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대 게시판 패랭이꽃님이 작성하신 작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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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이 며칠 동안 찾아 헤맸지만 결국 족제비 수염을 한 영감의 머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
그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 모두가 머리통의 행방을 몰랐다. 머리통을 못 찾은 게, 요전의 악몽도 있고
해서 왠지 꺼림칙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을 미뤄서는 안 됐다. 결국 그 일을 위에 보고했고, 위에서
힘을 조금 써줬다. 뭐 힘을 썼다는 게 별 거 없고 그 지역의 경찰들 좀 만나면 해결 될 일이었다.
덕분에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 바람대로, 경찰들이 마을사람들을 공사현장에
출입하지 못하게 막아줘서 작업이 전보다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그 사고로 인해 공사현장의
환경은 훨씬 좋아졌다. 그 덕에 나도 공사에 모든 신경을 쏟을 수 있었다. 머리통이건 뭐건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관심 밖의 일이 되어버렸다.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며칠 동안은 공사현장에
살다시피 했다. 현장에 나가 직접 지시하기도 하며 일을 자청했다. 하지만 내가 없어도 현장감독의
지휘에 따라 공사가 수월히 진행되는 것을 보고 현장을 찾아가는 횟수가 뜸해졌다. 아무래도 더운
날씨에 밖에 있는 것보다는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편히 있는 게 내 적성에
맞는 듯 했다. 현장에서 급히 나를 찾을 때는 김 대리를 대신 보냈고, 정말로 내가 필요할 때는
전화로도 충분했다. 내가 생각해도 대놓고 날로 먹었지만,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왜냐?
적어도 이곳에서는 내가 가장 높으니까. 뭐, 주변에 골프장이나 좋은 술집이라도 있으면 쉬는 시간을
보내기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렇게 눈치 안보고 쉬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오늘도 나는
구두는 바닥에 벗어재끼고, 사무용 책상에 두 발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의자에 거의 드러눕다시피 했다.
이쪽 사무실 직원들이 보건 말건 내가 편한 데로 의자 등받이가 꺾어질 정도로 등을 기댔다.
너무 편해서 잠이 올 정도로 말이다.
“저기요, 부장님 방금 전화가 왔는데, 현장에 가봐야 할 거 같은데요?”
잠이 막 오려는데 김 대리가 나를 불렀다.
“왜?”
방해받았다는 생각에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그게, 지게차가 고장이 났다고 하는데요.”
“지게차가 한 대는 아니잖아, 다른 지게차를 두 배로 돌리라고 해”
내 대답에 김 대리가 머리를 긁적였다.
“저기, 근데”
“뭐, 빨리 말해”
“한두 대가 고장이 난 게 아니라 전부 말썽이라는데요?”
“뭐? 전부 다? 저번에도 장비가 다 고장이 났다고 지랄 쇼를 하더니, 이번에는 지게차야? 도대체 현장에서 뭔 짓을 하는 거야?”
“그러게요. 좀 이상하네요. 이런 적이 없었는데 너무 고장이 자주 일어나네요.”
최근 들어 작업현장에서 기계장비 및 차량운반구의 고장이 잦아졌다. 처음에는 기계장비가 낡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뭔가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는 거 같았다. 내 예상이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한테 문제가 있어 보였다. 안 그래도 넉넉한 예산이 아닌데 이런 잦은 기계고장으로 손해를 보면
나중에 회계정리 때 질책을 받을 게 뻔했다.
“지게차는 몰아본 놈들이 사용하는 거야? 아니, 그거 모는 게 얼마나 어렵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고장이야. 도대체 차량이랑 장비를 몇 개를 해먹는 거냐고. 이거 혹시 고장이라고 거짓말치고 장비랑 자재랑 빼돌리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요”
“아니, 저번에 커터기도 고장이 났다고 했는데, 나중에 고치려고 보니까 멀쩡했었잖아 도대체 멀쩡한 걸 왜 고장 났다고 하는 거냐고?! 그리고 지게차가 한 번에 다 말썽이라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런데 그거랑 이거는 좀 다른 문제 아닐까요?”
김 대리가 그건 아니라는 눈치를 줬지만, 내 생각은 확고했다. 독일이나 일본에서 수입해 오는 자재
같은 경우에는 가격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빼돌려 먹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없는 놈들이 그런 면에서는
더욱 심한 법이니까. 옛날부터 그랬다. 꼭 가난한 녀석들이 더욱 극성이었다. 학교 운영회비를 빼돌려
지들 배를 채우거나, 남의 물건에 손을 데거나, 그런 추잡스러운 짓은 없는 놈들이 골라서 했다.
“김 대리 말대로 오늘 현장에 한 번 가봐야겠어”
난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구두를 신고 나갈 준비를 했다. 김 대리도 내 눈치 한 번에 나를 따라
나갈 채비를 했다.
6
“아이고, 소장님 오랜만입니다.”
공사현장에 들어서자마자 현장관리자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나를 반겼다. 뭐, 그 웃음의 의미는
잘 알고 있다. 특히나 그가 내뱉은 ‘오랜만’이라는 말만 들어도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현장관리자인 본인은 공사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열심히 일하는데, 현장소장인 나는
얼굴이나 가끔 내비치니 그가 보기에 내 모습이 꼴사나울 것이다. 나이도 자신보다 훨씬 젊은데다가,
그러면서도 월급은 내가 몇 배로 더 받으니 속이 뒤집힐 게 분명했다. 그래도 별수 없지 않은가?
나는 건설회사에서 현장대리인으로 보낸 현장소장이고, 그는 쉽게 말해 그저 인부들이나 관리하는
작업반장이니. 직책의 높고 낮음에 있어 내가 훨씬 높은 위치니 그가 고개를 숙여야 할 수밖에.
“네, 박 반장님 오랜만이네요. 근데 문제가 뭐라고 하셨죠?”
“지게차가 모두 말썽이네요. 새로 구해 와야겠는데…….”
박 반장이 반쯤 벗겨진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잦은 사고 때문에 눈치를 보는 듯싶었다.
“또 고장이라고요?”
박 반장이 머쓱해지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말끝을 올렸다.
“아, 저 그게 지게차들이 이상하게 시동이 걸리지 않네요.”
“한 두 대도 아니고,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는 조사해 보셨습니까? 그저 움직이지 않는다고 고쳐보지도 않고 장비들을 바꾸면 안 되죠. 정해진 예산이 있는데”
내 꾸짖는 말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박 반장의 표정이 굳었다. 하긴 나 같아도 새파랗게 젊은 놈한테
훈계를 듣는다면 기분이 더러울 것이다.
“그게 원인을 잘 모르겠습니다. 현장까지는 잘 끌고 왔는데 작업만 하려고 하면 말썽이네요. 수리공도 불러봤는데, 도통 원인을 찾을 수가 없데요. 저희도 정말 답답합니다.”
“정말 고장이 나기는 했습니까?”
말이며 표정이며 풍기는 뉘앙스가 또렷했다. 물론 박 반장도 그것을 알아차렸다.
“지금 제가 거짓말 하는 것처럼 보이십니까?”
박 반장의 얼굴이 찌그러져 더욱 못나 보였다.
“아니, 저번 커터기 때도 그랬잖습니까? 고장 난 줄 알았는데 제대로 작동이 됐잖아요.”
내 말에 박 반장이 대답을 못했다. 그 일은 전적으로 박 반장에게 문제가 있던 거였으니 박 반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박 반장님, 이 바닥에 꽤 오래 계셨던 분이 왜 그러십니까? 벌써 고장 때문에 갈아치운 장비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아뇨, 정말입니다. 정말로 움직이지 않았다고요. 못 믿겠으면 직접 지게차를 몰아보세요.”
박 반장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해서 조금은 놀랐다. 눈에 띄게 바뀐 박 반장의 태도를 봤을 때,
필시 내 언행에 기분이 상한 게 분명했다.
“좋습니다. 직접 몰아보죠 차키 줘보세요.”
박 반장은 품에 있던 열쇠뭉치를 꺼내 내게 줬다. 나는 그 열쇠뭉치를 쥐고 곧장 지게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현장에 늘어서있는 지게차들은 구입한지 얼마 안 된 상태라 외관도 깨끗한 게 전부 멀쩡해보였다.
“소장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지게차 옆에 있던 인부 하나가 나를 보며 인사했다. 나는 그를 보며 넌지시 물었다.
“고장이 난 지게차가 어떤 거야?”
“여기 있는 지게차는 전부 고장 났는데요”
“정말이야?”
“네”
나는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지게차를 쑥 훑어보았다. 그리고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지게차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차키를 찾아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지게차는 시동이 걸리기는커녕 미동도 하지 않았다.
“뭐야, 이거 왜 이래?”
“말씀드렸잖습니까, 고장이 났다고”
뒤에서 느긋하게 따라오던 박 반장이 나를 보며 말했다. 지게차에 올라타 아무것도 못하는 내 모습이
꽤나 만족스러웠는지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나는 오기가 생겨 지게차를 전부 돌아다니며 시동을
걸어봤다. 하지만 단 한 대의 지게차도 움직이지 않았다.
“직접 확인해 보셨으니, 소장님도 아시겠죠?”
박 반장의 두꺼운 턱주가리가 우쭐거렸다. 수긍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이 옳았었다.
“예,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고장 난 게 맞네요. 최대한 빨리 구해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걸릴 테니 당분간은 주변에 지게차 용역을 사용해서 일해주세요. 그리고 장비 같은 건 좀 고장이 나지 않게 조심히 사용하라고 지시해두세요.”
“네, 알겠습니다. 소장님”
괜히 박 반장에게 밀렸다는 생각에 씁쓸한 표정으로 지게차에서 내려왔다. 박 반장이 웃는 꼴도 여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작업을 예정에 맞춰 끝내려면 지게차가 꼭 필요했다.
“부장님, 이제 끝난 건가요?”
옆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김 대리가 불쑥 물었다.
“끝나긴, 오랜만에 왔으니 그 동안 작업한 거 검사해야지”
골이 난 나는 괜히 김 대리에게 얄궂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나는 표적을 박 반장으로 돌렸다. 박 반장은 내 툴툴거리는 말투가 거슬렸는지 잠깐 멈칫거렸지만
이내 내게 상황을 설명했다.
“저 그게, 예상한 기간보다 좀 더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숲의 크기도 그렇고 다른 숲에 비해 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습니다. 일단 기초공사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거 같고, 또 기계장비가…….”
“역시 기계장비가 말썽이구요, 그렇죠?”
“네? 예, 우선은 기계장비가 가장 문제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왠지 감시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꽤나 진전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전보다 진전된 게 별로 없었다.
‘내가 조금만 신경을 안 써도 이 모양이라니까’
나는 뒷짐을 떡하니 지고, 양반의 걸음새로 작업현장을 어슬렁거렸다.
“으아아아!!!”
순간 인부하나가 뒤로 벌러덩 넘어지며 소리를 질렀다.
“뭐야,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 쓰러진 사람에게 모여들었다. 나 역시 문제가 생기면 곤란해지기에 그에게
다가가 상황을 살폈다.
“저, 저기에”
쓰러진 남자가 나무의 뿌리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뭐야 이거!!”
“이, 이런!”
그 남자가 가리킨 곳에는 사람의 머리통 하나가 풀숲에 엉켜 뒹굴고 있었다.
“저, 저거 지난번에 그 사람 머리 아니야? 맞지?”
“그런 거 같기도 한데, 여기는 사고가 난 데랑 거리가 좀 있는데 어떻게 여기에 있지?”
내 눈에는 확실히 그날 사라졌던 영감의 머리통이었다. 오싹했다. 꿈에서 봤던 모습이랑 흡사한 게 왠지
가까이 가면 튀어 오를 거 같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경찰들이 못 찾더니, 이런 데 있었네.”
“아! 뭣들 해? 가만히 구경만고 있을 거야? 빨리 신고해”
뒤늦게 나타난 박 반장이 소리쳤다. 그 때 좀 젊어 보이는 인부 하나가 용기 있게 나섰다.
그는 그 머리통을 향해 다가가더니 이내 두 손으로 집어 들었다. 머리통을 들어 올리자 흙더미와 풀에
뒤엉킨 얼굴이 드러났다. 뒤집어진 눈알이며, 붉은 얼룩이 묻어있는 얼굴을 보니 호러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우, 우웩”
비위가 약한 인부 하나가 입을 틀어막고 숲을 향해 달려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고개를 돌려 끔찍한
광경을 애써 외면했다.
“저런, 쯧쯧”
“엥?”
머리통을 집고 있는 인부가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덜덜 떨며 말했다.
“뭐, 뭔가 이상해요, 갑자기 입을 움직이는데요.”
“무슨 소리야? 잘린 머리가 어떻게 움직여?”
그 젊은 인부의 말을 듣고 잘려나간 머리통을 자세히 봤다. 정말로 영감의 얼굴이 뭔가를 말할 것처럼
입술을 꿈틀거리는 거렸다. 확 표가 날 정도로 큰 움직임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눈으로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는 움직이고 있었다.
“으으으, 어떡하죠?”
머리통을 쥐고 있던 인부가 울먹이며 말했다. 간단히 놓으면 될 일이었지만 왠지 인부가 손에 쥔
머리통을 놓지 못했다. 아니, 머리통이 인부의 손을 놓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도, 도와주세요!”
젊은 인부가 소리쳤지만 몹쓸 두려움에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았다. 서서히 벌어지는 영감의 입이 꼭
모두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이윽고 족제비 수염을 한 영감의 머리통의 입이 완전히 쩍 벌어졌다.
“으으아아아!!!”
“쉬이이”
영감의 입에서 뱀이 꿈틀거리며 기어 나와 새까만 혀를 날름거렸다. 모두가 그 끔찍한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순간 뱀이 날렵하게 튀어나와 젊은 인부의 목덜미를 물었다. 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손쓸 틈이 없었다.
“끄아아아!!”
뱀에게 물린 젊은 인부가 목덜미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이봐, 괜찮아?”
“빨리 신고해, 일단은 빨리 차로 옮겨”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진 사이, 그 뱀이 영감의 입에서 빠져나오는 게 보였다. 어떻게 영감의 머리통에서
살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굵은 놈이었다. 꾸물꾸물, 완전히 몸을 머리통에서 빼낸 뱀은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 숲으로 유유히 기어갔다. 그 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뭔가에 홀린 것처럼
숲으로 기어들어가는 뱀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저거 독사 아냐? 딱 보니까 독사인데, 독이 퍼지기 전에 빨리 병원에 가야돼!!”
순간 박 반장이 흥분을 했는지, 붉은 얼굴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그러자 사람 하나가 황급히 뱀에 물린
젊은 인부를 들쳐 멨다.
“어디로 데려가야죠?”
“빨리 이쪽으로 내 차로 가자”
사람들은 젊은 인부를 데리고 공사현장을 빠져 나와 박 반장의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뱀에
물린 인부를 차에 싣고 곧장 병원을 향해 출발했다. 뱀이 물었던 순간만큼이나 순간적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역시 뭔가 불길한데요. 안 그래요, 부장님?”
김 대리가 떠나가는 차를 보며 말했다. 꽤나 심각한 김 대리의 표정에 나도 괜히 덩달아 긴장이 되었다.
“불길하다니? 뭐가?”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숲이요.”
“숲?”
“이 숲에서 작업을 시작하고서부터 계속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니까, 괜히 저번에 마을 주민들이 말했던 말들이…….”
“설마 정말로 숲의 저주니 뭐니 하는 걸 믿는 거야?”
나는 김 대리의 말을 딱 끊으며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김 대리가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끊은 거였지만, 사실은 왠지 지금 김 대리의 말을 끝까지 들으면 나 역시 그런 미신을
맹신할 것 같아서였다.
“죄송합니다.”
“아냐, 됐어. 뭐,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긴 했으니까 어느 정도는 이해해”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고는 작업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인부들을 진정시키고, 작업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사무실이든 어디든 숲이 아닌 곳으로 나가고 싶어 말이며 행동이며 급히 서둘렀다. 뭔가가
나를 쫓는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꽤나 서두른 덕분에 오늘 검사할 일을 순식간에 마칠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숲을 떠났다. 숲이 보이지 않을 때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휴우”
분명히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영감탱이의 눈은 분명히 나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