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의 자전거세계일주~4일째 무서운 아저씨
지금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사실 잘 모른다.
연운항 아래에는 아는 곳이라곤 상하이 밖에 없어서 일단 남쪽으로 내려가보기로 한다.
GPS에 표시된 N자의 반대쪽으로만 향한다.
이런 역시 어리버리다. 물은 떨어졌는데 어디 하나 가게가 보이질 않는다.
무식하게 남쪽으로만 향하고 있고, 지도가 있는데 중국어로 되어 있어서 무용지물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무식한 방법(남쪽으로만 향하기)을 계속 사용해 보기로 한다.
공사중인 다리를 건너와 잠깐 숨을 고르고 있는데, 정차해 있는 트럭이 한대 보인다.
살짝 눈치를 보고 물을 구걸해 본다.
되도 않는 중국어를 써보려고 하는데, 상대방 쪽에서 영어가 툭 튀어나온다.
‘앗싸’
너무나도 쉽게 물을 구한다. 웰 컴 투 차이나 라며, 다음에 또 방문하게 되면 자신의 집에 초대하고 싶다며 명함을 준다.
물도 구했겠다. 선배여행자님이 전날 배고프면 가다 먹으라고 사주신 빵을 꺼내 먹는다.
하나에 1위안이고, 먹으면 진짜 배부르다. 피자 끝 도우 맛이다.
자전거로 전국일주 했을 때, 한달 동안 건빵만 먹었는데, 아마 이것만 먹고 여행을 한다면 그때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여행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진 않다.
건빵만 먹다 밥이 생각나 들른 중국 길거리 식당
아는 한자라고는 고기肉 자 라 골랐는데 성공.
피망과 돼지고기를 볶은 것인데 먹는데 정신 팔려 사진을 못 찍었다.
여행초반이라 이래저래 뭔가 어설픈 내 자신을 발견한다. 정말 이등병도 아닌 훈련병의 모습이다.
여행 4일째
중국은 한창 개발 중이라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닌다.
산뜻 하게 출발하는데 어김없이 들려오는 덤프트럭의 우렁찬 경적소리에 살짝 오른쪽으로 피했는데,
바로 오른쪽에 무언가 슝 하고 지나가며 내 오른쪽 프론트랙 가방과 부딪혔다.
급하게 제동을 걸고 앞을 보니 부딪힌 사람은 오토바이.. 그냥 지나간다.
헛웃음과 함께 자전거를 살펴보니… 장난 아니다.
프론트랙 고정 부분이 휠 안쪽으로 돌돌 말아져 들어가버렸다.
두시간 정도를 이 돌돌 말려 들어간 패니어와 씨름을 하다 결국 자전거를 질질 끌고 근처 작은 마을로 들어갔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한숨을 쉬고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한 아주머니께서 자전거 고장났냐며 물어보신다. (대충 그런 것 같았음)
그래서 나도 손짓발짓으로 '자전거 타고 가는데 오토바이 쿵! 나 엄청 짜증나 있음' 이라고 설명하니 따라 오란다.
따라 간 곳은 자전거 수리점 같아 보이긴 하는데.......
엄청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망치로 자전거 휠을 쾅쾅 두드리고 있었다.
왠지 내 자전거를 맡기면 더 부셔놓을 것 같은 느낌에 무서웠지만, 방법이 없어 맡겨 보기로 한다.
그런데 무섭게 생긴 아저씨의 손놀림이 너무나 섬세하고 부드럽게 느껴져
아저씨 겉 모습만 보고 겁에 질렸던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 졌다.
휠 사이에 껴버린 랙을 빼내고 휘어버린 스포크들을 하나하나씩 빼내어 일일이 바로 세우고
심지어 자전거에 바퀴를 끼우고 휘휘 돌려 스포크를 하나하나 섬세히 조여 바퀴의 균형을 맞추는 솜씨는 과연 일품이었다.
그래서 계산하려고 물어보았더니 돈을 안받으시겠단다.
도저히 내가 다시 갚을 방법이 없기에, 억지로 돈을 쥐어 드렸다.
이럴 때 고마움을 표현할 방법으로 작은 선물을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늘을 또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