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잊지 말아야 할 4가지 課題
집 안팎의 어른들에겐 죄송(罪悚)하지만, 새해를 맞아 어른으로서 역할을 당부하고자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국내외 사정이 여러 가지로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단군 이래 자유와 번영을 누리게 된 우리가 다시는 나락(奈落)으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나라 안으로는 매우 중요한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있고, 지난 연말 북한 김정일 사망과 국제 경기 난조(亂調)는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 강국의 지도자가 교체된다는 사실도 있다.
나머지 하나는, 학생들은 모방(模倣)을 통해 배우고 인격을 형성해 간다는 점이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장 피아제에 따르면 2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모방이 학습의 요체임을 밝힌 바 있지만, 아동이나 청소년은 물론 ‘다 큰 아이’들도 어른의 행동을 모방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첫째, 한국 사회의 정체성(正體性) 문제다. 집권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서 선거에 대비한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정강·정책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천명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하겠다면서도 이념이 불분명한 서민정책이나 중도(中道)를 다시 들고나오면, 그것은 원점으로 회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게다가 비대위의 행태가 무슨 점령군처럼 보이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시각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야당은 통합을 하고서 개방을 전면 폐기하는 정강·정책을 내세운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정당인지부터 물어 봐야 한다. 이 같은 간명한 사실을 지나쳐 버리기 때문에 학생들이 정체성과 이념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둘째, 가치(價値) 판단 기준의 확립이다. 북한 김정일이 급사했을 때, 조문을 못 가서 안달이 난 사람들을 의식해서 남남갈등을 조장할 요량으로 북한은 ‘패륜’을 언급한 바 있다. 패륜을 운운하는 북한의 행태를 보면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따로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수백만 주민과 아이들이 기아와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사태, 전제왕조에서나 있을 수 있는 3대 세습, 지독한 폐쇄사회와 잔혹한 고문과 각종 인권유린은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저지른 행태가 바로 패륜의 극치임을 알려주는 징표다. 무엇이 우리가 지향할 선(善)이고, 극복해야 할 과제(課題)인지 확실하게 가르쳐야 한다. 통일 지상주의나 어설픈 민족주의 망령과 같이 어정쩡한 태도가 학생들을 가치 판단의 혼란에 빠뜨린 주범임을 인정해야 한다.
셋째,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대한민국의 과거사에 민주주의가 희생된 것을 빌미로 삼아 ‘민주화’는 근 30년 간 대한민국 사회 최고의 가치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민주화는 절차적 가치이지, 절대 가치가 될 수는 없다. 모든 공직을 선출해야 하며,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는 과도(過度)한 민주화는 사회를 쇠락(衰落)한 국가로 몰아간다. 과거 나폴레옹 이전의 프랑스와 히틀러 이전의 독일을 보면 알 수 있다. 민주주의는 절차적 가치로서 기존 질서와 제도적 권위를 존중할 때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도록 해야 한다.
넷째, 현실을 직시하도록 해야 한다. 먼저 이 세상에 완벽한 민주주의나 이상향(理想鄕)은 없다는 사실부터 가르쳐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에는 엄청난 희생과 노력이 있어 왔지만, 과오도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하고, 그것이 왜 불가피했는지도 알려 줘야 한다. 아울러 좌파 논객이나 친북인사들이 내세우는 내용은 실현 불가능하거나 현실성이 없는 내용임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하여 아이들로 하여금 더 이상 ‘부친살해(patricide)’라는 오판(誤判)을 하게 해선 안 된다.
김정래/부산교대 교수·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