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대전에서 살고 있는 올해로 18살인 여고생입니다.
오늘 낮에 정말 어이 없고 말문이 막히는 봉변을 당해 이렇게 글을 올려요.
제 친구들과 저는 오늘 대전 시내인 으능정이 거리에서 같이 만나서 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전 버스 중 급행 2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고 있었습니다.
급행 2번은 원래 타는 사람이 많아 자리에 잘 앉기가 힘든데 그 날은 운좋게도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운전기사 아저씨의 바로 뒷자석의 뒷자석인 두 번째 자리였죠.
저는 그 자리가 노약자석이 아닌것을 확인하고 앉았습니다.
원래 노약자석은 비어있어도 잘 앉지않는터라 항상 확인을 하거든요.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때는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혹시 몸이 편찮으신 분이나 짐이 많으신 분이 타시나 한 번씩 봤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은 딱히 타시지 않으셨고, 그래서 저도 그냥 계속 자리에 앉아있었죠.
그러다 대전복합터미널을 지났고, 거기서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습니다.
그 정류장을 지나면 자리가 많이 남아 널널하기에 그 때부터 저는 핸드폰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버스가 곧 은행동에 도착한다는 소리를 듣고 저는 내리기위해 일어서려고 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제 어깨를 밀치더니 앉으라고 하시는겁니다.
저는 그 때까지만해도 무슨 물건을 파는 분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저보고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너 방금 팔 부러진 아줌마 하나 타는거 봤어, 못봤어?"
저는 어리둥절해 하며
"못봤는데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할아버지가 저보고
"못보긴 뭘 못봐 이 썩을년아." 라고 하시는겁니다.
제가 혹시 잘못들었나 싶어 "네?"라고 다시 되물었더니 같은 말을 되풀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아 죄송해요, 저 핸드폰만 보느라 진짜 못봤어요." 라고 말했더니
그래도 계속 못보긴 뭘 못봤냐면서 저를 노려보셨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너 같은 썩을년들은 다 죽여버려야되." 라고 하시는겁니다.
제가 순간 진짜 어이가 없어서 그 할아버지를 쳐다봤습니다.
그 후로는 너무 당황하고 어이가 없고 상황파악도 안되서 기억이 그리 매끄럽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할아버지는 저보고
"너 같은 썩을년들이 왜 살아있는거야?"
"너 같은 년들은 다 죽어야되."
등 저에게 지금까지 들어보지도 못한 수많은 욕을 해대셨습니다.
그러던 도중 뒤에 앉으신 아줌마를 봤는데,
부러진 팔을 잠바 속에 감추고 계시더라구요.
그냥 집중해서 봐도 알까말까한데, 핸드폰만 보고 있던 저로써는 정말 못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제 자리 뒤에는 빈 자리도 꽤 많았습니다.
좌석의 3분의 1 정도는 비어 있었고, 그 아줌마는 제 바로 뒤에 앉아계시더라구요.
그 와중에 그 할아버지는 저보고 왜 노약자석에 앉아있느냐는 식으로 말씀을 하셨고,
저는 그 말에 놀라 제가 진짜 잘못한 줄 알고 얼른 좌석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그 좌석은 노약자석도, 임산부좌석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계속 저보고
"뭐야, 니가 노인네야?"
"니가 임산부냐? 응? 너 임신했어?"
등등 정말 어이없는 말들만 계속 하셨습니다.
그 순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꽂히는게 느껴지는데,
제가 어이가 없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니까 그 할아버지 말을 믿는 눈치더라구요.
다들 저를 진짜 썩을년으로 보고 있는것만 같았고 저는 정말 그 순간 가족과 친구들이 없다는게,
이 버스 안에는 누구도 제 편이 없다는 것이 너무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제가 일어나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계속 좌석 앞을 가로막고 서 계셨습니다.
일어나려다가 몇 번씩 저지도 당했구요.
그러다가 정말 이대로는 영영 못내리는게 아닌가 싶어
조금 힘을 내서 할아버지를 밀치고 겨우 내리는 문쪽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뒤에서 계속 할아버지는 저를 노려보며 썩을년 썩을년 거리고 계셨고,
저는 정말로 그 할아버지가 저에게 달려들어 절 죽일 듯이 팰까봐 너무 무서웠습니다.
한국인의 무관심으로는 정말 죽을듯이 맞아도 아무도 안 도와줄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구요.
그냥 너무 무서워서 빨리 내리기만을 바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할아버지가 제 쪽으로 오시는겁니다.
너무 무서워서 슬금슬금 피했지만 그 할아버지는 제 바로 뒤 쪽에 계셨고,
제가 내리자마자 그 할아버지도 같이 내리셨습니다.
내려서도 계속 노려보는 시선이 느껴지는게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러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섰더니, 그 할아버지는 그냥 직선으로 쭉 가시더군요.
정말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친구가 저를 기다리고 있는게 보였는데,
순간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구요.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마구 터져나오는 것을 가까스레 참았습니다.
그 때 저는 그 할아버지에게 따지려고도 했지만,
지하철 패륜녀 동영상 같은 것이 딱 떠올랐습니다.
제가 따지는 부분만 촬영해서 올리고 진짜 욕먹고 신상털리고 그럴까봐
끝까지 아무 말도 안하고 계속 벙어리 처럼 욕 다 얻어먹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친구들과 엄마에게 했더니 다들 그러더라구요.
"그거 혹시, 인신매매 아니야?"
순간 온몸에 소름이 싹 돋았습니다.
정말 가만 생각해보니 상황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겁니다.
할아버지가 아무리 욕을 해도 아무말도 않으시던 그 아줌마도 그렇고,
제가 내릴때 동시에 같이 내린것도 그렇고...
그 일 때문에 오늘 시내에서 돌아다니는 내내 초불안긴장 상태였습니다.
주위에서 지나다니는 사람이 다 그 할아버지로 보이고
아직도 내 뒤에서 날 노려보고만 있을 것 같고
집에 오는 길엔 정말 따라와서 머리채를 잡을 것만 같아서
계속 뒤를 확인하면서 집에 왔습니다.
제가 정말 잘못한게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말씀드려요.
저한테 유리하게 말한거 하나도 없구요, 혹시 그 버스에 타고 계셨던 목격자가 있으시다면
제발 증언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것도 아닙니다.
버스 안에 빈 자리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아줌마가 들어오시는 걸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한게 있다면 앞좌석에 앉아있었다는 것 뿐입니다.
다들 저보고 지나가다 똥밟은 격이라고, 그냥 무시해버리라고 하지만
아직도 그 할아버지의 썩을년 썩을년 하던 목소리와
희번뜩하게 절 노려보던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친구와 엄마가 신종 인신매매 수법일지도 모른다고 해서
다른 분들이 저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미리 알리는게 좋겠다고 해서 올리는 겁니다.
상황 정황으로 보면 충분히 인신매매 수법일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분들도 조심하시길 바래요.
앞으로는 버스 탈 때 뒷좌석만 앉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