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에 떠내려가는 한국 집권당과 제1 야당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 폭로자인 고승덕 의원은 9일 기자회견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이 2008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직전 돈 300만원과 '박희태'라고 쓴 명함이 담긴 노란색 봉투를 보내와 곧바로 돌려주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당시 돈봉투를 받았던 여비서가 돈을 전달하러 온 뿔테 안경을 쓴 사람이 들고 있던 쇼핑백만 한 가방에 자기에게 건넨 것과 같은 노란색 봉투가 잔뜩 들어 있더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돈봉투를 뿌렸다는 심증(心證)을 갖게 하는 이야기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박 의장에게 의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박 의장은 "나는 그때 평당원이었기 때문에 명함도 들고 다니지 않았다"면서 "돈봉투를 주거나 돌려받은 일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검찰이 진상을 규명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박 의장은 2008년 4월 18대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친이계는 총선 석 달 뒤 박 의장을 당대표 후보로 낙점하고 조직을 총동원해 선거운동을 폈다. 검찰 수사는 박 의장의 돈봉투 인지(認知) 여부와 그 자금이 어디서 흘러들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민주당 돈봉투를 폭로한 영남의 원외 당협위원장은 어느 대표 후보 측에서 50만원을 주려 해 거절했고 지금도 돈을 돌리는 조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인터넷매체는 돈봉투로 논란이 된 후보자 측이 지역책임자에게 500만원, 중간 책임자에겐 100만원씩을 돌린다는 사실을 증언한 사람이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자체 진상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정당법은 정당 지도부 경선 때 돈을 건넨 사람, 받은 사람, 이런 행위를 지시·권유·요구·알선한 사람 모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권에선 현직 국회의장이, 야당에선 당대표 후보 중 한 사람이 검찰에 불려가고 경우에 따라선 돈을 받은 여야 의원 다수가 수사를 받게 될 처지에 몰렸다. 검찰 수사로 집권당과 제1 야당이 사실상 붕괴되고 정당정치와 대의(代議)정치가 동시에 침몰할 수도 있다. 국민은 폐허(廢墟) 위에서 정치를 새로 시작하더라도 정당 부패는 여기서 끝장을 내자는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