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을 넘게 만났습니다.
그 사람을 만나는 중에도 좋다는 사람이 심심찮게 나타나서
철없는 자신감에 눈이 멀었습니다.
홀로 계신 어머니와 부정적인 말을 툭툭 던지는 여동생이
왜 그렇게 싫게 느껴졌는지.. 결혼으로 가기에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여러가지 집안문제가 좀 있었거든요.
오빠 하나는 소위 능력있고 나에겐 헌신적인 사람이었지만, 둘 다 주장이 너무 강해서 자주 싸우고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 두번 잠시 헤어졌었지만, 인연은 계속됐습니다.
이제 작년이네요. 2011년 1월 초 1000일이어서 프로포즈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여름에 외국으로 몇년간 연수를 가야했어요.. 이 연수도 저랑 함께 떠나기 위해 직장 생활 중에도 짬을 내어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기적과도 같은 기회였어요..
작년 1월에, 오빠를 좋아하긴 하지만 약간은 우울했던 오빠네 집안 분위기와 잦은 말다툼으로
결혼은 계속 망설여졌고,
결혼에 대한 압박으로 결국은 별 것 아닌 일로 경솔하게 이별을 선언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화목한 가정과 인연을 맺고 싶은 욕심이 컸습니다. 너무 많이 바랬나봐요..
친구들에게서 헤어지면 칼이라는 얘기를 듣는 저인데
작년 10월 술도 못마시는 제가 술기운과 슬픔, 약간의 충동으로 오빠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목소리를 듣자 마자 오빠는 밖에서 그러고 있지마라, 좀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옆에 있는 사람한테 어서 데려다 달라 해라, 그리고... 아직 시작은 안했지만 좋은 사람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너무 받아들이기가 힘겨워서 안만나겠다는 오빠를 겨우 설득해 만났습니다.
첫눈에 반해서 미친듯이 좋아했고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한 일이 너에게 한 모든 것인데,
결과는 최악이였어.. 이제는 외모 이런 거 안따지고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차를 마시고 길거리로 나왔을 때 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오빠를 붙들고 울기만 했어요.
냉정하게 가라고 하더군요. 미안한 맘도 컸지만 참 비참한 날이었어요..
저도 한동안 멍해서 제 생활에 집중하다가 새해 초에 오빠가 저에게 환하게 웃어주는 꿈을 꿨어요.
자다 깨서 바로 전화를 했어요. 전활 안받다가 부담가지지 말라는 문자를 남기니 전화가 왔어요.
오빠가 제 물건을 보내준다길래 식사나 하고 가라고 했어요. 망설이다 그러자더군요.
그리고 그 다음날 저는 마지막이 될 오빠와의 식사를 준비했어요. 서툴지만 이것저것 차려봤어요.
물건을 갖고 온 오빠는 어색해하더니 나가서 먹으면 될걸 상까지 차렸냐며 밥을 먹었고
식사가 끝날 즈음 작년 10월에 사귄 사람과 다가오는 2월에 결혼한다고 하더군요.
저번 만남처럼 구질구질하게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혼'이란 말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오빠를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오빠도 너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밀려온다며 울었습니다.
결혼하기 전 마지막 한번 더 만나기로 했습니다. 제가 하도 울고 힘겨워하자 마지막을 약속받고 그러자했어요. 곧 결혼할 사람인데 내 상식과는 정말 다른 행동이지만, 그걸 알지만, 평생을 못 본다는 생각에 그 한번을 무리하게 부탁했어요.
4년을 넘게 사랑해도 그렇게 안되던 것이 1-2달 만나도 결혼이 되려니 일사천리더라. 오빠가 그랬어요.
더 살아도 행복한 일이 있을까... 부모님처럼 날 아끼고 보살펴줬던 오빠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평생에 한두번 올까말까한 인연을 놓치고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어리석고 못난 제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죽을 것 같아요.. 모든 게 제 잘못이지만...
이젠 주인없는 메아리가 되어버렸지만, 오빠만 사랑해.. 미안해...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