어. 택시비는 9유로가 나왔네. 1유로를 돌려받으면 팁이라며, 다시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10유로 지폐를 내밀었는데, 뭐야 이 아저씨 나한테도 언성을 높이며 뭐라뭐라하는데 거스름돈은 안 주겠다는 뉘앙스였던 것 같아. 이거 원참. 처음부터 목적지를 밝히고 택시를 탄 손님에게 헤매인 기사님이 행할 태도가 아니잖아.
평소엔 뭐든 유하게 스치듯 넘기려하는데, 그 날은 날도 덥고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마디하...고 싶었지만 난 스페인어를 전혀 못 하는 걸! 뭐 방식이야 어찌됐든, 본래 10유로를 주려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고 즐거운 여행도중에 인상쓰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옛다 복 많이 받아라 이 자식아!" 하고 내렸어.
그리고 들어선 주스페인 한국대사관.
와, MB! 안녕하세요. 스페인에서 뵈니까 되게 반갑네요.
한국에는 폭우가 쏟아진다던데 속도전에 치중하던 4대강이 갑자기 걱정되네.
작은아버지께 60유로(한화로 약 10만원) 송금을 부탁했어. 이제 내일(6월 30일)이 출국하는 날이니까 최소한의 금액만을 불렀지.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송신료니 디파짓이니 뭐니해서 수수료가 10만원쯤 추가로 들었다는거야. 이건 배꼽이 해도해도 너무 크네. 다 한국에 돌아가면 갚아야하는 돈이라구.
게다가 현지에서 현금을 받으려면 한국에서 입금이 된 걸 확인하는 전화가 와야 한다는데, 지금부터 직원들의 점심시간이라 두 시간이 지난 후에나 확인하게 될거라는거야. 그러면서 나가서 기다려도 되고 대사관 안에서 기다려도 된다고 친절히 설명을 해줬어. 그런데 내가 뭐 두 시간 동안 어디 갈 곳이 있겠나.
저기 보이는 영사민원개선함에다가 직원들 밥 좀 교대로 먹게하라고 쓰려다가, 직원이 달랑 셋 뿐이라는 걸 다시 상기하고는 넷북으로 두 시간을 달랬지.
그렇게 허승세월 두 시간을 보내고 겨우 60유로를 손에 쥐었어. 대사관을 나와 걸으며 생각해보니, 민박 이틀 숙박 50유로, 그리고 빌린 10유로를 드리고나면 남는게 없네! 아까 그 택시아저씨 갑자기 밉상이야. 내일 공항은 어제 경찰 아저씨가 써준 거지확인증으로 가면 되겠지 뭐.
이제 숙소로 돌아가서 출국할 짐들이나 챙겨야겠어.
마드리드는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 했는데 내일 출국이라니, 너무 아쉬워서 아르뚜로 소리아역까지 가는 길에서라도 마드리드를 한껏 느껴보기로 했어.
이게 뭐라고 찰칵찰칵 찍었는지.
마드리드의 약국도.
섹시한 라인의 신호등도.
쓰레기통의 낙서마저도 내게 여기가 마드리드라고 말해주는 것 같구나. 그래, 애틋함은 이런거였어.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순간.
그렇게 청승맞게 셔터를 눌러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경찰아저씨가 준 거지확인증으로 마드리드시내를 좀 둘러봐야겠다. 물론, 입장료가 없는 곳으로 골라야겠지. 편법을 쓰는 것 같아서 양심이 콕콕 찔리기도 했지만 한국에 돌아가 엉엉 우는 것보다야!
그리하여 고른 곳은 레티로(Retiro)역에 위치한 레티로 공원(Parque del Retiro).
이 건축물은 레티로 공원의 입구, 독립 광장(Pl. de la Independencia)에 자리한 알칼라 문(Puerta de Alcala)이야.
과거, 이 문을 통해 마드리드로 들어오는 상인들에게 이 도시가 얼마나 중요한 도시인지 일깨줘주기 위해 세웠다고.
스페인의 땡볕 아래지만, 벌써부터 나를 반기는 공원의 내음에 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
작은 분수를 지나,
호수에 사는 거북이를 만났어. 상한 우유를 탄 것처럼 물이 더럽긴 했지만 거북이가 너무 귀여워서 인상이 찌푸려지진 않더라.
인공으로 조성된 호수 반대편에 자리한 건물은,
에스파냐의 왕이었던 알폰소 12세의 기념관이야.
이 녀석은 어딜 그렇게 바삐 가던지. 그 짧은 물갈퀴를 열심히 다다다다 젓더라고. 가봐야 호수 안인데 말이야.
역시나, 마드리드에서도 음악은 멈추지 않았어.
소매치기를 당해 경찰서를 들락날락거리고 땡볕에서 대사관을 찾아헤매는 고생을 하면서 조금은 지쳐있는 내 마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여전히 평화롭고 여유가 넘치는 곳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아서 너무 감사한거있지.
귀국 후에 한강에서 섹소폰 연주하시던 아저씨를 다시 뵙게된다면 적게나마 음악에 대한 답례를 꼭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문득들기도 했어.
음악을 선물해준 아저씨를 지나 조금 더 걸으니 수정궁(Palacio de Cristal)이 나와.
창이 많다는 것 빼고는 별거 없더라고.
사실 나는 그 곁에 있던 분수와 무지개가 더 마음에 들었어.
얼마만에 보는 무지개였는지...
그리고 오던 방향을 잃지 않고 걸음을 더 옮겨보면,
레티로 공원의 끝자락, 장미원(La Rosaleda)이 있어.
입구를 들어서려는데,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려 발밑을 보니 왠 까치 한 마리가? 아마도 날개를 다쳤나봐. 친해지고 싶었는데 두 다리로 통통 뛰어서 어디론가 금방 사라져버리더라. 나 나쁜사람아닌데.
장미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꽃이 많이 피어있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오목조목 예쁜 곳이었어.
이런 곳에 올 때면 혼자 여행하는게 조금은 외롭게 느껴지기도 해.
그늘도 없고 애인도 없는 이런 꽃밭에서 더 머물러 무엇하리. 이제 슬슬 돌아가야지. 다음 목적지도 생각해뒀으니까.
오는 길에 봐뒀던 곳인데, 좀 돌아가더라도 이 다리를 꼭 건너보고 싶었어.
안녕 고양이:)
언제나 그랬듯 느적느적 걸으면서.
다시 호수를 끼고 걷고있는데, 비누방울 아저씨가 등장하셨네.
그 앞엔 한껏 신난 꼬마도 한 명.
우와 크다.
유유히 날아가다가,
퐁!
우리 귀여운 꼬마는 그러다 목에 담걸리겠다.
마지막으로 물에 빠져 푸드득거리고 있는 비둘기의 탈출을 돕기 위해 몸개그도 마다하지 않는 훈훈한 청년을 뒤로 한 채, 나는 다음 목적지로!
물론 소매치기 당한 바보인증, 거지확인증을 들이밀고서.
그렇게 찾은 곳은 플라사 데 에스파냐(Plaza de Espana)역에 위치한, 역과 같은 이름의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na).
내가 이 곳에 온 이유는 한 가지야. 에스파냐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Don Quixote)'의 주인공, 돈키호테 동상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지.
뜬금없이 우리나라의 허경영이 소설 속 돈키호테와 참 닮은 캐릭터라는 생각을 했어. 그냥 바보인지 바보인 척하는 천재인지 잘 모르겠다는 점, 그리고 사회적 통념으로부터 어긋나있는 그 기형적인 모습이 보는이들에게 씁쓸한 반성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저기 우뚝 솓아있는 건 세르반테스가 죽은 지 30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비야.
그 앞에는 로시난테를 탄 돈키호테와 노새를 탄 산초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어. 그런데 산초는 가까이서 보니까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샘'의 냄새가 물씬 나던데.
자칫 마드리드에 관한 기억이라곤 경찰서와 민박이 전부일 뻔했는데, 레티로 공권과 스페인 광장을 둘러본 덕에 짧게나마 마드리드의 공기를 한껏 들이킬 수 있었어. 이제 슬슬 숙소로 돌아가서 출국준비를 꼼꼼히 해야지.
그렇게 오늘 하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