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절친 생일 이후로 사람 많은 시내로 나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날도 스무살이 된 친구들과 내가 너무 많이 달라보여서. 숨고싶어서 헤어지는 순간에 이게 마지막이라고 마음속으로 친구들과 영영 이별을 했습니다. 매일 저녁에 누을때마다 가슴이 턱턱 막힙니다. 내가 지금 왜 이렇게 됐나? 가만가만히 생각해보면... 중학교 입학할때까지만해도 공부에 욕심있었던 나. 그때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내가 있었고 목표란게 있었고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내가 원래의 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2때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뿔뿔이 헤어질때도 서로 꾸준히 연락했고 애틋했습니다. 저는 집착하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와서 사귄 새친구들보다 이 친구들이 더 소중하고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데 그건 제가 고등학교를 중퇴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부모님은 자식 교육에 매우 열을 올리셨는데 두 분다 지금도 맞벌이십니다. 항상 공부 중요성을 말하며 출근, 퇴근후에도 앉혀서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셨습니다. 제가 시계 읽는법을 배울때부터 그런 말을 귀에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엄마가 나가서 힘들게 일하는 모습에 연민을 느껴서. 아빠 말대로 공부는 정말 중요한거고 내가 정말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유소년기를 보냈습니다. 공부를 특출나게 잘한건 아니었지만 부모님이 교육에 투자한만큼 성적을 곧잘 잘 받아오면서 엄마가 밖에 나가서 자랑할거라고는 저 밖에 없었네요.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내가 관심을 두어야할게 공부만 있는게 아니고 친구들이, 다른 사람들이 있더군요. 학교에서 어딜 가니까 돈 가져와라,, 친구들이 어딜 놀러가자, 쇼핑하러가자 하면 으례 돈이 듭니다. 학교 갔다오면 텅 빈집. 밥 알아서 차려먹고 내 방 들어가 공부하고. 동생은 늘상 게임 하고 있고. 늦게 퇴근해서 오는 부모님께 그런 유흥비에 대해 말하면, 특히 엄마는 윽박을 지릅니다. 학생이 대충 입고 공부만 하면되지 뭘 옷을 사냐고. 뭐하는데 그렇게 돈이 드냐고. 우리집이 정말 찢어지게 가난할 정도는 아닌데.. 됐어! 시끄러! 하면서 내 말은 들을 생각도 안하고. 결국엔 쌀쌀맞은 말투와 표정으로 얼마가 필요한대? 하면서 주었습니다. 용돈을 타는 입장에서는 그런 모진 말들과 상황이 관례인냥, 비굴하게 용돈을 받았습니다. 매번 돈 얘길할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엄마랑 싸우는 일이 잦아지게 됩니다.
돈 탈때마다 듣는 소리가 "아 시끄러!!" "내가 너 책사달라고 하면 그런건 아낌없이 준다 이거야."
"다른애들은 대충 입고 다니는데 넌 왜 그렇게 유별나냐?"
그 다른애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고. 내가 고가 브랜드 얘기하는것도 아니고. 어느정도 다른 애들과 맞춰갈 수 있게끔 나도 예쁘게 입고 싶은 마음인건데, 날 까탈스러운 아이처럼 여기며 무슨 말 할때마다 틱틱 쏘아부치는 엄마 말투는 나를 미치게했어요. 높은 톤의 신경 거슬리는 그 목소리가 너무 싫었습니다. 위 아래 옆집에서 들리는 피아노소리, 개가 짖는소리, 창밖에서 차 지나가는 소리까지. 스트레스 받는 내 모습에 엄마는 또다시 성격한번 이상하다며 이죽거리며 성질을 긁는데 욕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엄마가 퇴근해서 오기전에 저는 자발적으로 설거질을 하곤 했는데, 어쩌다 한번 안해놓으면 엄마는 집안 꼴이 이게 뭐냐며 성질을 내면서 스트레스를 내게 풀었습니다. 직접적으로 화를 몰아부칠때보다 방밖에서 궁시렁궁시렁. 쿵쾅쿵쾅. 불편한 심기를 듣고있다가 결국에 화살이 날아오는 날은 더 신물이 났습니다. 게임하는 남동생한테는 저녁은 먹었냐고 물으면서 나한테는 안묻고. 내가 공부하는건 당연하고 성적 잘 받아오는건 당연하고. 알아서 챙겨먹고 설거질 하는건 당연하고. 돈 얘기를 할때마다 엄마랑 나는 기어이 서로 미친년 하면서 비정상적으로 싸웠고. 엄마는 아빠에게 이르고 아빠는 야구방망이로 나를 때렸죠. 항상, 야구방망이를 들고 공포감을 조성하며. 심할때는 물건을 부시고 화를 참지못하고 발로 차는 등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몇 년전 이 일에 대해서 울분으로 토로하니, 어떻게 그걸 폭력이라 생각하냐면서 나를 나무라는 엄마. 그런 상황까지오면 엄마가 말리고 그러다가 엄마가 맞기도 했는데 나는 그런 이중적인 엄마 행동이 구역질이 났습니다. 아빠는 고개를 떨구며 다 아빠 잘못이라며 긴 한숨으로 미안하다고, 몇번이나 말합니다. 그러나 항상 하지만이라는 말을 붙이며 이제는 정신차릴때도 되지 않았니.. 한번도 아빠의 사과가 진심으로 와 닿은적이 없습니다.
그런 엄마가 밖에서 다른 아줌마들에게 은근히 내 자랑을 하면서 기분 좋아라 했던게. 그거, 부모된 마음으로 자식을 사랑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인게 아니라 그냥 엄마한테 남은건 공부 좀 하는 자식밖에 없으니까. 라고 느낄 수 밖에 없던 내가. 나는 왜 이런 생각에 괴로워해야하는가. 종종 다른 사람처럼 말투를 싹 바꾸고 상냥하다가도 몇시간 안가 180도 돌변하는. 목소리톤과 행동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일관되지 않는 엄마 모습. 엄마도 매우 속물이면서 자식들 앞에서 밖에서 만난 사람에 대해서 무차별 비난을 할 때. 식사 시간에 한번도 좋은 얘길 한 적이 없고, 이렇게 밖에서 먹으려면 얼마라는둥 부터 시작해서 항상 돈돈 돈과 관련된 부정적인 얘기만 늘어놓고. 그런 엄마가 밖에선 불필요할만큼 타인을 의식하며 거짓과 위선으로 꾸며질 때. 나는 엄마라는 사람이 더더욱 싫어졌고, 내가 저런 성격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났고 유전을 받았다는게 너무 증오스러웠습니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수차례 가출을 했고, 여기에 뭐라 다 적지 못할만큼 제 속은 썩어갔고. 나름 가지고 있던 해결책이 아무도 안보고 혼자 공부해서 대학부터 빨리 가자는것이었는데. 그렇게 중퇴하고 집에 있으면서 오히려 엄마와 골이 더 깊어집니다. 그냥 무시해야지. 마음 다 잡고 공부해야지 싶다가도 밖에서 엄마가 궁시렁궁시렁. 미친년. 집에만 있는년이 무슨. 한심하다. 불쌍하다 야. 이런 말들로 성질을 긁기를 몇 년.
이제 그냥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 안듭니다. 전생이니 환생 같은거 믿지 않았는데, 그걸 믿으면 답이 쉬워질것도 같습니다. 가끔은 내 자신을 제3자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안된다 지금도늦지 않았다. 엄마고 뭐고 나 자신만 딱 놓고 보자 나 위해서 잘 생각해보자. 그러나 엄마랑 감정이 격해지면서 욕하고 싸울때면 그때는 정말 눈앞에 독약이라도 있으면 바로 마셔버리고 싶은 심정일정도로 너무 무너지는 기분이 듭니다. 내가 저런 엄마한테서 태어났고 엄마 피를 물려받았고, 내가 증오하는 엄마의 성격도 일부 유전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 감정이 제어가 안됩니다. 아빠는 우리 가족 화목해져보자고 가족 상담 얘기도 꺼냈지만 그 얘기에 바로 엄마가, "상담에 들어가는 돈은 또 얼만대?" "너만 바뀌면되!! 잘 생각해봐라 다 니 잘못이지 엄마아빠 탓이냐? 싸가지 없는년 "다 헛똑똑이였지" "과외다 뭐다 안해준게 뭐가있는데? 뭐가 불만인데? 내가 미친년이였지" 이런말들로 또 내 속을 긁었습니다. 아빠는 이제 손을 놨습니다.
맨처음 엄마한테 욕했던 날을 기억합니다. 그때는 참고참았던 욕을 엄마한테 진짜로 했다는것에 손이 떨렸는데 지금은 떨리지도 않습니다. 엄마는 항상 당신이 욕을 입에 담은건 기억도 못합니다. 종종 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 엄마는 병약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억척스러울 정도로 일밖에 모르고 살아왔으니까요. 그래서 그저 내가 천하의 불효막심한 년이 되지요. 너무 증오스럽습니다. 아빠도 싫습니다. 동생도 보기 싫습니다.. 억울하고 정말 확 죽어버리고싶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울컥하는건 도무지 세간에서 보기에 25살이나 먹은 내가. 이런 과거에 얽매여 5년간 비정상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것입니다.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정말 제정신이 아닐때 바로 죽을 수 있는 준비가 갖춰진다면 좋겠다고 몇번이나 생각합니다.
나는 아직도 중학교 친구들 기억밖에 없고. 지난 5년간 밖에 안나가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20대면 꽃다운 나이라는데 다들 아가씨가 되고 성인이 되었는데 내 모습은 추하네요. 학창시절 그렇게 공부안하고 게임만 했던 동생은 이제 곧 대학교 졸업하고, 취업 준비도 나름 알아보고 오히려 효자가 되었습니다. 집에만 있는 누나를 동생은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며 말을 건네주다가도, 어쩔땐 경멸이라도 하듯 무시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뻔합니다 내가 모를리가요. 이 나이먹고 동생에게 용돈한번 주지 못하고 동생 여자친구 앞에서 주눅이 들고. 폐인처럼 집앞 슈퍼에 간간히 들려 먹는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멸할만한 인간입니다. 잊혀진 미니홈피에서 친구 홈피를 타고 갔던 날, 달라진 친구들 모습에 너무 놀랬고, 정상적으로 대학생활을 끝마치고 정상적으로 사회생활 하는 친구들. 이제는 친구도 아니죠. 잠수탄지 오래되어서 저란 사람 잊어버렸을겁니다. 내 자신이 너무도 비참하여 그날 이후로 친구들 소식을 들을 방법이 없게 다 지워버렸습니다.
매번 베개 머리맡에서 이런 생각들이 돌고 돕니다 내가 어쩌다 이러고 있지.. 좋은 대학을 가야지. 열심히해야지.. 그때는 어떤 생각으로 살았지. 어떻게 목표를 잡고 계획을 짰는지. 추진력은 어디에 있었나. 갈피를 못잡는 지금 쉬이 드는 생각은 어차피 잘못된 집안이었다는 것. 잘못된 나라에, 잘못된 세상에 부정적이고 아집으로 똘똘뭉쳐버린 엄마가 불쌍한 사람이라는 것. 정리 안된 생각들이 돌고돌다가 자는거고.. 눈이 떠질때 뜨는거고... 왜 살까. 내게 무슨 희망이 있을까. 이렇게 방안에서 장문의 우울을 적어가고 있는것도 사치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