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야, 어제는 퇴근 잘 했니?
저녁 되니까 날이 많이 추워서 걱정되더라.
너 스타일 신경쓰느라 따뜻하게 못 입을 때 많잖어...
난 요새도 남자친구랑 전화 한 통 못하고 지낸다.
너는 그 분이랑 요즘도 잘 지내니?
사람 많은 걸 싫어해서 뮤지컬 볼 때는 vip석 아니면 안 앉으신다는 그 분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와 그 분을 만난 날 이후로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한 번 왔다갔다 하면 3시간이 넘는 거리... 이 먼 곳으로 이사를 온 후
넌 이제껏 한 번도 나를 찾아온 적이 없었어. 그거 아니...?
아, 차는 태워줬었지. 너의 예전 남자친구 차로 말이다.
하지만, 네가 보고 싶을 때면 항상 버스를 갈아타가며 찾아가는 나와 달리
너는 늘 거기서 나더러 오라고 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쭉 날 방목했었지.
내가 시내로 나갈 테니, 거기서 만나자 그래도 그조차도 두 번인가 했던가?
그러던 네가 100년만에 날 찾아온다고 그래서, 나 되게 기분 좋았다...?
그래서 네가 다른 사람 데리고 온다고 그래도 알았다고 한 거였는데.
내가 왜 화가 났었는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어...
정말, 내 남자친구와 그 남자를 비교하게 되서 화가 났던 걸까...?
솔직히 말하면 처음보는 남자라 관심도 안 갔고, 화날 것도 없는데.
자꾸 생각하다가, 난 결국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
날 앞에 앉혀놓고, 요즘 남자친구랑 힘든 것 뻔히 알면서
이 남자랑 어디를 갔다 왔다 뭘 사주더라 온갖 자랑만 하고.
내가 앞에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잉 으응 하면서
그 남자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는 너의 모습이 싫었던 것 같아.
친구를 앞에 앉혀놓고... 그건 좀 예의가 아니지 않니...?
까페에서 셋이 앉아있는데, 남자친구 보지도 못하고 지내는 내 앞에서
네 어깨에 기대는 그 남자는 또 뭐며... 그 남자 무릎에 눕는 넌 뭐냐?
둘이 아직 사귀기로 한 거 아니라며... 그럼 나 보라고 하는 거였니?
아직도 나는 너를 이해할 수가 없구나, A야. 네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리고 너 그 남자하고 아직 아무 일도 없었다고 그랬지?
그 남자 무릎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눕는 너의 모습으로 미루어 볼 때,
썸씽도 없는데 자기 무릎에 눕는 여자를 그냥 두는 그 남자가 변태이든지
아니면 네가 나에게 할 필요없는 거짓말을 했든지 둘 중 하나일 거 같다.
넌 나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순진하게 반응하길 바랬는데, 실망했니?
오랜시간 너를 단짝이라고 부르면서, 네 안에 있을 여자의 모습을
어쩌면 내가 너무 간과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나도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지만.
너희를 만나고 나서, 그 남자가 너에게 숨기고 있는 게 있을 거란 생각이 떠나지 않아.
왜냐하면, 남자들은 자기가 가려야 할 게 있을 때 그걸 선물로 덮어버리더라고.
너에게 그런 이야기를 좀 더 신랄하게 해 주고 주의하도록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며칠 뒤에 전화해 보니 넌 이미 그 사람에게 마음이 기울었다고 하더구나, 친구야.
내가 그런 너에게 말을 해 보았자, 네 귀에 들어가겠니? 질투라고 싫어하겠지...
질투라 해도 좋다. 내가 가지고 싶었던 그 반지 네 손에서 봐서 샘났던 거, 사실이니까.
하지만, 친구야... 난 네가 제발 그 남자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차가 아우디다. 악셀을 어떻게 밟으면 그 승차감 좋은 차 뒷좌석에서 내가 손잡이를 잡니?
서울에서 대구까지 오는데 KTX보다 자기가 빠르다는 말을 자랑이라고 하고 있고...
무슨 브랜드마케팅을 어떤 식으로 해서 매출을 얼마나 올리는지는 모르겠다만
너에게 회사 이름도 제대로 말해주지 않고, 명함도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면서...?
그리고 너에게는 계속 정신 못 차리게 돈을 쓰고 선물을 퍼부어대고 있다...
만약 나라면, 먼저 선물을 그만 하게 멈추어놓고 사람을 볼 것 같구나.
그 사람은 지금 네가 자신을 파악하지 못하게 계속 네 혼을 빼놓고 있어.
그리고, 사람이 많은 것을 너~무 싫어해서 영화관에 절대로 안 간다는 거 말이다.
A야, 나는 네가 그 부분을 눈여겨 보았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확실히 밀어붙여 현실로 만드는 추진력도 중요하지만,
정말 싫은 일이라도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해내는 인내심과 끈기도 중요하다.
그가 지금은 그런 태도를 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은 자기 주장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어떤 경우에라도 그것이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고, 거기에 너를 끼워맞추려고 한다면
그저 필요없는 부분에 자신의 고집을 버리지 않고 너를 힘들게 하게 될 거다.
그의 그런 태도가 뚜렷한 자기 주관인지, 쓸데없는 고집이 될 수 있는지 잘 봤으면 한다.
그리고 그 날, 벌써 결혼까지 생각하는 듯한 네 말투에 내 가슴이 덜컥 내려앉더라...
그런 이야기는 나랑 둘이 있을 때 했어야지, 그 남자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 남자가 너 자기한테 넘어온 줄 알고 점점 더 너를 맘대로 하려 할 텐데...
가족들까지 남자가 책임져준다고 말을 했다지...? 난 그것 때문에 더 걱정이다.
그런 약점을 안고 여자가 시집을 가면, 남자한테 휘둘리면서 살게 될까 봐.
처음에는 내가 받아본 적 없는 선물들을 받는 널 보며,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쟤는 뭘 그렇게 잘 해서 저렇게 넘치는 애정을 받고, 난 뭘 잘못했길래 이러나...
근데, 나는... 네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샘나더라도, 행복하면 좋겠어.
그리고 자식아... 친구라는 기집애가, 오랜만에 나 만나러 오면 나만 보러 와라.
그런 사람 데리고 와서 염장지르고 그러면, 그게 친구가 할 짓이냐 임마 ㅋㅋㅋ
이런 저런 이야기 두서없이 쓰다 보니, 스크롤의 압박이 천근만근이겠구나
미안하다, 친구야 ㅋㅋㅋ 어쨌든... 그 남자분하고 같은 값이면 잘되면 좋겠고...
만약 잘 되면 니 부케는 내가 책임지고 받아주마 ㅋㅋㅋ 사랑한다 짜슥아!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