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의 절정인 7월 말,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 춤극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도 부산을 찾았다. 5년간 100만 명 이상 관람했고 해외 유명 페스티벌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난타'에 이어 또 하나의 한국발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작품이다. 거리의 비보이를 사랑하게 된 발레리나의 이야기가 환상적인 춤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한다. 그런데 이 작품이 한국 비보이 문화를 화려하게 꽃피운 부산의 비보이들에겐 가슴 아픈 징표라는 사실을 아는가.■부산 비보이들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죠!아는 사람은 다 안다. 세계 비보이 대회를 휩쓰는 이들이 한국팀이고 그 한국팀 중 상당수가 부산 출신 비보이들이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용두산 공원과 사직 운동장, 하늘공원(옛 렛츠미화당 옥상공원) 등지는 비보이들의 자유로운 몸짓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이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동작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 나갔고 부산 비보잉은 전국 비보이들에게 교과서이자 자극제가 됐다. 부산 비보이들이 전국 대회를 제패하면서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등지에서 쏟아지는 공연을 소화하기 위해 당시 부산의 많은 비보이가 서울에 진출하기도 했다. 부산의 비보이는 한국 비보이의 발상지 역할을 한 셈이다.많은 비보이가 서울로 이동하며 부산의 비보이 문화가 차츰 쇠퇴했다. 거리 공연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비보이의 메카로 불린 '용골(용두산 공원)'의 야외 공연조차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힘이 빠진 부산 비보이들에게 전성기를 다시 한번 재현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가 찾아들었다. 지난 2009년 말 설립된 서면의 '비보이 전용 극장'이었다. 비보이 전용극장에 대한 기대는 대단했고 첫 장기 공연작으로 몇 년째 흥행성을 인정받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선정되었다."부산에서 활동 중인 비보이 중에 최고의 멤버를 선발했죠. 부산의 비보이 문화를 새롭게 꽃피울 수 있고 더불어 비보이들의 안정적인 직업 활로가 생기는 거잖아요. 신이 나서 공연을 준비했어요. 그땐 정말 밤낮없이 춤만 추었죠."부산판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비보이 공연팀을 책임졌던 신상현 스텝크루 팀장의 말이다. 관객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KTX를 타고 부산 비보이 공연을 보러 가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신세대들에게 세뱃돈 대신 비보이 공연 티켓을 선물하라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비보이 전용극장을 통한 장기 비보이 공연은 한국 비보이 문화에선 처음 있는 시도였다. 부산의 시도가 성공하면 전국 비보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넘쳐났다. 그런데 이 희망은 어이없이 절망과 한탄으로 바뀌었다."그저 열심히 춤만 추었고 관객들의 환호에 신이 났죠. 그런데 부산의 공연 기획자가 비보이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 주지 않았어요. 출연료를 받지 못한 거죠. 출연료가 몇 달간 지급되지 않으며 결국 비보이들이 교통비조차 없는 상황이 된 거죠. 다쳐도 병원 갈 형편조차 안 되었고…."신 팀장은 후배 비보이들을 위해 결국 자신이 은행 대출을 해서 한두 달을 더 버텼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았다. 결국 1억 원 가까이 비보이들의 임금이 체납되었고 공연은 상처뿐인 영광으로 끝나버렸다. 신 팀장은 후배들을 위해 부산 공연 기획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연에 대한 대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행정적인 절차나 서류, 공연 계약이나 기획에 대해서는 공부하지 못했어요. 춤에 대한 열정만 강했고 사실 다른 부분은 전혀 몰랐어요. 정말 큰 수업료는 냄 셈이죠. 그런데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부산 비보이 팀도 여전히 공연을 하고도 대가를 못 받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전용극장·장기 공연도 상처뿐인 영광 공연 기획자가 좌지우지하면서 밤낮 없이 춤춰도 돈떼이기 일쑤 팀해체 잇따라 프로팀 3~4개 명맥 서울은 직접 행사 기획 공연까지… 부산 비보이들 자생할 수 있도록 지자체 제도적 뒷받침 이어져야■부산 비보이, 다시 한 번 영광을 재현해보자!스텝크루의 가슴 아픈 사연은 비보이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고 안 그래도 침체기인 부산 비보이들은 더욱 몸을 움츠리게 되었다. 실제로 십여 개가 넘던 프로 비보이 공연 팀이 지금은 스텝크루, XTC, 킬라몽키즈 등 손꼽을 정도만 남았고, 이들마저 공연 수익만으로는 살기 힘든 실정이다."서울, 수도권에 비해 부산은 설 수 있는 무대가 너무 적어요. 공연에 대한 대가도 굉장히 낮아요. 사실 서울에선 비보이들이 직접 행사를 맡아 기획을 하며 공연을 하지만 부산은 여전히 이벤트 업체들이 행사를 수주 받아 비보이들을 싸게 고용하고 출연 수당을 적게 나눠주는 악순환이 계속되지요."비보이 단체들이 직접 행사를 기획해보자고 각 기관에 기획서를 여러 번 올렸지만 여전히 부산, 경남 쪽은 이벤트 단체들이 행사를 독식하고 있다. "기획서를 들고 가면 내용보다는 최근 3년간의 행사 실적, 사업자 등록증을 먼저 따집니다. 결국 수많은 행사를 유치한 이벤트사에 당할 수가 없죠."결국 관에서 좀 더 유연한 시각을 가지지 않고서는 부산의 비보이들이 버틸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산 비보이들의 공연, 행사 무대가 열악해지다보니 수입을 위해 뛰어난 비보이들이 학원가로 진출하게 됐다. 비보이 단체는 줄고 공연도 줄었지만 특이하게 부산에서 비보이, 힙합 학원이 잘 되고 있다. 부산 비보이들이 학원 강사, 학교의 방과후 수업 강사로 활동을 하며 부산의 비보이 열기는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비보이춤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비보이들의 공연을 춤 작품으로 인정해주고 비보이들에게 행사를 기획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비보이의 발상지인 부산이 가진 젊은 문화의 저력을 부산시와 각 구청이 외면해서는 안 돼요. 편협하고 고정된 시각이 아니라 비보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시각에서 비보이 문화를 바라본다면 부산이 새롭게 비보이 문화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 열린 부산국제무용제 폐막 공연으로 비보이를 올렸던 김희은 집행위원장의 주장이다. 물론 부산 비보이들이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기획력을 높이고 다른 문화단체들과 활발한 교류 행사를 갖는 등 자체적인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부산시에서도 사라져가는 비보이 문화를 살리자는 지역 단체들의 움직임에 동의해서 한때 용두산 공원의 비보이 공연(용골 프로젝트)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비보이들이 직접 문화 기획자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여름휴가의 절정인 7월 말,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 춤극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도 부산을 찾았다. 5년간 100만 명 이상 관람했고 해외 유명 페스티벌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난타'에 이어 또 하나의 한국발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작품이다. 거리의 비보이를 사랑하게 된 발레리나의 이야기가 환상적인 춤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한다. 그런데 이 작품이 한국 비보이 문화를 화려하게 꽃피운 부산의 비보이들에겐 가슴 아픈 징표라는 사실을 아는가.■부산 비보이들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죠!아는 사람은 다 안다. 세계 비보이 대회를 휩쓰는 이들이 한국팀이고 그 한국팀 중 상당수가 부산 출신 비보이들이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용두산 공원과 사직 운동장, 하늘공원(옛 렛츠미화당 옥상공원) 등지는 비보이들의 자유로운 몸짓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이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동작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 나갔고 부산 비보잉은 전국 비보이들에게 교과서이자 자극제가 됐다. 부산 비보이들이 전국 대회를 제패하면서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등지에서 쏟아지는 공연을 소화하기 위해 당시 부산의 많은 비보이가 서울에 진출하기도 했다. 부산의 비보이는 한국 비보이의 발상지 역할을 한 셈이다.많은 비보이가 서울로 이동하며 부산의 비보이 문화가 차츰 쇠퇴했다. 거리 공연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비보이의 메카로 불린 '용골(용두산 공원)'의 야외 공연조차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힘이 빠진 부산 비보이들에게 전성기를 다시 한번 재현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가 찾아들었다. 지난 2009년 말 설립된 서면의 '비보이 전용 극장'이었다. 비보이 전용극장에 대한 기대는 대단했고 첫 장기 공연작으로 몇 년째 흥행성을 인정받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선정되었다."부산에서 활동 중인 비보이 중에 최고의 멤버를 선발했죠. 부산의 비보이 문화를 새롭게 꽃피울 수 있고 더불어 비보이들의 안정적인 직업 활로가 생기는 거잖아요. 신이 나서 공연을 준비했어요. 그땐 정말 밤낮없이 춤만 추었죠."부산판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비보이 공연팀을 책임졌던 신상현 스텝크루 팀장의 말이다. 관객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KTX를 타고 부산 비보이 공연을 보러 가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신세대들에게 세뱃돈 대신 비보이 공연 티켓을 선물하라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비보이 전용극장을 통한 장기 비보이 공연은 한국 비보이 문화에선 처음 있는 시도였다. 부산의 시도가 성공하면 전국 비보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넘쳐났다. 그런데 이 희망은 어이없이 절망과 한탄으로 바뀌었다."그저 열심히 춤만 추었고 관객들의 환호에 신이 났죠. 그런데 부산의 공연 기획자가 비보이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 주지 않았어요. 출연료를 받지 못한 거죠. 출연료가 몇 달간 지급되지 않으며 결국 비보이들이 교통비조차 없는 상황이 된 거죠. 다쳐도 병원 갈 형편조차 안 되었고…."신 팀장은 후배 비보이들을 위해 결국 자신이 은행 대출을 해서 한두 달을 더 버텼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았다. 결국 1억 원 가까이 비보이들의 임금이 체납되었고 공연은 상처뿐인 영광으로 끝나버렸다. 신 팀장은 후배들을 위해 부산 공연 기획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연에 대한 대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행정적인 절차나 서류, 공연 계약이나 기획에 대해서는 공부하지 못했어요. 춤에 대한 열정만 강했고 사실 다른 부분은 전혀 몰랐어요. 정말 큰 수업료는 냄 셈이죠. 그런데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부산 비보이 팀도 여전히 공연을 하고도 대가를 못 받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전용극장·장기 공연도 상처뿐인 영광 공연 기획자가 좌지우지하면서 밤낮 없이 춤춰도 돈떼이기 일쑤 팀해체 잇따라 프로팀 3~4개 명맥 서울은 직접 행사 기획 공연까지… 부산 비보이들 자생할 수 있도록 지자체 제도적 뒷받침 이어져야■부산 비보이, 다시 한 번 영광을 재현해보자!스텝크루의 가슴 아픈 사연은 비보이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고 안 그래도 침체기인 부산 비보이들은 더욱 몸을 움츠리게 되었다. 실제로 십여 개가 넘던 프로 비보이 공연 팀이 지금은 스텝크루, XTC, 킬라몽키즈 등 손꼽을 정도만 남았고, 이들마저 공연 수익만으로는 살기 힘든 실정이다."서울, 수도권에 비해 부산은 설 수 있는 무대가 너무 적어요. 공연에 대한 대가도 굉장히 낮아요. 사실 서울에선 비보이들이 직접 행사를 맡아 기획을 하며 공연을 하지만 부산은 여전히 이벤트 업체들이 행사를 수주 받아 비보이들을 싸게 고용하고 출연 수당을 적게 나눠주는 악순환이 계속되지요."비보이 단체들이 직접 행사를 기획해보자고 각 기관에 기획서를 여러 번 올렸지만 여전히 부산, 경남 쪽은 이벤트 단체들이 행사를 독식하고 있다. "기획서를 들고 가면 내용보다는 최근 3년간의 행사 실적, 사업자 등록증을 먼저 따집니다. 결국 수많은 행사를 유치한 이벤트사에 당할 수가 없죠."결국 관에서 좀 더 유연한 시각을 가지지 않고서는 부산의 비보이들이 버틸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산 비보이들의 공연, 행사 무대가 열악해지다보니 수입을 위해 뛰어난 비보이들이 학원가로 진출하게 됐다. 비보이 단체는 줄고 공연도 줄었지만 특이하게 부산에서 비보이, 힙합 학원이 잘 되고 있다. 부산 비보이들이 학원 강사, 학교의 방과후 수업 강사로 활동을 하며 부산의 비보이 열기는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비보이춤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비보이들의 공연을 춤 작품으로 인정해주고 비보이들에게 행사를 기획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비보이의 발상지인 부산이 가진 젊은 문화의 저력을 부산시와 각 구청이 외면해서는 안 돼요. 편협하고 고정된 시각이 아니라 비보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시각에서 비보이 문화를 바라본다면 부산이 새롭게 비보이 문화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 열린 부산국제무용제 폐막 공연으로 비보이를 올렸던 김희은 집행위원장의 주장이다. 물론 부산 비보이들이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기획력을 높이고 다른 문화단체들과 활발한 교류 행사를 갖는 등 자체적인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부산시에서도 사라져가는 비보이 문화를 살리자는 지역 단체들의 움직임에 동의해서 한때 용두산 공원의 비보이 공연(용골 프로젝트)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비보이들이 직접 문화 기획자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