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쓰는 전하지 못할 편지가 어느덧 다섯 번째구나.
너를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기분이 참 복잡미묘해.
당황하게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기쁘고 설레어.
약 한 달 여 만에 너를 우연히 다시 보았어.
지난 달 11일날도 우연히 만났었고, 그 이후로 이번 12일에 우연히 만났으니 딱 30일정도 되는 것 같네.
우리는 어떻게 그렇게 길가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걸까?
이번 월요일에는 정말 상상도 못하고 있었어.
그 날은 다음 날 시험 준비를 하느라 학원이 몇 시에 끝날지조차도 모르는 상태였거든.
결국 학원에서 여섯 시간이나 있었고,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어.
내가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기까지 약 100m정도 남았을 무렵,
버스정류장에는 집으로 곧장 가는 버스가 이제 막 도착하고 있었어.
뛰었다면 버스를 잡을 수도 있었을 텐데, 괜히 별로 뛰고 싶은 마음이 들지가 않더라.
그래서 그냥 그 버스를 보냈어.
그런데 한 2분 정도 지났을까? 다른 노선의 버스가 왔어.
그 버스는 집으로 곧장 가는 버스도 아니었고, 버스에서 내려 10분정도 걸어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그냥 그 버스에 탔어. 오랜만에 길을 좀 걷고 싶어서. 그래, 그게 다였어.
그런데 버스를 탄 채 한 두 정거장쯤 지났을 때,
기가 막히게도 네가 버스에 올라타더라.
익숙한 머리, 익숙한 안경, 익숙한 얼굴, 익숙한 교복까지..
내가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너였다.
나는 버스의 앞쪽에 앉아있었고, 너는 뒤쪽에 앉았어.
내가 처음에 탈 때 조금더 뒤에 앉았더라면 너와 눈이 마주쳤을 거고, 어쩌면 인사도 할 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내릴 때가 다 왔을 무렵 자리에서 일어난 나를 넌 보았겠지?
그거면 됐어. 네가 날 한 번이라도 더 봐주었다면 그걸로 됐다.
같은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는 너와 나.
너는 나보다 좀 더 늦게 버스에서 내렸었어.
우리는 긴 길을 잠시동안 나란히 걸었어.
그리고 키가 큰 너는 참 빨리도 걷더라.
그래서 나도 부지런히 따라 걸었는데, 하필이면 그 때 운동화끈이 풀리더라.
다 묶고 나니 넌 이미 저 앞까지 가있었고, 너 몰래 나는 살짝 뛰기도 했어.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던건지, 참 바빠보이더라.
차가 오지 않는지 확인하고 종종걸음으로 길을 건너는데,
멀대같이 크기만 한 네가 왜 그렇게 병아리마냥 귀여워보이던지..
나도 참 중증이구나 싶었어.
길을 건넌 너는 금세 또 어느 사잇길로 들어가 버렸어.
어느새 신호가 바뀌고 나는 뛰어갔지만 넌 이미 온데간데 없더라.
그렇게 이번에도 너를 놓쳤지만,
너무나도 기뻤다. 너를 만난 것에 대해서.
너와 함께 있던 버스, 너와 함께 내렸던 버스정류장, 너와 나란히 걷던 길, 네가 지나간 길까지..
이번에도 너에 대한 추억이 또 쌓였다,
이렇게 내가 지나다니는 길은 너와 마주쳤던 기억으로 하나둘씩 쌓여간다.
그래서 내가 매일 지나다니던 익숙한 길인데도, 네 생각밖에 안나.
어딜가나 네 생각밖에 할 수 없게 되어버렸어.
넌 나를 길가에서 만나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하니?
네가 언젠가는 나와 같은 마음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럼, 토요일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