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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여행기 (13) 지구 위의 평범한 청춘들

조용석 |2011.08.27 11:16
조회 138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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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여행기 (1) 여행을 결심하다.루마니아 여행기 (2) 여행을 준비하다!루마니아 여행기 (3) 루마니아 가는 길루마니아 여행기 (4) 부카레스트에서의 첫 날루마니아 여행기 (5) 부카레스트 관광루마니아 여행기 (6) 안드레아를 만나다루마니아 여행기 (7) 고마워요, 안드레아!루마니아 여행기 (8) 바이아 마레, 뜻밖의 인연루마니아 여행기 (9) 시게투에서의 내 마음루마니아 여행기 (10) 시게투에서는 히치하이킹이 개념!루마니아 여행기 (11) 안녕, 시게투. 모두 안녕.루마니아 여행기 (12) 젊음의 도시, 클루즈 나포카루마니아 여행기 (13) 지구 위의 평범한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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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 아니 점심. 오늘 아침에 잠들었다가 눈 떠니 점심이라는 표현이 맞으려나? 밤새 술을 마시고 클럽에서 춤을 추고 또 돌아와서 술을 마시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나는 안드리아의 침대에 누워있었고 그녀는 남자친구와 함께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여행까지 와서 늦잠을 잘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라고하긴 벌써 점심.. 아직 잠들어있는 안드리아와 미하이가 깨지 않게 조심히 방에서 나와서 부엌으로 향했다. 설마 아직까지 누군가 포커를 치고 있지는 않겠지...? 싶었는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다 ^_^
정신 없어 보이는 이 곳이 안드리아와 미하이의 방.국경에 상관 없이 젊은이가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한 모양이다
 사진을 보면 보일지 모르겠지만 장롱 위에 기타가 보이지 않는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 기타가 가장 신경이 쓰였다. 기타를 안 친지 너무 오래됐어!! 손이 근질근질해! 나중에 안드리아가 일어나면 쳐볼 수 있는건지 물어봐야지~ 오호호호홍
 그렇게 혼자 부엌에서 클루즈 나포카의 아침 (이라고 쓰고 점심이라 읽는다) 을 맞이하고 있었다. 날씨는 참 좋았다. 부엌 문을 활짝 열어놔도 하나도 춥지 않을 만큼 아무 맑고 상쾌한 공기가 가득했다. 이런 곳에서 너무나 재밌는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정말로 기뻤다.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참 그렇게 똥폼을 잡고 있는데 어느새 부스스 일어난 안드리아가 나에게 다가왔다. 부나 지와.  잘 잤느냐는 인사를 주고 받고는 잠시 아무 말이 없던 안드리아. 많이 피곤해던 모양이다. 물 몇 잔 들이키고 나서는 오늘 계획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계획이라.. 클루즈 나포카에서의 계획..
 그런거 없ㅋ엉ㅋ
 생각해보니 클루즈 나포카에서는 뭘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기차 안에서 론리 플레닛을 보면서 여기에 뭐가 있는지 확인조차 안 했었어!! 이 곳에 도착해서는 그저 흥청망청 술이나 먹다가 어제 하루를 지세운 것이 전부였구나.
 하지만 뭐 그렇다고 해도 큰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안드리아뿐만 아니라 여러 친구가 사는 이 곳에 자유롭게 각자 할 일 보고 시간되면 들어와서 잠만 자면 되는.. 뭐 그렇게 보내면 되지 않겠는가? 그러니 안드리아는 미하이하고 약속이 있거나 볼일이 있으면 나 신경 쓰지말고 놀라고 말했었다.
 안드리아 : 그래? 그럼 같이 쇼핑 안 갈래? 미하이랑 친구들이랑 백화점 가기로 했었거든. 용석 : 백화점? 그러면 음악 CD도 팔고 그런가? 안 그래도 부탁 받은 CD가 있었는데 안드리아 : 백화점이니까 당연히 있겠지. 같이 가자~
 그때 갑자기 바이아 마레에서 만난 '변화의 첫걸음' 정연욱 이사님의 말이 떠올랐다. "클루즈 나포카 가면 오페라를 꼭 보세요. 내용도 굉장히 좋고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좋을거에요"  용석 : 아, 혹시 이 근처에 오페라관도 있어? 아는 사람이 거기가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안드리아 : 오페라..? (잠시 생각하다가) 아! 거길 말하는건가.. 내가 인터넷으로 찾아볼게.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공연이 없다는 안드리아의 말에 그냥 맘편히 이들과 쇼핑을 가기로 결정!
다들 언제 일어날지 몰라서 일단 일어난 사람들끼리 먹기 시작한 아점
어제 먹은 살로미와 각종 치즈들을 함께 곁들여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게다가 안드리아가 직접 타준 커피까지 마시니 빵 몇 조각만으로도 배가 든든!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냄새와 안드리아와 내가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깊은 잠에 빠져있던 내 친구들을 일어나게 만들었다. 좀비같은 모습으로 하나둘 나타난다. 그리고는 능숙하게 커피를 타먹으며 준비된 아점을 먹으면서 서서히 생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문뜩 아침에 봤던 장롱 위 기타가 생각나서 물어보니 쳐도 된다며 직접 갖고왔다.
 여행을 떠난지 열흘이 넘어가도록 기타를 안 쳤더니 손가락이 근질근질했던 탓도 있었지만 이렇게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으니 기타만 잡으면 정말 근사한 노래는 몇 개라도 쓸 것 같았다.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흥에 취해 지금의 기분을 노래하면서 함께 어울려 놀았다.
Made in Romania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의미가 되는 기타였다.
친구들이 모두 일어나자 다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한 곡조 멋지게 뽑아내고 있는 안드리아!
 용석 : 아, 오랜만에 기타 치니까 정말 좋다. 안드리아 : 용석, 빌려갈래? 용석 : 헐.. 농담이지?  안드리아 : 아니, 정말이야. 여행할 때 들고다니다가 나중에 택배 같은걸로 보내주면 되잖아. 용석 : (웃으며) 고맙기는한데 그냥 싼거 하나 사는게 낫겠다 ㅋㅋ
 그정도로 나를 끔찍히 생각해주는 안드리아의 친절에 정말로 고마울 지경. 애초에 나를 거두어줘서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는데.. 오늘 함께 백화점에 가면 간단하게 뭐라고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오빠가 푸대접이라고 한번...

 백화점은 안드리아와 미하이, 요한과 모그단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이서 함께 가기로 했다. 나는 근처에 있는 곳에 가는 줄 알았는데 미하이의 차를 타고 멀리 있는 - 큰 마트에 간다고 했다. 클루즈 나포카도 결코 작은 도시가 아닌데 도대체 얼마나 큰 마트를 가려고 그렇게 멀리가나 싶었다. 아니, 그보다도 이들은 무슨 볼일이 있길래 큰 마트에 이렇게 여럿이서 가는 건가 싶었다.
 용석 : 근데 다들 백화점에는 왜 가는거야? 미하이 : 아, 나는 새로산 바지가 있는데 수선을 좀 맡겼거든. 요한 : 나는 새 모니터 좀 살까 하는데.. 당장 살건 아니고 그냥 좀 알아보려고..
 진짜로 정말로 레알 순도 100% 별거 아닌 사연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대화가 너무 좋았다. 멀리서 날아온 내가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자라온 이들과 아무런 이질감 없이 섞이는 순간이었다. 만약 그들이 내가 이해할 수 없다거나 특별한 일 때문에 마트에 간다고 하면 신기해하긴 했겠지만 친구라고 하기에는 뭔가 괴리감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새로운 무언가.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소로운 일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친구끼리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대화인 것 같아서 좋았다. 우리 모두 평범한 지구의 젊은이 아닌가! 나도 음악CD나 좀 사려고 한다고 하니까 그들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듣는다. "같이 찾아줄게"
미하이의 자동차. 나는 차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남자지만,미하이는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 그 또한 평범한 지구의 남자였다.속도를 즐기면서 운전을 조금 거칠게 하는게... 정말 지구의 남자임이 틀림없었다 ㅎㅎ
그들이 말한 큰 마트란... 까르푸였다!!
 자동차로 20분 정도 달려서 도착한 곳은 클루즈 나포카 외곽에 위치한 까르푸 이 역시도 괜히 흐뭇해지는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너무나 친숙한 공간이니까.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들과 함께 지내온 것처럼 차에서 내려 까르푸로 향하였다.
 일단 가장 먼저 우리를 모시고 온 미하이의 볼일인 바지 찾는 일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요한과 모그단은 배가 고프다면서 푸드 코트로 가겠다며 이따가 보자고 했다. 안드리아가 '너는 어쩔래?' 라고 묻길래 나도 혼자 구경이나 하지 뭐 하며 다들 흩어졌다. 요한은 혹시 모르니 자기 번호를 알려줄테니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를 하란다.
 까르푸라는 공간이 낯설지도 않으니 별로 걱정될 건 없었다. 길을 잃어버릴 거 같지도 않았고. 어차피 백화점이란 거기서 거기이니 천천히 구경하다가 약속한 시간에 푸드코트로 가면 되겠지. 나는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음악 CD나 사고 선물 살 거리가 있으면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는 까르푸
찾는 음악 CD가 있을까 싶어서 기웃거리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기도 했다
DVD 코너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아참, 찌린내 나는 신발끈에서 벗어나고자 신발끈도 하나 샀다 이 모든걸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정도이니 - 걱정될 일은 없었다.
 15분쯤 지나니 안드리아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네는 볼일이 다 끝났다고. 나도 아무 목적 없이 걷고 있던터라 푸드 코드에서 다시 다같이 만나기로 했다. KFC 앞에서 햄버거를 먹고 수다를 떨고 있는 요한과 모그단의 모습이 보였다.
 요한 : 뭐 좀 샀어? 용석 : 선물이랑 신발끈 좀 샀어. 모그단 : 음악 CD도 산다고 하지 않았어? 용석 : 어, 근데 없는 거 같아. 요한 : 그래? 혹시 모르니까 이따가 같이 가보자.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내가 못 찾은 건 아닌가 지레 걱정을 해주는 눈치였다. 무..물론 내가 영어를 잘은 못 하니까 못 찾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없는걸거야!! 이렇게 대형 마트의 점원들은 웬만큼 다 영어를 하고 있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더 나아가 생각해보니 이 곳 클루즈 나포카는 확실히 마라무레슈와는 많이 달라서 어느 곳을 가더라도 영어로 쉽게 의사소통이 되었던 것 같아 - 우리나라 만큼이나.
우리나라 사람들 영어 실력은 좀 쩔어주지~일류대학이라고 하는 서울대생의 영어 실력이 이정도라규!!
 예상보다 각자의 볼일이 너무 빨리 끝나서 뭘 하면 좋을지 다들 몰라 했다. 일단 하염 없이 어디론가 걷다가 문뜩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이길래  안드리아가 미하이에게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조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모습을 보니까 요한도 모그단도 하나같이 미하이에게 조른다.
 요한 : 미하이 돈 많이 벌잖아! 좀 쏴! 안드리아 : 안드리아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_< 모그단 :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이 때 나 혼자 멀뚱 멀뚱 혼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용석 : 아! 루마니아 아이스크림은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결국 아이스크림 구입 ㅋㅋ
 나는 루마니아의 아이스크림 맛이 궁금하다고 말해놓고는 그냥 물을 샀다. 그리고 미하이를 곤경에만 빠트리게 했을 뿐 계산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내가 했다. 마트로 오기 전에 무언가 대접을 하고 싶었는데 이런 소소한 아이스크림이라도 쏘는 것이 진정한 친구 사이에서, 평범한 청춘 남녀가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분수가 근처 벤치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문뜩 요한이 내게 물어왔다.
 요한 : 근데 용석, 너 루마니아에는 왜 온 거야? 용석 :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콘스탄틴 게오르규라는 사람이 있거든.  요한 : 작가? 소설가야? 용석 : 응 '25시'라는 소설을 쓴 사람인데.. 혹시 몰라? 루마니아 사람인데.. 요한 : 콘스탄틴 게오르규.. 글쎄.. 모르겠네.. 남자인가? 모그단 : (대뜸) 야, 게오르규라는 이름이면 당연히 남자지, 여자겠냐? 요한 : (발끈) 아니지! 여자일 수도 있지!! 모그단 : 여자 이름 중에 게오르규 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어딨어!! 요한 : 왜 없어!! (잠시 생각하다가) #$^#%#$$ 게오르규 있잖아!!!
 요한이 누군가의 이름을 말하긴 했는데 누군지 잘 모르겠다. 암튼 그런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모그단 : (있긴 있네...) 그래도!! 상식적으로 게오르규라면 남자이름이지!!
 그렇게 둘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왠지 모르게 엄마 미소를 짓게 된다. 그래.. 애들은 싸우면서 커가는 거지.. 그러면서 정드는 거고... 그래야 진짜 친구지.. 그들의 정겨운 모습을 보니 한국에 있는 나의 친구들이 떠올랐다. 지금쯤 다들 뭘하고 있을까.   사실 여행 도중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에서는 종종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게다가 루마니아는 생각보다 인터넷 보급율이 높아서 무선 인터넷이 잡히는 곳이 많았는데 그럴 때면 그간 있었던 일들이나 보여주고 싶은 사진들을 올려서 친구들과 공유하기도 했었다.
이런식으로 친구들과 소식을 공유했었다.친구들도 루마니아 얘기만 나오면 내게 바로 알려주었는데 왜 하필 저런...(첫번째 리플은 바이아 마레에서 만난 나의 절친 닥터 안드레아 빌트!)
 안드리아는 새로 구두가 사고 싶다고 미하이랑 구경을 가겠다고 했고 요한과 모그단은 원래 이곳에 온 목적대로 컴퓨터 모니터 좀 알아보겠다고 했다. 나보고는 어디에 끼겠냐고 하길래 - 당연히 커플 그룹을 거부하고 요한과 모그단 그룹으로.. 무엇보다 이 친구들도 우리와 똑같은 청춘이기에... 여자와 쇼핑을 하는 선택을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나와 모그단, 요한은 함께 까르푸 컴퓨터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아이 쇼핑을 했다. 확실히 전자제품에는 삼성과 LG 제품이 많이 보였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극단적일 정도였다. 삼성과 LG 제품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끔가다 필립스나 소니의 제품이 보일뿐이었다.
 요한 : 그러고보니.. 삼성이 한국꺼지? 용석 : 응, LG도 한국꺼야. 모그단 : 삼성이나 LG 꺼가 좋기는 한데.. 너무 비싸.. 용석 : 어 -_- 미안.. 요한 : (웃으며) 아니 ㅋㅋ 네가 사과할 이유는 없지..
아까와 같은 장난기 없이 진지하게 쇼핑을 하는 모그단과 요한역시 사람은 돈 쓸 일 앞에서는 웃음이 사라지는 모양이다..
 모그단 : 너는 한국에서 삼성이든 LG든 막 쓸 수 있겠다. 용석 : 아. 근데 나는 삼성이나 LG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 특히 삼성은.. 요한 : 왜? 용석 : 되게 못된 기업이거든.. 노동자들을 엄청 착취하고... 모그단 : 그래?
 잠시 정적...
 모그단 : 요한, 우리 필립스꺼 살까?
아하.. 그러세요..??
 아무튼 요한과 모그단은 결국 무얼 살지 정하지 못 한 채 매장만 계속 돌아다녔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우리 남자들은 백화점에 들어와있다는 사실만으로 지쳐가는데 아직 구두 하나를 사기 위해서 떠난 안드리아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어디에라도 앉아서 좀 쉬려고 하는데 저 멀리 헌 책방이 보였다. 심심한데 책들이나 구경할까 하는 마음으로 모두와 함께 책방으로 갔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콘스탄틴 게오르규의 책을 찾아보았다. 만약에 뭐라도 있다면 게오르규를 모르는 이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없었다...영어의 장벽 때문이 아니라 정말 없었다..아무래도 루마니아에서는 크게 유명하지 않은 모양이다.
 요한과 모그단은 몇 권의 책을 샀다. 고전 소설이었는데 정확히 뭔지는 잘 모르겠다. 어디든 헌 책방에서 책을 구입하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인 것 같다. 싸게 구입하는건 물론이고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책을 발견하는 기쁨이란 - 나도 한국에서 종종 누리는 기분이었다.
 또한 괜한 사대주의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책은 쓸데 없이 표지나 재질이 좋다. 어떨때는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닌 장식을 위해서, 소유를 위해서 구입하는게 아닐까 하는 정도. 그에 반해 서양의 책들은 재질도 안 좋고 표지가 얇게 되어있어서 그런지 가격이 참 저렴하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겉만 번지르르하게 한 국내의 도서들은 정말 구입하기 싫어진다. 그런 마음에 기념으로 루마니아 책이라도 일단 사볼까 싶었는데 좀 괜한 짓인거 같아서 관뒀다.
 사봤자 이렇게 밖에 안 쓰겠지...
 요한과 모그단과 수다를 떨면서 좀 쉬고 있는데 이제야 안드리아에게 연락이 왔다. 들려온 대답은 "맘에 드는게 없어서 안 샀어 ㅋ" 였다. 안 따라다니길 참 다행이었다.. 우리는 주차장으로 나가는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그렇게 까르푸 쇼핑을 마쳤다.
 입구로 나가니 안드리아와 미하이가 웬 비닐봉지 가득 장을 봐놨었다. 모그단이 뭐냐고 묻자 저녁에 해먹을 스파게티 재료라고 한다. 와인도 한병 샀다고 했다. 안드리아는 오늘 저녁은 자기가 까르보나라를 해줄테니 기대를 하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왠지 이 친구들이 너무 정겹고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 지내온, 그런 친구들처럼 느껴졌다.
 함께 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향하던 시간이 오후 5시쯤. 늦게 시작한 하루라 하루가 짧았다. 이제 슬슬 어두워질 것이기 때문에 딱히 밖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없을텐데 무얼 하면 좋을까. 한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안드리아가 함께 시내 구경을 하지 않겠느냐고 먼저 제안해 왔다. 어쨌든 클루즈 나포카에 왔으니까 이곳도 한번 둘러봐야하지 않겠느냐면서...
 나야 어찌됐든 상관이 없었으니 안드리아만 괜찮다면 상관 없다고 대답했다. 미하이는 잠깐 일 때문에 어디를 다녀와야한다고 했고 요한과 모그단은 포커 칠 생각만 했다. 저녁은 미하이까지 돌아오면 다같이 먹는걸로 하고 나와 안드리아는 시내 구경을 하기로 결정!
일단 모두 집에 도착하여 장 본것을 집에 두고 나와 안드리아는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한 루마니아의 클루즈 나포카
이곳 역시 교회 건물들이 참 많았다.이 건물은 얼마전 재건 공사를 마치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교회라고 한다.
때마침 예배 중인 교회도 있어서 살짝 들어가보았다.안드리아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어릴적 부모님따라 성당 가본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안드리아가 다녔던 대학도 한번 가보았다.우리나라 대학과는 전혀 다른 - 정말로 학교 같은 느낌이었다.쓸데없이 캠퍼스 꾸미고 건물만 지어대는 우리나라와는 너무 달랐다.아마도 이곳은 국립대 비율이 높기 때문에 돈장사하는 사립대와 다른거겠지.
그녀의 친척이 하는 가게에 들여서 잠시 수다를 떨기로 했다.
 나는 역시나 맥주, 그중에서도 츅 (Ciuc)을 시켰고 그녀는 커피 한 잔을 시켰다. 앞서 말했듯 헝가리계인 안드리아는 자신이 친척과 헝가리말을 하는걸 내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안드리아와 그녀의 친척이 내 앞에서 뭐라고 쏼랴 쏼랴 떠들어대기는 했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외국인이 봤을 때 한국어로 말하나 일본어로 말하나 난해하게 느껴지긴 마찬가지 아닐까.
 미하이가 생각보다 늦어질 것 같다는 그녀의 말에 우리는 카페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정말 허울 없는 친구처럼 각자의 고민을 편하게 털어놓으면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미하이가 조금만 운전을 조심했으면 좋겠다는 둥 친구들이 포커 좀 그만 쳤으면 좋겠다는 둥.
 졸업은 했지만 아직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 했다 자신을 stupid girl이라 말하는 안드리아. 미하이와의 결혼하고 싶지만 그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아서 일단 일부터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고민은 저 먼 곳 한국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나이라면 누구나 한다고 위로해주면서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하루 하루를 즐겁게 살고 있지 않냐면서 일단은 즐기자고 대답했다.
 젊음의 특권은 바로 낙천적인 생각 아니겠는가!
 사실 나도 장래에 대한 불안이나 현실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살다보니까 남들하고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을뿐이다. 나라고 안 무섭겠나? 그치만 누가 나보고 이렇게 살라고 하지도 않았고 이게 재밌고 좋으니까 이렇게 된건데 굳이 책임을 따지자면 이렇게 살고 있는 내 잘 못이지, 그걸 어디에 신세한탄 하겠는가.
 나나 안드리아나 서로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은 결국 똑같은 내용이었다. 아니, 그녀와 나뿐만 아니라 지구 위에 있는 평범한 청춘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내용이었다. 나는 오늘 안드리아와 그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우리는 국경에 의해 가려지지 않는, 지구 위에 살고 있는 평범한 청춘남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고 그 사실이 너무 기뻤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피를 나누고 있기에 함께 만나고 술도 마시고 놀 수 있는거 아니겠는가?
 나는 부디 안드리아가 별 걱정 없이, 원하는 일을 구해서 미하이와 행복해지길 바랬다.
미하이가 돌아왔다는 전화에 우리는 집으로 향했고안드리아와 미하이는 함께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고기를 볶고~
부글부글 끓는 냄비에 파스타도 삶고~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에.. 계란을 투입........???
마구 비빈......다???????????
그리하여 완성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우리는 완성된 까르보나라를 나눠 먹으며 함께 산 와인까지 곁들여 먹었다. 말랑말랑 고소하게 삶은 파스타에 잘 버무려진 계란과 고기, 그리고 치즈가루. 달달한 스위트 와인으로 입을 적셔가면서 먹으니까 너무너무 맛있었다!! 근데... 이게 까르보나라라고?? 
 용석 : 안드리아! 이거 진짜 맛있다! 안드리아 : 많이 먹어! 더 있으니까 더 먹고!! 용석 : 응, 고마워. 근데 이거 파스타 이름이 뭐라고? 안드리아 : 뭐라니 ㅋㅋ 이거 까르보나라잖아 ㅋㅋ 용석 : (내가 생각한거랑 좀 다른데) 그래?? 한국에서 먹던거랑 좀 다르네. 미하이 : 한국의 까르보나라는 어떤데?
보통 까르보나라라고 하면 이런거 아니었어..?
 용석 :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한국의 까르보나라는 일단 크림이 들어가는데.. 안드리아 : 뭐..? 까르보나라에 크림이 들어간다고? 요한 : 그럼 그건 그냥 크림 스파게티잖아~ 모그단 : 나라마다 다를 수 있지. 근데 여기 까르보나라는 크림이 안 들어가. 계란으로 만들어.
 실제로 한국에 와서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흔히 알려진 까르보나라는 그냥 크림 파스타라고... 원래 까르보나라라고 하면 안드리아가 만든 것처럼 담백하고 고소하게 계란만 넣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뭐가 어찌됐든 정말 맛있었으니 일단 음식 이름에 대한 시비는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식사 후에도 내내 포커 게임에 열중하던 그들.
심지어 포커 게임 창을 7~9개나 띄워넣고 멀티 플레이를 한다 ㅋㅋ
 다같이 파스타를 먹고 또 부엌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자 다른 친구들까지 놀러와서 함께 음악을 들으며 술을 나눠마셨다.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유투브에서 틀어주면서 이 노래 어때? 저 노래 어때? 하는 그런 놀이. 나는 소녀시대 나 카라를 틀어볼까 하다가...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관두기로 했었다. 그.. 그렇다고 해서 오빠가 너희들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니니까 오..오해는 하지맛..
 친구들은 새벽 1시가 넘어가자 이제 슬슬 클럽에 가자고 제안했다. 어제 그렇게 놀고 또 클럽? 안드리아는 클루즈 나포카에서의 마지막 밤이니까 한번 질펀하게 놀아보자고 하는데... 나는 내일 아침 일찍 다음 일정지로 떠나야 하는걸... 어제처럼 놀았다가는 일정이고 뭐고...
하얗게 불태웠다가는...
정말 하얗게 불타버리는걸....

 친구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다음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하기 위해 클럽은 쉬기로.. 다들 아쉬워하며 정말 마지막 밤인데 이러기냐고 나에게 몇 번이나 입질을 던졌지만, 그들이라고 큰 결심하고 루마니아까지 온 나의 계획을 방해하고 싶었겠는가.. 그렇게 시끌벅쩍하게 클럽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하루를 정리했다.
그렇게 클루즈 나포카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추천수2
반대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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