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황제(皇帝)의 검(劍)1
저자명 : 임무성
<저자소개>
임무성 - 1972년 포항에서 태어나 현재 대전 침례신학대학교 신학과를 휴학 중이다.
교회 전도사 생활을 하면서 장르 소설을 쓰는 특이한 이력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개글>
중국 명나라의 건문제를 주인공으로 하여 펼쳐지는 역사소설의 모습을 빌린 무협소설.
지은이는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 유럽까지 종횡무진하는 스케일에 무협과 판타지의
활극을 담은 이 소설을 '오리엔탈 판타지'라고 명명했다. 역사는 명나라의 태조
주원장의 손자 건문제가 불에 타 죽었다고 전한다. 건문제의 숙부이자 주원장의
넷째 아들인 연왕이 정난의 변을 통해 왕위에 오르면서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소설은 건문제가 죽지 않았고, 화재를 가장해 단신으로 탈출에 성공했다고
가정하고 그의 복수와 성공 스토리를 짜나간다.
1.황제에서 강호인으로
명태조(明太組) 주원장(周元璋)에게는 26명의 황자(皇子)들과 16명의
공주(公主)가 있었다 홍무(洪武)25년 4월에 마황후(馬皇后)의 소생인
황태자(皇太子) 표(標)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주원장은 내심 황태자
가 살아 있을 때부터 고려에서 공녀로 온 적비( 妃)의 소생 주태(朱
)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는 보기드문 왕재(王材)였으며 뛰어난 책
략가였으며 또한 과단성 있는 장수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른
이변이 없었다면은 연왕(燕王)주태(朱 )가 보위를 이었을 수도 있었
을것이었다
그러나 그해 한림학사(翰林學士) 유삼오(劉三吾)가 "국가
사직의 안온은 무엇보다 법통을 존중하는데 있는것이오니 마땅히 황손
을 동궁전하의 뒤를 잇게 하여 황태손을 삼으심이 가한줄로 압니다"라
고 주청한다 이때 주원장의 나이 65세였고 황손 윤문(允 )의 나이는
겨우 열 살이었다
그해 9월 결국 황손 주윤문을 황태손으로 봉한다 그의 성정은 사서에서
이르기를 영혜온화(穎慧溫和)하였다 하여 영특하
고 온순하였다 표현한다 이제 열 살된 황손을 쳐다보는 주원장의 내심
은 어떠 했겠는가? 그러나 인간의 운명은 권력으로도 어쩔수 없음이
니 결국 명태조 주원장은 홍무31년 윤5월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
니 그의 나이 71세였으며 주윤문의 나이는 16세였다 유조(遺詔)에 따
라 황태손 윤문이 보위에 오르고 건문제(建文帝)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태조가 죽은 다음 달 호부시랑(戶部侍
郞) 탁경이 상소를 올려 "마땅히 제왕의 세력을 진압하여 앞날의 화근
을 도려내어야 합니다"라고 한다 마침 그때는 연왕(燕王)을 중심으로
제왕들 사이에 밀사가 왕래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던 때였다 결국 황자
증(黃子證)과 제태(齊泰)를 중심으로 하여 제왕의 세력을 제압하는 삭
번(削藩)을 단행하게 되고 그 첫 번째 희생자가 연왕주태의 동모제(同
母弟)인 주왕(周王) 주숙(朱潚)이었다
연이어 민왕(岷王) 주편(朱 ), 상왕(湘王) 주백(朱柏)등 여러
제왕들이 유배를 당하거나 제거된다 결국 세상의 이목은 제왕들중
가장 강성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북평(北平)의 연왕 주태에게 쏠린다
남경정부는 곧장 경병문(耿炳文)을 정토대장군(征討大將軍)으로 하는
북벌군을 편성하여 북진하게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이후
이경륭(李景隆)을 사령관으로 하는 60만 대군을 편성해 보지만 그도
신통치 않았다 백구하(白溝河)에서 시작된 전쟁이 몇 년의 격전을
거쳐 우여곡절을 겪으며 북평군이 남경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402년 무더운 여름인 7월에 드디어 연왕은 제위에 오르고
영락제(永樂帝)가 된 것이다 한편 건문제 나이 그때가 스물이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의 주변의 신하들과 아버지
표의 스승이었던 송렴(宋濂)에 의해 지하비도로 도망치기에 이르니
연왕측에는 건문제가 궁전에 불을 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지게 된다 건문제 윤문은 미리 준비해 둔 도첩(度帖)과 가사(袈裟),
승모(僧帽), 짚신과 약간의 현금을 지니고 한때 주원장의 비밀호위로
있던 강호의 기인 두명을 찾아가게 된다
"헉헉"
내가 무슨 죄가 그리 많아 이런 고초를 겪어야 한단 말인가? 너무 힘
이 들다 차라리 그냥 여기서 잠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나......날 위
해...... 나하나를 살리기 위해 죽어간 사람들...... 그들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내 걸음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구나
젊은 승려의 행색은 말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찢겨진 승포사이로 피가
맺혀 흐르고 있었고 얼굴은 얼마나 씻지 않았는지 때가 덕지덕지 끼
어 외모를 분간키 힘이 들었다 힘겹게 놀리는 발에는 짚신이 수건쪽
이 되어 질질 끌려오고 손끝은 갈라지고 터져 보기에도 안스러워 보인
다 그는 울고 있었다 피와 먼지가 범벅이 되어 잘 흘러내리지도 않는
다 입에 들어온 것을 그는 그대로 삼키고 있었다 찝찔했다
아직은 살아 있는 것이다 이대로 주저 앉을수는 없다 가리라 가다가
죽더라도 가리라 그래서 내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
리라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절망하고 있었다 숙부 영락제에 의해 세상은 아
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스려 지고 있었고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곳 태산까지 오는 여정동안 그는 많은 소문을 들었다 누가
죽었다더라 새로 황제가 된 영락제가 어떻다더라 그는 이런 풍문을 들
으며 이미 모든 것은 결정되었고 다시 돌이킬수 없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의 행로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었다 남경
에서 숙부의 손길을 피해 도망갔으면 서쪽이나 남쪽으로 갈것이지 산
동성 태안현에 위치한 태산으로 오다니 이곳의 방향은 숙부의 근거지
인 북평쪽이 아니었던가?
"내가 몸을 일으키면 천하에 또 다시 피바람이 불 것이다 내 욕심을
위해 사람들을 희생......할 수는 없다 차라리 심산에 처박혀 도나 닦
으며 살리라"
그는 송렴이 그에게 한 마지막 말을 떠 올리고 있었다
[황제폐하 태산을 가시면 비하봉 정상에 작은 석비가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 태조께서 남기신 황각(皇覺)의 패(牌)를 걸어 두십시오 비하
봉 뒤쪽의 망죽애라는 곳에 태조를 뫼시던 기인 두분이 계실것입니다
아마도 그것을 걸어 놓으시면 그 분들이 폐하를 보살펴 드릴것입니다
불충한 신은 먼저 가오니 폐하 부디 건녕하십시오]
황각의 패란 태조 주원장이 형제들과 헤어져 살길을 찾고자 황각사라
는 절로 출가하면서 그가 만들어 지니고 다니던 패였다 그는 이것을
후에도 꺼내보며 어려웠던 시절의 교훈으로 삼았다지 않던가?
그의 눈에서는 또 다시 눈물이 맺혀 흐르고 있었다 어찌보면 유약하기
만 한 황제! 그러나 그 마음이 넓고 또한 어질었다
손과 발에서 힘이 빠지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거의 기어가다시
피한다 눈 앞이 가물거리고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그는 혀를 깨물어 피
를 내었다 몇 번이나 넘어지기도 하고 구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멈추지 않았다
휘이이이잉
저것인가? 그는 감기는 눈을 애써 치켜뜨며 눈 앞의 석비를 보았다 석
자에 불과한 작은 석비에는 깨알같이 촘촘하게 시가 적혀 있었다
천하는 넓고 넓어 사람이 모래알처럼 많다지만
그들이 모두 천의를 아는 것은 아닐진저
때를 알아 몸을 일으키고 뜻을 세워 마음을 다스리면
물러설바도 나아갈바도 익히 알리라
천의를 알아 스스로 감응하고 민의를 모아 나라를 세우리라
하늘아래 오로지 한가지 귀한 것이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백성이로다
내 살을 깎아 그들에게 먹이고
내 뼈를 꺾어 터전을 삼으리라
이내 뜻을 하늘에 고하고 이제 출사의 걸음을 딛나니
아무런 장애도 없으리라
그러셨던가? 이것이 할아버지 태조께서 적으신 것이던가?
그는 기었다 이미 너덜해진 팔꿈치로 땅을 헤치며 앞으로 기었다 아무
런 통증도 느낄 수 없었다 온 몸이 푸들거리며 떨리고 있지만 그것은
아픔때문이 아니었다 저곳에 할아버지의 숨결이 있는 것이다 그는 잠
깐 동안 아버지와 정겹게 궁성의 정원을 뒹굴던 때를 떠올리고 있었
다 우둘투둘한 돌의 촉감을 손으로 느껴보았다 이끼가 끼어 있어서인
지 아니면 할아버지의 숨결 때문인지 따뜻하게 느껴진다
-황각의 패를 걸어 두십시오-
송렴의 말이 그를 재촉한다
그는 부들거리는 손길로 힘겹게 패를 끌렀다 그리고 석비에 그것을 걸
친다 그러고는 할 일을 마쳤다는 듯이 몸을 벌렁 뒤로 뒤집는다 내
할 일은 다 하였다 하늘은 왜 저리도 푸른가? 자면 안 되는데......
아버지.....
"이분이 건문제시란 말인가?"
그의 눈 앞에는 두사람의 얼굴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또 다시 잠에 빠져 들고 있었다
"벌써 삼일째신데 아직 깨어날 기척이 없으시니 의노 어찌 된것인가?"
의노라 불리는 사람은 약탕기 앞에서 불을 보고 있다가 그의 말에 건
성으로 대답한다
"너무나 심적인 충격이 크신데다가 체력이 많이 떨어지셨네 거기다 원
신진기마저 손상을 입었으니 그야 당연하지"
그는 능숙한 손길로 불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아무런 탈은 없으시겠지? 만약 황제의 존체에 탈이라도 난다면 네 놈
을 포를 떠 버리겠다"
"그러던가 말던가!"
"별일 없으실거야 아암 누구의 손자라고......"
"여기까지 오신것만 해도 기적이야...... 황제의 의지가 이처럼 견정
하시니 이후의 일은 우리가 해 드려야지"
"네 놈 간만에 옳은 소리 하는구나 두고 보아라 틀림없이 저 분을 용
상에 다시 올려 놓고야 말것이니"
"그런데 누구일까? 연왕전하일까 주왕이실까? 그도 아니면 민왕. 상
왕...... 모르겠군 십중 팔구는 연왕전하이시겠지만 말이야"
"전하는 무슨 말라비틀어진 전하 주태 그 놈이라고 해라"
"어허 그래도 선황의 아드님이신데 ...... 그 말버릇 하고는"
"내 얘기 하지 않더냐?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것이라고"
"으...음"
"응? 폐하께서 깨어나시는가 보다"
둘은 후닥닥거리며 건문제의 옆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표정에는 긴장
의 빛이 역력하다 의노라 불린 노인이 진맥을 해 본다 눈을 지그시 감
고 있자 옆에서 답답했는지
"어때? 깨어나실거 같냐?"
"음! 많이 좋아지셨군 이제 몇시진 아니 조금 뒤면은 깨어 나실거야
환노! 네가 여기 있어라 난 폐하께서 깨어 나시면 바로 탕제를 먹여
야 하니깐"
"응 알았다 비켜봐라"
이곳은 동굴인 것 같았다 태산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었다 안쪽으로 깊이 패인 동굴인 듯 실내는
훈훈했고 천연동굴을 여기저기 깍아내어 석실로 꾸며 놓았다 침대며
책장, 탁자와 의자까지 갖추어져 있었고 사방 서른자는 족히 되어 보
였다
환노는 걱정스런 눈길로 황제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으음"
내가 죽은 것인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후 몸의 통증도 느껴지지
않고 역시 나는 죽은 것인가? 음? 저자들은 꿈에서 잠깐 보았던 사람
들. 그것이 꿈이 아니었단 말인가?
"폐하 소신들이 폐하를 뵙습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바닥에 오체투지하며 예를 올리고 있었다 폐하라
고? 여기는 어디지? 난 석비앞에서...... 아 그럼 이곳이 바로 할아버
지의 비밀호위 두분이 사신다는...... 그는 애써 초점을 맞추어 보았
다 그제서야 두 사람의 모습이 확연히 잡히고 있었다
"그대들은?"
여전히 입에 익숙하게 흘러 나오는 말투였다 스스로 황제가 아님을 인
식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저희들은 태조선황제의 비밀호위들인 환노(幻老)와 의노(醫老)라고
합니다"
"으음 그런가? 날...... 그대들이 구했는가?"
"폐하 그렇사옵니다"
"나도 내가 왜 여기에 와야 하는지를 모르네 단지 그대들을 찾아야 한
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었을뿐"
"폐하! 황제는 오로지 한분뿐이십니다 선황께서 보위를 물려 주신분만
이 이 땅의 황제이십니다 저희들이 보좌를 찾아 드리겠습니다 속하들
만 믿으십시오"
......
"선황께서 이런 일에 대비하셔서 우리들을 남기신것이고 또한 저희들
도 많은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필코 대명
제국은 황제의 것이 될것입니다"
"아닐세 나의 것이 아니야 그것은......나의 착각이었어 이 땅은 백성
들의 것이야...... 난 단지 잠시 그들을 이끄는 역할을 했던 것 뿐이
고...... 이제 그 배역이 끝났으니 물러나야지 순리일세 하늘이 원하
고 시대가 원하는 순리! 자네들의 충정은 내 모르는 바가 아니나 역사
를 거스를수는 없는 법일세 모든 것을 잊어야지 힘들겠지만 이제 민초
의 삶을 배워야 겠지"
왜 그렇게 그 말이 쓸쓸하게 들린단 말인가? 두명의 노인은 꿇어 앉
은 채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이 어린 황제를 앞에 두고 눈물
을 보이는 노 신하들의 마음이 어떠 하겠는가?
"다른 인생을 살아야 겠지 평범한 삶! 어쩌면 그 속에 참된 인간의 향
기가 있는지도 모르겠군 후후후"
그는 웃고 있다 황제가!...... 피눈물을 흘려도 부족한 황제가 웃고
있었다
세명은 서로 마주 앉아 있었다 건문제 아니 윤문이 우겼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이 그들은 황제와 마주 앉아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자네들 생각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여기서 그냥 지냈으면 하는
데......"
"그러실수는 없습니다 어찌 이리 누추한 곳에 폐하께서"
"어허 이제 폐하라는 말은 하지 말래도...... 그냥 차라리 공자라고
하게 그대들이 정말로 내 종복을 자처하겠다면 그렇게 불러주는 것이
날 위하는 것이네 알겠나?"
"어찌...... 네 폐......공자!"
"하하 얼마나 듣기 좋은가? 이름도 바꾸었으면 좋겠는데...... 이왕이
면은 모든 것이 바뀌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쓸데 없는 기억까지 말일
세...... "
"공자님!"
환노가 심각한 얼굴로 윤문을 부른다
"왜 그러는가?"
"정말로 모든 과거를 잊고 싶으십니까?"
"하하 그냥 해본 소리야 그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만은......
꿈 같은 소리지 이것 또한 내 업보인 것을 말이야 평생을 살면
서...... 속죄하라고 하늘이 기회를 주시는가 보군 하하하하"
뭐가 좋은지 연신 호탕한 웃음을 짓는 윤문! 그러나 그 마음은 어떻겠
는가 갈갈이 찢어지다 못해 아예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폐하 그것은...... 전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폐하께서 원하시
기만 하신다면 그리 하실수도 있습니다"
이말에 놀라는 건문제! 그러나 더욱 놀라는 이가 있었으니
"아니 환노 자네 설마...... 그것은 안 되네"
"자넨 가만 있게...... 황제께서 원하신다면 무엇인들 못 해드리겠
나? 이보다 더한 일이라도 해 드릴수가 있을 것이네 나는 가능하다면
이 땅을 뒤집어 엎고서라도 황제께서 원하시는 것을 이루어 드릴것이
야"
"그렇지만...... 그것은......"
"폐하 정말 원하십니까?"
그의 말은 어딘가 비장감이 서려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건문제의 입
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건문제 윤문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했지만 그
것이 정말 가능하다면?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질문해본다 정말 그렇
게 하겠는가?
"그것이 정말로 가능한가?"
"네"
"그럼 그렇게...... 해 주게"
두웅
그의 말이 떨어진 것이다 황제의 명이 떨어진 것이다 적어도 그들에게
만은 여전히 눈앞의 청년은 황제였다 그의 명이라면 지옥 불길 속에
도 뛰어 들수 있는 그들이었다
"좋습니다 모든 것을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용모뿐만 아니라 기억과 성
격과 습성까지 모든 것을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옆에서 환노의 그런 말을 듣고 있던 의노!
"후우...... 이것도 하늘의 뜻인가?"
"폐하 어떤 인물을 원하십니까?"
"????? 무슨 말인가?"
"용모는 저희들이 알아서 바꾸면 되지만...... 어떤 사람을 원하시는
지는 저희들이 미리 알아야 겠기에......"
"그럼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말인가?"
"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역사상의 인물이면 그 누구도 가능합니다 단 생존해 있는 사람은 안
됩니다"
"공자나 석가모니 같은 사람도 되는가?"
"글세요 공자나 석가모니는 모르겠습니다"
"그럼 진시황이나 징기스칸은?"
"물론 됩니다"
"여자도 되는가? 양귀비나 서시도 되는가?"
"여자도 되기는 하지만 너무 복잡해서...... 됩니다"
"하하 그래?"
그는 심사 숙고 하고 있었다 누가 좋을까? 왕은 싫다 학자가 되어 볼
까? 그래서 이 땅에 모든 사람이 따를 수 있는 진리를 남길까? 아니
면 장사꾼? 그래 그것도 괜찮겠군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면 말
이야! 그도 아니면 장군? 도사? 아아 이렇게 결정하는 것이 힘들 줄이
야 중원을 자유롭게 떠 도는 그래 강호! 강호인이 되자
"혹시 강호인도 돼나? 무림인 말일세 내 듣기로 그들은 신선처럼 하늘
을 날으고 온갖 기이한 재주를 다 부린다고 들었는데 그런 사람도 돼
나?"
윤문이 흥분하고 있었다 언젠가 아버지 표에게 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
었던 것이다 그때 그는 얼마나 흥분되고 가슴이 설레었던가? 그런 세
계가 있다는 것이 도시 믿어지지 않았었다
"네? 네 됩니다만 대체 누구를......"
"난 강호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네 그렇지만 그대들은 강호의 기인
이니 잘 알 것 아닌가? 누가 좋겠나? 이왕이면 유명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사람이라면 ...... 각 문파의 시조들이겠지요 무림의 전설적인
인물들인....."
"아 그래 그러고 보니 내가 한 사람 아는 사람이 있었군"
그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달마 대사 어떤가?"
"네? 음...... 스님이 되시게요?"
"응? 그런가? 하긴...... 내가 달마가 되면 소림사로 달려 가려고 하
겠지 또 없는가 그 같이 강한 사람 무림 역사상 가장 강한 사람은 누
구인가?"
"그것은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달마대사정도가 그 기준
에 합당하겠지만...... 그와 비견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뭐 천
마 정도겠지요"
그는 그 스스로 말해 놓고도 놀라고 있었다 세상에 천마라니? 의노가
환노를 눈짓으로 나무래고 있었다
"천마? 이름은 멋진데 그가 그렇게 강한가? 좋아 결정했어 그 사람으
로 해주게"
쿠웅
마치 동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이리라 무심
코 말한 것이 황제의 호기심을 자아낸 것이다
"폐하 천마는...... 안 됩니다"
"아니 왜? 그자는 왜 안된다는 거지? 할수 없다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오라 그자는 너무나 잔악하고 패도적인 인물이라......"
"그래? 그러나 말일세 때로는 역사란 거짓을 말할때도 있는 거야 앞으
로 나에 대한 것도 숙부에 대한 것도 사실만이 전해지지는 않는다는
말이지 그런 것일세 인간사란...... 더해지고 왜곡되어서 진실을 가리
는 경우가 많이 있지 그 사람을 실제 겪어보지 않고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야"
"음......"
"으음"
둘은 침음성만 토해낼뿐 이렇다 할 반응들이 없었다
천마가 누구인가? 그는 역사적 인물이라고 보기 보다는 전설적인 인물
이었다 그러나 분명히 실존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정확히 어떤 시대에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것은 말할수 없으나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설
을 종합해 봤을 때 분명한 사실은 인간이라기 보다는 초마인에 가까
운 그래서 모든 마종의 근원이 그로부터 비롯되었다지 않은가? 그가
무림 역사상 가장 강한 사람중에 하나임은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
"좋습니다 천마로 해 드리겠습니다"
"끙"
"우하하하하 좋아 좋네 생각만 해도 신이 나는군 이제 무림강호를 자
유로이 왕래 할 수 있단 말인가! 다시는 중원의 하늘을 보지 못할줄
알았는데 말이야"
황제가 너무 신나하자 그들도 무거운 마음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까짓거 해드리는 거야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천마 아니라 그 할애비라
도 못해 드릴까?
이렇게 해서 이 땅에 새로운 천마가 탄생하려 하고 있었다 그의 능력
과 성격과 기억까지 가진 천마가!!!
제 목:[연재] 황제의 검 2.천마를 불러라! 관련자료:없음 [58475]
보낸이:임삼열 (logos333) 2000-12-17 22:24 조회:1419
-황제(皇帝)의 검(劍)-
2. 천마를 불러라
"후후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난 것인가? 그야 말로 무림역사에서 처음
있는 괴사가 지금 우리 손에서 벌어지는 것이야 이것을 완성하느라고
보낸 시간이 몇몇해 였던가? 빛도 못보고 그냥 사장 시켜버릴것이 아
까왔는데 내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었어 후후"
"그러나 아직 안심 할 수는 없어 한번도 실제로 시행해 본적은 없지
않은가? 이론적으로 완벽하다고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지"
"너 또 초칠려고 그러냐? 빨리 수술이나 해라 어차피 천마로 화신하시
면 수술도 못하게 될거니깐 말이다"
"후...... 이것이 정말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군"
"아직도 망설이는 것이냐? 빨리 마취 깨기전에 수술이나 하시지"
"음...... 알겠네 모든 것은 하늘에 맡기는 수 밖에"
"그 놈의 하늘 타령은?"
의노는 하얀천에 덮여진 윤문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천을 걷어내자 그
곳에는 소독약으로 깨끗이 닦여진 순한 얼굴이 보였다 이 얼굴을 다시
는 보지 못하리라
그가 할 일은 두 가지였다 먼저 황제 윤문의 얼굴을 뜯어 고치는 것
그리고 또 한가지는 환노의 대법을 견딜수 있는 체질로 만드는 것. 어
느것 하나 쉬운 것은 없었다 그는 먼저 각종 영약을 챙겼다 공청석유
(空淸石乳)미타성수(彌陀聖水)만년하수오(萬年何首烏)만년설삼(萬年雪
蔘)만년석균(萬年石菌)등등...... 이곳에는 인세에서 보기드문 천고
의 영약이 가득 쌓여 있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한일이라고는 그런 것들
을 모으는 일과 대법을 완성하는 것 그리고 태조의 명으로 비밀리에
세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이 모든 일을 그들은 훌륭히 이루어 낸 것이
다
'먼저 얼굴을 이루고 있는 상피를 벗겨내고 얼굴을 이루고 있는 골격
을 깎아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코에다 상아를 삽입하고 벗겨낸 상피
를 다시 식피하면 된다 아무런 손상없이 벗겨내는 것이 가장 힘들다'
그리고 그는 작은 옥병을 하나 꺼내는데 투명한 병 안에는 푸른 색의
액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것은 인면지주의 독액과 학정홍, 그리고 수
십가지의 영약을 섞어서 독성은 제하고 그 효과만을 극대화시킨것이었
다 이것을 상피 아래로 주입하면 반시진도 안되어 상피가 떠 버린다
그는 먼저 얼굴선의 윤곽을 잡았다 턱아래로 해서 귀를 거쳐 이마까
지 될 수 있는 한 넓게 잡았다 그리고 그 테두리선 즈음에 각기 네군
데에 아직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푸른 병속의 액을 주입하기 시작했
다 그리고 연 이어 그는 침통을 꺼낸다 작은 금침이 240개, 조금 큰
은침이 120개가 들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온몸의 혈도에 각기 다른 깊
이로 찔러 넣기 시작했다 그는 상피가 분리되는 시간동안 침술로 본원
진기를 격발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약 반시진이 지났을까? 침들에서는
하얗고 까만 때로는 붉은 색을 띤 기류들이 솟아나고 있었다
"호 대단한데 역시 자네의 의술은 고금에 다시 없을 경지로군 하기는
자네가 있었기에 소혼전영대법(召魂纏靈大法)이 완성될 수 있었지만
말일세"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기류는 더 이상 솟아나지 않았고 나중에는 서서
히 침이 밖으로 밀려 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때를 맞춰 윤
문의 얼굴이 부풀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보기에 흉할 정도로 많은
기포들이 생겨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번에는 염소내장으로 만든
장갑을 끼고 있었다 만약에 있을지 모를 균의 침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였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날이 잘서 있는 소도가 들려 있었다 이것
이야말로 검사들이 꿈에서도 갖기를 희망하는 만년석황한철(萬年石黃
寒鐵)이었다 만년한철이 포함된 암석이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황
금색을 띠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것으로 검이나 도를 만들면 그 자
체의 공능만으로도 상당한 이점을 확보할수 있는 무가지보였다 심지
어 만년한철마저 간단히 잘라버리는 것으로 이것은 너무나 희귀하기
도 하지만 제련하거나 날을 세우기가 만년한철보다 100배나 어려운 것
이었다
의노는 미리 윤곽을 잡아 놓은 곳을 소도로 잘라 나갔다 거의 흔적조
차 남지 않고 잘려 나가고 있었고 그것은 너무나 얇아 투명하기까지
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상피를 미리 준비 해 놓은 소독약에 담궜다
"자 일단계는 끝이 났고 이젠 골격을 다듬는 것만 남았군 가서 내가
그려 놓은 그림좀 가져 오게"
"제기랄 날 조수로 부려 먹을 참인가?"
"어서 가져와 시간이 없어"
"알았다고......"
입에서 의미도 분명치 않은 말을 궁시렁대며 크기가 한자는 되는 화첩
을 갖다 준다 그는 그 중에 한 곳을 펼쳤다 그곳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너무나도 시원스럽게 생긴 미남의 모습이었다 넓은 이마 시
원스럽게 뻗은 검미 우뚝한 콧날, 윤곽이 뚜렷한 입술, 강한 남성미
를 풍기는 턱선까지 참으로 전형적인 미남의 상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는 상피가 벗겨진 골격의 수술과정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그는 그것
을 토대로 집도에 들어간다
"자 이것은 중화화골산(中和化骨散)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바르면 뼈
가 노골노골해지지 이것이 내피를 통해 뼈까지 전달되는데 걸리는 시
간은 일각도 되지 않는다"
그의 손에는 연분홍빛의 액체가 들려 있었다 하나같이 들어 보지도 못
한 기이한 약물들이었다 모두 그가 수십년의 각고 끝에 개발해낸 것들
이었다 의노는 연분홍빛의 중화화골산을 정성껏 윤문의 얼굴 전체에
고르게 발랐다 특히 턱뼈와 광대뼈에 집중적으로 바르는 것을 잊지 않
았다
"후 이제 일각 후 골격개조에 들어간다"
"야 정말 너 대단하다 옆에서 수십년을 지켜보았지만 역시 네의술은
기상 천외하단 말이야 그걸로 돈을 벌었으면 아마도 일개성정도는 사
지 않았겠냐?"
"헛소리 할 시간 없다 환노 지금부터 넌 탕재를 끓여라 자 여기에 모
두 적혀 있으니 이대로만 하면 된다"
"뭐야?...... 끙 형님인 내가 참아야지"
촥
그는 소리나게 쪽지를 뺏어든다 그리고 신중하게 읽어 내려간다
"호 이것이 바로 속성대환단(速成大還丹)이냐?"
"......"
"소림사 땡중들이 알면 놀라 기절할이다 그들이 수백년의 세월을 지내
도 한 두알 만들까 말까한 것을 순식간에 만들어 내는 괴물이 있다면
어떤 표정들일까? 후후"
"지금부터는 신경을 집중해야 하니깐 환노 부탁이니 조용히 해라"
"녀석 또 시작이군 그 놈의 예민한 성격은! 알았다 다른 일도 아니고
폐하의 안위와 직결되는 일이니 내가 네 말대로 하마"
그리고는 탕재 쪽으로 다가간다 쪽지에 적힌 대로 갖가지 약재를 넣
고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의노는 윤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후 신중해야 한다 한 순간의 실수도 있어서는 아니된
다 한번의 실수가 돌이킬수 없는 치명적인 것이 되니......"
그는 손바닥 만한 도에서부터 손가락 마디만한 것까지 여러개를 준비
한다 그런가 하면 송곳 같이 생긴 것, 끝부분이 넓은 것, 찝개 같이
생긴 것 등 여러 가지 도구를 함께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장갑
을 낀 손으로 윤문의 턱을 조심스럽게 만져보았다 그의 손이 움직일때
마다 턱선도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고무를 만지는 듯 했다 그는 먼저
얇은 침같은 칼로 몇군데에다 구멍을 뚫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통
해 무엇인가를 흘려 보낸다 다시 일각 정도가 흐르자 평평한 날의 도
로 절개를 시작한다 신경과 혈관을 피해가는 그의 손놀림은 가히 신
의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코에다 상아조각을 맞추는 것으로 골격개조를 마치고 있었
다
"이제야 어려운 과정이 모두 끝났다 처음에 나는 상피를 실로 꿰매는
방법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리 정교하게 한다고 해도 흉터
가 남는법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영약을 이용한 자연 봉합법, 후
후 이것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봉합법이지"
그는 곧장 미리 준비해 놓은 미타성수(彌陀聖水)에다 만년하수오(萬年
何首烏)만년설삼(萬年雪蔘)의 즙을 버무린다 그리고는 이것을 소독약
에 담겨 있는 상피의 안쪽에 골고루 바르고 윤문의 내피에다 골고루
바른다
"후후 미타성수야 말로 극음의 영약 그리고 만년하수오와 만년설삼은
각각 극양의 영약이지 이 두가지 각기 다른 성질이 섞이면서 전혀 새
로운 공능의 영약이 될뿐더러 그 자체로 엄청난 열을 발생한다 그것이
야말로 내피와 상피를 결합시키는 힘이 된다"
그는 상피를 내피위에다 정확하게 갖다 붙인다 그러나 원래의 골격과
달라 졌기 때문에 어딘가 부자연 스러웠다 한참이 흘렀을까? 그는 이
번에는 공청석유와 만년석균을 섞고 있었다
"이것을 얼굴 표면에 바르게 되면 이음새에 새살이 돋아나 깜쪽같을
뿐만 아니라 모공을 통하여 흡수되어 피부를 흡착시킨다 골격에 맞춰
지는 것이지"
그 다음에 침으로 혈맥을 뚫어 주면은 모든 시술은 끝이 난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한줌의 흔들림도 없이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끝내고
있었다 그는 초인적인 정력과 집중력을 지니고 있었고 그의 머릿속에
있는 계획들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실행하는 능력이 있었다 연 이어
그는 침을 놓는다 환노가 달인 액에다 이미 만들어 놓은 환단을 넣고
녹인다 그리고는 그것을 윤문의 입에다 넣어 주고 있었다 이것으로서
모든 과정은 끝이 났다 이제는 그의 몸을 약수에 담가서 하루를 두면
된다 이 모든 시술이 끝나면 벌모세수(伐毛洗髓)의 과정을 마치는 것
과 같아 탈태환골(脫胎換骨)의 대기연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둘은
곧장 시커먼 약수가 담겨 있는 석정담(石井潭)에다 그를 집어 넣고 있
었다
석정담이란 지기와 토기의 정기만을 담은 물이 수천년간 고여 있는 것
으로 의노는 여기에다 3500종의 약재를 넣고 돌자체를 달였다 틈만나
면 달여 놓은것이라 이미 충분히 용해 되어 있었지만 그들은 다시한
번 가열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순전히 내공의 힘만으로 둘은 돌아가면
서 교대로 하루 12시진을 가열했다
"자 이제 환노 네 차례다 천마를 불러내든 악마를 불러내든 알아서 해
라"
"자식 뒤 늦게 심통은...... 수고했다 의노 돌아가신 주군도 흐뭇해
하실거다"
둘의 표정은 하루전과는 비교 할수 없이 수척해져 있었고 10년은 더
늙어 버린 듯 했다
침상에 눕혀진 윤문의 얼굴을 보라 과연 저것이 사람의 얼굴이란 말인
가? 너무 완벽해서 사악하게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그의 몸에서는 우윳
빛 서기가 넘실대고 있었다 환노는 그의 침상 주위로 360개의 촛불을
켜 놓고 있었고 손에는 이상하게 생긴 종을 들고 있었다 주변에 사면
마귀상이 음각된 종이었다 시커먼 장포에 알록달록한 염주를 걸쳤다
그는 침상 앞에 앉아서 연신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 소리가 너무나
음악(淫惡)하여 이곳이 지옥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환노 그는 배교 출신이었다 한때 배교의 후계자이기도 했던 그는 교
의 율법을 범하고 야반도주를 하게 된다 당시 그는 배교에서 수백년동
안 숙원 사업으로 연구하던 과제물을 몽땅 훔쳐갔고 나온다 그것이 바
로 소혼전영대법이었다 배교의 일반적인 소혼술에다 불러들인 영혼을
숙주를 통해 묶어 두는 것이 이 대법의 특징이었다 이것은 불려 온 영
혼이 숙주의 모든 것을 장악하여 기억이나 평소성격, 습관, 능력까지
달라지게 된다 이 대법을 위해서는 반드시 배교에서 수백년간의 공을
들여 만든 마단이 필요하고 이것은 단지 두 개만이 완성되었다 지금
그 두 개가 모두 환노에게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배교도들은 그를 잡
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중원까지 들어왔고 마침 그때 주원장에게 생명
을 구함 받는다 그런 인연을 계기로 그는 이미 주원장의 수하로 있던
의노와 함께 비밀수호위사가 된 것이었다 둘은 그때 이후로 아직은 불
완전했던 소혼전영대법을 완성하게 되니 그것에 결정적 공헌을 한 것
이 의노였다 의노의 천고에 다시 없을 의술이야 말로 불완전한 대법
을 완성시키는 촉매역할을 한 것이다
그는 계속 알아 들을 수 없는 주문을 웅얼거리고 있었고 그의 주위로
는 검은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깊은 동굴이었건만 바람이 몰아치는
가 하면 때로는 뇌성이 울리기도 했다 그런 소동에도 불구하고 촛불
은 흔들림이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흐흐흐흐흐하하하하하하하 누가 나를 부르느냐?"
"당신은 천마요?"
"나? 나는 사혼마황이다"
"쳇 잘못 불러 냈군 꺼져라"
"아니 이녀석이?"
"하마 하마라이 하스도 레미스타"
"으아아아악"
잠잠했다 그가 돌아간 것이다 그런데 사혼마황이라 했는가?
"대단한 거물이 왔다 갔군 그녀석도 강하잖아?"
의노의 말이었다 사혼마황은 500년전의 일대 마황이었다 하루에 740명
을 죽인적도 있는 마인이었다 그런 그의 출현에도 심드렁한 의노! 무
엇이 그리 못마땅한지...... 그러나 여전히 신중한 환노의 모습을 보
라 언제 그가 이렇게 진지한 적이 있었던가?
"호호호호호 날 불렀느냐?"
"이번엔 또 요귀인가? 환노 제대로 못하냐?"
"하마 하마라이....."
"켁"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 어디에서도 오라는 천마는 오지
않고 엉뚱한 것들이 왔다가곤 했다 그러나 하나같이 무림역사에 이름
을 날린 대마인들이었으니...... 대법이 시작된지 두시진이 넘어서고
있었다 환노의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도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듯 했다 상당히 많은 내공을 소모한 뒤라 더 했다
"음......후후후후 .......음"
이번엔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그리 사악하지도 않았지만 요란한
웃음도 없었다
"이번엔 또 뭐지?"
바로 그때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또렷한 소리가 들려 온 것은!
"니들 대체 뭐하는 놈들이냐? 감히 내 잠을 깨우는 놈이 있다니! 왜
자꾸 내 이름을 불러서 귀찮게 하느냐?"
"다, 당신이 천마요?"
"천마? ...... 후후 한때는 그렇게 불린 적도 있었지"
"난 당신에게 새생명을 줄수 있소"
"새생명? 하하하하하하 웃기는 군 그래서?"
"눈 앞에 당신을 받아들일 숙주가 보일것이요 그곳에 들어오기만 하
면 되오"
"후후 난 싫은데"
"왜싫다는 것이요"
"왜 싫으냐고? 그걸 몰라서 묻느냐? 인간이 되는 것이 싫다 또 다시
그 지겨움과 고독을 나보고 겪으라는 것이냐? 차라리 지옥이 훨씬 재
밌지 그런 것으로 다시 나를 부른다면 모두 죽여 버리겠다"
"잠깐......잠깐만"
"왜 그러느냐? 아직 할말이 남았느냐?"
제기랄 이런 경우는 생각도 못해 봤는데? 어쩐다
"이 숙주를 잘 살펴 보시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숙주외다"
"가장 완벽? 그런 것은 없다 모두 상대적으로 조금더 뛰어난 것 뿐이
지 그리고 그런것에는 난 관심없다 나 이만 가마"
"병신"
"응? ...... 너 뭐라고 했느냐?"
"당신이 천마가 분명하다면 병신이라고 했소이다"
"정말 죽고싶나?"
"후후 당신이 있던 시대에는 당신이 가장 강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오 혹시 그것 아시오?"
"뭘 말이냐?"
그의 음성은 아까와는 분명히 다른 진동을 보이고 있었다
후후 자식 격장지계에 넘어 왔군 단순한 놈
"지금 시대에는 장삼봉이란 엄청난 도사가 출현했소 그는 심지어 달마
보다 뛰어나다고 칭송되고 있소이다"
"난 달마가 누군지 모른다"
"끙...... 그리고 사람들은 말하더이다 천마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
라도 장삼풍 진인에게는 일초지적도 안될것이라고......"
"뭐? 뭐라고? 일초지적? 이런 육시랄 놈들이 있나 대체 어떤 놈들이
그딴 소리를 하고 다니는 거냐"
드디어 네 놈도 넘어 오기 시작했어 후후 어쩔수 없는 단순 무식의 표
준형이었구만 잠깐! 그러면 폐하가 저렇게 된다는!! 이것은 좀 심각한
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당신 시대와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로 무공의
진보가 있었소 지금 이 시대에는 무수히 많은 강자가 버글거리외다 당
신의 내공은 옛날에 얼마나 되었소?"
"나? 음 활동할때는 12갑자였고 ...... 죽기 전에는 36갑자였다"
뭐 뭐라고? 저자식이 지금 뻥을 치는 것 아냐?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
고 있어...... 그 소리에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환노
"훗 웃기는 군 그 정도는 지금 이 시대에는 일류급 정도밖에는 안되
오 최소한 당신보다 강한 사람이 1000명은 될거요"
"뭐?......못 믿겠다...... 도저히......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
는 법인데 음......"
"하하 벌써 겁이 나시오? 하긴 나 같아도 겁이 나겠지만...... 난 또
당신이 무림사에서 제일 강할줄 알았더니 그 정도였다니 실망이오"
"이, 이놈 닥쳐라 난 천마다 영세제일존이자 고금제일고수가 바로 나
다 그 어떤 놈도 나를 능가할 수는 없다"
"그렇소이까 혼자 착각속에서 사시오 그럼 그만 가 주시겠소?"
제발 넘어와라 넘어와라 단순무식, 왕무식아
"한가지만 물어보자 저 녀석 몇 살이냐?"
"음 스무살이요"
"그럼 최소한 100년은 더 살겠군 좋다 내가 들어가마 정말 그렇게 강
하다면 내가 실력을 키워서 이 시대에서도 최고임을 입증하고야 말겠
다"
"아 됐다니깐"
한번은 기본으로 튕겨야지
"음...... 그럼 할수 없군 천마체면에 애걸할수도 없고......"
엥? 뭐! 뭐라고? 야 이놈아 넌 내숭이라는 것도 모르냐? 그래갖고 연
애라도 하겠냐고...... 아이고 진짜로 저놈이 갈려고 하네
"그러나.....좋소이다 당신의 그 의지가 마음에 들었소 그정도 의지라
면 충분히 이곳에서도 제일고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소후후 물론
개발에 땀나도록 노력해야겠지만......"
제발 제발
"고맙다 언제 밥 한번 사마"
야호 됐다 됐어 그리고 그렇게 사악해 보이지도 않고 ...... 좀 단순
무식한 것이 단점이지만...... 차차 그것은 고쳐가기로 하고
"자 그럼 시작하겠소 숙주에게 가서 누우시오"
"알았다"
휘리리리링
시커먼 연기가 몰려 오더니 건문제 윤문에게로 뒤덮이고 있었다 그는
일어나서 마단을 윤문의 입에다 넣는다 그리고는 진기를 사용하여 내
장으로 인도해 간다 그것이 다 녹을때를 기다렸다 그는의노에게 눈짓
을 보냈다 의노는 아직도 풀어지지 않은 얼굴로 다가오더니 침통을 꺼
내고 있었다 이제 화려한 의노의 침술로 대미를 장식하면 되는 것이
다
무림사 제일 고수가 다시 등장하는 이곳은 비운의 황제 건문제 윤문
이 강호인으로 탈바꿈하는 곳이었다
3. 실패냐 성공이냐?
"주군 깨어 나셨습니까?"
"응 머리가 깨어지듯이 아프군"
윤문이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를 알아 보시겠습니까?"
"왜 그러시오 환노. 지금 장난 하는 거요?"
뭐가 이래? 으아 실패란 말인가!
"왜 그러시오 두분"
두 사람은 멍청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였건만 실패라
니...... 하늘이시여 너무 하시나이다
-야 임마 내말 들리냐?
"윽"
"왜 그러십니까? 주군"
윤문이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파묻자 놀라는 두 사람
-야 이자식아 내말 들리냐고?
"윽 이게 무슨 소리지?"
"네?"
"누가 나한테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하고......"
-자식이 근데 왜 대답을 안하고 지랄이냐 응?
"으악 대체 누구야?"
"주, 주군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호 혹시"
둘은 서로의 눈길을 마주본다 의노는 황급히 윤문의 맥을 짚어보지만
평소때보다 맥박이 빠를뿐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
"비켜봐라"
환노가 이번에는 그의 손목을 잡고 진기를 흘려 보내고 있었다
"음?"
"왜? 성공이냐?"
환노의 얼굴은 멍청해지고 있었다
"허, 어찌 이런 일이...... "
"그럼?"
"그래 들어오기는 했는데 장악은 못한거다 한쪽에 밀려 있어"
-야 숙주 너 내말에 대답 안할거야 이런 법이 어디있냐 들어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렇게 한쪽에다 처박아 둘거야?
"조용히 못해!"
"네?"
"의노 너보고 하는 소리가 아니시다 천마와 대화하시는 거야"
"천마와? 주군! 천마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해보십시오"
-조용해 임마
"조용해 임마"
"네?"
이번에는 환노가 대답한다 의노가 쿡찌르자 그제서야 이해한 환노
"이런법이 어디있냐 다시 물려 줘"
"빨리 날 보내달라고 답답해 죽겠단 말이다"
윤문은 얼굴을 찡그리고 천마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다
"너 자꾸 내말 따라 할래?"
"이 사기꾼 자식들"
"대체 내게 원하는게 뭐야? 너희들 혹시 내 능력만을 슬쩍 하려고 그
런거라면 이제 다 가졌잖아"
"뭐 뭐라고요?"
환노는 흥분하고 있었다
"천마 내 말 들리냐?"
환노였다
"들린다 왜?"
윤문이 대신 말을 해 주고 있었다
"대법이 실패한 것 같다"
"이미 알고 있다 임마"
"왜 실패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전 네가 한말 정말이냐? 능력이 주
군께 전부 전이가 되었느냐?"
"이 자식한테 물어보면 알 것 아니냐?"
"정말입니까 주군"
"정말이라니까"
"주군 이제 그만 따라 하셔도 됩니다"
-정말이라는데 왜 못 믿고 난리냐?
"사실인 것 같군 내 머릿속에는 지금 생전 처음보는 것들이 잔뜩 들
어 있으니깐 아주 사소한것까지"
"헛 차라리 잘된일 아닌가?"
의노의 말이었다 그러나 환노는 달랐다
"아니 이건 실패다"
"무슨 소리지?"
"천마가 갑자기 조용한데"
-니들 말 듣고 있잖아
"환노 무슨 소리냐?"
"천마가 주군을 완전히 장악하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얼마지나지 않아 주군은 정신 분열이 되거나 인성
을 상실한 백치가 된다 백치가 천마의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해 봐라
세상이 어떻게 될것인가?"
"그것이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주군"
"그럼 방법은?"
의노가 환노를 보면서 하는 말이
"그럼 천마를 보내버리면 되잖아?"
"보내는 방법은...... 모른다"
-뭐야 돌아갈수 없다고? 이런 빌어먹을 모두 죽여버릴테다 으아아아아
아
"시끄러워 으어억"
윤문이 머리를 감싸고 뒹굴고 있었다
"주군 주군"
"제길 천마가 안에서 발작을 일으키는 거다"
"어떻게 해야하지? 일단 잠재워"
의노는 윤문의 수혈을 짚고 있었다 금방 꺾여지는 고개! 이마에는 땀
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다니...... 어쩌
지? 미치겠군
"정말 방법이 없나?"
"지금으로서는......"
"천마의 발작을 제어할 방법도 없는가?"
"음 그것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가 없어 이대로 두면 6개월도 안되어 분열증상이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천마의 능력은 고스란히 주군의 것이 될 수가 있지?"
"모르겠다 ....... 아마도 마지막 결합순간에 천마의 마성과 주군의
의식이 충돌을 일으킨게 아닐까? 지금으로서는 그 이유밖에는 달리 설
명할 길이 없다"
"그러면 이대로 주군이 미쳐 가시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단 말
인가?"
"......음......"
둘다 침울해져 있었다 갑자기 환노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아 바로 그거다"
"뭐? 뭔데? 방법이 있는거냐?"
갑자기 두 사람이 바뀌어 버린 듯 하지 않은가? 환노와 의노의 성격
이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한번 시도해볼만은 하겠어"
"뭔데?...... 답답하니깐 얘기 좀 해 보라고"
"음...... 잘 들어 나에겐 한알의 마단이 더 있어 다시 말해 한번의
대법을 더 쓸수가 있지 이것으로 천마의 마성을 눌러 버리는거야"
"어떻게?"
이 녀석 갑자기 왜 이렇게 멍청해 졌지 혹시 이녀석한테 천마가 들어
온 것 아냐?
"어떻게는 무슨 어떻게야...... 천마의 마기를 눌러줄 수 있는 사
람..... 그러니깐 정도의 인물을 불러 들이는거지 그러면 아무래도
두 성질이 중화될 것 아니냐?"
"그...... 그것이 가능할까?"
"가능해"
"만약 그러다 또 다시 이상해 지면 그때는 어떻게 할건데......"
"어차피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아 한번 해 보자"
의노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래 환노 말대로 주군을 정상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밑져야 본전이다
"좋다"
이렇게 해서 또 다시 펼쳐지는 소혼전영대법이었다
천마를 부를때와 똑같은 의식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꽃무늬가
있는 종을 들고 있으며 흰옷을 걸치고 있을뿐 주문은 그대로 였다 이
것으로 봐서는 대법에는 하등 상관이 없는 무대연출에 지나지 않는것
도 같고, 그것은 오로지 환노만이 알 것이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요?"
"난 대마다"
"대마?"
"달마도 아니고 대마?"
"좀 사라져 주시겠소? 수고스럽겠지만"
"쳇 오라 가라야 사람 신경질 나게"
"저것 정도인 맞아? 대마가 뭐야? 대마가"
이번엔 두시진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달마는 힘들겠는데......그럼 누가 좋을까?"
결국 지친 환노가 의노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혜능이나 혜가는 어떠냐?"
"소림사 출신 땡중들 말하는거냐?"
"그래 어차피 혜가는 달마의 제자고 혜능도 육조잖아"
"누가 좋을까? 아무래도 혜능이 낫겠지?"
"일단 시도는 해보는 것이 좋겠군"
또 다시 한시진이 흐르고 있었다
휘이이이이잉
"시주는 뉘신데 나를 찾소이까?"
"음 당신이 육조 혜능이시오?"
"글세요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으니 속세의 허명이 무어 그리 중
요하겠소?"
"맞군요 사실은 스님을 부른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여차여차 해
서 저차저차 해서 불렀습니다"
"호 그런 연유로 소승을 부르셨다고요?"
"여차여차 저차저차? "
의노는 그 말을 듣고 있다 어이없어 한다 둘다 똑 같군
"그런 일이라면야 중생을 위해서 소승이 희생을 해야 겠지요 이 또한
수행의 한 방편이니 소승이 거절할 이유가 무어 있겠소이까"
"그럼 승낙 하시는 것입니까? "
"그렇소 그런데 말이외다 저또한 천마를 완전히 제압하지는 못하
고...... 제가 한가지 문구를 가르쳐 드리지요 이것은 세상의 이치를
적은 것인데 항마의 효능이 있지요 그럼 받아 적으시오"
"네 알겠습니다"
"일시무시일............. 이것은 천부경이라는 것입니다 동방의 작
은 나라의 선조들의 것이지만 우리 모두의 선조이기도 합니다 다 적으
셨습니까?"
"네"
"자 그럼 시작할까요?"
"그러시지요"
휘리리링
혜능이 가서 눕자 윤문의 몸이 덜썩 거리고 있었다 윤문의 코에서 검
은 안개가 흘러 나와 혜능이 들어가려는 것을 막고 있었다 그것을 보
고 있던 환노가 얼른가서 마단을 먹이고 있었다 그런가 했더니 곧 바
로 의노가 침을 놓는다 그가 침을 놓을 동안 환노는 혜능이 불러준 천
부경을 큰소리로 읽고 있었다 그러자 치열하게 침을 밀어내던 기운이
사그러 들고 혜능의 기운인 서기가 몸으로 스며들어간다 침이 빽빽이
박혀 있다가 한식경이 지났을까 침들이 저절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윤문의 얼굴을 거의 한자 위치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가 눈을 떠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번에는 아무일도 없어야 할텐데"
"아무일 없을거다 웬지 예감이 좋거든"
껌뻑 껌뻑
윤문이 눈을 떴다 그리고는 두 사람을 멀거니 쳐다보는 것이 멍청해
보인다 혹시 백치?
"주......군"
부르기가 겁이 나는 두 사람! 반응이 없다 벌떡 일어나 앉는다 그러더
니 배를 만진다 겁이 덜컥 나는 두 사람!
"배가 고프군! 쌍노 뭐 먹을 것 없소?"
"야호!"
"성공이다"
두사람은 서로 껴안고 어쩔줄을 몰라 했다
-뭐가 성공이야 제기랄 이 비좁은 곳에 땡중까지 들여 보내면 어쩌란
말이야?
=시주가 천마시오? 소문보다는 멋있는 분이시군요
"쳇 이건 또 뭐야? 좀 조용히들 하시오 사람 심난하게"
-응? 너 괜찮아?
"뭐가 말이요?
-내가 말하는데 안 괴로워?
"아니? 그냥 좀 시끄럽구만"
-으아아아아아아아
"시끄럽다니깐"
-이럴수가 전혀 소용이 없다니...... 다 네놈 땡중 때문이다 네놈이
들어오는 통에
=모두 중생을 위한 일이라 나도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심심하지는 않겠구만 말동무가 생겨서...... 그런데 쌍노 대체 어떻
게 된것이요? 한사람이 더 들어와 있는 것 같은데"
"네 혜능이라고 소림사의 육조이십니다 사실상 선종을 일으키신 분이
십니다"
"아니 그런 분을 불러 들였단 말이요 그래서 괜찮은건가?"
=그렇습니다 시주
"당신이 혜능이요? 어쨌든 고맙시다 도와줘서 밥이라도 사고 싶은데
미안하오"
'고, 고맙시다?'
이 순간 쌍노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건문제 윤문이 시
정잡배들이나 쓸 그런 말투를 쓰다니...... 황제께서 변하고 있다
"아이고 배가 고픈데 뭐 먹을 것 없을까?"
"네? 갖다 드리겠습니다"
둘은 나중일이야 어떻게 되든 일단은 윤문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밖으
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고기를 으적으적 씹으며 윤문이 하는 말!
"이봐 쌍노 이름을 뭐라고 할까?"
이봐 쌍노? 이것 심각하다
"네? 주군의 존성대명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존성대명? 그냥 이름이라고 해 그리고 앞으로 공자라고 하고 이보슈
혜능 양반 내 이름 하나 지어보슈"
=이름 말입니까? 이름이야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겠습니까?
-웃기고 있네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말고 한쪽에 찌그러져 있
어 이봐 이름은 척 들었을 때 느낌이 와야 한다고 느낌! 알겠어? 뭐
딱 좋은게 있네 천마서생 어때? 때깔 나잖아
"너나 찌부러져 있어 이보슈 혜능 당신이 좀 나을 것 같은데? 한번 지
어보슈"
=무상(無想)이 어떻습니까?
-무상같은 소리하고 있네 재수없게...... 정말 그러다 싸움이라도 벌
어져서 무상하게 죽으면 어쩌려고? 그저 이름은 멋있어야 한다니깐
철혈수라객 어때?
"야 천마! 명호말고 이름 말이야 이름 이름 몰라? 진짜 무식하다니깐
저런게 어떻게 천마라고 불렸나 몰라"
-너너 뭐라고 그랬어 잠깐 기다려 내 금방 갈테니
"놀고 있네 가지가지 하고 있다 응? 쌍노 뭐라 할까 그냥 주윤문이라
고 써 버릴까? 혹시 알아 소문듣고 숙부라도 찾아 올지 말야"
...... 둘다 대답이 없다
"음 주씨 성은 안돼 제갈, 남궁, 팽, 당, 정, 이...... 성부터 정해
야 겠군"
-이건 어떠냐?
"뭐?"
-'파천(破天)' 괜찮지?
"파천? 하늘을 부순다? 그것 괜찮은데? 그런데 이름으로 하기는 좀 촌
스럽다 이파천, 주파천, 장파천"
-성 없이 그냥 파천이라고......, 그래서 내 초식은 모두 이 파천이라
는 단어와 천마라는 단어가 꼭 들어가지 너도 알잖아?
"그것도 모두 바꿔버릴까 생각중이다"
-안돼 그것만은...... 모든 것을 다 네 마음대로 해도 그것만은 그대
로 해주라 부탁이다 뒤는 네 마음대로 바꿔도 좋은데 파천과 천마라
는 단어만은 제발 그대로 써 주길 바란다 내가 부탁하마
"뭐 생각좀 해보고"
혼자서 계속 떠들어 대는 그를 보고 있자니 꼭 미친사람 같았다 그들
이야 물론 누구와 대화하는지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헷갈리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떠랴?
"저 공자? 언제 출도 하실 생각이십니까?"
"출도? 이것 먹는대로...... 왜?"
"네? 그렇게 일찍 말입니까?"
"왜 또 뭐 할 일 있어?"
"그, 그런게 아니라 무공을 수습하고 그럴시간도 없이 말입니까?"
"허참 자기가 만들어 줘 놓고 헷갈리고 있군 정신차려 환노! 이미 나
는 두 사람의 모든 무공을 완전히 습득하고 있다고 단지 시전만 해보
면 그만인데...... 뭐 차차 해보지뭐"
-이봐 이왕 출도 할거면 우리 천마교 애들부터 살펴봐라
"천마교? 잠깐 근데 아직 그 자리에 있을까? 호 하기는 방법이 있군
그것도 괜찮겠군 쫄따구는 많을수록 좋으니깐 말이야 이 기회에 아예
무림을 제패 해 버릴까? 어때 니들 생각은?"
누구한테 하는 얘기인지 분간이 안간다 우루루 쏟아지는 대답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시주 욕심을 버리시오 그것이야 말로 자신을 망치는 지름길이외다
"공자님 그것은 아니 됩니다"
"정말이십니까?"
어느것이 누구의 대답인지는 알 것이다 쳇 미치겠구만 이것 듣는 나
도 헷갈리는데......
"이봐 쌍노 얘네들 조용히 재우는 방법은 없을까?"
"저 이것을 외워 보십시오"
"이것뭐야? 일시무시일......"
-으악 그만해 제발
"응? 이것 재미있는데 너 고통스럽냐?"
-이 나쁜 놈!
"일시 무시일"
-억
"까불지마 알았냐?"
"호 대답이 없으시다? 일시무시일"
-으악 알았어 알았다고......
"일시 무시일 석삼극 무진본"
-대체 원하는게? 알았다 네 말이라면 뭐든 협조 할테니 그만 해라
"좋았어 바로 그거야 우리는 친구지 그렇지? 얼마나 좋아 협조하니깐
근데 땡중!"
억! 미치겠군 주군이 저렇게 변하시다니...... 이것은 완전히 날건달
이잖아
=왜 그러십니까?
"당신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말이야 당신에게도 쥐약이
있을법한데 말이야 하긴 가르쳐 줄 리가 없지 당신은 뭐 그리 소란스
럽지 않으니 괜찮겠지 아이고 오늘은 좀 피곤한데 자고 내일 떠나야겠
군"
그가 뒤로 벌렁 눕고 있었다
"후후 무림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우하하하하하"
정말 괜찮을까? 저런 폭탄을 무림에 던져 놓아도? 쌍노는 골이 지끈거
려 오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일은 벌어져 버렸으니......
4.무림출도
눈을 떴다 아마도 아침일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깊은 동혈속! 그런 것
을 느낄만한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여전히 실내는 어두웠지만 윤문의
눈에는 대낮처럼 모든 사물의 윤곽이 확연하게 투영되고 있었다 환노
와 의노의 규칙적인 호흡소리만이 들릴뿐이었다 아마도 많이 피곤했으
리라! 그의 눈은 예전의 선량하고 순수한 빛이 아니었다 무슨일인가
를 벌일것만 같은 악동의 호기심어린 눈빛!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일
어나자 마자 쌍노를 쳐다본다
후후 아직도 자는군 온 몸이 터져 나갈 것 같은 이 기분이라니! 좋아
아주 좋아 무슨일도 가능할 것 같은 이 기분! 썩 나쁘지가 않단 말이
야! 무림이라는곳은 어떤 곳일까? 천마의 기억대로라면 아주 신나는
곳이고...... 혜능의 기억은? 아주 골치 아픈 곳이군! 뭐 어느쪽이어
도 상관은 없겠지 앞으로의 무림은 내가 만들어 갈꺼니깐...... 후후
후 그런데 두 사람의 기억이 아직 완전히 수습이 안 되었단 말이야!
차차 되겠지
-이봐 멍청하게 왜 한곳만 쳐다보고 있냐?
"무슨 소리냐?"
-왜 초점이 한곳에만 멈추어 있냐고? 답답하잖아
"응? 그럼 너도 보고 있다는 말이냐?"
-멍청한 놈! 너와 우리들은 이미 한몸이다 아니지 한몸을 공유한단 말
이다 물론 네 의지대로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고스란히 우리도 느낄수
가 있다
=사실입니다 시주! 시주가 보는 것을 우리도 보고 시주가 느끼는 것
은 우리도 느낍니다
"그래? 허참 신기하군 야 그런데 천마 네 무공 말이다 정말 이론대로
되는거 맞냐?"
-뭐야? 너 지금 내 무공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딴 소리냐?
"좋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밖에가서 시험한번 해 보자"
-좋으실대로 그런데 네 내공이 아직 미미한것이어서 완전하게 시전하
기는 어려울거다
"그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저벅 저벅
그는 동혈의 바깥으로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러던 그는 순간 걸음
을 멈춘다
아니지 아예 여기서부터 시전을 해보는거야 지금부터는 무예의 생활화
를 이루어야 해 모든 것은 무예로 통한다! 빠른 시일내에 두사람의 무
공을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어야 돼
그는 단전에 모여 있는 내공을 온몸으로 돌리고 있었다 이것은 천마
의 독특한 내공심법으로 천마심법(天魔心法)으로 불리는 것이었다 좌
공(坐功)뿐만 아니라 입공(立功), 와공(臥功)까지 가능했으며 심지어
자면서까지 운기행공(運氣行功)이 가능했다 이미 그의 단전에는 쌍노
(雙老)에 의해 주입된 각종의 영약이 고스란히 용해되어 내공으로 승
화되어 있었다 석문, 기해에서 출발한 내기가 거궐, 중정, 옥당, 인당
을 거쳐 백회혈까지 치솟았고 이미 임독 양맥이 타통되어 있는 관계
로 독맥의 뇌호, 영대, 명문을 거쳐 장강으로 치닫고 있었다 뜨거운
불덩이가 점점 커지고 거세지는 것이 나중에는 도저히 의지로 제어가
안될 지경이었다 몇바퀴를 쉬임없이 휘돌더니 이번에는 오히려 역으
로 돌아간다 이것이야말로 천마를 천마이게한 천마심법만의 묘용이었
으니 일반적인 내공심법과는 달리 일정한 내공의 경로가 없었다 전신
의 365개 혈도를 종으로 횡으로 치닫지만 또한 막힘이 없고 서로 상응
하고 상합하여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발바닥인 용천혈까
지 손목의 양지와 손바닥의 노궁혈까지 내공은 쉬임없이 몰려오고 몰
려간다 처음에는 찌릿하고 은은한 통증까지 느껴지던 것이 점차 시간
이 지나면서 시원하게 느껴지고 변비가 뻥뚫어진듯한 상쾌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몸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바닥에서 한자정도가
떠 올랐을까
쉬익
무릎도 구부리지 않은채 선자세 그대로 튀어나가니 이것이야말로 천마
비행술의 초절한 경신법이었다 어떤 자세로도 시전이 가능하며 근력
의 힘은 배제한채 오로지 내공만으로 몸을 자유로이 움직인다 급히 휘
어진 동혈의 암도를 아슬하게 꺾어나가는 윤문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초보운전(?)이라 아직은 미숙한 점이 보였지만 그
는 천마의 기억에 의지해 점차로 익숙하게 운신하고 있었다
쇄액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동혈을 울리고 있었다 동혈
은 생각보다 길었다
"억"
드디어 밖으로 나온 그의 몸은 순간 흠칫하고 있었다
갑자기 외부로 나오자 겁이 덜컥 난것이었다 동혈은 절벽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었고 그의 몸은 하늘에 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이러한 머
뭇거림으로 순간 진기가 흩어지고 있었다
"어......어...어어"
슈앙
곧장 아래로 곤두박칠치는 윤문!
-정신차려 멍청아! 의식을 집중하고 진기를 붙잡으란 말이야
그의 말 때문이었을까? 순식간에 30장이나 떨어지던 그의 몸이 서서
히 멈추고 있었다 여전히 거꾸로인채 그는 아래를 보았다 얼마나 높
은 곳인지 숲이 가물거리며 작게 보인다
-바보 같으니...... 내 천마심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진기가 끊어지지
않는것인데 그런 추태를 보이다니......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하지 못
해
"끙 알았다...... 제길 처음인데 그럴수도 있지 너는 그러면 처음부
터 천마였냐?"
-하여튼 입은 살아가지고
"뭐야?"
무림인들이 보았다면은 기가찰일이었다 어찌 공중에 몸을 정지시킨채
말을 한단 말인가? 물론 무림에도 이런 허공답보의 상승절예는 존재
하고 그런 고수들도 있지만 이제 갓 무예에 입문한 사람이 그런 초절
한 절기를 구사한다면 그 누가 믿을 것인가?
어쨌든 윤문의 무예 실습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먼저 검공을 시전해봐야 겠다 그런데 검이 없어서 어떡해 하지?"
그는 바닥에 내려서 있었다 주변은 나지막한 각종 기이한 나무들과 암
석만이 보일뿐 이렇다 할 생명체의 움직임은 없었다
-멍청하긴 나뭇가지를 쓰면 되잖아 아니면 손으로 대신하던가?
"너 무슨 불만 있냐? 어감이 상당히 거슬리는데"
-야 내가 무슨 불만이 있겠냐? 그냥 그렇다는거지
자식 까불고 있어 넌 임마 나한테 완전히 잡힌거야 근데 땡중은 자
나? 왜 아무런 말이 없지?
"혜능 자냐?"
=아니오 시주 장차 시주의 행도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 좀 하느라
고......
"네가 왜 그런 것을 신경쓰고 그러냐? 자식 주제넘게"
-야 원래 그 녀석 직업이 그런데 새삼스럽게 뭘 그러냐?
어쭈 이녀석 봐라 은근히 그러면서 친한척하려고 하네 게다가 혜능을
왕따시키려고 하는것도 같고...... 짜식 잔머리 굴리기는
-빨리 시전 안해 볼거야?
"쳇 그래도 역사적인 순간인데 말이야 관전하는 사람 하나 없고 이것
시시하잖아"
-놀고 있네
으이구 저걸 그냥 한번더 천부경을 읊어 버려 아냐 관두자 새털같이
많은 날 중에 오늘만 날인가? 언제 날 한번 잡지 뭐
"자 좋아 그럼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다가"
그가 손을 펼치자 10장너머에 있던 솔가지 하나가 꺾어지더니 그에게
로 날아온다 그가 가지를 훑어내리자 손길이 닿기도 전에 우수수 떨어
지는 잔가지들! 그는 그것을 잡고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어본다 어딘
가 엉성해 보이는 기수식이었다 발은 어깨넓이보다 좁아 보였고 엉덩
이를 뒤로 쭈욱 빼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
"천마삼검(天魔三劍)제일식(第一式) 천마현신(天魔現身)섬(閃)"
슈아아아악
쾅
뜨악
그의 입은 절로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는 눈 앞의 전경과 손에
쥐어진 막대기를 번갈아 쳐다보며 멍청해져 있었다
"흐흐흐...... 이..... 이것이 내 손에서 펼쳐진 것이란 말이지"
그의 눈 앞을 보라 숲의 가운데로 길을 닦아 놓은 듯 흔적도 없이 치
워져 있고 그것도 모자라 땅이 석자 깊이로 움푹패여 있었다
-짜식 그것가지고 놀라기는
=아미타불
"좋아 아주 좋아 천마 네 무공 마음에 든다"
-히히 너도 인정하는구나
"일식이 이정도면 나머지 이식은 엄청나겠는데? 좋아 시작한김에 모조
리 뽑아볼까? 하앗"
그는 우렁찬 기합성과 함께 공중으로 도약하고
"천마삼검 이식 천마앙복(天魔仰伏) 변(變)"
쿠와와와앙
"천마삼검 삼식 파천황(破天荒)"
쿠쿠쿠쿠쿠쿵
"으하하하하 이번엔 장법이다 파천수라장(破天修羅掌) 탄(彈)"
푸앙
"경세천하(驚世天下) 흡(翕)"
"혈세천하(血世天下) 무(無)"
"우하하하하 파천혈옥지(破天血玉指)"
"회선무류강(回旋無流剛)"
......
그의 입에서는 연신 호탕한 웃음과 함께 천번지복할 가공한 힘들이 쏟
아지니 고요한 숲이 절단나고 있었다
휘리리링
그는 멋진 자세로 땅에 내려서고는 자신이 저질러놓은 전경을 흐뭇한
듯 쳐다본다 이미 숲은 온데 간데 없이 뒤집혀 있었고 절벽에 잇닿은
거암마저 가루가 되어 흩어져 있다 절벽하단 부분은 움푹꺼져 있는 곳
이 상당수 보이고 여기저기 불길에 그을려 있기도 했다
"우하하하하 대단해 역시 천마의 무공은 엄청나구나 짜식 갑자기 존경
심이 치미는데...... 이것을 네가 다 만들었다는 것이냐?"
-아직 그런 말 할 단계는 아니지 내가 가진 무공의 최정수는 검공이
다 네가 시전한 삼식 파천황은 이기어검(以氣馭劍)의 초입단계! 파천
황의 오의를 완전히 펼칠수 있게 되면 수어검(手馭劍)에서 목어검(目
馭劍) 더 나아가서 심어검(心馭劍)의 진수를 펼칠 수 있게 된다 그리
고 나 조차 넘어서지 못한 자연검이나 우주검도 불가능하지는 않지
그 정도는 되어야 천외천의 깝죽대는 것들이 끽소리도 못하지
"하하 내 인정하마 좋았어 앞으로 웬만큼 까불어도 내 너를 인정해 주
마"
그는 연신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 바람에 그가 한 말의 의미를 되씹
는데는 소홀하고 있었다
=아미타불 근데 시주는 내 무공은 왜 펼쳐보지 않는것이요?
"에.... 그건 미안한 말이지만 네 무공은 천마의 무공과 비교했을
때...... 위력면에서 차이가 나거든 그렇다고 네 무공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니고 차차 펼쳐보이지 뭐"
-하하 너 정말 안목이 있구나 그럼 그렇지 땡중들이 아무리 뛰어나 봐
야 나한테 비기겠냐?
자식 조금만 치켜줘도 하늘 높을 줄 모르고 날아다니는군 너무 기를
살려 주는 것 아냐? 그래 오늘만 봐 준다 히히 대단해
그는 다시한번 주위를 훑어 보며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을줄 모른다
"지금 내려 가시겠단 말씀이십니까?"
"응"
"후유 주군의 장도를 막을 수는 없지만 너무 서두시는 것이
아닐지"
"칼도 단김에 빼랬다고 마음의 결정이 내려진 지금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 없잖아?"
"주군 그럼 먼저 내려 가십시오 노신들은 조금 있다 내려가겠습니다"
"왜 할 일이라도 있어? 이왕이면 같이 내려가지"
"아닙니다 저희들은 주군을 위해서 따로이 준비할것이 있으니 먼저 가
십시오 그리고 이것 황각의 패는 잘 간수하십시오 이것이야말로 장차
주군께 요긴하게 쓰일것입니다"
"응 그래?"
"네 중원 각지에 흩어져 있는 금와전장(金蛙錢場)에 가셔서 이것을 내
미시면 필요하신만큼 돈을 줄것입니다 그리고 개봉에 들리시면 개방
을 찾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곳의 전대 방주인 개왕( 王) 풍천호
(風千戶)에게 이것을 내미시면 그가 알아서 주군을 대할것입니다"
호 이것에 그런 묘용도 있었단 말이지 뭐 하긴 태조께서 얼마나 치밀
하신분인데 이런 것 하나 준비하지 않았을까? 이런 것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것 아니겠어? 아주 좋군 더 없어 쌍노? 있으면 숨기지 말
고 다 주라고 흐흐
"알았네 내 요긴하게 쓰지"
그는 다시한번 황각의 패를 찬찬히 살펴본다 그리고는 목에다 걸어둔
다 패의 상단에 구멍이 있었고 그곳에 금줄이 매여 있었던 것이다
"그럼 나중에 중원에서 보자고"
스스스스
"주. 주군"
"이런 예도 못 올렸는데 그냥 가시다니"
그들 눈 앞에서 윤문은 익숙한 천마잠영술(天魔潛形術)로 사라지고 있
었다
무림이여! 그대는 아는가? 그대의 품에 시대를 뒤흔들 핵폭탄이 던져
졌음을!
제 목:[연재] 황제의 검 5.태산의 혈사! 관련자료:없음 [58628]
보낸이:임삼열 (logos333) 2000-12-19 17:31 조회:1404
-황제(皇帝)의 검(劍)-
5.태산의 혈사
태산은 예로부터 명산이자 영산으로 중원인들에게 인식되어 있었다 오
악중 동악의 일좌를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을정도로 산세가 지험하
고 또한 그 가운데 미려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고래로부터 새로
이 황제가 되는 이는 이곳 태산에 올라 봉선(封禪)의 예를 올리며 하
늘에 고하였다지 않은가?
휘익 휘익
윤문은 동굴을 나오자 마자 산아래로 방향을 잡고 천마비행술을 극성
으로 전개하고 있었다 한번 치솟을 때 마다 거의 100장은 튀어나가는
그의 모습은 일견 보기에 제비처럼 날렵해 보였다 아예 땅은 밟지도
않고 숲위에서 간간이 나뭇가지만을 밟을 뿐이었다 형체마저 흐릿하
게 보이는 것이 지나는 사람이 본다면 한 줄기의 바람처럼 여기리라
점점 가면 갈수록 내공이 샘솟듯 일어날뿐만 아니라 운신도 자연스러
워지고 있었다 그가 지닌 내공은 무려 4갑자에 육박하고 있었다 천마
가 보는 관점에서야 어린애 수준에 불과 하겠지만 일반적인 무림의 수
준에서 본다면 초절정고수의 경지였다 단순히 내공만으로도 그를 능가
할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거기에 상상을 불허하는
천마와 혜능의 무학이 더해졌으니 적어도 현무림에서 윤문의 일초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자가 몇 명이나 될까?
"하하 정말로 시원한데? 어때 천마! 너도 간만에 세상 구경하니 좋지
않은가?"
-좋을 것도 많다 지겹게 본것인데 좋긴 뭐가 좋으냐?
"그래도 네가 살던 시대하고는 세월이 흘렀는데 풍경이 많이 달라졌
을 것 아니냐?"
-풍경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달라졌겠지
"응? 네 말도 일리가 있군"
-가만 저 소리는?
=음 시주 잠깐만 멈추어 보시오
"왜 그러느냐?"
-멍청한 놈 저소리도 안들리느냐? 네 귀로 들리는 것을 우리가 듣는
것인데...... 이렇게 둔하니 천마의 이름에 먹칠이나 안하면 다행이다
"소리라고? 바람소리! 낙엽부서지는 소리, 야생동물들의 울음소리, 그
리고 물흐르는 소리, 또...... 챙? 이라고? 저건 무슨 쇠소리 같은데
-이 바보야 그것이 바로 싸우는 소리다
"뭐 싸움? 싸움이 벌어 졌다는 말이냐?"
-으이구 멍청하기는 하긴 강호경험이 없으니 그럴수도 있겠지만......
저걸 데리고 다닐 생각을 하니
네가 데리고 다니냐? 내가 널 데리고 다니지! 자식 무지하게 면박주
네 정말 싸움이 벌어졌단 말이지 그럼 구경가야지
-야 무작정 달려가면 어떻게 해?
"그럼?"
-잠형술은 폼으로 배웠냐?
"아하 알았다 진작에 그렇게 말하지"
어째 내가 점점 멍청해 지는 것 같단 말이야 이건 순전히 두놈 때문
에 산만해서 생긴 결과일거야 아암 내가 누군데 장차 무림의 황제가
될사람이 아니냐고!!!
스스스스
"후하하하하 정파의 잔당놈들 너희가 아무리 기를 써봐도 우리들의 혼
을 꺾을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 물러서라"
"대단하군 청면마왕(靑面魔王) 하군표(河軍標)! 역시 일세를 누빈 마
왕답구나 그러나 네 운은 오늘로써 끝이다 우리 북검회(北劍會)가 나
선이상에는 말이다"
"후후 그래 그랬어야지 너희들이야 세력을 믿고 까부는 종자들 아니었
냐? 진작에 그렇게 나왔어야지 북검회가 강북의 패주라고는 하나 나
또한 일문의 종주였던자! 너희들에게 무릎을 꿇지는 않는다 가서 회주
에게 일러라 나 하군표가 언젠가는 그 놈의 숨통을 끊어 버릴날이 올
것이라고...."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거냐? 너에게는 그럴만한 기회가 다시는 없다
이곳 태산주위에는 너희 마도7왕(魔道七王)을 잡기 위하여 본회의 정
예 2000명과 구정련(九正連)의 정예 500명이 천라지망을 펼쳐 놓았다
너희들에게는 황송한 대접이지 그렇지 않나?"
말을 하는 백의 중년인은 염소수염에 눈꼬리가 치솟아있는 자였다 전
형적인 모사꾼의 모습이 저러할까? 그는 쉴새없이 번뜩이는 눈길로 한
쪽에 널부러져 있는 시체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상대
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얼굴전체가 수염으로 뒤덮인 자! 그의 키는 무
려 8척에 육박하고 있었으며 그의 명호처럼 얼굴이 푸르스름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는 피로 얼룩진 손으로 거대한 감산도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형색으로 봐서는 이미 많은 격전을 치룬듯했고 여기저기
에 가볍지 않은 상처가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기가 죽지 않은
채 눈을 휩떠고 적들을 위협하고 있었으니 참으로 그 기개가 가상하다
"이왕 시작할거면 빨리 해라 기다리는 사람도 생각해 주어야지"
"후후 너의 계책은 참으로 대단했다 도망가는 와중에도 형제들을 피신
시키려고 오히려 소란을 피운 너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마 그러나 상대
가 나빴다"
삐이이이익
"응? 하하 이걸 어쩌나? 네 동생놈들도 이미 저승으로 간 것 같은데
말이다 혹시 모르지 지금이라도 달려간다면 죽어가는 놈들의 마지막
모습은 볼수 있을지도"
호각소리가 그들간의 신호인 듯 했다
"치 어차피 이렇게 된 것 한놈이라도 더 데려간다 이 정파놈들 아예
마도의 씨를 말리려고 작정을 했구나 그러나 너희들 뜻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후후 마도 대종사를 말하는 것이라면 글세...... 이미 북해검왕(北海
劍王)과 청해사신(靑海死神)이 등을 돌린 지금에 와서 혁우종(奕宇
宗) 혼자서 뭘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가 죽어가는데도 그가 부하들을
보내지 않은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몸을 사리는지 알 것 아닌가?"
"시끄럽다 어서 덤벼라 그분은 그럴 분이 아니시다 장차 그분과 우리
마도형제들에 의해서 피눈물을 흘릴때가 있을 것이다 분명히"
"내가 말이 많았군 모두 쳐라"
하앗
주변에 늘어서 있던 청의 검수들이 일제히 청면마왕에게 짓쳐들어가는
데 그들의 발검은 참으로 교묘하게도 시간차를 두고 사면팔방에서 찌
르거나 베거나 휘둘러 온다 그들을 상대하는 청면마왕은 오랜 격전으
로 이미 상당히 지쳤는지 마치 마지막 힘을 짜내는 듯 비장했다
한명의 청의 검수가 찔러오는 검을 청면마왕은 교묘히 옆으로 흘리며
그의 목을 쳐간다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걸 어쩌랴 그의 뒤에서도 검기가 느껴진다 이대로 목을 치면 그도
무사하지 못하리라 그는 할수 없이 밑으로 구르며 청의검수의 하체를
쓸어버린다
으악
도에 베인자는 두 다리가 썽둥 잘려진 채 자신이 흘린 피에 머리를
쳐 박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감상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다시 사
방에서 검기가 치고 들어온다
"하하 좋다 내 오늘 여기서 죽으리라 벽력도법(霹靂刀法) 참마세(慘魔
勢)"
그는 두 손으로 도자루를 잡고는 허리어림의 높이로 횡으로 풍차처럼
돌리고 있었다 도기가 3장 방원까지 휩쓸고 있었다 가까이에 있던 자
들은 도저히 피하지 못하고 검으로 막아갔고 비교적 멀찍이 있던 자들
은 황급히 뒤로 물러선다 도기는 어김없이 검을 튕겨내거나 자르며 청
의 검수들마저 갈라버린다 느닷없는 공격인지라 미처 대비하지 못했
기 때문인 듯 했다
으악
꺽
처참한 비명성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상하로 양단된 그들의 몸은 비참
한 모습으로 땅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직 채 죽지 않아 퍼덕거리는
모습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청면마왕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뒤로 물러서는 자들을 따라 붙으며 포위망의 일각을 뚫어가고 있었다
"벽력도법 최후절초 벽력만장(霹靂萬丈)"
콰앙
"피해라 도강이다"
분분히 사방으로 흩어져 가지만 청면마왕의 도강은 그들의 움직임보
다 빨랐다
창
검을 뻗어 막아보지만 너무나도 쉽게 부서져 버리는 검이었다
으악
캑
크악
쉬익
무너진 포위망사이로 청면마왕은 몸을 솟구치고 있었다 포위망을 벗어
날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쾅
"억"
비칠비칠 물러서는 자는 청면마왕 이었다 그는 연신 입으로 피를 토해
내고 있었고 오직 눈동자만이 장내에 새롭게 등장한 자를 난도질 할
듯이 쳐다볼뿐이었다
"너, 너희들은 천산삼검(天山三劍)"
"후후 대단하군 아직도 도강을 시전할 기력이 남아 있었던가?"
그 와중에도 새로이 등장한 자들에게 인사를 하는 청의검수들! 상당
히 높은 지위에 있는 자들인 것 같았다 천산삼검이라 불린 자들중 가
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50대의 은의 중년인이 앞으로 나선다
"마왕문의 마도7왕중 이제 너 하나 남았다...... 너를 제거함으로 오
늘의 사냥은 끝이 나는거지 최대한 발악을 해라 그래야 우리도 심심하
지 않으니....."
"이......이런 쳐 죽일 놈들! 내가 너희들을 살려둔다면 그 원한을 어
찌 하랴? 죽어라"
그는 몸의 상태도 신경쓰지 않고 어이없을 정도로 저돌적으로 공격하
고 있었다 이번에는 도강을 쓴다는 것이 무리였는지 석자에 달하는 도
기만이 피어나고 있었다
창
창
그는 간단하게 청면마왕의 도를 막아내고 있었으며 간간히 그의 허점
을 노리고 검을 쑤셔박고 있었다 그때마다 흠칫거리며 피하기 바쁘다
정상적인 몸이었다면 모를까? 천산삼검의 하나를 상대하기는 벅차 보
였다
-뭐하냐? 구경만 할거냐?
[그럼 내가 도와주란 말이냐]
-저 녀석은 마도인 같은데 도와주지 않을 참이냐? 그러고서도 네가 천
마의 후예라고 할수 있느냐?
[너 지금 무슨 소리하는거냐? 내가 왜 너의 후예라는 거지? 그리고 마
도인이라고 내가 도와줘야할 의무는 없다 난...... 마도인도 정도인
도 아니다 난 황제일 뿐이다]
-그러니 나서야지 네 이름을 날릴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겠다
고? 나 같으면 저 놈들을 다 쓸어버리고 저 불쌍한 녀석을 도와 주겠
다
[시끄럽다 도와주든 말든 내가 결정한다 넌 조용히 찌그러져 있으라]
참으로 교묘한 공격이었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 듯이 저항
이 심하면 물러서고 그러다 틈이 생기면 공격하는 식이었다 청면마왕
은 이제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도를 움켜쥔 손에 감각이 없었다 피
도 너무 많이 흘렸다 눈 앞이 흐려오고 있었다 이제 죽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참으로 끈질겼다 관전하는 정도인들마저 그런 그
의 용맹에 은연중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형님 그만 끝내십시오 이제 가서 쉬어야지요"
뒤에서 들린 소리에 천산삼검중 첫째인 천산일검(천산일검) 정대효(鄭
大哮)는 검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마치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려 주려
는 듯 그는 청면마왕을 향하여 씨익 웃어준다
"천산27검의 마지막 수를 견실할 기회를 주마 은형검망(隱形劍網)이라
는 것이다 가라"
쇄애애애액
피리리리링
도합 12검이 쏟아지고 있었고 그것은 각기 전신요혈을 압박하며 짓쳐
들어온다 석자안으로 다가오자 그 예기에 절로 피부가 터져나가니 참
으로 놀라운 검법이었다 청면마왕은 이를 앙 다물었다
"벽-력-만-장"
츄아아아앙
마지막 진력을 짜낸 그의 도강은 사뭇 위협적이었고 곧장 천산일검의
검망에 부딪혀 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
어난 것은!
휘리리릭
두 사람은 서로 교차하여 서 있었다 누가 이긴것인가?
"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두 사람은 멍청히 굳어져 있었고 그들의 대결을 관전하는 장내의 인물
들도 마찬가지였다 청면마왕과 천산일검의 수중에는 도와 검이 없었
던 것이다 그들은 이번 한수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고 그 만큼 긴장
이 고조되어 있었다 그런데 교차하여 내려선 지금 그들의 손에는 무기
가 없지 않은가? 그럼 두 사람은 대체 무슨짓을 한것이란 말인가? 춤
이라도 추었나? 그리고 그들의 검과 도는 어디에 간것인가?
"후후 웃기는 놈들이군 지들 무기라 빼앗긴지도 모르고 휘두르는 꼴이
라니...... 저것이 무인이란 말인가?"
모두의 시선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급격히 돌아가고 그곳엔? 아 저사
람이 진정 사람이란 말인가? 그들의 얼굴은 모두 굳어져 있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남자는 때로 천하절색의 미인을 대하면 멍청해질때가 있
다 그런데 상대는 이제 스물이 되었을까 싶은 남자였다 그것도 너무
도 잘생긴 남자! 더 이상의 언급은 피차 피곤한 일이다 그는 뭐가 그
리 좋은지 연신 빙글거리며 웃고 있었고 그의 손에서 장난감처럼 휘돌
려지고 있는 것은 조금전만해도 청면마왕과 천산일검의 손에 있던 것
이었다 그제서야 꿈에서 깬 듯 그를 노려보는 천산일검! 그는 수치심
으로 얼굴을 붉히고서는 상대에게 노호를 발하고 있었다
"네 이놈 대체 누구인데 이런 장난질을 하는 것이냐?"
말해놓고보니 더 어이없어 지는 천산일검! 상대의 장난질에 놀아날만
큼 자신의 실력이 형편없었다는 말인가? 그 뿐만 아니라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이 상황을 이해할수 없었다 하긴 그들이 어찌 천마와 혜능
의 모든 능력을 지닌 윤문의 능력을 이해할수 있겠는가?
"바보 같은 놈! 무기를 빼앗겼다는 것은 무인으로서 최고의 수치 자살
해라!"
......
뒤에 서 있던 천산이검이 앞으로 나서며 정중하게 읍을 한다
"대체 소협은 누구신지요? 존성대명을 알수 있겠습니까?"
"나? 나는......"
제길 뭐라고 한다지? 그러고 보니 이름도 정하지 못했잖아? 그렇게 고
민해도 지어내지 못한 이름이고 보니 갑자기 떠오르는것이라고는 들었
던 것들 중에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천마서생 파천이라고 한다"
-우하하하하 역시 넌 그것을 은근히 마음에 두고 있었구나 남자 자식
이 쫀쫀하게 그런 것을 숨기고 그러냐?
제길 하필이면은?
[조용히 못해?]
-뭘 너답지 않게 부끄러워하고 그러느냐? 그냥 생긴대로 노는 거지
안 그러냐?
"일시무시일"
-으악 아 알았다 조용하마
"네? 아 그러셨군요 원래 천마서생 파천 일시무시일 공자이셨군요"
"뭐라고? 이런 멍청한"
-으하하하하
=아미타불 큭 아미타 큭큭
"엥 너희들 조용히 안해?"
"네?"
"이런 빌어먹을"
보다 못한 천산일검이 나선다
"네가 우리들을 무시하는가 보구나 네가 사술을 부릴줄 아는가 본데
그것으로 우릴 엽신여기다니 용서할수 없다 그리고 천마 어쩌고 하는
것 보니 너도 마도인이 분명하다 얘들아 저놈을 붙잡아라"
-저놈 아주 간덩이가 부은 놈일세 너 설마 지금도 참으려는 것은 아니
겠지
빌어먹을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결국 여기서 첫 살인을 해
야 된단 말인가? 피할수 없는 일이라면 어쩔수 없지
6. 천마서생 파천! 개봉부에 뜨다
천산일검의 명에 따라 청의 검수들이 포위망을
형성한다 이들은 북검회에서도 하부조직에 불과
한 외당소속의 무사들이었다 북검회는 엄격한 지
휘체계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출신사문이나 배분
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고 거기에 따라
회내(會內)의 직책이 정해진다 모두 정파소속이
긴 하나 전통의 구파일방 출신들보다는 세가나
군소방파출신들이 많았고 심지어 새외의 이름없
는 무문의 출신들도 있었다
현재의 무림판도는 참으로 혼돈 그 자체였다 먼
저 정파를 지탱하는 거대문파인 구파일방중 개방
을 제외한 구파가 연합한 구정련(九正連)! 남궁
세가를 중심으로한 세가무문의 연합체인 오련회
(五連會)가 있었다 그리고 주로 검만을 고집하
는 북검회(北劍會)와 이와는 달리 도를 사용하는
자들의 세력인 남도맹(南刀盟)이 있었다 이들
네 개 세력이 모두 정도문파와 그 출신들로만
구성되고 보니 흑도가 지리멸렬하는 것은 당연했다
녹림(綠林)과 사사방(邪師房), 동정십팔채(洞庭
十八寨), 오행방(五行房), 살막(殺幕), 요화궁
(妖花宮), 태양성(太陽城), 흑호문(黑虎門)등이
중심이 된 마파32세가 연합한 마도련(魔道連)이
십여년전에 탄생했고 대종사의 지휘하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어
쨌든 정도가 득세하는 상황이었고 마도는 그들
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다 간간히 마도련 휘하
가 아닌 마도인들이 다른 정파와 사소한 충돌이
라도 있을시에는 마치 쥐잡듯이 모든 정파연합들
이 합세했고 그것은 사냥대회를 연상케했다
지금의 상황도 그와 같은 것이었다 마도7왕은 중
견의 마도 명숙들이었고 그들을 존경하고 따르
는 이들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마도련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로 정파의 군소방파마저 그들
을 핍박했고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분란이 일어
난다 그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정파들이 아니었
다 결국 상황이 지금에까지 이른 것이었다 그들
이 이런 위급에 처해 있었지만 마도련에서는 아
무런 조치도 없었다 그들을 위험에서 구한다는
것은 정파4세에 반기를 들고 적대하는 것으로 간
주되기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적어
도 그들 4세는 명분이 없는 한 자신들이 먼저 도
발해 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난 자비를 모른다 그렇다고 필요없는 살생을 즐
기지도 않는다 단 나에게 대항하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죽인다 그뿐이다"
그의 당당한 태도에 덤벼들던 자들이 멈칫거리
고 또 다시 그들을 독려하는 천산일검의 소리!
"죽여버려라"
악을 써대는 그 모습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떼어 보지만 이미 그들의 모습엔 상대에 대
한 의미모를 두려움만이 가득했다
-살판났군 파천! 모두 죽여 버려라
"파천은 누가 파천이라고 지랄이냐?"
윤문이 짜증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인다
"제기랄 저런 날파리들을 일일이 죽여야 하다니"
=안됩니다 시주! 살계를 범함은 그 어떤 죄보다
도 큰 것 자신의 죄업은 모두 자신이 씻어야 하
는 것이요
"그런가? 그래도 할수 없지 죽겠다고 덤비는 놈
들에게는 말
이야"
스스스스
그의 몸은 연신 흔들리고 있었다 천마잠형술을
가미한 보법인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였다 보이
다 안보이다 가닥가닥 끊어져 흐르는 인영을 청
의 검수들은 시야에서 놓쳐버리고 있었다 어느
새 무리 가운데를 아무런 저항없이 오가는데 그
모습은 너무 신비하게 보였다 그의 손에 들린 검
과 도는 연신 돌아가고 있었다 팽이처럼 돌아가
는 검과 도가 그들 곁을 스칠때마다 무엇인가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땅에다 주욱 늘여놓은 폭
죽에다 차례로 불을 붙여 놓으면 저런 모습일
까? 어이없게도 하늘로 치솟고 있는 것은 조금전
까지 기를 쓰고 덤벼들던 북검회 청의 검수들의
머리통이었다
그는 어느새 나무에 등을 기댄채 천산삼검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장내엔 천산삼검과 청면마왕만
이 넋이 나간 모습으로 서 있을뿐이었고 그들마
저 없었다면 이곳을 지옥이라 부르는 것이 나을
듯 했다
-이야 너 소질있다 사람 여럿 죽여본 솜씨인데
아무런 감정의 변화없이 하나 둘...... 무려 37
명이나 죽이다니! 거기다 그 절묘한 작품이란 한
편의 그림이었다 하하하하
"조용히 해라 한마디만 더 하면 하루 왼종일 천
부경을 읊어 버릴테니깐......"
-......
"세명 아니 네명 모두 이리로 와봐"
대답이 없다 어떤 움직임도 없다 여전히 그의 손
에서는 검과 도가 돌아가고 단지 청면마왕만이
그의 말에 따르고 있었다
"꿇어라!"
청면마왕은 말잘듣는 아이처럼 고분고분 따르고
있었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대임을 알았기
때문일까?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정파의 인물들
을 도륙하는 그의 환상적인 솜씨에 반했기 때문
이었다
"너희들 죽을래?"
단 한마디였다 그러나 그것은 천산삼검이 이 세
상에 태어나서 들어본 말중에 제일 무섭게 들리
는 말이었으니......
"잘들어라 난 너희들을 죽이지 않고도 그냥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너희들은......나로 하여금 살
인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내 기
분이 아주 더럽다 어떻게 할래? 죽여줄까?
스스로 죽을래?"
"...... 너무 안하무인이군 네가 아무리 강하다
하여도 북검회의 향주인 우리들이 ...... 마도인
인 너에게 무릎꿇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가 너에
게 죽는다 하여도 이곳을 결코 벗어날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이곳에는......"
"아 아 됐어 일절만 해 난 말 많은 것은 질색이
니깐"
-'자식 멋있는데? 천마의 후예로서의 자격이 있
어 킥킥'
"좋아 죽여주지...... 정파건 마파건 그것은 나
한테 중요한 것이 아니야 나한테 중요한 것은 죽
일 놈이냐 지배할 놈인가만 중요하다 알겠냐? 안
타깝게도 너희들은 방금 죽일놈으로 결정되었다
어떻게 죽여 줄까? 이렇게 부숴줄까?"
푸스스스스
5장거리에 있는 암석이 저절로 바람에 흩어진다
"아니면 반으로 쪼개줄까?"
쇄액
쩌억
지름이 2자는 족히 될 거목이 반으로 쫘악 갈라
지고 있었다
"그도 아니면 형체도 없이 짓뭉개 줄까?"
콰앙
천산삼검은 황급히 땅으로 몸을 숙이고 있었다
그들 뒤쪽의 암석군이 산산조각나 흩어지지 않는
가?
'사...... 사람도 아니다'
"결정해라!"
무엇을? 말도 안돼 저런 인간이 어떻게 갑자기
불쑥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들어보지도 못한
가공가경의 실력을 지닌 초고수가 저렇게 젊을수
가 있지? 그들의 심장은 무섭게 뛰고 있었다 이
순간 북검회소속이라는 자부심도 자신의 손안에
쥐어져 있는 검에 대한 신뢰도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절망이었다 그들이 볼수 있는 것은 죽음
뿐이었고 그 죽음위에 거대한 발을 딛고 선 지옥
염왕이 보일 뿐이었다
"소...... 소협 진정하시고"
쇄액
"으아아악"
막고 피하고가 없었다 천산이검 하득형은 그가
공격을 언제 개시했는지도 모른채 팔하나가 잘려
나가 있었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자기 몸뚱이의
일부분이었던 오른팔이 검과 함께 땅위에서 펄덕
거리고 있지 않은가? 그것을 보는 나머지 두명
은 혼비백산한 채 얼굴이 샛노래져 있었다
"말이 많군 너희들이 결정하기 곤란하다면 내 임
의대로 결정해 주지"
그는 팔을 들고 있었고 그의 양손에 들린 검과
도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자 천산삼
검은 죽어라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일단은 우군들
과 합류해야한다 오로지 이 생각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후후 가라"
패애애애앵
검과 도는 일직선으로 그들의 등을 향해 쏘아간
다 마치 화살을 쏘아낸 듯 했고 오히려 그것보
다 빨랐다
퍼억
퍼억
두 개의 머리통이 터져 나가고 있었고 여전히
그 주인들은 앞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명령이 없
어서인가 얼마가지 못하고 옆으로 기울어가는 몸
들! 천산이검만은 무사히 벗어나고 있는 듯 했다
"너 하나 정도는 살려주지 애초에 그럴생각이었
으니...... 이봐! 너!"
"네! 네 대협"
"그만 가라"
그 말을 끝으로 청면마왕의 뒤로 향해 걸어가는
천마서생 파천! 이제 그가 싫든 좋든 이 이름은
그의 것으로 불릴 것이었다 걸어가는 방향은 천
산이검이 도망간 방향이었다
"대...... 대협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무림이 발칵 뒤집히고 있었다 마도칠왕을 사냥떠
났던 북검회 2000검수와 구정련 500고수가 마도
칠왕중 육왕을 참살했다 이것이 첫 번째 소식이
었고 두 번째 소식은 사람들이 도저히 믿을수 없
는 소식이었으니......
천마서생 파천! 이름도 생소한 초고수가 등장했
다
그에 의해 북검회 528명, 구정련127명이 사망했
다
그는 사람이 아니다 마신이다 일수에 땅이 뒤집
히고 해마저 그 빛을 잃었다 그는 인두겁을 뒤집
어쓴 지옥의 야차다 이제 무림은 그에 의해 시산
혈해가 되리라
소문은 무섭게 퍼져 나갔고 더욱 부풀려 지고 있
었다 그의 용모를 아는 자는 천산이검 하득형뿐
이라 했다 그를 본자들은 모조리 죽었고 그에게
대항한 자들은 시체조차 온전히 남기지 못했다
그는 느릿느릿 걸음을 떼어가고 있었다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었지만 여전히 그의 몸에서는 피
냄새가 나는 듯 했다 천산을 떠나온지도 만이틀
이 되었다 그는 정처없이 떠 돌았고 발길이 머무
는 곳에서 쉬었다 그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들
은 것이라고는 무림을 떠 도는 천마서생 파천에
관한 이야기 뿐이었다 얼마전까지 무림의 주된
관심사는 언제까지 마도 대종사가 몸을 웅크리고
만 있을 것인가와 가장 그들과 치열하게 암투를
벌여오던 북검회가 언제쯤 마도련을 칠것인가였
다 그러나 지금의 화제는 단연 천마서생 파천이
었다 그의 신분이 무엇일까와 그의 의도, 즉 앞
으로의 행보가 어떻게 될것인가에 주목하고 있었
던 것이다 정파4세를 비롯해 마도련까지 소속수
하들의 단속에 나섰고 칼이라도 한번 잡아본 자
라면 누구하나 긴장하지 않는자가 없었다 건들
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 대강남북을 뜨겁게 달
구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이런 긴장감은 터지기
직전의 폭탄의 뇌관처럼 예민한것이었고 누구든
건들면 터질 것 같았다
개봉부(開封府)! 하남성 북동부, 황하[黃河] 남
쪽의 대평원에 자리한 중원의 고도이다 춘추전국
시대 위(魏), 5대 10국의 양(梁), 진(晉), 한
(漢), 주(周) 및 북송(北宋), 금(金) 등의 왕조
가 이곳을 수도로 삼았으며 위가 망하자 폐허가
되어 한(漢) 이후에는 지방도시로서 존속하다가
수(隋)·당(唐) 시대에 이르러 강남(江南)개발
과 송이 도읍지로 삼음으로 삼중(三重)의 성벽으
로 둘러싸인 거대 시가지로 발전되었다 지금은
하남성의 성도이기도 했다. 이곳 개봉부는 용대
[龍臺]를 비롯하여 상국사[相國寺], 우왕대[禹王
臺], 대석교(大石橋)북송(北宋)의 동경성[東京
城] 옛터등의 명승유적지가 각처에 산재하고 있
었으며 어느곳하나 역사의 숨결이 배어있지 않
은 곳이 없었다
하남성의 성도답게 하나같이 고루거각들이 즐비
하였고 사람들의 물결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그곳
에 한명의 서생이 나타났다 이 많은 사람들중에
서생하나가 나타난 것이 뭐그리 별난 일이겠는
가 만은 지금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 좀
과장되게 말해서 그 한사람으로 인해 일대 소란
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갈한 백삼을 차려입고 이
마에는 문사건을 둘렀다 손을 뒤로 뒷짐진채 휘
적휘적 걸어가는 품이 범상치 않아 보였고 은연
중 풍기는 위엄이 좌중을 압도할만 했다 그러
나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서 떨어질줄 모르는
것은 그런 이유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용모를 보
라 그의 얼굴은 어느곳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였
고 너무나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서글
서글하여 그 깊이를 알수 없는 눈빛, 짙고 윤곽
이 뚜렷한 검미, 태산준령처럼 우뚝솟아 사나이
의 기개를 느끼게 하는 코, 절로 호감을 느끼게
하는 고집스레 꽉다물린 입, 강한듯하나 미려한
턱선까지 여인들이라면 꿈에서라도 만나길 소원
하는 가장 완벽한 용모의 소유자였다 꽤나 미모
에 자신이 있어 남자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명문
의 규수들조차 그 모습엔 넋을 잃고 쳐다보는
데...... 반안과 송옥이라도 이런 흠모를 받아
보았겠는가?
-다들 네 용모에 넋이 나가 있구나 쯧쯧 피부한
꺼풀 잘 씌어 놓은 것을 모르고 저리 얼빠진 표
정들이라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니 어찌 우매한 중생들
이 그것을 모르는지 아미타불
이것 참 의식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수가 없
군 내가 그리 잘생겼나? 의노는 웬만큼만 만들
지 이리도 잘난 놈으로 만들어 놓으면 어쩐단 말
인가? 가는 곳곳마다 이러니 원...... 이것도 보
통 피곤한 일이 아니야
그의 눈에 들어오는 편액이 보인다 중화루(中華
樓)! 이곳이 바로 이곳 개봉성에서도 비교적 이
름이 높은 주루중 한곳이었다 파천은 망설임없
이 그곳으로 들어간다 그가 들어서자 반갑게 맞
이하는 점소이
"어서 옵......셔"
그의 뒷말은 잘 들리지도 않는다 사람들의 시선
이 일제히 이곳으로 쏠리고 돌아갈줄을 모른다
사방 100자는 족히 될 넓은 주루의 실내엔 사람
들이 버글거리고 있었다 대낮임에도 간단한 요기
와 술을 마시기 위해 온 사람들이리라 그는 자리
가 없는 관계로 어쩔수 없이 이층으로 안내되어
가고 일층에 있던 몇몇의 여자들은 아쉬운 눈길
로 뒷모습을 쫓고 있었다
"뭘 드시겠습니까?"
"죽엽청이나 한병주고 안주는 간단한걸로"
"네 손님!저...... 이곳 분이십니까?"
"왜 그러느냐?"
"실례가 되는 줄 알지만 제 점소이 생활 10여년
동안 손님같은 미남자는 처음 보거든요"
"뭐?"
"헤헤 그럼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잽싸게 갖다 드
리겠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흠모와 질투의 시선이 따갑게 여
겨졌다 만약 그가 항간에 살명이 자자한 천마서
생 파천이라는 것을 알고도 그를 쳐다볼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점소이 말대로 잽싸게 나온 음식을 그는 묵묵히
먹고 있었다 죽엽청의 톡쏘는 끝맛이 식도를 달
구며 넘어가자 그는 금방 기분이 좋아지는 듯 했
다 그가 황제로 있을때만 해도 이런 싸구려 술
은 보지도 못한 것이었다 원래 술을 즐기지 않는
데다 먹는다 해봐야 금존청(金尊淸)이나 여아홍
(女兒紅), 백삼주(白蔘酒)등의 희귀한 술이었고
기껏 한두잔이 고작이었다 그러던 그였는데 분명
히 달라진 것이 확실했다 몇잔을 연거푸 마셨는
데도 취기가 오르기는커녕 달짝지근한게 입에
착 달라 붙는다 금방 한병을 다 비우고 다시 점
소이에게 주문을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는 주
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가 돌아보는 시선과 마
주친 사람들은 씨익 웃거나 딴짓을 한다 그 중
에 몇몇의 여인들은 도발적인 눈빛을 보내기도
하니 저것이 바로 추파라는 것인가 보다
어이가 없군 눈웃음을 살살 치면 뭘 어떡하자
고? 거의 필사적인 눈빛을 보내는군
주위를 둘러보던 그의 눈빛이 이채를 띠고 빛난
다 조금 특이하게 생각되는 무리들이 있었던 것
이다 각종 병장기를 소유한 것으로 보아 그들은
무림인들이었고 하나같이 선남선녀들이었다 4남4
녀의 인물들은 탁자에 화려하게 차려진 주육을
들며 환담을 하고 있었고 그들중 일부는 파천쪽
으로 고개를 돌리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 중 한명
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이곳으로 온다 그리고
포권을 취하며 파천에게 말을 건넨다
"저는 사천(四川)에서 온 당정우(唐政宇)라고 합
니다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합석을 하시겠습니
까?"
느닷없는 그 제의에 잠시 망설이는 파천!
"좋소 안 그래도 혼자 술을 마시려니 적적했던
참인데 그것도 좋겠군.....갑시다"
그가 너무도 흔쾌히 수락을 하자 그의 표정이 밝
아지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 자리를 옮기는 중
에도 장내의 손님들의 시선은 둘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고 있었다
"하하 여기 이렇게 공자를 뫼셔 왔으니 서로 인
사들 나누시지요"
그의 말이 떨어지자 분분히 일어서며 자기 소개
를 한다
"저는 무림에서 작은 허명을 얻은 백검신룡(白劍
神龍) 남궁혁련(南宮赫連)이라고 합니다"
이제 스물 다섯이나 되었을까? 훤칠한 키에 백삼
을 차려 입은 자는 보기에도 시원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처럼 보였다 그 옆에서 연이어 소개의 말
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 남궁아연(南宮我蓮)이라고 해요 공자를 뵙
게 돼서 영광이예요"
그녀의 눈은 반짝거리고 빛나고 있었다 아마도
남궁혁의 동생인듯했다 온통 붉은 색 일색이었다
"전 철혈권(鐵血拳) 팽정후(彭正后)라고 합니다"
조금은 과묵하게 보이는 인상이었고 각이진 얼굴
형이 특색이었다 그리고 유난히 큰 주먹도 왜 그
의 명호가 철혈권인지를 대변하고 있는 듯 했다
"전......"
모두 한마디씩 할때 마다 그는 일일이 포권을 취
해 보인다 그 답지 않은 예의 바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의 내심은 전혀 다른것이었으니......
후후 이것들 이제보니 오련회의 녀석들이었군 그
런데 이곳 개봉부에는 무슨일이지 뭐 상관 없겠
지 어차피 내 쫄따구들이 될 놈들이니 ...... 아
이고 인사도 예쁘게 하는구나 그래 그래 귀여운
것. 이제는 행동에 조심을 해야 한다 지도자는
모든 면에서 책잡힐 일이 없어야 하지 후후
이들은 파천의 생각대로 오련회소속의 후기지수
들이었다 오련회는 주로 무림세가들이 주축이 되
어 세워진 단체로 북검회나 남도맹에 비하면 비
교적 행사가 광명정대했다 뿐만아니라 무림의 여
타 분쟁에도 전혀 관여를 하지 않았으며 그래서
적보다는 친구가 많은 곳이었다
"하하 보아하니 무림명문세가의 자제들이신 것
같은데...... 저 같은 백면서생에게 이리 후대하
시니 몸둘바를 모르겠군요 저는 여기저기 떠 돌
아 다니는 문윤이라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무림
의 쟁쟁한 귀인들과 함께 자리하게 되어서 영광
입니다"
어느모로 보나 서생의 예의바름이 풍기는 모습이
었다 그 누가 그를 천마서생 파천이라고 하겠는
가? 그가 말한 문윤이라는 이름은 그의 본명인
윤문을 거꾸고 뒤집어 놓은 것이었다
4남 4녀의 신분은 대단단 것이었다 오련회의 중
추세력은 남궁세가와 사천당문이었다 그 외에 하
북팽가, 진주언가, 모용세가가 가세했고 이외에
도 하후가, 장의문, 도룡방, 정의방, 장백문, 섬
서정가등이 가세해 있었다 주로 사천을 중심으
로 해서 섬서와 귀주, 광서까지 그들의 세력권
에 있었다 대륙의 서부를 거의 장악하고 있는 그
들이었다 특히 이들의 본거지인 사천성 성도주변
에는 구정련의 구파의 방파인 아미, 점창, 청성
등이 있었고 화산과 종남또한 섬서성에 있는 지
라 대체적으로 구정련과 오련회는 가깝게 지내
는 편이었다 이들 8인은 그 중의 남궁가, 당문,
팽가, 모용세가의 자제들이었다
"이곳 개봉부에는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사천성도
와는 상당한 거리인데 말씀입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얘기를 하자 파천이 의문을 제
기한 것이었다 지금 그는 무림에 대해서 전혀 문
외한 인것처럼 행세하고 있어 질문하기가 조심스
러웠다
"하하 그것은 문공에게 얘기해도 잘 모를것입니
다 이것은 무림의 일이 되어놔서 말이죠"
듣고 있던 철혈권 팽정후의 대답에 남궁아연의
동생인 남궁혜미(南宮慧美)가 참견하고 나선다
이중에서는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가장 아름다
운 소저이기도 했다
"우리는 공자께 말씀드렸다 시피 오련회라는 곳
에 소속되어 있어요 이곳 개봉은 개방의 총단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또한 북검회의 본산이 있
는 곳이기도 해요 이번에 북검회에서 정도대연
(正道大宴)을 주최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정파인들이 속속 이곳 개봉부로 집
결하게 된 것이죠 저희들은 조금 일찍 출발해서
시간여유가 있는 편이구요 더 궁금하신 것 없으
세요?"
"하하 제가 뭘 알겠습니까만은 무림이라는 세계
가 그렇게 여러세력으로 나뉘어 있는 줄은 몰랐
군요"
그의 이 말은 좌중의 사람들의 얼굴에 변화를 줄
만큼 의미있는 말이기도 했다 잘못 들으면 그들
무림인들을 나무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기 때문
이다
"문공의 말씀처럼 무림이라는 곳은 치열한 이합
집산이 있는 곳입니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
이되고 언제 적이 필요에 따라 내 친구가 될지
도 모르는 곳이죠 그러나 지금의 무림은 언제나
처럼 크게 두 세력으로 나뉘어 있죠 정도와 마
도! 무림역사를 보아도 지금처럼 이렇게 확연히
구분된적이 없었죠 무림인들이라면 누구나 둘중
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정사중간의 어쩡쩡한
세력이나 사람들은 적으로 간주되어 주살되기 십
상이죠 이렇게 험악한 곳이 되어 버렸는데도 정
파인들은 마도를 탄압하는 것만이 무림의 의기
를 지키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
한 노릇이죠 정도가 아니라 패도가 되어 버린 것
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요"
백검신룡 남궁혁련의 말에 누구하나 부정하는 사
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좌중의 사람들은 고개마
저 끄덕이고 있었다 그는 이들을 은연중에 주도
하고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백검신룡 남궁혁련! 오련회의 회주인 창천신검
(昌天神劍) 남궁휘(南宮揮)의 아들이자 다음대
남궁세가의 가주로 내정된 소가주의 신분이었다
그는 5년전인 스무살에 무림에 출도하여 혁혁한
명성을 세우고 있었으며 무림 후기지수중 열손가
락안에 꼽히는 고수이기도 했다
7. 북검회의 율령대(律令隊)
주로 좌중의 대화는 스스로를 문윤이라 밝힌 건문제 윤문! 아니 천마서생 파천에게
집중되어 화제로 올려지고 있었다 그들은 파천에게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었다
특히나 네명의 꽃다운 소저들의 관심은 노골적인데가 다분했다 대부분 어릴때부터
서로 왕래가 있었던 터라 이들간에는 격식이 없는 듯 했다
"그럼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무림정세라는 것이 그렇게 난마처럼 얽혀 있다는 말씀입니까?"
남궁혁련이 그를 빤히 쳐다보며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사람 사는 곳이 어딘들 거기서 거기겠지만 강호무림의 특성상 힘이
지배하는 우위성이 특별한 곳이죠 서로 인맥을 얽어 힘을 합하고 그것이 넘치면
주변을 합병합니다 그것이 도처에 기승하면 대대적인 혈난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곳이 무림의 역사입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자신이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수련을 하고 세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런점에서
지금 시대의 주관자는 어쨌든 우리들이 속한 오련회를 비롯한 정도4세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는 알겠다는 듯이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좀 외람된 질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현 강호무림에서 가장 강한 자는 누구입니까?"
"가장 강한자라...... 글쎄요...... 서로 조금의 견해 차이는 있겠지만 사세의
수뇌부들이나 마도대종사. 북해검왕, 청해사신정도 일테지요 그렇지만 강호는
워낙에 넓고 기인이사가 많은지라 드러나지 않은 초고수가 즐비한곳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분들보다 더 강한 사람은 어디에서든 나올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제가 알기로 무림인들은 축기를 하여 내공이라는 것을 지니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을 1갑자니 2갑자니 하고 표현들을 하던데......
그럼 그들은 내공이 몇갑자나 되는 사람들입니까?"
-이제보니 너 강호정세에 대해서 탐문하는 중이었구나
어쩐지...... 하여튼 이럴 때 보면 잔대가리 만땅이라니깐
[조용히 있어라 천마! 후후 이들을 통해서 미래의 적들에 대해서
알아보겠다는데 웬 잔말이 그리도 많으냐?]
"내공은 글쎄요! 그것은 오로지 본인만이 아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무림에서 일류고수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내공이 2갑자 전후이니......
초절정 고수들인 그분들은 ...... 아마 못되어도 4,5갑자는 되지 않겠습니까?"
"제 상식으로는 갑자는 60년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런 기준을 사용한다는 자체가
1갑자의 내공력이란 60년을 수련해야만 쌓을수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놀라운 내공을 지진다는 것이 저로서는 이해하기 쉽지가 않군요"
"하하 그것은 옛날의 기준입니다 문공의 말씀대로 옛날 무림의 초창기때만해도
그것이 기준이 되었지요 그렇지만 역사가 흘러가면서 여러 가지 속성심법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그와 더불어 영약을 이용한 내공증진의 수법도 다양해 졌습니다
전통의 거대문파의 후예들은 대부분 태어날때부터 독문비법의 벌모세수와
영약들을 복용하고 거기다 속성의 내공심법으로 내공을 증진하니 약관이 못되어
1갑자가 넘는 내공을 지닌자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내공이 강하다는 것이
곧 장수가 좋은 병장기를 지닌 것 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모두 문파의 사활을 걸고 새로운 비법들을 연구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작금에
와서는 예전의 무림과는 비교도 안되게 내공이 증진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 바람에 이론으로만 전해지던 각문파의 비전절예가 현세에서 재현되는 예가 많아 졌습니다
모든 무공은 내공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진수를 발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4,5갑자가 최고수준일거라고? 그렇다면 일단은 나도 그 대열에 낄수가 있겠군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그런 놈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 것 같고......
그럼 마음놓고 강호를 활보해도 되겠군
-후후 진보라고? 웃기는 소리하지 말라고 해라 내가 활동하던 시대만 해도
10갑자가 넘는 내공력을 지닌놈들이 10명은 되었다
[그것이 사실인가 천마? 어찌 그럴 수 있었지?]
-멍청한 놈들이야 이놈들은! 사실상 무공의 증진이란 처음엔 더디지만
일정한 수준에 올라서면 오히려 빨라 지는 것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초극의 단계가 여러번 찾아온다 그때마다 고비를 잘 넘기면 거의 무한정의
내공증진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속성이라는 것이 처음엔 빠른 것 같지만
결국 그것이 제 발목을 붙잡는 것인줄은 모르고...... 쯧쯧 멍청한 놈들이야
그놈의 화노놈의 농간에 넘어가서 그만......이시대의 놈들이
이렇게 형편없는 놈인줄 알았다면 이런꼴은 당하지 않았을텐데......
그 놈의 호승심이 뭔지...... 에잉...... 장삼봉인가 장삼풍인가 그놈도 마찬가질거 아니야?
장삼봉?
"저 그러면 장삼봉은 어떻습니까?"
모두들 얼굴에 놀라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남궁혜미가 파천을 보는데 그 시선은 그리 곱지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입에서 나오는 소리도 다분히 질책의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공자! 아무리 무림에 문외한이라지만 삼풍진인은 민간에서도 추앙을 받는 분이시거늘
그리 경박한 질문을 하시는 거죠? 일문의 종사들마저 그 분 앞에서는 예의를 다하여
대하는데 아직 젊으신 분이 그분의 존함을 옆집 꼬마애 부르듯이 한다는 것은 듣기에 안좋네요"
오잉? 그랬던가? 이것 실수한 것 같네 일단은 이들에게 무조건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하는데...... 모르는 것이 죄지
"아 그렇습니까? 제가 너무 몰라서 그랬습니다 심기가 상하셨다면 제가 사죄를 드리죠"
"하하 혜미 네가 진인의 얘기가 나오니 예민해져 그러는 구나 문공이
모르셔서 그런 것이니 너무 무안주지 마라"
"칫 됐어요 모르고 그러셨다니 그냥 넘어갈께요"
호 이것봐라 이들의 존경심이 대단한데? 그녀석이 그리 대단한 놈인가?
그래봐야 그놈이 그놈이겠지 별다른 것이 있을까?
"그 분은 뭐라고 설명을 드리면 될까요? 지금 무림이 정파가 4세로 분류되어 있고
마도와 세불양립의 관계로 치달을지도 모르지만 여하한 경우에도 마도, 정도를
가리지 않고 존경을 받는 분이라면은 설명이 되겠습니까? 특히나 그 분은
워낙 신룡과 같으신 분이라 민간에서도 널리 추앙을 받습니다 워낙에
신비한 일화가 많으신 분인지라...... 한가지를 예로 말씀드리자면 사천과 청해의 경계지역중에
우둔(牛屯)이라는 꽤나 큰 마을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나그네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나 모두 여름철만 되면 괴질에 걸려 죽어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것을 이상히
여긴 마을의 촌장이 중원에 사람을 보내어 비방을 구하게 되었지요 마침
그 소식이 무당에 전해졌고 장삼풍진인이 직접가시겠다 하셨지요
그 분의 말씀인즉 전언을 하러 온 사람의 몸에서 심한 사기(邪氣)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
필시 그곳에 사기를 풍기는 물건이나 영물이 있을것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곧 장 그 사람을 품에 안고 한달음에 그 마을까지 가셨답니다
진인께서 우둔에 도착해보니 그 분의 예측대로 그곳은 화산지대였고 화구안에 2000년을
산 화룡(火龍)이 살고 있었답니다 그 화룡은 때를 놓쳐 승천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 분함으로 한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만 되면 나쁜 독기를 내뿜어 사람들을 괴롭게 하곤 한것이지요"
"그래서요?"
"그래서 진인께서 그 화룡을 달래어 보았지만 말을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진인을 삼키려고 했답니다 어쩔수 없이 진인께서는 하늘에서
대붕(大鵬)을 불러와 그 용을 삼키게 했다는 겁니다"
"허...... 설마 그 얘기를 믿는 것은 아니겠지요?"
"사람들은 믿습니다 그만큼 그 분에 대한 것은 무림이나 민간이니 신성시되고 있기 까지 합니다
오련회의 회주이신 제 아버님만 해도 그 분을 뵈올때는 무릎걸음으로 다가가시니깐요"
-이것봐라 그리 대단한 놈이란 말이냐? 호 그래? 이것 구미가 당기는데......
쳇 그러면 뭐 하냐? 천마의 위엄을 그 놈에게 보여주지도 못하는데
=아미타불 참으로 중생의 홍복이로다
-야야 끼리끼리 너무 치켜세우지마라 너나 그놈이나 매 한가지 일텐데 안그러냐?
"그럼 소림의 육조인 혜능선사와는 어떻소이까?"
"700년전의 분이시니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지요. 누가 더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후대의 사람들은 오히려 장삼풍진인을 더 우러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습니까?"
-킬킬 너도 별수 없구나 야 파천 나하고 비교해 보라고 해라
"저 그러면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더 질문하겠습니다 천마와 비교를 하면 어떻습니까?"
"하하 참으로 끈질기시군요 그리고 무림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 아니신데요?
상당히 많은 인물을 아시는 군요! 천마라......"
그는 도움을 구하듯이 주위를 돌아보지만 누구하나 대신 답하려는 자가 없다
"천마에 대해서는 워낙에 전설적인 얘기들뿐인지라!
그의 무공은 모두 실전되었을뿐만 아니라 전해지는 얘기도 너무 황당한 것이라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더해진것인지 애매한지라......
그렇지만 그 모두를 사실로 인정한다면...... 무림사에 천마보다 강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겠지요
심지어 그는 하루종일 하늘을 날으고 일수에 산을 내려 앉혔다고 하니 그것이 사람입니까?
태산 준극봉(俊極峯)의 쌍두암(雙頭巖)이 그의 일지(一指)에 갈라진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정도이니 믿기는 그렇지요"
-자식이 그것은 모두 사실이다 이놈아! 오히려 축소되어 전해 졌구만 쌍두암이
일지에 갈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찬 돌에 갈라진 것이다
[그걸 지금 날더러 믿으라고 하는 소리냐?]
-허참 이거 미치겠구만 천외천의 늙은이들도 아는 사실인데......
또한번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 천외천! 그러나 파천은 또 다시 그 말을 주의깊게 듣고 있지 않았다
그들이 이런 저런 얘기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동안 어느덧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날이 저물고 있었다 식사시간이 지나고 비어가던 실내가
다시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로 화끈해지고 있었다 만추(晩秋)의
저녁공기는 꽤나 쌀쌀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주루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중 상당수는 무림인들로 보였다 아마도 정도대연에 참가하기 위해 온 자들이리라
"꺄악"
우당탕탕
"거기 안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와 여자의 비명소리가 어우러져 실내는 갑자기 냉각되고 있었다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계단쪽으로 누군가가 급히 들어서고 있었다
소녀였다 이제 14살이나 되었을까?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에 조금 호리호리한
몸매의 소녀였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하게 맺혀 있고 청의경장의 종아리쪽이 찢어져 있었다
그녀는 다급한 신색으로 이층으로 올라왔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뒤이어 그 소녀를 쫓아 온듯한 무리가 올라서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척보기에도 무림인들로 보였고 똑 같은 복색으로 통일한 것으로 보
그리고 가슴에는 검(劍)이라는 글자가 붉은 색으로 선명하게 수 놓아져 있었다
"흐흐 어딜 도망가려는 것이냐? 네 아비는 버려두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다니 참으로 당돌한 계집이군"
"빨리 포박해라"
"네"
수뇌인듯한자가 나중에 이층으로 올라왔고 그의 추상같은 명에 그들은 소녀에게 다가선다
"아악 살려주세요"
소녀는 소리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왜그리 애처롭게 보이는것인지 누구나 할 것 없이
그 모습을 보면 손이 불끈 쥐어질 것이었다
"잠깐 기다려 보시오"
누군가가 보다못해 나선다
"뭐냐?'
다짜고짜 귀찮다는 듯 하대로 응대하는 청의검수!
"흠 북검회의 처사가 방문좌도의 인물들과 진배없구나 어찌 힘없는
어린 소녀를 무사들이 이리 핍박한단 말인가?
분명한 사유가 있으면 응당 먼저 그 사유를 밝혀야 함이 아니던가?"
그의 말은 사리에 분명하고 또한 좌중을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 그 또한 상대가
북검회의 검수들임을 알아 본 것이다 그래서 좌중의 무인들에게 동조를 구하는 듯 했다
"감히 우리 북검회를 비하하다니 그러고도 무사할수 있을 것 같은가? 저 놈도 같이 잡아라"
참으로 역겨운 태도였다 세력만을 믿고 설치는 것 만큼 반감을 사는 것도 드물 것이다
중년사내의 당당한 태도에 호감을 가지던 좌중의 인물들에게서
저마다 비아냥거리는 소리와 야유가 빗발친다 그제서야 당황한 북검회의 수뇌!
"음 무림동도 여러분! 언제 우리 북검회가 도리에 어긋난 처사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까?
다 타당한 이유가 있어 그러니 공무에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가 수습에 나서 보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사람들은 그의 태도에도 분노의 원성을 토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북검회면 다냐?"
"대체 이 무슨 횡포냐?"
"개봉부가 언제부터 이리 무법천지였단 말인가?'
저마다 한마디씩을 토해내자 주루안은 금방 소란해지고 있었다
"에잇,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진다 둘다 잡아가'
참으로 어이없는 태도였다 할테면 해보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이런 안하무인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제지하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단지 군중가운데 숨어 야유할뿐......
세상 인심이라는 것은 이런 것인가 보다
"잠깐 기다려요"
휘리릭
비룡번신(飛龍飜身)의 수법으로 청의 검수들의 앞을 제지하고 나선 것은
아디따운 소저였다 남궁혁련의 두 동생중 둘째인 남궁혜미였던 것이다
그녀의 등장에 청의 검수들은 처음에는 뜻밖의 표정을 짓더니 곧 악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냐? 비켜라 감히 네가 우리 북검회가 하는일을 막고 나서다니 계집이 간이 부었구나"
그 말에 안그래도 흥분한 탓에 볼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던 남궁혜미의 얼굴이 찌푸려지고 있었다
"흥 너희들이 북검회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겁을 줄수 있을지 모르나 나 남궁혜미에게는 어림없다"
웅성 웅성
이제야 그녀가 누구인지를 안 사람들은 사태의 추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이 아무리 북검회의 집행부격인 율령대의 은검수들이라지만 상대또한
오련회의 중추세력인 남궁가의 가주의 여식이지 않은가 더군다나
현 오련회의 회주인 창천신검 남궁휘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자식이라는 소문도 있고 보면
그들이 호랑이의 간을 삶아 먹지 않은 한 함부로 핍박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남궁혜미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항상 붙어다니는
그녀의 언니와 오빠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 금새 율령대의 부호장 백호검(白虎劍)
가득삼(賈得三)의 기세는 누그러져 있었다
"소저 타문파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 것은 강호의 불문율이외다 더군다나 귀회와
우리 북검회와의 관계를 봐서도 소저의 이런 행동이 어떤 사태를 부를지 생각 해 보셨소?"
"호호 물론이예요 그런 것 정도 판단하지 못할만큼 어리석지 않아요
하지만 공도에 어긋나는 일을 묵과하지 않음도 강호인으로서 마따히 하여야 할 처사!
지금 제 눈엔 납치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 이를 어쩌죠?"
불꽃튀는 설전이었다 남궁혜미를 쏘아보기만 하던 가득삼은 어쩔수 없다는 듯이 그녀에게 해명을 한다
"이년은 이곳 개봉부의 마도문인 마경문(魔境門)의 문주
설호천수(雪虎千手) 설경익(雪景翼)의 여식인 설주봉(雪主鳳)이라고 하오 마경문의
전 문도들에 대한 체포령이 내렸기에 어쩔수 없소"
"그 사정을 물어봐도 괜찮겠지요"
"그런것에 답할 의무는 없소이다 더 이상 비켜서지 않는다면 공연한 트집으로 여기고 무력행사도 불사하겠소이다"
"뭐라고요?"
그녀의 소리를 삼켜버리는 소리가 있었다
"하하하하하 ...... 언제부터 북검회의 율령대 따위가 이리 시건방진 행동을 했더냐?
너는 지금 무력행사를 하겠다고 했는가?"
남궁혁련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줄줄이 다가서는 4남4녀!
물론 그 중에는 파천도 엉겹결에 끼어들고 있었다
"한번 해 봐라"
"공자! 전 율령대(律令隊) 부호장(副扈將) 백호검 가득삼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들을 핍박하는 것이요?"
"핍박?"
모두 어이없어 하고 있었다 부호장 따위가 남궁가의 소가주에게 또박또박
말대꾸를 할뿐만 아니라 대들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는 분노하고 있었다 웬만한 일에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였지만 지금
그의 분노는 굉장히 큰것이었고 이대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의 평소 성격을
아는 다른 동행인들도 그가 분노하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아는지라 긴장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곳은 그들 북검회의 본산인 개봉부가 아니었던가?
이곳에서 소란을 피워보았자 그들에게 득될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어쩔수 없군요 이것을 그대로 상부에 보고하는 수 밖에"
"닥쳐라 율령대의 율법엔 후퇴가 없다"
"대, 대주"
"대주를 뵙습니다"
은검사들은 방금 그들 옆에 나타난 허리에 금줄이 쳐져 있는 자에게 인사를 한다
그가 누구였던가? 북검회 서열17위이자 율령대 대주인 소면살검(笑面殺劍) 우현충(牛泫忠)이었다
이제 나이 서른이었지만 그 악독한 심계와 빈틈없는 일처리로 북검회내에서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껄끄럽게 생각하는 존재였다 외관상 풍기는 분위기는
정도인보다는 마도인에 가까운 자였다 특히 왼쪽 볼에서 시작되어 눈썹을
반쪽으로 자르고 지나간 흉터가 그를 더욱 강렬하게 보이게 했다
"남궁공자 이것 너무 도가 지나친 것이 아니요? 오련회 회주께서 아시면 공자를 나무라실 것이요"
"이....이 뭐라고?"
"왜 내 말이 틀렸소?
공자 때문에 오련회와 우리 북검회의 사이가 껄끄러워 진다면 공자께서 책임을 지실것이요?"
"닥쳐라"
이번의 소리의 임자는 남궁공자가 아니었다 그 소리는 남궁혁련의 뒤에 있던
철혈권 팽정후의 외침이었으니...... 일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한명의 소녀로부터 시작된 것이 두 세력간의 미묘한 감정까지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예로부터 북검회와 남도맹, 그리고 오련회는 서로 사이가 그리 좋은편은 아니었다
단지 같은 정도를 표방한다는 이유 때문에 큰 충돌은 없었지만 사사건건
작은 소란이 있어 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비교적 중도를 지키는 것이 구정련이었고
그러나 그들또한 엄밀하게 말해 오련회와 가까운 관계였다 세력면으로는
북검회가 가장 방대했으며 단결된 힘으로 하자면 오련회가 으뜸이었다 관할지역이
넓기로는 남도맹이 제일이었고 무공의 방대함과 깊이면에서는
단연 구정련이 최고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었다
"호 그대는 또 누구신가? 닥치라고? 네 나이로 보나 지위로 보나
네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할수 있다고 생각하나? 내 기억이 맞다면 팽가의 후예이신 것 같은데 말이야"
"이, 이놈이?"
"하하하하 참으로 어이가 없군 얘들아!"
"네!"
그는 남궁공자 일행에게서 한 순간도 눈길을 떼어 놓지 않은채 또박 또박 한자 한자 뱉어내고 있었다
"지금 이곳 주루를 포위하고 있는 전 율령대 대원들에게 명하여 이 순간 이후로
한사람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라"
"알겠습니다"
한 사람이 밖으로 뛰어나가고 장내의 긴장은 더해지고 있었다
"이제는 어떻게 하시겠소? 공자 나으리"
히죽거리며 웃는 녀석의 낯짝을 쳐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모두는 자제하고 있었다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경솔하게 행동하다가는 돌이킬수 없는 사태를 야기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호 고놈참 야무진 놈일세
[빌어먹을 어떻게 해야하지? 여기서 무공을 쓰면 내 정체가 탄로 날터인데?]
-걱정도 팔자다 모두 때려 죽여도 되고...... 아니면 혜능의 무공도 있잖아?
참 너도 한심하다 그런 기초적인 통박정도는 팍팍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 너 잘났다 그나저나 뭐가 이렇게 뜸을 들여?
싸우려면은 후닥닥 해치워 버리지 않고?]
-그야 한집안 식구나 다름없으니깐 그러는 거지
=아미타불! 참으로 정도가 많이 변질되었구료 참으로 개탄할 일입니다
-임마 예전부터 그랬어 니네 정파입네 하는 것들은 온통 위선자들 투성이지
속으로는 시커먼 것들을 잔뜩 숨기고는 겉으로는 순한 양인척 하지 그리고
정도를 위해서라는 기치를 내걸고 마도를 탄압하는 것이 니네들의 상투적인 수법이지 않냐?
[아니 너 어떻게 그렇게 잘아냐? 너는 그런 경험이 한번도 없었을 것 아니냐?]
-아 그야 물론 그렇지만 대충 돌아가는 것만 봐도 알잖냐?
그들이 서로 갑론을박하고 있는 와중에도 서로간의 대치는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이미 소녀는 율령대 부호장의 손아귀에 잡혀 있었다
8. 소림사의 절대고수
"그 소녀를 우리에게 넘겨라"
"하하하하하"
소면살검 우현충의 웃음소리는 멈출줄 모른다 광기마저 느껴지는 소리가 실내를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웃던 소면살검은 언제 그랬나 싶게 웃음을
뚝 그친다 그리고 비틀어지는 입매, 번들거리는 시선! 이것이야말로 그가 살인을
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때 나타나는 버릇이었다
"후후 우리 율령대를 아주 졸로 보시는구만 철없는 공자나으리들! 가문의 후광을
입고 천지를 모르고 설쳐대는구나 어디 뺏어가 봐라 잘난 양반!"
"좋다 그럼 그 아이와 동행하겠다 조사받는 과정을 우리가 참관하겠다 그것까지
거부하지는 않겠지 그 아이의 아버지가 마도인이건 천하의 공적이건간에 그
아이와는 하등 상관없는 일! 이것마저 거부하겠다면 우리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겠다"
남궁혁련의 말은 그가 얼마나 이 순간을 신중하게 대처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어떠한
경우에도 명분을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내 비치는 말이었고 사리에
어긋나지도 않았다 그딴에는 많이 양보한 것이기도 했다
"그것은 우리가 결정한다 오련회가 우리 북검회의 내부일에 언제부터 그렇게 관심이
많았지? 미안하지만 ...... 못들은 것으로 하겠다 가자"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휙 휙 휙
파천을 제외한 8명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결국은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이이 정말 끝까지 해 보겠다는 말이냐? 지금 이곳엔 율령대 500검수중
200명가량이 대기하고 있다 이 하찮은 계집으로 인해 우리와 맞서겠다고? 어이가
없군"
그의 손은 옆에 있는 부호장의 손에 붙들려 있는 소녀의 머리채를 움켜가고 있었다
"아악"
챙
촹
오련회의 8명은 저마다 병장기를 뽑아들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간에 은밀하게 전음을
나누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겠는가? 내가 이 아이를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는 것은? 흐흐흐흐"
"이 간악한 놈! 네가 그러고도 정도인이라 할수 있단 말이냐? 어서 그 아이를
놓아라"
"해보시지 어떻게 할건데 설마 그 검으로 나를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유들유들한 태도였고 여유가 있었다 그런 반면에 남궁혁련등은 이미 지나칠정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이것은 어떤가?"
"아악 살려주세요 흑흑"
드디어 울음을 토한 소녀! 아직 어린 나이인지라 채 여물지도 않은 소녀의 속살을
여지없이 침범하는 손길! 소면살검 우현충의 손이 소녀의 가슴께를 파고 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있던 남궁혜미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에게로
돌진하고 있었으니......
"이 악적! 그 손 치우지 못해? 죽어라"
역시 그녀는 남궁가의 후예다웠고 쳐낸 일검이 제법 매서운데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검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막히고 있었다
창
율령대 부호장이었다 그는 어느새 소녀을 잡고 있던 손을 풀고서는 남궁혜미를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남궁혁련
"쳐라!"
일제히 그들을 압박해 가고 그들의 손에서는 검광과 도광, 그리고 권장이 난무하고
있었다 상대는 여섯명! 그러나 이곳을 포위하고 있는 검수들까지 하면은
200명이라지 않는가? 그럼에도 그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하는일응
당당하게 실행하고 있었다 남궁혁련은 소면살검에게로 검을 뻗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신속하고 빠른 검이었다
패액
"후후"
여전히 소녀의 가슴에서 주물럭대는 손길을 빼지 않은채 소녀를 자신의 가슴앞으로
돌려 세운다
"헛"
남궁혁련은 어쩔수 없이 검을 후퇴해야만 했고 좌로 돌아간다 혼영보(魂影步)를
밟으며 좌로 움직이는 그의 몸은 흐릿하게 보일정도였다 그의 후미를 공격하려는
것이리라 그러나 소면살검 역시 강자였고 여전히 그를 마주한채 함께 돌아가고
있었다 참으로 야비한자자가 아닌가?
"모두 멈춰라! 더 이상 움직인다면 이 년을 죽이리라"
그는 나머지 한손으로 자신의 애검인 사검(蛇劍)을 꺼내들고 있었다 마치 뱀이
기어가는 듯 날이 꾸불꾸불한 검이었다 검날은 예리한 광채를 발산하고 있었고
그것은 소녀의 목에 지그시 대어져 있었다 장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멈추고
있었다 이미 몇합에 율영대의 은검수셋이 부상을 입고 있었지만 그리 큰 것은 아닌
듯 했다
"네 네 이놈! 어찌 그리 야비한 짓을......"
"하하하하 나는 원래 야비하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 이제
머리가 좀 돌아가시나? 너희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찧고 까불어 보아도
말이다 아무리 오련회주의 자식이라하나 오늘일은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 기대해도 좋다"
[남궁형! 이일을 어쩌면 좋죠?]
철혈권 팽정후의 전음이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저 소녀는 구해낸다 안된다면 우리 오련회의 힘을 빌려서라도
말이다]
[저녀석이 이대로 돌아가면 무슨짓을 할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방법이
없으니]
"자 이제 사태 파악이 되나 보군 다들 밑으로 내려 가라"
그의 명에 따라 뒷걸음으로 아래로 내려가는 검수들 여전히 부호장만은 소면살검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가자"
두명 역시 주위를 경계하며 발검음을 뗀다 그 뒤를 바짝 남궁일행들이 따르고
있었다 장내의 인물들은 서로 웅성거리며 그 뒤를 따르고 있으니 참으로 기이한
장면이 아닐수 없었다
-파천 저녀석 그냥 보내 줄거야?
=시주 일단은 저 여아를 구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일것입니다 아미타불
처음으로 둘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천은 여전히 심드렁했다 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듯도 했다 하기는 그 소녀가 어찌되든 자기와는 상관이 없으니깐
그런데 저 눈을 보라 소면살검의 품에 붙잡힌채 그렁그렁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 여전히 소면살검의 한쪽손이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었기에 수치심에
혼절하기 직전인 그녀의 얼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연민과 함께 분노가 일어나게
했으니
이런 빌어먹을! 저 눈빛이 마음에 걸리는군!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황궁의 비도로 빠져나오기전 궁녀들이 자살하며
자신을 애틋하게 쳐다보던 눈길! 그는 아직까지 한번도 그 눈길들을 잊을수 없었다
그를 떠나보내며 마지막 절을 올리던 노신들의 눈길! 제기랄! 저 새끼! 죽여버린다
이미 그는 침착함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예전의 아픈기억이 되살아 난 것이다 그리고
그 분노는 고스란히 소면살검에게로 집중되고 있었으니
남궁혁련등의 뒤에 서 있던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장내의 인물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두눈 멀쩡히 뜨고 있던 뒤의 사람들도 알지 못했으니 참으로
기이한 신법이었다
어느새 일층으로 내려선 소면살검은 보란 듯이 히죽거리며 그들을 조롱하고 있었다
"하하 잘난 공자님들! 그럼 나중에들 봅시다"
그는 문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누구하나 제지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였다 히죽거리며
웃던 얼굴이 참혹하게 구겨진 것은
챙그랑
그때까지도 소녀의 목에 대어져 있던 사검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웬만하면 참견하지 않으려 했건만 내 너의 하는짓이 참으로 악독하여 그냥
보아넘길수가 없구나"
허공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소리가 난 위로 들려지고 그곳엔 조금전까지만
해도 뒤에 있었던 바로 그! 잘생긴 공자가 아닌가? 남궁혁련을 비롯하여 장내의
인물들은 모두 입을 벌린채 다물줄을 모르고 있었다
"느......능공천상제"
"소림의 무공이다"
그는 능공허도(凌空虛道)의 기예인 능공천상제(凌空天上梯)를 펼치며 서서히 허공을
밟고 내려 오고 있었다
"이....이"
소면살검은 손을 펼쳐보고 있었다 어느새 손목어림엔 동전만한 구멍이 뻥뚫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곳으로 피가 철철흘러 넘쳐 자신의 옷과 소녀의 옷을 함께 적시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소림의 기예를 펼치는 신비인! 감히 그에게 함부로 대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구정련의 신비고수인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대체 공자는 누구시오?"
그답지 않은 태도에 사람들은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상대가 강하다고 생각하자
이처럼 수그러드는 그의 모습이 탐탁치 않았던 것이다
"그 아이를 놓아주라 그렇지 않으면 오늘 내 살계를 열리라!"
-킥킥 자식 아주 능청스럽군! 며칠전만해도 개구리 패대기 치듯이 사람들을 죽인
녀석이...... 어이구 저 감탄 하는 꼴들이라니
=아미타불
"대체 왜 이러시는 것이요 나는 북검회의"
"아! 알고 있다 네가 북검회의 개라는 것은 아까부터 수도 없이 들었으니 그만하고
......어서 놓아주거라"
원래의 성격이 나오려는 찰나 어느새 점잖은 목소리로 바뀐다
"그것은 아니 될말이요 이 년은"
"이 자식이 근데 사람 인내력 시험하는 거야 뭐야? 야 너 빨리 그 애 안 놔줘 그
꼬물닥 거리는 손모가지가 뎅강 잘리고 나서야 풀어 줄거야?'
-푸하하하하 역시 그래야 너답지
그의 괴팍함에 모두 어리둥절해지고 그런 반응과는 상관없이 그는 이미 행동을
개시하고 있었다 불영선하보(佛影仙霞步)를 밟아가는 그의 모습을 채 헤아리기도
전에 그의 손은 소면살검의 복부를 파고 들고 있었고 머리가 숙여지고 그 바람에
손마저 소녀의 가슴에서 튀어나온 찰나 양무릎과 머리통을 연속적으로 차 올리는
신속한 몸놀림을 보라
으악
소면살검은 처절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삼장이나 날아가 구석에 처박히는데 그의
입에서는 연신 핏줄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사람들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채 알아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가 쓴 퇴각법은
항마연환신퇴(降魔連環神槌)라는 소림의 절기였다 적어도 10년이상의 연마가 없이는
그가 보여준 정도의 진수를 나타내기는 힘들다 휘돌리거나 찍거나 내려차는등의
공격법이 혈도를 중심으로 해서 연환되어 펼쳐지는 것이라 일격이라도 격중되면은
방비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편 뒤로 날라갔던 소면살검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었고 내상이 심한 듯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불똥이 터지고 있었고 피와함께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
"율령대는 저놈들을 쓸어 버려라"
쾅
콰왕
콰당
문이 박살나고 건물의 옆이 터져나간다 수십명의 검수들이 번뜩이는 검들을
꼬나쥐고는 안으로 짓쳐들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소녀는 남궁혜미의 품에 안겨
있었고 아직도 두려움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남궁혁련등은 감히 태만하지 못하고
다시 싸울준비를 한다 이제 그들의 운신을 막던 장애물이 걷혀진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만의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파천은 곧장
능공천상제를 펼치며 허공으로 떠 올랐고 그의 손에서는 소림의 기예들이 장강의
물결처럼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죽엽수(竹葉手)선인장(仙人掌)나한공(羅漢功)관음장(觀音掌)대력금강장(大力金剛掌)
금
룡십이해(金龍十二解)광한지(光限指)등의 소림72예상의 무공과 듣도 못한
무공들까지 펼쳐지니 그들은 그 장면을 멀거니 쳐다보고만 있어야 했다
콰앙
으악
퍼억
퍼버버버벅
꽈앙
연신 기물들이 부서져 날으고 비명이 터져 나온다
안으로 들어오는 족족 뒤로 나가떨어지는 자들! 아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던 그의 몸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듯 하더니 어느새
소면살검에게로 가 있지 않은가?
그의 손은 이미 소면살검의 멱살을 움켜쥐고 일으키고 있었다
[잘들어라 지금 내 기분대로라면 너희들 모두를 죽여 버릴수도 있다 한번만 말하마
모두 퇴각시켜라 그리고 이일을 더 이상 문제 삼지 마라 만약...... 내 말을
무시한다면 넌 죽지도 못하고 지옥의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알겠느냐?]
파천의 등이 장내의 인물들을 등지고 있었기에 그의 표정만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전음으로 하는 말이었기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알수 없다 단지 그들이 볼수
있었던 것은 새파랗게 질린채 무서운 속도로 끄덕여지는 소면살검의 고개가 다였다
그는 두려움에 젖어 있었고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자신들의 대주가
적에게 잡혀 있는지라 망설이고 있던 율령대원들은 한 동안 멈칫거리며 부호장을
쳐다본다 그러나 그라고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하하 자 이제 소란은 여기서 그만하고 모두 정리합시다"
능청스런 그의 말에 장내는 조용해지고 있었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는
사람이었다 특히 남궁혁련등의 내심의 혼란은 지극한 것이었다 백면서생인줄 알았던
그가 절세고수임도 놀랍거니와 소림사 출신이라는 것 그리고 그가 저리도
측정불가의 괴인이라는 것 까지 어떤 자들은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자신들을
속였다는 것이리라 어쩌면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거짓을 꾸밀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들은 그런 생각보다는 문윤이라 한자의 고절한 무공에 흠모의 정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진정한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벌써부터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었다
9.혜능의 제자?
"하하 자 우리 이렇게 서 있을 것이 아니라 모두 자리에 앉읍시다"
그러나 장내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앉을 의자라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그는
머쓱해하며 이층을 가리킨다 그리고는 아직도 다친손목을 붙잡고 있던 소면살검의
어깨를 탁친다
"형씨! 맺힌 감정도 풀겸해서 합석합시다 자자 어서 올라들 가요"
그러고는 소면살검을 질질 끌다시피해서 이층으로 오른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련회의 8명은 어이없는 웃음을 떠 올리며 그를 뒤따른다 여전히 설주봉은
남궁혜미의 품에 반쯤 안긴채 함께 오르니......
주석(酒席)은 어색함만이 가득했다 웃고 떠들고 북치고 장구치는 것은 파천의
몫이었다 그는 연신 호탕하게 웃으며 술을 권했고 마지못한 듯 그의 주청에 따라
좌중의 인물들은 함께 마시긴 하나 술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특히 파천의 옆에서 눈알만 데록데록 굴리던 소면살검은 이 자리가 왜
이리 불편하고 마음이 불안한지 좌불안석이었고 엉덩이를 들썩거리기 바쁘다 그러나
그 또한 파천의 눈치를 살피며 원하지도 않은 술을 연거푸 몇잔 걸치고 있었다
주위의 시선들은 이 괴상망측한 주연에 머물러 있었고 자기네들끼리 작은 소리로
쑥덕거리고 있었다
"내가 신분을 속인 것은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 그런 것이니 너무 나무라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제가 무림에 문외한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출도한지 얼마되지
않은 촌뜨기입니다 남궁형! 설마 그것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하"
"......문공자!"
"왜 그러십니까? 제게 하문하실 일이라도......?"
"공자의 진정한 신분은 무엇입니까?"
모두가 궁금해 하던 사실이었기에 좌중의 인물들의 시선은 일제히 파천에게 쏠리고
있었다
"음...... 사실 이것은 함부로 얘기할 것이 못되는 지라...... 그렇지만 이렇게
어울리게 된것도 따지고 보면 좋은 인연인데 뭐 숨길것이 있겠습니까? 저는 소림의"
"역시"
"아"
"으음"
"소림의 육조인 혜능선사의 직전을 이어 받았습니다"
"네?"
"뭐라고요?"
"!!!"
사람은 때때로 너무 충격적인 사실앞에서는 멍청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소에
하지 않던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파격적으로 변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였다 눈만 멀뚱거리며 쳐다보는 사람이 태반이었고 침을 질질 흘리도록
입을 벌리고 있는 놈이 하나 술을 벌컥거리며 마시는 자가 하나였다
-하하하하 둘러대기는...... 대단해 대단한 놈이다 너는 또 이렇게 해서 위기를
모면하는구나
=아미타불 어찌 그런 말을? 허...... 하기는 어찌보면 그 말도 틀린말은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혜능선사의 직전이시라면? 도무지 저는 이해할 수가 없군요"
남궁혜미의 그 말은 모두의 심정을 대변한 것이었다 소림사의 그 유명한 육조혜능은
당(唐)시대 사람이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태종(太宗)11년에 태어나서
현종(玄宗) 원년에 열반에 든 고승이었다 그는 달마에서 이조 혜가로 이어지는
선맥의 대계승자였으며 소림을 임제종의 대 가람으로 올라가게 만든 선종의 조종과
다름 없는 승려였던 것이다 현 소림사의 방장이 27대이니 그들의 의혹은
당연한것이었다
"무엇을 궁금해 하시는지 압니다 저는 물론 그 분을 직접 뵌 것은 아니지요 전
태산에서 지금껏 벗어나 본적이 없습니다 어느날 인적드문 고동에서 그분의 흔적과
진경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벌써 십수년이 되었습니다 한때 혜능선사가 천하를
주유하신적이 있었는데 그때 태산에서도 2년여 정도를 기거하셨고 그때 남기신 것을
제가 운이 좋아 얻게 되었으며 또한 부족하나마 의발을 잇게 된것입니다"
아 그랬던가? 그제서야 그들은 이해한다는 표정이었지만 이번에는 모두의 얼굴에
부러움과 까닭모를 흠모까지 보내는 듯 하지 않은가?
"흠흠...... 그래서 제가 여러분들을 본의 아니게 속이게 된것입니다 아무쪼록 널리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천부당 만부당 하신 말씀이십니다 하하 그야말로 정파무림의 홍복이 아닐수 없군요
앞으로는 공자를 대함에 조심을 해야겠군요"
"아니 그것은 또 무슨 말입니까?"
"무림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배분입니다 소림의 하늘같은 조사를
사부로 두신분이니 어디 감히 저희가 함부로 대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하
안그렇소?"
하하하
호호호호
장내는 웃음꽃이 피고 있었으나 한사람만은 얼굴이 그리 편하지 않았다
[얼굴펴라 뭐가 그리 불만이어서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지?]
소면살검은 파천의 전음에 소름이 다 돋았다 그의 엄청난 무공에 호되게 당한데다가
그것보다 더 엄청난 그의 신분에 대해서 알게 되었지 않은가? 그런 자가 사실은
무지막지한 살성을 감춘 대악인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져 왔다 그는
아직까지 파천의 눈길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무림에서 구를만큼 구른 위인이라
자부하건만 그렇게 사악하고 패도적인 눈길을 접해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또 다시 파천의 전음이 이어진다
[만약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고 다니면 어떻게 될것이라는 것 알지?...... 어쭈
대답이 없으시다?]
[아......알겠습니다 공자! 절대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마지막 순간에 그는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좌중의 인물과 환담을
나누고 있었고 그런 와중에 그에게 전음을 펼친것이었다 그것은 고도의
전음수법으로 두가지 기예에 통달하지 않고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한가지는 소림의 혜광심어(慧光心語)일것이고 또 한가지는 실전되어 그 이름만
전해지는 양의분심공(兩意分心功)이었다 이것은 생각이나 행동을 나누어 한꺼번에
할수 있는 절공이였다 그런 초절한 기예를 아무렇지도 않게 펼치는 그에게 일말의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고 그것은 너무나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그렇게
자긍심을 가지는 율령대 대주라는 신분도 북검회의 울타리도 지금 그에게는 어떠한
무게감도 주고 있지 못했다
좌중의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언제 그랬는가 싶게 화기애애했으며
서로 농담을 주고 받기까지 한다 여전히 설주봉만이 침울해져 있었기에 남궁혁련은
동생 혜미에게 그녀의 처소를 잡아주라고 말한다 그녀는 아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설주봉의 곁에 있어 주어야 할 것 같기에 아쉬워 하는
것이리라 그녀가 주루를 빠져 나가는 것을 본후에 남궁혁련이 소면살검을 쳐다보며
하는 말이
"우대협 이후에 다른 불상사는 없겠지요?"
"그......그럼요 불상사라니요 제가 장담하겠습니다"
파천이 씨익 미소를 그에게 보내고 있었는데 그것을 본 소면살검의 표정을 보라
입안에 가득 겨자라도 물고 있는듯했다
"자 그럼 우대협은 이만 가보시고...... 부상 치료도 해야 할테니 말이요 그렇지
않소?"
"네..네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저야"
자기 자신이 지금 무슨 소리를 주절대는지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으리라 당당하고
교활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수 없었다 이미 시간은 해시(亥時)를 넘기고
있었다 얼큰히 취기마저 오르니 모두 기분이 좋아져 있었고 허물없이 서로를 대하고
있었다
"그럼 그만 가 보시오 내일 웃는 낯으로 봅시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들 뵙지요"
그는 일어서서 모두에게 포권으로 예를 표한다 그리고 돌아서는 그의 얼굴은
안도감으로 충만하니 어찌 보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얼마나 내심으로
시달렸으면 저렇게 사람이 달라지나 그래! 총총히 사라져가는 그 뒷모습을
의미심장한 눈길로 한번 더 담아두는 것을 잊지 않는 파천이었다
"문공자께서는 어찌 처소라도 잡으셨습니까?"
모용가의 차남인 모용중걸(慕容衆傑)의 물음이었다 그는 조금은 가냘퍼 보이는
모습에 한쪽눈을 찡긋거리는 버릇이 있었다 파천에게 질문을 하면서도 한쪽눈을
찡긋하는 것이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아닙니다 개봉부에 들어서자 마자 이곳에 들어 온지라"
"그럼 잘 되었네요 저희들은 요 옆에 진성객점(眞成客店)에 여장을 풀었습니다만
함께 숙소를 정하시면 되겠네요"
"뭐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남궁아연은 술을 마시는 내내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에 반해
모용중걸의 동생인 모용화(慕容花)와 당정우의 동생인 당소윤(唐小玧)은 한번씩
그를 훔쳐볼 뿐이었다 이것만 보아도 그녀들의 성격을 짐작케한다 좌중의 인물들중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은 파천이었다 그만이 스물이었고 다른사람들은 모두 그보다
연상이었다 남궁혁련이 가장 많은 스물다섯, 당정우와 팽정후가 스물넷, 남궁아연과
모용중걸이 스물셋, 당소윤이 스물둘, 모용화가 스물하나였다 설주봉을 데리고 나간
남궁혜미는 가장 나이가 어린 열아홉이었다 서로 비슷한 나이인데다 무림인이라는
공통점 거기다 정파의 기협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어떤 동질감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고 금방 스스럼 없이 친해질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파천의 진면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진성객점은 이곳 개봉부의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는 관계로 비교적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객점이었다 특히 귀빈들을 위한 후원의 독채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그들이 유숙하는데에는 아무런 불편도 없었다 혜미와 설주봉만 같은 방에 묵었고
나머지는 모두 따로 방을 잡았다 다닥다닥 붙어 있어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다시 한방에서 모여 잡담을 즐기고 있었고 오직 파천만이 먼길에
피곤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향긋한
울금향이 방안 가득 숨어 있다 그를 덮치고 있었다 그는 깊게 심호흡을 하며 향내를
맡고 있었다 탁자에는 언제 갖다 놓았는지 차가 주담자채로 놓여져 있었고 고풍스런
찻잔이 그 옆에 자리한다 그는 탁자에 앉자 마자 차를 따라서 한모금 마셨다 주위를
돌아보니 꽤나 정성들인 것이 엿보인다 바닥엔 청단목에 페르시아산 양탄자를
깔았고 가구는 모두 절강성 유구현의 목가장것이었다 물론 황실에서 쓰던 것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천양지차였으나 일반적인 서민들은 구경하기도 힘든
귀물들이었다 이곳에서 하루 자는데 드는 비용이 은10냥이라고 하니 그 돈이면
세식구가 보름은 아무걱정않고 살수 있는 돈이었다 무림인들이란 이리도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것인가 싶어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돈이 모두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무림인의 생활에 대해서 아직 아는 것이 없는 그인지라 호기심이 들고
있었다
그는 지금 그냥잘까 아니면 욕실에서 씻고 잘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하긴 먼지가
많이 끼었으니 씻어야 겠지 옷은 새것이나 진배없으니 그냥 털기만 하면 되겠고
그래서 그는 망설이다 욕실로 들어간다 조금있자 문이 빼꼼 열리고 옷이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물을 끼얹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그는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나오고 있었다
"응?...... 누구냐?"
그는 잽싸게 수건으로 중요 부위를 가리며 앞으로 쳐다본다 이런!
"아니 너는?"
"공자! 저를 받아 주십시오"
"허 참 여기까지 쫓아 왔다는 말이냐? 고놈참 끈질기기도 하군"
"공자께서 저를 받아주시지 않으면 제가 갈곳도 없습니다 받아주실때까지 공자님을
따라 다니겠습니다"
"그러던가 말던가!"
방안에 나타나 있는 자는 태산에서 생명을 구함받았던 청면마왕 하군표였다 그는
그큰 몸을 숨겨가며 파천의 뒤를 따라 왔고 이곳까지 어떻게 알아내 들어온것이었다
사실 파천이 왜 그가 따라붙는 것을 몰랐을까만은 일부러 내버려 두고 있었다
아직은 그를 데리고 다닐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지 그가 마음에 없어서는 아니었다
그가 천산삼검과 드잡이질을 할때의 용맹성과 물러서지 않는 굳건한 기질을 보았기
때문에 내심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공자 저는 이미 한번 죽었던 몸! 이제 제 생명은 주군께 바치겠습니다"
그 말을 하고는 말릴사이도 없이 절을 해대는 하군표! 참으로 못말릴 친구였다
그러나 파천도 그리 싫지는 않은 듯 했다
"좋다 내 너를 수하로 받아 들이마"
"감사합니다 주군"
"대신!...... 지금의 실력으로는 오히려 내게 짐이 될뿐이니...... 너는 지금 당장
내가 지시하는 곳으로 가서 더욱 실력을 키우거라"
그리고는 방안 한곳에 마련되어 있는 붓과 벼루를 꺼내더니 먹물을 갈아 내어
축축이 적신다 그리고는 종이에다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는 것이 아마도
무공초식인듯했다 그는 거기다 하군표가 익히면 좋을 무공몇가지를 적는다 그리고는
태산의 쌍노가 있는 동혈의 위치를 가르쳐주고는 그 곳으로 보내니 쌍노를
제외하고는 그가 거두어 들인 첫 수하인셈이다 하군표는 다시 파천에게 절을
올리고는 밖으로 나간다
그제서야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 파천이었다 멀뚱거리며 눈을 떠고 있는 그에게
천마가 말을 걸고 있었다
-파천 너 대체 앞으로 어쩔 셈이냐?
"모든 계획은 이미 세워져 있다 단지 부딪히면서 조금씩 수정할 뿐이지...... 이곳
무림강호에서 황제가 되리라 그리하여 그 누구도 세우지 못한 무림제국을 이루고야
만다"
그의 눈은 이 순간 어둠마저 불살라 버릴 듯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려면 우리 기억들을 완전히 네것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주 진정 무엇이 대도인지를 먼저 생각하시오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흐르는 것이요
시주가 세상의 순리에 역행하여 업보를 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아십니까? 죽으면 한줌 흙으로 돌아갈진대 무어 그리 허영심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맡깁니까?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진정 중생들을 위하여 사시오 그것만이 시주에게
이런 힘을 준 신의 뜻에 따르는 일일것입니다
"신이라고? 중도 신을 찾나?"
-땡초의 말에 신경쓸 것 없다 그러니 더욱 야무지게 살아야지 어차피 죽으면
한줌흙이 되고 죽으면 끝이니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영화를 누려 봐야 될 것 아니냐?
거저 인간의 가장 큰 쾌락이란 지배욕에서 나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지배하는 권력!
그것이야말로 남자가 가야 할길이지
"됐다 둘다 그만들 해라! 어차피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는 것! 너희들이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해서 내 생각이 변하는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이
너희 둘의 기억이 완전치가 못하지? 무공만이 온전히 전이되고 나머지 기억은
그다지 많은 것이 아니란 말이다 대체 어떤 방법을 써야 완전해 질까?"
-그것은 말이다 네 내공이나 경지가 더욱 원숙해지면 그때에는 저절로 그렇게 된다
예를 들어 네 내공이 10갑자만 되어도 우리를 완전히 합일할수 있을 뿐만아니라
각가지 여러 묘용을 부릴수가 있게 된다
"묘용?"
-그렇다 예를 들면 완전합일로 가기전에 너를 귀식대법으로 잠시 죽이면 대신
우리가 활동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10갑자가 되면 우리를 너에게서 해방시켜줄수도
있게 된다
"해방이라고?"
-그렇지 우리는 어디든 갈수가 있지 저승으로도, 또는 다른 몸으로도 말이다
"그런가? 나 지금 좀 피곤하거든.......더 이상 말을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그만 잘련다 내일 일찍 어디 가볼데가 있거든!
-알았다 그만 자라
=잘자시오 시주! 제가 불경을 외워 주지요 자장가삼아 들으시오
"크.....시끄러우니 조용히만 해 줄래 야 천마 그 녀석 좀 조용히 시켜"
-알았다
★
"아버지 저 윤문이예요......절 못알아 보시는 거예요?"
왜 나를 못 알아 보시는 거지? 아버지의 얼굴은 점차 이상하게 변하고 있었다 눈이
쭉찢어 진다 코가 내려앉고 입이 사라지고 있었다 무엇이 괴로운지 몸을 짓뜯고
있었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아버지"
눈물!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피눈물이었다 그리고 그 눈빛은 연민으로 가득하다
"하하하하 잘가시오 형님!"
쐐액
"억 억 컥...... "
누군가 뒤에서 아버지를 칼로 내리치는자가 있었다 윤문은 힘을 다해 그 사람에게로
돌진해 갔지만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어둠속에서 얼굴을 가린채 그 사내는
하얀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갈가리 찢겨진 아버지의 시체는 점차 사라지고 그
얼굴! 악마같은 얼굴이 다가온다 그는
"수......숙부?"
이럴수가 연왕숙부였다 그가 왜? 아버지를!
"숙부 이게 무슨짓입니까?"
"하하하하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 내가 황제가 되었단 말이다 하하하하"
"숙부"
윤문의 고함소리가 공간을 찢어 발기고 있었다
"파천"
"파천"
"으흑"
꿈이란 말인가?
-파천 대체 무슨 꿈을 꾸었기에 그리 몸부림을 치는거냐?
날 부르는 소리가 천마의 소리였군
"고맙다"
-뭐가?
"아니다...... 근데 왜 나를 깨운거지?"
-야 다시 누워! 지금 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뭐라고?]
그는 내공을 집중하여 천리지청술을 펼쳤다 극도로 조심하여 이동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잡히고 있었다 그 발걸음은 복도 방문앞에서 멈추더니 다시 왔다갔다
하기를 몇차례! 뭐야? 살수인가? 그도 아니면 누구지? 청면마왕은 지금쯤 태산으로
가고 있을것이고...... 모르겠군
그는 조심스럽게 다시 침상에 몸을 뉘였다 그리고 밖의 동정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발걸음이 가벼운 것으로 봐서는 여자다
[여자?]
-그래 여자! 후후 알만하군
[정말이냐? 누구지? 찾아 올만한 사람이 없는데?]
-왜 찾아올 여자는 많지! 과연 누가 이렇게 용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10. 그녀는 누구인가?
스르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어둠가운데 흐릿하게 보이는 윤곽으로 봐서는 여자가
분명했다 파천이 실눈을 뜨고 살피는데 그의 눈에 이까짓 어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런! 저 여자는 바로!그는 재빨리 다시 눈을 감고 자는체 했다 그 바람에 일정한
호흡을 토하느라고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긴장해서인지 입에 침이 고여가고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걸어 오더니 파천의 침상곁에 선다 위에서 아래를 조용히 쳐다보더니
한걸음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
사라락
사륵
툭
[이것 미치겠군 대체 뭐하자는 거야]
-키키 왜 몰라서 그러냐? 원님덕분에 나팔분다고 우리도 재미좀 보자
=아미타불 이런 일이? 어서 여시주를 돌려 보내시구랴
혜능의 음성은 떨려 오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당황해 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침상을 한손으로 짚고서는 고개를 숙여오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침상위로
몸을 싣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파천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여기서 깨어나는척을 해야 하나? 아니면 잠자코 있어야 하나? 그것도 말이 안되는
것이 파천같은 절세고수가 외부인의 침입을 더군다나 이렇게 가까이 오는 것을
모를수는 없는 일이었다 상대도 그것을 알고 있으리라 그래서인지 더욱 대담해지는
행동!
물컹
부딪혀 오는 맨살의 느낌이 파천의 신경세포를 예민하게 만들고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리고 만다 바로 연이어 덮쳐오는 입술!
촉촉이 젖은 입술의 감촉이 그를 전율케 하고 있었다 설육(舌肉)이 그의 입술을
열어 제치며 돌진을 감행한다
"으음"
그는 몸을 뒤척이며 반대쪽으로 돌아 누웠다 그러나 여자는 끈질기게 입술을
들이박은(!) 채 떨어지지 않는다 그 바람에 벌렁 침상 안쪽으로 몸이
뒤집히고......
-우흐흐흐 죽이는데....
=아미타불 아미타불
혜능은 연신 불호를 외우기 바빴다
아니 이것이 미쳤나? 왜 이리 끈질겨! 몇 번인가를 이쪽 저쪽으로 몸을 뒤집어
보았지만 여전히 떨어지지 않는다 이제는 아주 노골적이었다 손을 파천의
가슴속으로 밀어 넣고 또 한손은 그의 뒷목을 움켜쥐고 있지 않은가?
결국 그녀의 자세는 파천의 몸을 올라탄 형세가 되었고 몸의 굴곡이 그대로
느껴지고 있었다 그녀는 능숙했다 입술이 마치 흡반인 듯 파천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려는 듯 했고 손은 한시도 쉬지 않고 윤문의 옷을 벗겨간다 이렇게 되고
보니 파천은 급해 졌다 빨리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녀를 잘 타일러
보내던가! 아니면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나가던가...... 그가 이런 생각으로
망설이는 동안 이미 윤문의 옷은 거의 다 벗겨지고 있었고 속옷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우와 고년 죽인다 아흐흐흐
=아미타불 시주 뭐하는 것이요? 아미타불 빨리 결단을 내리시오
하마터면 그도 그녀를 잡아 갈뻔 했다
에이 이런식으로는 안돼지 나도 체면이 있는데 말이야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두
손을 꽈악 움켜 쥐었다
그제서야 떨어지는 입술!
"소저 대체 이게 무슨 짓이요?"
무슨짓은? 재미만 실컷 보고서는......
"공자님! 전 공자님을 처음 본 순간부터...... 제가 용기를 내지 않고서는 공자님을
놓칠 것 만 같아 죄송해요"
죄송하기는 황송하지~~
"아니오 내가 지금 소저의 행동을 나무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뜻밖의 일이라 좀
당황되어서 그렇소"
여전히 파천의 몸을 올라탄 채 그녀는 파천의 얼굴을 지그시 내려다 보더니 그의
손에서 손을 살짝 빼낸다 그리고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지 않는가?
"호호 공자님은 너무 잘생겼어요 그리고 너무 매력적이구요 소녀가 이런 행동을
했다고 해서 절 천박하다 생각지는 말아주세요 전 다른 사람보다 좀더 솔직할
뿐이죠 뭐 공자님이 절 원하시지 않는다면 할수 없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절 막지
마세요"
"으음"
유혹이 강물처럼 밀려오고 갈등의 파고가 정신을 혼미케 하는구나 아아 어쩌란
말인가? 고고한 한 마리 학처럼 살고자 했거늘
놀고있네
-야 파천 빨리 후다닥 해치우지 않고 뭘 뜸을 들이는거냐?
=제발 시주 부탁이니 잘타일러 보내시오 아미타......불
[조용히들 안해 쯥 아깝기는 하지만 오늘은 안 돼지 오늘만 날인가? 너무 쉽게
주면은(?!) 얘가 날 우습게 여길수도 있으니 일단은 보낸다]
"음 소저 이런식(!)으로는 곤란하니 그만 돌아가시오 그렇다고 내가 소저에게
매몰차게 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요 단지 소저의 마음만은 내 받도록
하겠소이다....자 어서 일어나 옷입고 돌아가시오 오늘만"
날은 아니지 않소? 라는 말은 꿀꺽 삼켜 버린다
"자 어서"
엉덩이를 철썩 때린다 그러나 그녀는 싫지 않은 듯 그의 몸에 안겨오더니 코 맹맹이
소리를 한다
"호호 알았어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지요 그렇지만 제가 공자님을 포기했다고는
생각지 마시길 바래요 전 결코 공자님을 놓치지 않을 거니깐요"
아이고 고것 귀엽기도 하지 그래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그녀는 침상에서 내려서더니 대담하게도 그 앞에서 옷을 걸치고 있었다 파천은 눈을
부릅떠고 그 모습을 살피고 있었다
-이런 멍청한 놈! 굴러들어온 호박을 절단내도 유분수가 있지 너 미쳤냐?
=아미타불 시주 제발 고개를 돌려 주시오 민......망......하오
-놀고있네 볼 것 다보고 느낄 것 다 느끼고서는 얌마 혜능 고매한 수도승이라면
여자를 대해도 돌같이 마음에 흔들림이 없어야 하는거야 그까짓 여자 속살좀
대했다고 이리 야단 법석이니...... 너 수행은 폼으로 했냐?
=으.....음
어느새 옷을 모두 걸친 소저가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파천의 볼에 입맞춤을 한다
"호호 그럼 잘 주무세요 전 이만 가 볼께요 가가"
가가라고? 헛참...... 그나저나 이것 이래도 될까? 그 놈이 이걸 알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텐데?
"잘가시오 소저 그리고 소저도 잘 주무시오 마중은 못 나가외다"
등을 돌리고 사뿐 사뿐 걸어가는 뒷모습이 그렇게 귀여울수가 없었다 엉덩이를
샐룩거리며 걷는 것이 너무나 육감적이지 않는가?
에잉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지금? 우아아아아 이 미친놈아!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자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 하고 있었다
"오늘 잠자기는 다 틀렸군......아예 방으로 내가 쳐들어가? 아니지 아니야 참자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
★
파천은 방을 나서고 있었다 묘시가 지난 시점이지만 아직 밖은 어두웠다
천마잠형술을 발휘해 그는 객점의 담을 넘어서자마자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음을
확인하고는 극성의 천마비행술을 전개해 가기 시작한다
개봉부의 동편 외곽지역에는 거대한 관제묘가 있었다 이곳이야말로 중원전체에
10만을 헤아리는 개방도들의 본산인 개방총단이었다 무림의 철칙중에 하나가 개방을
적으로 삼지 않는 것이다 그들의 수가 너무나도 많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들과
원한을 산다는 자체가 전무림의 공적이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개방도들은
협의의 대명사격이었고 그들의 인맥은 전 무림을 아우르고 있었다 무림 문파들치고
이들 개방의 도움을 한번이라도 받아보지 않은 문파나 강호인은 없을것이다 그
만큼 무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한곳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에 비한다면 총단인
관제묘의 경비는 허술한 듯이 보였고 10만개방의 총단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은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모르는 소리! 관제묘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불과하고 그들의 총단은 관제묘지하에 자리하고 있었다 자그마치 900칸의
석실을 보유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이곳 총단에 머무는 자만 5000명이 넘으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곳에 파천이 나타났다 여전히 뒷짐을 진채 여유롭게 유람이라도 나온 사람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똑바로 관제묘를 직시하며 다가가고 있었다 아직 해가 떠지 않아서
어둑어둑했고 가끔씩 코를 간질이는 바람결에 나지막한 풀잎이 간간히
흔들릴뿐이었다
"멈추시오"
그들은 허리에 이결과 삼결을 지니고 있는 거지들이었다 행색은 분명히 거지지만
눈빛에 광채가 나고 기품이 있는 것이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 했다 원래
개방에서는 등에 매고 있는 푸대자루수로 신분을 나타내었지만 전대방주인 개왕에
의해 방규가 바뀌었다 그것이 너무 거추장스럽다고 판단한 전대방주는 20년전부터
허리에 매듭을 묶음으로 신분을 표시하게 한 것이다 삼결의 제자라면 최소한
분타주급이다 그러나 이곳은 개방의 총단! 백의개나 일결제자는 아예 있지도 않았다
"누구시오 대체 이곳엔 무슨 일이요?"
정중하지만 엄격한 물음이었다
"나는 문윤이라는 사람이요 개방의 전대방주인 개왕 풍천호님을 뵈러 왔습니다"
그는 정중하게 답하고 있었다
"문......문윤이라고 했습니까? 혹시 옥면신룡(玉面神龍) 문윤대협이십니까?"
옥면신룡이라고? 언제 나도 모르는 외호가 생겨났지?
"문윤은 맞지만 옥면신룡이라는 외호는 금시초문이오만"
"저 혹시 어제 중화루에서 북검회와 충돌이 있었던 분이 아니신지......"
"음 그건 맞소이다"
"아...... 그러셨군요 어서 오십시오 이렇게 옥면신룡께서 본방을 방문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그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있었지만 상황은 그가 보듯이 어제 저녁 중화루에
있던 자들에 의해 금새 개봉부 전체에 퍼져나갔고 그의 놀라운 신위를 목격한자들은
그를 옥면신룡이라 부르길 서슴치 않았다 그런 소식을 가장 빨리 접하는 곳이 이곳
개방이었으니 이들이 어제의 일을 알고 있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태상방주님은 무슨 일로?......"
그는 목에서 작은 패를 끌러서 내민다
"이것을 개왕에게 갖다 주시오 그러면 여기에 온 이유를 알것이외다"
"네 그렇습니까? 잠시 안으로 들어가셔서 기다리십시오 최대한 빨리 태상방주에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곧 바로 그들의 접빈실로 안내되어 들어간다 그는 그들을 뒤따르는 내내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기관진식이 도처에 설치되어 있었고
보보마다 삼엄한 경비가 쳐져 있었던 것이다 이곳의 구조상 작은 숫자라도 엄청난
숫자의 적을 효과적으로 방비할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런 실내장식도 없는 삭막한 방에는 탁자 하나와 의자 둘, 그리고 차 주담자가
전부였다 그는 거기서 느긋하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계통상 아마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태상방주까지 올라갈것이었기에 그는 여유롭게 기다렸다
삼각이 지났을까?
탕!
문이 부서질 듯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오고 있었다 노인이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데다가 칡을 꼬아만든듯한 줄을 머리에 두르고 있었다 그의 허리에는 무려 매듭이
열 개나 매달려 있었다 그가 바로 개방의 지고한 신분한 태상방주 개왕 풍천호였던
것이다 얼굴가득 주름이 물결치고 있었고 여기저기 검버섯이 피어 있었다 코는 끝이
비뚜름하여 균형이 맞지 않았고 입은 두툼하니 사람좋아 보인다 그는 실내에
들어서자 마자 얼굴을 푸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말
"공자께서 이 패를 가져 ......오신 분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11. 이것이 신검(神劍)인가?
털썩
"꺽....꺽...... 소신...... 풍천호가 건문제를...... 알현하나이다
소신의 불충을...... 용서하십시요"
그의 눈에서는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어깨를 가늘게
떠는 것이 그가 얼마나 격동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그의 말에 파천은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예상을 못한바는 아니었지만 개방의 태상
방주마저 태조의 수하였을 줄이야
★
태상방주의 처소로 옮긴 파천은 그와 이런 저런 환담을 나누고 있었
다
"쌍노는 건강합니까?"
"네 그렇소"
"말씀을 놓으십시오"
"아니요 이것이 더 편하오 그리고 더 이상...... 난 황제도 아니니 격
의없이 대해 주시구료"
"그럼 소신......폐하의 뜻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쌍노와 제
가 태조께서 강호에 심어 놓은 세력의 전부입니다 쌍노는 따로이 세력
을 키워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딘가 심처에 그들이 은신한채 수
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태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당신이
세상을 떠난뒤에 분명히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 예견하셨는데......그
것이 현실이 되다니......저는 믿을수가 없습니다"
"모두 지난일 새삼스럽게 되새겨 본들 무엇하겠소 지금이 오히려 더
편하고 좋은걸 말이외다 인간이 한세상 살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가 있겠으나 이 모습도 과히 나쁘지는 않은 것 같구료 오히려 풍진세
상 마음껏 누비고 다닐수 있으니...... 이것또한 복이 아니겠소? 답답
한 궁성에 머물때는 몰랐건만 ...... 참으로 세상은 넓고 기이한 곳이
요"
"......"
"앞으로 내가 걷는 길은 오로지 내가 결정하는 것이니 ...... 이것이
야말로 진정한 삶이 아니겠소? 태조께서는 한 세상 웅비하시고 대명
의 기틀을 세우시는 삶을 사시다 가신 분, 물론 그 분의 유명이 소중
하나 모두 부질없는 일, 더 이상 정사에 관여하지 않을 참이요 숙부
는...... 시대의 영웅이외다 그런 분과 다시한번 골육간의 상잔을 벌
이고 싶은 마음은 솔직히 없습니다 그러니 풍개도 더 이상 내게 그런
말은 말구료"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제
가 분골쇄신하여 힘을 보태겠습니다"
"만약 말이요......내가 풍개더러 강호에 혈난을 일으키라 하면 어쩌
시겠소?"
"그 또한 천명이니 따라야 겠지요 제가 구파의 연합체인 구정련에도
가입을 하지 않은 것은 앞으로 어떻게 처신하여야 할지를 몰라서 였습
니다 ...... 제가 준비한 것이라고는 우리 개방을 제 독재체제로 만드
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내린 명이라면은 그것이 설사 잘못된 일이라도
따를수 있는 제자들만으로 지휘부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명이라
도 내리신다면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참으로 태조께서는 좋은 신하들을 두셨구나 이렇게 충정이 깊으니 무
슨 여한이 있으셨겠는가 ......오늘날 대명의 기틀이 잡힌것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내가 이렇다 할 분명한 행보를 잡아놓은 것은 없으나 ......이
후 분명히 풍개의 도움이 필요한때가 있을 거요 그때 사양치 말고 도
와주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듣기로 벌써 이곳 개봉부에 주군의 위명
이 자자한 것으로 아옵는데 그것이 어찌된 연유입니까? 그리고 소림
의 무예를 사용하신다 들었는데 그것은 또 어떻게 된것입니까?"
"하하 그것은 설명하자면 기니 나중에 쌍노에게 직접 들으시오 자 그
럼 이만 가 봐야겠소 참 정도대연에 풍개도 참석하시오?"
"저의 제자가 참가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군께서 거기 계시니 저도 이
따 가서 뵙지요"
"그럼 이따 봅시다"
둘은 함께 일어선다
"저 주군 제가 주군께 드릴것이 있습니다"
"음?"
"절 따라 오십시오"
★
"오호 참으로 대단한 곳이군"
파천은 연신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그는 진정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이
곳은 일종의 무기고였으며 태상방주의 처소 뒤편 비밀공간안이었다 그
곳에는 보기만 해도 심장이 서늘해지는 보기를 발산하는 병장기들이
즐비하였고 그것은 모두 한시대를 풍미한 보물들이었다
통로는 10장정도나 되었고 양 벽면으로 수백점은 족히 될 병장기들이
서로 제 빛을 뽐내며 자리하고 있었다 풍개는 그를 가장 안쪽으로 데
려가고 있었다 거무튀튀한 철관에 붉은 천이 살짝 걸쳐져 있고 그 밑
으로는 피진주(避塵珠:말그대로 먼지의 침범을 막는 구슬이라는 뜻입
니다)가 몇 개나 촘촘히 박혀 있었다
"자 이것입니다 어서 열어 보십시오 우연히 태조께서 입수하신 것인
데 제가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두가지가 있사온데 하나를 고르십시오"
그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철관에 다가선다
끼이익
듣기 싫은 소음을 내며 뚜껑이 젖혀 지고 있었고 파천의 얼굴은 철관
안에서 쏟아지는 보기로 환해지고 있었다
-아니 이것은?
=오 아미타불
천마와 혜능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검이었다 석자 다섯치(1m35cm)나 될까? 양날은 붉은 빛이 흘러나오고
검신은 거무튀튀한 색이었다 검자루엔 천룡이 하늘로 승천하는 문양
이 선명하게 양각되어 있었고 끝부분엔 금사로 된 수실이 달려 있었
다 검집은 고룡의 가죽으로 된것에 역시 금사로 수를 놓아서 한껏 멋
을 부렸다 나란히 검과 검집이 놓여 있고 그 옆에는 또 하나의 검이
있었는데 검집에 검이 들어가 있어 검신이 보이지 않는다
"둘중에 어느것을 고르시겠습니까?"
-거무튀튀한 것을 고른다 해라
=아닙니다 시주! 옆의 백색검을 고르십시오
자식들이 왜 이렇게 난리야? 내가 뭘 고르든 지들이 무슨 상관이람!
파천의 손은 멈칫거리며 검은 색 검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
는 개왕 풍천개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져 가고 있었다 그
가 이렇게 긴장하는 것은 왜인가?
파천의 손은 다시 백색검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검집에 아무런 문양도
없었지만 왠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검이었다 다시 멈칫거리
는 손길! 그때마다 풍개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으니
-아니다 아냐 그래 그래
=그렇소이다 시주 그쪽이 아니라......
둘도 덩달아 난리였다 그는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듯이 검위에서 빠르
게 왔다 갔다 했고 그들의 소리는 터질 듯이 높아지고만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손길을 거두고야 만다
"풍개 ...... 둘다 가지면 안될까?"
"네? ...... 하하 왜 안되겠습니까? 어차피 이 두 개는 모두 주군것인
데 안될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쳇 욕심도 많은 놈!
=아미타불 하나만 해도 벅차건만......
'이 검이 무엇이길래 이리 야단이지?'
그는 호기심이 일었다
"풍개! 혹시 이검들의 유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소?"
"네! 물론 압니다 흑검은 전설의......천마가 쓰던 천마검이고......"
"천마!!"
"네"
[네 검이어서 그렇게 야단 법석을 떨었냐?]
"그렇지만 확인된 것은 없고 단지 그렇게 예상을 할뿐입니다 무림의
고사를 다룬 무림열전(武林列傳)에 나온 천마의 검에대한 설명과 너무
나 일치하기에......"
-내것 맞다
"천마것 맞다는데..."
"네?"
"아 아냐 계속하라고"
"또 하나는 전설의 신검인 어장, 간장, 막사(막야라고도 함)검중 간장
검(干將劍)입니다"
"간장검이라고?"
왜 된장이라고 하지!
"네 전국시대 간장이라는 천하의 명장인이 마지막으로 만든 간장, 막
사 중에 그 간장입니다"
"그래?"
"이것에 얽힌 설화는 여러개가 있지만 그냥 설화일뿐이고 '황제가 지
닌 검'이라는 별칭도 따릅니다 그래서 새로이 개국하는 사람들은 이
검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였지요"
"그 설화좀 듣고 싶은데?"
"저도 그냥 주워 들은 얘기라 신빙성은 없습니다만......"
그의 얘기는 이러했다
전국시대 간장이라는 장인이 있었는데 그의 아내의 이름은 막사였다
어느날 그 나라의 왕비가 임신을 하고 때가 차 아이를 낳게 되었다 그
런데 나오라는 아이는 나오지 않고 쇳덩이가 나왔다나! 그래서 왕은
고민하다 당대 최고의 장인인 간장에게 그 쇳덩이을 녹여 고금최고의
검을 만들 것을 명한다 그래서 그는 그 쇳덩이를 둘로 나누어 두 개
의 검을 만들었으니 그것이 곧 간장과 막사이다 그는 그것중 하나를
왕에게 갖다주지만 그는 돌아 올수 없었다 천하의 명검임을 안 왕은
이런 검이 또 다시 만들어 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간장을 죽여 버리
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왕의 생각은 부질없는 것이었으니 이미 또 하
나의 검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간장의 아내 막사는 그 당시 이미
임신중이었고 아들을 낳게 된다 왕의 손길을 피해 심산에 거처를 정하
고 매일을 그 아들에게 무술 수련을 시킨다 그리고 그 아들이 장성했
을 때 막사검을 주며 아버지의 복수를 당부하고 자신도 한많은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그 아들은 천하의 명검 막사를 가지고 복수행에 나선
다 그 뒤에 그가 복수를 했는지 못했는지는 전해진 바가 없었다
"좋소 이것을 모두 내가 가지겠소이다"
'아 이렇게 해서 태조의 예언이 또 다시 적중하는 것인가? 이 두검을
모두 가질것이며 그것으로 이 땅을 평정할것이라 하지 않으셨는가? 더
군다나 태조의 말씀에는 온세상이라 하셨는데 ......거기엔 황권도 포
함되는 것인가? 참으로 모르겠군'
그는 두 개의 신검을 허리에 척하니 차본다 뛰어난 용모에 검을 두자
루나 차니 그야말로 눈이 부셔 마주보기도 힘들지경(?)이었다
둘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밖으로 나오고 관제묘 바깥까지 태상방
주가 나와서 마중을 하고 인사를 정중하게 하자 개방도들은 의문의 시
선으로 둘을 바라보기 바쁘다
★
진성객점으로 돌아온 파천은 방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었다 이미 다른
일행들이 객점의 식당에서 식사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들어
서자 모두 분분히 일어서며 어찌된 연유인지를 묻는다
"하하 그냥 답답하여 산책이나 하고 왔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일제히 파천의 허리에 매여진 검 두자루에 쏠리고 있었
다
"아 이것은 우연히 얻게 된 검인데 ......왜들 그러시오?"
"보기에 범상치 않은 것 같아서요? 대단한 보검같군요"
남궁혜미의 그 말에는 감탄의 기색이 엿보이고 있었다
"그렇소? 이것...... 그렇다면 나같은 소인배가 지니기 벅찬 것이겠군
요?"
"아닙니다 천하에 문공이 지니지 못할것이라면 그 누가 감히 지닐 자
격이 있겠습니까? 괜한 말씀을 하셔서 우리들을 부끄럽게 하는군요"
"자 다들 앉으셔서 식사들 마저 하시지요"
그제서야 자리에 앉는 사람들! 확실히 어젯밤 일이 있고 난후 그들이
파천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나이는 자기들보다 어리지
만 윗사람을 대하는 듯 하지 않은가?
'음? 쟤가 왜 자꾸 사람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나 그래? 아침부터 사
람 무안하게스리......'
파천을 의미심장한 눈길로 쳐다보는 이는? 바로 남궁아연이었다 새벽
의 침입자는 다름 아닌 그녀였던 것이다 그녀는 안타까움과 애정이 교
차하는 눈길로 애틋함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저야 그러든지 말든
지 파천은 새로 나온 자신의 음식을 들기에만 바빴다 그러나 내내 신
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그러나 내색을 할 수는 없다 다른 사
람에게 눈치를 채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흠흠 남궁소저는 밤새 잘 주무셨소? 얼굴이 까칠한게 무슨 수심이라
도 있으신지요"
"네?....."
모두의 시선이 금방 자기에게로 집중되자 당황하는 그녀! 그러나 이
내 쌩긋 미소를 지으며 천연덕스럽게 대처한다
"호호 저야 걱정이 있을 일이 있나요? 잘 잤어요 아주...... 아주 기
분좋은 밤이었죠"
그녀가 좀 유난스럽게 과장되게 설명을 해대자 좌중의 시선은 묘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특히 다른 세명의 소저들의 눈은 무엇인가를 발견해
내기 위해 집요한 눈길을 보내보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
도 잠시 이내 오늘 열릴 정도대연에 대해 의견들을 나누기 시작한다
말이 잘 없는 모용중걸이 여전히 그 특유의 눈짓으로 꿈뻑하며 말을
늘어 놓는다 어찌보면 남자인 자신을 유혹하는듯도 보여서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공자의 위명이 벌써 이곳 개봉부를 진동하니 아마 이번 정도대연에
서 많은 분들의 관심이 공자에게 쏠리겠군요"
그들도 아침에 일어나서야 문윤(그들은 그렇게 알고 있다)이 옥면신룡
으로 불리며 얼마나 유명해졌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그의 신위를
직접 목격한자들이기에 그것이 그에게 결코 과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
했다
"저도 그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저같이 보잘 것 없는 자를 그렇게 높이
보아주시니 황송할따름이지요"
-허참 일취월장(日就月將)이란 말은 네녀석에게 딱 맞는 말일거다 처
세하는 것 하며 심계를 부리는 것, 어느 누가 너를 이제 강호에 초출
한 자라고 믿겠냐? 네 스스로 천마서생이라고 말한다해도 아마 이중
에 믿을놈 하나 없을거다 세상을 아예 다 가져라
[세상을 다가져? 오 그것 아주 멋진 말인데...... 기억해 두지]
★
일행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개봉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윤현로(尹賢路)에는 오가는 사람으로 소란스러웠다 설주봉
까지 끼여든 10명의 일행은 모두 말에 올라 타고 있었다 그들이 객점
바깥으로 나오자 객점 주인이 직접 나와서 그들을 배웅하니 그것도 그
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오늘 오후부터 삼일간 시작되는 정도대연에
참석차 온듯한 무림인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있었고 그들을 알아본 자
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개봉부의 북쪽에 위치하는 북검회로
향하는 일행들은 어디에 내 놔도 눈에 띌 정도로 뛰어난 모습들이었
고 특히 이미 유명해진 파천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서로 눈짓을 교환하
며 뭐라고 쑥덕거리고 있었다
개봉부 북쪽을 흐르는 황하의 물줄기를 동으로 따라가다보면 나지막
한 구릉이 나오고 그곳에 정도4세중에 하나인 북검회가 자리한다
북검회!
명실공히 무림문파가 집중되어 있는 강북을 하나로 통일하다시피한 패
주였다 그들은 정도를 표방하고 있으나 그 행사는 지극히 패도적이었
다 그래서 호광성(湖廣省:1667년에 동정호(洞庭湖)를 경계로 하여 남
북으로 나뉘게 되고 호북성과 호남성이 된다) 무창(武昌)에 소재하는
남도맹이나 사천성도의 오련회, 정도9파의 구정련과는 조금 다른 성격
을 지니고 있었다 북검회는 정도4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원을 자랑하
는 곳이었다 회주이하 세명의 호법(護法)이 있었고 그 밑으로 군사(軍
師)와 총사(摠司). 총감(摠監)이 있다 호법전 직속의 수호전(守護
殿), 마검전(魔劍殿), 혈검전(血劍殿), 천검전(天劍殿)이 있었고 총사
직속의 철기단(鐵騎團), 총감 예하의 율령대, 살영대(殺影隊), 비영대
(秘影隊)가 활동한다 이 외에도 내당 10개향, 외당 22개향, 총당 20향
이 있었다 총인원 15000명을 상회하는 세력이었고 이것은 단일세력으
로 최고, 최대였다 문제가 된 것은 바로 호법전 직속의 마검전과 혈검
전이었다 이들은 주로 마도에서 살명을 떨치던 자들을 북검회에서 영
입한 사람들이었으며 그 잔혹한 심성만은 북검회에 편입되고도 여전했
다 특히 남도맹과 오련회에서 이것을 문제 삼은 것이 한두번일까만은
그때마다 북검회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스리슬쩍 넘어가
곤 했다 오련회에서는 심지어 그들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말을 공공
연히 할 정도여서 북검회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북검회로 가는 연도에는 무림인들이 바글바글했다 그들은 저마다 말
을 타거나 마차를 타고 가는 이들도 있었고 상당한 일행이 움직이는
경우와 개인자격으로 참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정파에는 정도4세를 제
외하고도 이들 4개세력에 가입하지 않은 방파가 수백개가 넘었다 마도
련에 편입되지 않은 마도방파에 대한 탄압이 있는 반면 이들 정파들
에 대한 그 어떠한 탄압이나 강요도 없는 실정이었다 그 선두에 서서
마도를 탄압하는 것이 북검회였고 가끔씩 다른 3세가 연합할때도 있었
다
저멀리 북검회의 거대한 성루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주위에 20리
에 달하는 외벽을 쌓고 그 안에 내원과 외원으로 구분짓는 또 하나의
성벽이 자리한다 그 안에 수백채에 달하는 거대한 전각들이 땅넓은
줄 모르고 퍼져 앉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오른다 특히 내
원 가운데 자리하는 신검각(神劍閣)의 9층누각은 보기만해도 절로 간
담을 서늘케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쳇 무지하게 돈을 쳐발랐겠군"
파천의 말에 주위에 있던 자들의 안색에 희미한 웃음이 감돈다
"저만한 위용을 갖추려면은 얼마만한 금액을 쏟아부어야 가능하지?"
혼잣말이었으나 그의 말에 답하는 이가 있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신검각 하나짓는데 들어간 돈만 해도 황금 만
냥(오늘로 치면 약 50억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이라하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럼 그 많은 돈은 모두 어디에서 충당하는 겁니까?"
그의 되물음에 남궁혁련이 신중하게 답하는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
이 조심스러워하는 듯 했다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물론 표물운송사업이죠 그 이외에도 객점이
나 주루, 도방, 전장등을 운영하고 그렇게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마도
문파가 눈에 가시가 된것입니다 주로 그런 사업들은 마도문파들이 많
이 관여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렇게 기를 쓰고 마도문파를 탄압하
는 것입니다 문파들이 쓰러지면 그 수익원이 고스란히 자기것이 되니
깐 말입니다"
"오호 그럼 ...... 중원전체를 독패하면 그 수입은 엄청나겠군요"
"네?"
"그야 그렇지요"
옆에 남궁아연이 바짝 따라붙으며 거드는 말이었다
아니, 이것이 왜 또 가까이 붙고 난리래? 웬만하면 좀 떨어져라 이것
이 눈치도 없이 안그래도 다른 소저들의 눈길이 심상찮아 보였는데 아
예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로 작정한것인가? 내가 일부러 눈치를 주기까
지 했는데 얘가 머리가 나쁜거야 아니면 집념이 강한건가?
두두두두두
"비켜라 ......이럇"
뒤에서 급박한 말발굽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무려면 이 넓은 도로
에 말하나 지나갈 자리가 없을라고?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12. 정도대연(正道大宴)의 시작
"비키지 못할까?"
우~~~웅
내공이 실린 소리라 귀가 멍멍해져 온다 연도를 지나고 있던 내공이
약한 자들은 귀를 막고 엎어지거나 어떤 자들은 내상을 입었는지 아
예 자리를 깔고 운기요상(運氣療傷)을 취하는 자들도 있었다 파천의
얼굴이 심각하게 구겨지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도로
에서 저렇게 급박하게 말을 모는 것도 모자라 아예 큰소리로 행패를
부려? 자신을 제외하고 그 누가 이렇게 광오한지 궁금하기도 했으리
라 그를 비롯해 일행모두가 뒤로 고개를 돌리자 검은 흑마(黑馬)가 질
주해오는 것이 보인다 그 뒤로는 송이버섯같은 먼지구름이 부풀어 오
르고 뒤에 처지면 그것을 고스란히 뒤집어 쓸 판이다 파천의 내심은
순간 장난기가 발동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말고삐를 챘다 그러자 말
의 방향이 뒤로 돌아가고 저 멀리서 달려오는 말을 향해 정면으로 달
려간다 그 모습에 모두 놀라 입을 벌리고 남궁아연은 소리까지 지르
고 있었다
"공자 위험해요"
그런다고 한번 결정한 일을 번복할 파천은 아니지 않은가? 그의 얼굴
에는 짓궂은 웃음이 연신 피어나고 흑마와의 간격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었다
-잘한다 애들처럼 장난이나 치고
[장난이라고? 이것도 다 중생들을 위한 보살행이라고? 그렇지 않은
가? 혜능]
=아미타
'불'자를 듣기도 전에 3장간격으로 다가서더니 '쾅'
이 아니라
훌쩍
넘어가버리는 흑마!
이런! 이게 뭐야? 그는 아직도 말고삐를 늦추지 않은 관계로 여전히
앞으로 달려나가는 파천!
-에라이 멍청한 놈아
그제서야 말고삐를 틀어쥔다
히히히힝
"제길 뭐 저런게 다 있어? 지가 비마(飛馬)인가? 헛참 이것 사람 쑥스
럽구만....."
뒤로 말을 돌려 돌아오는 파천을 보며 애써 무관심한척 하는 일행들!
그러나 그들 내심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진땀을 빼고 있음에
야! 바로 그때였다
"호호호호호호"
남궁아연이었다
그 뒤를 이어
"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
머쓱해진 파천! 이럴때는 같이 웃는게 상수다
"허허허허....허허"
'그런데 분명히 여자였단 말이야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
만...... 넘어갈 때 분명히 보였어 두고보자 어차피 만나게 되겠지'
★
북검회앞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방명록
에 기재를 하고는 들어가는 것이었다 스무줄 정도로 나뉘어 늘어서 있
었지만 워낙에 많은 관계로 지체되고 있었고 어쩔 수 없이 그들도 줄
제일 뒤쪽에 가서 선다 가까이서 보는 북검회는 더욱 웅장했다 성벽
의 높이만도 무려 5장에 달했고 그런 이유로 내부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성루에는 창을 꼬나쥔 경비무사들이 정열한 채 눈동자조차 돌
리지 않는 것이 훈련이 잘되어 있는 듯 싶었고 성문앞의 외당소속의
경비무사들도 절도가 있어 보였다 그래보았자 거기서 거기겠지
만......
이렇게 마냥 기다리다가는 해저물때까지도 다 등재하지 못할 것 같았
다
"에잉 이게 뭐야? 사람을 초대해 놓고는 이렇게 고생시켜도 되는거
야?"
파천의 투덜거림에 남궁혁련도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그렇다고 자신들
만 먼저 들어갈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그러나 어떠한 곳이든 편
법과 특혜가 존재하는 것이었으니 이곳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성문
안에서 몇 명의 중년인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제일 나중에 나온이
는 아!
"어이 대협 여기요 여기"
그는 다름 아닌 율령대 대주! 소면살검 우현충이었다 소리친 것은 물
론 파천이었고......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던 소면살검의 얼
굴이 무참하게 구겨지더니 황급히 뛰어온다 기합이 단단히 들어 있었
다
"어......어서 오십시오 제가 마중을 나갔어야 했는데...... 어서 들
어가시지요"
"하하 우대협 이거 번번히 폐를 끼치는군요"
"아......아닙니다"
그가 언제쯤 파천 앞에서 말을 더듬지 않을 날이 올것인가? 아마도
그 평생에 그런일이 일어나는 기적은 바랄수 없을 것이다
북검회 서열 17위의 소면살검이 직접 모시고(?) 들어가는 분들이니 누
구하나 제지하는 이가 없다 줄을 늘어서 있던 자들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힘없고 빽없는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는
수 밖에! 우현충은 아예 말고삐를 잡고 나서니 참으로 한심한 모습이
었다 여전히 그들은 말에 탄채였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종놈
인줄 알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의 얼굴은 그런 내색은 보이지가 않고
말고삐를 쥐고 가는 것 만이 필생의 의무인것처럼 신성한 빛으로 빛나
고 있었다
내부는 더욱 웅장했다 하나같이 거대한 누각들이 즐비하고 외원이고
내원이고 할 것 없이 청석으로 깔아 놓았다 뜸뜸이 여기저기 정원이
운치있게 자리하고 인공호수가 출렁이는가 했더니 수상누각마저 있지
않은가 연못에는 희귀한 물고기들이 춤을 추고 가산에는 희귀한 새들
이 지저귄다 이런 정도이고 보니 파천은 이곳이 황궁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아니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황궁보다도 화려했다
한번 시작한 안내를 소면살검은 아주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외전 가
운데에 접빈청으로 쓰는 큰건물이 자리하고 있었으나 그는 그곳을 그
냥 지나친다 그리고 그가 그들 일행을 안내하여 들어간 곳은 바로 내
원의 심처에 자리하는 수빈각(受賓閣)이었다 이곳이야말로 북검회를
방문하는 일문의 종사들이 머무는 처소였으니 오히려 이들에게는 황송
한 대접이었다 수빈각의 실무책임자인 천공수(千空手)도 처음에는 난
색을 표명하였지만 율령대 대주가 워낙에 완강하게 명령하는지라 어
쩔 수 없이 그들의 처소를 잡아 주고 있었다
파천의 처소로 내정된곳은 특별한 소면살검의 부탁이 있었는지라 이곳
에서도 가장 넓고 화려한 곳이 배정되었다 하나의 침실과 거실, 욕
실, 서재까지 갖추어진 곳이었다 어느것 하나 희귀하지 않은 것이 없
었고 비싸지 않은 것 또한 없었다 예를 들면 욕실의 수조기(水操機)마
저 상아로 만들어져 있으니 무엇을 더 말하랴?
그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푹신하게 무게가 실려 들어가는 것이 안에
솜이라도 늦었나 보다 그는 무슨 생각인가에 깊이 몰입하고 있었다
-파천 왜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냐?
[가만히 생각해보니 태산에서 살려 보낸 놈 말이다 그 놈이......아
맞다 천산이검이랬나? 오른쪽팔을 잘리고 살아 돌아간 놈 말이다 그
놈이 내 얼굴을 안다 이곳의 향주라고 들었는데...... 그것이 신경이
쓰여서 그런다]
-까짓 거 향주라면 부딪힐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부딪히
면은 어떠냐? 딱 잡아 떼면 그만이지! 안그러냐? 혜능!
=아미타불
-너는 불호가 곧 대답이냐?
=아미타불
-어이구 답답한 놈! 내가 말을 말아야지
[안 그러면 아예 내가 먼저 그놈 입을 막아 버릴까?]
-어떻게?
[먼저 찾아내서 입을 떠벌리고 다니기전에 처치하는거지]
-좋은 생각이긴 한데...... 너무 앞서서 생각하는 것 아니냐? 이를테
면 그 녀석이 널 못 알아 볼수도 있고 만나지 않을수도 있고 만나도
기억 못할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 그리고 너 한테는 아주 좋은 방패막
이가 있잖아?
[에이 까짓거 잊어 버리자 들통나면은 아예 힘으로 밀어붙이면 되겠
지]
-그렇지 바로 그거다
"문공자! 어서 갑시다"
밖에서 남궁혁련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알았소 잠깐만 기다리시오"
그는 잠깐 끌러 놓았던 검을 다시 차고 있었다
'별일이야 없겠지'
남궁혁련과 함께 나오는 그들을 나머지 일행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서
있었다 정도대연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을 참관하러 가자는 것이었
다 그들은 아직 북검회의 내부를 잘 모르는지라 천천히 길을 물어가
며 찾아갔다 다시 느끼는 거지만 정말 넓군 이건물이 저건물 같고 저
건물이 이건물 같으니 모르고 나서다가는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일 것
이다 그들은 개회식이 열리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몰라 여러번 헤매어
야만 했고 겨우 물어서 찾아 갈수 있었다 그때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
다 이곳 북검회에서 가장 큰 연무장이었는데 그 길이가 사방 100장은
되어 보였다 이미 그곳에는 수 많은 군웅들이 운집한채 단상의 인물들
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이곳 북검회의 수뇌들과 나머지 정도3세
의 대표자들이 위엄있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고 그들 옆으로는 다른 명
문정파의 인물들도 보이고 있었다 그 밑으로는 북검회 검수 7000명이
군웅들을 마치 포위하듯이 둘러 서 있었고 그 안쪽으로 3만명은 족히
될 정도인들이 모여 있었다 참으로 많이도 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
체 무림인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도 궁금했다
단상에 한명이 서서 내공을 실어 말하고 있었다
"이번에 본 북검회에서 무림동도 여러분들을 초청하여 이렇게 회의를
연 것은 두가지 일을 상의하고자 함입니다 그 첫째가...... 무림의 정
기를 위협하는 세력들을 멸살하자는 것이며 둘째가 그 중추적인 대임
을 맡길 인재를 등용하기 위함입니다 지금 마도는 정도의 치솟는 의기
에 잠시 숨을 고르고 웅크리고 있으나 언젠가 그들은 힘을 키워 또 다
시 무림에 혼란을 줄것이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예 이 기회에 발
본색원(拔本塞源)하여 삭초제근(削草除根)하는 것만이 정도의 천년대
계를 위한 초석임을 저는 북검회를 대표하여 제안하는 바입니다 여기
에 대한 무림동도제위 여러분의 뜻을 알고자 감히 제가 청하는 바입니
다"
쉽게 말해서 마도련을 박살내자는 것 아니겠어? 그러고 나서 아예 무
림을 말아먹어 보겠다는 심산이고...... 뭐 결론은 뻔하네 그런 걸 가
지고 그렇게 돌리고 데쳐서 뒤집어 얘기하나 그래? 그리고 천년대계라
고? 백년도 못사는 것이 천년을 들먹여? 파천의 얼굴은 심각하게 찌푸
려지고 있었다 그는 옆에 있는 남궁혁련에게 질문을 던진다
"저 사람이 누구요?"
"북검회의 군사입니다"
"군사? 역시 잔머리 굴리는 놈이라 이거지? 다 좋긴 한데 너무 속이
내비치는 말이군"
"그렇지만 함부로 반대하지도 못할것입니다 웬만한 문파에는 이미 정
지작업이 끝난 상태일것이고 이것은 순전히 형식적인 확인 절차에 지
나지 않은 것이니깐요 단지 변수가 있다면 다른 정도3세가 어떻게 나
오느냐는건데 내 놓고 반대할 입장도 아니고...... 결국 그들의 뜻대
로 되겠지요"
"그렇단...... 말이지?"
'이것봐라 잘하면 기회가 빨리 올수도 있겠는데...... 어차피 무림이
혼란스러울수록 정복하기는 편할테니깐 말이야 그래 바로 그거다 너희
들끼리 대가리 터지도록 싸워라 난 뒷짐 지고 구경하다 낼름 삼켜버릴
테니깐"
군사라는 자의 얘기가 끝을 맺고 있었다 그의 얘기가 끝이 나자 군웅
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이 뒤따른다 마치 잘 짜여진 연극 한편을 보는
듯 했다 박수부대까지 동원하지 않았는가?
한명의 늙수그레한 노승이 나오고 있었는데 참으로 기품이 있어 보였
고 특히 작지만 간간이 번뜩이는 눈빛이 참으로 대단한 사람임을 알
게 해 준다
"저 사람은 누구요?"
"소림의 계율원주인 지공(知功)대사입니다"
"소림?"
[혜능 네 사손이랜다]
=허허 나도 들었습니다
-좋기도 하겠다 그런데 이 자식들은 어떻게 되었길래 소식하나 없이
사라졌나 그래?
그가 말하는 것은 자신들의 후손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은근히 기대
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파천과 함께 무림에 나오면서 자신이 세
운 천마교가 지금도 무림을 지배하고 있을거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
데 그들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도 않고 웬 떨거지 같은 것들이 득세하
고 있다지 않은가? 그로서는 울화통이 치미는 일이었다
"전......소림의 지공이라고 합니다"
"오 저분이 바로 지공선사"
"계율원주인 소림의 장로가?"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물론 북검회의 제안이 무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충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
나 모든일에는 순리가 있는 법! 마도가 스스로 조심을 하고 웅크리고
있는데 괜히 건들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무림은 마도와 정도가 균형
을 이룰 때 평화가 지속되는 법입니다 무리하게 그들을 응징하거나 아
예 삭초제근하자는 생각!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그런 연후
엔 영원히 정도가 무림을 지배하자고요? 후후 또 다시 세월이 지나면
그 가운데 패도가 나오고 마도가 나오는 것이지요 모든 것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되는법! 오히려 북검회의 지나친 탄압이 저는 걱정스럽
습니다 어차피 그들 모두를 제거하지는 못할텐데 그들의 후손들이 30
년 40년뒤에 힘을 키워 정도무림을 상대로 복수를 벌이면 그때는 어쩌
시겠습니까? 어느정도의 최소한의 살길은 열어주어야 합니다 심지어
그 옛날 천마가 다스리던 무림시대에도 정도가 생명력을 이어 올수 있
었던 것은 그들의 최소한의 아량이었습니다 마도도 이러했거든 하물
며 정도라고 자처하는 우리들이 그런 어리석음을 범할 수는 없지 않겠
습니까? 그래서 저와 우리 소림! 그리고 구정련은 반대합니다"
=아미타불 역시 소림의 저력은 아직 살아 있군요
-흠흠 그 자식! 똑똑한데 나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고 있군 역시 난
훌륭한 놈이란 말이야
'놀고들 있다 안되지 그렇게는......"
"호 구정련에서 반대의사를 저렇게 분명히 표현할줄은...... 예상밖인
데요? 그렇다면 이제 남도맹의 의사만 남은거군 어차피 우리 오련회에
서도 반대가 분명하니......"
그럼 어떻게 되는거지? 말짱 꽝이라는 거 아냐?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중론을 모으겠지요 이미 반대가 나왔으니 여기 참가한 문파들의 수뇌
부들이 모여 투표를 하게 되고 그것이 결정 되는대로 따르게 됩니다"
그래? 그렇다면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얘기잖아?
"거기서는 아마도 찬성이 우세하게 나올것입니다 결국에는 북검회의
뜻대로 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반대하는 것은 그들의 강경입장
을 조금이라도 늦추어 보자는 것이지요 그리고 견제하기 위한 이유가
다분합니다"
"무림이라는데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군요"
"오히려 가장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의 형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
이 무림입니다 그래서 때로 이곳 무림이 지옥이 되기도 하지요"
역시 그의 말대로 오련회는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었고 조
금은 도가 지나친 언사도 쓰고 있었다
"..... 그래서 저희 오련회에서 반대하는 겁니다 물론 그들 마도가 무
지하게 잘못 했지요 감히 북검회에 밉보이는 짓을 했으니깐요 그래서
저는 마도련에다가 업종 변경을 제안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아마도 그러면 북검회에서 아량을 베풀지 않을까? 이런 쓸데 없는 생
각도 해 봤다는 말입니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들이 마도가 되
고 싶어 됐습니까? 부모가 마도이니 자식도 마도를 걷는 것 뿐입니다
아 물론 진짜 질이 나쁜 놈들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마
도인들은 어떤 면에서 우리들보다 더 의로울수도 있습니다 전 무조건
반대입니다 만약 ...... 이번 정도대연에서 마도정벌로 가닥이 잡힌다
면 우리 오련회는 정도연합에서 탈퇴할 것을 이 자리에서 천명합니다"
웅성 웅성
우우우우
와아
환호성이 터지고 있었지만 야유하는 소리도 만만찮았다 말을 한 사람
은 이번 정도대연에 오련회 대표로 참석한 팽가가주였다 그는 오련회
장로의 신분으로 참석한 것이었다 이제는 남도맹만 남았다 그들마저
반대한다면 투표에서 이긴다 해도 명분없는 결정이 되기 쉬웠다 정도3
세가 마도정벌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을뿐더러 마
도정벌 자체가 어려워질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남도맹의 대표로 이곳에 참석한 자는 남도맹의 장로원주이자 수석장로
인 천인환도(天印幻刀) 구령진(具令進)이었다 그의 나이 이미 80을 넘
어서고 있는 전대의 고수였다 한때 강남제일도라 불리기도 했던 자로
나이 30에 무림에 출도해서 본인의 성명절기인 천인환도법(天印幻刀
法)이란 기괴한 초식으로 286전을 승리로 이끈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
던 그가 지금의 맹주에게 27년전에 패함으로서 남도맹에 가담했고 지
금은 수석장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도를 쥔 사람이라면 한번쯤 겨루
고 싶어하는 절대도호이기도 했다
그는 묵묵히 좌중을 쓸어 보고만 있었다 끝이 말려 올라간 수염자락
이 멋들어지게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오...... 그러나 우리 마도맹의 공론
은...... 북검회의 제안에 찬성하는 바이오"
그 말을 끝으로 단상을 내려가는데 무언가 석연치 않은 것이 있어 보
였다 전혀 의외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오련회와 더불어 북검회와 사이
가 그리 썩 좋지 않은 그들이 찬성할 줄이야? 이것은 그 누구도 예상
치 못했던 일이었다 그는 자리에 가서도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 누구
도 그의 닫혀진 입을 열게 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무언가 의혹이 있었
지만 누구하나 감히 이 자리에서 질문하는 자는 없었다 북검회의 군사
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어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되었다는
것일게다 이제는 저녁에 있을 정도문파의 대표들의 투표결과에 달렸
다 마도 정벌! 어쩌면 이것은 눈 앞에 기정사실화되고 있는지도 몰랐
다 북검회의 야심과 함께!
13. 야행인을 쫓아서!
군웅들이 속속 흩어지고 있었다. 이제 그들의 관심사는 오
로지 저녁에 있을 정도연합의 투표결과에 모아지고 있었
다. 단상위에서는 정도4세의 수뇌부들과 다른 정파 문파 대
표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의견을 나누는 모습들이 보이
고 있었다. 남궁혁련이 파천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공자 이제 그만 갑시다. 공연이 끝났으니 다음 공연을 기
대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쳇 시시하군...... 뭐가 이래? 난 또 무림의 대회의라고
하길래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더니......"
"특별한것이요?"
"그렇소. 이를테면 자신의 의견과 대립되는 사람과 무공대
결을 펼친다던가, 왜 그런 것 있잖소?"
"하하 무림인이라고 그렇게 무지막지하지만은 않습니다. 정
말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시겠군
요."
숙소로 돌아오는 와중에도 파천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들
을 늘어 놓기 시작했다.
"문파 대표들끼리 비무를 해서 결정하면 될 것을 말이외
다. 어차피 마도련과 대결을 하려면 정도연합의 수뇌도 선
출해야하지 않소? 그러니 제일 센놈이 대가리하고 나머지
는 쫄따구하고...... 뭐 이정도는 돼야, 무림인 답지 않
소? 왜 내 말이 틀렸소?"
물론 그가 지금 하는 말들은 반쯤은 농담이었지만 솔직한
그의 심정을 말한 것이기도 했다. 무인을 상징하는 것은 뭐
니뭐니해도 힘이다. 정도니 마도니 패도니 하지만 어차피
거기서 거기이다. 별반 다를게 없다는 말이다. 인간이 원
래 불완전한 존재이거늘, 무엇이 옳고 그르고 하겠는가? 그
래서 역사는 늘상 힘있는 자들에게 휘둘려 오지 않았는가?
그들이 항상 광명정대한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오히
려 야비하고 정도에 어긋난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보는 것
이 옳을 것이다. 정권을 잡고 역사의 주도세력이 되면은 그
들에 의해서 얼마든지 가치의 척도는 뒤집어지곤 했던 것이
다. 그것이 옳고 그른 문제는 차후의 일이었다. 단지 현실
이 있을 뿐이었다. 마도가 무림을 평정하면 그들이 곧 정도
이다. 단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잡음을 없애는가 하
는 정도의 차이에 의해서 그들에 대한 후대의 관점이 틀려
지는 것이었다. 그래보았자 그것은 먼먼 미래의 일, 당장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콩 한쪽보다도 의미없고 무
가치한 것이다. 파천의 생각은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
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숙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
다. 자신이 능력이 없고 힘이 없었기에 숙부에게 밀려 났
고 그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빈각에 돌아와서도 그는 내내 자신이 하여야 할 일을 곰
곰이 짚어보고 있었다. 먼저 그는 세력을 일으켜야 한다.
지금 자신은 몇가지 신분을 가지고 있다. 그 첫째가 원래
의 신분인 건문제 윤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의미없
는 신분이었고 감추어야 할 신분이었다. 두 번째가 천마서
생 파천이다. 그는 천마서생으로서 마도를 통일할 생각이
다. 물론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것이 바로 천마가 세운 천
마교의 후예들을 찾는 일일 것이다. 그는 여기서 나가는 즉
시 그 일을 실행 할 계획이었다. 세 번째가 옥면신룡 문윤
이다. 옥면신룡으로서는 개방이나 이들 오련회, 구정련, 쌍
노가 준비해 놓은 비밀세력까지 자신의 권한에 두어야 한
다. 천마서생으로 화신할때는 천마교와 장차 마도련까지 손
아귀에 넣을 생각이었다 여기에다 해외삼세 중 두곳인 북해
빙궁, 청해사황성까지 수하로 둘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 힘을 바탕으로 무림을 제패하는거다. 보이
지 않는 지배, 군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림역사에서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무림제국을 건설하는거다.
파천은 꿈에 부풀고 있었다.
휘익
'응?'
미세한 소리가 난다.
'고도의 경신술이군. 근데 소리로 봐서는 극히 조심스러운
몸짓인 것 같은데?"
그는 호기심이 동하고 있었다. 이곳은 북검회의 심처인 내
원의 한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가며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그의 몸은 곧장 침대에 누운채로 연
기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그가 방에서 사라진지 반각정도 되었을까? 남궁혁련과 남궁
아연이 그의 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들은 파천이 없음
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어디 가셨지? 술이라도 한잔 하자고 왔더니? 아연아 가
자. 이따 연회에서나 뵈어야 겠구나"
'칫 어디 간거야? 이대로 놔두면 불안해서 안되겠어. 빨리
내 사람으로 만들어 놔야 안심이 될 것 같애.'
남궁아연의 야무진 계획이었다
'호 고것 보통이 아닌데? 전각이 잇대어져 있는 그늘만을
택해 교묘히 움직이는군. 저 정도면은 소면살검보다도 강하
겠는데?'
시야가 점차 어둑해지고 있었다. 가을이 끝날 무렵이라서
해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인영은 검은 무복차림에 같은
색깔의 복면을 한자였다. 그는 점점 북검회 심처로 들어가
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신검각까지 갈 것 같았다. 신검각
의 위용이 보이고 있었다. 무림에는 신검이라는 외호를 쓰
는 사람이 두명이 있었다. 그 하나는 오련회의 현 회주인
창천신검 남궁휘였고 또 하나는 이곳 신검각의 주인이자 북
검회의 회주인 무상신검(無上神劍) 독고한천(獨孤恨天)이었
다. 그를 일컬어 일부 무림인들은 검황이라는 호칭으로 부
르기도 한다. 그의 나이 이제 52세! 정도4세의 수장들 중에
는 가장 젊다. 전대 회주이자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잠
룡대제(潛龍大帝) 독고정(獨孤貞)의 뒤를 이어받아 제3대
회주가 된 것이 20년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는 무림의 기
린아로 강호무림을 휩쓸며 온갖 신화를 만들어 나갔다. 천
번의 비무를 승리로 이끈 그의 이력은 무림사 초유의 일일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태상회주인 잠룡대제 독고정이 아직
도 어딘가에 생존해 있으며 독고한천의 아들이자 자신의 유
일한 손자이기도 한 천룡비검(天龍飛劍) 독고무(獨孤霧)를
지도하고 있다고 한다.
스스스슥
신검각이 지척에 보이는 곳에 작은 인공 호수가 있었고 그
중앙에는 수상전각이 그림처럼 지어져 있었다. 이곳이야말
로 북검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에 하나인 수화전(水花
殿)이었다. 북검회주의 장중보옥인 혜미인(慧美人) 독고설
란(獨孤雪蘭)의 처소였다. 그녀 나이 이제 19세, 나이 7세
에 황궁의 대학사와 경문을 논했다고 알려진 천고의 재녀였
다. 용모또한 출중하여 강호기남자들의 흠모을 한 몸에 받
고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갖춘셈이다. 배경과 재
능과 미모까지, 세상에 많고 많은 여자들이 있지만 혜미인
독고설란처럼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여자란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남 얘기 하기를 좋아하는 무림의 호사가들은
그녀와 구정련의 무당의 속가제자이자 제갈가의 후예인 부
운상미(浮雲常美) 제갈초홍(諸葛草紅)과 함께 무림이미라
고 칭송하였다.
이런 사실을 알턱이 없는 파천은 야행인의 뒤를 열심히 쫓
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장면이 그의 눈에 잡히고 있었
다. 이곳 호수주변에는 그가 감지하기에도 수십명의 매복인
들이 있었고 그들은 호수 근처의 덤불이나 나무위, 땅밑,
심지어 호수 안에 잠복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야행인은 그
들이 보란 듯이 무력답수(無力踏水)에 등평도수(登萍渡水)
의 경신법을 발휘해 빠르게 호수위를 뛰어가고 있었지만 누
구하나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이것, 그렇다면...... 내부 인물? 잘못하다가는 침입자로
오인받겠는데? 그냥 돌아가?...... 아니지 예까지 쫓아온
보람도 없이 그냥 갈수는 없지. 대체 어떤 놈인가만 보고
가자."
그는 천마잠형술을 극성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강호출도한 이후에 천마잠형술을 극성으로 전개하기는 이번
이 처음이었다. 4갑자에 육박하는 그의 내공력이 전부 발휘
된 천마잠형술이란,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떤 곳
이든 미세한 틈만 있으면 그곳을 통하여 어디든 이동이 가
능 할뿐더러 전혀 기척도 없다. 두눈멀쩡히 뜨고 있어도 바
로 눈앞을 지나친다 해도 알아 볼수 없는 것이다. 그 보다
내공이 강한 초강자라 하더라도 보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였으나 단지 그런자가 있다면 기운을 느낄 뿐이리라. 그는
곧장 허공에 몸을 띄우고는 직선으로 가로질러 갔다. 야행
인이 사라진 곳으로 그 또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촤악
촤악
......
물 끼얹는 소리가 갑자기 멈추고 있었다.
"환사(幻死)?"
"네 소저!"
잠시 뒤 욕실의 문이 소리도 없이 열리고 있었고 머리와 온
몸을 수건으로 두른 여자가 아직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옷차림을 수습도 하지 않고
의자에 가서 앉는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앉았고 그 바람
에 상대에게 은밀한 곳을 내비치고 있었다.
"갔던 일은 어떻게 되었죠?"
"소저! 그......그것이......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환사답지 않게 왜 그리 뜸을 들이는 거죠? 한치의 숨김도
없이 모두 말씀해 보세요"
아! 왜 이리 음성이 곱단 말인가? 은쟁반에 옥구슬을 굴린
들 이런 소리가 날까? 금쟁반에 다이아몬드 구슬을 굴린들
이런 소리는...... 무조건 안난다.(도르륵 소리만 나겠
지......) 어쨌든 너무나 청아하고 상큼하기까지 한 목소리
의 주인공은 그 목소리 만큼이나 아름다웠고 특히 그녀의
눈을 보라! 모든 빛을 빨아들일것만 같이 아름답게 빛나는
눈빛, 슬픔에 잠겨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 낼것만 같이 촉
촉하게 젖어 있었고 그 눈을 보고 있자면 어떤 것이라도 들
어줘야만 할 것 같은 마법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는
가?
"왜 그렇게 뜸을 들이죠? 역시 소문대로...... 인가요?"
"네...... 소저!"
상대는 무릎을 꿇고 있지 않았다. 그냥 서 있을 뿐이었다.
어딘가 섬약해 보이는 모습에 두 눈만 빼꼼이 내 놓은 모습
이 암울해 보인다. 특이하게도 그 눈은 푸른색 벽안이었
다. 얼굴은 알수 없으나 아무런 감정도 묻어 있지 않은 절
제된 음성, 그리고 빈틈이 없어 보이는 자세, 여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강한 고수였다. 그녀의 이름은 환사! 따지고
보면 그녀의 존재는 북검회내에서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
고 오로지 독고일가만 그녀를 알뿐이었다. 엄밀히 말해 그
녀와는 주종간이 아니었다. 전대회주인 잠룡대제가 특별히
하나밖에 없는 손녀딸의 안위를 위해 길러낸 자였다. 그녀
의 무공수위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그녀의 사부나
진배없는 잠룡대제조차 그녀의 현재의 무공수위가 어느정도
인지는 알지 못한다. 한때 그녀를 두고 이런 말을 한적이
있었다. "만약 네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무림을 진동하는 대
고수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주저함이 없이 너를
내 손녀딸과 짝지워 주었을 게야" 그처럼 극찬을 받은 자
가 환사였다.
환사의 대답에 혜미인 독고설란은 몸을 뒤로 젖히며 한숨
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모습엔 이유모를 슬픔이 가득 차
오르고 있었다.
"소저!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그녀는 웬만해서는 독고설란에게 질문같은 것은 하지 않는
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여는 경우란 극히 드물었다.
"어떻게 하겠어요? 이미 모든 것은 결정된 일인데....."
독고설란의 말이 방안을 나지막하게 흘러다니다 환사를 아
프게 때린다.
.......
환사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섣 부른 위로따위는 하고 싶
지가 않았던 것이다.
"좀더...... 자세히 설명해 줄수 있나요?"
망설임 없이 터져 나오는 설명!
"그자는...... 한마디로 망나니였습니다. 주색잡기에 능하
고 온갖 추잡한 짓은 다 저지르고 다닐뿐만 아니라, 심지
어 겁간을 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일까지...... 서슴치 않
는 자였습니다. 자신의 친구의 여자를 건드는가 하면, 잠자
리에서도...... 돈으로 산 여자를 학대하는 것을 즐기
는 ...... 그런 자였습니다. 지금까지 그자에 의해 자살을
하거나 피살되거나 신세를 망친 여자들은 무수히 많았고 무
창뿐만 아니라 인근 작은 동네에까지 그에 대한 원성이 자
자했습니다...... 이런 실정인데도 남도맹의 세력을 두려
워 하여 아무런 탄원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됐어요...... 그만하면......알겠어요"
......
"그만 가서 쉬어요. 환사"
인사를 꾸벅하고는 뒤로 돌아나간다.
"환사"
그녀의 부름에 환사의 걸음은 멈추고 있었지만 몸을 돌려세
우지는 않았다.
"만약...... 그대가 나라면...... 어쩌겠어요?"
......
"내가 소저라면...... 난...... 거부하겠어요. 그렇지만 소
저는 내가 아니잖아요?"
그랬다. 그것이 문제였다. 그녀에게는 그럴만한 용기가 없
었던 것이다.
"만약 내가 집을 나간다면...... 날 도와 줄수 있나요?"
......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러나 환사는 너무나 쉽게 대
답하고 있었다.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내 임무는 소저를 보호하는 것이
니......당연히 소저곁에는 내가 있을거예요!"
"고마워요. 환사"
환사는 알고 있었다. 결국 마음 여린 저 소녀는 자신의 인
생을 희생해서라도 부모의 뜻을 거역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픈 환사였다.
환사가 방에서 모습을 거두자, 그녀는 깊은 시름에 잠겨 들
기 시작했다 촉촉이 젖어 있는 머리의 물기를 닦아낼 생각
도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그리고 흘러 나오는 소리.
"흑흑...... 흑...... 어머니......"
그녀는 울고 있었던 것이다. 울음소리라도 흘러나갈새라 소
리죽여 우는 모습이 더욱 가련하다. 환사는 방문앞을 떠나
지 않고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녀의 복면 사이로 내비
치는 눈길에 안타까움이 물결치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이곳에 있기가 힘이 든지 발길을 복도 저편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환사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누군가가 나타난다. 파천이
었다. 그는 실내에서 벌어진 상황을 모두 보았고 또한 들었
다. 환사가 여자라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이곳이 북검회의
회주의 장중보옥이 머무는 곳임에 또 한번 놀랐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는 동안 그는 여러번을 더 놀라야만 했으
니......
'결국 그렇게 된 것이었군. 남도맹이 북검회를 지지하기 시
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야. 참으로 무서운 곳이
군, 무림이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는 딸의 행복쯤 무참
히 짓밟을 수 있다는 것인가? 후후 그 정도 수준이라
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겠군. 좋아 나의
첫 장도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
는다. 한 줄기 양심이라는 것이 나를 괴롭혔는데 이제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 당당히 맞서서 쟁취하리라"
스스스스
그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알까? 천마서생
파천이 드디어 결심을 굳혔다는 것을?
독고설란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무
는 것이 스스로 마음을 다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동
경 앞에 섰다. 늘씬한 키에 허리어림까지 치렁대는 머리,
빙기옥골의 피부에 선명한 이목구비, 자신이 봐도 아름답다
고 생각이 들었다.
'아~~! 오빠라도 있었으면...... 분명히 내 편을 들어 줄텐
데......'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오빠와 할아버지는 어디에 계시는
지 알수 없었다. 아직 돌아오려면 6개월이나 더 남았다. 집
을 떠난지 벌써 2년 6개월, 삼년간 깊은 심처에서 무공수련
에만 전념하기 위해 떠난 것이다. 나를 가장 이해해주고 사
랑해 주었던 두분! 이것도 모두 내 운명인가? 하필이면 그
두사람이 없을 때 그런 결정이 내려지다니!
그녀의 손은 수건의 매듭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살짝 비틀
자 맥없이 떨어지는 수건. 그녀는 맨몸이 되었다. 동경에
비치는 자신의 몸을 담아 두려는 듯이 다시한번 쳐다본다.
그녀의 눈에서 또 다시 차오르는 눈물! 맺히다가 흘러 내린
다. 속절없이...... 차라리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면? 차라
리......
"흡"
"?"
홱
돌아가는 독고설란의 고개!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
다. 내가 잘못 들었나? 하긴 여기에 들어 올 자는 환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동경 앞에 있는 등받침
이 없는 자그마한 의자에 엉덩이를 실었다. 그리고는 수건
으로 머리를 말리기 시작한다.
소리의 주인공은 파천이었다. 환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마자 그는 독고설란의 방으로 들어왔고 마침 그녀가 나신으
로 서 있었던 것이다. 무심결에 놀라 기성을 발하고야 만
것이다. 아직도 벌렁거리는 가슴이 진정이 안되고 있었다.
'아니 저것이 왜 홀라당 벗고 난리야? 근데...... 정말
로...... 끝내준다. 꿀꺽...... 어이구 이제는 아예......
온갖 쇼를 다 보여 줄참인가?'
그녀가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느라고 탁탁 털자, 안 그래도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운 파천에게, 적
나라한 독고설란의 부위가 모두 보일뿐만 아니라 손의 흔들
림에 따라 같이 물결치는 율동! 그는 시선을 슬그머니 거두
고 있었다.
-야 파천 고개 안돌려?.......야 너 이자식, 나의 유일한
재미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박탈하는건데? 응?......! 아.
아니다 그대로 있어라...... 흐미 좋은 것!
=아미타불! 시주! 어서 이 방에서 나가시오. 군자의 풍모
에 어긋나는 짓이외다.
'이, 이런 하필이면......'
혜능이 난리를 치고 천마가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 하필
고개를 돌린다고 돌린 것이 침대 머리맡에 작은 동경이 하
나 더 있었고 그곳을 통하여 독고설란의 정면의 모습이 그
대로 일목요연하게 비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생각없이 그
것을 쳐다보는데...... 더 이상 고개를 돌리거나 외면을 하
지는 않았다. 이것도 하늘의 뜻이라면 따라야 하지 않겠는
가?
14. 뜻밖의 제안
그녀가 일어서고 있었다. 뒤로 돌아서서 침상곁으로 다가온
다. 이미 긴 머리는 마른 수건으로 두르고 있었다. 침상으
로 다가서는 그녀는 파천이 서 있는 곳의 한자 거리를 지나
치고 있었다. 확 풍기는 체향과 향긋한 향수내음! 욕조에
아마도 여러 가지 향수를 뿌려 목욕을 하였나 보다. 정체
도 분명치 않은 상큼한 향기가 코를 간지르며 지나친다. 그
리고는 털썩 몸을 내려 앉히는 그녀! 바로 눈 앞에서 벌어
지는 일이라, 천하의 파천마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고 있
었다. 천하의 절색미인이 홀딱 벗고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한
다고 생각해 보라! 더군다나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전혀 모
르지 않는가?
이불을 제치더니 낼름 그 안으로 몸을 숨겨 버린다
-어이구 아까운 것! 조금만 더 있다 들어가지!
천마의 탄식이 아니어도 파천도 아쉬웠다. 왜 이리 갑자기
가슴이 무너지듯이 허전해 지는지?
'그런데 내가 왜 여기에 들어왔지? 아 맞어! 쟤를 꼬시러
들어 왔잖아! 보아하니 착하고 순진한 애 같으니, 잘만 이
용하면 아주 효과만점이겠단 말이야!'
결국은 파천의 내심은 그것이었나? 그런데 참으로 난감하
지 않은가? 이대로 몸을 드러낸다면 치한으로 몰릴것이 분
명하고 그렇다고 어떤 우연을 가장할 만한 요소도 없으니!
에라이, 내가 언제 그런 것 따졌냐? 안 되면 되게 하라. 이
제부터 이것이 내 신조다.
파천의 손길이 독고설란의 몸을 휩쓸었다. 그렇다고 추잡하
게 더듬는다든가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순전히 그녀가 소
리를 지르고 앙탈을 부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점혈을 한것
이었다(물론 파천은 고수여서 격공점혈도 가능하다.) 독고
설란의 눈이 크게 휩떠지고 있었다. 이미 아혈마저 봉쇄되
어 있었기에 소리를 치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놀라
는 눈치였다. 그런 그녀 앞에 파천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
는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의자를 끌어다가 앉고 있는
데 그 하는짓이 마치 자기 방이라도 되는 듯 자연스럽지 않
은가? 그리고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벙긋 웃는다. 그녀의 눈
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었다. 누구세요? 무슨 짓이죠? 이
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요? 빨리 혈도를 풀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 거예요! 기타 등등.
[소저! 난 소저를 해치려고 온 사람이 아닙니다. 먼저 제
소개를 하지요. 저는 옥면신룡 문윤이라는 사람입니다. 저
는 우연히 야행인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사람이 침입자인
줄 알고 이곳까지 따라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가 우
연히, 정말 우연히 소저의 사정을 듣게 되었습니다. 전 소
저를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지 해치려는 사람이 아닙니다.
혈도를 풀어 줄테니 고함치지 않겠다고 약속할수 있습니
까?]
그의 전음에 눈만 깜박거리는 독고설란! 하긴 혈도가 제압
되었으니 의사표현을 못하지!
"좋소. 그럼 믿고 풀어 주겠소"
다시한번 스치는 손길.
그녀는 혈도가 풀리자 마자 상체를 벌떡 일으켰고 파천의
따귀를 때려 오고 있었다. 파천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쥔
다. 그냥 맞아 줄수는 없지 않겠는가? 죽을 죄를 지은것도
아닌데...... 그래도 따귀 한 대쯤 맞아 줄걸 그랬나? 아니
지 대장부 체면에 아녀자에게 따귀를 맞는대서야?
오! 그런데 파천을 때리려던 독고설란도 그녀의 손목을 나
꿔 챈 파천도 잊고 있는 사실이 있었으니...... 그녀는 아
직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인간 본연의 모습 그대로였던 것
이다. 그제서야 그것을 알게 된 두 사람! 상체를 낱낱이,
깔끔하게, 일목요연하게 드러낸 독고설란과 그것을 멍청하
게 쳐다보는 파천! 그리고 마주치는 눈길! 여전히 파천에
게 손목을 잡힌 채 그녀는 비명을 지르려고 어깨를 들썩이
고 파천의 손이 번개같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는다.
"으읍"
고작 나온 소리가 이거다.
"쉿 조용히 하시오. 떠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모질게 대
할 수 밖에 없소이다"
그녀의 고개는 끄덕거리고 있었지만 믿을수가 있어야지? 그
래도 믿어야지 어쩔거야!
그는 또 한번 그녀를 믿기로 했다. 입에서 손을 떼자 이번
에는 잽싸게 손을 들어 이불로 가린다. 이미 볼 것 다 봤는
데 새삼스럽긴......
파천은 의자에 깊숙이 몸을 젖히고 있었다.
"난 소저를 도와 주고 싶소. 이것은 진심입니다."
지금 자신의 말이 얼마나 억지인지를 자신은 알까? 그러나
독고설란은 그런 것을 가늠할 만한 정신상태가 아니었다.
십수년을 고이 간직해 온 알몸을 외간 남자에게 보인 것이
다. 그것도 바로 앞에서 눈길을 마주치며...... 귓불까지
빨개진 채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에 그 총명하던 재기는 자취도 없었고 그저 두려움에 떠는
한 명의 평범한 소녀에 불과 했다. 게다가 설란은 무공을
익힌적도 없었다. 아버지의 뜻에 의해 그녀에게는 그런 기
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수를
놓는 등의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 왔던 것이다. 세상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사람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녀가 아
는 것이라고는 책에서 본것과 환사에게서 들은 것, 그녀가
상상한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이곳 북검회 바깥을 나가본적도 없었던 것이다.
지금 눈 앞의 남자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자신이 어
떻게 해야할지도 판단이 서지 않았고 그저 두려울 뿐이었
다. 그러나 역시 그녀는 조금 특별했다. 파천의 눈을 가만
히 살펴가더니 점차 평정을 되찾는다. 그녀는 그의 눈길에
서 자신을 해칠 의도가 없음을 느낀 것이다.
'아...... 저 분! 눈이 부실정도로 잘생겼다. 저 눈은 너무
나 신비로워! 그리고...... 슬픔이 느껴지는 눈이야'
그리고 그녀에게서 느닷없이 튀어 나오는 말!
"어떻게 해 주실건데요?"
잘못 들으면 요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말을 한
사람이 독고설란이기에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흠흠...... 소저가 원하는 대로 해 주겠소"
야심한 밤에 홀딱 벗은 여자와 나누는 대화치고는 너무 적
절한 것 같지 않은가?.
"그럼! 공자께서는 제가 시키는 일이라면 뭐라도 하실건가
요?"
점점 도가 심해지는(?) 어휘구사들! 모르는 사람이 보면은
오해하기 딱이다!
"그렇소! 말만 하시오! 그대가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소"
스스로 낯간지럽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도 안든다면 지
가 사람인가?
"그럼 절 데려가 주세요"
"?"
또 다시 멍청해진 파천! 이런 말이 튀어 나올줄은 생각지
도 못했던지라 한참을 그렇게 말도 못하고 있는다. 오히려
그녀가 그렇게 나오자 할말을 잃어 버린 것이다. 어떻게 하
면 얘를 꼬셔서 적절히 이용할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
었는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를...... 따라 가겠소?"
"네! 어디든...... 북검회 밖에만 나갈수 있다면 어디든 좋
아요.
그러면 전 공자님을 평생의 은인으로 여기겠어요."
"좋소이다. 그럼 어서 옷을 입으시오. 어서 나가게"
"지금은 안 돼요.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오세요."
"뭐라고 했소?"
"내일 다시 오라고요......"
얘가 지금 날 바보천치로 아나? 아예 가지고 놀아라. 나참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냐?
"좋소"
까짓 것 그런다고 내가 쫄 줄 알고? 어림도 없다. 나도 배
포빼면은 시체다 이거야. 나를 뭘로 보고 지금......
이렇게 해서 이상한 약속이 세워지고 있었고 파천은 아쉬
운 마음을 접으며 독고설란의 방을 나서고 있었다.
그가 수빈각으로 돌아오자 상황은 그가 생각한것보다 더욱
엄청나게 크게 벌어져 있었다. 처음에 남궁혁련과 남궁아연
이 파천의 방으로 들어왔다가 그가 없자 둘은 그냥 돌아갔
었다. 그 이후로 거의 일각정도로 들락거린 사람이 있었으
니 그가 바로 남궁아연이었다. 그리고 다른 일행들이 투표
결과를 보러 간다며 나간 동안에도 파천의 방을 내내 지키
고 있었던 이도 남궁아연이었다. 그녀의 좀 도가 지나친 행
동에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그래
서 할수 없이 갔다 왔더니 그때도 여전히 그녀 혼자 파천
의 방에 홀로 덩그러니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눈
물을 뚝뚝 흘리며......
그제서야 일이 심상찮다는 것을 알게 된 남궁혁련은 곧 바
로 오련회 고수들에게 이 일을 전하였고 이것은 그 즉시 구
정련에게도 알려지게 된다. 특히 구정련 대표로 참석한 지
공대사는 옥면신룡이라는 소협이 혜능조사의 진전을 이어
받았다는 사실에 경악을 하며 그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리
고 여러 가지 정황상 북검회에 의해서 그가 변을 당했으리
란 추측이 나오게 되었고 오련회와 구정련은 이것을 북검회
에 정식으로 항의 한다. 그러나 그들인들 파천의 실종에 대
해서 알겠는가? 이러던 차에 개방의 방주와 태상방주가 북
검회를 찾게되니...... 한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던 북검회
주마저 개방의 태상방주가 왔다는 소리에 모습을 보인다.
태상방주가 누구였던가? 태조의 수하 중에 한사람이자 태조
가 쌍노와 함께 강호에 심어 놓은 사람이 아니던가? 건문
제 윤문을 겨우 만나게 된 것이 오늘 아침이건만 북검회의
음모에 희생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오련회 장로, 즉 팽가가주
의 주장을 듣자 태상방주의 노화가 하늘을 찌른 것이다. 아
무리 북검회의 회주라하나 자신의 아버지인 잠룡대제의 친
구이자 대선배인 그 앞에서 마냥 고개를 조아릴 수 밖에 없
었고 북검회주는 자신들의 부하들을 윽박지르며 그를 찾아
보라고 한다. 한사람이 잠시 사라진 일치고는 너무 엄청나
게 사건이 커져 버린것이었다.
그는 수빈각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나?'
그는 자리에 가서 차를 한잔 따라 마신다.
'내일 오라고? 헛참 기가 막혀서...... 설마 함정을 파 놓
거나, 딴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
-파천아! 너 정말 그애 말대로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왜?]
-아무래도 걔가 제 정신이 아닌 것 같거든...... 물론 착하
고 이쁘긴 하지만 처음보는 너한테 자길 데려 가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단 말이야? 더군다나 여자가 말이다.
[넌 그렇게 생각하냐? 내 생각은 조금 다름다. 무언지는 모
르겠지만 일반적인 여자들하고는 많이 다른 애였어. 그리
고 그 눈이 거짓을 말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고]
-야 파천! 너...... 혹시...... 수상한데? 너 걔가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 거지?
[그래. 그래서 그런다. 왜 그러면 안되냐?]
-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 걔는 장차 널 원수로
대할지도 모르는 애야
[나도 알고 있다]
-정신 차려라! 사랑! 그것 아무것도 아니다. 지나보면 한
줌 흙처럼 부질없는 거지!
[근데 아까부터 왜 이렇게 애들이 뛰어다니고 난리람. 무
슨 일이라도 터졌나?]
-모르지. 혹시 아니? 애들끼리 한판 붙었는지......
그가 바깥으로 나가고 있었다. 수빈각 주위 뿐만 아니라 여
기저기 북검회 검수들이 뛰어나니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가 벌어지긴 했나 보다. 그는 바로 앞을 뛰어가는 무사를
불러 세웠다.
"이봐. 무슨일이라도 벌이진 건가? 왜 그리 호들갑이지?"
그 무사는 파천을 아래 위로 훑어 보더니, 한다는 말이
"모르겠습니다. 옥면이래나 뭐래나? 한 놈 때문에 회내에
일급 비상령이 내려 졌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자기 갈 길로 가 버린다.
"옥면이라고? 그 자식이 누군데 그 한놈 때문에 이 난리
람? 혹시 달단(元)이라도 쳐 들어 온건가? 아니지 이들은
무림인! 설사 그렇더라도 이들이 이렇게 난리 칠 일은 아닌
데...... 옥면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것도 같고?......
뭐? 옥면? 그건 나잖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혹시 내가 그 기집애 알몸을 봤다
고 이 난린가? 침입자라고 얘기한 것 아냐? 괜히 여기서 어
물쩡 거리다 곤란한 일 겪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
그는 좀더 동정을 알아 보기 위해서 무사들이 많은 곳으로
달려 가고 있었다. 정말 그런 이유라면 일단은 도망가는 것
이 상수다.
마땅한 놈이 있었다. 그는 이곳 북검회의 허드렛일을 하는
장산이라는 하인 놈이었다. 그는 여기 저기 뛰어다니는 무
사들을 쳐다보며 하품을 찍찍 하고 있었다.
"이 봐라"
그 소리에 놀라 뒤 돌아서는 장산!
"대체 무슨 일이냐?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진거지?"
"네? 저도 잘모릅니다. 저 같은 것이 무엇을 알겠습니까만
은 어떤 분이 실종이 되어서 그 분을 찾는 거랍니다"
"뭐야? 혹시 찾는다는 사람이 옥면신룡이라고 하지 않더
냐?"
"네...... 옥면....... 뭐라고 한 것 같은데요"
"그래?"
뭐야 이거? 내가 실종 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내
가 왜 실종돼? 그리고 나는 왜 찾고 난리들이지?
아직까지도 상황파악이 안 되는 파천이었다. 이럴때는 아
는 놈이라도 하나 만나야 물어라도 보는 건데......
신검각! 대 의사청! 이곳이야말로 이곳 북검회의 대소사가
결정되는 곳이었다. 지금 이곳은 공기가 싸늘하게 냉각되
어 있었다. 태사의는 비어 있었고 북검회주 무상신검 독고
한천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밑으로 내려 앉아 있었다. 그
옆에서는 개방의 태상방주 개왕 풍천호가 팔짱을 낀 채, 눈
을 감고 있었는데 보기에도 그의 심사가 얼마나 불편한지
를 알게 해 준다. 장내에는 북검회의 고수들뿐만 아니라 오
련회와 구정련의 고수들까지 모여있었고 소식을 듣고 이 자
리에 나온 남도맹의 고수들도 보이고 있었다. 이미 투표결
과는 찬성쪽으로 결말이 났고 이제는 이들을 잘 다독여야
한다. 그런 중요한 시점에 그들에게 오해를 받게 되었으니
독고한천의 심사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개방
태상방주 앞이라 함부로 격동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아오신 대 선배이시지 않은가? 게다
가 아버지인 잠룡대제와는 수십년간 우정을 이어온 죽마고
우이기도 했으니 그가 어려워 하는 것은 당연했다.
"에잉...... 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아직도 못찾았다는게
말이 되느냐? 대체 북검회가 개봉부만틈 넓기를 하냐? 호광
성만큼 넓기를 해? 15000명이나 되는 무사들이 사람 하나
를 못 찾는단 말이야? 만약에 말이다...... 그 분의 신상
에 무슨 일이라도 있을 시에는...... 우리 개방하고 너희
북검회하고 누구든 하나가 없어지기 전에는 싸움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10만의 거지들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풀한포
기 안 남겨 놓을테니 그리 각오해 둬라"
여지껏 이렇게 화 내시는걸 본적이 없는 독고한천인지라 의
문이 들었다. 참으로 살벌한 말이었다. 대체 태상방주와
그 공자와는 무슨 사이란 말인가? 그리고 조금은 도가 지
나친 언사이기도 했다. 아무리 아들같은 사이라고 해도 엄
연히 강북무림의 패주인 북검회의 당대 회주가 아닌가? 그
러나 그는 묵묵히 풍천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회주가 이
러니 다른 북검회 고수들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오련회
의 팽가주는 고소하다는 듯 히죽거렸고 마침 그것이 풍천호
의 눈에 띄었다.
"팽가야 너는 뭐가 좋다고 히죽거리고 난리냐? 무슨 경사라
도 났느냐? 응? 네 아비가 그렇게 교육시키든?"
깨갱...... 그는 죽을 죄라도 지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
었다. 남도맹의 수석장로가 올해 나이 80이었으나 그도 풍
천호보다는 한참 후배다. 그러니 여기있는 누가 감히 그의
말에 반박하거나 끼어 들겠는가? 혹시 잠룡대제라도 온다
면 모를까? 남궁혁련을 비롯한 9명도 한쪽 구석에 서 있었
다. 그들의 내심도 무겁기는 매 한가지였다. 그들은 그에
게 아무일도 없기를 빌고 또 빌었다. 이 자리에서 유일하
게 그의 실종을 반기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북
검회 율령대 대주인 소면살검 우현충이었다. 그는 참으려
고 해도 히죽 히죽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수 없었다. 다
행히 그는 풍개의 뒤쪽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발각되
지는 않았다.
"군사! 어떻게 되었나? 수하들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
나?"
"네, 안타깝게도......"
"흥, 안타깝기는 한거야?"
오련회의 팽가주였다. 역시 그가 아니면 누가 그들의 심기
를 이런 순간에 건들겠는가?
"팽장로 이것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북검회 군사 삼안천뇌(三眼千腦) 소천악(召天惡)의 말이었
다.
"뭐가 말이요? 내가 못할말 했습니까? 내가 듣기로도 옥면
신룡에게 북검회가 무참히 망신을 당한 것으로 아는데 그
가 북검회 마당 한복판에서 사라졌다! 그러면 뻔한 것 아닙
니까? 그런데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들을 하고 있으
니......"
"뭐요? 말이면 다 말인 줄 아시오?"
"조용히들 못하나? 이제는 싸우기까지 해? 그래 아예 끝장
을 보자는 얘기냐?"
개방 태상방주의 고함소리였다.
"주군! 옥 - 면 - 신 - 룡 - 문 - 윤 대협 드십니다"
벌떡
"뭐?"
"어디?"
"어서 들라 하거라"
정말 그였다. 제일 먼저 뛰어 나간 것은 남궁아연이었고 자
기를 향하여 두 팔을 벌리며 안겨드는 그녀를 교묘히 피하
며 여전히 걸어 들어오는 파천! 멀쩡한 그 모습에 사람들
은 일순간 멍청해지고.
"주군...... 무사하셨군요"
!!!
!!!!
!!!!!
태상방주가 옥면신룡 문윤 공자에게 주군이라고?
[풍개 이게 무슨 짓이오?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데서]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된 개왕 풍천개! 너무나 반
가운 나머지 아무생각도 없이 저지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
미 물은 엎질러 진 것이 아니었던가? 북검회주의 놀라 부릅
떠진 눈을 보라! 그것은 남궁혁련등도 결코 뒤지지 않았
고, 구정련, 오련회, 남도맹 할 것 없이 마찬가지였다. 개
왕 풍천호가 누구였던가? 이 시대 무림의 최고 원로중 한
사람이었으며 천하제일거대방파인 개방의 태상방주가 아니
었던가? 그런 그가 '주군'이라고 외치며 무릎을 꿇다니? 더
군다나 약관의 젊은이에게 말이다. 이것은 대 사건이었다.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 하는데 방도가 없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일부러 잡아 뗀다면 더욱 의혹은 증폭되는 것이다.
파천은 자연스럽게 그를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좌중을 향
하여 길게 읍을 하며 하는 말.
"제가 우둔하여 무림동도 제위 여런분께 이런 심려를 끼친
점, 머리 숙여 사죄를 청합니다. 특히 북검회주님께는 뭐
라 드릴말씀이 없군요"
"아......아니요. 대협. 별말씀을"
그 또한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바람
에 파천을 대하는 것이 굉장히 어색하지 않은가?
어쨌든 소동은 일단락 되고 있는 듯 했다. 그것을 알리는
목소리가 독고한천에게서 흘러 나온다.
"자 자 어서 대연회장으로 가십시다. 오늘은 우리 정파무림
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날이지 않습니까? 모두 마음껏들 드
시고 즐기십시오."
그의 말에 모두들 씁쓸해 하고 있었다. 조금전까지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던 장내의 분위기는 그 말에 누그러들고 있었
다. 그러나 여전히 오련회와 구정련측 사람들은 얼굴이 그
리 편치 않아 보였다. 그들은 바로 옆 건물에 자리하고 있
는 대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풍개는 어찌된 영
문인지를 파천에게 물어 보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는 못
한다.
이미 그 곳에는 많은 정파인들이 모여서 술과 음식을 들고
있었다. 보기에도 먹음직한 각종 음식이 식탁들에 차려져
있었고 북검회의 하인들이 음식과 술을 나르고 있었다. 들
어가는 출입구쪽에는 북검회의 고수들이 새로이 들어오는
구정련과 오련회의 인물들과 개방의 고수들에게 인사를 하
며 반갑게 맞이한다. 그런다고 그들의 얼굴이 춘풍에 녹아
드는 눈 같아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파천은 개방의 태상방주와 방주, 오련회의 팽가주, 구정련
의 지공대사, 남도맹 수석장로등과 함께 연회장 가장 안쪽
에 자리하는 상석으로 인도되어 갔다. 태상방주의 주군이라
는 말이 주는 효과였다. 남궁혁련등은 파천과 함께 자리하
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해 아쉬웠고 남궁아연은 파천을 흘낏
거리며 쳐다보기 바빴다.
"어르신! 노여움 푸시고 제가 따르는 술한잔 드십시오"
"자 문대협도! 제잔 한잔 받으시지요"
북검회주! 독고한천이었다. 그의 눈은 술을 따르면서도 파
천의 모든 것을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뚫어
지게 살피고 파천은 상대의 눈길을 아주 담담하게 받아 넘
기고 있었다.
'으음 대체 이 어린 놈이 어떻게 개왕의 주군이 된단 말인
가? 무림을 제패하기 위해서는 개방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아버님과의 친분으로 많은 도움을 받
았지만 앞으로는 이 녀석을 구슬려야 한다는 말인데......
이럴 때 딸자식이 하나만 더 있었어도...... 에잉'
참으로 무서운 인간이었다. 독고한천이란 인간은!
왁자지껄 시끌벅적한 주연에서는 연신 호탕한 웃음소리들
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진 북검회측
을 지지하는 문파들의 사람이리라! 처음에는 반대표도 만만
찮아서 우열을 가리기가 힘이 들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대하는 문파는 채 3할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반대할 명분도 없어졌다. 팽가주는 정도연합에서 탈퇴하겠
다는 말까지 했었으나 그것은 군웅들을 자극하기 위한 것
에 지나지 않았고 그들도 어쩔 수 없이 대세를 따라야 할
입장이었다. 이제 모든 주도권은 북검회에 넘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