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별로 안녕 못하네요
그냥 푸념이라도 늘어놓고 싶은데 어디에다 해야 할 지 몰라서 이렇게 씁니다.
아마 길어질 것 같으니까 굳이 안 읽어주셔도 돼요^^;;
지금 저는 스물 여섯살이구요, 결혼한지 1년 조금 넘은 남자입니다.
얘기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겠네요.
2006년, 제가 스물 한 살때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같이 일하던 형의 여자친구였더라구요. 그녀를 만나고 나서 얼마 안 있다가 저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집에서 탱자 탱자 놀았습니다. 딱히 그녀의 연락처도 몰랐고 그렇게 연락할 사이도 아니었죠.
일을 그만둔지 한달 좀 안 되었는데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모르는 번호라 누구냐고 했더니 "ㅇㅇ오빠 여자친구에요" 라고 해서 아~ 하고 알았죠. 그때 그녀와 사귀던 그 형은 군대를 갔구요, 그녀와는 조금씩 연락이 잦아졌습니다. 그녀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긴 했지만 아는 형의 여자친구였기 때문에 가까워지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좀 퉁명스럽게 대했습니다.
어느날 그녀가 왜 자기한테 그렇게 선을 긋냐고 묻더니 그 형과 헤어지겠다고 자기와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당연히 고민이 되었죠. 이게 잘하는 짓일까, 하고.. 하지만 이미 저도 그녀에게 큰 호감을 갖게 된 뒤라 결국 알겠다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그 형의 여자친구였다는 걸 제 주변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와 그녀는 만나면 아는 사람들이 볼까봐 숨어다니기도 많이 숨어 다녔습니다. 뭐 몇달 지나고 저와 만난 시간이 그 형과 만난 시간보다 길어질 때 쯤 되어서는 특별히 그렇게 숨어다닐 필요도 없는 것 같고 해서 그냥 당당히 만났지만요.
저는 위에 썼다시피 당시에 백수였습니다. 그냥 간간히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놀기 바쁜 잉여 인생이었죠. 그리고 그녀는 학생이었는데, 보통 데이트 비용을 그녀가 내게 되다 보니 금전적인 부담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녀가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 저는 잠시 호프집 알바, 피씨방 알바 등도 했었지만 길게 하질 못하겠더라구요. 그러다가 결국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처음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와도 계속 만났구요. 태어나서 한 번도 여름에 해수욕장을 가본 적이 없었는데 그녀와 처음으로 해수욕장도 가보고, 정말 사랑한다는 기분도 그녀가 처음 제대로 느끼게 해 줬습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생각나는 추억들이 참 아련하네요.
그렇게 회사 생활 하면서 월급 받는 것들은 거의 그대로 그녀와의 연애에 들어갔습니다. 딱히 저축할 필요도 못 느꼈고 그땐 그녀가 제 인생에서 제일 중요했었죠. 커플 휴대폰에 커플 요금제도 하고, 월급날이 되면 동대문에 가서 그녀 옷을 수십만원어치 쇼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가 절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결정적인 일은 겨울에 찾아왔죠. 해가 바뀌고 그녀는 성인이 되었고, 클럽에도 가보고 싶다, 나이트도 가보고 싶다 허락을 좀 해달라 해서 많이 반대하다가 결국 허락을 해 주었습니다. 꽤 자주 가는 것 같았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이틀, 삼일씩 연락이 안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면 이틀 내내 잤다고 대답하곤 했죠. 솔직히 제가 바보도 아닌데 그게 말이 된다고 믿겠습니까? 하지만 사실을 알기가 두려워서 그냥 그래 그랬구나 하고 넘어갔었죠.
그러다가 결국 그녀가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다른 남자가 생긴 거였습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 붙잡아 보았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은 잡는다고 잡아지는 게 아니더라구요. 결국 그녀는 그 남자에게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냥 회사 갔다가 집에 와서 자고 하는 생활이 되었지요.
매일매일 그녀 생각에 정말 많이 힘들었었습니다. 그녀는 그러다가도 한번씩 연락을 해오곤 했어요. 그러다가 점점 아직도 자기가 좋으냐, 자기가 돌아갔으면 좋겠냐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구요. 그게 아니란 걸 알았지만 그런게 어디 마음대로 된답니까. 저는 당연히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녀는 돈을 좀 주면 돌아가주겠다고 하더라구요. 비웃으셔도 됩니다. 근데 저는 머리로는 아는데 결국 어렵게 돈을 마련해서(당시 회사에 불도 나고 여러모로 경영난이라 월급날에 돈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녀에게 보내주었지만,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있다가 저는 군대에 갔습니다. 군대에 있다보면 잊혀지겠지 생각했지만 그게 또 그렇진 않더라구요. 중간에 한 번은 그녀가 싸이 방명록에 가끔 내가 너무 보고싶다는 글을 남겨서 정말 몇날 며칠을 탈영하고 싶단 생각에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시간은 흘러서 병장이 되고 그녀에게 용기를 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또 다시 점점 통화가 잦아지고 휴가때 만나 같이 밥을 먹기도 했습니다. 내 마음은 그렇게 쿨하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아는 오빠 동생 처럼 지낼 수 있게 된 거죠. 전역하고도 그래서 간간히 만나 밥이나 한 끼 먹곤 했습니다. (아, 중간에 자기 핸드폰 요금 내달라고 한 적도 있었는데, 멍청한 저는 다들 예상하셨다시피 내줬습니다. 3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의문이네요)
어느날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는데 자기랑 결혼하지 않겠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무슨 소린가 해서 되물었는데 나랑 결혼이 하고 싶답니다. 장난이겠거니 했지만 그놈의 미련한 미련 때문에 저도 알았다고 했죠.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물론 많이 있었구요. 그런데 그녀는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비극의 시작은 거기서부터입니다. 그녀는 결혼이 하고 싶었던거고 그냥 자기 주변에서 결혼하자고 하면 할만한 사람인 저를 택했던 것 뿐인 것 같습니다. 확실한 심정은 제가 그녀가 아니니까 모르지만, 저를 다시 사랑하게 된 게 아니었던 것 만큼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1년 남짓을 애인은 아닌데 결혼할 사이, 라는 어정쩡한 관계로 그녀를 만났습니다. 당연히 애인이 아니니까 스킨쉽 이런 것도 없었구요,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매일 매일 뼈아프게 느끼면서 지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한 번은 이렇겐 안되겠다 나는 너를 좋아하지만 껍데기랑 사는건 너무 힘들것 같다면서 제가 먼저 헤어지자고 한 적 까지 있습니다. 그땐 그녀가 저를 잡더군요. 왜 그랬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 이후로 서로 집에 인사도 가고 양가 상견례도 하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결혼했다고 해서 없던 사랑이 갑자기 샘솟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나를 다시 좋아해 주겠지 하는 희망으로 살았습니다. 다른 분들이 들으면 머저리라고 욕하실 지 모르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뽀뽀는 커녕 손 한 번 잡기도 눈치보이는 그런 생활을 했었습니다.
조금씩 사이도 나아지는 것 같고 함께 지내는 것도 참 즐거웠습니다. 그녀는 어땠는지 모르지만요. 어쨌든 그러다가 제가 직장을 지방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경력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거든요. 그래서 저와 그녀는 함께 지방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지방에서의 생활을 견딜 수 없었나봅니다. 투정도 많아지고 짜증도 많이 부리게 되더군요. 그녀가 지방으로 이사 가는 대신 자기는 차를 샀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차도 샀습니다. 제가 돈이 많은 건 아니라 할부로 샀구요. 그런데 차 산지 3개월만에 사고가 나서 그녀도 저도 많이 다치고 차는 폐차를 하게 되었습니다.
폐차할 때 차값이 완납되지 않았기 때문에 폐차 절차를 진행할 수가 없어서 은행에서 차 값만큼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 돈으로 차 값을 내고 나면 자동차보험에서 차값이 도로 지급되기 때문에 보험료를 받아서 대출을 갚을 수 있을거란 계산이었죠.
그러다가 그냥 대출은 꾸준히 갚아 나가고 보험료 받은 걸로 이사를 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일단 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돈은 은행에 넣어두었죠.
그러다가 어느날 크게 싸우고 난 뒤 그녀가 친정으로 가버렸습니다. 그때도 저에게 이혼하자고 하고, 서울에서 한 달 정도 내려오지 않더군요. 그리고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는 인터넷 도박과 유흥 등으로 은행에 있던 돈도 다 쓰고 신용카드 한도까지 모두 다 사용했더라구요.
정말 앞이 깜깜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데 돈이야 어떻게든 다시 벌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용서해 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장인어른께서 사업을 하시는데 자금 회전이 안되어서 급하게 쓸 데가 있으시다고 돈을 빌려달라고 하셨는데,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버지께 거절하기도 어렵고 해서 제 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서 장인어른께도 빌려드렸습니다. 물론 그렇게 빌린 돈이라는 얘기는 장인어른께는 하지 않았구요.
그래서 카드는 카드대로 구멍나고, 대출이 두 개나 되어서 한 달에 원리금 상환금만 해도 백만원에 가까운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정말 한동안은 밤에 잠도 못 자고 투잡도 하면서 겨우 버텨서 카드값 구멍은 거의 메웠습니다. 하지만 원리금 상환만 해도 생활이 너무 빠듯하더군요. 이런 쪼들리는 상황이 너무 싫었던지 그녀도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낮에 하는 일은 자기 적성에 안 맞고 일어나기도 힘들다며 그녀는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반대를 해도 소용이 없더군요. 자기는 바에서 앉아서 술 따르는 일이 아니고 그냥 허드렛일 하는 일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는 낮에 일하고 그녀는 밤에 일하니 자연히 서로 함께할 시간도 없고 서로 피곤하다보니 짜증도 자주 부리게 되고 그랬습니다. 그녀는 일하기 얼마 전부터 덥다는 이유로 침실에서 안 자고 거실에서 자더군요. 제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부가 함께 자는게 맞는 것 같았지만 같이 자는 게 싫다고 짜증을 부리는데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부터 계속 지금까지 각방을 쓰게 되었네요.
얼마전에 그녀가 갑자기 자길 사랑하냐고 묻더군요. 왜 그런가 했더니 헤어지자고, 자긴 더 이상 저랑 못 살겠다고 합니다. 당연히 반대했습니다. 미안하다고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앞으로 다 고치겠다고. 잘 하겠다고. 밤을 새서 얘기를 하고 그녀는 알았다고 자기도 노력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한 번에 거리감이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계속 어정쩡한 상태로 지내다가 우연히 대화중에 그녀는 이 집에서 나갈 생각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느냐고 했지만 소용 없더군요. 그래도 저는 어떻게든 앞으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며칠전에 저희집 개들(그녀가 대전으로 내려오면서 허전하다고 키우자고 졸라서 기르기 시작했습니다)이 뭘 물고 싸우길래 뭔가 하고 빼앗아 봤는데 결혼반지더군요. 정말 머릿속에서 뭔가가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울컥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날 이후로 그녀는 결혼반지도 아예 안 끼고 다닙니다. 그 전에도 창피하다면서 오른손에 끼기는 했지만 그래도 끼고 다니긴 했었는데..
매일 그녀가 일하러 나간 뒤에 덩그러니 놓인 결혼반지를 보다 결국 그녀는 앞으로 절대 다시 나를 사랑할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알겠다고 이혼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아직 이혼을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계속 후회만 되고.. 혼자 있을때도 문득 문득 다시 돌이키고 싶다는 생각 뿐이고 그녀와 마주 앉으면 매달려 엉엉 울며 제발 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어 정말 힘듭니다.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아서 억지로라도 독하게 맘 먹고 참고 있는데, 정말 살아서 뭐하나 싶기도 하고 인생이 빛을 잃은 것 같은 허무함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그냥.. 이런 답답함을 어디라도 풀어놓고 싶은데 마땅한 데가 없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