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힘내라고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세상에 이런 일이 카테고리에 베스트 3위까지 갔었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10월 13일 목요일 저녁 쯤 도둑이 집에 들어왔습니다.
지난 글에도 말했듯이..
저희 집은 15층 짜리 고층 아파트지만, 1층에는 뜰이 있습니다.
아파트 동 위치상, 뜰이 있을 수 있는 공간에만 뜰이 있는데..
저희 동은 그렇습니다.
뜰과 베란다로 이어지는 큰 샤시 문의 잠금 장치가 고장나 있었구요.
그 문으로 도둑이 들어왔고
베란다와 거실의 문을 잠궈주는 샤시 문도 헛돌게 잠궈서 잠궜다고 생각하고 외출했으나
사실상 열려 있어서 도둑이 집안까지 들어올 수 있었지요.
우리 엄지(비글)는 낯선 사람이나, 동물이 지나가면 엄청나게 짖어대서
저희가 조용히 하라고 몇 번을 반복해야 조용해 집니다.
하지만 흥분하는 모습은 감출 수 없지요.
왠만하면 개가 있는 집은 도둑이 잘 안 들어오긴 하지만,
집이 자주 비어있던 우리 집을 잘 알고 들어온 것 같습니다.
위치기반 SNS 인 아임인으로 어떤 분이 말씀하시길,
도둑이 들어와서 물건도 훔치고 개를 잡아서 먹기 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범인을 잡을 수 있었는데, 바로 이웃이어서 더 놀람을 금치 못했었다고 합니다..
정말 무서운 세상입니다.
조용히 도둑질이나 할 것이지, 왜 남의 가족을 해합니까..
한 건했다고 기쁨도 잠시.. 당신은 정말 곱게 살지 못할겁니다.
CCTV확인했지만 엄지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 뒷뜰로 나가서 산책경로로 이동하다가, 직진하다보니 건널목이 나와
차에 바로 치어 죽은 것 같습니다.
위에 껌이 집 앞 뜰에서 발견한 껌입니다.
처음 본 개껌이구요. 이빨 자국도 없습니다.
이걸로 유인하려 했겠지만, 엄지는 낯선 사람에 대한 흥분이 더 컸을겁니다.
그리고 문을 열어뒀고 엄지는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니
뛰쳐 나갔겠지요.
10월 14일 금요일, 엄지를 화장하고 돌아와서.. 저녁부터 이 벽보를 붙이고 다녔습니다.
경찰이 진작에 붙여줬어야 했는데, 주말을 보내고 10월 17일 월요일부터 이걸 붙이고 다니시더군요.
저희가 빠르게 붙인게 다행인듯 합니다.
목격자 세 분한테서 전화가 왔었구요.
정황상 봤을 때 우리 엄지는 교통사고가 맞았습니다.
도둑한테 맞아 죽지 않아서, 약을 먹인게 아니라서..
차라리.. 그나마..
다행인 것 같습니다..
개는 뺑소니 처리가 되지 않는답니다.
사람이나 뺑소니 처리가 된다더군요.
개는 재산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우리 엄지를 치고 간 차를 잡아서 손해 배상 같은 건 받을 수
있겠다구요.. 근데 그럼 뭐하나요.. 우리 엄지는 이미 죽고 한 줌 재가 되버렸는데요.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문을 안잠그고 가서.. 라고 말했더니 경찰은 들어온 도둑이 잘 못한거라고 하더군요.
당연히 도둑은 잘못했죠. 당연한겁니다.
하지만, 행복과 불행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더라구요.
우리가 문만 잘 잠그고 갔더라면, 우리 엄지는 이렇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우리는 이렇게 힘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이 시간에 이런 글을 쓰지도 않을 것이구요.
엄지가 늘 덮던 이불에 마지막에 포근하게 감싸주고, 함께 화장하면 뼈에 다 달라붙는다 하여,
잠시나마 우리 엄지를 덮어 줬습니다.
옆에 있는 국화들이 또 다시 가슴을 미어지게 하네요.
어제 저녁만 해도 신나게 놀고, 나랑 뽀뽀하던 엄지가..
하루 아침에 한 줌 재로 변해버렸습니다.
얼마나 기가 막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혼자 사시는 분들이 아니더라도.. 꼭 문단속 잘 하시구요.
개나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 이 글 보고.. 조금이라도 경각심이 생기셨음 좋겠습니다.
집에 있는 반려견이더라도, 목줄 꼭 하고 있는 버릇.. 있으셔야 합니다.
엄지가 목줄이라도 있었다면 지나가다 보신 분들이 연락이라도 주셨을겁니다.
아니 죽고 난 뒤에 발견했더라도 금방 연락이 됐었겠지요..
사람이 죽거나, 사람이 아픈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유난이냐
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흰 정말 가족과 같이 아니 제 동생 엄지의 이런 크나큰 일이
너무나 슬프고, 힘듭니다.
개가 죽어서 위로를 해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러분의 가정에 이런 불행은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씁니다..
우리 엄지의 행복을 빌어주신 분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엄지야..
언니가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오면 자다 벌떡 일어나서, 꼬리 흔들며 언니 반겨주고
불을 키면 환한 불빛이 따갑지만 언니를 보겠다며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언니를
바라보던 그 눈을 잊을 수가 없구나..
비록 우리 몸은 떨어져 있지만, 늘 마음속엔 우리 엄지 함께 할거야.
엄지야..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