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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으로서 부모님의 불화를 지켜본다는 것.

힘들어 |2011.12.25 22:09
조회 832 |추천 1

방제이탈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써봐요

 

어렸을 때 부터 부모님 사이 많이 안좋았어요

욱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아빠때문에

엄마를 존중하는 법을 모르는 아빠때문에

엄마는 맞기도 많이 맞았고 울기도 참 많이 울었고 지금까지 고생하고 계세요

그래서 엄마만 보면 짠합니다

 

제가 제일 넌덜머리가 나고 싫은 것은

부모님의 싸움이 일상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두 분의 언성이 높아지면

아 또 시작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이젠 말릴만한 힘도 여력도 없습니다. 말려봤자 소용이 없거든요

전 그냥 방관해버립니다

그래 또 시작인데 뭐

저러다가 끝나겠지

그러다가 진짜 .. 폭력이 오가기 직전까지 가기도 합니다. 이때쯤 되면 말립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엄마아빠는 우리에게 미안하지도 않나보다

부끄럽지도 않나보다

자식들에게 그런 모습 보이는게 이젠 아무렇지도 않나보다

정말 지겹다

나는 왜 이런 집안에서 태어났을까

 

 

그래서 집을 나갈까 수도 없이 생각해봤습니다

기숙사를 들어갈까

아니면 학교 근처에 원룸이라도 얻어서 당장 나가버릴까

너무 지겹다

난 왜 이 모든걸 보고있어야하는걸까

 

그런데 도저히 나갈수가 없습니다

한달 뒤면 남동생이 군대를 갑니다

그러면 집에 부모님이 싸우는걸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아빠를 제어할 사람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저마저 나가버리면

엄마가 진짜로 아빠한테 맞을까봐

못나가겠습니다 엄마가 너무 걱정되서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는 왜 이런 엿같은 가정에서 태어났나

집이 가난한건 상관 없는데

엄마아빠가 저러니까 정말 미쳐버릴것 같습니다

 

어제도 한숨도 못자고 새벽여섯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들었습니다

그나마도 세시간쯤밖에 못잤네요

 

부모님은 모르나봅니다

내가 상처받고 있다는걸

정말로 모르시나봅니다

 

어제는 정말로

부모님께

이렇게 살거면 이혼하라고 악을 질렀습니다

 

엄마랑 아빠랑 다 술먹고...

제발 부탁인데 이혼해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울며불며 매달리고 싶습니다

제발

제발

그래달라고

 

능력이라고는 쥐뿔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센 아빠가 밉습니다

남존여비사상을 가지고 있는,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사는 아빠가 밉습니다

 

그런 아빠와 여전히 같이 사는 엄마도 밉습니다

이혼할 용기조차 내지 않는 엄마가 밉습니다

 

제발 부탁인데 이혼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같이 정신과 상담이라고 받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랬다가 또 한번의 풍파가 몰아칠게 뻔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저 자신도 너무 싫습니다

 

언제까지 부모님 일에 전전긍긍하며 노심초사해야하나요

노후준비도 되지 않은 두분을 볼때마다 마음이 답답합니다

 

내가 살 것도 너무 벅차고 버거운데. 정말로 힘이 듭니다.

 

이럴거면 나를 왜 낳았나요

이럴거면 우리를 왜 낳았나요

묻고싶습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하소연 해봤습니다

어제의 일이 지워지려면 또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자는데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오늘도 평소처럼 열두시에 자기는 글른것 같은데

오늘은 몇 시 쯤에 잠들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절망적인건

어제의 일이 지워져 갈 때 쯤이면

부모님이 또 싸울거라는 겁니다

 

 

어쩌면 언니나 남동생이 이 글을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인걸 눈치챌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저에게 말해주지 않았으면 해요..

판에서 니가 쓴 것 같은 글을 봤다고, 절대 얘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냥 외면해줘요...

그냥 언니도 남동생도 없는 집에 나 혼자 부모님의 싸움을 앞으로도 2~3년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거

 

이젠

저도

그만두고싶습니다

추천수1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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