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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고 고맙고..사랑한다. 순돌아.

이승철 |2011.12.14 07:54
조회 1,763 |추천 24

안녕하세요. 이글이 이곳의 주제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을 전할곳이 없어서 글을씁니다.
혹시 이글을 보신분들은 짧게라도 좋으니 먼곳으로 떠난 우리 동생을 위해 작별인사라도 적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이글을 쓰는건 병원을 원망하는게 아닙니다. 모든게 제 잘못이니까요.

그냥 평소 사람을 좋아하고 따르던 순돌이가 가는길..

많은 사람들의 위로를 가지로 갔으면 하는 작은 소망에서 작성하는것입니다.


저는 올해 9살인 시츄를 키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름은 어머니의 성을 따서 김순돌입니다.

이름 답게 거의 짖지도 않는 순하디 순한녀석이었습니다.

평소 애정표현 한번 해본적 없지만 너무나 사랑하는 제 동생이죠.

 

그 동생이 어제 저녁 7시 35분에 먼곳으로 떠나갔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고통스럽고 외롭게 말이죠.

 

이런 결과가 오기까지의 시작은 두달여전부터 였습니다.

어느 순간 순돌이가 소변을 보는것이 이상해졌습니다.

시원하게 보지도 못할뿐더러 오줌 줄기도 흘리듯이 나왔습니다.
처음 그것을 발견했을때에는 병인지 몰랐고, 녀석의 고통도 몰랐습니다.(무식한게 죄라는 말 사실입니다.)
단순하게..
'심술을 부리나'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불만이있나'
등의 안일한 생각으로 매번 혼내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달이상이 지나서 어느순간 부터는 평소 그렇게 잘하던 침대뛰어오르기 조차

못하고 버거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소변이었고, 그때부터는 대변볼때 신음소리를 내더군요.
그 엄살 한번 부린적없는 녀석이요...
그래서 병원에 데려가려고 맘을 먹었지만 제 게으름과 귀찮아하는 성격으로 하루 이틀 미루게 되었고,
12월 3일에 서울에 올라오신 어머니의 강압과 권유로 다음날 일요일에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종합 검사를 하고 최종 진단은 '요로결석'이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 그런 병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알고보니 사람에게도 흔히 발병하는 질병이더군요.

엑스레이를 보았는데 0.5cm정도되는 두개의 결석이 요도(생식기)의 중간을 막고 있더군요.
오줌줄기가 꽉막혀서 녀석 나름 힘을 주었지만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것이었고, 대변을 볼때 힘을주면 요도에 힘이 들어가 피가 쏠리면서 고통이 동반되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 상태가 한달이상 지속되면서 다른 장기에도 부담을 주어서 녀석의 상태가 좀 않좋더군요. 신장 콩팥등이요..
의사분께서는 당장은 컨디션때문에 수술이 어렵고 입원치료와 혈액검사를 통해 상태가 호전되면 수술을 하자고 권해주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비용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감당 못할 비용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100만원의 비용을 듣고..
'이거 안해도 되는 검사를 돈벌려고 하는건가' 라는 나쁜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곳을 나와 평소 다니는 병원(처음에 안갔던건 그곳은 일요일 오전 진료만 하는곳입니다.)에 가서 문의를 하니 35만원의 비용이 나왔습니다. 처음과 차이가 큰금액이었죠.
'아 역시 그곳이 바가지를 씌우는거였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저에게 미친듯이 화가 나네요.
재미있게도 그곳은 입원치료 검사 같은것이 없이 응급수술이라고 다음날인 12월 5일 월요일 저녁에 진행해주셨습니다.
수술시간이 되어 순돌이를 맡기고, 집에와서 대기를 하는중에 병원에서 전화가 오더군요.
원래 요도쪽에 결석을 방광쪽으로 밀어서 방광을 절개하는 수술을 진행하려 했지만 결석의 크기가 커서 밀리지 않아서 요도를 절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경우에 수술경과가 위험할수도있다는 얘기도 들었고, 작은 병원이 불안하면 큰병원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갔어야 했는데..저는 싼비용에 눈이 멀어 그냥 전화상으로 허락을 했습니다.
수술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고, 병원으로 순돌이를 보러갔는데 마취가 덜깨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더군요.
당연히 입원을 예상했는데..병원에 두면 오히려 스트레스 받아서 안좋을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곳은 야간진료를 하지않아 밤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마취가 서서히 풀렸지만 체력소모가 많았는지 잘 자더군요..
그날 안심했던것이 돌이킬수없는 결과로 다가 올것이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는거같아서 짧게 요약하겠습니다.

수술후 첫날(화요일).
- 소변볼때 피가 많이 나왔습니다.

  뭐 요도를 절개했으니 당연하다 생각했고, 병원측에서도 정상이라고 합니다. 이날 구토를 했습니다.

  이때부터 개들이 입으로 몸을 핥는것을 방지하기
  위한 깔때기를 제거했습니다. 무식한생각으로 잘때 편하라구요.

  때문에 수술부위가 아픈지 자주 핥더군요.

  입원시에도 깔때기는 하지않는것을 보고 상관없을거라 판단했습니다.

수술후 둘째날(수요일).
- 순돌이가 힘이 없습니다.

  병원에 데려가 링거와 영양제를 맞추고, 3일간 입원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때부터 대변을 보는데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기 시작합니다.

수술후 셋째날(목요일).
- 밤에 혼자있을 순돌이가 불쌍해서 밤에 집에 데려왔습니다.(이것도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구토를 하고, 앉아있는중에도 가끔씩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기 시작합니다.

수술후 넷째날(금요일).
- 서울에 첫눈이 내린 날이죠..첫눈이 내린날이 제게 고통스러운 기억이 남는 날이 될지 몰랐습니다.

  아침부터 생식기가 많이 부어 있었습니다.

 

 

  사진은 급격한 체력소모에 힘들었는지 순돌이가 제 무릎을 베고 마지막으로 코골이를 하며 자는

  모습이에요..


  거의 걷지 못하는데 피는 계속 나오더군요.

  급히 병원으로 데려 갔는데 염증이 났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시 입원시키고 그날 밤 11시와 다음날 새벽 6시에 상태를 보기로 했습니다.
  두번째 고비를 맞이하는 순간 이었습니다. 다행히 녀석은 외로운 병원에서 혼자 고통을 이겨냈습니다.

수술후 다섯째날(토요일).
- 그날가서 상태를 봐야 했는데 보면 눈물나고 힘들다는 이유로 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많이 후회가 됩니다..주기적으로 가서 얼굴을 비추어 안심을 시켰어야했는데요..
  또 게으름이 문제였습니다..결국 제 자신의 문제죠. 이날집에 데려왔으면 조금은 결과가 달라졌을거라는 의사분의 소견이있었거든요.


수술후 여섯째날(일요일).
- 낮에 가서 한번 얼굴을 비추어야했었는데 저녁에갔습니다. 그리고 데려오게 되었죠. 구토를 연속적으로 합니다. 어떤것도 먹지 않습니다. 뼈만 앙상해졌습니다.
  눈물이 나더군요. 그때 다른 병원을 한번 가보자는 생각을 하게되었지만 밤이라는 이유로 보류를 하게 되었습니다. 밤새 옆에서 쓰다듬어주고 울었습니다. 너무 미안해서요.

 

수술후 일주일(월요일)
- 새벽에 너무 걱정이 되어서 인터넷으로 전문병원을 알아보고 목동에 있는 네티즌 추천 병원으로

  순돌이를 데려갔습니다. 처음에 순돌이를 본의사가 너무 당황하더군요.
  이상태로 살아있는게 신기하다고 하셨습니다. 다시한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고맙고 미안해서요..

  일단 종합검사를 받고 진단받은 병명은
  '급성심부전''요도패쇄''전립선비대''빈혈' 너무 많아 열거하려니 눈물이 나네요.
  재미있는 사실은 맨 처음 바가지라고 생각했던 병원의 권유가 정석이더군요.

  당연히 그리 해야하고, 수술후에는 카테타라고 하는 얇은 호수를 요도에 끼워서 방광하고 연결해서
  자연스럽게 소변이 나오도록 유도해 두는것이라고 하십니다.

  생식기의 특징상 소변이 계속 나와서 오염이 되고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요.
  잘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집에오는 차안에서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처음부터 전문병원으로 갔어야 했다.'
  '돈아끼려다가 결국 두배로 더 들어가는 결과만 가져오고 순돌이를 너무 힘들게 했다'
  '중간에 상태가 악화 되었을때 병원을 바꾸는 결정을 했어야했다'
  '좀더 부지런 했어야 했다'
  '순돌이와 좀더 시간이 가져 주었어야 했다'
  오만가지 생각이 났습니다.
  집에 와서 있는중에 저녁7시와 8시에 각각 전화가 왔습니다. 병원이었죠.

  순돌이가 피를 토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토를 해도 피를 토한적은 없는데요.
  일단 조치를 했고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십니다.

  그렇게 초조하게 있는데..11시쯤에 전화가 와서 순돌이가 오늘을 넘기기 힘들거같다고 와서 얼굴좀

  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듣는순간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하고 혼자가기가 너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아는 형님께 전화를 해서 같이 방문을 했는데 순돌이는 전신에 피범벅이 되어서 가녀리게

  눈을 뜨고 있더군요.
  눈물이 났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다시 안정화가 되었다고 새벽이 고비라고 하셨습니다.

  순돌이를 보듬어주고 집으로 와서 뜬눈으로 병원에서 연락이 오지않기를 바라며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그리고..어제 사망일...
- 아침부터 전화를 했는데 조금은 호전된듯했습니다. 점심에도 마찬가지였구요.

  오후4시에 한번도 검사를 하고 수혈을 받을수있다고 들었습니다. 빈혈이 심하고 먹은것도 없고 영양도

  안좋은데..피를 계속 쏟았으니까요.

  그런데 종종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개들이 있다고 수혈하기전에 얼굴보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 안심을 해버리고 저녁에 가겠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때갔어야 했습니다. 마지막 가는길에 손잡아주어야 했고, 웃어주어야 했습니다...

  밥을 먹고 출발하려고 채비를 하는 순간..7시 35분을 기해 순돌이 사망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결국 외롭게 고통스럽게 혼자 가버린것입니다. 나쁜놈! 그렇게 가면 평생 난 어쩌라고..
  급히 병원으로 가서 순돌이의 시신을 인계받고 집으로 데려 왔습니다.

 

  피와 오물로 범벅이 된 순돌이는악취가 났지만 저에게는 그또한 순돌이의 냄새였습니다.
  가는길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이쁘게 가라고 아직 온기가 남은 시체를 집에서 깨끗히 닦아주었습니다.
  적당한 상자를 얻어와서 거기에 제 채취가 묻은 옷가지와 녀석의 옷가지를 넣어주고,

  평소 좋아하던 방울 목걸이와 천하장사 소시지를 사서 넣어주었습니다.

 

 

  편히 자고있는거같네요..
  시간이 흘러 온기가 빠지고 차가워지자 가슴이 아프고 너무 미안해서 더 이상 볼수가 없네요...

 

이상이 제 어리석음이 초래한 동생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계속 흐르는 눈물이 동화처럼 녀석을 살려주지 못한다는건 아는데..계속 나오네요.

생각해보면 전부 후회 투성이에요. 모든것이..


 

지금 제옆에는 순돌이가 편안한듯 누워 있습니다. 불러도 대답을 하지않지만요..

아직도 부르면 일어나서 꼬리를 흔들것만 같습니다..오늘 화장을 하러 가려합니다.

어머니도 왔으면 좋겠지만 당신의 일이 있기에..화장하고 유골가루는 고향에 가서 평소 순돌이가 좋아했던 넓은 초원에 뿌려줄 예정입니다. 어머니와 함께요.
어떤분들은 왜 개가 죽었는데 돈써가며 화장을 하냐 그냥 버려라. 오바다..그러실수있지만..

제게는 가족이고 사랑하는 동생이며 날 외롭지않게 해주는 반려견이었거든요.
악플을 쓰실거면 저를 대상으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욕먹어 마땅하니까요.

대신 우리 동생 가는길을 위로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동생 순돌아..
군대가는 나를 대신해서 엄마의 막내아들이 되어준 순돌아..
요로결석이라는 치료가능한 병을 형의 안일함과 게으름으로 스트레스와 고통만 겪게해서 미안해.
너 가는 마지막 함께 해주지못해 외롭고 고통스럽게 가게 한것이 제일 미안해.
제때 치료 안해준거 미안해..
아픈것도 모르고 소변 못가린다고 혼내기만 한거 미안해.
전문병원으로 안데려간거 미안하고, 널 상대로 계산적인 사고를 한것도 너무 미안해.
입원시켜놓고 자기 가지않은것도 미안하고..
어떻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생각이 안나네..
일주일간 병마의 고통과 낯선곳에서 외롭움과 싸우고, 버티느라 수고했어. 그리고 너무 고맙구나. 고마워..고마워..
비록 무지개 다리까지의 출발은 힘들었겠지만..그곳에서 편히 쉬렴.
너를 고통스럽고 외롭게 한건 나를 원망해도 좋지만..혹여 내가 널 버렸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난...
9년의 길지않은 삶이 만족스러웠을지는 모르겠지만 너와 함께 살던 4년동안 내게 많은 힘을 주고 외롭지않게 해주어서 난 행복했다..
비록 진한 애정표현도, 나들이도 못시켜준 못난 형이지만..형은 너를 많이 사랑했단다. 너때문에 속상해본적이 있을지언정 널 미워했던 적은 없어.
막말을 하더라도 그건 내 진심이 아니었어.
순돌아..다음생애에는 더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고..누가 뭐래도 넌 영원한 내 동생이다..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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