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바로 추석이 다가오니까 아버지의 부재에 더욱 눈물이 나네요.
아버지가 외아들이셔서 명절은 저희 가족만 지냈었는데 아버지가 안계시니 그 빈자리가 더 크더군요.
더구나 가족들 마음에 큰 구멍들이 생겨서 전부 끙끙 앓고 있으니 멀쩡한 저라도 가서 도와주고 싶었어요.(장례식 이후 한 달 동안 엄마, 언니, 동생, 심지어는 조카까지 연달아 응급실에 갔어요)
엄마는 의사가 입원하라 했는데도 아빠 보내드리고 처음 맞는 추석이니 집에서 보내고 싶다고 우기셔서 집에서 온종일 누워만 계셨구요.
그래서 이번 추석만큼은 꼭 저희 집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에 남편에게 동의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시부모님께도 그렇게 해도 될지 여쭤봐달라고 얘기도 했죠.
남편 반응이 그저 그랬어요. 긍정도 부정도 아니고...
그동안 시댁에서 명절 보내고 다음날 우리집 가는거 불평한 적 없었습니다.
시댁 큰집이 친정과 가까워서 명절 보내고 오는 길에 친정까지 다녀오고 싶지만 시부모님이 한 차대로 다녀오자고 하시니 중간에 우리만 친정에 내려달라고 할 수도 없어서 그냥 올라옵니다. 기름 값도 아끼고 운전 안해서 덜 피곤하다고 좋게 생각했죠.
게다가 시댁은 추석 3일전과 1일 전에 제사가 있어서 제사상 2번과 추석 차례상을 연달아 차려야하는데 남자들은 절하고 술 올리는거 말고는 하는 것도 없이 여자한테 그 많은 음식준비랑 뒷정리 시키면서 그걸 당연하다 생각해요. 그래도 더 고생하시는 시어머님과 큰댁 동서도 있으니 나는 고생하는 것도 아니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 한 번만 친정에서 추석 지내도 되냐고 한게 정말 이상한 생각입니까? 남편은 그렇대요.
시아버지께서도 제사도 아니고 명절에 친정가는건 출가외인이라 안된다고 하셨다네요.
출!가!외!인!
순간 화가나서 "뭐? 출가외인이라 안된다고! "하고 혼자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죠.
딸은 자식도 아니랍니까? 그러면서 결혼해서 출가외인인 딸은 어찌나 잘 불러들이시는지...
화나고 속상한 심정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나쁜 말이 튀어나올까봐 참았습니다.
생각을 정리해서 차근차근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아서 말이죠. 그 이후로 서로 눈도 안마주칩니다.
결국 이번 추석은 친정에서 지내다가 중간중간에 시댁에 가서 제사 2번과 추석차례 지내고 왔습니다.
추석 전날에도 친정에서 있다가 시댁 큰집엔 밤 9시에 갔었는데, 둘이 싸웠어도 늦는다는 전화는 드릴껄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야 명분이 생겨서 나중에라도 할 말이 있을거 같아서요. 그런데 화가 나서 아무것도 안했어요.(여우짓 좀 할걸 그랬나봐요.)
남편이 4시에 친정으로 데리러 온다고 하고는 8시가 넘어서 오는 바람에 시댁제사에 늦었다고 변명하는 것도 구차해서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어요. 시부모님도 친정엄마 괜찮으시냐는 말씀 외에는 별 말씀 없으셨구요.(괘씸했지만 내색을 안하신건지도 몰라요, 아님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신지도...)
그리고 연휴 끝나고 며칠 후에 남편에게 대화를 시도했는데 실패했습니다.
추석 전날 제사에 늦는다는 전화도 안드리고 제멋대로 굴었다고 시댁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하더군요.
아뭏튼 이제부터는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맘에 드는대로 살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나만 잘했다고 하는건 아니지만 대화 자체를 거부하니까 사과할까 했던 마음도 사라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사과를 받아낼 수 있을지 고민중입니다.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생각중인데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네요... 좋은 의견 부탁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