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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어떻게 살았는지 올해 추석에 알았네요

냐옹 |2011.09.12 15:01
조회 4,537 |추천 18

저는 30대 초반 여자입니다. 엄마는 50대 중반이시구요.

스압이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이번 추석 당일에 근무라 휴가 내고 금요일에 집에 가서 일요일에 자취방으로 다시 왔어요.

금요일 오후에 집에 가니 아무도 없고 엄마만 집에 있더라구요.

집에 가다가 산 빵 썰어서 엄마랑 앉아 3시간 정도 대화를 했습니다.

남자친구 얘기도 하고.. 직장 얘기도 하고.. 그러던 중, 엄마가 너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얘기한다며 친가 얘길 꺼내시더군요.

 

저희 아빠 형제는 아들들만 있습니다. 막내를 제외하고는 모두 할머니 친아들이 아닙니다.

할아버지가 재가를 하셨는데 중간의 자세한 사항은 몰라요.

어쨌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할머니에게는 다섯 아들과 다섯 며느리가 있는거죠..

 

앞,뒤 다 자르고 결론만 얘기하자면..

저희 부모님을 제외하고 나머지 8명에게 저희 할머니가 입에도 담지 못할 욕을 30년 동안 해왔다는 겁니다. 저희 엄마에 대해서요..

이유는.. 용돈을 안줬기 때문이랍니다.

죽일X부터 시작해서 못돼 쳐먹은 X.. 독한X.. 엄마가 딸 앞이라 순화해서 말하고 중간에 울컥하셔서 얘기가 끊기기도 하고 했지만 암튼 그랬대요.

 

저희 가족 초반에 아빠 벌이가 시원치 않아 정말 아등바등 살았습니다.

유치원 때는 새벽부터 엄마가 미싱 돌리는 소리에 깼고, 학교 다닐 무렵에는 2교대로 공장에서 일하셨습니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저녁 7시에 퇴근하거나, 저녁 7시에 출근해서 아침 7시에 퇴근하거나.. 이 생활을 딱 20년 하셨죠. 그것도 주6일로..

명퇴 비스무리하게 공장에서 퇴직하시고 딱 1년 쉬시더니 아빠 사업하는거 돕겠다고 또 열심히 쫓아다니시는 중입니다.

아빠가 집안일 도와주고 그런 성격도 아니라 일하고 와서 밥하고 설거지 하고 청소하고..

저는 장거리 통학을 해서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2시에 귀가하느라 도와드리지도 못했죠.

 

할아버지가 공무원이셨기 때문에 할머니는 연금을 받아쓰시는데 저희 어렸을 때는 저희 네 가족 벌이보다 훨씬 넉넉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두 분이서 그 연금 쓰고 아들들이 용돈 주고..

우리 네식구는 아빠 벌이 시원치 않아.. IMF때 사업 망해서 공장 옆에 딸린 단칸방 살아..

고등학교 때 차비 1300원이 없어서 학교 못갈뻔한 적도 있어요.. 그 시대에요..

자식 새끼들 대학교는 커녕 고등학교도 못 가르치게 생긴 마당에 넉넉한 할머니 용돈 드려야 됩니까?

아빠는 돈 엄청 잘 벌어다 주는데 엄마가 나쁜 X이라 돈 안준다고 그랬대요.. 참나..

 

겨우겨우 아끼고 노력하고 어떻게든 일어서서 엄마 뼈빠지게 일하고 아빠 사업도 운좋게 틔여서 저희 두 남매 사립대학교 빚 없이 졸업시키고 저는 안정적이고 벌이 괜찮은 직장에 취업하고 동생은 대학원까지 갔네요.

생각할수록 저희 엄마 정말 대단합니다...

 

어쨌든 집안 사정 나아지면서 저희 집도 한푼두푼 모아서 할머니 용돈 드리고 그랬습니다.

아들들끼리 통장도 만들어서 대비도 해드리고 보험도 들어드리고..

근데 30년을 남도 아닌 우리 가족들한테 한마디로 엄마를 씹고 다닌거죠..

그러면서 돈은 넙죽넙죽 다 받고..

솔직히 아닌 말도 백번 하면 맞는 말로 들리지 않습니까?

우리 엄마 30년 동안 친가에서 따였습니다. 아빠 형제들도 엄마 다 무시하고.. 어린 나이에도 작은아버지들이 엄마한테 하는 말이나 행동 보면 묘하게 기분 나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거든요. 아빠도 할머니에 대한 불만만 얘기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엄마한테 달려들고.. 젊을 적에 성격 장난 아니었어요....

 

제가 뭐 작은 잘못이라도 하면 부엌에서 칼 들고 나와 죽여버린다고 하질 않나..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 얘기만 듣고 와서 못 박힌 각목으로 후려치질 않나..

사촌동생이 들고 있던 가위에 손 잘려서 피 철철 흘리며 울고 있는데 왜 우냐고 듣기 싫다고 때리질 않나..

저 갓난아기일 때 부부싸움하고 저 죽인다고 데리고 나가서 안들어온 적도 있다네요.. 하..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네요.

지금은 연세도 있고 성격도 많이 유해져서 술도 안하고 조용히 지내고 저희한테도 잘하시지만..

솔직히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가 남아서 아빠랑은 엄마처럼 연락 자주하고 속얘기 나누고 그렇게 못해요.

대놓고 제가 아빠한테 과거 얘기하면서 사과하라고 한 적도 있으니깐요..

진짜 엄마가 아빠 사람 만들어놨다고 엄마도 얘기하고 저도 인정해요.

저희 엄마 그렇게 살아왔는데..

 

올봄에 할머니 빼고 집안 어른들 다 모인 자리가 있었는데 그 때 다 알게 된거에요. 엄마도..

집안 어른들 누구 하나 말해 준 사람도.. 물어본 사람도 없었던 거죠..

다들 우리 엄마 없는 데서 수군수군 욕했겠죠

30년 동안 뼈빠지게 새끼들 데리고 살았는데 집안에서 그냥 등신이었던 거에요. 우리 엄마는..

 

제 동생 임신했을 때, 예정일 일주일 전까지 할머니가 들들 볶아서 매일같이 하루에 세시간씩 버스 타고 왔다 갔다 하다가 버스에서 양수 터져서 제 동생 낳았답니다.

이 부분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하면서 꾹 참는데 할머니고 뭐고 진짜 쫓아가서 다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할아버지 연금을 한꺼번에 찾아서 다 써버렸다네요. 그리고 당신은 폐지 줍고 다니신대요. 어른들 의견은 아마 친아들인 막내 줬을 거라네요. 게다가 돈 문제로 다른 형제들하고도 트러블 자꾸 생기고 연 끊기 시작하고.. 그제서야 우리 엄마 30년 동안 당하고 살았다는걸 모두가 알았던 거에요. 자기들 불편하고 힘든 일 생기니까 이제서야...

아빠도 무한 할머니 편 들다가 최근에야 알게 된거구요..

 

엄마가 워낙에 안좋은 일 자식들한테 얘기 안합니다.

전 아빠가 할머니 친자식 아니라는 것도 5년 전에 알았을 정도에요.

저희 큰이모 재혼하신 것도 10년 후에야 알았네요.

 

그런 엄마가 얼마나 속이 썩어 문드러졌는지 딸자식 붙들고 세시간 얘기하시네요.

눈물 꾹꾹 참아가면서 이제 할머니랑 연 끊겠다고, 참고 살아온 30년이 원망스럽다고 하네요.

이번 추석.. 근무만 아니었으면 가서 진짜 다 엎어버리고 싶었는데..

좀 전에 전화했더니 아침 일찍 차례만 지내고 외갓댁으로 가셨더라구요.

차례고 제사고 다 큰집으로 옮겨졌는데 돈 문제로 아들들하고 다 틀어졌으니 누가 모시러나 갔을지 모르겠네요. 뭐.. 다른 아들들 공부도 제대로 안시키고 나홀로 재수시켜 대학 보낸 친아들이 잘 하겠죠.

 

아.. 엄마 속상할까봐 그 앞에서는 덤덤하게 듣고 그냥 인연 끊으라고 그 말만 했는데..

곱씹을수록 화가나고 열이 뻗쳐서 익명으로 여기에다 속풀이 좀 합니다.

추천수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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