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an Kramskoi
Portrait of an Unknown Woman, 1883
그림속 여인이 소설 속의 안나 카레리나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plot은 아주 단순하지만 그 단순한 줄거리 속에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는 지금까지 모든 문학작품을 통틀어 최고라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 1,700 페이지가 넘는 이 작품을 읽으며 서른 번도 넘게 보라색 색연필을 꺼내어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을 붙여놓았으니 그런 나의 감수성에도 감사하게 된 작품이다.
‘내가 안나였다면......’ 수없이 나 자신을 그녀 안에 결부시켜 생각해봤다. 그리고 난 아직 미혼이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정의내려보고자 했었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는 고린도전서 13장 13절의 말씀도 있지만, 결혼생활에 있어서 가장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결국은 서로간의 믿음이다. 사랑은 언젠가 변하는 것이라고 과학적으로 밝혀졌고, 그 기간이 지나면 서로간의 믿음이 그 사랑에 깊이를 더해줄 것이다. 사랑이 시간적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고귀한 것이고 축복받을 일인 것이다. 나라면 안나의 남편인 알렉세이를 떠나지 못했을 것이고, 안나가 죽음 앞에서도 그리워했던 아들 세료자는 더더욱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상징처럼 펼쳐지는 기차역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안나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떠나간 버스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우리네 일상 속에서 흔히 쓰이는 말처럼 안나가 가진 것들은 기차처럼 떠나가 버렸고, 결국은 안나 그 자신마저도 세상을 등지게 한다. 이 시점에서 또 한 번 나는 안나가 되어본다.( 아~~이것은 안나가 미모의 여인이기 때문에 즐거운 상상이었다~;D) 난 모든 걸 잃어다 할지라도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해서 내가 장애인도 아니고, 부모형제 없는 고아도 아니고, 명문대는 아닐지라도 대학교육이라는 특권도 누렸으며 야망도 있다.
19세기의 사회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겠지만 세상은 여전히 살만한 곳이고 삶에 내 사랑의 대상을 나 자신보다 우선으로 여기면 결국은 불행해진다. <안나 카레니나>이외의 수많은 19세기 불륜과 남녀간의 사랑을 소재로한 모든 작품들이 말해준다.
작품의 마지막장이 이야기의 종결점이 아닌 “나의 모든 삶은, 삶의 매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의 명백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나에게는 그것을 삶의 매 순간 속에 불어넣을 힘이 있어”라는 레빈의 새로운 다짐으로 마무리 짓듯이 오늘이 내 삶의 첫날인 것처럼 과거의 경험들을 발판으로 힘차게 나아가야지.
1997년 쏘피 마르소가 안나역을 맡은 영화속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