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남친을 4년동안 짝사랑하다가 군대 전역하고 이제야 사귀게 되었어요.
전 스물 둘이고 남친은 스물 셋, 아직 어려요.
그래서 벌써부터 이런 걱정 하기는 이르다는 것도 알아요.
사실 지금껏 남친처럼 다른 이성을 좋아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래저래 사는 지역도 엇갈리게 되고 메신저 간간히 하고 그래서 2년만에 다시 휴가 나온 남친
잠깐 만나고 아직도 못잊었구나 해서 군대 전역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사귄 겁니다.
사실 제가 남친한테 반한 이유는 별 거 없었어요.
외모가 딱히 잘난 것도 아니고 키가 큰 것도 아니고 (164cm에요. 161인 저보다 크고 뭐 나름 듬직해요.)
외모 치장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옷도 그냥 계절마다 두세벌? 돌아가면서 단정하게 입어요)
딱히 그런 데 사치는 안부리고 음반사고 책사고 공연가고 전시가고 이런 데 돈 쓰고 뭐...
근데 되게 무뚝뚝하고 차가운 성격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가정적이고 소중한 친구 몇한테는 우정
돈독하고... 생각하는 거나 배려하는 게 어른스러워서 빠져들었어요.
그래서 처음 1년간 이 남자 좋아할 땐 이 사람도 나름 집안형편 소소하고 열심히 하는 고학생? 인 줄 알았어요.
그래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기관리 잘하고 성실하고 그래서 그때부터 진짜 결혼하고 싶었어요.
근데 사귀기 전부터, 그니까 알게 된 지 3년만에? 자주 만나고 얘기하면서 들어보니
어머님은 고등학교 교사셨고 아버님은 교수이신 것 같더라구요.(아직 서로의 집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안물었어요)
형님은 Y대 이공계열 다니구요.
그리고 집도 지방에서(둘 다 같은 지방이 고향이라 알게 됐고 지금은 서울이에요) 되게 집값 비싼 동네?
의 넓은 집에 살고 있구요.
그러고 보면 이 사람은 진짜 바르게 자랐어요. 생각하는 것도 어른스럽고 집에 돈이 많아도 그 돈은 자기
게 아니라는 마인드같고 그래서 항상 뭘 하든 열심히 하고... 그래서 예체능 계열인데 수리 9등급 찍고
나머지 전부 1등급 찍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어서 이름있는 대학 안가고 하고 싶은 쪽으로 유망한
과 택해서 전문대 가고..(비실기 수석입학에 과제도 성실히 해서 항상 장학금 받아요)
네, 뭐 다 좋아요. 근데 걸리는 게 있다면 집 스펙?이 너무 좋다는 거에요.
저희 집은 아버지가 IMF때 아버지가 대기업에 사표 내고 정부쪽 누군가와 사업 일으키시다가 망했어요.
IMF 당시 집안 재산이 50억 가까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건 뭐 옛날 일이구요, 전 유딩때였으니까
거의 기억도 안나요. 그냥 아버지 부하직원들 집에 놀러오셔서 저한테 십만원 짜리 수표 쥐어주고 가시고
엄마는 그거 맡아준다고 하고...(이 시나리오는 알져? ㅋㅋ)
그랬는데 어쨌든 중학교 들어가서부턴 집안 형편 왕창 기울어져서 차압딱지 붙고 아파트 다 팔고
그러다가 45평 아파트에서 32평, 25평, 지금은 10평짜리 주택 월세들어서 살고 있어요.
아버진 항상 과거의 영광에 얽매이셔서 집 형편 안좋아지고 경제사정때문에 말다툼이라도 나면
아버지 레파토린 지금껏 누가 식구들 다 먹여살렸는데 부터 시작해요.
그래서 어머니가 힘들어하시는 모습 많이 봐왔구요 근데 지금은 참 상황이 많이 바뀐 게
어머니가 조무사 일 하시면서 일주일에 하루 집에 들어오시고 200 좀 넘게 버시구 아버진 대리운전이랑
국민연금 받으시면서 80~90정도 버세요.
오빠는 따로 나가서 자취하면서 자기 능력껏 돈벌어서 살아요.
그래서 평상시엔 저랑 아빠가 주로 같이 살아요
그리고 아버지 가부장적인 성격도 어머니 덕에 많이 변하셔서 두 분 지금 알콩달콩 하시고
우리 오빠도 어디서 참한 예비새언니 데려와서 올겨울 울엄마가 아들래미 예비며느리 커플 목도리 짜주셨구요
어머니는 8남매 막내신데 외할아버지는 어머니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외할머니는 엄마 애기때
돌아가셔서 거의 외삼촌 외숙모들이 키워주셨고 그래서 초등학교 졸업도 하지 못하셨어요.
아버지는 고졸이신데 당시 능력껏 대기업 취직하신 거구요.
어머니는 그래도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서 나이 50대이신데 초졸 중졸 검정고시 다 치시고
고등학교 검정고시 준비하고 계세요. 사이버대학까지 진학해서 심리상담사 되고 싶으시대요.
그 나이에 아직까지 꿈이 넘치고 엄마 주변 사람들 다 엄마 성품 하나 최고라고 공부나 상식에는
지식 없을 지 몰라도 삶의 모든 부분에서 현명하다고 인정하셔서 울엄마한테 다들 상담하세요.
그래서 지금 집에서 용돈 한 푼 못받고 오히려 가스비 전기세 보태드리고 있는 가난한 살림이지만
이제야 드디어 행복하다고 느껴요.
참고로 전 등록금때문에 대학 포기하다가 올해 원서 넣고 수시 합격해서 내년부터 다니려고 하구요.
그 전까진 고등학교 2학년 넘어서 자퇴하고 이런 저런 일 하면서 돈 조금 모았어요.
또 제가 하고자 하는 꿈에 관해선 누군가에게 지고싶지 않을 정도로 재능이 있었기에 그 꿈 버리고
그냥 일하기가 더 아까웠어요. 그래서 지금 그쪽으로 일도 들어오고 해서 대학다니면서 틈틈히
외주받으면서 경력 쌓아가려고 해요.
근데 이런 집안 사정이 있다보니까 저는 결혼관,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게
전업주부는 좀 그렇고 집에서 프리랜서로 재택근무를 하든 밖에 나가서 일하든 제 능력껏 일하고 싶구요
사실 제가 성공하고 싶은 맘이 좀 더 커요.
그래서 남편도 뭐 집안보단 성실히 자기 할 일 열심히 하고 가정적이고 취미생활 같이 공유할 수 있고
맘 따뜻한 사람이면 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남친 배경을 알고 나니 막상 저희 집안 얘기 꺼내기가 참 뭐하네요.
머리로는 우리 부모님도 최고고 그렇지만 만약 내가 좋아했고 사랑하는 남친이 맞다면
분명 가정 환경에 대해서도 이해해주겠지, 하다가도 감정적으론 섣불리 말할 수가 없습니다.
안그래도 전 제가 알바하면서 공부하고 집에 관리비 보태고 데이트할 때도 거의 돌아가면서 내고
더치로 내거나 제가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거 할 땐 제가 쏜다면서 끌고 가기 때문에 지금까진 돈 없는
티 내진 않았는데요,
전 정말 남친 사랑하기도 하지만 자존심도 세거든요...
우리집 가정환경이 쪽팔려서 말하기 싫다, 이런 건 아니고,
제가 힘들게 살아왔다는 걸 티내고 싶지가 않아요.
한때 정말 너무 힘들어서 1년 동안 폰 없이 인터넷도 다 끊고 그냥 알바만 하고 친구 안만나고
알바하면서도 사람들이랑 안놀러다니고 공사구분하고 그렇게 혼자서 지냈던 적도 있을 만큼
제 주변 사람한테 제 약한 모습 보이고 싶지가 않아요. 걱정 끼치기도 싫구요.
판에 톡을 처음 써보는데 이게 굉장히 쓰기 힘드네요... 쓰다보면 주절거리게 돼서 횡설수설...
읽기 힘드셨겠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핵심, 결론을 말하자면,
남친 집안이 참 좋아요.
근데 여자친구가 저같은 서민, 아니 빈민 계층이라면 앞으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걸까요?
참고로 남자친구가 진심인 거 알아요. 결혼에 대해서도 '우리'라는 말은 아니지만 뭐 은근슬쩍 얘기
나오구요. 저도 가볍게 사귀는 거 아닙니다.
지금 계획으로는 그래도 제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능력키우고 성공하자, 이건데
그러는 동안 남친이 이해해줄까요? 오빠도 늦둥이고 저도 늦둥이라 저희 부모님 지금 아버진 환갑
넘으셨고 어머닌 50대세요... 집에 가진 밑천이 없으니까 부모님 버신 돈은 부모님 노후 마련하기에도
벅차다는 거 알고 있으니 이제 제가 알아서 해야해요.
그냥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좋을까요?
그리고 평소에 열심히 하는 모습 보이면 남친도 이해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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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각 안하고 만난다고 하셔서 그러는데요,
둘 다 결혼 생각 있어요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남자친구가 자긴 중고등학교 때만해도 연애경험 없이 결혼할 줄 알았다고,
그니까 처음에 사귄 여자와 바로 결혼할 줄 알았다고 했고 그 때 처음으로 다른 여자친구를 사겼었는데
그 전 여자한테 배신을 당한 경험이 있어서 마음의 문 열지 않다가 저와 사귄 거구요
저 또한 지금 사귀는 남자친구 전 여친이랑 사귈때쯤 맘접고 2년동안 거의 혼자 지내다가
저 좋아해주는 사람 두 명 정도 만나고 그 짝사랑했던 남친 못잊고 사귀는 게 미안해져서
짧은 기간 동안 사귀고 둘 다 헤어졌어요.
요즘 시대답지 않다고는 하는데, 전 평생 이 남자같은 사람 못 만날 것 같습니다.
취미며 관심사며 가치관이며 이렇게 맞는 사람 못봤거든요.
남친도 저한테 너처럼 나랑 코드 맞는 여자 못봤다고 하고 그래서 참 고맙고 좋아요.
참고로 남친은 제가 4년 전에 자기 짝사랑했었다는 거 자세히는 몰라요 ㅎㅎ... 나중에 말해주려구요.
그리고 남친 지나가면서 애기들 쪼끄맣게 콩콩대며 걸어가면 항상 머리를 손으로 톡톡 쓰다듬는
버릇 있거든요. 그래서 애기 얘기도 간간히 은근슬쩍 나오고
서로서로 배려 잘해줘서 여태껏 한번도 싸운 일이 없었어요. 제가 남친한테 서운해하면 남친이
바로 바로 풀어주고, 저도 남친 기분 안좋거나 그러면 곧잘 대화하면서 풀고 그러기 때문에
사귄 지 이제 1년 다되어가는데 후회보단 오히려 역시 이 사람 말고는 없겠다 싶은 결심만 굳어져요.
그런 상황에서 생기는 고민이라서 더 신중하기도 하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