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공연.. 정말 너무나 놀라운 실력파 가수들의 공연에 많은 감동과 기쁨을 느끼고 왔습니다. 공연 자체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멜버른에서 열린 나가수 공연이 얼마나 상업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수많은 현지 교민들과 유학생들을 우롱하는 처사였는지 쓰고 싶어서 입니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친구와 함께 나가수에서 자원봉사를 뛰게 되었는데 정말 현지 교민들..안습입니다.
일단 공연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고정 좌석이 2000석이고 그 주변은 잔디로 이루어져있어 야외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게 2만 5천명까지 입장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야외 공간은 MBC와 빅토리아 정부에서 대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2만 5천명은 받지 않고 오로지 청중평가단 2000명만이 나가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인터넷으로 사연신청하여 오셨는데, 이분들은 1km는 될 법한 정말 긴~~~~~ 줄로 서서 4시부터 입장 기다리셨구요 (7시 공연시작), 상당수가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현지 시민권자들, 영주권자들은 MBC 회원가입 절차도 번거로워서 신청할 확률이 낮았고, 그것도 사연이 당첨되어야만 올수 있었기에 수 백명의 현지 교민들과 유학생은 타국 현지에서 열리는 한국 공연을 보지 못하고 문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면서 티켓없으면 못들어가냐고 묻는데, 참 이게 말로는 무료공연인데 추첨을 통해서 극소수만 온다는게.. 안타까웠습니다. 인터넷에서 암표가 700불까지 돌아다닌 다는 소문도 있고.. 심지어는 티켓을 다 나누어 주고도 나중에 남는 티켓이 생겨서 당일날 티켓없이 기다리던 사람들 수 백명이 우르르 달려가 남은 티켓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중 초록색 티켓을 가져오신 분들.. 한인회와 여행사에서 오신 분들인데 한인회에서 약 200명이 오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인회에서 티켓을 받았다는 분들이 전부 50~60대 아주머니들과 그 가족입니다. 한인회가 배정받은 200장의 티켓을 그냥 주변 친지들과 서로 나눠먹기 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여행사 관광상품으로 많이들 오셨는데.. 이게 사실 나가수 공연와 빅토리아 정부의 주 목적이더라구요. 한국여행사들과 나가수가 조인해서 무료공연 티켓을 호주 여행 패키지로 만들어 파는 상술.. 한국-호주 수교 50주년? 그거 다 빚좋은 개살구입니다.. 완전 허울뿐이고 사실 나가수 공연은 호주 현지에 전혀 알려지지도 않았습니다. 호주 사람들은 나가수가 있는지도 모르고, 한국문화를 호주에 알리자는 취지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빅토리아 정부에서 초청했다는데 그렇다면 왜 적절한 장소에서 2만 5천명을 위해 야외 공간을 빌려주지 않았을 까요? 초청해줬으니 너네나라 (한국)에서 단체로 호주여행패키지 만들어서 한국으로 오라 이거 아닙니까?
누굴 바보로 아나.. 현지 유학생들과 교민들은 타지에서 열리는 이 공연에 얼마나 많은 기대를 가졌는지 모릅니다. 저는 운좋게 자원봉사자로 일할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오늘 자존심 상하는 일도 겪었고.. 적은 김에 이것도 적을까 합니다.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수 천명의 사람들 줄 서있는 곳에서 소리지르면서 질서 정리하고, 화장실 어딨는지, 표 배부는 어떻게 하는지 일일이 설명하고.. 청중평가종이 나눠주고 야광봉팔고 기타 등등.. 정말 엄청 넓은 콘서트 야외공간에서 말도 못하게 돌아다녔습니다. 점심도 제대로 못먹은 상태에서ㅠㅠ 그래도 자원봉사자로 공연을 볼 수 있을테니 이 모든 것을 기쁘게 견뎠는데, 콘서트 시작하고 들어가니 계단에도 앉지 못하게 하더군요. 자원봉사자는 고정좌석도 없고, 계단에도 앉지 말고, 저 맨 뒤에 시맨트 바닥이나 잔디 위에 앉으랍니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점차 사람들 분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2층에 가서 몰래 계단에 앉았지만, 역시 대부분의 공연을 서서 관람했습니다. 정말 근육통때문에 다리는 터질꺼 같고 허리는 끊어질 꺼 같고..
그래서 평생에 남을 공연을 그것도 멜버른에서 볼 수 있게 되서 참 기뻤습니다. 나중에 저녁도 제공되었고 해서 그냥 기쁜 마음으로 공연 관람 다 마치고 뒷정리 도와주고, 지나가시는 연예인 분들과 사진도 찍고 있는데..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 주변에 서있던 여자 2명이 알고보니 자원봉사자도 아니면서 자원봉사자 텍을 목에 걸고 연예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진찍으려고). 그래서 다른 스텝분들이 걔네보고 나가 있으라고 하더니 제 옆에 있던 자원봉사자를 못살게 굽니다. 너 자원봉사자 맞냐고 합니다. 그 친구 제 옆에서 같이 청중평가단 표 나눠주고 했던 친구라서 제가 이 친구 자원봉사자 맞다고 했고, 다른 사람도 걔 안다면서 두둔해줬습니다. 어려보여서 오해했다고 하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래도 서로 너무 지쳐있는 상황이라서 하루종일 무료로 뼈빠지게 봉사해놓고 이런 취급 당하는게 기분이 안좋더라구요.. 근데
마침 옆에 있던 동생이 저한테 무슨 일이냐고 묻길래, '아 우리가 어려서 빠순이라고 생각했나봐... 감사드려도.. (모자랄 판에)'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구요. 그랬더니 그 스텝분이 저한테 정색을 하면서 째려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돼죠. 저희는 어제부터 정말 말도 못하게 고생했어요.' 그래서 제가 '아 예.. 당연히 그렇죠^^;' 이렇게 웃으면서 넘어가는데 '저희도 장난아니게 피곤한 상황이라.. 지금 곱게 안들리거든요..' 그러면서 얼굴이 빨개진 채로 정색하시길래 저도 '네^^; 저는 그냥 농담으로 ..' 그러니 '농담이라도 그렇게 말하시면 안돼죠, 아 정말 ..' 그래서 그냥 '네 네^^;' 했습니다. 뭐라고 더 말하면 정말로 남자새키가 여자를 한 대 칠 거 같더군요.ㅋㅋ 제가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자원봉사자라서 만만한 겁니까? 아 얼마나 기분나쁘던지..
저는 어차피 공연 볼 겸 자원봉사를 한 거지, 연예인하고 사진찍으려고 봉사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연예인들이 옆에 많이 지나다녀봤자 관심도 없습니다. 제가 화가 난 건, 저도 호주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생활하는 유학생이자 나가수의 시청자인데, 제가 무료로 자원봉사를 한다고 뭐 만만한 화풀이 대상인가요? 빠순이랑 헷갈리니까 막대해도 된다 이겁니까? 하루종일 빡세게 부려먹고 제대로된 좌석도 확보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식으로 대접을 해도 되냐는 말입니다. 그 스텝, 물론 저보다 고생했겠죠 그렇지만 그 사람들은 돈 받고 하는 거고, 저희는 학생으로 봉사하는 건데 사실 고마워야해도 모자랄판에 진짜.. 찬밥 대접도 정도가 있지. 그리고 하루종일 고생한 자원봉사자들, 지나가는 연예인들이랑 사진 좀 찍으면 안됩니까? 저희 무례할까봐 대기실 근처는 들어가지도 않고 흡연구역이나 식당 주변 복도에 있었습니다. 거기서 어쩌다 한번 지나가는 연예인분들 반갑다고 하니 그분들도 흔쾌히 사진촬영에 응하시고, 심지어 매니저 분들도 자원봉사자들한테 그렇게 막 대하지 않으셨거든요? 참.. ㅋㅋ 어려보이니 내가 밥이니? 저 동안 소리 듣지만 그래도 24살이고 졸업을 앞둔 대학생입니다.
조금 지나니 좀 나이드신 스텝분(MBC담당자이신듯)이 나오셔서 자원봉사자들한테 정말 고맙다, 감사하다, 수고하셨다 말을 한 4~5번 씩이나 하셨습니다. 조금 기분이 나아지려는 차에 아까 그 남자스텝분은 밖으로 나가시더라구요. 아 정말.. 기분 팍 상했습니다. 예전에도 어려보인다고 막 무시당한 경험은 있지만 이건 정말 좀 아니다 싶어서 올립니다ㅠ 그것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지친상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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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