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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은 꼭 우리 아빠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아빠딸 |2011.09.17 01:56
조회 110 |추천 2

언젠가 한번은 꼭 우리 아빠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우리 아빠를...

 

잘 쓰는 글은 아니지만...그래도 한번정도는 써보고 싶었습니다.

 

일단 저희 아빠는 정말 법없이도 살 사람입니다.

 

정직하고 낙천적이고 유머러스하고..정말 최고의 아빠예요...

 

또 밖에서 무슨 안좋은 일이 있어도 집에서 내색한번 안하고....

 

그런 아빠를..저는 어렸을 때부터 초등학교 3~4학년때까지 아빠의 정확한 직업을 몰랐습니다.

 

나중에서야 어렴풋이 아빠가 구두수선을 하는걸 알았습니다.

 

어떻게 딸이 되서 몰랐을 수 있겠냐 하겠지만...

 

부모님은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부끄러움을 주기 싫어 일부러 말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아빠의 직업을 알게되서도 친구들에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너희 아빠는 뭐하셔?"라는 질문에 "그냥 회사 다녀.."라며 얼버무려 말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괜히 부끄러웠나 봅니다.

 

이런 못난 딸인데도 아빠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며 애지중지..온갖 사랑을 주셨습니다.

 

사춘기가 되면서 저는 점점 아빠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왜 우리 아빠는 더 좋은 직업을 갖지 못했나' 라며 불만도 갖으며 아빠한테 괜한 짜증도 부렸습니다.

 

아빠가 무슨 말만해도 귀찮다며 방으로 들어가버리기 일수였고..그때마다 아빤 몹시 서운한 표정이었죠..

 

뭘 부탁해도 나중에 해준다고 하고 그냥 무시하곤 했어요..정말 못됐죠...

 

중학교 졸업식때 아빠도 졸업식에 참석하고 싶다 하셨습니다. 저는 극구 아빠는 오지말라고..다른 친구들도 엄마만 온다며 아빠는 못오게 했습니다.

 

아빠가 부끄러웠던 것입니다. 참 못된 딸이지요?

 

엄마는 졸업식날 조용히 물어봤습니다. "너 아빠가 챙피하니?" 저는 얼른 "아니야..무슨..."

 

엄마는 다시 "아빠가 얼마나 오고싶어했는데.."

 

저는 더이상 대꾸하지 못했습니다.

 

그 날 아빠한테 너무나 미안했고 지금까지도 너무 죄송하고 저 또한 마음 속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일이었다고..아빠한테 용서를 빌고 싶습니다.

 

우리 아빠...핸드폰이 있어도 핸드폰값 아낀다며 공중전화 찾아서 전화 걸구요..점심도 도시락이나 아니면 자장면..그것도 일부러 불려드시곤 했습니다.

 

그런 아빨 엄마는 궁상이라고 하지만 다 알지요..한푼이라도 아껴서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더 쓸 수 있게 하려는거...

 

대학교 1학년때 갑자기 아빠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잘알지도 못하는 동네 후배라는 사람이 술마시다가 아빠한테 시비를 걸더니 급기야 저희 아빠 눈을 상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아빠는 병원으로 후송되서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한쪽 눈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됩니다.

 

저는 아직도 그 날을 잊을 수 없고..아니 평생 잊을 수 없을테지요..

 

너무나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빠는 워낙 낙천적이어서 오히려 엄마와 저를 위로했지요

 

지금도 한쪽눈만 보이는데..사실 너무 걱정됩니다.

 

한 쪽 눈으로만 보니 시야가 좁을 수 밖에 없고..거기다 눈도 쉽게 피로해지죠..그리고 시력도 떨어지고..

 

요새 가끔 집에 가서 아빠 눈을 보면...너무 마음이 아파 제대로 쳐다도 못봅니다.

 

그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고들이 아빠한테 일어나서 정말 못된 나때문에 괜히 아빠가 대신 벌받는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

 

구두수선일을 하시다가 잠깐 다른 일도 하셨지만..마음과는 다르게 일이 잘 안풀려 실패를 하곤 했지요..

 

그럴때마다 나한테 너무 미안하다며 "내가 재수가 없는 놈이라 그래"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때마다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지...

 

항상 아빠가 너무 안쓰럽고 고맙지만..마음과는 다르게 좋은 말이 아닌 무뚝뚝하고 귀찮다는 듯한 말투가 먼저 나갑니다.

 

다른 딸들처럼 애교 많고 상냥한 딸이 되고 싶은데...그게 마음같지가 않더라구요.

 

아빠만 생각하면 너무 가엾고 마음 아파서 눈물만 나는데....

 

제가 먼저 전화라도 하면 너무 너무 기뻐하세요..엄마한테 딸한테 전화왔다고 자랑까지 한다네요..

 

그래서 자주자주 전화해야지라고 맘먹어도 그게 쉽지가 않네요..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아마 내일되면 언제 그랬냐는듯 또 무뚝뚝한 딸이 될 것 같네요..

 

그치만...아빠한테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빠..너무 너무 사랑하고..너무 너무 미안해...못된 딸이라서 더 미안하고..아빠 딸로 태어나서 너무 좋았어"

이 말을 넷상에서만이 아닌 아빠한테 직접 해주고 싶은데...해줄 수 있겠지요?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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