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시친님들.
비가오네요. 제 막내 동생은 아침에 우산없이 학교갔다가 홀딱 비를맞고 왔네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여기에 글을 쓰게된 이유는 가정폭력의 주범이자 8년간 게임하며 사시는 아빠때문이에요. 사실 저는 아빠가 어찌되었건 상관없습니다. 뭘 하시던 관심도 없구요. 어릴때야 아빠 원망도 많이 했지만 이젠 어린아이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아빠로 인한 엄마의 피해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 밥먹고 집엔 엄마와 저, 둘뿐이었어요. 여자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엄마의 결혼생활. 딸이 보아왔던 사실들, 그 밖에도 예상하지도 못했던 엄마의 뼈아픈 얘기를 하시더군요.
엄마와 저는 제가 20대가 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얘기도 많이 주고받고..
문자로 전화로 모녀인것 티내구요..ㅎㅎ
제가 어린시절 많이 겉돌았습니다. 학교도 중간에 그만뒀구요. 모르겠어요 이유는.. 그냥 집이싫고 다 미웠습니다. 그땐 이런 생각도했어요 내가 못살고 망하는게 우리부모님께 복수하는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내가 미쳤었구나 참 어리석다, 세상천지에 나같은 불효자는 없을거다..혀를 내두를 정도로요 왜그렇게 분노가 차있었던건지..
이런 과거가 부끄러운 제 자신을 뒤돌아볼 자신이 없어서 입밖으로 꺼내기도 떠올리는것 조차도 왜이렇게 무섭던지요.
저는 저로인해 우리집은 언제나 흑백사진 같은줄 알았어요. 침울하고 어둡고 갇혀있는.
오로지 나로인해 우리엄마가 가슴앓이하고 슬퍼하고 아파한다고..
엄마가 오늘 그러시더라구요. 내 슬픔은 결혼하고 나서부터 이어져 오던것이라며, 너의 일들은 내가 더욱 슬픔을 느끼도록 했지만 너 때문만은 아니라고.
엄마는 항상 외로웠던거 같아요 집안에 달랑 있는 여자라곤 큰딸 하나인데, 이 미친것은 정신이 나가서 엄마의 힘이 되주고 친구가 되주진 못할망정 가슴에 못질이나 하고있었으니.
당시에 했던 불효들이 지나고 나니 후회덩어리가 되어 저또한 무겁게 눌러버립니다.
너랑 손잡고 장도 보러다니고 싶고 그랬는데..그렇게 같이 다니는 다른 엄마랑 딸들 보면 같이 팔장끼고 투닥거리면서 장보는 모습이 너무너무 부러웠다고..그 말 하시면서 방금전까지 하하호호 하시던 엄마 눈가에 눈물이 들어찹니다. 가슴이 너무 아파요..
저는 항상 눈물에 잠겨사는 엄마가 너무 싫었어요..
아빠와 싸워도 찍 소리못하고 눈물만. 다 내탓이라고 다 내탓이라고 또 눈물만.
약자의 입장으로 살고있는 엄마가 정말 미웠어요.
왜 우리엄마는 저러고 살아야하나.. 왜 아빠가 하는말, 아빠가 하는 행동들 그대로 다 받아내고 눈물로만 쏟아내야 하나..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 화가 나기보다 바보같이 당하고 사는 엄마에게 더 화가났어요.
"하지마세요" 이 한마디가 어려워 불같은 아빠에게서 엄마를 지켜주지 못하고 당하고 사는 엄마에게 제 분노가 간다는게.. 저로써도 이해가 안되네요.
저는 아직도 아빠가 무서워요. 어릴때만큼은 아니지만..
제가 중학생때 흡연을 하다 아빠에게 걸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날 밤 학교에서 돌아온 후 새벽 3시까지 맞았습니다.
제가 아니라 엄마가요.
제가 보는 앞에 엄마보고 엎드려뻗치라고.. 어디서 구해왔는지 정말 그 커다란 몽둥이로
하나, 둘, 셋.. 쉬어가며 온힘을 다해 엄마를 때리는 아빠..전 부들부들떨며 그 현장을 고스란히 눈에 담았지요. 어떻게 내가 당할걸 엄마가 당하게하고..그 죄책감까지 느끼게 하고....
한번은 부부싸움 도중에 아빠가 현관으로 가서 공사장에서나 신는 코가 딱딱하고 엄청 무거운 신발로 갈아신더니 그대로 엄마를 밟아버릴 태세를 취하길래 제가 제방에 문다 걸어잠그고 있었어요
문 안여냐며.. 빨리 열라며..방문을 어찌나 세게 쳐대던지.. 보호막 같던 방문이 부서져버릴까봐 엄마랑 둘이 꼭 붙들고 벌벌떨었어요. 결국은 옆방과 연결된 베란다를 통해들어오더니 엄마 머리채부터 잡아채곤 너 따라나와 합니다.. 너죽고 나죽자며....너진짜 죽어볼래?
정말 살기가 일어서 당장에 아빠가 엄마를 어떻게 한다해도 이상하지 않았을거에요
아빠라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었어요..악마보다도 더 끔찍했습니다.
아빠는 시한폭탄이에요. 빨갛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터질때도 절대 혼자 터지지않죠. 주변의 모두와 함께..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 지고 아빠가 지방으로 회사를 다니게되셔서 주말엔 집에 와계시고 평일엔 지방으로 내려가시는 패턴이 되었어요. 그때 얼마나 살것만 같던지. 숨통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어요. 엄마도 그랬대요. 그렇지만 금요일. 아빠가 올라오는 금요일이 어찌 그렇게 싫을수가 있던지..ㅎㅎ
남들은 아 주말이다~~하면서 좋아하는데 전 주말이 너무 싫었어요. 달력에 빨갛게 칠해진 날들도..
엄마요? 엄마는 금요일이면 벌써 진통제 한통 사다놓고 2틀만에 다 드십니다.
아빠만 보면 머리가 그렇게 아프다고..주말은 우리에게 지옥이었습니다.
한때는 엄마가 이런말을 하시더라고요.. 진짜 이런 생각하면안되고..이런말하면 안되지만
난 차라리 아빠가 바람이라도 났으면 좋겠다...라고요.
엄마는 수도없이 아빠와 갈라서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렇지만, 자식들이 밟혀서..
우리 막내가 그랬대요. 저랑 10살차이나는 우리 꼬맹이에게 엄마가 살포시 아빠랑 엄마랑 따로사는건 어떨까? 하고 물어봤더니 갑자기 눈가가 벌게지면서 안돼..엄마랑 아빠랑 헤어지면 나는 어떻게 살아?라고..
엄마 또 이혼하자 굳게 맘먹은 결심. 동생의 그 한마디에 무너지십니다.
그래 내가 참고 사는게 낫다. 자식가슴에 못밖을 수 없다..하시면서..
엄마인생 사는데에 있어서 자식이라는 타이틀이 걸림돌이되고, 짐이 되는것같아 정말 맘이 아픕니다.
누구를 원망해야 하나요? 천성이 폭력적인 아빠? 천성이 여려서 당하고사는 엄마? 중간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나? 하지만 원망하는것이 답은 아닐테니..
아빠가 실직하시고, 집에 계시는 아빠를 보며 부딪히는 일도 잦아지고 엄마가 그러십니다.
아빠랑 정말 갈라서야지..너랑 둘이서만 살고싶다.. 이번 연말쯤 생각하고 있었는데
몸도 안좋으신 외할머니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신다고.. 이모도 이혼해서 할머니가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엄마까지 그러면 안된다고.. 할머니를 위해서 여태 참아온것 조금 더 참고 그 후에 아빠와 갈라서겠다고..
엄마의 50년도 더 남은 인생.
그 나머지만큼은 엄마가 하고싶은 일 하시면서 아빠에게 벗어나 행복하게 사셨으면 해요.
아빠는..미워하다못해 증오하는.. 아무리 그래도 어쩔수 없는 나의 아빠..
나의 아빠도.. 아빠 혼자만의 행복한 길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편안해지는 일을. 미루고 미뤄왔던 일을..진작에 했어야 하는 그 일을.
어찌보면 좋게만 보이지도 않는 이 일을.
서로가 서로를 위해 놓아주고 보내주어야 하나봅니다.
모순적이게도..참으로 바라지 않았던 일이기도 하고..어쩌면 너무나도 원했던 일이기도 하는..
이런 부모 밑에서 20년넘게 바라봐온 자식의 마음. 날씨만큼이나 우울하고 괜시리 서러워져요..
마땅히 털어놓을데가 없어서 주저리 주저리 적긴했는데 괜히 욕먹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래도 이런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시고요. 하시는 모든 일들 다 잘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