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아니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했지만
나는 그녀의 반응이 신경쓰였고
오히려 그 무반응이, 조금 두려워졌다.
아침해가 어스름하게 비춰 올 무렵
그녀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한명의 룸메이트와 한명의 식객,
그렇게 셋이 투룸 빌라에서 살고 있었다.
룸메와 식객은 아까 유흥가에서 잠시 스쳤었다. 나이트에 간다던가.
그녀와 룸메, 식객 모두 의상디자인과 였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와 잡지를 오려낸 종이 쪼가리,
드로잉과 마네킹이 어지럽게 흩어져있었다.
그럼에도 꽤나 안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멋쩍은 듯 정리를 시작했고 나도 도왔다.
왠지 웃음이 나올것 같아, 고개를 푹 숙였다.
잠시 후에 룸메와 식객이 돌아왔다.
룸메는 피곤하다는 듯 방에 들어가 잠들고,
식객은 내가 궁금하다는 듯이 이것 저것 물으며
술 상을 차렸다. 나는 충분히 오버드링킹 했다고.
그러나 그녀의 최측근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
또 강한 척 들이켠다. 실수만 하지 말자.
술과 안주가 여의치 않아서, 자연스럽게 멈출수 있었다.
는 생각과 달리 식객이 주섬주섬 일어나 집 앞의 슈퍼에 가잔다.
담배도 사야한단다. 아니, 담배가 주였던가. 담배 사러 꼭 셋이 가야해?
나는 나혼자 가서 사오겠다고 했지만
식객이 셋이 함께 나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리고 슈퍼 가는 길, 식객이 나를 잡아 발걸음을 늦췄다.
그녀는 저 앞에 걷고 있는데.
식객은 나에게,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둘이 연애 해볼 생각 없느냔다.
물론 마음이야.. 아니, 좋다.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대답을 망설이자 식객은 씨익 웃으면서
내가 밀어줄게, 하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앞서있는 그녀에게 달려가 팔짱을 꼈다.
식객이 행여나 괜한 소리를 해서 불편해 질까 걱정이 되어
급히 따라붙어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
설렘이 한 큰술, 기대가 한 큰술, 그리고 불안이 두 큰술.
술이 깨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