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오후 5시를 넘어가고 있다. 아침부터 찾아오는 두통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던 기준은 사업 계획서를 검토 하던 중 어지러움 증을 느끼고 보던 서류를 덮는다. 인터폰을 켜 비서를 부른다. 잠시 뒤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가 들어왔고 머리를 만지며 고개 숙이는 기준을 보며 다급하게 비서가 다가온다.
“ 회장님. 어디 불편하십니까? ?
“ 아.. 두통이 좀 있어서 오늘은 일찍 들어 갈테니 차 준비시켜. ”
“ 네.. 회장님.. 아참... 회장님 ? ”
“ 뭔가? ”
비서가 목걸이를 하나 내민다.
“ 얼마 전에 청소하는 아주머니께서 회장님 방을 청소하다가 이 목걸이를 주었는데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주인이 없었습니다. ”
비서의 말에 고개를 들어 책상 위에 있는 목걸이를 본다. 그리고 표정이 굳는다.
“ 이 목걸이.. 분명 내 방에서 나왔다고 했나? ”
“ 네.. 왜 그러십니까? 목걸이 주인을 알고 계십니까? ”
목걸이를 이리 저리 돌려보며 자세하게 관찰하던 기준은 묘한 표정을 짓는다. 익숙한 모양의 목걸이다. 순간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고 확인해 보지만 기준은 이 목걸이의 주인을 알 것만 같다. 28년 전에 자신이 손 수 주문제작한 목걸이. 분명 이 목걸이는 자신이 소연에게 선물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목걸이임에 틀림없다.
‘왜 이 목걸이가 여기 떨어져 있었을까... 그 사람은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음... ’
그 때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얼굴이 있다. 수정이다.
“ 이 목걸이 언제 떨어져 있었다고 했나?"
“ 아.. 3일 전에 떨어졌었습니다.”
퇴근을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는 기준의 표정이 어둡다. 3일 전이라면 수정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이고 소연과 닮은 외모의 수정이 다녀간 그 날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이 목걸이가 자신의 사무실에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 것일까.
“ 그 황수정이라는 기자. 나이가 어떻게 됐었지? ”
“ 네.. 회장님. 올해 28입니다. 아...어쩌면. 목걸이의 주인이 황기자일 수도 있겠군요. ”
다시 눈을 감아버리는 기준은 생각에 잠긴다. 28살의 소연과 닮은 외모의 여자가 그 목걸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해가 저물어 가고 인부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공사장 안에서 벌써 3시간째 준하를 기다리고 있던 수정은 시계를 본다. 오랜 시간을 서서 기다리느라 기운이 없고 힘들지만 무엇보다 힘든 건 준하의 행동이었다. 그 때 갑자기 수정의 머리에 무언가 툭 하고 떨어졌고 하늘을 바라 본 수정의 얼굴에도 빗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고 멍한 표정으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온 몸으로 비를 맞는다.
리조트 건설 현장에 세워진 임시 사무실에서 회의를 진행하던 준하는 매서운 눈빛으로 자신 보다 한참 연배가 높은 중년의 직원들에게 일을 지시하고 표정이 어둡다. 장시간의 회의가 끝나고 모두가 사무실을 나간 뒤 소파에서 일어난 준하는 창문으로 밖을 내다본다. 두 시간 전부터 내리는 빗소리가 회의 중에 귀에 거슬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늘에서는 좀 전 보다 더 많은 양의 비를 뿌리고 있었다.
‘ 5시간이나 지났는데.. 수정이는 가겠지... ’
사실 준하는 자신을 찾아 온 수정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마음이 컸지만 그 동안에 수정의 행적을 사람을 통해 알아봤기 때문에 그 보고를 받을 때 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수정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괴롭다. 이대로 수정을 잃을까 두렵다. 그리고 화가 난다. 백 번을 다시 생각 해 봐도 다른 사람에게 수정을 보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준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생각이었다. 강압적이더라도 자신의 여자로 만드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사무실 문을 열고 비서가 들어온다.
“ 본부장님. ”
“ 뭐지? ”
“ 저기. 아직 황수정씨가 공사장에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
비서의 말에 미간이 찌푸려지는 준하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 아직도? 지금 밖에 비가 오는데? ”
“ 네.. 아까 본부장님과 말씀 나누시고 부터 쭉 거기서 기다린 모양입니다. 비도 오는데... 가 보시는게..”
“ 휴...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해! 김 비서는 그만 퇴근하지. ”
“ 네.. 본부장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
비서가 사무실을 나가고 온 몸에 힘이 쫙 빠져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시간까지 기다렸다면 5시간이 훌쩍 넘었다. 그리고 몇 시간 전부터 비도 내리고 있었는데 거기서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몸이 멈칫했다. 주먹을 쥐고 입술을 깨문다. 그러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을 외면한 수정의 마음에 대한 서운함 때문인지, 아니면 쓸 때 없는 자존심 때문인지는 모른다. 그렇게 몇 분의 고민을 하다 차키를 들고 사무실을 나선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줄기가 주변에 있는 자재들과 시멘트 위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리고 온 주변이 어두워진 공사장 안에 작은 가로등 불빛 밑에서 동상처럼 서 있는 수정은 빗물과 눈물이 섞여 흐르고 있다. 입고 온 노랑색 가디건과 남색 치마, 구두가 젖고 오랜 시간 비를 맞아 머리도 엉켜 얼굴과 옷에 붙어 초라한 모습이다. 준하가 다섯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오지 않자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난다. 공사가 진행 되면서 벌어진 사건들과 준하와 틀어져버린 관계가 수정의 마음을 괴롭게 한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10월에 비는 차가웠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수정의 몸의 온도가 낮아지고 있다.
“ 꼭.... 올 거야.. 그렇지..? 준하 오빠? 올 거지...? ”
빗물에 체온을 뺏기면서 수정의 입술 색깔이 파랗게 변했고 더 이상 서 있기 조차 힘들어 보였다. 수정이 얼굴에 떨어지는 빗물을 손으로 닦아 내려고 고개를 숙였는데 검은 그림자가 보이고 인기척이 나 고개를 들어본다. 눈앞에 준하가 보인다. 준하를 보는 수정의 얼굴이 밝아지고 힘겹게 웃는다. 그런 모습을 보는 준하는 가슴이 아프다.
“ 오빠! 역시.. 와줬구나~ 고마워~ 와줘서... 흐..오빠... ”
“ 너 바보야? 이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어떻해? 내가 안 왔으면 어쩌려고!!!”
“ 그래도 이렇게... 왔잖아....그러니..까..됐”
준하를 보자 안심이 되었던 수정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준하가 수정의 허리를 잡아 쓰러지는 것을 막는다.
“ 수정아? 수정아! ”
곧 바로 수정을 안아 들고 차에 태운다. 안전벨트를 채운 후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 박사님. 저 준하에요. 병원으로 연락해서 의사와 간호사 좀 제 오피스텔로 보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
전화를 끊고 운전을 해서 공사 진행 기간 동안 잠시 임대한 오피스텔로 수정을 데리고 들어간다. 준하와 수정이 오피스텔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되어 의사와 간호사가 도착했고 젖은 옷을 간호사가 갈아입히고 의사의 진료를 받는다. 초초하게 수정을 살피는 준하는 지금 이 순간 후회라는 것을 한다.
전국에 짝패들이 모인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잠복근무를 하고 있는 강력3반 팀원들과 주환은 술집 근처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원래 작전 중일 때는 딴 생각을 전혀 안하는 주환이지만 오늘 아침 고아원 경희에게 연락을 받고 나간 수정과 하루 종일 연락조차 되지 않자 걱정이 많다. 벌써 저녁 11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고 무슨 문제만 없다면 잠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아침에 사색이 된 수정의 얼굴이 기억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 팀장님! ”
“ 어? ”
“ 무슨 일 있으세요? 오늘 안색이 안 좋으신데.. ”
“ 아니.. 아니야 무슨 말 했어? ”
“ 작전 회의 중이었어요. 여기가 저 놈들이 미리 짜 놓은 도망갈 구멍이에요. 여기서 미리 숨어 있다가 덮치면 될 것 같고요. 두 명씩 나누어서 움직이죠. ”
이내 차에서 내린 강력반 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술집 비밀통로에 잠복한다. 안에서는 남녀 상관없이 도박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무전기를 통해 작전을 개시한다. 작전이 떨어지자 입구에서 두 명이 먼저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 경찰이다! 손들어! ”
“ 야~ 당장 튀어! ”
“ 아이고.. 아~악!!!! 난 아무것도 안 했어요. 구경만 했다고요. ”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도박을 주도하던 몇 명이 비밀통로로 도주하려고 하자 미리 밖에서 대기 하고 있던 주환과 정수가 잽싸게 막아 제압하여 쓰러트린다. 쓰러진 짝패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끌고 나오는 강력반 팀원들의 얼굴에는 뿌듯한 표정이 보인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주환은 표정이 어둡다. 차에 오른 주환이 핸드폰을 꺼내 수정에게 전화를 걸어 보지만 여전히 받지 않는다.
‘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
의사와 간호사가 돌아간 뒤 침대에 누워 링겔에 의지해 누워 있는 수정을 바라보는 준하의 눈빛에는 안쓰러움과 미안함의 복합적인 감정이 교차한다.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어 이마에 대어 보며 열 체크를 하며 간호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키워 온 만큼 수정을 향한 준하의 사랑이 다른 사람보다 결코 뒤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며 아끼고 또 아끼며 다가가고 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사랑을 잃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수정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 선택한 길이지만 힘없이 침대에 누워 링겔을 맞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약해진다. 머리를 쓸어내리며 손끝으로 얼굴을 어루만진다.
“ 왜 이렇게 날 아프게 해....”
야속하게 느껴진다. 이 모든 상황이 싫다. 그리고 다시 화가 난다.
새벽 5시가 지나가고 있었고 침대에 누워 있던 수정이 눈을 살며시 뜬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주변을 살피다가 희미하게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기력이 없다.
‘ 누구지? 주환씨인가....? 준하..오빠인가..’
머릿속으로 얼굴을 떠 올려 보며 다시 눈을 감는다. 수정이 다시 눈을 감았을 때 창밖을 내다보던 준하가 뒤를 돌아 수정을 지그시 바라본다.
‘ 황수정.... 날 이렇게 만든 건... 너야....’
한숨을 깊게 쉰 후 거실로 나오는 준하는 소파에 기대어 잠시 잠을 청한다. 그리고 얼마 쯤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수정이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나온 수정은 주변을 다시 두리번거린다. 낯선 환경이라 놀라고 자신의 복장에 다시 한 번 놀란다. 흰 와이셔츠만을 걸치고 있었다. 남자의 옷이라 엉덩이를 가릴 정도의 길이였고 바로 옆에는 링겔을 맞은 흔적이 있었다. 침대에서 나와 문을 열고 나가자 책상이 보였고 책상 위에는 리조트 건설에 대한 자료들이 많이 놓여 있다. 그 자료를 확인하는 순간 수정은 직감으로 이 곳이 준하가 지내는 곳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 때 준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 깼어? ”
뒤를 돌아 준하를 본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분명 준하가 맞는데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그 눈빛 때문에 선뜻 말을 걸지 못하는 수정.
“ 오빠..... 어떻게 된 거야? ”
“ 네가 공사장에서 쓰러 졌었어. 앞으론 그런 무모한 행동은 안하는 게 좋겠다.”
“ 무모한 행동이라고? 난 오빠한테 할 이야기기 있어서 기다린 거야. ”
“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나타나지 않았을 때는 너한테 그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는 말인 거야! ”
“ 오빠..... 이러지마.. 오빠 아닌 것 같아.. 내가 뭐 잘못 한 거야?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오빠 입장은 이해하지만 조금의 말미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조금만.”
“ 아니! 그럴 수 없어. 그러고 싶지도 않고. 소파 위에 옷 준비 해 놨어. 그거 입고 그만 가라! ”
수정이 준하의 옷을 붙잡으며 말을 했지만 그 손을 뿌리친다. 그리고 오피스텔 밖으로 나가버린다. 한참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수정. 시간이 멈춘 느낌이 든다. 그리고 꿈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방금 손을 뿌리치고 나간 사람이 정녕 준하가 맞단 말인가. 그렇게 멍한 표정으로 몇 십분 째 서 있을 때 갑자기 번호 키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 삐 삐 삐 삐 삐 삐! 띠리릭! ”
문이 열렸고 준하가 다시 돌아왔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미선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눈앞에 있어 두 사람 모두 놀라고 당황한다.
“ 아니.... 왜 네가 여기 있는 거냐? ”
“ 아.. 안녕하세요. 사모님. ”
수정의 모습을 위 아래로 관찰하던 미선은 준하의 옷으로 보이는 와이셔츠를 걸치고 있는 수정의 모습에 오해를 하며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진다. 다가가 수정에 뺨을 사정없이 내려친다.
- 찰싹! -
“ 아... ”
“ 아니... 감히 네가 내 말을 거역해? 우리 준하 곁에서 떨어지랬지!!!! ”
“ 사모님.. 아니에요.. 오해세요.. ”
“ 오해? 오해라고? 지금 네 꼴을 봐! 이게 오해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도 이 상황을 보면 귀한 내 아들 꼬드기는 여자로 밖에 안 보인다고!!! ”
“ 그런 거 아닙니다.. 사모님.. ”
“ 그런 표정으로 그 동안 우리 준하 꼬셨니? 자기 엄마나 딸이나 남자 홀리는 데는 뭐 있나봐~ 기 피가 어디 가겠어? ”
미선에게 뺨을 맞았을 때도 가만히 있던 수정이 엄마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굳어진다.
“ 사모님. 저도 모르는 저희 엄마를 마치 알고 계신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
순간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당황하는 미선은 주먹을 쥐며 말을 돌린다.
“ 아니. 고아라며? 네 부모가 떳떳하게 널 낳았으면 널 고아원에 버렸겠어? 뻔하지. 혹시 알아? 남의 남자라도 홀려서 아이 낳고 너 버렸는지 알게 뭐야? ”
“ 사모님! 그건 말씀이 지나치세요! ”
“ 왜! 네 부모 욕하는 건 듣기 싫니? 그러니까 아예 처신을 잘했어야지! 우리 준하랑 너는 절대로 안돼! 세상이 무너진대도 절대 너희 둘은 안돼!!!!! ”
화를 내고 다시 오피스텔을 나가는 미선의 뒷모습을 보며 그 동안 참았던 눈물이 흐른다. 바닥에 주저앉은 수정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한다.
“ 하....아.... 흐... ”
수정과 전화 연결이 안 되자 불안한 마음에 주환은 일이 끝나자마자 차에 올랐고 피곤함을 뒤로 한 채 새벽에 운전을 해서 천사 고아원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린 주환이 제일 처음 본 광경은 고아원 건물 한 쪽이 무너져 내린 모습이다. 건물 철거를 시작한 모습이다. 건물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본다. 다행히 불이 켜져 있었고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
“ 실례하겠습니다. ”
“ 아.... 네..저번에 수정이를 찾아 오셨던 분 맞지요? ”
“ 네. 맞습니다. 수정씨가 일이 생겨서 어제 급하게 여기로 온 걸로 아는데 연락이 안 되서 왔습니다. 지금 여기에 있습니까? ”
“ 아.. 그게.. 어제 수정이가 잘 아는 오빠를 만나러 갔는데 연락도 없이 안 들어왔어요. 전화 해봐도 연결도 안 되서 저도 지금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아무 일 없어야 할텐데.. ”
“ 아는 오빠라면... 혹시 장준하씨.. ”
“ 아.. 준하를 아세요? 네.. 준하를 만나러 갔어요. 공사 진행 총 책임자거든요. 준하가. ”
“ 어제 연락 없이 안 돌아왔다면.. 혹시 무슨 일이라도.. ”
경희가 불안한 마음을 표현 하듯 두 손을 만지며 한숨을 내쉰다. 수정이 고아원에서 전화를 받고 울먹이던 목소리가 눈에 아른거려 걱정됐고 그 뒤로 연락이 되지 않아 불안한 마음에 이 곳까지 달려 왔는데 행방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괴롭기만 하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메시지도 남겨보고 음성 메시지까지 남겨 본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조차 없자 소파에 앉아 있던 준하가 일어나 경희를 바라본다.
“ 저기. 수녀님. 그 공사 현장이 혹시 어딘지 아십니까? 제가 그 곳으로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
“ 그래 볼래요? 여기.. 이 곳으로 가면 될 거에요. ”
“ 아..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
고아원을 나와 대한 호텔 리조트 공사 현장의 주소로 찍고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