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여행 4일차, 흐림에서 비 바람]
정말 덜덜 떨면서 7시 기상했다. 어제 밤은 정말 정말 추웠다. 텐트 주변은 온통 눈뿐이다. 얼어 있는 강을 보며 이제는 그러려니 달관하게 되었다. 텐트를 걷는데 플라이와 풋프린트에 모두 서리가 껴있다. 언제까지 추위가 계속 될지 모르니 무조건 달리고 달려 남쪽으로 내려가야 내가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런던은 패스하고, 최대한 빠르게 남쪽으로 내려가기로 결정. 오늘은 먹을 식량도 있겠다 걱정이 없다. 느긋한 맘으로 8:30분 출발.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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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잔 공원.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이대로는 얼어 죽겠다.
슬슬 달려가 본다. 길도 좋고. 근데 하늘이 어째 불안불안 하다. 조금 가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여행 시작 후 처음 만나는 비다. 장비들을 다 방수 100%의 장비로 준비하였지만 그래도 조금은 걱정된다. 일단 테스트를 겸해 달린다. 눈이 아닌 비가 오니까 영하는 아니겠지! 비 온다고 안달리면 런던행 비행기 시간에 못 맞춘다! Don`t stop m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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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 100%를 자랑하던 나의 장비들. 하지만 걱정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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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누가 키우고 있나? 자연이 키운 소. 캐나다 산과 미국산 소가 맛이 없다는 것은 못 믿을 말.
하지만 얼마 못 가서 펑크가 터지고 만다. 앞바퀴다. 빠르게 때우고 타이어를 살핀다. 유리조각이 박혀있다. 후딱 처리하고 다시 이동한다. 월마트가 보인다. 미국 서부와 캐나다 서부를 자동차로 여행할 때가 생각난다. 우리 팀의 식량창고가 되어주었던 월마트. 딱히 살건없지만 몸도 녹이고 쉴겸 겸사겸사 들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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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시 튜브 뿐 아니라 타이어 내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이걸 제거하지 않으면 계속 펑크가 난다.
둘러보니 에어매트가 보인다. 딱 1인용 에어매트이다! 20불 이다. 지금 매트리스로 들고 온 녀석이 요가 매트라 너무 춥다.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주 맘에 들었다. 잠시 고민하고
사서 나오는데.. 어쩐지 느낌이 이상하다. '내가 텐트치고 이걸 불 수 있을까?' 실험해보기로 한다. 월마트 입구에서 한참 불어본다. … 이건 아니었다. 차량용 펌프로 하면 몰라도 입으로는 이건 아니었다. 바로 반품 처리 하고, 소시지 한 개1불에 사온다. 다음에 더 좋은 녀석으로 사야겠다.
다시 목적지로 GOGO 한참 달리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 속도계가 꺼져있다. 뭐지? 자세히 보니 작동을 안한다. 비를 좀 맞더니 얘도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내 정신줄도 얼마 못 버틸듯 하다. 비가 점점 심해진다. 바람도 역풍이다.
결국 Tillsonburg에서 앞으로 전진을 포기하고 잘 곳을 찾아본다. 현재시간 5시경. 제법 큰 마을인 듯 하여 스타벅스를 찾았으나 없다고 한다. 지나가던 분에게 인터넷 되는 카페가 있냐고 하니, 여기 옆에 Coffee Culture라는 카페에서 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바로 들어가서 인터넷 접속 후 구글맵을 검색, 잘 곳을 찾아본다. 마땅치가 않다. 오늘을 가정방문의 날로 정해야겠다고 생각하여, 지붕이 있고 눈이 안 쌓인 집마다 들어가서 물어본다. 이상한 사람 아님을 설명하고, 한국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이고, 여권을 보여주고 가만히 여쭈어 본다.
'If you don`t mind, can I make a tent in your balcony?'
5집 정도를 돌아다녔는데 다 안된다고 한다. 자신의 집이 아닌 렌트한 집이라거나 무슨 이유들을 들어서 안된다고. 야박한 이 마을의 인심. 은퇴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는 마을 같은 곳 이었는데, 경계심들이 이상하게 좀 심한 듯 했다. 나머지 집들은 발코니에 지붕이 없거나 너무 작아서 텐트 만들기는 부적합했다. 거절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리 거절되니 씁쓸하다. 어쨌든 이리 된 이상 더 늦기 전에 잘 곳을 찾아야 겠다.
그렇게 마을을 해매던 중 캐나디언 타이어가 있는 것을 보고 몸도 좀 녹일 겸 들어갔다. 에어매트가 있었다. 그것도 발로 밟는 펌프가 내장되어있고, 클리어런스 세일로 25.24$이었다. 이거다! 바로 사서 결속한 후, 다시 돌아다니며 잘 곳을 찾아본다. 다행히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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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테스트도 못했건만 비 오는 날의 캠핑도 처음이다.
비는 오지만 텐트를 믿으며, 설치 완료. 2인용 매트라 바람 넣는 것은 생각보다 걸리지만 그래도 두툼한 두께를 보니 만족스럽다. 그래도 오늘은 어제보다 따듯하게 자겠구나. 취침.
1. 이동Cayuga에서Tillsonburg2. 주행거리거리 / 시간 : 84 km / ? h (속도계 고장, 네비추정)누적거리 : 350.7 km3. 사용경비커피 컬쳐 녹차 : 1.72불
초콜릿 4개 : 6.51불
월마트햄 : 1불
에어매트리스 : 25.24불총 : 34.47 불4. 잠자리Tillsonburg 외각의 공원, 젖은 땅 위에 텐트를 쳐서 조금 불안함5. 상태이상오른쪽 어깨 조금 결림, 오른쪽 아킬레스건 조금 아픔
[3월 5일, 여행 5일차, 비+눈 바람 심하게]
어제보다 더 떨면서 기상했다. 밤새 내린 비와 바람이 내 텐트를 때렸지만, 안쪽은 멀쩡했다. 엄청나게 흔들거리던 텐트에 몇 번을 일어났는지 모를 밤이었다. 비는 조금도 새지 않았다. 정말 만족스러운 텐트다. 반면 에어메트는 생각보다 따듯하지 않다. 습기를 막아주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럽긴 하지만,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나보다.
이대로 비 그칠 때 까지 버텨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차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왠지 위험한 느낌이라 비를 맞으면서 빠르게 철수한다. 텐트 대충 구겨 넣고 후다다닥 정리실시. 정리 끝내고 적재 완료하고,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본다. 아, 이 공원에 붙어있는 레스토랑에 일하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한 것이다. 어제 인터넷을 했던 커피샵에서 간단하게 씼고 와이파이로 일기 예보를 확인해 보니 오늘 밤까지도 비가 온다고 한다. 밤에 온도도 상당히 내려갈 듯 하다. 하지만 내일은 괜찮을 듯 하다.
그렇다면 가까운 런던에 호스텔로 향하기로 한다. 아저씨의 추천도 있었고, 텐트도 젖고, 나도 젖고, 내 마음도 젖어있다. 오늘은 일찍 도착해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마음을 다잡고 라이딩 시작. 우중 라이딩이라 역시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 체력저하가 몸으로 느껴진다.
11시경 런던과 틸손버그 중간에 있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여기 커피샵에서 몸을 말리고 가기로 결정한다. 체력보충 겸 하여, 아침메뉴와 그린티를 한잔 한다. 옷을 벋어놓고 말리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관심이 많으시다. 쿠키도 주시고, 어제 그 마을보다 훨씬 호의적이다. 어제 조금만 더 달려서 여기서 잘 것을 그랬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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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한잔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 인터넷은 기본이고 세면, 세족, 머리감기, 옷 말리기 등등.
서양쪽의 커피샵은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오셔서 커피 한잔 하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시고, 아기들을 데리고 오신 주부님들이 수다를 떨고, 노트북을 가지고 온 회사원이 일을 하고, 과제를 가져온 학생들이 과제를 하는 그런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생활 속의 공간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시골의 다방과 도시의 커피샵을 섞어 놓은 느낌이랄까? 물론 대도시의 커피샵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더 비슷하긴 하다.
오후 1시까지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갑자기 동전 무게가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몇 일안에 캐나다를 떠날텐데, 가지고 있는 작은 동전 다 이 가게에 팁으로 주자. 옷 말리는 데도 편의를 봐주고 했는데…. 다 털어봤자 1~2 달러 이지만 부피가 크니 왠지 뭐라도 하나 더 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달러 동전들 빼고 탈탈 털어 팁통으로 넣어준다. 커피샵 아가씨 얼굴 살짝 봤는데 관심이 없다. 왠지 괜한 짓 한 듯한 이 느낌. 혼자 다니니 망상이 늘어가고 있다. ㅡ,.ㅡ;;;
어쨌든 다시 라이딩 시작. 런던까지는 40키로 가량 남았다. 4시쯤 들어간다고 전화를 해 두었으니 시간은 거의 맞을 듯 하다. 2시간 정도 비와 영하 근처에 온도에서 라이딩을 하고나니,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속도는 안 나고 거리는 안 줄고 해서 아직 1시간 정도 더 가야 되는데.. 정말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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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작인 봄비이니까 앞으로는 더 따듯해지리라 막연하게 기대해 본다.
어찌어찌 간신히 도착. 현재시간 4시경. 샤워하고, 장비 풀어서 다 말린다. 젖은 옷도 다 모아서 빨래 준비를 한다. 오늘은 장비정비의 날이다. 더불어 나도. 일기 예보를 보니 내일은 맑음이라 뜨지만 역시나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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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 이고 사람이 없는 방이라 할 수 있는 짓. 호스텔 방안에서 텐트 말리기.
젖은 옷이 너무 많기에 빨래방에서 빨래를 하고, 슈퍼에서 부식을 좀 사 온다. 가는 길에도, 오는 길에도 눈이 엄청나게 내리고 있다. 눈 내리는 양이 내일 눈이 안 오고 맑은 날씨라고 해도, 절대로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눈이 밤새 녹을리가 없다. 하루를 더 자고 갈까 심각하게 고민해 보지만 촉박한 일정과 금전적 부담에 역시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아침에 보고 정하기로 정한다.
다시 호스텔로 돌아오니 7시 반경. 어쨌든 내일 출발하는 것으로 마음을 잡고 내일 먹을 밥을 만들어서 싸 두기고 한다. 주방에서 간단하게 주먹밥을 만들려고 주방기구를 보고 있는데, 장기 투숙객들이 말을 걸어온다.
"너 뭐야? 왠 자전거에 짐이 이렇게 많아?"
"나 자전거 여행자야."
"이 겨울에 무슨 투어야?"
"나도 미친 짓 같기는 한데, 일정을 이렇게 잡았어"
"Oh my fxxking crazy man!"
"I`m not crazy. Just weather is crazy! Kkk"
등등 씨덥지않은 대화 하다가, 자기들 술 먹고 클럽 갈껀데 같이 가잔다. 갑자기 막 땡긴다. 클럽이라.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 입을 옷이 없다. 아까 다 빨아서 반바지 밖에 없는 상황. 일단 클럽은 거절하고 술만 같이 먹는다. 뭔가 억울하다.
3명 다 프랑스학생들로 인턴쉽 프로그램으로 여기에 왔다고 한다. 이번 달은 여기에 머물고 그 이후에 방을 잡을 생각이라고. 재미있는 애들이었다. 페이스북 친구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추가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여자애 하나가 발에 문신을 매직으로 그리고 있다. 처음 보는 쿨한 장면이었다. 11시 정도까지 마시다가 그 친구들은 클럽으로 갔다. 정말 따라 가고 싶었지만 입을 옷도 없고 결정적으로 내일을 위해 패스하였다.
그들을 보내고 나는 말린 장비들을 정리 하고 밥을 시작했다. 고기를 못 사왔기에 참치를 3캔 넣었다. 계란도 3알 넣었다. 그럭저럭 맛있게 되었다. 지금 좀 먹고, 아침 꺼 빼두고, 나머지 또 패킹.
내일 날씨가 맑기를 기대하며 또 잠을 청해본다.
1. 이동Tillsonburg에서London2. 주행거리거리 / 시간 : 65 km / ? h (속도계 고장, 네비 추정)누적거리 : 415.7 km3. 사용경비커피 컬쳐 모닝메뉴 : 5.2불
ACBB 런던 호스텔 : 25불
참치 2캔 + 신라면 : 4.8불총 : 35 불4. 잠자리런던, 온타리오의 ACBB 호스텔, 6인실 (하지만 독방으로 씀)5. 상태이상오른쪽 어깨 조금 결림, 양쪽 아킬레스건 아픔
[3월 6일, 여행 6일차, 맑음]
간만에 푹자고 기상하니 9시이다. 밖을 보니 날씨가 맑기는 한데 눈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 고민이 된다. 밖에 나가서 조금 걸어보니 제설작업을 하는 차들이 돌아다니는 폼이 달릴 수는 있을 것 같다. 좋다 가보자. 조금 느즈막하게 출발하기로 결정.
느긋하게 어제 해둔 밥을 먹고, 풀어둔 짐을 자전거에 결합한다. 마지막 나가기 전 샤워도 한번 하고, 출발준비를 완료하니 11시이다. 어제 그 친구들은 아직까지 꿈나라인가 보다. 하긴 어제 클럽에서 누굴 데리고 온 건지 새벽까지 시끄럽긴 했다. 인사하고 가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다. 어쨌든 출발!
런던을 한 바퀴 둘러본다. 런던, 런던. 북미의 많은 지명이 영국에 있는 도시의 이름이다.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게 정상이리라. 뉴욕 부터 런던, 윈져, 윈체스터, 리치몬드 등등등 영국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경우가 많다. 우리가 만약 태평양 항로를 먼저 개척하고 북미를 차지했다면, 신경성 이라던지 신부산이라던지 하는 이름을 만들지 안았을까?
런던은 대학도시로 35만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꽤 클 줄 알았지만 그리 크지는 않았다. 도시주변을 강이 둘러싸고 있고 여름엔 강 주변이 비치가 된다고 관광안내 책자에 써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얼음물일뿐…. 눈이 녹으며 얼음물이 되어 차들이 지나갈 때 마다 나에게 튄다. 이런 날은 차가 많은 도시에 오래있고 싶지가 않다.
맛이 갔던 속도계도 살짝 정신을 차린다. 비 맞고 추워서 그랬나 부다. 그래 버리려다가 참는다. 날씨는 좋다. 쭉쭉 나간다. 80키로 정도 예상했던 오늘의 라이딩 거리를 100키로로 상향 조정한다.
중간에 대형마트가 보이길래 들어가보니 핫팩이 있다. 그래 이거야. 군대생활 혹한기를 도와주던 이 핫팩을 왜 생각 못했지? 일단 2개 묶음 팩 4개를 구입한다. 이제는 밤이 두렵지 않다. 디트로이트 까지 가는 길이 참 멋지다. 넓은 평원 가운데 난 길과 맑은 날씨. 아마도 가을에 봐도 멋지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참 춥다. 나도 얼고, 물도 얼고, 자전거도 얼었다. 일기예보에는 오늘 낮 기온이 영하 10도 정도라고 했는데 오늘, 진짜 춥다. 달리는 와중에 튄 물이 그대로 얼었다. 차대번호 있는 쪽에 물이 그대로 고드름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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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 번호 쪽을 보면 고드름이 언 것을 볼 수 있다. 달리던 자전거에서 이런 것은 난생 처음이다.
한참 가던 중 빙판길에서 넘어진다. 주변에 차가 없기에 망정이지 아찔하다. 바람이 길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불면서 눈이 넘어온 것이 그대로 얼어서 빙판이 되어 있었다. 내 인생에 이런 빙판길을 자전거로 다시 달릴 일이 있을까? 이 상황은 뭐랄까, 준비되지 않은 나와 자연의 조화가 이루어낸 초대형 난 코스랄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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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이미 염화칼슘으로 제설 되었지만, 바람이 새로운 눈을 뿌려놨다. 역주행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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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기와 마주보고 있으면 역풍. 뒤를 보고 있으면 순풍이다. 지금은 옆풍.
자전거를 다시 달려 Chatam-Kent에 도착했다. 텐트 칠 장소를 미리 봐두고 커피샵에서 시간을 보낸다. 텐트를 쳐도 될 시간이지만, 텐트 속에 들어가고 싶지가 않다. 너무 춥다.
1주일만에 집에 전화를 해본다. 아버지, 어머니 목소리 간만에 들으니 참 기쁘다. 어머니가 울먹이신다. 나도 갑자기 괜히 울컥해진다. 춥고, 배고프고, 졸리고… 거기에 어머니 울먹이는 소리를 들으니 내가 무슨 득도를 하겠다고 이 날씨에 이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건강하고,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당연하고도 항상 듣는 이야기 이지만, 오늘은 왠지 다르게 느껴진다. 나를 믿고 지켜봐 주시는 부모님께 정말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낀다..
10시쯤 나와서 아까 봐둔 장소에 텐트를 설치한다. 큰 공원 화장실 뒷 편으로 좋은 장소는 아니다. 내일도 빠르게 기상해야 할 듯 하다. 핫팩 2개를 침낭에 까서 넣고, 추운 날씨와 부모님, 친구들 생각에 잠자리를 뒤척이다 잠이 든다.
1. 이동London에서Chatham-Kent2. 주행거리거리 / 시간 : 108 km / ? h (속도계 고장, 네비 추정)누적거리 : 523.7 km3. 사용경비커피 : 1.69불
식빵 : 1.2불
핫팩 4개 : 6.73불총 : 9.62 불4. 잠자리Chatham-Kent 공원 화장실 뒷 편 공터, 텐트5. 상태이상오른쪽 어깨 심하게 결림, 아까 넘어진 휴유증, 양쪽 아킬레스건 아픔
[3월 7일, 여행 7일차, 맑음]
또 한번 엄청나게 떨면서 기상했다. 망할 매트리스는 벌써 빵꾸가 나서 일어나니 공기가 없다. 아, 아버지 말씀이 맞다. 아웃도어 스포츠 용품은 싼걸 사면 중요한 때 피본다 강조하시던 아버지. 시계를 보니 시간은 6시, 아직 해도 안 떴건만, 밖은 이미 차소리가 난다. 후다닥 패킹한 후 어제 잠시 몸을 녹였던 커피컬쳐로 향한다. 오늘 이동 계획을 대충 정리한 후, 아침 식사를 한다.
몸을 좀 녹이고 8시 반쯤 나와서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고, 캐나다와 미국 사이의 국경마을인 윈져로 출발한다. 오늘은 디트로이트 까지만 가기로 한다. 멀지는 않다. 7~80km 정도로 오전에 마무리 지을 수 있을 듯 하다. 미국에 입국하여 디트로이트를 반나절 보고 외각에서 자야겠다.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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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생겼던 은행건물. 과거에는 병영(Barracks)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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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와 미국에는 이런 충혼탑같은 탑들이 마을 곳곳에 세워져 있다. 본받을 만 한 점이다.
길은 어제 처럼 제설차량이 계속 뿌린 염화칼슘으로 눈이 거의 다 녹아있었다. 하지만, 바람으로 눈이 다시 날려 들어와서 물 위에서 살얼음이 되어버렸다. 결국 달리다 어제와 같이 눈 밭에서 살짝 잡은 브레이크로 2번이나 넘어졌다. 하지만 어제의 경험으로 대비를 하고 있었기에 어제와 같이 어깨가 땅과 그대로 충돌하는 정도의 큰 피해는 없었다. 역시 경험과 대비는 사고를 줄이는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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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그라데이션이 들어가있다. 카메라가 똑딱이 인 것이 아쉽다.
한참 가다보니 팀홀튼이 보인다. 이젠 못 볼지도 모르는 팀홀튼. 들어가서 동전을 전부 팀빗과 바꿔먹는다. 한국에선 원래 커피는 딱 질색이었는데, 캐나다 생활 1년 후 어느 새 커피를 즐기며(?)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단 음식 또한 좋아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몸 칼로리가 부족한 것인지 내 몸이 초콜렛을 찾고있다. 위장에 보급을 끝내고 다시 달려본다. 열심히 밟고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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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홀튼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성공할 듯한 브랜드이다. 가성비 최고.
윈져에 드디어 도착하니 2시 경이다. 윈져는 미국 디트로이트와의 국경도시로, 대학이 있긴 하지만 조그마한 도시다. 그런데 이상하게 카지노가 들어와 있다. 라스베거스에서 봤던 시져 카지노가 여기에도!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미국, 디트로이트와는 경제적으로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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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도시에 이런 큰 카지노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디트로이트로 넘어가는 길은 2가지로 다리를 건너거나, 터널을 통과하면 된다. 다리는 외각끼리 연결되어 있고, 터널은 다운타운끼리 연결되어 있지만 톨비가 있다. 일단 터널 톨게이트에서 자전거가 통과 가능한지 한번 물어본다. 당연하게도 터널은 자동차 전용이니 다리로 가보라고 한다. 다리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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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져-디트로이트 사이에 흐르는 강 아래로 뚤려있던 지하터널.
다리에 도착하여 올라가본다. 한참 올라가는데 국경수비대가 나를 잡는다.
“헤이 거기 너 뭐야?”
“자전거 여행자인데 미국 넘어가는 길인데 왜?”
“자전거는 통행 금지야, 이 다리는.”
“뭐? 아까 터널에서는 여기로 가라고 했는데? 그리고 그럼 사람은 어떻게 건너는데?”
“터널에서 뭐라 했던지 여긴 못 건너. 그리고 사람은 버스타고 건너지.”
라고 당연한 듯 이야기를 해주는 경찰관.
“나 그냥 후딱 건너가면 안될까? 금방 안전하게 건너갈게….”
“안돼. 가서 버스나 택시를 알아봐.”
사정해도 안된다. 별 수 없다.
아…. 짜증이 밀려오고 후회가 된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다면 나이아가라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건데…. 일단 터널로 가서 버스를 알아본다. 시내버스 같은 국경버스가 다니고 있다고 한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자전거는 당연히 탑승 금지이다. 이 사람들 자전거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가고 있는 이 판국에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히치하이킹을 하려고 생각해 보니, 보통 다리이면 괜찮은데 국경통과라 아무래도 비자 문제가 걸린다. 비자 받고 뭐하고 하는데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릴텐데 도와주는 사람한테 그 정도 민폐는 아닌 것 같다. 그레이하운드를 알아보니 내일 차가 있다. 가격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이어서 택시를 알아보니 버스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오늘 하루를 버리는 것 보다는 그것이 더 좋은 방법일 듯 하다. 잠시 고민하다 택시를 타기로 결정, 한대를 부른다.
도착한 택시 기사는 40불+왕복톨비 해서 50불을 부른다. 아까 전화 통화한 택시는 40불이었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하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콜. 밴에 자전거를 싫고 터널을 통과하여 미국으로 입국한다. 미국에 택시로 입국하게 될 줄이야. 터널 입구부터 출구까지 5분도 안 걸린다. 이걸 40불을 불러? 날강도 같은 인도 택시들.
입국 심사장에 들어가 보니 바로 전에 그레이하운드 버스가 한대 먼저 들어와서 입국심사 하는 사람이 많다. 한참을 기다린다. 그리고 드디어 내 차례. 과거 밴쿠버 생활할 때 미국을 여행하며 그 때 받았던 방문 비자가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 캐나다로 돌아갈 때는 다시 반납을 해야 되는데 왜 아직도 가지고 있었냐 것이다. 몰랐다고 하고 여차여차 잘 말해서 넘어간다. 짐은 왜 이렇게 많냐, 목적지가 어디냐, 지인은 있냐 꼬치꼬치 캐 묻는다. 자전거로 뉴욕을 가는 길이라고 하니, 얘가 지금 제정신인가 하는 눈으로 보며 그게 말이 되냐고 묻는다. 25일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을 보여주니 더 황당해 하며 20일도 안남았는데 1,500km도 넘는길을 어떻게 이동할 것이냐? 그게 말이 되느냐? 계속 따지고 든다.
내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택시기사 아저씨까지 나와 함께 붙잡혀 있었기 때문에…. 먼저 가라고 말했지만 같이 들어온 차의 일행은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추가로 50불을 더 내라고 한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따지기도 싫어서 알았다고 하고, 입국심사에 집중하여 3개월 관광 비자를 받는다.
좋아 국경 통과. 이번엔 택시기사와의 승부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비싼 것 같다. 내가 당신 영업시간을 20분이나 뺐었느냐? 어쩌냐 실랑이를 하여 힘들게 20불을 깎아 80불에 낙찰을 보았다. 인도인들이 장악한 택시 정말 장난 아니다.
어찌어찌 국경을 통과하니 시간은 이미 6시이다. 빠르게 다시 자전거를 재 결합하고 짐들도 다시 자전거에 결합시키고 디트로이트 시내를 빠르게 둘러본다. 윈져에는 시져가 있더니 여긴 MGM이 있다. 뭔가 카지노가 많은데 불구하고 도시는 썰렁한 모습이다. 다운타운은 빌딩은 크지만 사람이 없다. 해지기 전에 둘러볼 곳 둘러보고 사진 몇 장 찍고, 외각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외각 쪽으로 향할 수록 대형차들이 많이 보이고, 공장의 굴뚝들이 많이 보인다. 전형적인 공업도시의 모습이다.
이런 대도시에서 캠핑 장소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니 잘 찾아보면 텐트를 칠만한 장소는 많이 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위험하게 느껴진다. 나의 개똥 이론에 따르면 (물론 이 비율은 말도 안 되는 비율이지만) 100명 중 1명이 악인이라고 했을 때, 1,000명이 사는 시골엔 10사람, 100만명이 사는 도시에는 1만명이 악인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사람이 많은 곳이 위험하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 눈에서 은폐, 엄폐가 되어있는 곳을 캠핑장소로 선호한다. 그래서 대도시 내 에서는 왠만하면 캠핑하고 싶지가 않았다.
외각으로 달리다 네비를 살펴보니 근처에 공항이 있다. 아예 공항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결정, 방향을 튼다. 공항에 도착하니 8:30분 경이다. 대충 눈치를 살피다가, 조금 더 조용한 출국(Departure) 쪽에 자리를 잡는다. 화장실에서 세면과 세족을 마치고 간단하게 빵으로 요기한 후 9시 반쯤… 옷을 대충 덥고 의자에서 잔다.
1. 이동Chatham-Kent에서Detroit, MI2. 주행거리거리 / 시간 : 132 km / 7:26 h누적거리 : 655.7 km3. 사용경비커피 컬쳐 아침메뉴 : 4.9불
팀빗+핫쵸코 : 3.3불
국경통과 택시비 : 80불
미국 입국수수료 : 6불총 : 94.25 불4. 잠자리디트로이트 국제공항, 벤치5. 상태이상오른쪽 어깨 슬슬 걱정 됨, 양 아킬레스건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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