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봐도 멀쩡한 집안이지만 어릴때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컸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대학강단에 계신 부모
님 그리고 똑똑했던 동생에 비해 항상 부족하다고 손가락질만 받고 컸던 저였습니다. 사춘기때는 반항도
많이 했지만 부모님 말씀 안듣는 정도였지 잘못된 친구들이랑 어울리고 그러는 것은 전혀 아니었어요. 겉
으로는 멀쩡해보였죠. 오죽하면 할머니께서 자식새끼 둘있는거 공평하게 아껴주지 못한다고 불쌍하다고
눈물지었습니다. 그래도 그냥 묵묵하게 지내왔던건 그래도 부모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어서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고3이 되고 엄마가 다른 아저씨를 만난다는 걸 알고 정말 모든게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
빠가 문제가 있으셨던것도 아니었어요 과묵하시고 자신 할일에 최선을 다하시는 분이십니다. 여자문제
는 커녕 술 담배도 안하세요. 공부는 손에 안잡히고 정말 그래도 존경하는 마음 하나로 지내왔는데 그것조
차 없어지니 정말 눈에 보이는게 없었습니다. 안만나겠다 하고서도 만나는게 비일비재하였고 걸리는 날이
면 제방에서 온 방안이 다 때려 부시도록 엄마랑 싸웠습니다. 정말 1~2주에 한번씩은 그렇게 싸웠네요. 그
렇게 밤새도록 싸우다가 그다음날로 예약했었던 17만원짜리 시험도 몇 번 못보러 가고 했었습니다. 오죽
하면 고3짜리 애가 그아저씨한테 전화해서 항의하니 적반하장으로 고소하겠다고 하더군요. 정말 온 방안
을 다 부시고 싸워서 어린동생과 아빠까지도 아무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렇게 사는게 너무 고통스
러워서 수면제로 자살시도도 했었습니다. 고3 올라가는 겨울방학부터 그런 결과 저는 결국 제가 원하는대
학엔 진학하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유학가서는 집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어서 마음이 편
했습니다. 평범하고 밝게 밝게 지내곤했어요. 방학때 돌아와도 2~3달 있어서 그렇게 많이 부딪힌다는 느
낌도 안들고 엄마도 2~3년 지나서 아저씨를 정리한 것 같아보였습니다.
그렇게 이제 졸업을 하고 돌아왔네요. 대학원 준비때문에 조금 한가해져서 집에 있을 때가 많고 부모님도
늙으셨는지 첫째인 저에게 많이 의지하려고 하십니다. 어릴때, 사춘기때 말씀 안들었던 것이 죄송해서 지
금은 그래도 최대한 잘 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고3 때의 생각이 계속 나서 심적으로 너무 힘드네요.
엄마가 어디 나가시거나, 연락이 안되거나, 늦으시면 그때부터 초조하기 시작해져요. 손발부터 차가워지
고 마음이 긴장되고 주체 못할정도로 그러다가 혼자 상상을 합니다. 그아저씨 만나러 갔나 어떡하지 그러
면서요. 혼자 그렇게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다가 나중에는 이렇게 힘드느니 죽는게 나을꺼야 그런 생각까
지 갑니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돌아오시면 또 착한척 해야하니 심적으로 너무 힘드네요. 이게 정신병
의 일종일까요? 나이도 있고, 결혼도 생각해봐야하는데, 제가 의부증이나 집착인거 같아 사람만나기도,
결혼하기도 너무 두렵습니다. 가끔씩 그렇게 혼자 긴장되다가 패닉으로 빠져있다가 거울을 보면 내가 너
무나 낯설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게 정신병의 일종일까요? 심리 상담을 하고 나면 나아질까요. 집에
돌아왔는데도 마음이 편하지를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