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식오빠에게 친구가 집에 혼자 사는데
평소에 지병이 있는데 지금 발작이 일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말을 하고 이내 실수를 했다고 느꼈는데, 왜냐하면
당연히 오빠는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희진이는 한숨을 푹 쉬고 있었고 그 뒤를 의훈오빠가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희진이도 들어가면서 제 손목을 잡더군요
그제야 느꼈는데 전 제 자리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현관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면 큰 거실이 나오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방이 네칸에서 여섯칸 정도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방인지 창고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집도 있구나 싶을 만큼 엄청나게 넓었습니다
제일 안쪽에 큰방 같은 곳에서 미영이는 앉아 있었습니다
쇼파 위에 앉아 있는데 두 무릎을 모아서 쭈그리고서는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전기로 작동하는 가전제품이 다 켜져 있었고
라디오와 텔레비젼이 켜져 있었는데
라디오도 이상한 잡음만 나오고
텔레비젼은 화면이 나오긴 하는데
제대로 시청하기 힘든 이상한 깨진 화면이었습니다
문 뿐만 아니라 모든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미영이 표정은...
이상했습니다. 그러니까 몸을 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약간 앞뒤로 흔들흔들...되게 초조한 사람처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는데
그 상태에서 눈을 치켜뜨고 있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뭐라고 중얼중얼거렸는데
나테무스라 뭐 이런 발음 이었습니다.
뭐랄까 각 음절이 또박또박하지 않은 외국어 같은 그런 말이었습니다.
저는 이 발음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현식오빠가
"아프다며..."
"응, 아..아프지..."
"멀쩡하네."
"그러니까 그게..."
"병원에 전화해. 우리는 돌아갈께."
현식오빠는 아마도 그때 절 조금 이성으로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밤에 급하다고 불러내서 반가운 마음에 왔는데 상황이 이상하니까
화가 난 것 같았어요.
저는 그 때 너무 절박해서 손을 잡았어요. 가지 마라고.
"오빠 그러니까. 귀신이. 쟤가. 아파..."
그 때 오빠의 표정은 그냥 어이가 없다 못해서 화도 안난다는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그냥 뒤돌아서 가더군요,
"의훈아 가자"
의훈이라는 사람은 작은 방에 있었습니다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더군요
"의훈아 가자니까"
그 때 의훈오빠가 있던 방에 불이 꺼졌습니다
제가 보지 못해서 알지 못하지만
현식오빠가 당황한 것으로 볼 때 저절로 꺼진 것 같았습니다
"야, 거기서 뭐해, 야 왜 말이 없어."
그 때 희진이가 그 방으로 걸어들어가면서 말했습니다.
"아저씨, 저 사람 좀 말려주세요."
"뭘?"
희진이가 입구에 서자 그제야 의훈 오빠가 천천히 뒤로 돌았습니다.
그리고 웃는데 표정이 정말 무서웠습니다.
입 한쪽 끝을 올리고 방 구석을 멍하니 노려보면서
킥킥 거리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희진이가 앞으로 천천히 걷자 박자를 똑같이 맞춰서 뒤로 조금씩 가더군요
그러더니 희진이를 보았습니다
"왜요, 왜 그러세요"
처음 봤을 때는 우리에게 분명 반말을 했는데 갑자기 존댓말을 했습니다.
"아저씨 거기서 뭐해요. 뭐하고 싶은데요"
"왜요. 오늘은 장마비가 뒷짐지고 장사하는데.
앞으로 뒤로 닭날개가 그런데 왜요"
말도 안되는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
"형 닮아서 정이 간다 그지?"
말 없이 고개를 숙이더군요
"비는 오고 형은 멀어 안 보이고 다리만 건너면 되는데."
그리고 손을 뻗으려고 하니까 의훈 오빠는 놀란듯 아아...
소리를 지르며 뒤로 빼더라고요.
현식오빠가
"아 뭐야 늬들. 뭐해? 그리고 넌 뭔데 반말이야? 알아 우리?"
그리고 의훈오빠 손을 잡고 가더군요.
"넌 갑자기 뭐해 거기서."
그 때 희진이가 말했습니다.
"이틀 전에 삼촌 돌아가셨죠."
희진이에 말에 현식오빠가 서더군요.
"뭐야? 너 누구야?"
"삼촌이...."
눈을 감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너무 춥고 깊다. 물 속이다. 평생을 물에서 살았는데..."
그리고 다시 잠시 눈을 감더니
"결국 신발을 전해주지 못해서. 죽어도 눈을 못 감았다."
그 말 듣고 현식오빠 표정이 확 변하더군요.
갑자기 울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너희들 뭐야? 누구야? 뭐 사기꾼야? 꽃뱀이야? 응?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봤어? 죽긴 누가 죽어 우리삼촌이 왜 죽어."
"야. 정화. 너 뭐하는 애야? 민기도 너 이러는거 다 알고 있어??
(정화는 저희 어머니 이름, 민기는 저희 어머니 사촌형 되시는 분입니다.)
그 때 미영이가 몸을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흔들의자에라도 앉은 것처럼. 점차 폭이 커지더군요.
전 그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모든게 꿈이었으면 좋겠고 뭘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괜히 무서워서 모든걸 확대해석 한 건 아닐까.
희진의 팔을 뿌리치고 욕한것도 내가 무의식적으로 한 것은 아닐까.
미영이의 폭이 점점 커졌습니다. 앞으로 쓰러질만큼 아슬아슬하게요.
희진이가 잡아라고 말하더군요.
"잡아." "잡아라고." "잡아" 점점 희진이 목소리는 커졌고 그만큼 폭은 더 커졌습니다.
그 흔들리는 모습이 뭐랄까
보통 사람이 몸에 힘을 주고 앞뒤로 흔들면 하체부분에 뭔가 움직임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것 전혀 없이 심지어 자연스럽게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몸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보다못한 희진이가 잡으러 가더군요. 희진이의 손이 닿으려는 찰나에
머리는 앞을 향해서 돌진했고 희진이 몸에 약간 부딪히고 그대로 미끄러져서
바닥에 머리를 찧었습니다.
이대로 죽는건가 싶을만큼 엄청나게 세게 부딪혔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옆으로 고꾸라지더군요.
가까이 갔는데 손목에 칼자국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자해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한두번 긋는 정도인지 알았는데 이건 완전 살점을 다 도려낸 수준으로
엄청나게 깊고 굵은 상처들이 열개는 넘어 보였습니다.
희진이는 얘를 눕히려고 하고 있고
현식오빠는 멍하니 있고
의훈오빠도 멍하니 있고
저도 멍하니 앉아서 손목의 칼자국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식오빠는 잠시 어디로 가더니 휴지와 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사실 피는 거의 안 나고 멍이 들었지만 그래도 대충 닦고
저보고 베개 같은 걸 가져오라고 하더군요
저는 얼어서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만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다시 현식오빠가 가지고 오더군요
그걸로 눕히고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희진이가 다시 그러더군요.
"집에 가자. 정말 위험하다. 이대로 둬도 오늘은 안 죽을꺼야.
그리고 의훈오빠는 우리집에 가봐야 될 것 같아.
정화야 제발 가자."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현식 오빠는 거실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고
의훈 오빠는 여전히 구석을 보고 있더군요.
그 때 미영이가 제 팔을 잡았습니다.
눈을 뜨고 절 보자 말자 갑자기 미친듯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격렬하게 모든 것을 토해내듯이.
눈물이 흐르는 상태로 말하더군요.
"나 살려줘. 살려줘."
그러자 저도 갑자기 눈물이 나오더군요.
너무 무섭고, 슬프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희진이가 그럼 혼자 남는다고 저희들보고 집에 가라고 하더군요.
의훈오빠는 애기가 하나 붙었는데, 아직 자기 의식도 남아 있을꺼라고,
그래도 이런데서 달고 가면 위험하니까 꼭 자기 집에 가보라고 하더군요.
장마에 물에 휩쓸려 죽는 애기라고 했습니다.
바뀐 미영이를 보니까 갑자기.
그 전에는 다른 사람 같아서 도망치고 싶었는데,
지금은 같이 옆에 있어주고 싶더라고요.
저도 같이 있겠다고 하니까 현식오빠도 고민하더니
일단 있어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방해된다고 2층가서 있어라고 하더군요
그리 방문 닫고 입구에 백반을 발라놓으라고 했습니다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대로 했고
백반이 뭔지도 모르겠고 혼자 돌아다닐 엄두도 안 나서
2층에 제일 먼저 가서 앉았습니다
현식오빠랑 의훈오빠도 올라오더군요
현식오빠는 아직 상황이 잘 납득이 안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백반..."이러니까 잠시 고민하더니 그냥 누웠습니다
잠시 후에 희진이가 올라와서 뭘 붓는 소리가 나고
문 앞에서 한참을 중얼대다가 내려가더군요
저는 제가 겪을 수 있는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런 이성적인 생각이 들지 않고 몸만 계속 떨리더군요.
그런데 그날 새벽에 일어났던 일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얼핏 잠이 들었고, 그렇게 새벽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