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합격을 보고 달리는 고시생입니다.
하필 가장 중요한 시기에 좀 신경쓰게 만드는 일을 겪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묻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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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고시 과목 하나가 개강을 하면서 같이 수업듣는 아가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꽤나 열심히 공부하는 분이었고 대화를 하면서 보니
생각도 바르게 잡힌, 요즘 보기 힘든 개념인 같아서 저도
스치는 인연이겠거니 하기 보다는 좀 더 예를 갖춰서 대했습니다.
2주 쯤 지나서 제법 친해져서 밥친구까지 사이가 발전되더군요.
강의 일정이나 학습 방법에 대해 서로 묻고자 번호도 간단하게 교환하고.. 뭐 그렇습니다.
삭막한 고시학원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드디어 꽃바람이 부는가.. 는 꿈이고
개인 사정상 반드시 합격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썸이나 연애같은건 바라지도 않았죠.
보통 하루가..
전날 강의를 녹음해서 USB 에 담아 아가씨에게 건네주고
아침/점심/저녁 밥만 같이 먹으면서 자습실에서 조용히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3주 전에 갑자기 연락 주고받는게 끊긴건 아닌데..
그 경험상 체감되는 것 있잖아요?
약간 거리를 두는 것 같은 느낌..
연락이 갑자기 혼자 짖는 듯이 일방이 되고 (근데 답장은 엄청 살갑게 합니다)
밥도 한번 따로 먹게 되더니 그냥 따로 먹게 되고 자습실 이용도 따로 하게 되더군요.
그 무렵쯤 해서 자기 연애문제를 한 두번 정도 밥먹으면서 꺼내길래
내용도 잘 되가는 내용이었고 해서 아무렇지 않게 '아 그러세요 잘 되길 바라요' 라고 한 것 말고는
딱히 뭐 없었는데.. 뭐 남자랑 잘 되가나 보다 싶어서 그러려니 하고 계속 공부나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꾸준히 주고받던 강의녹음한 USB 를 돌려주질 않는겁니다 -_-
다음 주의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칼같이 돌려주고 그 주의 강의가 끝나고 받아가던 분이
깜박했다는 둥.. 내일 주겠다는 둥..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주질 않더라구요..
USB 4GB 짜리 얼마 하지도 않는거지만
관련업에 종사하는 제 친구가 저만을 위해 디자인해서 하나 딱 만들어준거라
꽤나 의미있는 물건입니다.
충분히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 생각해서 믿고 빌려줬는데 이거 참 난감하네요.
지금도 톡으로 USB 이야기 꺼내면 엄청 황송해하며 드려야되는데 하고..
위에도 적었지만 대화 내용도 엄청 살갑습니다 -_-
제가 28살 물먹듯이 먹은 녀석도 아니고 이래저래 쌓인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1. USB 를 분실했거나
2. 알게모르게 본인에게 실수해서 엿좀 먹이고 있거나
3. 진짜 백치라 까먹거나
4.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거나
5. 극히 낮은 확률로 나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거나
...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떤 것 같나요?
참 심정이 복잡하네요.
그 쪼그만 것에 집착아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아무렇지 않게 하던 연락도 3주 전부터 주당 1~2 정도 밖에 못하고 -_-
친구에게 선물받은 소중한 물건이라 '에라 그냥 가져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 USB.. 너란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