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권지용 회고록.) VIP필독

|2012.01.28 19:22
조회 1,577 |추천 11

제 홈피 게시판에 첨부파일 있습니다.

http://www.cyworld.com/yjl0475

 

(홍보하는거 아니에요ㅠㅠ 꼭 빅뱅을사랑하고지디를아껴

 

주시는분들만 홈피오셔서 받아가세요...)

 

여기 첨부파일이 안되서 붙여넣기햇어요..

 

작가님한테 말도안하고 이렇게 올려서 너무 죄송하네요ㅠㅠ

 

이해해주실꺼라고 믿습니다..ㅠㅠㅠ

 

아직까지 뷔앞분들도 권지용 회고록 이라는 팬픽을 잘모르

 

시는것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걸 다읽고 진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2009년  무려 3년전이지만

 

2009년은 지디 마녀사냥으로 판을쳤던것같은데

 

앞으로 다시는 이런일이 안일어났으면좋겠구요

 

곧 컴백할 빅뱅 많이 응원해주세요ㅎㅎ

 

p.s혹시 문제가 되면 바로 내리겠습니다!!

 

제 홈피 게시판에 첨부파일 있습니다.

http://www.cyworld.com/yjl0475

(홍보하는거 아니에요ㅠㅠ 꼭 빅뱅을사랑하고지디를아껴주시는분들만 홈피오셔서 받아가세요...)

 

 

*http://cafe.naver.com/bigbang2me.cafe (네이버 빅뱅월드)
*http://blog.naver.com/o0oleeo3o


- 작가명 수정, 캐릭터 교체, 내용 삭제 및 수정은 엄금합니다.

- 재배포는 환영이에요.

- 이 머릿말, 후기를 지우지 마세요.절대로요.

- 개인적인 감상밥은 o0oleeo3o@naver.com으로! '잘 읽었습니다'라는 한 줄의 감상이라도 감사히 받아먹고 답장드려여 ㅠㅠ전 감상밥에 고픈사람이랍니당….

- 맨 위에 쓴 네이버 빅뱅월드 '동성'팬픽방에 오시면 꼴뚜기를 볼 수 있으실 겁니당.

- 혹시 캐릭터가 교체되어 있거나, 작가명이 수정되었거나, 내용이 바뀐 권지용 회고록을 보신다면 제 메일주소로 연락주세요.

 

 

 

 


_

 

 

 

너희들이 죽인 G-Dragon, 죽어버린 그를 회고합니다…

 

 

[권지용회고록 : Prologue]


            w.꼴뚜기

 

두통약을 입으로 깨물어 삼켰다. 쓰다. 혀에서 느껴지는 알갱이에 인상이 다 찌푸려진다. 아, 머리 아파…. 권지용을 쓰자니…괴로운 기억만 가득이라 골치가 다 울렸다. 그럼에도, 애써 머릴 흔들고 펜을 쥐어 노트를 펼쳤다.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는 깨알같은 글자가 바르르 떨린다. 아, 글자가 떨리는 게 아니라, 내 눈물이 아롱져 그렇게 보이는 걸까. 눈을 세차게 깜박이니 채 떨어지지 못한 눈물이 볼을 타고 펜을 잡고 있는 손 등 위로 똑 떨어진다. 눈물, 그래…눈물.

 

 

 

손등을 툭 털고 눈을 비볐다. 눈시울이 붉어졌는지 시큰시큰했지만,  빽빽한 글씨가 가득한 노트에 슬프게도 겹쳐 오르는 권지용의 모습이 마치 눈물에 비쳐 나오는 환영 같아서 차마 비비는걸 멈출 수 없었다. 형의 눈부신 금발에 물들은 그 새빨간 피가…떠올라. 끔찍해서, 그래서 환영을 자아내는 눈물을 빨리 닦고 싶었다. 아,이것.참 아이러니하지 않나. 형이 죽는 그 비극적인 장면을 하나하나 되새겨 이 작은 노트에 적어야 하는 내가, 형의 환영을 꺼려하다니. 그도 그럴게…그만큼…비참했으니까.

 

 

 

 

 

권지용…그를 무참히 매도했던 사람들이, 잔인하게 등을 돌린 팬들이

 

제발 이 두서 없고 복잡한 글을 읽어서나마 그를 진실로 알아봐주길.

 

 

G Dragon이 아닌, 권지용으로서의 파멸을 이해해주길.

 

그의 기나긴 고독과 외로움…괴로움을 조금이나마 동정해주길 바라며.

 

 

흐르는 눈물을 대충 닦고 눈물로 젖은 손으로 다시 펜을 쥐었다. 십오 년을 함께 지낸 너무도 익숙한 그였지만, 그랬기에, 권지용 하면 떠오르는 게 너무도 많았기에 어느 것부터 적어야 할지…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아…권지용. 형을, 형의 진실을 어떻게 해명해야 해.

 

 

 

 

눈을 감고 권지용을 떠올렸다.

 

 

형이 어땠었지 … 모두가 다 아는, 최고였고, 천재였던 G Dragon이 아닌 인간 권지용은 어땠었지. 진짜 권지용은 어떠했지.

 

 

인간 권지용을 감히 내가 써본다. 천재였기에 사람이었고, 사람이었기에 두려움도 있었던 가련한 그를, 감히 써내려 간다.

 

그렇게라도 제 목에 칼을 꽂아 넣은 그를 애도하고 싶어서 …

 

펜을 꼬옥 쥐고, 눈물로 얼룩진 공책을 거칠게 넘겼다.그래…인간 권지용은… 어떤 사람이었지.

 

 

 

 

 

 

지금부터,

 

 

이 노트에 적힐 모든 것은

 

권지용에 대한 진실이다.

 

그를 곁에서 가장 오래 봐온 동생으로서 장담할 수 있는 진실,

 

 

 

그래, 그는.

 

 

 

 

 

 

 

항상 승승장구 했고, 모두의 탑이었던 그도.

 

어쩔수 없는

 

사람이었다.

 

 

 

 

[ 권지용 회고록 : 01 ]

 

 


왜 다들 권지용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연예인, 그 타이틀 하나 때문에 사람으로 여겨지길 포기한 권지용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하다. 웃기도, 울기도 하는 사람인 것을…….단 한 번만이라도 그를 사람으로 생각해 주었더라면 그도 죽기 직전까지 달리다 결국 숨이 끊어져, 그렇게 비참이 죽지는 않았을 텐데…….

 

 

 

 


누가 봐도 G Dragon은 화려했다.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들어와 단 한 번도 실패를 모르고 치솟기만 했던 사람. 모두가 인정했다. 쟤, 진짜 천재야. 어떻게 열다섯에 자기 곡을 작곡 할 수 있지.


 

쟤는, 자는 도중에도 히트곡을 만들어 낼걸,

 

 

 

……이승현이 십오 년 동안 지켜 본 권지용은 다른 이들의 생각처럼 쉽게 히트곡을 제조해내는, 그런 모차르트 같은 천재가 아니었다. 그는, 썩어 문드러진 사람이었다.

 


자신을 감싼 화려한 겉포장에 지쳐 속 안은 중심부터 곪아간, 그런 불쌍한 사람.

 

 

 

 

 

 

 


“…하…….”

 

 

 

또다시 눈물이 앞을 가려 시야가 뿌옇게 변해버렸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펜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권지용, 그를 조금이라도 잊기 전에 가장 정확히 쓰고 싶어서.

 


그렇게라도 제 목에 칼을 꽂아 넣은 그를 애도하고 싶어서…….

 

 

 

 

 

 

펜을 꼬옥 쥐고, 눈물로 얼룩진 공책을 거칠게 넘겼다. 형이 어땠었지…그래…인간 권지용은…어떤 사람이었지…

 

 

 
-권지용 회고록 Episode 01. 권지용도 사람이다.
 

 

 


“혀엉…자?”

 

 

 

 


 

 


일주일간 연락이 안 되더라. 이번 앨범에 낼 곡을 써야 한다며 잠수모드에 돌입하겠다는 문자는 받았지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뭐, 권지용을 걱정해 줄 사람은 많겠지만…십오 년 같이 자란 정이란 게 이런 건가 봐.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 싶어 도시락 통을 꺼내어 집에 있는 밑반찬을 차곡차곡 담았다. 밥이나 먹고 다닐 라나. 앨범 작업이 끝날 쯤 이면 항상 깡마른 꼬라지로 내게 전화를 하곤 했다. ‘배고프니 밥 좀 싸다 줘.’라고.

 

 

 

 

그리 복잡하지 않은 도어 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권지용의 연습실에 몸을 들였다. 그런데…세상에, 이 한 여름날에 에어컨도 안 키고 있었어? 거실에 습기가 꽉 차 목이 매캐하다. 안 봐도 뻔하지. 분명 귀찮아서 꼼짝도 안 한 채 악보만 죽자 사자 팠을 거야. 그런 권지용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런 일 중독자. 어휴. 궁시렁 궁시렁 대며 거실을 지나 연습실 문을 벌컥 여니 그 워커홀릭 권지용이 전자 피아노 앞에 엎드려 정신 없이 자는 게 보였다.

 


내가 뭐랬어. 쟤 일 중독자 맞다니까.

 

 

 

 

 

 

 


어쨌든…피아노 위에서 저 자세로 자면 백타 배길텐데…깨워 쇼파로 보내려다가 너무 곤하게 잠든 것 같아 관뒀다. 좀 편하게 눈 붙이지…게다가 권지용은 아까 슬쩍 본 것 만으로도 확연히 눈에 띌 만큼 일주일 새에 기겁할 정도로 말라버렸다. 설마 설마 했는데…정말 밥도 제대로 안 챙겨먹고 작곡에 올인한건가. 그 깔끔하던 권지용이 씻지도 않고 엎드려 잘 정도면…말 다 했지, 뭐.

 

 

 

 

 

 

혹시라도 깰까 봐 조심조심 방문을 닫고 거실에 간이테이블을 펼쳐 도시락 통을 꺼냈다. 연습실에 떨어져있는 식빵 봉다리 두어 개를 보니 밥은 커녕 이런 찌질한 빵 쪼가리로 배를 채웠을 것이 분명하다. 쯧쯔. 그러니까 저렇게 초췌해졌지. 내심 도시락을 챙겨온 걸 잘했다 생각하며 반찬을 그릇에 옮겨 담았다. 다행히 어제 엄마가 아파트 재래시장에서 장을 봐왔는지 참 이것저것이다. 어랏?! 권지용이 좋아하는 꼴뚜기 젓갈도 있네. 에이, 망할. 계속 이렇게 싸다 나르면 우리 집 거덜나는…

 

 

 

 

 

 


“아아아아아아악!!!!!!!!!!!!!!!!!!!!!!!!!!!!!!이런 개에에에에에에에씨이이이바아아알!!!!!!!!!!!!!!!!!!!!!”

 

 

 

 

 

 

어머나, 시1발 깜짝이야.

 

 

 

 


젓가락으로 꼴뚜기를 하나 집어 올리려는데 갑자기 들리는 괴성에 놀라 그걸 툭, 떨구고 말았다.

 

 

 

 

 

 

 

 

 

 

 

 

 


…뭐, 뭐야. 헐. 권…권지용…저거 권지용 비명소리 맞지?

 

 

 

 

 

 

연습실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의 큰 괴성이 권지용이 잠든 방에서 퍼져나갔다. 뭐, 뭐야.왜 이래 쟤. 왜 또 지랄이야.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리는, 온갖 개 지랄 발작하는 소리가 떠들썩하게 난동을 치다가 결국 권지용이 뭘 내리쳤는지 우당탕 부러지는 소리로 고요해졌다. 헐. 저거 뭐야. 지진 났어?

 

 

 

쟤 진짜 왜 저러냐. 아, 이럴게 아니라 불똥 튀기 전에 나가야 해. 이럴 때 잘못 걸리면 진짜 병슨 되는 건데…재빨리 상황 수습을 하고 그릇에 반찬을 다 옮겨 담아 텅텅 비어버린 도시락  통을 챙기려 가방을 집었다. 괜히 팬들이 권지용에게 권지랄 이란 별명을 붙여준 게 아니다. 저거 저거 진짜 잘못 걸리면 끝장…

 

 

 

 

 

 

 

 

 

 


“아아아악!!!!!!!!!!!!!!씨이이이파아아알!!!!!!!!!!!!!!!!이런 성기같은!!!!!!!!!!!!!!!!!!”

 

 

 

 

 

 

악,슈바!!!!!!!!!!손나 놀랐네!!!!!!!!!!!!!!폭풍이 쓸고 지나간 권지용의 방문이 갑자기 벌컥 열리더니 낯익은 갈색머리통이 빠끔히 나온다. 권지용, 쟤는 목청도 좋지. 가수라 그런가…여튼 지퍼에 손이 낄 뻔했다. 이런 망할 권지용!! 지퍼에 손 끼면 손내 아픈데!!!!!!! 낑낑대며 표정을 찡그리자 그제서야 날 발견했는지 권지용이 숨을 씩씩댔다. 헐. 권지랄으로 변신하게 일초 전이다 .혀…혀혀혀혀…형. 왜 이래요.

 

 

 

 

 

 

 


“아,씨이이입!!!!!!!너…씨이바알…너 언제왔어!!?????!샹!!!!!!!!!새끼가,근데 깨우지도 않았어!??!!??!!?!? 이 개!!!!!!!!!!!!!!!!”


 

 

 

 

 

 

 

 

 

 

…뭐?

 

 

 

 

 

 

헐, 뭐래?

 


형이 나보고 깨워달란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벙 쪄서 꿈벅 꿈벅 눈만 뜨고 맹하니 권지용을 쳐다봤다. 아니 뭐 … 왜 그러는데. 난 아무런 죄가 없시올시다. 갑자기 그게 뭔 깽뚱한 소린지. 내 바보 같은 표정에 환장한다는 듯 가슴을 퉁퉁 치던 권지용이 지 주먹을 맞고 비틀거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아니, 얘 왜 이러냐, 진짜. 이봐요, 권형…

 

 

 


“형, 뭐야. 왜 그러는데.”

 


“씨..이승현 새끼..

 


“나도 이유나 알고 욕 들어먹자!!!!!!!”

 


“미친, 니랑 있음 화딱지가 돋는다 ,아주!!!!!!"

 

 

 

 

 

 

 

 

아니, 신발. 이런 강아지를 봤나.

 

 

 

 

 

 

그냥 하도 얼척이 없어 그냥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아주 기가 막혀 어이가 없네. 팔짱을 끼고 서서 바닥에 주저앉은 권지용이 도대체 뭔 지랄을 더 하나 지켜봤더니 가히 가관이다. ‘이승현 강아지’ 만 열댓 번을 반복하던 권지용이 어느새 많이 기른 머리를 미친 듯이 헝클어대며 바닥을 구른다.

 

 

 

 

 

 
 
야,야. 미쳤나 봐, 이분

 

 

 

 

 

 

“내 일 까 지 곡 다 써 야 한 다 고!!!!!!!!!!!!!!!!!!!!! ”

 

 

 

 


…잉? 곡?

 

 

 

 

 

 

 


두 달 후부터 아홉 번 째 정규앨범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는데. 헐. 설마 아직도 작곡 덜 끝났다는 마지막 트랙 곡, 그거 아직도 안 마친 거야!?!?!그거 아직도 안 썼어????


 

기겁하며 권지용을 톡 치자 딱딱한 마룻바닥에서 구르던 권지용의 팔꿈치가 퍽 바닥에 부딪힌다. 악!!!!!!!씨바!!!!!!!! 빽 소리를 내지른 권지용이 팔꿈치를 손내 비비더니 쇼파로 엉금엉금 기어가 이젠 거기서 구르기 시작한다. 지랄병이 났네, 아주.

 

 

 


 

얘, 앨범 녹음하기도 전에 목 다 쉬겠다.

 

 

 

“으으으으...개 같은 이승현 새끼..왔으면 깨워야 할 거 아니야..강아지..조카 망할 새끼..”

 

 

 

…저,저, 지랄병.쟨 또 왜 나한테 저래. 나도 방금 왔다고 시발롬아.

 

 

 


아주 불똥이 내 쪽으로 튀기고 난리가 났다. 신발 소리를 한 스무 번쯤 하던 권지용이 이제 이승현 샹놈소리를 속사포처럼 뱉는다. 야, 샹!! 니 곡 못 쓴 거랑 내가 안 깨워 준거랑 뭔 상관인데?!?형은 내가 아주 속 풀이 대상이지, 어?!?!?!

 

 

“넌 뭐가 잘했다고 병신같이 뻗대고 앉아있어!??!안 꺼져!??!?”

 

 

 

 

 

 

 


...아나, 이럴 줄 알았지. 이렇게 나한테 화풀이 할 줄 알았어.

 


쇼파 바닥을 머리로 찧던 권지용이 고개를 훽 돌리며 날 째려본다. 어메, 내 잘못 아니래니까?!?!?나 방금 왔다고!!!

 

 

 

 

 

 

 

 

 

 


“씨..가!!!가라고!!니 새끼 필요 없어!! 가, 병신아!!!깨워주지도 않고…어떻게 해…콩나물 한 가닥도 못 그렸는데…흐…진짜…어떻게 해. 이승현 강아지…….

 

 

죽여 버릴까. 주먹이라도 한 대 먹이려다가 눈썹이 축 쳐진 채 자포자기하는 권지용의 모습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어깨가 풀썩 내려간 게 여간 불쌍한 것이 아니다. 하여튼…연예계에 들어온 날부터 항상 이런 식이었지, 형은. 가끔 그렇게 제 자신에게 깔려 곧잘 지치곤 했었지. 그게 내가 화풀이 대상이 되면서도 그를 이해 할 수 있는 이유다. 그래…이해하자,승현아. 성모마리아의 자세로 이해해야지. 이해야 말로 진정한 이기는 습관이리라.

 

 

 

 

 

 

 

 

 


 

 

 

 

“그럼 갈게, 도시락 저거 꼭 먹고”

 


“빨랑 안 꺼져?!?!?아아악!!!!!!꺼져!!!!!!!!!!”

 

 

 


 

 

 

 

 

 

 

 


아나,시1발 하여튼 저 새끼는 좋게 끝낼래도 저지랄.

 

 

 

 

 

 

 



 

……


 


………

 

“…아.”

 

 

노트를 누른 손이, 펜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렇게 난리 치는 권지용을 본 것도 겨우 사 개월 전이다. 그때까진 그는 숨 쉬고 있었다. 살아있었다…….

 

 

 

하, 숨을 크게 뱉어내고 노트의 다음 장을 폈다. 그때에, 그렇게 권지용의 짜증에 못 견뎌 그의 집을 나왔을 때에 , 갑자기 권지용의 연습실에 두고 온 휴대폰이 떠올라 계단을 내려가다 말고 다시 되돌아 올라갔었다. 현관부터 권지용의 악다구니가 쩌렁쩌렁 지랄병을 돋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쥐 죽은 듯 조용하더라.

 

 

설마 실신이라도 했나 싶어 조심이 문을 열었다. 아, 그리고, 그리고 본 권지용의 모습은 내가 죽는 그날까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권지용은 .

 


울면서 밥을 먹고 있었다.

 

 

 


 

내가 있을 땐 울먹거리지도 않던 사람이

 


누구보다 처량하게 손목으로 눈물을 훔치며

 


그렇게 입술을 깨물며 밥 덩이를 꾸역꾸역 삼키더라.

 

 

 

 


항상 그렇게 혼자 울고 있었어? 그렇게…처절하게 서러울 만큼…….

 

 

 

 

 

 

내가 조금도 눈치 못 챌 만큼 자신을 숨긴 권지용은 그리 될 만큼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눈물을 숨기는 법을…….

 

 

 

 

 

 


 

하하, 그때를 생각하니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했으며 얼마나 혼자 울어왔으면 나조차 눈치를 못 채. 십 오년동안 단 한번도.


 

내가 들어온 것도 눈치 못 채고 숨죽여 울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권지용답지 않게 양 볼에 음식을 가득 넣고 버겁게 씹어 삼키는 모습에 나도 울었다. 눈물이 다 솟더라. 마치 백년은 굶은 사람처럼 밥을 우물거리며, 눈시울이 빨개질 때까지 펑펑 울던 권지용…그랬던…권지용…….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울었을 거다. 그 안타깝고도 먹먹한 장면을 보고, 눈물 흘리지 않을 사람도 있을까.

 

 

 

 


모든 빛이란 빛은 다 받는 것처럼 자신이 최고인 게 당연한 것처럼 태연하게 행동하던 권지용이 뒤에선 이랬다. 이렇게 울었다. 말끔한 모습, 단정한 모습이 아니라 이렇게 평범한 밥 덩이를 삼키며 수없이 울었었다. 내가 장담하건데 그는 연예계에 데뷔한 뒤 팔구 년 동안 마음 편히 세 시간 이상 자본적이 없을 것이다. 밤새도록 가사를 쓰고, 쓴 가사를 고치고, 고친 가사를 또 뜯어고치고…….

 

 

 

 

 

 

TV에선 그리도 밝았던 사람이 뒤에선 그 누구보다 삭막한 어둠 속에 있었다. 진정한 그는 그렇게, 빛과 단절되어 있었다. 그랬던 사람이었다. 자신을 짓누르는 부담감에 일주일 동안 밥 한술 못 뜨고 악보를 쥔 그였다.

 

 

 

 

 

 

권지용, 형은 진짜.

 


내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힘들었는지 몰라.

 

 

 


 

 


내 앞에서 마지막 한 수저를 삼키더니 어깨에 눈물을 훔치던 권지용이 부끄럽다며 멋쩍게 웃었던 그 장면이 사진처럼 기억에 남는다. 아, 그랬었지. 형이 우는 건 처음 봤지만, 삼 년 전에 형이 무릎에 얼굴을 묻고 떨던 것은 한번 보았었던 것 같아. 그게 이제야 생각이 나다니. 그때부터, 아니 그 훨씬 전부터…항상 이랬을까. 혼자 있을 땐 항상 떨고 울었을까.


 

‘나 어떻게 해야 해…’라며, 그는 사시나무 떨듯 움츠렸다. 그때, 삼 년 전의,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날엔 그때의 권지용이 그저 숙제를 풀지 못해 떠는 일시적인 두려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러나 아니었다. 의무감. 자신을 짓누르는 의무감이 눈덩이 불어나듯 커지는 게 그렇게도 두려웠던 거다.

 

 

 

 


의무감. 권지용을 항상 따라다니는 꼬리표. 권지용은, 열 셋에 연예계에 들어왔다. 그리고 열 다섯부터 쟤 미친놈인가 싶을 정도로 천재적으로 곡을 뽑아냈다. 점점 커갈수록, 그에게 지워지는 기대감이라는 짐이, 부담감이라는 굴레가 감당 못할 만큼 어마어마해져 그를 옥죄어 갔다. 그럼에도 권지용은 해냈다. 아홉 개의 정규 앨범과, 셀 수 없을 정도의 미니앨범을 수없이 창출해내며 태연하게, 자신이 천재란 걸 입증이라도 하듯 그렇게.

 

 

 

 


그러나

 

 

 

그렇게 겉 포장을 하는 동안

권지용의 속은

 

 

 

중심부터 썩어 들어갔다.

 

 

 

 


 

 

 

 


“잘 가라. 그리고 밥…맛있더라. 고마워.”

“아깐 강아지라고 난리를 치더만. 너무 조급해 하지마. 그러다가 될 일도 안 되겠다.” 

 

 

 

 


픽 하고 웃은 권지용이 도시락 통을 챙겨 가방에 넣어주곤 살며시 끄덕였다. 힘내, 권형. 형 힘든 거 알아. 난 정말 알아. 단 한 번도 내리막길이 없었던 형 이니까. 누구나 천재로 인정했던 형 이니까 그래서 더 힘들다는 것.

 

 

 

 


말하지 않아도, 권지용의 어깨를 투닥 투닥 두드려 주는 것 만으로도 그가 내 위로에 힘을 얻었다는 게 느껴졌다. 힘내. 진짜 바란다. 형이 힘들지 않게 되는 것.

 

 

 

권지용의 배웅을 뒤로 하고 그래도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졸래졸래 연습실을 나왔다. 난 연예인이 아니라서, 그래서 형의 고독을. 괴로움을 다 이해할 순 없지만.

항상 형이 말했던 것처럼 권지용의 입장이 될 순 없지만.

 

 

 

 


몇 년 동안 끈질기게 지속된 그의 기진맥진함을 위로해 줄 순 있다. 내가, 십오 년동안 그를 보아온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서포트. 그렇게 내가 해줄 일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마음 편히 그 곳을 나올 수 있었다.

 

 

 

 

 

 

…그때는.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권지용을 본 다음날.

 


권지용은 곡 루트를 완벽히 완성해 냈다.

 


환하게 웃으며, 정말 밝게 웃으며 내게 처음으로 들려주겠다며 그 곡 멜로디를 피아노로 쳐주곤 최고로 맑게 웃었었다. 제대로 된 곡이 나오겠다며, 위로 고마웠다며 그렇게 웃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정확히 67일 후.

 


그는 온갖 질타를 받으며

 


서서히 죽어갔다.

 

 

 

그는,

 

 

 

항상 상승곡선을 그리던 권지용은

추락하듯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Episode.1 권지용도 사람이다. Fin

 

 

[ 권지용 회고록 : 02 ]

 

 

 

뚝.

 

 

 

…아.

 

얼마나 세게 쥐고 글씨를 썼으면 볼펜 촉이 뚝, 부러질까.

수능 하루 전 날에도 부러진 적 없던 볼펜이, 권지용의 이름에서 끊겨 부러졌다.

다른 펜을…잡아야겠어. 의미 없이 눈을 두어 번 깜박이곤 망가진 펜을 잠시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순간 눈에 띈 내 새까만 손 날…자세히 보니, 손 날이 볼펜 잉크 때문에 까맣게 물들어 버렸다. 공책에 새겨진 글씨자국과 마찰하며 까맣게 물들었을 내 손…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아, 이 새까만 손 … 어디서 본 적 있는데…

 


새 볼펜 하나를 다시 쥐고 공책 다음 장을 넘겨 폈다. 권지용의 다음이야기를…써야 할 텐데. 어쩐지 내 까만 손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이 손…어디서 봤지. 지나치게 익숙한, 그러나 미치도록 아련하게 떠오르는 이 모양새….

 

 

아,

그리고 깨달았다.

 

이 손,

오 년 전에, 악보를 미친 듯이 그려댔던,
권지용의 손이다.

 


-권지용 회고록 Episode 02. 권지용의 손

 

 


“이승현!!!일어나서 이거 좀 봐봐!!!!!!!”

 

 


중 1의 어느 봄날, 권지용의 손을 생각하니 자연히 그때가 떠오른다. 개학한지 일주일 쯤 지났을까,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진 않지만, 새 학교의 어색함에 봄기운의 나른함까지 더해져 쉬는 시간이건, 수업시간이건 구분 없이 내내 엎드려 잠을 청했던 그 때였다. 그래, 그 맑았던 어느 봄날….

 

 


“야!!!!!!!!!너 빨리 안 일어나냐?!?!?!?”

 

 

 

그날도, 여느 봄날과 같이, 얼굴을 간질이는 바람을 이불 삼으며 봄바람의 달달함에 취해 정신없이 꿈나라를 오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명당이라는 일 분단 뒷자리에 가방을 베고 누워 그렇게…. 그런데, 그런 내 귀에 계집애들 몇 명이 꺅꺅 자지러지는 소리와 십 년 동안 징하게도 들어온 옆집 형의 목소리가 오버랩 되며 귓속으로 파고들더라. 옆집 형? 누구, 권지용? 에이, 그 형이 지금 학교에 왔을 리가……. 대꾸하기 귀찮기도 귀찮았지만, 설마. 설마 권지용이 왔겠나 싶어 그대로 눈을 감으려 했다. 아무래도 낯익은 목소린데…에이, 몰라. 권지용이 지금 여기 왜 있어.

 

 


“어제, 신발. 뭐하다가 지금 쳐 자, 팬더 강아지야!!!!!!!!”

 

 


…뭐? 팬더 강아지? 얼굴을 더 파묻으며 웅크리자 그 목소리의 주인으로 생각되는 사람이 고래고래 욕설을 내뱉으며 종국엔 날 흔들어대기까지 한다. 에이씨!!!!거 참 더럽게 떽떽대네!!!!!!!!!!!어느 놈인진 몰라도 팬더 강아지?!?오냐, 한판 붙자, 이 자식아. 네가 가리봉동 몽키 스패너를 모르는구나?!?!?

 

 


결국 신경질적으로 머릴 헝클고 슬쩍 눈꺼풀을 열며 고개를 들었다. 도대체 어떤 새끼…


…어…어라…

 


“헐. 권지용?!?!”
“뭐, 권지용? 죽는다, 니”
“형이 왜 학교에 있어?!?!?!?스케줄 없어?!?!?!”
“와도 지랄이네, 이 새끼는. 아 근데 니네 반 여자애들은 기차화통이라도 삶아 먹었냐? 샹. 점심시간이라 그런가. 애들 조카 앵겨.”

 


손나 자다 깨서 개 식겁. 이년 내내 열 번도 채 등교하지 않았던 권지용이 말끔하게 교복을 입은 채 앞자리 의자를 빼다가 나와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헐. 너가 여기 왜있음? 개학식 때도 안 오던 사람이?!?!??!!

“깜짝이야, 학교 올 시간 있으면 집에 가서 좀 자지!!!!!!!”
“너무 그렇게 뺀질 대면 재수 없어 보인대. 하긴…나도 학교, 나와 보고 싶기도 했고…아, 근데 쟤는 지금 뭘 찍는 거야. 야, 너 거기 여자애. 카메라 갖고 와. 찍진 말란 소리 못 들었냐?”

 

 


 

…넌 이미 손나 재수 없는 캐릭터임. 학교 한두 번 나온다고 만회 될 이미지가 아니야. 말을 갑자기 끊으며 몰래 문 뒤에서 자길 찍던 여자애를 잡은 권지용이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확 뺏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얼씨구. 그래도 필름만 빼내고 도로 돌려주긴 하네.

 

 

 

“연예인 처음 보나…내가 신기한가?”
“…난 잘 모르겠지만…신기한가 보지. 나도 이효리 보면 눈 돌아.”
“아, 효리 누나? 그 누나도 알고 보면…아. 말이 어디까지 가는 거야. 여튼, 너 이것 좀 봐봐라.”

 

 


…응? 뭘 봐?
한창 분위기에 말려들며 고개를 까닥이던 권지용이 아차, 라며 책상을 탁 치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며 말했다.

 

 


“쨘!!!!!!어제 저녁부터 방금 전까지 조카 신들려서 쓴 곡!!!멜로디 좀 봐봐.”
“…악보?”
“어!!악보는 네가 잘 보잖아. 아, 근데 이 부분 있잖아. 좀 식상하지 않냐?”

 


…역시. 권지용이 아무 목적 없이 여기 올 리가 없지. 이거 보여 주려고 왔구나?
껌을 물었는지 입을 우물거리며 그 꼬깃한 종이 한 장을 내 앞으로 쓱 내밀던 권지용이 씨익 웃으며 껌으로 풍선을 만들곤 다시 우물거린다. 허허. 참. 내가 이걸 봐봤자 뭘 아나. 그나저나 얼마나 쥐고 있었는지 수건 짝이 다 됐다. 몇 번을 보고 또 본건지…어휴. 고개를 슥슥 젓고 권지용이 펼치는 악보로 눈을 돌리니, 정말 이집트 영화에서 나오는 파피루스처럼 꾸죽꾸죽 구겨진 악보가 날 반겼다. 뭐야. 이거. 이집트 유물이야?

 


“여기, 이 부분이 진부한 것 같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느낌 안나? 너 팝송 많이 듣잖아.”

 


악보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자, 권지용은 악보 음표를 손을 따라 짚어가며 멜로디를 흥얼거리곤 말했다. 하여튼, 완벽주의자 권지용 씨. 뭐 하나만 어긋나도 안 되지. 아주, 저것도 병이야. 피식 웃으며 권지용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헐. 형. 손 왜이래.”

 

 

 

그 순간 보인 권지용의 손에

기겁을 하고 말았다.

저거,
내가 잘못 본거. 아니지?

 


“형, 손 줘봐.”
“…어?…아…됐어. 손은 무슨 손…”
“손 줘보라고…아, 이 무식한 새끼야!!!!”
“뭐, 새끼?”

 


끝까지 손을 등에 숨기며 고개를 젓는 권지용을 확 끌어당겨 그의 손을 쫙 펼쳤다.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아…세상에…이 손…이 손을 어쩔 거야…

 


“…형…정말, 어제 하루만 밤샌 거 맞아?”

 

 

권지용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정말 기겁하리만큼 짓물러 있었다.

 

어떻게, 펜을 쥐었다고 손이 이렇게 불어 터질 수 있지. 둘째, 셋째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꼴이 말이 아니다…게다가, 아…

정말, 종이 결이 거칠면 얼마나 거칠다고…펜을 놀릴 때 종이와 닿았을 손 날 부분이 죄다 긁혀 빨갛게 부어올라 버렸다.…형…왜…이렇게까지…

 


“…아, 참. 텁텁하게 왜이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손이 이 지경까지 될 정도로 펜을 잡았어?!”
“아니, 뭐…삼일 밤 새니까 뭐…”

 

 

…그럼 그렇지. 뭐, 삼일?! 어제부터 작곡하긴 개뿔.
권지용은 분명 어제가 아닌, 며칠 전부터 방안에 꽁 하고 쳐 박혀 악보에 음표를 그렸을 거다. 단 한 번도 펜을 놓지 않고…펜을 받쳤을 손가락이 푹 파인걸 보면 거북이처럼 악보만 갈겨댔을 권지용의 모습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그렇게 공부를 했으면 지금쯤 벌써 검정고시로 서울대를 갔을 거야. 조금의 과장도 안 섞고, 정말 서울대 감이다. 정말.

 

 

 

“양호실 가서 밴드라도 붙여…이게 뭐야.”
“됐어, 쪽팔리게.”
“좀, 무식하게 좀 하지 말고!!!!!!!!”
“얘가 자꾸 누구보고 무식하대?!?!?!?!?!”

 

 

 

 

 

 

 

…아…그래…권지용…….

 

 

 

 


형은…정말 바보 같았어. 그렇게 힘에 부치면…그냥 관두어 버리지…도대체…왜 그렇게…

그 때, 권지용은 그런 내 애타는 목소리에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뒤 이어 말했다. ‘한 두 번 이러는 것도 아닌데, 뭘….’ 맞아…늘 이랬지….그 여리디 여린 손에 굳은살이 자글하게 박혔을 정도면…형은 이걸 얼마나 반복했을까…권지용…형은…

 


눈을 한번 감았다 뜨니 중 1의 나와, 중 3의 권지용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다시 눈물에 번진 노트가, 그가 죽은 현실이 나타났다. 열 여섯의 권지용, 어렸던 권지용…오늘날…죽어버린 형….

 

그는 그보다 더 어렸던 전부터, 그리고 그 이후까지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왔을 거다. 자신의 패인 손 따윈,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누군가 그랬다. 모차르트는 눈만 감아도 악상이 떠오르곤 했다고…권지용도, 그런 것 같다고. 그게 아니면 그 쌩판 어린 나이에 이런 기가 막힌 곡들을 너무도 태연하게 뽑아낼 수 없다고…그리 말했다.

 

그러나 열여섯의 소년에서부터, 스물둘의 권지용까지.

그가 모차르트였던 적은,
노력 따윈 필요 없는, 언제나 태연한 천재였던 적은.


한 번도,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손은 천재의 손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가 죽은 이유 중엔 이것도 포함되어 있었는지 몰라. 죽을힘을 다 해 뽑아낸 곡들…그리고, 그걸 보고, 그에게 끝없는 기대를 거는 사람들. 그 기대가 부담감이란 짐으로 그를 압박하는 순간부터, 어쩌면 그래…어쩌면 그는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었을 지도.


수없이 고민하고, 수 없이 밤을 지새우고…반창고란 반창고는 모두 손에 덧바르며…

아무리 그리해도 불어나는 기대에 지쳐, 부담감에 속을 갉아 먹히고 있었을 것이다.
어찌됐든, 자신이야 어떻게 만신창이가 되던. 그는 최고여야 했으니까. 천재여야 했으니까 ….

 

 

 


 

 

 

망할 놈의,
천재소리.

 

 

 

“야, 이승현!!!!!!!!!!!!!너 빨리 지드래곤 있는 반으로 가봐!!!!!!!지금 난리 났어!!!!!!!!”

 

 

 

그렇게 권지용이 애들 사이를 뚫고 자기 교실로 돌아가고, 도대체 그 G Dragon과 무슨 사이냐며 묻는 여자애들을 무시한 지 두세 교시 쯤 흘렀을까, 또다시 잘 자고 있는 날 흔들어 대는 손길에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니 웬 못 보던 녀석이 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지드래곤…뭐…누구, 권지용?

 

 

 

“…무슨 일인데…!!”
“신발, 대박!!!싸움 났다, 지금!!!!!!!권지용이랑…어떤 삼 학년이랑!!!!!!!”

 

 

…뭐? 누구…뭐?

땀까지 뻘뻘 흘리며 악을 쓰는 그 앨 잡아, 애꿎은 멱살을 쥐며 흔들 뻔 했다. 싸움? 권…권지용이?

 

 


…신발, 사고를 친다.

 

 

 

학교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책상을 엎을 기세로 밀고 튀어나가 권지용의 교실이 있는 2층으로 날듯이 뛰어 내려갔다. 학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싸움을 내…!! 게다가, 연예인이…!! 권지용은 정말, 한번 빡 돌면 개가 되곤 했다. 미친개. 나도 저번에 말 한번 잘못 했다가 죽도록 쳐 맞을 뻔 했는데…!!아, 샹. 정말 대형 사고다. 권지용이…미친다면…!!!!

제발 부디 하나님이 권지용을 어여삐 여겨, 선생이라도 나서 상황정리를 해주길 바랬는데…다음 시간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특활 시간이라 선생님들 모두 홍보영상 하날 틀어주고 교무회의를 하러 교무실을 비웠단다. 이런 씨…!!엎친 데 덮친 격이다. 선생마저 없다니…!!!!!

 

 


계단을 뛰어 내려와 권지용의 교실을 찾는 건 굉장히 쉬웠다. 불이라도 난 것처럼 교실 앞에 애들이 들끓었으니까. 젠장, 저긴가 보다. 권지용이 미쳤다는 삼학년 반이. 제발, 제발 주먹질만 하지 마라, 권지용…말 한번에도 매장당하는 공인인데 폭력이라니…제발…

 

 


제발, 권지용…!!!

 

 

 

“씨팔, 놔!!!!!!!!!!!!!!!!!!!!!!!!!!!!!!!!!!저 강아지 죽여버릴거야…!!!!!!!!!!!!!!”

 

 

 

아, 진짜 제대로 개 됐구나. 찰싹 붙어있는 애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겨우 교실 안으로 몸을 들이자, 너무도 선명하게 들리는 ‘미친’ 권지용의 갈라진 목소리에 머리가 빠개질 것 같았다. 젠장. 완전 돌았다. 심각하다, 저것. 완전히…미친 목소리야. 교실 안쪽으로 사람들을 뚫고 겨우겨우 들어가니, 그제서야 발버둥을 치며 발악을 하는 권지용과, 그런 권지용을 막는 두 명. 그리고 입술이 터진 채 바닥에 주저앉은 삼 학년 하나가 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씨팔 새끼, 성기같은 새끼가!!!!!!!!!!!!다시 한 번 지껄여봐, 신발…!!!!!!!!!!!!!!”

 

 

 

아,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살인이라도 낼 분위기. 제길…젠장…망할!!!!! 더는 안 되겠다. 권지용, 저대로 냅두면 정말로 살인 내. 자신을 잡은 둘을 후려갈길 기세로 뿌리치고, 바닥에 쓰러진 쭉정이 같은 놈에게 달려드는 권지용은…정말로 개였다. 저 성격…신발.

 

 

“권지용, 그만해. 새끼야!!!!!!!!!!!!!!!!!!”

 

 


팔을 걷어 부치고 반미치광이가 된 권지용을 막아 섰다. 좀, 정신 차리라고, 이 미친놈아!!!!!!!!!!!!!!! 눈이 아주 돌아버렸다. 이, 미친 새끼!!!!

 

 


“놔!!!!!!!강아지!!!!!!!!!!!!!!!한 번만 더 싸대봐!!!!!!!!!!!!더 싸려 보라고!!!!!!!!!!!!!!!!!!!!!!!!”

 

 


…아, 뒷일을 생각해서. 이렇게 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미쳐버린 권지용에게 말이 통할 리 없었다. 아, 형…미안. 진심 미안.

 

 


…지금 와선, 미안한 말이지만.
그 때. 개처럼 이성을 잃은 권지용의 뺨을
있는 힘껏, 우둑 소리가 날 만큼 세게 주먹으로 메다 꽂아버렸다. 사과는 나중에 하더라도…얘 정신부터 들게 해야지…형…권지용, 정신 차려!!!!!

 

 

 

“…아.”

 

 

 

…그리고,

권지용이. 그제서야 멈췄다.

 

 


“…하아…하…이승현…?”
“그래, 나다!!!!!!!!!!!!!!!!!아이씨…형, 미쳤어?!?!?가수 접고 싶어?!?!?!?!?”
“…하…”

 

 


세상에. 도대체 무슨 말을 들었기에 …이렇게 미쳤어…
내 주먹을 맞고 비틀, 휘청 하던 권지용이 멍하게 눈을 깜박, 깜박였다. 정말…가수 접고 싶어서 환장한 거야…?왜…도대체 왜 그랬어…

그렇게, 권지용은 겨우 이성을 찾았다. 그리고…그 다음 권지용이 지었던 허탈한 표정이란…그 때의 어렸던 그는, 그 어렸던 나이답지 않게 상실된 표정으로 말없이 교실 바닥을 응시하고 있었다. 허탈한 얼굴…그래, 울지도, 웃지도 않고. 더군다나 찡그리지도 않은. 모든 걸 다 잃은…상실감을 품은 얼굴…그런 얼굴을 하고 있더라…

 

 


“…신발…”
“…형…?어디가…형…!!!!!!!!!!!!!!!!”

 


그리고,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권지용이 잔뜩 굳은 얼굴로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교실을 빠져 나갔다. 내가 잡을 새도 없이, 그 누구도 막을 생각조차 못하도록 빠르게 나가버렸다. 그 때, 그의 마른 뒷모습…분명 빠르게, 꼿꼿이 걸음에도,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한 줄기처럼 위태위태하던 그 모습으로….권지용…진짜…뭐 때문에 이러는데…!!!!!!!!!!!!

 

 

 



……무엇 때문에…….

 

공책의 다음 장을 폈다. 오년 전 권지용이 그렇게 개가 된 이유…그리도 이성적이었던 권지용이, 미친 듯 날뛰었던 이유…그래, 내가 지금부터 적을 짧은 내용은. 그를 버린 그의 팬들에게 던질 질타다.

 

 


그 때,권지용이 미친 이유.
그렇게 물 불 안 가리고, 자기 이미지도 생각 않고 죽어라 달려든 이유…다 팬 대문이었다.

권지용이 그렇게 자리를 뜬 이후, 넘어진 책상을 정리하던 삼학년에게 조용히 물었다. 도대체, 저기 입술 터져 빌빌대는 새끼랑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빡 돌은 거냐고. 웃기지도 않은 안티들이 개지랄을 해도, 닥쳐 병신아로 일관하던 권지용이 왜 저렇게 된 거냐고 …

 

 

…그리고 그 때 들은 말은,
내게 할 말을 잃게 했다.

 

 

“권지용한테 쟤가 먼저 시비를 걸더라.”
“…시비요?”
“누군 뼈 빠지게 공부해야 겨우 대학 가는데, 넌 연예인이라 편하겠다고. 놀고먹는 새끼라 부럽다고.”

 

 


…아. 신발. 미친…


그 말을 듣자마자, 앞 뒤 가릴 것 없이 다른 삼 학년의 부축을 받고 양호실로 가는 그 새끼 뒤통수를 짱돌로 찍어 내릴 뻔 했다. 뭐…? 놀고먹는 새끼라 부럽다고? 하…권지용…권지용이…. 그게 권지용한테 할 말이야…?

네가, 권지용을 못 봐서 그래, 씹새야. 넌 그래도, 그 망할 대학 때문에 열 넷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하루 세 시간도 못 자는…그런 살인 같은 생활을 하진 않잖아.

그런 권지용보고…뭐…? 속이 편해…? 오늘 점심시간 때 본, 권지용의 망가진 손이 떠오르며, 목구멍에서 뭔가가 울컥 하는 게 속이 메슥거렸다. 강아지. 넌 진짜 강아지다. 그런 권지용을 보고…편하겠다고…연예인이라서…하…

 

 

 

“…그것 때문에 저렇게 화낸 거에요?”
“아니, 그때 까진 가만있다가 갑자기…”

 


…그럼…?

 


“팬들 얘기를 꺼내더라고…아, 그건 진짜 내가 들어도 심하더라.”

 

 

 

…팬 얘기.

조카

맞을만하네.

 


저 새끼가, 정말 돌았나. 팬 얘기라니. 권지용에게 팬에 대한 망발을 하는 건 철저한 금기다. 팬 하나에 그렇게도 미치는 권지용인데…말을 안 해도 대충 짐작이 간다. 저번에 내가  죽도록 맞을 뻔 했을 때도, 내가 숙소 앞에 진 치는 팬들보고 짜증난다며 빠순이…비슷한 걸로 몰아 붙였기 때문이었다. 팬이라면 정말 껌벅 죽는 권지용에게…그 상황이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그거라면, 팬 얘기라면, 권지용이. 그 이성적이라는 권지용이 저렇게 미친 이유가…성립이 되지. 무슨 말을 했어, 네가. 네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기에… 권지용에게 … 뭐라고 했기에….

 

 


“팬들도 너 닮아서 개념 없다며. 부모한테 효도도 못하는 새끼들이 한심하다며.”
“…하.”
“좀…말하기 그런데…권지용은, 좋겠다고. 자기 좋다고 따라붙는 골 빈 년이 몇 십만이니…그 중 하나 잡아서…”

 

 

 

 

그 뒷말은
안 들어도 충분했다.

 

 

 

“…보이는 게…다가 아니지…”

 


씁쓸하게 웃으며, 공책 귀퉁이에 조그맣게 휘갈겨 썼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팬들이었더라면 다 알 거다. 오 년 전에 폭행 사건이니 뭐니…권지용에 대한 어이없는 루머가 돌았던 것. 다행히 그땐 타 유명 연예인의 자살로 그 루머가 금방 사그러 들긴 했지만…그래도 난 애써 그 루머를 끄집어내어 명확히 해 두고 싶다. 권지용이 그렇게 미친놈처럼 날뛴 이유를.

 


자신이, 병신이란 소릴 들어도 함구하고 있던 그가,
손이 부서져라 음표를 그리던… 그런 자신의 피나는 노력들이 산산이 짓밟혀지는걸 보고도 애써 자신을 다스리던 그가,

그렇게 이성을 잃었던 이유가.

바로,

지금. 권지용에게 등을 돌린 당신들 때문이었단 걸.

 

 


…그랬던 권지용인데…

 


다른 연예인들처럼 가식으로 팬을 챙기는 척, 위하는 척 한 게 아닌. 진심으로, 마음으로 대했던 권지용인데…

그가 스물 두 번째 가을을 맞은 어느 날.
권지용의 팬들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부디, 이 공책을 보는 팬들은… 뒤늦게라도, 이 공책을 보아준 팬들은…제발 그를 똑바로 바라봐주길…권지용은, 당신들의 G Dragon은 누구보다 자신의 팬을 아꼈다고…제발 오해를 걷고, 있는 그대로를 믿어주길…

 

 

종국에, 그의 목숨이 꺼져버린 이유가,
비참이 제 스스로 목에 칼 심을 박아 넣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이유가,

후일, 그가 내뱉지도 않은 더러운 말을 듣고 그에게 무참히 등을 돌려버린 팬들 때문이었단 걸…그것 때문이란 걸…

 

 

손등으로 눈을 비집고 나오는 눈물을 훔쳐 닦았다. 권지용의 손은…그의 울퉁불퉁한 손은, 다치고 부서진 그의 작은 손은. 팬들 앞에선 그에겐 무시당해도 좋을, 그런 것이었다. 당신들은…그에게 그런 존재였어. 그렇게, 그렇게 소중했던 …

 


후…한숨을 훅, 내어 보내고, 고개를 흔들어 그의 마지막 모습을 떨구어 보냈다. 불쌍했던 형. 제발…이것을 읽고, 형의 진심이 그들에게 전해졌기를 …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떠오르는 권지용의 잔상을 애써 정리하고, 공책 끝에 마침표를 찍었다.


권지용의 손은,
그런 것이었다.
당신들, 앞에서.

 

-Episode.2 권지용의 손. Fin

 


[ 권지용 회고록 : 03 ]

 

 

권지용을 정의하는 것은 의외로 쉽다.

그는 따뜻하게도 강아지를 좋아하고, 스파게티를 먹을 때 콜라를 챙길 줄 아는 센스가 있었으며,
이상형을 생각하며 자신의 여자친구를 상상하고, 다음 날, 뭘 입고 밖에 나갈지 심각하게 고민하는…그런.

보통의 스물 둘 이라고, 간단히 정의 할 수 있다.

 


그러나,


G Dragon 은?

루머로 덮여,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정의 내릴 수 없는 G Dragon은?

그에 대한 유언비어는 권지용이라는 '사람'을


매장…시켰다.

 

 

-권지용 회고록 Episode 03. Gossip Man

 

 


"…아…피…"

 


코에서 흘러 나오는 핏줄기를 손으로 받으며 행여 공책에 혈흔이 남을까 휴지를 뭉쳐 막았다.


새벽 두 시…눈이 침침하고, 몸도 나른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버렸다. 공책에 권지용을 적기 시작한 지 벌써 열시간이나 지났다. 권지용에 대해 쓸건 너무나도 많은데…열 시간이나 써놓고도 아직도 쓸게 많은데…사실,  어떻게 그를 표현 해야 할 지,아직도 모르겠다. 권지용을 뒤덮은 헛소문이 셀 수 없을 정도로, 공책 한 권을 죄다 채워도 끝이 없을 정도로 어마해서.

 

 

한 사람을

처절하게 죽게 만들 정도로 지독해서.

 

 

뻐근한 허리를 쭉 펴 자세를 고치고 피를 말끔히 닦았다. 화장지를 타고 번지는 핏자국이 꼭, 권지용의 눈부신 금발머리를 적시던 그의 핏자국 같아서 머리가 찡하게 울려온다. 새하얀 머리에 붉게 얼룩진 핏자국… 빌어먹을 정도로 뿜어져 나오던 피 분수.  왜 그렇게 비참하게 죽을 수 밖에 없던 걸까.권지용은.

 

 

난 종이 장에 손가락을 베이는 것만 상상해도 소름이 돋는데.

그는 어째서 자신의 목을, 자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목구멍을 갈기갈기 찢을 작정을 한 걸까.

 


…피가 덕지덕지 달라붙은 휴지를 휴지통에 던져 넣고 그를 가만히 떠올렸다.

 


왜 자살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자신의 성대를 짓이겨 놓을 수 밖에 없었는지.

 

권지용이 죽은 이유.

 


해답은 간단했다. 공책을 다시 피려 손을 뻗은 짧은 찰나의 순간에 그 질문의 답이 나와버렸으니까.

 


왜냐고.

의문 가진 내가 병신이었다. 이 간단한 문제의 답을 고민하다니.

그의 숨통을 죄어든 것은

루머.

권지용의 죽음은 결국 다 그 무서운 올가미 때문이었음을…

 



……

 

………

 

 

"이승현, 나 좀 만만해 보이냐?"

 

 

 

어느 날, 권지용이 날 불렀다. 팔짱을 끼고, 짜증나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뭐야. 또 왜이래. 하도 심통 난 표정이기에 쇼파에 누워있던 몸을 살짝 일으켜 권지용을 올려다 보았다. 만만해 보이냐니…미친,사람 죽일 일 있나. 댁이 만만하면…참. 제발 좀. 형은 만만해 질 필요가 있어.

 

"아니면…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나?"

 

뭐래. 아까부터 웬 개소리만 해대. 의미 없이 툭툭 던진 말이라고 생각했는데…권지용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표정까지 완전 덜 다린 빨래처럼 주름졌네. 아,어쨌든…그걸 왜 나한테 물으시나요.


"형이 좋아하는 여자를 내가 어떻게 알아. 누구, 마음에 드는 사람 생겼어?"

 

 

아,설마 영화배우 안수진인가, 걔 말하는 건가. 권지용보다 네살 많던 그 톱스타. 요즘 걔 쭉빵하다며  하루종일 빠져 살드만.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테이블에 놓인 포도 알을 집으려 손을 뻗자 잔뜩 성난 권지용이 내 손을 탁 친다. 뭐, 내 손은 왜 건드려.

 

 

 


"신발, 나 스캔들 났어…!!!!!!!듣도 보도 못한 아이돌이랑!!!!!!!!!!"

 

 

 

 

…스캔들?


그제서야 비스듬히 기대어 있던 몸을 일으켜 권지용을 똑바로 보고 앉았다. 아이돌가수랑 스캔들…

 

 

푸…

 

 


"푸하하하하하하!!!!!!!!!!!!!!!!!!!!!!!권지용이랑 아이돌 가수랑?!?!?!?!??!!"
"…미친, 기가 막혀서 신발…아이돌…아, 말하는 것도 조카 오글거려. 아이돌이래. 기자들은 뇌 속에 생각회로장치가 번트했나봐. 내가 어떻게 네 살이나 어린 꼬맹이랑…!!!!!!!!"

 

자신보다 급이 낮다 싶은 연예인과는 가깝게 지내지도 않는 관리 철저한 권지용이 아이돌 가수와 스캔들 이라니…게다가, 네 살 어리면…중 삼?!? 순간 포도즙을 콧구멍으로 뿜을 뻔 했다. 헐. 진짜 초딩 연애네. 플라토닉 러브? 푸하하하하!!!!!!!

 

 

 

"미친 신발 기자 개 새끼들. 안수진이랑 데이트 따 논거 물 건너 갔어…샹…한창 작업 질에 열 올리고 있었는데…스캔들…신발…"


…듣고 보니 권지용의 짜증 이빠이 돋은 표정도 이해가 간다. 몇 주 전부터 함께 CF를 찍던 톱스타 안수진에게서 참으로 매력적인 여성상을 느꼈다며 뻐꾸기를 날려볼까 공 들이던데. 그런 마당에 중 삼 짜리 꼬꼬마 어린애랑 스캔들이 나다니.

 

참. 데이트까지 따놨었다고? 어허. 다 된 밥에 재 뿌렸네,아주.

 

"아, 왜 하필 이럴 때!!!!!!!나 안수진이랑 데이트 약속 잡아 놨었단 말이야!!!!!!!!근데,신발 누구?!?!?인기 걸 그룹 A모양과 스캔들?!?!?!누굴 호구로 아나,신발!!!!!!!내가 그런 B급이랑 뭘 해?!?!?!"

 


…하긴, 항상 톱스타 아니면 상대를 안 하던 권지용 이었으니까…형의 위치가 그 정도다 보니,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극도록 신경 써서 관리하더라. 그런데 겨우 데뷔 2년 차의, 게다가 라이브도 지지리도 못하는 말 그대로 비주얼 가수의 전형인 (참고로 권지용이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얼굴 믿고 노래 연습 안 하는 골 빈 애들이다.) B급 아이돌이었으니. 짜증날 만도 하지.

포도 알을 와구와구 입 안으로 밀어 넣으며 샹 소리를 반복하는 권지용의 등을 툭툭 두드려주곤 그의 노트북을 끌어당겨 마우스를 잡았다. 도대체 누구랑 스캔들이 난 거야. 아이돌? 지금 그만한 아이돌이 있나…

 

 

 


입을 삐쭉 내밀고 마우스를 죽죽 내리자, 줄줄이 펼쳐진 기사내용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가관 이었다. 추측 기사에 말도 안 되는 증거들…커플 팔찌에, 커플 티에 별 웃기지도 않은 증거사진을 들이대며 쇼를 한다. 게다가 저 커플티라며 올라와있는 티셔츠…

 

…저거 작년 생일때 내가 사준 건데. 저렴한 G마켓에서. 도대체, 뭘 보고 그런 기가 막힌 스캔들이 나온건지.


솔까 권지용이 인간관계 철저한 건 대한민국 연예계 종사자들 거의가 다 아는 사실일텐데. 권지용만 해도 나이가 어려서 그렇지…데뷔 7년 차면, 게다가 공백기 없이 늘 음반계를 휩쓸은 시놉시스를 보자면 거의 국내 최 정상급인데. 그런 권지용이 B급과 연애를 한다고? 지랄.

 


작년에도 이런 비스무리한 기사가 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무슨 반짝 스타랑 엮던데. 탈렌트 A모양이 청담동 한 카페에서 권지용에게 물을 들이부었다느니 … 그 A모양과 연인사이로 밝혀진 매니저가 권지용이 A모양에게 달라붙는걸 보고 구석진 골목에서 그를 발로 까버렸다느니…진짜 말도 안 된다. 권지용을 발로 차? 물 세례를 퍼부어?

 

 

그랬으면 그 A모양, 진작에 연예계에서 퇴출 당했을 거다. 백퍼, 권지용의 지랄 같은 성격이라면 입에서 불을 뿜었을걸.

 


"…근데 안수진이랑 데이트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기획사 사장님께서 뭐라셔? 당분간 근신하래?"

 

 


기사며 댓글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작게 끝날 일을 아닌 듯 싶었다. 기자회견이라도 열어야 할 분위기인데,아주.

 

 


"몰라. 어제 전화 받고 조카 놀라서 뛰어갔는데 사장님도 어이 없어 하시더라. 일단 기사 잠잠해 질 때 까지 조용히 지내래."

 


…어쩐지. 평소엔 바빠서 안부인사 한번 못 나눌 정도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 집에 쳐들어온 권지용이 의아하긴 했다. 그게 다 스캔들 때문에 근신 처분 받아서 그런 거구나.

 

 


…근데.왜 하필 우리 집이야? 아주 , 우리 집이 지네 집이지?

 


"이번 기회에 머리나 좀 식혀. 요즘 잠도 잘 못 자잖아."
"그럴라고 여가 왔지. 지금 집에 들어가봤자 시끄러워서 못 자. 팬들이 진치고 현수막 쳐 놨댄다. '그 여자만은 안돼!!!!!!!' 막 이러면서. 되게…귀엽지 않냐.우리 팬들."

 


…얼씨구. 저 새끼 또 시작이네.
입 꼬리를 씨익 말려 올리며 낄낄대는 권지용,아주 영락없는 팔불출이다. 그게 귀엽냐,너는?! 니 여자친구 만들지 말라고 짹짹대는게?!

 


가끔가다가 권지용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나 같으면 그렇게 사생활까지 참견하며 바락바락 속 긁는 팬들. 어쩔 땐 귀찮을 텐데.

 

 


"그래도 좋냐? 팬."
"그걸 말이라고. 아, 거기 쿠션 좀 던져 줘봐. 졸린다."

 

 

참,단언 하는구나. 난, 형네 팬들 무섭던데. 매번 콘서트 장에 갈 때마다 여자들의 무서움을 새삼 느끼곤 한다. 화장이 죄다 번진 얼굴로 고래고래 노랠 따라 부르고, 콘서트 장을 나가는 권지용을 잡으려 미친 듯이 달려나가고. 온갖 망가진 여성상은 콘서트 장에서 다 배운 것 같아.


어우, 겁난다. 이런 헝클어진 모습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단언하는 권지용. 지금도 이해 불가다.

 


"하여튼, 징하다, 징해."
"…뭐가?"
"아,아니…그나저나 지금부터 빨리 자. 어제도 가사 쓰느라 밤 샜지? 다크 써클 봐. 나보다 심해."
"닥쳐."

 

 

곧 쇼파에 몸을 뉘이는 권지용의 눈가를 콕콕 찍어보며 웃다가 날 쥐 잡듯 노려보는 권지용에 식겁해서 쿠션으로 얼굴을 눌러 가려버렸다. 쿨쿨 주무세요. 잘 시간도 별로 없을텐데.

 

 


"잘자!"
"오냐."

 

 

헤,하고 웃어주며 거실 불을 리모콘으로 끄곤 다시 마우스를 잡았다.기사나 몇 개 더 찾아보자. 어휴, 이딴 말도 안 되는 허위기사 말고 제대로 된 사실기사는 없나. 실시간 검색어엔 온통 권지용 스캔들…이 많은 오보 가운데서 진실된 기사는 단 하나도 없나보구만. 도대체 이딴 웃기지도 않는 스캔들은 떴으면서 안수진 데이트약속은 왜 안 뜬건데?!

 

 


 


…헐.

 

 

 

 

"…헐.대박."
"…뭐?"
"푸하하하!!!!!!!!!!!!!!!!!미친!!!!!!!!!!!!!!!!!!!!!!!!!!!!"
"엄마,깜짝이야!!!!너 미쳤냐?!?!?"

 

 

 

그리고

어떤 기사에 달린,

추천을 637개나 받은 베스트 댓글을 보고
눈알이 빠질 듯 쳐 웃고 말았다.

 

 

 



…아무리 루머라도 …진짜 이건…푸흐…푸하하하하하하…!!!!!

 

 

 

 

「지드래곤 완전 찌랭인거 모르셨어요? 걔 저랑 같은 고등학교 나왔는데 뭐 같지도 않은 놈이 여자 꼬실라고 레이더 세우는 거 때매 욕 많이 먹었음 ㅋㅋ이번에도 그랬나보져 ㅋㅋ」

 

 


…푸흐…푸흐흐흐흫흐흐흐흐!!!!!!!

 

"끼하하하핛하하핳!!!!!!!!!!!!!!!!!!혈보고 찌질한 새끼래!!!!!!푸하하하학끼악헉헉헉끄악캭캭캭!!!!!!!!!!!!"
"…뭐?어디봐봐."
"끼하학악캭!!!!!!!!!미친!!!!!!!!!손나!!!!!!!!!!!푸하하하하하하핳!!!!!!!!!!!!"

 

 

 

 

땅바닥을 구를 뻔 했다. 뭐? 고등학교 때 여자를 꼬시고 다녀?! 푸하하하하!!!!!잘도 그랬겠다…!!!권지용이?누구, 권지용이?!?푸하하하하!!!!!!!

 

 

 

"웃지마,신발!!!!!!내가 도대체 누굴 꼬셨길래…!!!!!!!"
"진짜 너무하…푸르흐흐흐흐…아,진짜 찌질해,권지용!!!!형 그런 사람이었어?!?!?!"
"…안 닥쳐?"
"잠시만,짐시만…여기 또 댓글이…푸하하하하…!!!!!이번엔 형이 빵 배달이나 하던 새끼래!!!!!!!!!!!빵셔틀!!!!!!!!!!"
"…신발,너 PSP갖고 싶댔지. 그거 갖고 싶음 저 새끼 당장 데려와."

 

 

 

정말, 진짜 오랜만에 미친 듯이 웃었다.빵셔틀?!?찐따?!?!미치겠다,진짜…!!!!!!!!!!

 

 

 

 

 


 

…진짜…

 


 

 

 

…그때는, 웃었는데.

그때는…그 루머를 보고 그렇게 뒤집어 질 듯 웃었는데.

왜, 지금. ' 가끔, 말도 안 되는 루머를 보고 상철 받아요. 저, 아직 어리거든요…'라고, 씁쓸하게 말했던 권지용이…떠오르는 걸까.

 

 

볼펜을 고쳐 잡고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어렸던 권지용…그땐…그때까진 웃었던 그…

 

 

피식…입술에서 헛웃음이 자그맣게 새어 나온다. 루머에, 사람을 죽이는 루머가 있을 줄은…있다더라도 설사 , 그 루머란 게 권지용을 죽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

 


훗날,


절대 웃지 못할 개소리가, 권지용을 죽였다.

 


그의 속을 갉아먹고, 그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그의 두 다리를, 꺾어버렸다.

 

 

 

 

 

[GD 마약한다며, 들었어?]

 


 아,그 루머…그가 마약을 한다던, 그 더러운 루머.

곡 쓸 땐 하루에 서너 갑도 줄담배로 태우는 꼴초 권지용이 목 상한다며, 몸 상한다며. 나머지 시간엔 단 한 개피도 태우지 않았다.
그렇게 자기를, 자기 목소리를 아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걔 진짜 더럽대. 게이라는데? 지금까지 톱스타로 큰 것도 다 스폰서한테 뒤 대줘서 그런 거래…]

 


왜소한 체격이나 곱상하게 생긴 얼굴.연예계에 나가면 그런 자신을 보고 추근덕 대는 미친 새끼가 많다고. 그 새끼한테 결국 샹 소리를 내고 한대 후려갈기고 나왔다며, 그런 새끼들이 하는 방송이라면, 차라리 언더에서 뛸 지언정 더럽게는 안 하겠다며 성질을 내던 그가 게이라며…

 


[사실, GD 곡 나오는 거 다 걔가 쓴 거 아니래. YG 사장이 진짜 작곡가 입 막은 건가 봐.진짜 강아지 아니냐?]

 

 


심하게는 일주일 동안 잠 하나 안 자고 건반을 두들기던…손이 휠 정도로 펜을 잡던 권지용이
남을 제 곡처럼 쓴다며…

 

 

 

[권지용, 걔가 싸이월드에 올린 글 봤냐? 팬들보고 골 빈 쓰레기래…아.진짜 인간 말종, 정신 털렸나봐.]

 

 

팬들…팬들…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그들이 너무도 고맙다고, 그 사람들 위해선 정말 못 해줄게 없다고. 아직 어리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다운 말을 하던 그에게,
거짓으로 캡쳐된 합성사진을 뿌리며…주제도 모르는, 개념 빠진 새끼라고 …

 

 

 


기가 막힌 루머들이,
결국 권지용을 죽였다.

 

 


"…아니라고 항변을 하지…왜 죽어 버렸어…"

 


덜덜 떨리는 손을 가다듬는 게 힘이 든다. 아니라고 말을 하지…이런 병신아…왜 말을 안 해…아…형…

결국 제 풀에 지쳐 책상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왜 그딴 꼴 같지도 않은 루머에 형이 죽어야 해, 왜…

 

 

"…아…"

 

 


…아.

그렇게 같은 말을 중얼거리다,
갑자기, 아차.싶어 고개를 들었다.

아니다. 권지용이 항변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는 수 없이 아니라고, 그 루머는 거짓이라고 항변했다.

 

 


다만.


너희들이 그걸 듣지 않았을 뿐이지.

 

 


눈물을 훔치고 나니, 마약루머가 화두로 떠오른 그날에 대한 기억이 머릿속을 찔렀다. 마약 루머가 퍼지고, 걷잡을 수 없는 헛소문에 결국 기자회견이 열렸을 때.
자신을 마약이나 하는 쓰레기로 몰아가며, 'GDRAGON.이대로 무너지나.'라는 기사제목을 기대하며 쉴새 없이 질문을 던졌던 기자들이 떠오른다.

 


매도…매도…또 매도…

 

 


두 시간 가량을 계속 그렇게, 그의 심장을 후벼 팠다. 말이라는 비수로, 그를 할퀴어놓았다.

 

 

 '그럼 마약을 왜 하신 겁니까'

'아닙니다…저…마약은…'

 ' 언제, 어느 날에 어떤 경위로 복용하셨죠?'

 '아뇨…!!!전…마약을 하지 않았…'

 ' 넌 분명 마약을 했지. 다 알고 있으니 자백해.'
 

 

전…하지 않았다구요…믿어주세요…제발…여러분…믿어주세요…
 

 


…하…

 

그래,

결국에 그는.
귀를 막고, 그 자리에서 울었다.
꾹 다문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그걸 보고, 내가 얼마나 놀랐던가. 나중에 보니, 그 여리던 입술이 다 헤졌더라… 그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울었다. 권지용이,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고갤 흔들며 울었다. 입술엔,피를 잔뜩 매단 채.

 


그 모습을 지켜본 난…어땠을까…정신이 산산이 부서진 게 훤히 눈에 보이는 그를…그를 보며 난 어땠을까…그때, 아, 가슴이 찢어진단 게 이런 거구나…싶었다. 운다. 권지용이, 남들 앞에서.
수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어린애처럼 귀를 막고…고개를 덜덜 떨며 눈물을 보인다…남들에게만은 항상 강해야 했던 권지용이, 자신도, 주위도 모두 다 잊고…할말을 잃을 정도로 운다…

 

 

 

그 눈물,
안구가 다 쓸려 닳아 없어질 정도로  펑펑 새어 나오던 그 눈물을 보고…

기자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안쓰러운 그를 보고….

 

 

 

 


"…하…"

 

생각…?

 


…그들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좀 더 자극적인 기사를 쓸 지. 그래서 이 마녀사냥에서 어떤 루트로 권지용을 화형 시킬지 고민하는 것 외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버젓이 'G Dragon, 마약 혐의를 자백하는 참회의 눈물 흘려…'라는 내용과 함께 어린애처럼 우는 권지용의 사진을,
그런 성기같은 기사를 내보냈으니까.

 


하…깊게 숨을 내 쉬고 두 손으로 펜을 꼭 쥐어 떨리는 펜촉을 왼손으로 고정했다. 이 공책에 더는 말을 이어 갈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이고, 참담한 기분이다.
이 마녀사냥에서, 비참이 무너진 권지용의 삶에서 제발 뭔가 느낀 게 있기를.

 

 

이것 하나,

권지용이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개 같은 루머.

그 사건의 진위를 알고
제발, 그를 똑바로 봐 주길.


이미 죽은…세상에 없는 권지용이지만.
당신들의 잔인한 마녀사냥에 희생된 권지용의 진실들을,

늦어서라도, 이 공책을 통해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그래, 그래야지…조금이라도 그가 덜 억울해 질까….

 

 

당신들에게,전합니다.

 

 

당신들이 믿었던 G Dragon의 개 같은 루머.

안티라는 이유로, 그의 인격적인 부분까지 비틀어 부슨 강아지들…그 새끼들이 퍼뜨린 루머.



거짓이야.


모조리 다.

 

 

 

 

 

 

아,그리고.한가지 더.


당신들은,

그렇게. 권지용을 죽였어.
진실을 보지 않고서.

 


-Episode.3 Gossip Man. Fin

 

 

[ 권지용 회고록 : 04 ]

 


"…살…려 줘…"

 

그의 눈동자가 새빨갛다. 그 빨간 눈동자에서 새어 나온 피눈물이, 그의 길고 까만 속눈썹에 흘러 방울 져 맺힌다.

피 눈물.
예수의 죽음에 피눈물을 흘렸다던 성모마리아처럼, 그는 피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괴로웠으면…피눈물까지 흘려…마리아도, 그도.
숨이 막혀온다. 피의 비릿한 냄새에…숨이 막혀와…
그리고, 그 맺혀있던 핏방울이 속눈썹을 타고 떨어져 새하얀 볼을 적셨다. 그래, 그리고서 내 귓가에 들린 세 글자.

그는 그 피 만큼 붉은 입술을 열어 한 글자,한 글자 간신히 말했다.

 

줘.

 


그리고, 그 다음은 …


"…안돼…!!!!!!!!권지용…!!!!!!!!!!!!!"


살고 싶어 하는 그가

아이러니 하게도

제 목에 과도를 꽂아 넣는다.

 

 

 
-권지용 회고록 Episode 04. 악몽.

 

 


"하아…하…하아…신발…"


빌어먹을…


권지용의 꿈을 꿨다. 쏟아지는 피곤함에 잠시 책상에 머릴 기대고 눈을 감았는데, 빌어먹게도… 그 날의 끔찍한 기억이 꿈으로 재생되어 버렸다. 형이 제 목을 헤집어 비참이 죽은 그날.

 


한 동안은 이 처참한 악몽을 계속 꿔야 할 것 같다. 권지용이 죽을 때의 그 모습. 너무나도 살고 싶어 하는 눈으로 제 명을 끊은 그 행동들이 내 뇌리에 깊숙이 박혀 끊임없이 정신을 괴롭혔다. 손이 덜덜 떨려온다. 무엇보다, 내게 간절한 눈으로 애원했던 권지용의 모습 때문에…그래, 확실히 기억해. 형은 나보고, 살려달라고 했어. 살려달라고.


그토록 애절하게 살려달라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던 그가, 자신의 손으로 여리디 여린 목을 갈랐던 장면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권지용의 모든 것을 적어야 하는 내게 권지용과 관련된 기억들은 어느 것 하나라도 잃으면 안 되는 것이지만, 그가 죽는 그 비극적인 광경은 제발 잊었으면 한다. 날카로운 칼날에 갈라져 살결이 터지는 장면이란…


바닥에 쓰러져 목을 쑤신 칼을 놓친 순간에도, 피를 왈칵 쏟아내고 호흡이 사그라드는 순간에도…


권지용은 날 보며 살려달라고,그렇게 눈으로 말했다. 죽기 싫다고…하지만, 살기가 무섭다고 그렇게 말했다.

 


"…후…"

 

어제처럼, 난 그에 대한 모든 걸 써내려 가야 할 일종의 자기책임이 있기에 책상 옆에서 뒹구는 볼펜을 습관적으로 잡았다. 하지만…역시…그의 마지막 모습은, 다시 기억하기엔 너무나 괴롭다.보는 것 만으로도 찢어지는 고통. 그 것이다.

 

 

 


심호흡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그 끔찍한 기억 속으로 들어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아마 평생 동안 품고 살아야 할 장면이었기 때문이었으니까. 눈을 감고, 숨을 고르자 서서히 그날의 기억들이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권지용의 붉은 피로 적셔졌던 그날의 기억들…

 

…그날의…

 

죽어가던… 그 …

 

 


……


………

 

                

"…제발 정신 좀 차려, 형…!!!!!!이렇게 무너지기만 할거야…?!?"
"불 키지마…!!!!나가…나가…!!!!!!!!!"

 

 

쓰레기장처럼 초토화 된 권지용의 방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세상에. 단 이주일 만에…겨우 십 칠일 만에 사람이 이 지경이 되다니…말도 안 돼.


"이러고 있지 말고 나가자…응…왜…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대인 기피증이라도 걸린 사람마냥 이불 속으로 고갤 쳐 박는 권지용 때문에 억장이 무너진단 게 이런 거구나, 새삼 느꼈다. 형이 왜 이 꼴로 있는 건데…왜…항상 빛나던 네가 병신처럼 이러는 건데…!!!!

 

제발 권지용이 꿋꿋이 일어나길 바랬다. 저렇게 이불에 의지한 채 덜덜 떠는 모습이 아닌, 평소의 그답게, 자신을 매도하는 루머에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며 당당히 노래하길 바랬다. 일어서길 바랬다…

 

…하지만…권지용은…

 


"…승현아…나가…불 꺼줘… 나가…"

 

 

일어서기엔 그에게 내려치는 채찍이  너무도 가혹했다.


주저 앉아버리려는 다리를 애써 지탱하고 밖으로 나와 방문을 닫았다. 저런 모습…저렇게까지 일그러진 모습은…처음이다. 어쩌면…어쩌면 다시 일어서지 못 할 수도…그만큼 장난 없는 몰골이었다.아…진짜…형…

 


"지용이는…좀 어때?"

 

기획사 사장님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쇼파에 앉아, 권지용의 방을 나오는 내게 물었다. 권지용이 지금 어떤 상태냐고. 얼마나,죽어가고 있냐고…
사장님도 아실 거다. 저 상태의 권지용, 재기 불가 라는 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맞아요,형은…죽어가고 있어요. 저렇게…저렇게 어둠에 갇힌 채로.

 


"…내가 면목이 없다…."

 

고개를 푹 숙인 사장님의 눈에 눈물이 괴었다. 나처럼, 내가 권지용을 붙잡고 울듯이.
…사장님 잘못이 아니죠. 개 같은 기자들의 기만 때문이지…지난 이주 동안, 권지용. 그는 얼마나 처절한 질타를 받았나. 그것도 전혀 사실이 아닌 것들로만.
마약파티를 갔다느니…접대를 했다느니…. 팬들을, 버렸다느니.


그 채찍질을 다 견뎌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게다가 지독한 열병을 앓아 속까지 뒤집어진 상태로 겨우 무대에 섰건만, 그는 생방송에서 계란을 맞았다. 날달걀을. 온몸에. 그리고, 한 소절도 노랠 부르지 못하고, 한 동작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렇게 생방송을 펑크 냈다.

…그렇지만…그게…

권지용 탓이며, 사장님 잘못이냐고…

 

아무 잘못 없던 그가
대인 기피증에 걸려 빛을 잃었다. 길 없는 암흑에 잠식당했다. 마지막 빛마저 박살내버린 매도자들 때문에 그는 버려졌다.

사람들은, 심지어 팬들마저 불매운동을 한다며 등을 돌렸다. 팬들마저. 기사 몇 줄에, 모두가 권지용에게 침을 뱉었다. 그가 팬을 누구보다 아낀단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건만, 허위기사 몇 줄에 권지용의 팬들은 지난 구 년간 그가 자신들에게 보였던 눈물을, 구부렸던 허리를 모두 위선이라며 버렸다. 권지용은 그렇게 버려졌다.

 

"내일 다시 올게요. 후…짐이랑 옷 몇 개. 아예 챙겨 와야겠어요."
"그래…지용이가 너 말고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어…"
"…네, 그럼 오늘은 사장님께서 있어주세요."

 

 

거의 십오 년을 가까이 함께한 권지용인지라, 어쩌면 내가 그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셨을까. 권지용의 곁을 지켜달라며 날 부르신 사장님이 쓰게 웃으셨다. 권지용이, 아무도 만나고 싶어하지 않아한다고. 그래, 너라면,그래도 입이라도 틔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희망 없는 부름에 더 가슴이 먹먹하더라.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권지용의 집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내내 지난 이주일 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아득하게 겹쳐졌다.

지옥의 이주일. 내게도, 권지용에게도 그만큼의 악몽은 없었을 것이다. 권지용을 추락시킨 끔찍했던 그 날. 그 날부터였을까, 권지용이 서서히 색을 잃어간 게.

십 칠일 전, 권지용의 아홉 번째 정규 앨범이 선 공개, 티저 영상 없이 바로 발매되었다. 마케팅 없이도 분명 대박이 날 거라며…그게 전주부분 조차도 공개하지 않고,바로 앨범 발매를 시작한 이유였다. 그래, 나도 그 곡을 듣고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봐도 마케팅이 필요 없을 정도였거든. 그의 자신 있어하는 웃음에 나도 웃었다. 이번에도 정말 곡 하나 제대로 잡았다고. 역시,권지용…형은.

 


그렇지만, 그로부터 이틀 후,
권지용의 이름은 실시간 검색 어에 올랐다.

 

검색 어는

'지드래곤 표절'


모두들 할 말을 잃었다. 표절이라니, 표절. 그 소식을 들은 권지용은 그자리에서 굳어버렸다. 한동안 아무 말도 않더라.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고, 항상 천재 작곡가의 재림이란 소릴 듣던 그였다. 표절이라니. 권지용이 표절이라니. 권지용이 표절을 한 곡이라며 인터넷에 함께 올라온 그 곡을 듣고, 권지용은, 거의 공황수준이었다.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표절 사건에, 차마 대처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는 표절 시비에 우두망찰 했다. 그가…그 상태에서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었겠어. 순식간에 쏟아지는 질타에 어안이 벙벙하게 입을 다무는 일 밖엔, 그저, 질타를 견디는 것 밖엔.

 

 

…그래도, 그래도 권지용은 웃었는데. 공중파 프로그램 마다마다, 차마 들어주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그를 매도했지만. 냄비 같은 대중들이 그 흐름에 현혹되어 덩달아 그를 씹어댔지만 그래도 권지용은 웃었다.웃는 얼굴로 방송에 나갔고, 밤마다 이를 악물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 답지 않게 온갖 음악방송에서 목소리를 틔웠다.

혹시라도 표절사건이 일어날까 봐, 조금이라도 똑같으면 대중들은 표절로 생각한다고 두 달 전부터 모든 음악을 듣지 않았던 권지용이었다. 그래서, 그랬기에 더 웃을 수 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공식 사과를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표절이 아니란 것, 해명 해 낼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그렇게 다짐하며 애써 버틴 게 아니었을까.


표절이라니, 온전히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들 이다. 일주일간 거지처럼 틀어박혀 곡을 써내려 갔던 권지용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위태위태하게 겨우 웃으며 무대에 선 그를,
비틀거리는 다리를 애써 다잡으며 마이크를 잡은 권지용을.

표절한 곡으로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미는 철면피 같은 새끼라며

무참히 씹어댔다.

 


"…진짜 형을 어떻게 살려야 하나…"


옷가지를 가방에 쑤셔 넣는 동안 가슴이 퍽퍽해 몇 번이나 두드렸는지 모른다. 정말 답답해. 사람들은 왜 그렇게 권지용을 모를까, 왜. 단 한번도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한 적 없는 그였는데. 왜 그를 그리도 모를까.

권지용이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미친 듯이 달려들어 물어뜯는 건지.

한숨을 푹 쉬고 커다란 가방 지퍼를 올려 잠갔다. 알람을 맞춰야지. 내일 아침, 일찍 권지용의 집에 가봐야겠다. 뭐, 내일 학교는…대리 출석 하지, 뭐.

 

 

눈을 비비고 시계를 보니, 어느덧 열 한시다.
지용이 형은 지금 자려나…좀 자는 게 좋을 텐데. 근 몇 주 사이에 평생 겪을 고난을 다 겪었으니…표절은 그렇다 쳐도, 마약에 게이. 홍대 술 파티, 방송계 선배의 뺨을 갈겼단 루머는 뭐냐고. 게다가 그 뺨 갈겼단 루머…말도 안돼. 음악프로에서 권지용을 신랄하게 비꼰 그 선배가수에게 권지용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까지 했다. '충고 달게 받겠습니다…'라고.


그런데 그런 그가 도대체 뭘 잘못 했기에 싸잡아 죽이질 못해 안달이야.

 


아주 예전에, 그와 내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이와 같은 루머가 하나씩 터질 때마다 화내며 울컥하는 내게 권지용이 했던 말.


'놔둬, 걔네들은 그저 동네북이 필요한 것 뿐이야. 세상 살기 힘들 텐데 나라도 씹혀줘야 사람들 사는 맛이 나지.'


…동네북. 찢어져라 때려 쳐 버리는 동네북.단지 그게 필요했을 뿐이라고. 그는 그걸 받아들였다. 그 처절한 매질을 이를 악물고 받아들였다.

 


빵빵하게 채운 짐 가방을 한쪽으로 밀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진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권지용이 힘을 찾지. 까마득하다. 그를 일으켜 세우지 못 할까봐 걱정 돼. 누구보다 여린 사람이란 걸,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도 실상은 속이 갈기갈기 찢겨 우는 사람 이란걸 알기에.


그래서 걱정된다. 차라리 내가 권지용을 대신해 항변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그럴 수 없으니 답답해.

 

 

 


"…어…?"

 

 

팔 등을 눈가에 올리고 이불을 끌어당겨 잠을 청했다. 일찍 자야 내일 일찍 가지…그런데 그 순간.

책상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며 벨 소리를 울리는 핸드폰에, 자리에서 슬쩍 일어났다. 이 밤중에 누구야…조금만 늦었으면  못받을 뻔 했네.

 

 

 

"…여보세…"
[승현아!!!!!!!!!!!!!!!너 오피스텔로 당장 와!!!!!!!!!!!!]
"…누구…사장님…?"

 

휴대폰을 집어 폴더를 여니,
방금 전 헤어졌던 권지용네 기획사 사장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방안을 울렸다. 무슨… 오피스텔…?왜…무슨 일 이길래…!!!

 

 


[권지용.지금 난리 났어…!!!!!!!!!!!]
"…네?"
[얘 사고 쳤어!!!!!!!!!!!!!]

 

 

 

 

그리고

차마 떨어뜨린 휴대폰을 주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할말을 잃어버렸다.

 

 

 


[얘…악보 죄다 찢고 난리 났다고…!!!!!!!!!!!!!!!!!!!!!!!!!!]

 

 

 

 


***

 

 

 


…신발,신발…!!!!!!!!!!
설마 설마 했다. 설마 내가 나간 사이에 사고를 치겠나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세상에…이게 진짜 미쳤나…!!!!

허겁지겁 운동화도 겨우 구겨 신고 미친 듯이 권지용의 오피스텔로 달렸다. 악보를 찢었단다. 이번에 표절 시비가 붙은 그 곡, 그 곡을 지을 때 그렸던 악보들을 모조리. 혹여나 소송이 제기 될 때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 그것들을 찢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사장님 앞에서 그 생 지랄을 할 순 없을 거다. 사장님 앞에서, 자길 십 년 이상 키워온 사장님 앞에서 그런 짓을 하다니. 게다가… 다 찢고 죽겠다며 테이블에 대가리를 쳐 박드랜다…세상에. 미친 새끼!!!!!!!!!!권지용, 제발 내가 갈 때까지 몸만이라도 무사해라…사장님이 그리 다급하게 부르셨을 정도면…심각하단 소린데…!!!!!!!

 

 

 

"권지용!!!!!!!!!!!!!!!!!!!!!!!!!!!!!!!!!!…아…"

 

 

 

 

 

 


아.

 

 

 

 

 

 

 

 

"…권지용…이게…너…뭐…"
"승현아…!!!!!!!!!!지용이 좀 말려봐…!!!!!!!!!!!"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빠르게 누르고
귀청이 떨어져 나갈 만큼 문을 쾅 재껴 열었다. 그랬다. 그랬는데…

 

 


"…씨…발…야…야,권지용…칼 내려놔,새끼야…"

 

 

 

거실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손이 바르르 떨렸다.

 

…권…권지용…지용이 형…


정말

 

미쳤어…?

 

 

 


내 눈에 보인 건,
권지용의 피.

손목에 날카롭게 세워진 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권지용의 붉은 피…….

 


너무 놀라면 온몸의 힘이 빠진다는 말, 그 말…사실이었다. 권지용을 내리눌러 칼을 뺏어야 한다고, 그렇게 머리가 말했지만…내 몸 하나 버티기도 힘들만큼 힘이 빠져버렸다…아…권지용…하지마…새끼야…미친 새끼…!!!!

 

자기 팔보다도 더 넓은 식칼을 제 손목에 대고 짓누르는 권지용이,
그런 손목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이.

 

 

그리고

그의 발 아래에서 갈기갈기 찢긴,
수많은 수정과 고민을 거듭하여 써내려 간…그랬다는 흔적이 누가 보나 명백한 악보 조각들이


선명하게 떨어지는 핏줄기를 받으며

수북이 쌓여있었다.

 

 

"…미쳤어…권지용…칼 버려…당장 안 버려…?"

 

 

 


악보 조각을 밟으며 앞으로 한 발짝 다가서자, 권지용은 칼을 쥔 손에 힘을 더 쥐며 한발짝 물러선다…형…제발, 지용이형…

 

형이

이 꼴로 있는데,왜…

 


"형…칼 이리 줘…하지마…손에 힘 빼…!!!!!"


권지용의 눈에서 또르르,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그의 갈색 눈이, 눈물에 적셔져 탁하다. 아무 표정 없이, 아프다며 찡그리는 표정 하나 없이 그는, 소리 없이 울었다. 소리 없이 눈물만 쏟았다… 제발,제발 좀…내가 오기 전까지 두세 번은 그엇는 지, 손목에 새겨진 흔적에 헛구역질마저 날 것 같았다.제발…형…

 

 


"…승현아…"

 

그리고 , 권지용은 곧이어 입술을 떼 내 이름을 불렀다. 얼굴에 달라붙은 금색의 머리카락이,눈물에 젖어들어가고, 그럼에도 형은 칼을 놓을 줄 몰랐다. 내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줄줄 쏟는 그 순간마저도 칼을 쥔 손에 힘을 놓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살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도 되는 양 붙들었다…그만해…하지말자…칼 놔,하지 말라고…!!!!!!!!
 
 

 

 

 

 


"…죽는 게…무서워…"

 

 

…죽는 게…

무서워…


소름 끼칠 정도로 갈라진 목소리…아.이게 권지용의 목소리가 맞긴 한 건가. 죽는 게 무섭다며 눈물 젖은 그가 조근조근 뱉어낸 말은 등골이 싸늘해지도록 망가져있었다. 이게, 이게 진짜 형 목소리야…?맑고, 듣 는 것 만으로도 숨을 멈추게 하는 권지용의 목소리가 맞는 거냐고 …

 


"승현아…손목을 그으면…죽…을수 있을까…"

 

간신히,그가 말을 잇는다. 손목을 그으면 죽을 수 있냐고…….죽는 게 무섭다면서…그런데 왜 죽으려 해…손목을 그어도 형은 죽지 않을 것이다. 형이 몇 번을 긋던, 당장 119를 불러 살려낼 거야. 사람 목숨, 그렇게 쉽게 끊어 지지 않는다. 아무리 손목을 그어도…사람은 죽지 않아. 대처만 빠르면 살 수 있어. 그래…저렇게 죽진 않을 거야…그러니까 개 수작 하지 말고 칼 놔…!!!!!!!

 

 

 

 


" …나 …죽을까요 …이렇게…그으면…"
"권지용!!!!!!!!!!!!!!!!"

 

 

 


아아아아악!!!!!!!!!!!!!!!!!귀를 막고 재빨리 눈을 감았다. 미친…!!!!권지용이 손목을 한번 더 그었다…아…형…그러지 마…내가…형을…어떻게…!!!

 

 

 

"승현아…"
"…흐으…형…하지마…제발…하지마…"
"…왜…사람들은…"

 


온몸이 덜덜 떨리고, 이대로 서 있는 게 힘이 들어 눈 앞이 아득해졌다. 토할 것 같아…말려야 해…권지용을 말려야겠는데…!!!

 


"…날…모를까…"

 

 


그 끔찍이도 절망적인  권지용의 한 마디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벌써 붙어 말을 잃고 주저앉은 사장님도, 입술을 깨물고 간신히 버티고 선 나도, 사건의 중점 권지용도.

오로지 종이에 떨어지는 핏방울들이 투둑,하고 만들어낸 소리만이
마치 천둥소리라도 되는 듯 오피스텔을 울렸다.

 

권지용을,
모른다.

사람들은,그를 모른다. 그의 고독을, 괴로움을, 고통을 모른다.
권지용만이 사람들을 알 뿐이다. 자신에게 비난을 내던지는 사람들을, 그들이 내리꽂는 상처만을.

 

 

"…나…살고 싶어…승현아…"

 


왈칵 눈물이 솟았다. 살고 싶어 하면서도 손목에 칼을 긋는 권지용을 어쩌면 좋을까. 살아…살고 싶으면…살라고…!!!!
그런데도 죽는 형을, 어쩌면 좋아…

 


"흐…죽지 않곤 살아갈 자신이…없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손목에 상처 하나가 더 새겨졌다. 제기랄…!!!!아까보다 더 깊게 그었는지, 이번엔 정말 동맥을 스쳤는지 손목에서 벌어진 피부 틈 사이로 피가 솟구쳐 올랐다. 아아악…!!!!안돼…안돼…!!!!!형…형…안돼…제발 안돼…!!!!!!!!

 

 

 

 


"내가 …하…"
"놔…칼…하지마…"
"죽지 …않으면…승…현아…그러면…"

 

 

 


…아.무슨 말을…하려는 거야.


과다한 출혈에 말 조차 잇기 힘든지, 피가 덕지덕지 묻은 얼굴로 애써 말을 반복한다. 아니,괜찮아. 이승현. 침착해. 안 죽어…안 죽을 테니까…다시 살아날 테니까…권지용 살려…!!!

 

 

 

 

"사람들이…후으…날…죽일…죽일 거야…"

 

 

 

 

…권지용을…


살려…

주세요…

 

 

 


"흐으으윽…흡…흐아아…"

"…하…살…고…싶다…승현아…나…"

"흐…흐아으…형…흐으으윽…"

"살고 싶어…나도…살고…싶어…"
 
 

 

 

결국 권지용의 말에 무너져 내렸다.
사람들이 자길 죽일 거라며…살고 싶은데, 자긴 죽을 거라며…

그래서

죽는 거라며…

 

 

"살려주세요…흐…제발…형을 살려주세요…"

 


제발…권지용을 죽이지 마세요…제발 살려주세요…이렇게…진실을 가린 거짓 때문에 권지용이 죽는 건…그러면 그가 너무도 비참하잖아요…권지용을…

 

 

살려주세요…


항상,죽을 힘을 다했던 권지용이었어요…이렇게 그를 짓뭉개지 않아도…죽고싶을 고통, 많이 겪은 그였어요…애써 버티던 형이었어요…포기한 것도 많은 권지용이었어요…제발…그를 죽이지 마세요…그를 살려주세요…제발…형을 살려줘…

 

 


"…나도…"

"…흐윽…형"

"…나도…빌어요…"

"…형…흡…권지용…흐읍…형…형…?"

"나좀…제발…"

 


형이 또 뭘 하려는 걸까.
무너진 고개를 간신히 들어 본 권지용은,
피가 솟구치는 왼팔 대신
칼을 쥔 오른팔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살려주세요…"

 

 

 

…그리고

그게 내가 본

살아있는 권지용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는,

손목의 반이 다 날아가버리도록 그어서
이미 그 처절할 고통을 알고 있었을 권지용은

그 칼을 높이 들어, 제 목 정 가운데에 쑤셔 박았다.

 

 

 

 

 

 

 

 

 

……

 


…………

 

"…많이…아팠지,형…"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오늘, 일주일이 흐른 오늘에서야 권지용의 고통이 뼈저리게 다가온다.
손목을 그었다. 피가 폭포처럼 솟구친 탓에 천장까지 얼룩이 밸 정도로, 정말 죽을 작정 하고 그었다. 어느 책에서 그러더라, 손목을 그을 때, 단단한 살가죽을 뚫고 동맥을 긋는 건 제 손으로 제 손목을 절단 내는 일 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손목을 그어 죽는 사람들은, 정말. 정말로 살고 싶지 않아 긋는 거라고.


…그래,그 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할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 컸었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손목을 긋는 고통을 알면서도,
다시 그 고통을, 목에 칼을 쑤셔 박는 행동을 반복한걸 보고

권지용이 얼마나 괴로웠는지…조금이나마,알겠다.

 

 

"개 자식들…"

 

그가 예견했듯, 사람들이 그를 죽였다.
살고 싶어 하던 권지용을,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그를


사람들이 죽였다.

 

 

힘이 빠진다. 잠을 충분히, 두 시간은 잤는데도 머릿속이 엉켜 손에 힘이 빠졌다. 불과 일주일 전에 그렇게 죽었던 권지용이 떠올라 더 이상 생각의 끈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펜을 더 이상 못 잡을 것처럼 손이 떨린다. 그만, 그 죽음의 순간은…떠올리고 싶지 않아…


충분히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태어나서 딱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남자가 일주일 내내 울었으면 충분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더 미친 듯이 울고 싶어졌다. 끝까지, 죽어서까지 그렇게 기만 당한 권지용이 가여워서, 생방송 라디오 스튜디오에 미친 새끼처럼 쳐들어가 전 국민 방송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권지용을 죽음이란 극단적 기로에 밀어 넣었으면서,
그를 깡그리 잊을 그들에게.

 

 


"…아…나…못쓰겠다…"


결국 감정이 북받쳐서 손으로 눈물을 닦아야만 했다.…이렇게 죽 이어 쓰는건…정말 못 하겠다. 악몽으로도 충분히 괴로운 일인데, 꿈 밖에서까지 그를 끄집어 내는 건,너무 괴롭다…솟구치던 피…천장까지 솟던 피 분수…


해명하면 해명 할 수록, 그는 늪처럼 수렁에 빨려 들었다. 분명 모든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을만한, 진심 어린 권지용의 해명을 사람들은 꼬고 또 꼬았다. 난독증 걸린 사람마냥 그를 매장시키기에 급급했다…


그래서 그 결과

권지용이 죽었다.

 

후…숨을 내 쉬고, 공책의 다음 장을 넘겼다.
더는 그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은…내가 힘들어.그만하자.이만하면,그의 죽음은 되었다.

권지용이 상상하기도 끔찍할 만큼 고통스러운 죽음을 택했다는 것. 자신의 몸을 난도질 해 숨을 끊어야 했을 정도로 당신들이 궁지에 몰아갔다는 것.

이 두 가지만 확실하면 되었다. 그래, 이 두 가지만 알아주면 돼. 이 둘만.


그의 자살은 절대 그가 나약해서, 의지가 부족해서, 삶에 대한 집착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죽는 그 순간마저도 죽을 만큼 살고 싶어 하던 그가
결국 제 목에 칼을 찔렀으니……


당신들이

그만큼


권지용을, 죽도록 짓밟아 놓은 거다

 

권지용은, 살고 싶어했다.

 

 

그러나


죽었다.

 

 

 

 

바로,


당신들의,

무차별적인 마녀사냥 때문에.

 

 

 


…그의 죽음은,이랬다.

너희들이 그를…이토록 비참하게 죽게 했다.

 

 

 


모두다,너희들 때문인 것을…

 


 
-Episode.4 악몽. Fin

 

 

[ 권지용 회고록 : 05 ]

 


나는,
지금 권지용을 쓴다.


그를 잊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정확히 쓰기 위해.

최대한 정신을 모아, 권지용을 회고한다.


지금부터 적을 내용은,
너희들이 칭한, ' 낯짝이 두꺼운 건지, 개념이 없는 건지. 그렇게 까이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방송하는 권지용'이

 

어찌나 웃으려고 악을 썼는지…에 관한
짤막한 회고다.

 

 

 
-권지용 회고록 Episode 05. 가면
 

 

 

 

"…아…"

 

 

 

새롭게 다시 펴진 공책을 앞에 두고, 욱신거리는 어깨를 톡톡 두드려 주물렀다. 뻐근하게 결리는것이, 권지용이 정신 없이 울며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댔던 그 때 같아 괜히 울적하다. 그 때, 마치 비라도 맞은 사람처럼 폭삭 젖은 어깨를 보고…나도 따라 울 뻔 했지. 그랬었지.

 

지금도 그 때처럼 어깨가 아프다. 죽은 권지용이…기대어 울고 있나.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어깨에서 손을 뗐다. 만약, 죽어서도 그렇게 울고 있는 거라면…조금만 기다려, 형. 내가 다 밝혀내 줄게. 형을 죽게 한 모든 거짓의 진위를.

 


잉크가 다 떨어져 나오지 않는 펜을 책상 위로 던지고 서랍을 뒤져 다른 펜을 찾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펜을 좀 더 사다 놓을걸. 파란색, 붉은색…화려한 색깔의 펜들 사이에서 권지용을 애도하는데 어울릴 만한 색깔을 찾았다. 검정색. 누구의 죽음이던 간 검정이 가장 어울리지만…특히 권지용은, 그 중 가장 새까매. 가장…절망적이야.


끝이 뭉툭한 볼펜 한 자루를 다시 손에 쥐고 공책으로 눈을 돌렸다. 또 뭘 얼마나 더 써야 하지…권지용을 완전히 표현하려면…무엇을. 얼마나 더.

 

지금까지 그래왔듯, 글을 써내려 가기 전에 눈을 감았다. 형은 어땠었지…권지용, 형은…

 


……


………

 


"빨리 먹어. 많이 먹고 푹 쉬어야 금방 나아."
"…안 먹어. 치워."

 


하…쩍 갈라지고 쉬어버린 권지용의 목소리에 뒷목이 저릿하게 울려온다. 왜 하필 이럴 때 감기 몸살이 걸려가지고…빽빽한 스케줄…그리고. 살인적인 표절 논란. 권지용을 벼랑 끝으로 내몰기엔 충분했던 끔찍한 매도들에 결국 권지용은 열병으로 앓아 누웠다. 답답하다. 아프지 않아야 할 텐데…….

 

 

 

"…이승현. 집으로 가… 나 하루 쉬면 괜찮아…"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식기 전에 먹어."
"승현아…"
"오늘 스케줄 다 취소한 거 맞지? 오늘은…아무 생각 말고 푹 쉬어. 옆에 있을 테니."

 


권지용의 상태는 예상 이상으로 심각했다. 한 번도 이렇게 까지 앓아본 적은 없었는데…아무래도 심적 요인이 꽤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앨범 발매 후 일주일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는 대중에게 얻어터졌으니까.


힘없이 숟가락을 놓은 권지용이, 식은땀을 이마에 매달고 힘겹게 기침을 한다. 감기몸살이 제대로 들어버렸어.몸 하나 제대로 가누기 힘든지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눈을 감은 모습에 내가 다 울컥 할 뻔 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무너졌어…권지용이….항상 강했던 형이….

 

 


아, 정말… 한숨을 푹 쉬고, 아예 식탁에 무너져버린 권지용을 간신히 일으키곤, 이마에 손을 대 열을 재 보았다. 그런데, 역시. 열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이정도 까지인 줄은 몰랐는데…그에게 닿은 손이 핫 팩을 만진 것처럼 화끈거려 열기가 훅 느껴졌다. 이렇게 아픈데…어제 생방송 무대는 어떻게 버틴 거야. 어떻게…무대에 선 거야.

 

"밥 먹기 껄끄러우면 죽 끓여줄 테니까 일단 좀 자. 응? 방으로 가자, 일어나봐…"

 

오늘이 이 정도라면, 어제도 분명 꽤나 앓았을 거다. 그렇지만…권지용.안 봐도 비디오다. 이 지경을 하고서도 스케줄 펑크는 안 된다며 무대에 섰겠지. 더 버틸 수 있다고, 무대에 설 수 있다고, 모두를 말리며 마이크를 잡았겠지.그 상태로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 해냈는지…얼마나 간신히 버텼는지…권지용은,정말…….

 

 


끙끙거리며 그를 부축해 방으로 옮겼다. 그래, 권지용은 그렇게 어제 그 아픈 몸을 끌고서도 간신히 노래했는데, 사람들은 뻔뻔하다며 비난을 내던졌다. 뻔뻔하다니…웃기시네. 침대에 앉자 마자 바로 쓰러진 그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방을 나왔다. 자신이 직접 쓴 곡을 직접 노래했는데 뻔뻔하다니. 개 자식들.

 


…그를 옮기는 동안, 갑자기 걱정이 들었다.권지용은 과연 봤을까.그 개 같은 말들. 그를 갈기갈기 헤집어 놓으려는, 그 망할 개소리들.


지난 일주일 간 그런 식이었다. 웃어도 지랄, 울어도 지랄. 자기 약한 모습 보여주지 않으려 입술 터져라 깨물며 애써 웃는 그에게 돌아오는 말은 '염치 없는 새끼'. 뻔뻔하다며, 낯짝이 두껍다며. 어떻게, 그 꼴을 당하고도 무대에 설 수 있냐며…그런 질타였다. 차마, 그가 견뎌 낼 수 없을 만큼 지독한 질타.
아니, 도대체 왜. 왜 그들은 그의 터진 입술을 보지 못하는 걸까.

 


이렇게 비틀거리고, 괴로울 그에게 팬들마저 없으면 안 될 텐데. 그가 지옥 같은 일주일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팬들이었다. 죽으라며 달려드는 루머 밑에 달린 수많은 팬들의 댓글들. 그것 때문에 간신히 버텼던 것 같아. 팬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내가 일전에 그토록 가벼이 말했던 팬들이, 지금 권지용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깨달았다. 권지용이 무한히 아꼈던 그들이.


제발 그가 버텨주길 바란다. 권지용을 믿는 팬들이, 약해져 버린 그를 지지해 주길 바란다. 그들이…권지용을 감싸 안아주길.
그들 만이라도, 권지용을 믿어주길…

 


……

 

……그랬는데.

 

 

 

"…지랄이야…다 지랄…"

 


결국 권지용은 죽었고, 팬들은 그를 감싸 안아 주지 못했다. 권지용에게도 안티는 있었고, 그들이 퍼뜨린 거짓루머에 팬들은 그를 외면했다. 팬들은, 그를 믿지 못했다.


상식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그 정도로 무차별적 공격을 받았으면, 시체 한 구 치울 정도로 잔인한 테러를 당했으면,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될 것이 당연한 일인 것을…눈 비비고 똑바로 보면 그의 후들거리는 다리가 보였을 텐데…왜 다들 못 본 척 하며 그의 힘겨운 버팀을 외면했어. 왜. 연예인은 사람도 아니냐…너희의 그런 매도에 상처도 안 받는 줄 아냐고.

 

 

"…그리고, 다음엔 어땠더라…"


그렇게 열병에 시달려 다 죽어가는 권지용을 방에 옮기고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권지용에게 감기약을 먹이려 그의 방 문을 살며시 열었었다. 몸이 빨리 나아야지, 상처도 덜 받지…이런 생각을 한 것까지 기억난다. 아까와는 달리 이상하게 기침 소리조차 들리지 않더라. 정말 곤히 자나…기이하게도 조용한 방에 의아해 하며 들어갔는데. 그랬는데.

 


…아, 형.

 

 

 

 

 


아…진짜…….

 

 

 

 

 

 


"그걸 왜 보고 있어, 형이…!!!!!!!!!!!!!!!!!!!!!"

 

 

 

그대로 권지용을 두고 나가지 말고
그 곁을 지켰어야 했는데.


그 때, 내가 본…인형 같던 권지용.


아무 표정 없이 넋 나간 얼굴로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마우스를 잡은 권지용이


내 비명에 기계처럼 고갤 돌렸다.

 


…아.

 

 


…안돼…,아…권지용….봤구나,봤어….

 

 

 


직감했다.
권지용.

너…뭐…봤지.

 

 

 

"…형…!!!!!!!!!!모니터 꺼…!!!!!!"

 

 

 


자기에 대한 비난….
어디까지…본거야…!!!!

 

 

"승현아…"
"…모니터 꺼…아,진짜…"
"나…정말…"

 


권지용의 눈가가 빨개진다. 형, 그런걸 왜 봐…형이 왜…재빨리 권지용의 눈을 손으로 가리고 컴퓨터 모니터를 꺼버렸다.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앞에 앉은 거야…왜…형이 이런걸 봐…왜…안 그래도 힘든 사람이, 이런 걸 보면…!!!!!

 

 

 

 

"…억울해서…죽을 것 같아…"

 


…더

약해진단 말야…

 

 

 


"…억울할 것 없어…형이 그러지 않았다는 거,다 알아…그게 진실이니까…응?"
"나…죽어야 한대…나라 망신시키는 새끼, 죽어야 한…"
"아니야…!!!!!!!!!!!말하지마, 그만…그만 말해…"

 

 

권지용의 눈을 가린 손 틈에서
그가 흘린 눈물이 삐져 나온다.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하면 좋아…모니터를 끈 탓에 내용이 보이지 않는 화면임에도, 권지용의 두 눈을 가린 손을 뗄 수 없었다. 내 말 들어…형은 그런 사람 아니야…응? 그의 눈을 가린 손이 축축하다. 왜…내가봐도 잔인한 것들을, 형이 왜 직접 봐…무슨 생각으로 이걸 봤어…왜…이런걸…

 

 


"…왜 사람들은…날 못 잡아먹어 안달일까…"
"아니야…"
"내가 도대체 뭘…잘못했는데…"

 

 

권지용을


내버려 두지 않는 걸까…왜…

 

손을 살며시 떼고, 아직까지 열이 펄펄 끓는 권지용을 부축했다. 보지 말자, 이런거…우리 보지 말자…좋은 것, 힘 나는 거만 보자….
소리 없이, 정신 없이 울더라. 얼마나 참았을까. 얼마나 울고 싶었을까. 애써 웃으면서, 얼마나…내 어깨에 기대어 그리도 울더라. 그러나, 울음소리 하나 내지 않고. 그렇게 서럽게…

 


그리고, 그날

권지용을 부축할 때, 그의 얼굴이 닿았던 오른쪽 어깨가
물이라도 뿌린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

 

 

"…권지용은…가면을 쓴 거야…힘들지 않은 게 아니었어…"


그는 항상 힘들었다. 죽을 만큼이란 말, 흔히 사용하는 말로써가 아닌, 정말 '죽겠다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단지, 제 뼈를 깎으면서 가면을 쓴 거다. 웃으려고…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뒤에서 혼자,


아니


혼자 우는 것도 들킬까 봐

속으로 울던 그였다.

 

언젠가, 그렇게 빌어먹을 표절사건이 일어난 후, 그의 오피스텔을 들렸다가, 계단에 쪼그려 앉은 그를 본 적이 있었다.


왜 나와있나 싶어 다가가려던 찰나, 그의 몸이, 작게, 들썩이는 게 보였다. 아…그래. 그는 울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입을 막고 끅끅, 서럽게. 행여 소리라도 새어 나갈까 봐서 입을 꼭 틀어막은 채 펑펑 울더라. 눈물을 참으려고 한 손으론 주먹을 꼭 쥐고, 그러다가 울음 소리가 나올까 다시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그렇게 울었다….그렇게 권지용은, 울었다.

 

 

…그 날. 그렇게 열병에 걸린 권지용을 침대에 눕히고 나서, 컴퓨터를 끄기 위해 모니터를 다시 켰다. 컴퓨터를 왜 켜서…뭐 하러 켜서 그래…권지용도 참…
그렇게 하도 눈물을 쏟아 실신 지경까지 간 권지용을 겨우 눕히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아…

 

 켜진 화면을 보고 구역질을 할 뻔 했다.

권지용이 정말 이걸 보았나…이걸.

 


여러 개가 켜져 있는 인터넷 사이트…그리고…


악성 댓글.

 

…형이…정말 이런걸 보고…있었어?

 


[권지용, 쥐대가리 새끼. 그 국제적 망신이나 시키는 새끼는 신종플루 걸려서 뒤져야 함]
[지드래곤 작곡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컨트롤 c, 컨트롤 v만 ㅈㄴ 눌러댔겠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용오빠 욕하지 마세요!!!우리엄마가 장애인은 욕하는 거 아니랬어요 ㅜㅜ!!!]
[죽어라 권지용. 싸가지 없는 새끼.]

 

 

 

…하…


손이 바르르 떨린다. 형이 이런걸 견디고 있었어…형이…

 

 

 

[죄송합니다. 저희도 권지용이 표절한 거 인정 해요…지용오빠가 왜 그랬는지…저희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VIP를 대표해 사과 드립니다.]

 

 

…이런

개 같은 소릴…

형이 견디고 있었어…

 

이 창을 내리면 그 뒤에 또 어떤 잔인한 비난이 나올까. 인터넷 창을 하나 하나 끌 엄두가 안 난다. 맨 마지막 댓글…팬이 달았을 그 댓글을 권지용이 제발 보지 않았기를…그가 보았더라면 그건, 그 어떤 것보다 그에게 상처가 될 것이다.
팬마저 그에게 '표절'이란 짐을 지우는 거니까…….

 

할 말이 사라져 버렸다. 세상에…이걸…권지용이…보았어.
이런…답 없는 비난들을.권지용이…

 

 

…아예

이 집 컴퓨터를 뜯어버려야지….안 되겠다. 아무래도 위험해 보인다.

당분간 권지용의 귀를, 눈을 가려야겠다. 이대로라면…정말.

권지용은
어떻게 될 지도 몰라.

 

 

어느새 수면성분이 들어간 약을 먹고 약 기운에 취해 잠든 권지용이 어찌나 안쓰러워 보이던지…그런 그를 똑바로 뉘이고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겨 덮어 주었다. 안쓰럽다…또 입술을 깨물었구나. 피가 그렁그렁 맺혀있는 모습에 나마저 억울해진다. 힘들지…형,힘들지…

 

 

또르르 떨어지는 권지용의 눈물을 그가 깨지 않도록 조심이 닦아주곤, 그의 손을 꼬옥 잡아 눈을 감았다. 권지용, 아프지 않았으면…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아니, 적어도 사람들이, 그를 제대로 봐 주었으면…진실을 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제발

권지용.숨 쉬고 살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숨 만이라도…….

 

 


 

……

 

그러나,

내 애타는 바램에도 불구하고


권지용은

죽었다.

 

 

숨 만이라도 쉬게 해 달라는 내 기도는
잠이라도 제대로 잘 수 있게 해달라는 내 염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의 일,
자기 아픈 것, 힘든 것 다 숨기고 겨우 가면을 뒤집어 쓴 권지용에게 닥친,
더 잔인한, 다음날의 고문.

 


한참이나 더 남은, 권지용을 향한 테러가
결국 그를 주저 앉게 만들었다.

 

 


…권지용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그런 것들이,
그렇게 그를 주저앉게 만든 것들이

 


아직 한참 더 남아있다.

 

이 공책에 써야 할,

그를 무너뜨린 모든 것들이
한참은, 더.

 

-Episode.5 가면. Fin

 

 

 

[ 권지용 회고록 : 06 ]

 


거기까지…….

 

 


쓰고 나니, 가슴이 턱 막혀 눈물이 팽 돌았다.


두꺼운 공책 한 권을 거의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양…그 어마어마한 분량에 억장이 무너진다. 그것이, 그 많은 양이  전부 권지용의 아픔을 담은 거라서, 그의 아픔이 이리도 많았나 절망감마저 느껴져서…속상했다. 게다가, 아직 더 남았다는 게, 이렇게나 써 놓고도…아직 쓸게 더 남았다는 사실에 속이 울렁거린다. 이렇게 많이 썼는데…쓸게 아직도 남았다. 아직도.

 

하나같이 모조리 다 괴로운 기억…그가 그 끔찍한 상황들을 보고 얼마나 비참했을지…
 이렇게 제 삼자가 되어 떠올리는 것도 힘겨운데 권지용은 얼마나 숨이 막혔을까. 질식 당해 곧 죽어버릴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 얼마나 괴로웠을까.


잠시 공책을 덮고 동이 터 오르는 창문 밖을 멍하니 응시했다. 머리가 복잡하다. 끄집어 낼 기억이 너무 많아. 내가 옆에서 지켜본 그의 무너지는 모습도 이만큼이나 되는데, 하… 말이 안 나온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그의 괴로움의 크기란…도대체 얼마나 거대했을까. 정말, 그가 실제로 무너진 깊이는 어느 정도인지…짐작조차 되지 않아 그저 답답하기만…그저 답답하기만 하다…형…권지용…

 

내가 아는 형의 괴로움은 어쩌면 극소수 일지도 몰라. 단 한번도 남 앞에서 울지 않던 권지용이 비통하게도 울더라. 피눈물을 흘리더라…

 

그렇게 괴롭게 죽어간 권지용을 떠올리니, 펜을 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결국 날 울렸다. 내 가슴을 울리고, 눈물을 울렸다. 힘내자, 이승현. 힘들어도 권지용에 대한 모든걸 쓰자. 그래서 그 것이 잘못된 것임을…뒤틀린 것임을 밝혀내자…권지용은…당신들이 오해한 그는…사실 이러했음을….


권지용에 대한 모든걸…


쓰자…

 
 

 

-권지용 회고록 Episode 06. 동네 북

 

 

"…안 되겠다, 형. 이런 몸으로 어떻게 무대를 서."

 

그렇게 권지용이 앓던 날. 악성 댓글을 보고 몸져누웠던 그날의 다음날에도 여전히 그는 아팠다. 여전히 이런 몸으로 어떻게 정신을 잃지 않을 수 있지, 걱정될 정도였고. 심지어 간간히 기절하기도 했다. 몸이 불덩이 같은 건 말할 필요도 없고…아…왜 이렇게 약해진 거야…

 


이런 몸을 하고서도 겨우 메이크업을 받고, 겨우 무대에 섰다. 좀 전에 있었던 축하공연이 끝나고, 마지막 아시아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야 한다며 죽을 힘을 다해 정신을 차렸다. 죽을 힘, 안간 힘을 다 써가며.

 

 

"…후…아시아 페스티벌은…취소하자. 엔딩 곡은 다른 가수에게 넘기고."

 

 

하다하다 못해 매니저가 한 말이었다. 이러다간 무대가 문제가 아니라 시체를 한구 치우겠다고, 방금 전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 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을 잃고 쓰러진 권지용의 모습에 그만 기겁을 하고 말았나 보다. 축하 공연이 끝나고, 마이크를 놓고 무대 뒤로 들어오자마자 두 다리가 풀썩 꺾여 쓰러진 그의 모습에…

 

 

오늘만 몇 번 기절하는 거야. 지나치게 조용한 게 이상하다 싶어 잠시 눈을 붙인 권지용을 볼 때마다, 그는 기절해 있었다. 그정 도였다. 그 정도로 약해져 있던 권지용…어쩌면 좋아…….식은땀이 가득한 그의 얼굴을 닦아주며 포도당 액이 담긴 링거 병을 높이 들었다. 링거까지…맞을 정도라니… 완전 탈진수준이잖아…이건…세상에. 이걸 맞으면서까지 무대에 서겠다고?

 

 

 

 

"…무슨 소리야…나 보러 온 사람만 몇인데요…"
"그게 문제야? 지용아. 너 정말 죽겠다, 이러다…!!"
"괜찮아요,전…그리고 오늘 공연인데,오늘 취소하면…어떻게 해."
 
 

 

 

 


…막무가내 권지용.

 

 

무대는 꼭 서야겠단다. 지가 아파도, 취소는 못하겠단다.
후… 한숨을 그득하게 쉬고, 닦아도 닦아도 계속 배어 나오는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두들겼다. 닦아도, 이번 무대가 끝나고 또 스케줄 하나가 더 있던데…살인적인 스케줄에 내가 다 치쳐. 제 시간에 도착하려고 링거도 이동하는 차량에서 맞고…이러다가 진짜 쓰러진다. 진짜로 죽는다고.

 

 

 

불길하게 그의 무대에 심각할 정도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잘 해냈던 그였지만, 성대결절에, 감기에도 무대에서 노래해 호평을 들었던 권지용이었지만,

 

 

불길하다…그가, 걱정이 된다.

 

 

 

 

"…그럼, 대기실에 올라가서 꼼짝 말고 쉬고 있어. 링겔 병 들고 올라가서 포도당 끝까지 다 맞고…."
"…알겠어요."
"조금이라도 몸 이상하면 늦기 전에 바로 말 해. 어?"
"…네."

 

 


어느새 이번 스케줄 장소에 도착해 차를 세운 매니저가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걱정은 걱정이고…일단, 무대에 서겠다니까…하지만, 링거…이걸 맞는다고 괜찮아질까. 차에서 내리려 권지용을 부축하는데, 그때 맥없이 흔들리는 그의 깡 마른 어깨에 의구심마저 들었다. 겨우 링겔 따위가…이렇게 아픈데, 이렇게…

 

 

 

 

 

가늘게 잡히는 빼빼 마른 팔목, 안 그래도 얇았지만 이제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왜소해져 버렸다. 예전엔 진짜…이 정도까진 아니었었는데. 심하게 아팠던 예전에도…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하긴, 몸만 문제가 아니라, 마음도 문제가 되는 거겠지…주차장에서 대기실까지 올라오는 내내 몇 번이나 땅에 얼굴을 박을 뻔한 권지용을 간신히 붙들었다. 무대에 설 수나 있으런지, 노래는 커녕 말 하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안녕하세요,선배님!!!!!!!!!!!!"

 

 

 

 

대기실에 도착하자 마자 의자에 쓰러지듯 주저앉은 권지용이 겨우겨우 후배가수들의 인사를 받았다. 원래는 밝게 웃으며 함께 고개를 숙이는 그였지만, 이번엔 그럴 정신까진 없었나 보다. 어쨌든… 아,이 땀 좀 봐…깜짝 놀랐다. 서늘한 가을날씨라 밖에서는 잘 몰랐었는데, 이렇게 실내에서 권지용의 이마를 쓸어내리니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지금 무대가 문제야?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데…어떻게 하려고….

 

 


"…형…괜찮아? 물…물이라도 가져다 줄까?"
"…아니,됐어…."

 

 

 

내 물음에 힘겹게 고개를 흔들던 그가 창백히 질린 얼굴로 내 어깨에 머릴 묻었다. 세상에. 화장기 없는 얼굴인데, 새하얗다. 백지창처럼 질려버렸다. 원래가 하얗던 권지용이었지만, 이건 정도가 심했다. 권지용의 입술이 끝내 보랏빛으로 파르르 떨리는 꼴까지 보고서야 사태가 만만치 않게 심각하단 걸 알아버렸다. 아. 이건 정말 아니야, 형.
 
 

 


아무리 형이라도…이번 무대 못 서.

 

 

 

 

"…사장님께 전화 드리자. 무리야. 이 상태로 못 서는 거 알잖아, 형도."
"…승현아."
"무대에서 쓰러질 거야…아니, 서기도 전에 기절할거라고…형. 지금 고개 똑바로 들고 내 얼굴 보는 것도 힘들잖아…이 상태로 무슨 노랠하고 무슨 춤을 춰…."

 

 

 


이건 인내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다. 아무리 그가 정신력이 강하다고 해도, 다 죽어가는 몸으로 노랠 할 순 없을 거다. 스르르 내 어깨에서 머릴 뗀 권지용을 한참 쳐다보다 휴대폰을 꺼내 사장님의 번호를 찍었다. 아직 권지용 무대까지 한 시간은 남았으니까…취소 할 수 있을 거야. 차라리 이번 무대 포기하는 게 낫지, 이건 정말 아니야.

 

 

 

 

 

 


"…하지 마."

 

 

 

 

 

 


 

 

……

 

 

…아,권지용.

 

 


"…하지 마,승현아….그러지 마."

 

 

 

도대체 어쩌겠다고.

 

 

힘없이 손을 들어 내 휴대폰을 가린 권지용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마른 기침을 내뱉었다. 권지용,형. 어쩌자고 이래…도대체 이번 무대가 뭐라고 이렇게 집착해…….

 

 

 

이건 고집이다. 그 몸으로 무대를 서겠다고 버티는 건, 오기다, 오기. 당장 사장님께 형 몸 상태 알려드리고, 병원부터 잡아야겠어. 못 해. 형이 뭐든 간, 이 몸으론 못 서. 형. 그거 형도 알잖아….

 

 

 

그걸 뻔히 알면서 왜…

 

 

 

"…약해 보이기 싫어서 그래…하지 마…"

 

 

 

 

 

 


…형.

 

 

"…뭐…?"
"…죽기보다 싫어….약해 보이는 거. "

 


…약해 보이는 것.

약해 보이는 게. 싫다고.

 


그 말을 끝으로, 권지용은 얼굴에 물이라도 축이고 오겠다며 열이 펄펄 끓어 주체를 못하는 몸으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 무슨 의미…무슨 의미야 그거…대기실을 빠져나가는 그의 작디 작은 뒷모습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 말…형이 말한, 약해 보이기 싫다는 말…

 

 

죽기보다 싫은, 약해 보이는 것.

 

그 말을 듣자마자 손 끝에서 소름이 쫙 돋아버렸다. 약해 보이는 게 싫어. 권지용이, 죽는 것보다 그게 더 싫단다. 그래, 허영심에 가득 찬 말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권지용의 상황이라면…그 말은 그에게 하나의 진리가 될 수 있었다.


지난 권지용의 삶에서, 그는 얼마나 강해져야 했었나. 어린 나이에서부터, 힘들 나이에서부터 , 연예계의 모든 면을 보고 자라온 그는…살아 남기 위해 얼마나 강해져야 했었어. 울 새도 없이….형은.

 

 

 

권지용이 말하는, '약해 보이기 싫다는 말'. 그 말은 그가 살아야 했던 지침이었다. 그리고, 하나의 습관. 약해 보이기 싫어서,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애써 무댈 서려 오기를 부리고, 애써 괜찮은 것처럼 웃고…무엇이 형을 그리 궁지로 몰았나. 그렇게…되돌아 올 수 없는 절벽으로.

 

 

 

그를 밀어붙이는 수식어들, 천재다…완벽하다…항상 최고다…그 말이 그를 그렇게 밀어붙였다. 약해질 수 없게,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그 수식어들이 결국 독이 되어 숨통을 죄일 거라며 , 약해진 틈을 파고들어 널 무너뜨릴 거라며…부담감이 그에게 잔인한 습관을 배게 했다. 절대, 여릴 수 없는 습관.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자츰 자츰 조금씩 배어든 습관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 어릴 때부터 연예계에 뛰어든 그에게 들어버린 끔찍한 습관은, 항상 강해져야 하는, 강한 척을 해야 하는 습관이었다.

 

 

 

 

실제로는

여리고 여렸던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

 

 


"…그랬었는데…"

 

 

 

 

 

…그런 그에게…

 

그렇게, 버티기도 힘든 그에게…

왜 그들은,


있는 힘껏 돌을 던졌나…

 

 

 

 


공책의 다음 장을 넘기고, 잠시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 때, 약한 모습 보여주기 싫다며 단호히 말하던 그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자신에게 질타를 퍼붓는 그들에게 약한 것, 보여 주고 싶지 않았겠지. 사실, 자신은 누구보다 강할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팬들에게.


자신을 믿어주는 팬들에게, 자신도 믿음을 주고 싶었을 거다.
그래서, 망가진 몸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서려 애를 썼고, 자길 보러 온 팬들에게 웃으려 애를 썼다. 권지용은, 그랬을 거야.

 

 

 

…그러나…

 

너희는 왜…

그를 죽였나…

 

 


 

 

 

 


……

 

 

"…형.일어나봐.응? 이제 형 차례까지 십분 남았어."

 


…그렇게

 

후배 가수들이 모두 다 무대에 서고, 마지막 엔딩 차례인 권지용만 대기실에 남아 벽에 기댄 채 앉아있었다.

이제 십 분 후면 무대에 선다. 잘 할 수 있겠지. 불투명하지만…모르겠다….잘 하기만 빌어야지. 링거를 놓았음에도 실신상태가 호전되어 보이지 않아 더 막막했다.

 

 

제발, 신이 권지용을 불쌍히 여긴다면, 잠시동안만이라도 그에게 힘을 주길…

 


"…형?"

 

 


한참 동안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권지용을 불러도, 이상하게도 그는 답이 없었다. 눈을 꼭 감은 채 벽에 기대어 내 말을 듣는 건지…미동조차 없었다. 왜 그래…형…손을 들어 권지용의 뺨에 가져다 대 살짝 흔들었지만, 그랬음에도 조용했다. 잠들었나…피곤하겠지,그 몸에 링겔 하나로 버텼으니…

 

 

 

"…권지용…형…일어나…"

 

 

 


바로 전 순서의 가수가 무대로 오르는 모습이 대기실 화면에 비치자, 이제 더 늦으면 안되겠다 싶어 그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조금만 더 버티고 집에 가서 푹 쉬자. 그렇게 하자…

 

 

그러…

 

 

 

 

 

 

 

"…권지용…!!!!!!!!!!!!!!!!!!!!!!!!!!!"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인형이 쓰러지듯, 스르르 기울어진 권지용의 마른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물 좀 가져다 주세요, 빨리!!!!!!!!!!형, 지용이형…정신 좀 차려봐…아…형…!!!!!!!"

 

 

 

기겁할 뻔 했다. 권지용은, 내가 어깨를 툭툭 흔들자 마자 권지용은, 반동조차 하지 않고 의자에서 굴러 떨어져버렸다.세상에, 말도 안 돼…!!!!!!!기절했었나 보다,권지용…권지용…권지용…!!!!

 

"형…정신이 들어? 어? 괜찮아?"
"…으…"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스텝들 모두도 기겁을 하고 말았다. 세상에…무대 시작 십 분 전에 기절을 했을 정도면…끝이다, 무대는 커녕 당장 링겔 맞고 병원 이송 해야 할 정도야. 이렇게 정신을 놓을 정도인데…

 


"권지용,어떻게 해요…!!!!!이제…이제 팔 분 남았어요…!!!!!!!"
"후…일단 진행자 측에 전해서 최대한 시간 늦춰보도록 연락해볼게요…!!!"

 

 


…정말…어떡해…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대기실 쇼파에 간신히 지탱한 권지용은 오분 이내에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다…권지용의 식은땀을 닦아주며 쩔쩔 매고 있는데, 그새 진행자 측에 연락을 취한 스텝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늦춰봤자 겨우 삼분쯤을 늦출 수 있을 뿐이라고…아…어떻게 해…

 

 

 

다리에 힘이 탁 풀려버렸다.권지용을 어쩌면 좋아…!!!!! 기절한 그의 고개가 내 쪽으로 툭 쓰러지며 맥을 못 가눈다…못 일어나…무대…? 게다가 십 분 뒤…? 절대 못해… 이 상태로는 … 끝이야, 끝…!!!!!

 

 

 


"지 드래곤 대타 뛸 다른 가수 없어?!? 빨리, 엔딩 맡을 가수 찾아봐…!!!!!!!"
"…모두 다음 스케줄 때문에 자리 비웠어요…!!! 생방송인데…어떻게 해요…!!!!"

 

 

 

머리 속이 맹하다. 미약하게 들 숨과 날 숨을 겨우 뱉는 권지용의 모습도, 정신 없이 뛰어다니며 연락을 취하는 스텝들의 모습도…사장님께 급하게 통화하는 매니저의 모습도…무성영화처럼 소리 없이 뭉개졌다. 방법이…답이 없어…권지용이…이렇게 포기하는 수 밖에는…

 

…방법이…없…

 

 

"…으…"

 

 


 

……

 

 

그리고

그 다음 일이 떠오른다.

 

 


그렇게 망연자실하게 할말을 잃은 내 귀에 들리던, 갈라진 권지용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분주하던 스텝도, 매니저도, 나도. 모두 뚝.모든걸 멈췄다.

 

 

 

그는,

 

방금 전 까지도 기절해 정신을 가누지 못했던 그는,

힘이 잔뜩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십 분 뒤에…무대 설게요.'

 

 

 


…아.


이게

말이나 될 소리야…

 

 

자리에서 일어나, 매니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기대어 서, 다리가 후들거리는게 보일만큼 힘을 주어 버틴 그가


힘들게, 힘들게 걸어 무대 뒤로 발을 옮겼다.

그 모습에, 그 비참하도록 처절한 몸부림에
모두들 할 말을 잃었다.

 

 

한 마디도,

내 뱉지 못했다.

 

 

 

 

"…그랬었다…권지용은…지독히도 버텼었다…"

 

 

 

부서진 몸을 하고서도 버텼다. 그는 버텼다. 처절했다…어느 누구보다도 처절했다.

그 뒤로 그는 어땠던가…모두의 예상대로, 무대 위에서 쓰러져 버렸나…

 

 


아니.


전혀 아니었다.

 

 

 

방법이 없던 탓에, 결국 권지용을 무대로 올려 보낸 스텝들이 자포자기 한 채 대기실에 앉아 제발 이번 무대가 조용히 끝나길 빌었던 그 때였다.

 
누구도 그가 그 상태로 노랠 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실상 그는 어찌했었나.

 

 

 

 

 


무대 상황을 TV로 죄다 볼 수 있는 대기실에서,
난, 좀 전에 죽어가던 권지용의 모습과는 달리 평소의 그처럼, G-DRAGON처럼 웃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그건, 함께 대기실에서 그의 기절을 봐온 스텝들도 그랬을 것이다. 쟤…아까 여기서 죽어가던 권지용 맞나…정신 못 가누고 쓰러져있던… 그 사람이 맞나.

 

 


웃기는 생각,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아까 내가 빌었던 기도를 신이 들어준 줄 알았다. 제발 한 순간이라도 그에게 힘을 달라던…그 기도를 들어 준 줄 알고, 신이 정말로 있던 거구나,바보 같은 생각까지 했었다. 그만큼 그는 평소 이상으로 무대에서 날았다. 노래했고, 웃었다. 권지용은 그랬다.

 

 

 

…그러나…

 

 

나는…

 

 

대기실로 다시 돌아오자 마자,

 

실신을 하고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린 권지용을…

 

 

…기절해버린 그를…붙잡고 울고….

 

 

 

 

 

그래, 그랬던 사람이었다.

아무리 제 몸이 박살 나도,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쓰러져 버려도


사람들 앞에선 웃어야 한다며,


자길 보러 온 팬들 앞에선


인간 권지용이 아닌, 가수 G-DRAGON이어야 한다며

그 아픈 와중에도 링겔에 의지하며 무대 약속을 지키려 무던히 애를 쓴,

그런 사람이었다.

 

 

 

 

 


 

 

……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너희는 뭐라고 했나…

 

 

 

링겔도, 링겔 한 병도 스케줄 때문에 맞지 못하고 급하게 다녔던, 게다가 취소 따윈 염두에도 안두던 그였다. 지각은 커녕 항상 미리 와서 기다리던 그였다.
…그러던 그는, 그랬음에도 질타를 받았다.

 

 

지각 따윈 하지도 않았음에도…

 

 


그는,


말도 안 되는 쌩 억지로

손가락질을 받았다.

 

 

 

 

[권지용,정말 실망이다. 개념 드립했나, 진짜ㅋㅋㅋㅋㅋㅋ국제적 무대에 지각을 하다니. 역시 국제적 망신.]

 

 

목이 터져도

스케줄 때문에 병원을 안 가던 권지용이…

망신이라며…

 


[원래 우리 오빠들이 엔딩이었 거든요? 권지용 때문에 우리 오빠들, 다음 스케줄도 놓치고 걔 지각한 거 땜빵 하느라고 생고생했어요 ^^근데 권지용은 사과도 안 하더라~걔 진짜 미친 거 아님?쥐 대가리.]

 

 

…권지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던 일을,

되려 아픈 와중에도 무대에 올랐던 그에게 뒤집어 씌우며 비난하고…

 


[아무리 지가 선배라도 그렇지 ㅡㅡ지각 해서 대타 뛰게 했으면 최소한 미안한 기색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 가여?권지용 인상 졸 구리게 눈 쳐 감고 앉아있었음. 거만하네,아주 ㅋㅋㅋㅋㅋㅋ선배라고 텃세 부림ㅡㅡ?]

 

 


실신한 채, 제 정신을 가누기도 힘들었을 그가

텃세를 부린다며…

 

 


기자들은 또,

그 얼토당토 않은 루머를 물어 타이핑을 치고,

 

이렇게 권지용은

발가락에서부터 시작해
급속도로 썩어들어갔다.

 

 

 

 

 

"…몸은 좀 괜찮아졌어?"

 

하루 만에 회복이 될 리는 없겠지만…말 끝을 흐리며 권지용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런, 펄펄 끓네, 아직도.

 

 

그렇게 위태위태하게 공연을 마친 다음날, 어쩔 수 없이 모든 스케줄을 취소했다. 이런 만신창이를 무대에 세운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으니…어제 쓰러져 버린 것 때문에 사장님도 적잖이 놀라셨나 보다. 항상 힘들지 않다며 취소된 스케줄도 다시 살리는 권지용이었으니까…

 

 

"승현아…"
"…응?"

 

그러다가 권지용이 날 불렀다. 뜨거운 그의 이마에서 손을 떼고 잠시 아무 말이 없는 그에게 왜, 라며 웅얼거리니 황급히 눈을 바닥으로 떨군다…왜…왜 그래,형…

 

 


"…사람들이…뭐라든…"

 


…뭐?

 


"…형…?"
"…사람들이…뭐라고 해…"

 

 

 

…사람들이

어제의 자기보고,

뭐라 하냐며…

 


…내가


뭐라고 말해줘야 해.

 

 

 


"그냥…별 말 없었어. 무대 멋있었다는데? 몇 곡을 연달아 불렀는데도 되게 안정적이었다면서……."
"…이승현…."
"…후."

 

 


…내가 생각해도 참 띵구처럼, 버벅거리며 말한 것 같다.

그도 그럴게, 내 말을 듣는 순간 권지용은 표정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으니까…이승현, 진짜 거짓말은…

 

 

 

 

"나 많이 까였겠구나…그냥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아.


어떻게 알았는지…

 

어제일 때문에, 얼토당토 않은 루머가 생겨나 난리가 난 것을…알고 있었나.

그래, 어쩌면 무엇을 하던, 뭘 어떻게 하던 이런저런 말이 많았을 거란걸…그는 알고 있었을는지도 모른다. 근 몇 주 동안, 권지용의 사소한 틈새까지도 파고들어 후비고 깎아내린 그들이었으니까…아무리 잘해내도….다치리란건…

 

 

 


"…뭐라든,사람들이…"

 

 

순간, 솔직하게 다 털어놓으려 입술을 뗄 뻔했다. 사실은 형, 또 매장당하고 있다고, 이번에는 기사까지 크게 났다고. 오보기사지만, 사람들은 몇 년 동안 자신이 겪어왔던 권지용보다 그 짤막한 기사 몇 줄을 더 믿는다고…말도 안 되는 억지를…그들은 믿고 있다고….

 

 

 


"…또…나 동네북 됐냐…"
"…형…"
"여기저기서 다 씹나보네……."

 

 

 


아,

동네북.

 

그것이야말로, 권지용에게 지금 가장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까.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이유 없이 한번씩 후두려 패고 지나가는 동네북. 그리고, 그 동네북처럼 이유 이 얻어맞는 권지용. 아무리 제 목숨을 갉아 무대에 서도, 그렇게 약속을 지켜내도…말도 안 되는 이유로 얻어맞는 그…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가 어디 있겠어…….

 

울컥, 목구멍에서 뜨거운 게 치솟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왜 형이 동네 북이 되어야만 해…왜 그렇게 이리저리 씹혀야만 해….

 

 

 

 


"…그럼…좀 쉬어. 나 나갈게."

 

 

 


한숨을 푹 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위로도, 격려도 이순간 그에겐 아무 의미 없는 것 일 것이다. 무엇이 위로가 되겠어, 지금 이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이불을 꼬옥 덮어주고 그를 돌아보았다. 형은 어쩔까…무슨 생각을 할까…

 

 


아,그랬는데.
눈동자가 정신 없이 흔들리고 있더라.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뭐가…형을 힘들게 하는지….
불안하게,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하…정말…권지용.

 

 

 

 

"형.다, 잘 될거야."

 

그리고, 불안해 하는 그에게, 나 또한 불안함에도 그렇게 말했다, 의례 웃었다.


지금 필요한 건, 위로도, 격려도 아닌…희망이다.
권지용이 딛고 일어 설 수 있는 희망…그것…


다 잘 될 거야…잘 될 테니까…꼿꼿이 서자. 다 헤치고 일어서자,형.
이 말이 도움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희망을 가지자. 희망…

 

 

 

 

 

 

 


……

 

…………그때는

 

 


그 말이

 

권지용을 살려낼 수 있길 빌었다.

권지용도, 그 말을 믿고 제 발로 일어설 수 있기를…사실 난 이러 이러 하다며 제 입으로 진실을 말할 수 있기를.

그렇게 빌었다. 희망을 믿었다.

 

 

그렇지만

그게 다

모조리,

 


부질없었구나…….

 

 

 

 

 

 

창문 너머로 , 트럭에 야채를 싣고 확성기를 울리는 소리에 번쩍 정신을 차렸다. 눈을 비비고, 공책을 다시 보니 글씨가 죄다 엉망이다. 나도 참…정신 없이 써 내렸구나.

 

 

 

오늘로 권지용이 죽은 지 팔 일. 여전히 세상은 잘 돌아간다. 저 멀리 창문 너머로 보이는 트럭도, 트럭을 잡으며 야채거리를 사는 여자도, 다 일주일 전과 같다.

 

분명 권지용의 죽음은 어디에서건 크게 다뤄질 만 했다. 모든걸 가졌던 가수의 죽음. 대중들의 귀를 점령했던 음악들을 뽑아낸 어린 천재의 죽음은 분명 이슈가 되었다.

 

 

그렇지만, 다 가십거리일 뿐이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건, 어찌 죽었건 상관 없는…그저 밥상머리에서 주고받을 평범한 가십.

그리고, 동네 북처럼 이유 없이 씹혔던 죄 없는 그의 진실 또한 가십으로 지나갈 뿐이었다.
 

이 공책을 쓰는 나도,

 


한 때의 가십처럼 묻혀 지나갈 것이다.

 

어느 가수가 있었대.
그런데 그 가수가 죽었대.


사실은, 이러이러하게 죽었대…이 정도로.

 

 

그렇지만, 그들에게,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동네 북 치듯 권지용을 후려쳤던 그들에게

 

 


내가 전하고 싶은 이것, 그의 진실은 똑바로 전해지길…….

 

그리고 그 걸 통해 조금이라도 깨닫는 것이 있길.

 

 

그저 만나본 적도 없는,자신의 삶에 어느 의미도 되지 않는 연예인의 자살이 아니라,

 


자신들이

그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마녀인양 화형 시키고

북처럼 때려댔다는 사실을

제발 깨닫길…….

 

 

 

 

 

제발,

빌어본다…….

 


-Episode.6 동네북. Fin

 

 

 

[ 권지용 회고록 : 07 ]

 

 

이제, 거의 막바지다.

 

 

글씨자국이 가득 번진 공책이 많이도 넘어가 있다. 권지용의 지금까지의 삶들. 루머로 얼룩진 비참한 그의 생. 펜 한 자루, 공책 한 권으로 그를 담는단 것 자체가 외람된 것이지만,  그의 고통 중, 외람될 만큼 극미한 양만을 담았음에도 저리도 두꺼워진 공책에 서글픔이 올라왔다. 저렇게 권지용의 고통이 컸었나. 적지 않은 것들이 수두룩한데.

 

 

이 공책을 앞에 놓고 보니, 새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과연 이 공책이 그들에게 마음으로 전해질 수 있을지….글을 써 본 적이 없어서 두서없이 써 내려갔을 텐데…이 서투른 글에, 그들이 그를 다시 돌아봐 줄까. 걱정이 된다. 그들이, 진실을 알아봐 줄까.

내 인생이 아닌 다른 이의 삶을 쓴다는 것은 참 어렵다. 권지용의 삶을 쓰는 것도 어렵다는 점에선 다를 게 없었다. 그 누구보다 권지용을 잘 알았으며, 그가 자신의 진실을 마음껏 내보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였음에도,

 


권지용이 겪은 끔찍한 고독과 숨도 못 쉴 만큼의 괴로움은 내게 어려웠다. 쓰고, 쓰고, 또 써도 십 분의 일은 커녕 백분의 일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을 정도니…….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 할 그의 외로운 죽음을, 가늠이나 해 볼 수나 있을까.

 

 

권지용을 둘러싼 루머들을 적는 것. 하나하나 적기엔 평생이 걸려도 부족할 것이다. 그를 휘감은 루머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사실이 아닌 것이 너무도 많아서. 사소하게 번진 거짓들 하나하나 마저 적으려면…이깟 공책 한 권이 문제가 아니다. 그의 눈물을 죄다 담으려면…볼펜 몇 자루 따윈 문제도 되지 않을 거야.

 


루머 없는 연예인. 이 나라의 모든 연예인들 중에서, 루머 없는 연예인이 과연 있을까. 그래. 나는, 죽은 권지용은. 모든 루머가 사라지길 원한 게 아니다. 오직 하나…사람을 죽이는 루머, 그것 하나만 없어지길…권지용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그리 원했을지도. 제발. 그를 갉아먹어 무너뜨리는 그것만 사라져주길…

 

 


그것이…

그렇게 큰 바램이었나…

공책을, 두 손으로 꾹꾹 눌러 넘겼다. 형을 죽인 루머들이 뭐가 있었지. 형이 괴로워했던 거짓들. 그게 무엇이었지.

펜을 두 손으로 맞잡고 크게 숨을 들이 내 쉬었다. 권지용의 삶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가시. 이번 장에는…그걸 써야겠다.


그것은…

그래, 그것은…

 


 
 
-권지용 회고록 Episode 07. 루머
 

 

 

열이 많이 내렸더라. 오늘 아침, 새근새근 잘 자는 권지용을 보고 안심을 하곤,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그의 집에서 나왔다. 오늘도 내일도 계속 옆에 졸졸 붙어 다니며 그를 챙겨주고 싶었지만, 부재중 전화로 꽉 찬 통화목록을 보니 그런 생각도 금세 사라져 버렸다. 세상에. 부재중 전화만 열 세 통? 나 집 나갔을 때도 울 엄마가 이렇게 까진 안 찾았는데.

 

 


…하긴, 몇 일 째 대리출석을 맡기고 연락 두절이 되었으니. 나대신 출석을 해 준 내 친구 녀석도 어지간히 똥줄이 탔었나 보다. 거의 잠적 수준으로 사라져 버렸으니… 새우잡이 배에 잡혀간 건 아닌가, 장기 팔려 땅속에 묻힌 건 아닐까 괜스런 걱정한 건 아닐 라나 몰라.
 


“잘 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아무래도 오일 연속 빠지는 건 간간히 대리출석 해주는 친구 녀석한테도, 뼈 빠지게 등록금 대주시는 부모님께도 도가 아닌 것 같아 오늘을 학교에 나가자 싶어 책을 챙겼다. 게다가 오늘은 오전 수업만 있으니…괜찮겠지, 뭐.

 


하루쯤 연체된 학교 도서관 전공서적을 두 팔로 감싸 안고, 늘 타서 그런지 익숙해진 버스에 올랐다. 리포트 제출기간은 다 다음주 까지니까…이 책은 연장 대출 해야겠다. 어느새 시험기간도 바짝 앞으로 다가왔고…아, 그럼 권지용은 어쩌지. 내가 옆에 있어주어야 할 텐데…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많이 못 찾아 갈게 뻔하고…그래서 걱정이다. 권지용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외골수니까. 그 탓에 남에게 쉬이 마음을 열지 않아 그를 챙길 사람은 거의 나 하나였다.

 

 

…아. 또 이 대목에서 슬퍼진다. 딱 보기엔 사람들 속에 둘러 싸인 것 같아도…실상은 마음 하나 터 놓을 곳이 없던 그가 어찌나 슬프던지.

 


…이렇게 생각하다간 밑도 끝도 없겠다. 이런 암울한 생각 따윌 할 시간에 차라리 한 자라도 더 봐서 최대한 권지용 옆에 있어줄 시간을 만들어야지…머리를 두어 번 흔들고 적당히 햇빛 좀 비친다 싶은 좌석에 앉아 무릎 위에 전공서적을 펼쳤다. 이렇게만 몇 자만 봐도 시험 준비 하는 데에는 좀 더 수월할거야.

 

 

햇빛이 버스 창문을 타고 들어와 영어가 가득 적힌 원서를 비친다. 두꺼운 서적에 고갤 박다시피 글자를 읽어 내려가다가 책을 반짝 하고 비치는 햇빛에 슬며시 고갤 돌렸다. 아, 햇빛. 참 오랜만이다…권지용이 그렇게 아프기 전, 그때의 햇빛과 같은 느낌.

 


근 며칠 동안 나까지 지칠 정도로 정신 없는 시간들 이었다. 권지용의 바쁜 스케줄에, 게다가 쓰러지기까지…지켜보는 사람도 힘든데 당사자는 어떻겠어.

 


계속 원서를 읽으려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햇빛에 책을 도로 덮었다. 따스하다. 평범하고 일상적이지만…권지용은 이런 것들…못 느껴 봤겠지. 이런 평화로움 같은 거…

 

 

이 따뜻함. 권지용에게 가져다 주고 싶다. 웃기는 말 이지만, 할 수 있다면 햇빛을 모아다 주고 싶어. 그러면 형이 조금은 괜찮아 질까. 어둠 속 깊숙이 잠겨져 있던 형이.

 

어둠과 권지용은 늘 함께 있었다.

 

 

온갖 빛이란 빛은 다 받는 것처럼 밝았던 그는, 어둠과 늘…함께였다.

방 안에 틀어박혀 담배연기로 공간을 메우고, 또 손이 부서져라 펜을 잡아 있는 대로 불어 터지고…

 

그리고,

맞고.

얻어터지고.

씹히고, 밟히고…

 


여러 후배 가수들에겐 그가 우상이며, 천재며, 빛이었을지는 몰라도
실상 그는 이런 햇빛조차 자유로이 즐길 새가 없었던, 오로지 천재라는 힘겨운 짐에 끌려 다니며 어둠 속에 파묻혀야 했던 진정한 암흑이었다.

 


“잘 되겠지…”


차라리 이럴 거면 연예계를 나와 버리지…악순환에 묶여 사는 권지용이 그저 안쓰럽다. 그가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건, 팬들을 얼마나 아끼건 모두 떠나서, 이렇게 지옥 같은 날만은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 잘 될 거라는 말도 벌써 수백 번은 넘었을 거야. 하지만, 걸 수 있는 희망이 이 말밖에 없어 더 안타깝다. 그래, 잘 될 거야…분명 잘 될 거야, 그럴 건데…

 

 

 


…그럴 건데……?

 

 

“…어…….”


아, 저게 뭐지.

 

그 순간,
다시 전공서적을 펼치려다 말고 내 눈에 스쳐 들어온 무언가에 의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게 뭘까.

전공서적이 바닥에 쿵 하고 떨어져 버스 바닥을 구른다. 잠시만…지금 저게 문제가 아니라…저거…저거, 내가 지금 본거…


“…아.”

 


내 앞 좌석에 앉아 신문을 펼치는 남자, 아니, 정확히는 그 신문.
서적을 간신히 손을 뻗어 줍고 다시 앉아, 잘못 본 거라며 눈을 세차게 깜박여보아도 내 시선을 잡아버린 지옥 같은 여덟 글자는 그대로였다.


"…저게…무슨…“

 


계속 눈을 계속 깜박이는 날 배신이라도 하듯
마치 클로즈업이라도 잡아놓은 것처럼 확대되어 잡히는 기사의 머리글…

 

 

그 여덟 글자가 잘못 본 게 아님을 확신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듯 내뱉고 말았다.

 

 

 

“지드래곤…마…약…복용….”

 


 


저게

 

 


“…무슨 소리야…”

 

 


마약복용이라니…무슨…저게…
지드래곤 마약복용…권지용이…뭐? 마약?


갑자기 마약이라니. 내가, 내가 뭘 잘못 본거겠지. 마약. 그런 게 권지용이랑 매치 될 리 없잖아. 저게…말이나 될 개소린가…!!!!

 

 

호흡이 가빨라졌다. 지드래곤? 그거…권지용 맞지. 내가 잘못 본건가. 아니, 권지용의 예명이… 지드래곤이 아니었던가. 아니면…내가 본 ‘마약’이란 단어가 오타라도 난 걸까. 그것도 아니면…도대체…뭐야…!!!!!

 

 

당황한 나머지 그 신문을 냅다 뺏어드려다 정신을 차려 앞 좌석에 앉은 분께 양해를 구해 신문을 받아 들었다. 잘못 본 거겠지…마약은 무슨…개소리…권지용이. 마약을?

 

 

웃기는 소리야…신문을 펼쳐 드는 손이 덜덜 떨린다. 누가 마약을 해. 웃기지마. 개소리.

웃기는 소…!!!

 

 

 


"…얼마 전 마약복용으로 문제가 된 탤런트 안재현이 함께 약물을 복용했다며 제보한 A모씨가 가수 지드래곤으로 밝혀져…“

 

 

 

……

 

 

함께 약물을 복용했다며 제보 된 A모씨가

가수,

지드래곤으로…밝혀져.

 

 

 

…권지용이

뭘…

어떻게…했다고…?

 

 

 

단 두 줄. 기사 단 두 줄을 읽기도 전에 신문을 투둑, 바닥으로 떨구고 말았다. 마약. 마약복용. 권지용이. 권지용이…마약을 했댄다. 약을…약을 했다고.

 

 


게다가 인터넷 신문도 아니고…이런 신문에…실리다니.

 


신문을 주워 들 생각도 하지 못 한 채 우두망찰했다. 누가 뭘 해…바닥에 떨어진 신문에 크게 박힌 권지용의 사진이 아이러니하게도 웃고 있다. 활짝 웃는 사진…저렇게 아이 같은 그가 마약을 해…

 

 


학교 앞에서 버스가 서자 기계처럼 일어나 벨을 눌렀다. 마약…권지용이 왜 약을 해…얼굴이 화끈거려 머리가 다 울린다. 세상에…루머로 약해져 있는 그에게 마약이라니… 이번 일로 또 그는 얼마나 지독히도 다치게 될 는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어 토할 것 같았다. 개소리. 개소리다. 그는… 그는 확실히 마약 따윌 입에 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건…

 

 


저 기사는

또 뭐냐고…….

 

 


“…오보일거야…. 오보가 나도 어떻게 저렇게…”

 

 


오보인 게 분명하다. 사실일 리가 없어. 마약? 권지용은 그딴 쓰레기를 입에 댈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 마약이라니…

차라리 그가, 살인자들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그런 사실적인 기사나 내보내.

한동안 그렇게 학교 정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 손톱만 물어뜯고 있다가 이럴게 아니라 차라리 사장님께 여쭤보기라도 해야겠다 싶어 휴대폰을 넣어둔 가방 앞 주머니를 뒤졌다. 그런 근거 없는 개 루머가 신문을 타다니…그것도 꽤 영향력 있는 연예전문 신문에…

 

 


휴대폰을 찾아 폴더를 열었다. 권지용은…지금 어떤 기분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얼마나 또 죽을 생각을 하고 웅크리고 있어. 그 전에 이 기사는…어디서 나온 것이기에…!!!

 

 

 

“여보세요, 사장님? 저 승현인데요.”

 

 


망설일 새 없이 바로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수화 음이 갔을까, 사장님의 맥 빠진 목소리가 아, 기사가 심각하게 터지긴 터졌구나…라는 걸 새삼 실감케 했다. 진짜…어떻게 된 일인지…사장님의 목소리를 확인하자마자 다짜고짜 물었다. 신문기사…그거…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이냐며.

 

 

 

“기사 봤어요…마약이라니…무슨 소리에요?”
[그래…봤어?]
“당연히 보죠…!!!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루머치곤 심하잖아요, 신문이라니!!!!!!!!”

 

 


오보라며 표정 한번 찡그리고 말 인터넷 기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신문이라니, 루머로 밝혀져도 그 여파가 장난이 아닐 텐데…그 전에 마약…?그게 말이 돼?!

 

 


“사장님, 정말 어떻게 된 거에요…난데없이 이게 무슨…”
[…승현아…]
“루머란 거 아시잖아요. 사장님은…믿으시죠? 네? 말도 안 되잖아요. 세상에. 마약이요? 마약이라구요? 차라리 사람 한 명 뺑소니 쳐 죽였다고 하지 그래요…!! 신발, 마약 같은 개소리…!!!!”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정말, 미친놈처럼 학교 교문 앞에서 수화기를 붙잡고 죽어라 쏟아 부었으니까. 대답 없이 고요한 수화기 저 너머가, 숨소리만 간간히 들리는 사장님의 태도가 날 더 미치게 했다. 무슨 말이라도 해 보세요…마약…그게 말이나 돼?!

 

 

그런 거…권지용은 안 한다고…마약은 커녕…하…

 

 

 

“권지용…자기 몸 아끼려고, 노래 더 잘 부르려고 그 꼴초가 활동 기간엔 담배도 안 펴요…”
[…승현아. 내 말 듣고…]
“그 꼴초가…담배도 하나 안 피운다고…”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뭘

잘못했기에….

 

 

 

 

……그가 죽은 지금에서야, 그 루머의 진위가 밝혀졌다. 그 전에, 그 것보다 더 억울한 것은…그들은, 그 밝혀진 진위조차 외면했다. 심지어, 그가 죽은 이유가 마약중독이라는 개소리까지 튀어나왔다. 그의 죽음이…그의 외롭고 처절한 죽음이…모두 마약 때문이라며.

 

 

단지, 단시간에 눈에 띄게 수척해진 게 마약 때문에 몸이 상한 거라고, 몸살 때문에 정신을 잃은 것이 환각 때문이라고. 되도 않는 증거를 나열해가며 그를 묻었다. 그의 비틀거리는 몸짓조차, 마약의 부작용이라며 캡쳐를 떠 올렸다.
…그래, 그리고, 그때 그렇게 학교 앞에서 사장님께 들은 사실은 억장이 무너지도록 기가 막힌 것들이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

 


바로…어제 새벽, 권지용의 이름과, 마약이란 끔찍한 단어가 함께 포탈 검색 어에 올랐다는 것이다.

 

 


한창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지면서 떠들썩했을 그 때 권지용 마약, 지드래곤 마약…이란 검색어가 마치 조작이라도 한 듯 실시간 검색 어 1~2위를 차지하였단다. 게다가 눈을 의심하리만큼 정교한 사진들이 인터넷에 유포되었다며. 강남의 한 클럽에서 있었던 마약파티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그라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마약이라곤 만져보지도 못 했을 권지용이 도대체 왜.

 


…모두가,

모두가 권지용을 몰았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그런지 썩을 대로 썩은 새끼라고, 그래서 눈에 뵈는 것 없이 마약마저 삼킨 거라고. 그래…권지용이 원래 썩었던 새끼였던 것 마냥, 그런 권지용을 잘 아는 것 마냥 그리 몰았다. 하나같이 다  ‘권지용, 마약 하게 생겼잖아…' 따위의 근거 없는 생각들.

 

 

 

웃긴다. 아는 척, 다 아는 척 자연스레 그를 파묻는 사람들이 너무도. 실상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음에도.

 


 

…그런데 더 웃긴 것?

그날, 권지용이 실시간 검색 어에 오른 이유가

안티들이 정해진 시간에, 미친 듯이 타자 질을 해 조작했기 때문이었단 것.

 


그리고 이 사실은,
권지용이 죽은 지 하루 되는 날.
그러니까, 이미 죽어버린 날. 밝혀졌다.


이미,

그가 죽어버린 날.

 

 

 


**

 

 

 

 

“…기자회견을 해야 할 것 같아.”

 

 

 

 

…뭐…?

 

 

그 말에, 권지용과 나, 모두 얼이 빠져버렸다.
기자회견 이라니,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버스에 내려, 학교 안으로 들어갈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오늘도 대리출석을 해야 할 것 같아서…지금 권지용의 피폐해진 상태가 안 봐도 훤히 눈에 보여서. 그래서 친구에게 부탁을 하고 잘 타지 않는 택시까지 올라탔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갔던 곳…권지용의 오피스텔도 아니고, 기획사도 아닌 매니저의 자택이었다. 이미 권지용이 갈 만한 곳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 들어갈 수 없다고…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때문에 오피스텔로 가려다 도중에 방향을 틀어 도착했다. 세상에. 얼마나 극성이면 자기 집엘 못 들어가. 기자들이 얼마나 극성으로 진을 쳤으면.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어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처절하게 혼이 나가버린 권지용이 그곳에 있었다.
눈이, 텅 비어버린 그가…

 

 

 

“…기자회견…과연 그게 효과가 있을까요…?기자들…권지용 묻는 데엔 물불 안 가리잖아요…”
“일이 너무 커져버렸어. 지용이, 소환장 날라 왔다. 약 반응검사 하라고.”

 

 

 

…소환장…!!

 

 


도대체…왜…?소환장이라니, 낙담한 듯 가라앉은 사장님의 목소리에 순간 내가 뭘 잘못 들었나 했다. 권지용이 약을 하지 않았단 건…너무나도 명백한데, 왜…

 


“내일 당장 테스트 받고, 바로 기자회견 열자. 그게 최선이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아, 그래.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잠시 잊고 있었다. 진실도 외면하는 그들이 입을 닫는다고 한들 무엇이 명백한지 분간이나 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그의 무죄임에도….

수많은 해명을 지금 까지 해왔지만 뭐 하나 제대로 들어 준 적이 없었다. 그들은, 명백한 진실을 두고도 자기 생각만 믿을 뿐 이니까.

 

 

기자회견. 정말 그 것밖에 방법이 없나.

 


아직도 열기가 남아 뜨거운 권지용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자 , 힘없이 그의 고개가 내 어깨로 툭 떨어진다.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은 지 눈을 꼭 감은 채…힘들겠지, 라는 말도 이번이 몇 번째 인지…이런 식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테스트를 받으러 불려 다닌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고문일걸.

형이 얼마나 힘들겠어…짐작 가지 않는 그 고통의 크기를 감히 상상하려니 속이 우글거린다. 얼마나 괴로울 거야…얼마나…얼마나…

 

 

“…지용아. 그런데 너. 어제 미니 홈피에 글 남긴 적 있었냐?”

 

 


 

…네?

 

 

PDA로 권지용의 스케줄을 확인하던 사장님이, 지쳐 내게 고개를 묻은 권지용에게 조용히 물으셨다. 미니홈피에 글…남긴 적 있냐며.

전혀. 그랬을 리가 없지 않나. 컴퓨터는 그에게 극약이다. 권지용을 물어뜯는 살인 도구. 그런데 그런 그가 인터넷을 어떻게 해.

 

 


“…아뇨, 전혀요…왜요…?”

 

 


사장님의 목소리에서 이상함을 느꼈는지, 권지용이 조금 힘을 내어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권지용이 어제 인터넷을 하지 않은 건 내가 증명할 수 있다. 아니, 어제 아시아 페스티벌 대기실에 있었던 스텝 모두가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아팠는데 무슨 정신이 있어 컴퓨터를 켜…권지용이.

 

 


“너 당장 미니 홈피 비밀번호를 바꾸던지…아니면 폐쇄해라.”
“…네…?”
“말 안 하려 했는데. 네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오늘 생방 무대 때, 팬들이 무슨 말 해도 그냥 듣지 마.”
“…무슨…말인데요…”

 

 


…겁이 난다. 듣기도 전에 겁이 난다. 팬들의 말조차 듣지 말란다. 권지용의 미니 홈피…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또 루머야? 또? 그 놈의 루머…

…당최, 무슨 루머기에.

 

 

 

“ 너 미니홈피 아이디, 해킹 당한 것 같아. 일단, 네 아이디 접속해서 글 삭제하고 비밀번호 바꾸긴 했는데…후…”

 

 


…이번엔 해킹이야?

어이가 없다. 해킹이란다. 하다하다 못해 권지용의 아이디를 해킹까지 한댄다.

 

 


하도 어이가 없어 피식 웃어버렸다. 정말 가지가지 한다. 해킹. 아주 할 짓이 없지? 권지용 묻는 짓거리 빼곤 할 짓이 없나 보네. 해킹이라니. 하다하다 못해 이젠 해킹이야?

 


“…무슨…글이었어요…?”
“어?”
“해킹한 사람이 올린 글. 무슨 글이었냐구요….”

 

 


…아.
권지용의 물음에 공기가 갑자기 싸해진다. 맞아. 무슨 글이었을까. 사장님이 심각하게 물어 오셨을 정도면, 정말 문제가 될 만한 글임에 틀림없는데.

권지용의 시선을 따라 나도 눈을 돌리자, 착잡한 표정으로 얼굴을 짚은 사장님이 한숨과 함께 눈을 피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글이었길래. 무슨…얼마나 심각한 글이었길래…

 

 

 


“…네 팬들보고 네가…”
“…네.”
“네 팬들보고…후…아니다. 됐다. 나중에 생방송 무대 다녀와서 말하자.”

 

 


 

…팬.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리던 나도 ‘팬’에 관련된 말이었다는 소리에 저절로 얼굴이 굳어지더라. 사장님의 표정이 하도 심각해 보이길래 더 묻진 못했지만, 우리 둘 다 이를 꽉 깨물었다. 짐작이…짐작이 가. 어떤 글이었을진…

 


…그래, 그 글도 온통 기가 막힐 글이었다.

 

그 때 권지용은, 사장님께 고개를 끄덕이곤 간신히 정신을 추슬러 생방송 무대로 갔다. 그래서, 권지용의 아이디를 해킹했다는 사람이 자신이 권지용인 척 미니홈피에 올린 글의 내용을 듣지 못했었는데…나중에 그 잔인한 내용이 떠오르더라. 권지용이, 전혀 올릴 리가 없는 글.


항상 입버릇처럼 팬의 존재를 의식하던 권지용이었다.


선물을 받아도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 이미지 관리라며 무표정을 유지하던 그가, 집으로 돌아와선 자지러질 듯 좋아했다. 그렇게 감사할 줄 알고, 그에 보답하려 담배마저 줄이려 했던 그였다. 팬 레터? 단 한 통도 버린 적이 없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팬들보고, ‘음악을 들을 줄도 모르면서 무작정 쫓아오는 귀찮은 것들…’이라며….미니홈피에, 올렸다고.

 

 

그리고 그 루머는, 그의 진실보다 더 빨리 퍼져 나갔다.

 

 

…그렇게.

루머는 그를 서서히 잠식시켜갔다.
결국은, 그가 죽은 것은 모두 루머 때문이다.
그 후, 생방송 무대에서 있었던 일도. 그렇게 팬들에게 외면당했던 일도…모두 다.

 


…왜, 루머는

그를 그토록 죽였는가…왜 그들은, 그 루머에 그를 외면했는가.
권지용을 믿지 않은 그들이, 그래서 그에게 돌을 던진 그들이 어쩜 이리 야속한지. 그가, 마약사건에 지쳐, 모두의 눈초리에 지쳐 힘을 잃은 그가,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노래했는데…

 

 

 

 

왜…그들은…

그를 외면했는가…

 

 

 

 

“승현아…”
“…응?”


그렇게 사장님이 가시고, 권지용의 부름에 그에게로 시선을 옮기자, 기운이 쪽 빠진 목소리의 그가 날 부른다. 응…왜 그래…손을 꼭 잡으며 눈을 마주치니, 그의 갈색 눈이 힘없이 깜박였다. 왜…무슨 말을 하려구…언제부터인가, 그가 날 부를 때마다 약간의 마음의 준비를 한다. 권지용이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나까지 먹먹해져 눈물이 나오기 때문. 숨을 훅, 들이 쉬고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쥐었다. 왜 그래…또 무슨 생각을 하기에.

 

 

“…무슨…주문 같은 거… 없어? 뭐든지 잘 풀릴 수 있게 하는…그런 주문.”


 

 

…뭐.

주문….


날 맹하게 응시하던 그의 희미한 눈이 아래로 떨구어지며, 권지용이 조근 조근 말했다. 주문… 뭐든지 잘 풀릴 수 있게 하는 주문…아, 권지용은 지금, 진심으로 물어보는 거다. 형, 그런 미신 같은 것…절대 안 믿는 사람인데…

주문이 없냐며 묻는 그를 보고 , 별 생각이 다 들더라. 어린 여자애들이나 재미 삼아 외우는 그런 주문 따위…얼마나 막막했으면 그런 말까지 할까요…아…이 사람이…얼마나 디딜 곳이 없었으면…

 


“주문은 없지만…”

푹 쳐진 그의 어깨를 꼭 잡았다. 그런 주문이 있는지는 잘 몰라. 그렇지만…

 


“기도는 해 줄게. 다 잘 될 거야…라고. 이제. 모든 게 잘 풀릴 거야…”

매일 반복되는 기도지만…이 자그마한 게 그에게 힘이 될 수 있기를…

내가 권지용을 위해 하는 기도. 다 잘 될 거야…제발 운명이 그를 건드리지 않길…이미 받을 만한 상처란 상천 죄다 받은 그가 더는 고통에 눈물 흘리지 말기를…
더 이상 다칠 곳이 더 있을까 한숨마저 나온다. 온몸이 다 물어 뜯겨 더 뜯길 살점이나 남아 있을까.

 


“…응. 고마워.”

고맙기는…내 말에 희미하게 웃던 그가 눈을 꼭 감는다. 눈물을 참으려고…그러는 구나…차라리 울지. 붉어진 눈시울이 축축하다. 형, 울어, 그냥…눈물을 삼키려 하지 마…

 

 


……그렇게

 

 


권지용은 끝까지 눈물을 참고 버텼다. 생방송 무대는 꼭 펑크 내지 말아야 한다며, 여기서 더 실망시키면 안 된다며 끝까지 버텼다.

마약을 한 게 정말이냐는 친구의 전화에도, 비명 한 마디 없이, 꿋꿋히 버텼다. 버티려고 애 썼다. 그랬는데… 그렇게 계속 버티길, 괜찮길 바랬는데…

 


…왜, 루머는

그를, 그토록 버티던 그를 죽였는가…


결국 권지용은 무너졌고, 지금 난. 그와 함께 모니터링을 하며 웃는 게 아닌, 그의 회고록을 쓴다. 그가 죽은, 비통의 회고록.

지금 내가 이 공책 몇 장에 쓴 짧은 루머들은, 결코 그의 삶에서 큰 부분이 아니다. 그는 이 외에도 여러 루머들을 계절병처럼 앓았으며, 그것들은 모두 다 그를 난도질한 고문이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단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직접적인 것이 이것일 뿐이지…이게…다가 아니다.

 

 


…그리고.


그 다음.

 

 

그렇게, 그가 생방송 무대 스케줄을 위해, 스튜디오로 이동한 다음.
그 다음 일들이…

…그를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만든 채찍이었다.

 


…그 다음, 그가 팬에게…갈기갈기 찢긴 일.

하도 울어 눈물도 나지 않는 눈을 습관처럼 비비고, 급하게 공책의 다음 장을 넘겼다. 그때, 그 빌어먹은 해킹사건으로, 그걸 믿어버린 팬들 때문에, 그는 결국, 떠나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래, 그것을 쓰기 전에, 그 가련한 모습을 쓰기 전에, 잠시 펜을 놓고 숨을 골라야 겠다. 뿌리까지 썩어 진실 따윈 없는 루머…그 루머에 울고 싶어진다. 지독하다. 잔인하다. 고문이었다, 고문…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님을….


숨이 가빠, 이만…줄인다.

 


-Episode.7 루머. Fin

 

 

 

[ 권지용 회고록 : 08 ]

 

 

공책이 몇 장 남지 않았다. 그 만큼 이 한 권에 담은 내용은 많았다. 그렇지만, 누차 언급하는 것이지만, 그의 고통의 크긴 이 정도론 짐작 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겨우 이 정도로 간단히 쓸 수 있는 공책 한 권 따위가 아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그의 극히 일부분만을 알 뿐이었으며, 내가, 그리고 그들이 모르는 그의 괴로움은 분명 알려진 이면보다 더 거대했을 테니…….하지만 일단, 내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내가 적을 그의 모습은 이제 막바지였다.

 

 


 
이번에는 무얼 쓰지. 잠시, 펜을 잡은 손에 힘을 놓고 지나간 글씨자국들을 응시했다. 뭘 써야 하나…뭘….이렇게,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날부터 항상 다음 장으로 넘겨져 깨끗해진 공책을 보곤 고민을 했다. 다음엔 무얼 써야, 형의 괴로움을 그나마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펜촉을 공책에 대어 점을 찍었다. 사실, 내가 공책의 끝으로 향하는 이 부분에서 무엇을 써야 할 지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게도 피하려던 주제. 그에게 굉장한 힘이었지만, 지금은 상처가 되었을 그 단어.
 
 

지금까지, 그 것을 쓰기를 기피했었다. 그건 내게도, 형에게도 굉장한 상처였으며 괴로움이었으니까. 미루고, 미루고…결국엔 지금, 이 노트가 끝이 보이기 전에 써야 할 것 같아 이리 쓰려한다.
 
 
 

 

그래, 이번에는…그걸 쓰자. 권지용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했던 그들을….
 
그러나 지금은, 심지어 나에게조차 상처가 된 그들을.
 
 
 

 
 
…….
 
 
오늘은,
 
너희들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권지용이.
 
G Dragon이 그리도 아꼈던 너희들을.
 
 
그럼에도, 그를 버린 너희들을…….
 
 
 
…무엇을 쓸 지 생각을 정리하고 나자,
 
내가 그렇게도 피하려던 단어. ‘팬’이라는 것이, 펜 촉 잉크 끝에 맺혀 지면을 물들였다.

 

 


-권지용 회고록 Episode 08. Fan
 


 
 
 
팬은
 
무엇인가.
 
 
언젠가 한번 권지용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형에게 팬은 무슨 의미야?
 
별다른 기대를 하고 물어 본 말은 아니었다. 솔직히, 아직 어린 그에게서 어느 철학적인 답변을 기대했겠는가. 그저 그날, 권지용의 오피스텔에 들어오는 길에 숙소를 지키던 한 팬에게 커다란 사탕바구니로 머리를 얻어맞아 기분이 더러워 그리 물었을 뿐이었다.
 
욱신거리는 뒤통수를 문지르며 챙겨온 사탕 바구니를 북북 뜯자, 그 때 권지용이 내 등을 후려치며 바구니를 뺏어 들곤 했던 말이 생각난다.
 
 
“ 담배 피기 전에, 술 마시기 전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 ”
 
 
 

 
……아.
 
가장 먼저, 생각 나는 사람들.
 
 
 
그 말을 듣자 나는, 참 극성이라고 그에게 덧붙여주었다. 담배를 피던, 술을 마시던 다 형 자유인데…얼마 전에 담배를 끊었다며 담배 곽 을 구기던 권지용이 팬 때문에 그랬나 싶기도 했다. 맞아. 언제부터인가 작곡할 때를 제외하곤 담배를 피운 적이 없더라. 내가 그렇게 끊으라고 갈궜는 데도 무시하던 형이.
 
 
 
…그렇게 그들은 그에게 절대적이었다. 항상 생각하고, 염두 하는 존재. 내가 생각하는 게 맞을진 모르겠지만…그 때 그가, 내가 풀어헤친 사탕바구니를 조심조심 다시 싸며 했던 말은 아마 그 의미,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나의 VIP. 내게는 최고의 귀빈.
그래서, 항상 조심하게 된다고. 그들은 자신에게 그런 의미라고…
 
 
 
문득 어제 난리가 났다던 그 미니홈피 글이 떠올라, 그토록 그를 아꼈던 권지용이 떠올라 입안이 씁쓸했다. 아직 스물 둘. 남보다 자신에게 더 초점을 맞추는, 자기 앞 길 챙기기에 바쁜 사회 초년생이다. 그만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고, 팬들이라는 허상적 존재에 대해 심각히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상황까지 오기 전, 그를 보는 난 그리도 팬을 아꼈던 그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팬? 그거, 다 부질없는 짓이야. 형이 뭐라고 그렇게 좋다고 난리 쳐. 걔네들… 형이 조금이라도 활동 안 하면 깡그리 잊을걸? 십 년 후에, GDRAGON이 누구였는지 기억도 못 할 사람들이라고…그런데 뭘 그렇게 팬 때문에 아둥바둥하냐고.
 
 
 
 
…그러나, 권지용은.
 
 
그런 팬들을 아꼈다.
그들은 그를 잊을지 모르더라도, 그는 그들을 잊지 않았다.
정말, 소중히…생각했다. 그만큼 그는 그들에게서 힘을 얻어갔고, 얻어간 만큼 보답하려 애썼다. 그런 그였다…….
 
 
 
 
그랬던 권지용에게 그 따위 루머를 뒤집어 씌우는 건……너무 잔인하잖아.
 
 
 
 
 
 
 
 
 

 
……
 
 
 
 
“형.”
“…”
“형…? 지금 내 말 듣고 있어?”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을 접고, 문득 권지용에게로 시선을 돌려보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그가 멍하다. 대기실에 앉아, 오늘 무대는 이러이러하겠다고 한창 기분을 돋구려 말을 걸었는데, 미동조차 없이 우두커니 앉아만 있는 것이었다. 사실, 이리 멍하게 정신을 놓고 있는 것이 지금 그의 상황에 비하자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나는 불안했다. 저 표정, 그의 두 눈이 너무나도 공허했기에.
 
 
 
 
“형, 뭐야.왜 그래. 왜…왜 이렇게 멍해. 응?”
 
 
 
몇 번을 불러도 답이 없었다. 서너 번 크게 불렀음에도 묵묵부답…권지용은,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자기 발끝만 물끄러미 쳐다 볼 뿐이었다. 마치, 제 발에 원수라도 진 사람처럼 ,그러나 무언가 자포자기 한 사람처럼.
 
 
 
…무슨 생각을 하기에 이래. 무슨 생각이길래…무엇에 속 끓이기에 이래…
 
 
 
“이보세요, 권지용씨!”
 
 
 
하도 답답해, 그의 어깨를 살짝 흔들어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렸다. 맥없이 딸려오는 머리가 저항 없이 움직인다. 물 먹은 솜 인형처럼 축 쳐져서는…아. 정말.
 
 
 
“…어…?”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권지용을 보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시선을 돌리려 했던걸 잠시 후회하고 말았다. 그의 고개를 애써 내 쪽으로 놓고도 그 눈과 마주치기가 무서워 내가 먼저 눈을 내리깔아버릴 뻔 했으니까.  권지용의 눈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어 더 막막했기에…. 그래서 그  막막한 두 눈이 두려웠다. 무엇을 품고 있는지, 어느 상처 입은 생각을 담았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아 불안했다. 그러나, 확실히 알 수 있던 것은…역시나.
 
 
 
 
그의 눈은. 참담했다.
 
 
 
 
“…무슨…무슨 생각을 하길래 표정이 그르냐? 힘 좀 내!!!!”
 
 
 
내 밝은 목소리에 두어 번 눈을 깜박인 권지용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제 발등만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두렵다. 권지용의 머릿속이 두려워. 남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갈 행동이지만, 그게 권지용이라서 두려웠다. 저렇게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혼이 나간 사람마냥 , 인형마냥 앉아있던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차라리 화를 낼지언정…저게 뭐야. 저게…
 
죽은 사람처럼…뭐야….
 
 
 
 
 
“왜 그렇게 멍을 잡으실까. 피곤하면 잠시 대기실 밖에 좀 나갔다 올래? 아직 무대까진 시간 꽤 남았으니까…”
 
 
 
하다 하다못해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대로는 정말…생방송 도중에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해. 단 한번도 사소한 실수조차 하지 않은 그였지만…지금 상태라면…오늘은, 예외적 상황이 발생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나갔다 오자,. 응?”
“아니야, 됐어…”
 
 
 
정말 이런 상태로 무대에 선다면…어떻게 될 지도 모르겠어. 게다가 생방송인데 실수하면…또 악플에 상처 받고, 까이고…악순환의 반복이잖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 속이 답답해져와 고개를 젓는 그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잠시 트인 공기를 마시면 괜찮을 지도 몰…
 
 
 
“…싫어…!!!!!!!!!!!!”
 
 
 
 

 
 
 
……
 
 
……어……?
 
 
 
 
멈칫.
 
아.
 
예상하지 못한 반응. 진저리 치며 거부하던 권지용이, 내 손을 뿌리치며 격하게 도리질했다.
 
…아. 놀랐다. 굉장히, 심하게 동요한다. 왜…왜 그래. 아무 기력 없이 조용히 늘어져만 있던 그가 기겁을 하며 내 손을 뿌리쳤다. 뭐야…무슨…생각을 했기에.이토록 동요해.
 
 
“…형.“
 
 
 
잠깐 나갔다 오면 좀 괜찮을까 싶어서…그래서 그랬는데…진저리 치며 뿌리치는 모습에 할말을 잃었다. 무슨 생각을 했기에 이러나. 그의 도리질에 튕겨나간 손이 약간 따끔거려 더 놀랐다. 그저 난, 바람이라도 쐬자고 그런 것 뿐인데….
 
 
 
 
“…아아…”
“…권지용…형…”
“미안…아…미안, 미안, 승현아…”
 
 
 
왜 이럴까…발갛게 부어 오른 내 손을 보고 몸을 잔뜩 움츠린 권지용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입술을 열었다.미안해…미안해…미안해…누구한테 비는지도 모르게 , 나와 눈도 못 마주치고 덜덜 떨면서…뭐야. 왜…왜 그러는 건데…
 
 
“미안해…아…미안…미안해…”
 
 
…뭐야…….
 
다시 권지용의 옆에 앉아 그와 눈을 마주치려 고개를 숙이자, 그럴수록 그는 더욱 움츠리며 떨었다. 왜…왜 내 눈을 못 마주쳐…형…권지용…
 
 
 
“…괜찮아…?형…”
 
 
권지용과 시선을 맞추려 그의 얼굴을 싸매고 있는 팔을 풀어 애써 고개를 들렸다. 마약 사건…그것 때문에 충격을 받아 그러나…그래, 충격을 얼마나 받았겠어…그래서 불안해서 그러나 봐. 달달 떨리는 권지용의 창백한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려 그의 차가운 얼굴을 감쌌다. 많이 상처 받았겠지…그랬겠…
 
 
 
……아.
 
세상에.
 
 
 
 
 
“…형…”
 
 
미친듯이 흔들리는 권지용의 갈색 눈동자…진동이라도 하듯…사시나무 떨 듯 흔들려 초점을 모을수 없을 만큼 흔들렸다….아. 세상에. 이렇게 불안한 눈을 한 그라니… 덜덜 떨리는 눈동자를 하고 내 시선을 피하려 눈을 감는다. 아. 이게…이렇게…불안해하는…권지용이라니…
 
아주 어릴 적에,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실에서 악보를 뒤적이던 열 살의 그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 어렸던 나이에도 이런 눈을 하진 않았었는데…권지용…형…지금 불안해…응…?
 
 
 
 
“…뭐 때문에 그러는 건데…나한테는 괜찮으니까…그냥 다 말해도 돼…”
 
 
 
속이 답답하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당당하고, 항상 두려움을 비웃으며 이겨내던 권지용이 어쩌다 이렇게 불안감을 느끼게 된 건지…답답해…뭐가 형을 그렇게 만들었나…
 
그래, 그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이 불안함이 이해 될 정도로 엄청나게 괴로웠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지금 권지용을 보고 굉장히 놀라고야 말았다. 정말…이렇게까지 불안해 하는 형의 모습은…처음이니까.
 
 
 
 
“…승현아…나…”
 
 
계속 눈을 내리깔며 내 시선을 피하던 권지용이 숨을 훅 들이쉬더니 맹하게 날 보며 입을 열었다.그래, 그래 형…무슨 생각을 하는데, 어떤 생각으로, 힘들어 하는 건데…
 
 
 

 

 
“…사람들이…무서워…”
 
 

 
 
 
 
……뭐?
 
 
 
 
사람들이
 
무서워.
 
 
 
 
그 짤막한 말에, 그의 손을 잡은 두 손을 스르르 놓았다.
 
 
이게 무슨 말이야…사람들이…무섭다니.
 
 
 
 
…권지용. 너 설마…
 
 
 
“…다 날 싫어하는 것 같아…날 모두들…미워해…”
 
 
 
 
…설마.
 
 
 
“…사람들이…무서워…”
 
 
 
 
 
 
대인기피증…
 
……생겼어…?
 
 
 
 
 
 
 
차마, 엄두가 안 나더라. 억장이 무너진다. 사람이 무섭댄다, 권지용이…그 밝고, 사람과 섞이길 좋아했던 그가 사람이 무섭다고…왜…사람들이 형을 미워해…왜…사람들이 형을 싫어해…왜…
 
 
…왜…
 
그들을 무서워해 …
 
 
 
 
“ 나 좀 숨겨줘…무섭다…나 너무 무서워…모두가…사람들이 너무 무서워…어떻게 해…어떻게…해…승현아 나 어떻게 해…”
 
 
 
급기야는 제 팔에 고개를 묻고, 어린아이처럼 파고드는 그 모습에…아. 내 시야가 다 흐릿해졌다. 세상에. 내가…지금…뭘 들은 건가. 저게 권지용 입에서 나온 말이 맞는가. 권지용이…어찌 사람이 무섭다는 말을 할 수 있어…
 
 
 
“내가 숨 쉬는 것도 싫을 거야…내가 이렇게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싫을 거야…무서워…사람들이 날 미워하는 게…너무 두려워 … 아 …제발… 나 좀…”
“…사람들은 형 안 미워해…!!!!!!”
 “아니야…아니야, 승현아…나 두려워… 날 더 싫어하면 어떻게 하나…그래서 사람들 마주치기가 무서워…인사하는 것도 무섭고…인사 받는 것도 두려워…말하는 것도…웃는 것도…우는 것도…모두다…어떻게 해…나 어떻게 해 승현아…”
 
 
 
무언가로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그의 마른 어깨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수없이 깨물었을 입술이 갈라지고 갈라져 핏방울이 맺혔다. 그가 운다. 권지용이 운다. 행여 들킬까봐, 우는 것도 미움 받을까봐 무섭다며 피 맺힌 입술을 손바닥으로 짓누르며 그가 운다…
 
…권지용이,
 
사람들이 두렵다며.
 
우는 것 마저 손가락질 받을까봐 두렵다며.
 
미친듯이, 그러나 적막할 정도로 고요히,운다.
 
 
“…하…….”
 
 
 
내가 형을…어떻게 해야 해…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 늘 당당했고, 최고인양 밝았고, 정말 톱이었던 권지용이…얼마나, 얼마나 심하게 난도질 당했으면 저렇게 한 순간에 변해버려… 어떻게 하면 사람이 저렇게 변해…
 
저렇게…길이 안 보일 정도로…망가져 버렸나…
 
 
 
“나…모든걸 관두고 싶어…싫어…미움 받는 것…숨고 싶다…나 좀…그만 싫어했으면…”
 
 
 
미움 받는 게 두렵다며…대기실 밖을 나가는 게 그리도 두렵다며…눈물이 가득 괴인 눈으로 내 옷자락을 붙잡는 권지용이 전혀 그답지 않은 불안정한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 뱉어냈다…잘 버티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그럼 그렇지…일이 그렇게 터져버렸는데…잘 버티는 게 이상한 거지…세상에…그럼…
 
 
형이,
 
형을 왜곡되게 생각하는 그들의 얼굴을…
 
보아버렸나…
 
 
 
“ 지드래곤 생방송 5분 전입니다! 무대 뒤로 이동해주세요!”
 
 
 
권지용의 눈물을 닦아줄 새도 없이, 스텝이 와 생방송 무대의 시작을 알렸다. 아…이 상태로 어떻게 하라고…무너지기 직전의 권지용을…도대체 어쩌라고…저번 날, 열병으로 무대에 서지 못할 뻔 한 상태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마음의 상처. 정신적으로 그는 타격을 입었다. 그래, 울지 않는다고…화내지 않는다고 그가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속으로 어찌나 앓았겠어. 얼마나 앓고, 얼마나 찢겨졌겠어….
 
 
그의 두 눈이 텅 비어버렸다. 5분. 그 새에 어떻게 해. 권지용을 어떻게 하냐…이렇게나 다쳐버린 권지용을 어떻게 회복시켜…
 
 
 
 
“…형…”
 
 
 
 
그가 이 상황을 극복 해 낼 수 있는 말은 뭐가 될까. 그의 손을 꼬옥 잡고, 권지용을 생각했다. 이렇게 다치고, 상처받은 그가 힘을 얻을 수 잇는 것.
 
공황상태인 권지용에게 활기를 줄 능력은 내겐 없었다. 정말 난 주문도 몰랐고, 그의 괴로움을 덜어줄 수 있는 신적인 존재도 아니었으니…그렇지만…그에게 그런 신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지…그가 딛고 일어 설 수 있는 원천…
 
 
 

 
 
……아.
 
 
 
그래.
 
 
 
“…지용이형. 나 봐봐.”
 
 
 
권지용을 생각하니, 그에게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존재를 생각하려니, 그를 지금까지 지켜본 나로서는 단 하나의 존재밖에 생각나지 않더라.
 
 
 
그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 말이라면,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어…그렇게 생각을 하곤 좀 전에 주문 대신, 그를 위해 기도를 해 주었던 것처럼 권지용에게 말하려 입을 열었다.
 
 
형의 VIP,
그들.
 
 
 
“형이 무대 앞으로 나가면… 그 모든 것은 다 잊는 거야.”
“…승현아…”
“그저…형을 바라보는 팬들만 보고 노래해. 오로지 그들만 보고…형을 믿는 사람들…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금 저기에 있으니까…”
 
 
 
 
권지용이,
이런…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
 

 
 
 
 
…팬들.
 
 
 
 
 
그렇게 권지용에게 말하고,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형을 보러 온 사람들…팬들…그들을 보고 노래해. 형이…힘을 얻을 수 있게…
 
 
 
“…날 봐 줄까…”
 
 
 
아직도 내 옷깃을 꾸욱 눌러 잡은 권지용이 불안하게 말했다. 불안감. 형은, 지금 두려운 거다…그들마저 자신을 버렸을까봐…
 
 
형이 믿은 마지막 존재들마저…자신을 버렸을까봐…
 
 
 
“당연하지. 팬…이니까…”
 
그리고,
 
나도 그에게 말했다.
 
팬이니까…형을 지켜보며 응원할거라고…
 
 
 
 
 
내 말에 한동안 날 멍하니 보던 권지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그렇게 일어서. 팬들 이외엔 아무것도 보지마…형이 정말로 봐야 할 사람은…그들이니까.
 
 
미움 받는다고, 그 시선이 두렵다고.
 
그런 것 따윈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들을 보고, 노래해.
 
형이 노랠 불러주어야 할 사람들은, 그 시선들이 아닌.
 
팬들이야.
 
 
 
“…그럼…놀고 올게.”
 
 
 
…희미하게…
 
웃었던가…….
 
그리고 권지용이…아마 미약하게 웃었던 것 같다. 내 머리에 자기 손을 올려놓으며…아주 약하고약했던 웃음이지만, 날 안심시켰다. 힘을 얻었구나. 그래, 기운이 났구나.
 
 
 
 
“잘 놀다 와!”
 
 
 
권지용의 방식으로 그렇게…풀 죽지 않고, 당당한…형의 방법으로. 놀고 와.
 
 
대기실 TV로 지켜봐 달라며 조금 힘이 나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 권지용이, 비틀거리지만 아까보단 또렷한 걸음걸이로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힘이…좀 났을까…잠시 후면 있을 그의 무대. 내가, 이 화면을 지켜보는 수십만의 팬들이, 그리고 형을 보기 위해 밤까지 새며 기다린 수백의 팬들이 형의 무대를 기다리고 있으니. 응원하고 있으니.
 
 
 
잘 할거야, 권지용은. 아무리 다른 이들이 형을 끌어 내려도, 추락시키려 애를 써도.
형은 다시 일어설 거니까. 왜냐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형에겐 있으니까.
 
 
그들은,
 
형의 발판이니까…
 
 

 
 
……
 
 
…그리고 그것은.
 
 
 
그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무대로 올라간 그 다음의 일이었다.
 
 
 
잠시 후, 대기실 TV로 생방송 되는 무대…권지용의 목소리와 함께 음악이 시작되고, 난 클로즈업 되는 그의 마른 얼굴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TV로 보니, 일전보다 더 살이 빠진 게 확연히 눈에 띄었다. 계속 말라가는구나…그래…그렇게, 아니, 그 이상으로 더 힘들었으니까.
 
 
 
그래도 그는 내 말에 힘을 얻었는지, 정말 다행히도 평소처럼 무대에 섰다. 좀 전에 보였던, 대인 기피증에 걸린 사람 같은 웅크린 태도가 아닌 평소의 지드래곤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보냈다. 정말, 기도가 이루어진 것처럼.
 
 
 
“다행이다….”
 
 
내겐 한 편의 드라마도 같던 장면이었다. 희망이었다. 아, 이렇게 일어서면 되는구나. 형이 나아갈 길은 여기에 있구나. 춤에 따라 흔들리는 그의 금발 때문인진 몰라도, 그래도 아까 전의 암담했던 모습과는 달리 밝아 보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웃는다. 권지용이 드디어 웃는다.
 
 
팬들을 보고 힘을 내란 말. 그 말이 그에게 딱 맞는 말이었나 보다.
 
 
그래, 그렇게 일어서면 돼.
 
 
 
 
그렇게 조금씩 일어서면…아무리 떨어져도, 다시 날면…
 
 
 
 

 
 
……
 
 
 
 
 
“…권…권지용…!!!!!!!!!!!!!”
 
 
 
 
 
그리고
그 순간 일어난
 
고문과도 같은 일.
 
 
 
 
[…아…]
 
 
 
퍽, 하는 소리가.
 
죽음과도 같은 비통한…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지옥 같은 그 선명한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형…!!!!!!!!!!!어…어떻게 해…!!!!!!!!”
 
 
 
권지용이
 
계란을 맞았다.
 
 
 
 
노래 도중,
팬석에서 날아온 날달걀을
 
권지용이.
 
맞았다.
 
 
 
 
 
 
[…하…]
 
 
 
 
대기실 화면을 통해 비치는 권지용의 모습…
마이크를 힘없이 바닥으로 놓치고,
머리에서부터 얼굴로 주르르 흐르는 날달걀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받는 권지용의 모습.
 
 
 
 
결국
 
 
어그러진 표정과 함께
두 귀를 막고, 무대 가운데서 주저앉아버린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급히 화면이 전환되었다.
 
 
 
 

 
 
 
……
 
 
 
 
“…사람들…무슨 생각을 했을까…형의 그 표정을 보고…”
 
 
 
…그 표정,
 
 
억, 소리가 날 만큼 처참해서.
그를 모르는 이도 그 표정을 보고 분명 소름이 돋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방송사고를 덮기 위한 광고화면이 급히 전환되기 전, 배신으로 만신창이가 된 권지용의 얼굴이란…정말이지…
 
 
나 뿐 아니라
 
그때, TV앞에 앉은 모두를 경악케 했을 것이다.
 
 
 
어떻게…사람에게서 저렇게, 기가 막힐 정도의 얼굴이 나올 수 있을까. 소름 끼칠 만치 조용한 적막감을 품은 권지용의 눈동자. 그것이 또한 그만큼의 참혹함도 담았다. 삼 초도 채 안 되는 그 짧은 장면에…모두가 몸서리쳤을 거다.
 
여실히 들어난…권지용의 끔찍한 고통에.
 
 
“…미쳤어…”
 
 
그 날, 그렇게 권지용이 계란을 맞고 생방송 도중에 주저앉아버린 그날.
 
대기실 화면이 꺼지자마자 권지용이 있는 무대로 미친듯이 달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팬들을 믿으며 노래하겠다고 한 그였다. 그런데 그가, 그랬던 그가, 그 팬들에게 계란을 맞다니. 권지용이…뭘 잘못했기에 그 끔찍한 것까지 견뎌야 해…!!!
 
 
정신 없이 달려갔다. 숨이 막혀 왔다. 권지용에게 더해질 고통. 항상 상처를 받던 그였지만…이번에는 정도가 달랐다. 세상에. 팬에게…팬에게 달걀을 맞다니…
 
 
 
 형이…또 얼마나 공허해졌겠어…처절한 공황. 형을…어떻게 해…
 
 
 
 
 
“…권지용…!!!!!”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뚫고 분주한 무대 뒤로 겨우 도착하니…세상에. 달걀이 범벅이 된 권지용이 그곳에 있었다. 얼굴이며, 옷이며 온통 뒤집어 쓴 채 자신을 부축하는 백댄서들에게 기대어 정신 없이 벌벌 떠는 그 누군가…권지용…
 
 
“…형…!!!!!”
 
 
 
권지용은 아까 전 무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바닥에 쪼그려 주저앉아 있었다. 손으로 귀를 막고,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은 듯 세차게 고개를 흔들고…희미하게 풍기는 날달걀의 비린내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비린내 때문인가…아니…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들이 너무나도 잔인해서…또, 정신이 파괴되어버렸을 권지용이 안타까워서…
 
 
 
 
“괜찮아…괜찮아…형…괜찮아…”
 
 
 
이걸 어쩌면 좋을까…입고 있던 티 소매를 쭉 당겨 날달걀이 범벅 된 그의 얼굴을 닦았다. 어떡해…이 형을 어쩌면 좋아…또 얼만큼의 상처를  더 받았을 거야…애써 나지 않는 힘, 억지로 내서 일어선 건데…그걸 꺾어버린 그들을 보고, 또 얼마나 ……
 
 
 
계속해서 달달 떠는 권지용을 품에 끌어당겨 안았다. 괜찮아…형…다 괜찮아…괜찮을 거야…제발…괜찮아야 해…형…
 
 
권지용…제발…
 
 
 
 
 

 
 
……다…
 
괜찮을 거야……
 
 
 
 
 
 
 

 
 
 
……괜찮아졌으면…좋으련만…
 
 
 
 
 
그 때부터, 난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권지용의 결말이 이토록 비극적으로 치달을 것임을. 팬들에게 버림받고, 다리까지 꺾인 그가 어찌 더 버틸 수 있겠는가.
 
후일에 잡힌, 달걀을 던진 그 사람에게 물었다. 이십 대 여자였다. 그래, 무슨 생각으로, 그리 달걀을 던졌나 물었더니…이렇게 말하더라.
 
 
마약이나 빠는 쓰레기새끼. 제 잘났다는 듯 사고나 치는 새끼. 예의 없고 싸가지 없고 거만한 새끼. 권지용이 그런 자신을 좋아해준 팬들을 무시했으니 그런 꼴을 당하고도 싸다고. 미니홈피에 올라온 그 글, 모든 팬들이 다 봤다고. 지드래곤은 이제, 완전히 매장이라고.
 
 
 
…아.
 
 
그래.또…거짓으로 그는 죽어가는구나.
 
 
거짓으로, 진실이 아닌 것으로 그는 외면을 당했다. 게다가, 권지용이 무대에 서는 그 순간부터 그들은 침묵으로 입을 닫았더란다. 정말 왜 왔나 싶을 정도로 노래하는 그에게 무심했단다. 그래. 그 앞에서 권지용은, 노래를 하려 애를 썼더란다.
 
 
 
 
 
 
…그렇게,
다들 떠났다.
 
 
모두들 그를 버렸다. 팬들도, 팬이 아닌 사람들도 모두 그를 버렸다. 그리고 결국, 매도 당한 그가 죽었다. 제 손으로 제 목에 칼을 찔러 넣었다. 그리 비참하게 죽었다.
 
 
자살. 연예인의 자살. 권지용의 자살. 그러나 사실 그는, 자살은 하였으되, 그가 스스로 죽은 것은 아니었다. 권지용을 지칠 줄 모르고 씹었던 사람들이 그를 죽였고, 그 농간에 놀아난 얕은 믿음의 팬들이 그를 죽였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모두가 그를 몰았다.
 
 
끔찍이도 팬을 아끼던 그였는데.
얼토당토 않았던 거짓과 루머와 왜곡들이 마지막으로 그가 붙잡고 있던 팬들마저도 떼어버렸다. 완벽하게 권지용은 외톨이가 되었다.
 
 
 
 
“…너희는 왜…그를 그토록 몰랐나…”
 
 
 
 
억울하다. 답답하다. 왜 그를 그리 몰랐나. 아, 그가 죽었던 장면을 쓸 때에도, 이렇게까지 괴롭진 않았었는데…이래서 내가 이 부분을 쓰기 기피 했었나 보다. 내가 다 괴롭다. 아. 왜 그를 그렇게 배신하였나.
 
 
 
그를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모든 것에 진실을 내보인 그였으니, 조금만 더 그를 사람으로 바라보았더라면 지드래곤이 아닌 인간 권지용을 이해하고, 그의 진심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를 알았더라면…너희들은 그를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그 미니홈피 글도 거짓이란 걸 알았을테고…그가 지금까지 휘말렸던 거짓들이 모두 루머란 걸 알았을테다. 마약…지각…욕…거만…초심을 잃었다는 둥…제발, 그를 똑바로 보아라. 그를, 제발 똑바로 알아 주어라. 그의 진실을…제발 받아들여주길….
 
 
 
 
…그가 죽은 지금, 이런 말 따윈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지만,
 
 
이 글을 쓰며,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만약 그들이 그를 버리지 않았더라면…좀 더 일찍, 그의 진실을 알아달라고, 좀 더 일찍. 그가 죽기 전에 이 글을 썼었더라면…권지용은…지금쯤 살아있지 않았을까.
 
많이 힘들고, 죽을 것 같고…그랬겠지. 그러나, 살아 있지 않았을까. 그리…비참하게 죽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다.
 
 
 
늦은 후회다.
그가 죽고 나서 하는, 늦은 후회.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공책을 집어 두어 번 툭툭 털었다. 한 가지만, 마지막 한 가지만 더 쓰면 공책이 끝이 나겠네. 그렇게 다 쓰고 나면…권지용의 억울함도. 조금은 풀어질까…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부질없는 후회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그래…매 번 비는 것이지만,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그에 대한 거짓이 걷혀지기를…그의 진실을 보아 주기를.
 
 
 
이번 장 밑에, 자그맣게 ‘그들에게 전한다-‘라고, 적었다. 말 그대로 이번 장은,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다. 팬들. 그를 떠난 팬들에게 내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제발.
 
거짓으로
 
그를…외면하지 말아주세요.
 
 
이미 죽은 그이지만…또 다시 거짓으로, 죽음을 맞지 않기를….
 
 
그렇게,
이번 장의 끝을 맺었다.

 

 

-Episode.8 Fan. Fin

 

 

 

 

[ 권지용 회고록 : 09 ]

 

 

 

더 쓰고 싶지가 않다.

그만 두고 싶다.


내가 지금까지 뭘 어떻게 썼는지도 모르겠다. 형이 보고 싶어…방긋 웃던 형이. 그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까마득해져 내가 뭘 쓰는지, 정말 이런걸 쓴다 해서 변하는 게 있을런지…단 하나도 모르겠다. 그냥 권지용이 보고 싶다…지드래곤이 아닌, 내 옆집 형이…내 십오 년 지기 친구가…

 


…오늘은…

 

그의 마지막을 이야기 해 볼까 한다. 이 공책을 처음 잡았을 때가 불과 한 시간 전만 같은데…벌써 끝이구나. 정신 없이 써내려 간 탓에 두서 없을 공책이지만 그를 담고, 내 마음을 담았다. 그가, 죽어서나마 억울함을 풀기를 비는…그런 나의 마음.

 

 

 

손바닥에 스쳐지는 종이의 결이 볼펜자국으로 거칠었다. 이 감촉도 이번 장을 다 쓰면 끝이다. 사실, 마지막 장을 쓰지 않아도, 이 만큼을 쓴 것으로도 그의 죽음을 납득하기엔 충분했을테다.지금까지 썼던 내용들 모두…잔인 무도했으니. 사람 죽는 데에 어찌 괴로움의 정도가 갈리겠냐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 만큼 힘들었으면…권지용은 죽을 만 했다.안타깝지만 그랬다.

 

 

 

 

그 날, 그렇게 생방송 무대가 망가져 버린 후, 무의식 중에나마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권지용의 종말. 그래. 권지용은 이제 끝이구나. 더 이상, 회복하긴 불가능이구나.

 

 

 

 


그렇게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다. 완전히 끝나버린 권지용. 추락할 대로 추락해버린 그였다. 그렇게 얻어 터진 그를 누가 더 짓밟을까. 이만큼 당했으면 되었지 뭘 얼마나 더 씹혀야 해…정신 착란증이라도 걸린 사람마냥 미친 듯이 떨던 그가 TV에까지 그 모습이 나왔다. 모든 이가 그의 처절한 모습을 보았을테였다. 그래서 난, 이제 그들이 그만두어 줄줄 알았다. 그가 조용히 사라지게끔, 그리 매질을 관두어 줄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더라.
아직…그들은

멈추지 않더라…….

 


아직

더 남았다.


사람들이 끝내 멈추지 않은,

그에 대한 질타가….

 

 

-권지용 회고록 Episode 09. 추락
 

 


“지드래곤, 걔 이제 완전 망했다며? 너 어제 인기가요 봤냐? 대박이었어. 어우. “
“병신새끼. 아마추어도 아니고 주저앉아 울더라. 하긴, 실력이라곤 쥐뿔도 없이 표절이나 하는 새끼니까. 뭘 잘했다고 쳐 울어.”
“야야, 너 그거 들었냐? 권지용. 걔 과거 엄청 더러운 거. 연예인이라고 클럽 다니면서 여자들 죄다 후리고 다녔대. 같이 잔 여자만 수십이라던데? 아. 더러워. 마약도 했잖아. 그 뿐이냐? 접대도 한대. 호스트처럼.”

 

 

 


권지용에게 먹일 해열제를 사러 잠시 나왔다. 다시 열병이 발병해 버렸더라….열이 끓으면서 제대로 앓아 누운 권지용을 떠올리며 빨리 걷고 있는데…앞에 가는 여고생들에게서 들리는 익숙한 이름에 발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대박. 호스트? 어쩐지, 그렇게 생겼더라. 고위층 노땅 아줌마들한테 몸 팔고 계약 따내고, 그러는 거야? 어오.표절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드래곤은 음악공부보다 인간성 개조를 더 하고 와야 해. 마약? 클럽? 어휴. 그런 새끼 왜 사냐? 게다가 이번에 지 팬들보고도 골 빈 년이라며 막말 했더라. 권지용은 이제 끝이야. 그런 새끼가 어떻게 뻔뻔히 TV에 얼굴을 내미는 건지.”

 

 

 


…권지용이,

…뭐?

 

 


비수 같은 말. 갑자기 내 뒤통수를 치는 숨막히는 말들이다. 표절. 마약. 클럽. 접대. 막말. 권지용과 전혀 다른 세계의 단어들이 그의 이름과 함께 뱉어지고 있다. 그가 표절을 했다며, 마약을 했다며…클럽…접대…세상에.

 

 

 

 

그는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권지용은 저러지 않았어. 그 어느 것도….

 

 

 

 

자기 마음이 담긴 작곡을 하고, 자기 뜻이 담긴 작사를 하고…

그렇게 나온 곡들을 사람들이 들어주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 생각했던 그가 접대라니. 음악만 끼고 살았던 권지용이.

 

 

 

단 하나도 맞는 말이 없는 대화들이다. 실상의 그는 그런 더러운 짓은 추어도 하지 않았는데…왜…그렇게.

 

 

 

 

그 여고생들이 나를 훨씬 앞질러가고, 그 모순되고도 잔인한 말들이 사라질 쯤에야 겨우 다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다들…그렇게 권지용을 왜곡되게…

 

 

 


끔찍하다. 악몽이야. 상상만으로도…머리가 저릿해.

왜곡된 진실. 방금 나온 말, 단 하나도, 단 한 문장도 진실이 아니었다. 온통 왜곡된 것. 그런데그가…그 왜곡된 진실로 평가 받고 있다니.권지용에게 그것만큼…고통스러운 게 또 있을까…

 

 

 


…아마,

 

 


제 사지가 뜯기는 것일지라도, 그것에 비해서라면 약과일 것이다. 저렇게나 왜곡되어 있다니.

 

 

 


그의 진실은

단 하나도. 모르면서.

 

 

 

 

 

 

***

 

 

 

 

 

 

“자, 약 먹어.”
“…”
“…형…권지용…….”

 

 

 

 

 

미치겠다.


이젠 울지도 않는다.


울지도 않고, 웃지도 않은 채. 그는 감정을 지웠다. 권지용의 저런 무표정. 그것이 가장 무섭다. 내가 저 표정에서 얼마나 많은 상실감을 느꼈었는가. 지금도 그랬다. 거대한 상실감. 그의 짧은 표정에선 그것이 묻어 나왔다. 아, 저게 제일 무서워…저렇게,  모든 것에 의미를 두지 표정이란.
 

 

 

 

 

“어서 먹어. 그러고 있지 말고…”
“…”
“…못 먹겠으면 가루로 빻아줄까…?”
“……”
“…권지용…”
“……”
“…정말 왜 이래…….”

 

 

 

 


나마저도 열병이 돋을 것 같다. 희망이 없어. 그래, 권지용이 다시 일어설 수나 있을까. 이젠 나조차 희망을 잃었다. 권지용…이렇게까지 망가져 버렸는데…다시 노랠 할 수 있겠어.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만 있던 권지용이 내가 건넨 약봉지를 의미 없이 만지작거렸다. 내 재촉에도, 아무런 대꾸 없이.

 

 

 


“그럼 자던가 해. 약은 나중에 먹고.”
“…”
“정말 끝까지 말 안 할거야? 권지용. 나 봐봐.”
“…
“…하….”

 

 

 

 


시선조차 돌리지 않고 돌처럼 굳어버린 권지용을 애써 설득해 보려다 고갤 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할 게 많을 거다. 그렇지만, 지금 그가 생각 하고 있을 것들이 예측이 되어버려 그 생각을 막고 싶었다. 좋은 것이라곤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 듯한 암흑….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어.

그 생각을 다 끝내고, 길을 찾길 바래야지.

 

 

 

 

 

 

 

우두커니 침대에 앉아있는 그를 한번 흘끗 보곤 방에서 나왔다. 무얼 더 고민하고 생각 하든, 제발 더 아프지는 않았으면…차라리 이 연예계를 떠날지라도.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자신을 갉아먹는 천재성 따윈, 차라리 없었으면…….

 

 

그랬더라면 누구보다 행복해졌을 그였다.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하게 공부를 하고, 좋은 학교에 들어가, 직장을 다니고…결혼을 하고…아이를 갖고.

 

 

 

 

권지용은 분명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라면, 모두에게 사랑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어둠 따윈 없이 매일을 살겠지.죽고 싶을 만큼의 괴로움은 평생토록 모르게…

 

 

 

…그러나 그건, 그 예정된 행복은.

열 셋에 그가 연예계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뒤틀려 버렸다.

 

 

 

 

 


“아직도 패닉 상태야?”
“…네.”
“…한 마디도…안 해…?”

 

 

 

 

거실로 나오자, 내내 쇼파에 앉아 기다리시던 사장님이 내게 물었다. 한 마디도 안 하냐며…네. 정말 한 마디도, 단 한 마디도 안 해요. 그는 마지막 발판마저 무너져버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자기의 끝을, 자신도 예견했을 지도 모르지…그래서 입을 닫아 버렸을 지도.

 

그런 내 끄덕임을 본 사장님이 깊은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으셨다.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그의 끝. 그런 그를…어떻게 해야 하나….

 


“…지용이…활동이고 뭐고, 한국 뜨자.”


 

……

 


……네?

 


길이 없는 권지용을 생각하다가, 갑작스레 나온 사장님의 한마디에 고개를 번쩍 들고 말았다.

 

 

 

 

권지용.

한국을, 뜨자…라고?

 


“이럴 바에야 이런 끔찍한 곳 떠나서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이 곳에서 떠나 보내버리자고. 음악은…타국에서라도 조용히 할 수 있으니까.”

 



……이곳을…

벗어나자…

 


이런 괴로운 곳을 떠나, 마음이라도 편해질 수 있도록.

 

 

 

그 말에 울컥하고 속이 쓰라려왔다. 아, 한국이, 이 나라가 그에게 괴로운 곳이 되다니. 그가 그렇게 자기 나라에서 떠나야 하다니.

 

 


사장님이 고민 끝에 결정하신 사안이니만큼 권지용에겐 최선의 방안이었다. 그러나 한국을 떠나는 것이, 그게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니. 이 곳에서 태어나 이 곳에서 이십 이년간을 그건만, 떠나야 한다니. 

 


분명 권지용에게도 그건 최선이다. 그가 떠나는 것. 그가 행복해질 수 있는, 평범해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그렇지만…억울하다. 형이 무얼 했기에 이 나라를 떠나야 해. 무얼 했기에 이 곳에서 괴로워야 해.

 

 


“…제가 보기에도,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지금 이대로라면…권지용, 정말 죽을지도…모르겠어요…”

 

 


…더 억울한 것은, 그것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가 이 곳에 남아 있다간 분명 살지 못할 것이 명백했기에. 떠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었다. 몇 년이 될진 모르겠지만, 그 짧지 않을 기간 동안 행복을 찾아 돌아오는 것이 그에겐 최선이었다.

 

 


“…그래. 그럼, 지용이 자고 일어나면 그 때 말 해야겠다.”

 

 

 

 

권지용도 이 곳을 떠나고 싶어할 것이다. 이런 미친 나라…마녀 사냥이 그저 재미인, 루머가 판치는 이런 나라…형도 떠나고 싶을 거야.


그리고…


살기 위해선.

떠나야 하니까…

 

 

 

 

 


……그렇게,

 

 


권지용은 결국. 도망을 선택했다.

 

 


모든걸 정리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려고 최후의 선택을 취했던 권지용이었다. 어렵게 꺼낸 사장님의 말씀에 그는 그렇게도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이었지만, 그에겐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래, 그에겐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이 지긋지긋한 냄비통 속에서 도망치는 것. 그것이 그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며, 마지막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였다. 아니, 고통 받지 않을 수 있는, 그가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리고 그 날, 마약사건을 해명하려는 기자회견에서 결국 권지용은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그토록 굴하기 싫어했던 기자들 앞에서 여리게 울던 권지용이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서러웠을까. 아무런 죄도 없던 자신이 자기가 태어난 모국까지 떠나야 한다는 현실에 속이 탔을까.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를 향해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에도 정신 없이 울까 …

 

 

 


그래도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비참이 기자들 앞에서 울어도, 모두가 그를 버렸어도 간신히나마, 죽은 듯이나마 살 순 있었다. 

 

 

 

그렇지만…

빌어먹을 세상은,

도망마저 허락하지 않더라.

 

 

 

“오늘 힘들었지.”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와 쓰러지듯 쇼파에 기대어 앉은 권지용에게 따뜻한 물을 건네주며 말했다. 이렇게 묻지 않아도, 그가 힘들었음은 당연한 사실인 것을…온갖 루머에 상처받고, 어제 일로 완전히 못까지 박혀버린 그가 이번 기자회견으로 얼마나 더 다쳤는지는 답을 듣지 않아도 그 어마어마함이 느껴졌다. 염장, 이라고 해야 하나. 상처가 난 곳에 소금을 뿌리는 고통. 그것 일거야. 오늘 기자회견, 그를 완전히 마약 용의자로 매도했으니까.

 

 

 

“조금만 더 참아…조금만 더 참으면 돼, 형.”

 

 

 


그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곱게 정리해주며 차가운 손에 내 손을 포갰다. 조금만 더 참으면 이 지긋지긋한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어. 그때까지만 더 참자…조금만 더 버티자… 형이 떠난 몇 년 사이면, 그들은 형의 진실을 알아 줄 지도 몰라.그러니 떠날 때 까지만…참자….

 

 


“…승현아…”
“…응?”
“나 잘할 수 있을까…”

 

 

 

 

 

권지용에게서 다시 물잔을 받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는데, 권지용이 그런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잘 할 수 있을까…라고.


글쎄…형이…


잘…

 

견딜 수 있을까.


 

…사실…


…모르겠다.

 

 

 

평생 떠안고 살아가야 할 두려운 기억을 가지고서 그가 잘 해낼 수 있을지는…사실 모르겠다. 형이 지금까지 겪은 일들은 보통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괴로운 나날들 이었으니까. 이 것들을, 형이 이겨낼 수 있을까. 이 질타들을.

 

 

 

 

…그래도.

 

 

 

 

“ 잘 해야지!!형이라면 잘할 수 있어!!”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해낼 수 있을진 몰라도,
두려운 기억을 떠안고 웃을 수 있을진 몰라도.
이곳. 지긋지긋하고 힘겨운 이 곳을 떠나는 게 형에겐 최선이라는 것, 이거 하나는 확실해.
그러니까 잘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떠나. 그리고,

 

제발 웃으면서 돌아와 줘.

 

 

 

 

“…그런데,승현아…”

 

 

 

 


그렇게 씩씩하게 말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자,
갑자기 권지용이 내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머뭇머뭇 거리지만…그러나 단호하게.

 

…무슨 말이길래…그렇게 뜸을 들여.

 

 

 

 

“…나.”
“응.”
“…컴퓨터. 켜도 돼?”

 

 

 

 

 

…뭐…?


컴퓨터.인터넷.

켜도,되냐고…?

 

 

…아니.

 

갑작스런 단어에 놀랐다. 컴퓨터라니. 권지용이 그 것에게 상처를 받은 게 몇인데. 갑자기 컴퓨터라니. 이 집이 내 집이었으면 당장 컴퓨터부터 부쉈을 것이다. 그런데…그런 컴퓨터를 킨다고? 왜? 무엇 때문에?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몇 년이 지나도, 그 것은 안 된다. 컴퓨터라니…또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절대 안 돼. 형. 안 돼.

 

 

 


“컴퓨터는…왜.”
“기자들이 나 출국한다는 정보 물어서 기사 터뜨리기 전에, 내가 먼저 팬분들께 알리고 싶어. 나 떠나요…라고.”

 

 

 


굳은 그의 목소리에 그만 제지하려는 말문이 턱 하고 막히고 말았다.세상에. 팬분들께 알리고 싶어서라니. 그 말을 하는 데에, 그래서 인터넷을 키겠다는 결심을 세우는 데에, 얼마의 노력이 들어갔을까. 아…그러다가…이상한 거라도 보면 어떻게 하려고….

 

오늘 아침, 약국에 가려다가 주워들었던 여고생들의 대화가 함께 떠올랐다. 접대, 마약…그런 잔인한 것들…보면 어쩌려고….

 

 

 

 

“글만 올리고 바로 닫을게.”
“형…차라리 내가 올려주면 안돼? ”
“직접. 내 손으로 쓸 거야.”

 

 

 

 

팬들에게 계란을 맞았던 어제일 때문인가.
끝 맺음은 해야겠다며, 훌훌 털어버릴 건 털어야겠다며 그가 덧붙였다. 꼭…그렇게까지 해야 해?
 

 


그래, 권지용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직접 해명하고 싶겠지. 누구 손으로도 아닌 자기 손으로 해명하고 싶을 거야. 자신을 떠난 그들에겐…더욱 더.


그렇지만 , 이건 아니야.
인터넷 창을 한 번 킬 때마다 죽도록 비참이 씹히는 걸 잘 알면서

…왜…

 

 

…그들이 대체 뭐라고.

 

 

 


“…그래도, 지금까지…나 믿어준 사람들인데.”
“…형.”
“…나. 이번에 떠나면 내 팬들 더 이상 못 봐. 그러니까 직접 쓰고 싶어. 내가 사랑하는…사람들 이니까.”

 

 

이렇게

끔찍이도


팬을 아끼는…권지용이…

 

그런 개 같은 루머에 휘둘리다니…….

 


자신이 받을 상처는 이미 염두 해 두지도 않은 채, 팬들에게 할 마지막 인사를 생각하는 권지용의 모습에 또 한번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개처럼 물어 뜯길텐데…그럼에도 그들을 챙기겠다고…….

 

 

“…그래……. 그럼 다른 건 절대 보지 말고…글만 올리고 바로 종료해…알았지?”
“응…”


 

 

결국


글을 올리겠다는 권지용을 붙잡지 못했다. 막기에는 그의 의지가 너무도 강했다. 꼭 글을 올려야겠다며, 다른 사람이 대신 밝히면 안 된다고. 그래도 자기 입으로 해명을 해야 시원하겠다고…

 


이 해명글이 뜨더라도,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증거를 들이밀며 다시 그를 몰아 넣을 것이다. 권지용도 그걸 모르는 것을 아닐테였다. 그렇지만 그는 해명을 하려 했다. 그를 믿는, 마지막 단 한 사람을 위해.

 

 

 


……


그리고, 그때 난,

컴퓨터를 뽑아가는 한이 있었더라도

그를 막았어야 했다.

권지용을,


막았어야 했는데…….


그것이 내 평생의
최대의 우유부단이었다…….

 


그때의 우유부단함이,
결국 권지용을 죽음으로 몰아갈 줄…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될 걸 알았더라면…무슨 수를 써서든, 그 때 그를 막았을 텐데…


……


…그랬을 텐데…….

 

 

……

 


“…이상하다.”

 

 

 

 

글을 올리겠다며 권지용이 자기 방으로 들어간 지 벌써 한 시간. 글을 올리는 걸 옆에서 지켜보겠다는 날 만류하는 탓에 그를 대신해 여행가방을 정리하며 옷가지를 싸 넣고 있는데…뭔가 이상했다. 이상하게, 조용하다.

 


겨울 옷을 개다 말고 쇼파에서 일어섰다. 게다가 한 시간…뭘 쓰기에 저렇게 오래 걸린대. 쓸 말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한 시간이라니… 물론 마음을 정리하느라 단 한 글자도 쓰지 않고 종이 앞에서 삼십 분을 고민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불길했다. 이유 없이 손톱에서부터 머리 끝까지 시려오는 불길함이란….

 

 

 

“…형…자…?”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권지용의 방 문을 빠끔히 열었다. 설마, 설마 저번처럼…악플 따위를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불안해…아무리 날 말렸어도 옆에서 지켜보는 거였는데…문을 열자, 컴퓨터 앞에 앉은 그의 마른 등이 보였다. 얼마나 쓸 말이 많길래 그래… 불안감을 애써 떨구고, 그의 뒤로 다가갔다. 무슨 말을 쓰길…

 

 


……

 

……아.

 


제기랄.

 

 

 

 

“…아….”

 

 

…그리고 난.

권지용을 보았다.

 


모니터 앞에 앉아,

손을 마우스에서 떼고,땅으로 축 늘어뜨린 그 상태 그대로.

숨도 쉬지 않고, 인형처럼 모니터만 바라보던 권지용을 보았다.

 

 

“…형…”

 

 

그런 그를 본

맨 처음에.


난 권지용이

죽은 줄 알았다.
 

몇 주 전, 자기에 대한 악플이 달린 글을 보고 정신을 잃었던 모습 이상으로.


아무런 감정 없는 무 표정으로.

정말 인형처럼
미동도 없이 그렇게.

 


“야…”
“…”
“권지용…이…병신아…”

 

 

 

그리고,

형의 눈이 향한 모니터 화면엔,

붉은색으로 된 여덟 글자가

 

 


“…지드래곤…자살청…원…아…”

 

 

 

 


저번 때처럼, 권지용의 눈을 가리고

모니터를 끌 수도 없게끔.


내 두 다리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지드래곤…자살청원….

어떻게…

 

…그런…

 

 

 


“…권지용…”
“……”
“모니터 꺼…권지용…!!!!!!!!!!!”

 

 

 


토 할 것 같아. 자살청원. 자살청원. 자살청원…권지용에게…자살을 요구하고 있다… 울음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되려 그에게 애원했다…제발…저 붉은 글자를 가려줘…자살청원이다…권지용보고… 형보고 죽으라며…청원…청원까지…

 

죽기를

강요하고 있다….

 

 

 

 

 

 

 

 

“모니터…꺼…!!!!!!!!!!!!!!!!!!!!!!!!”

 

 

 

 

 

 

 

 

제발…

 

 

 

 

…그 후로.

내가 스스로 일어서 모니터를 끄기까지,
그는 계속 그 자세 그대로


우두커니, 죽어있었다.

 


…왜.


다들 그딴 식인지.


자살청원.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네 글자다. 자살청원. 죽기를 강요 받다.


‘너. 제발 자살해 주세요.’

 

 

 

그렇게 끔찍한 것을 권지용은 보아버렸다. 자살청원…아…자살청원…….


그래, 그 순간이었다. 내가 , 그의 죽음을 절실히 예견한 순간이. 그 순간. 흐릿하게 떠올랐던 어제와는 달리 정확히 새겨졌다. 권지용,정말 죽겠구나.


숨은 쉬는 걸까. 들숨과 날숨의 오르락 내리락 조차 없이 그대로 굳어버린 권지용이 그 순간을 내게 맞게 했다. 아, 권지용. 이러다가 정말 끝장 나겠구나. 어렴풋한 느낌도 아니었다. 정말 절실하게…그의 결말을 알아차려버렸다. 권지용이, 이대로 끝날 것임을.


자살 청원이다. 단순한 ‘죽어버려라’ 따위가 아닌, 자살청원. 자신을 향해 ‘죽어’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빈말이 아닌 정말로 자신이 죽길 원한다는 의미다. 그것을 보고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울지도,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멍하니 앉아…도대체 무슨 생각을….


서러웠다. 어째서 그런 루머에 권지용이 죽음을 강요 받아야 했는지…어째서…결국 죽어야 했는지….

 

그는 도망치려고 했었다.
그렇게 최후까지 그를 끌어내리지 않았더라도, 그는 충분히 고통 받고 있었으며 종국엔 도망까지 선택했었다.
그러나 그조차 하지 못했다. 죽었다. 제 목에 칼을 찔러 넣고…그렇게 죽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오 일 후,

 

그가 죽으면서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수 없이 그어 피투성이가 된 손목으로 식칼을 잡고는, 그가 했던 말.

 

 

 

 

[ 나 살고 싶어,승현아…그렇지만, 내가 죽지 않으면. 그들이 날 죽일 거야. ]

 

 

 

 

 

…어찌나 무서운 말인가. 그렇게 위협받고 있었다. 죽어. 죽어. 죽어버려. 자살청원. 마약이나 빠는 새끼. 더러운 새끼. 표절이나 하는 쓰레기. 실망이다. 거만해. 허세덩어리. 너 같은 놈은 없는 게 더 나아. 죽어버려. 더러운 놈. 같은 하늘 아래라는 게 소름 끼친다. 차라리 청원을 넣어버리자. 제발, 죽어버리라고.

 

 


손을 대지 않고도, 그들은 그를 죽였다. 일전에 말했듯, 자살을 하였으되 그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 아. 세상에. 권지용. 형…아….죽지 않고는…살아갈 자신이 없어…피에 절은 목소리로 애타게 눈물을 흘렸던 그의 목소리가 귀에서 맴돈다…

 

 

 


살려주세요…저, 죽는 게 무서워요…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절 죽이지 마세요…죽이지 마…제발…

 

제발…날…살려줘….

 

 

 

 

죽기 직전까지 그는…

 

그렇게…보이지 않는 그들에게 애원했었다…….

 

그렇게…죽는 게 무섭다며…살려달라며 애원하던 그가…

…자기 손으로…

자기 목에…칼을…꽂았다….

 

 

 

 

 

 

그리고.


죽었다.

 

 

 

 

 

 

“…그렇게…권지용은…죽었다….”

 

 

 

 

 


…마지막,

한 문장까지 정확히 칸 안에 써놓고 나서야 펜을 손에서 놓았다. 그리고…그는 죽었으니까…그렇게 죽었으니까. 이로서, 그의 삶은 끝이 났다. 그 이상은 없다. 그는, 그렇게 죽었다.

 

루머로 인해 그가 그 지경이 되었고,
그 피폐해진 모습이 자살청원을 낳았다.

그리고 자살청원대로 그는,
그 요청대로.

자살했다.

 

 

 

 


“…흐으…흐…형…아…어떡해…권지용…흐흡…흐으…”

 

 

 

 


울지 않으려 했는데. 이미 수없이 울어 더 울지 않으려 했는데…결국 이 마지막 부분까지, 자살 청원이라는 기가 막히는 부분까지 쓰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울렁거렸다….내가 이걸…어찌 감당해…권지용이 그립다…형이 보고 싶다…왜 죽었나…그는 왜…그렇게 죽어야만 했나…

 

 

 


어느새 눈물로 가득 젖은 공책이 파노라마처럼 권지용을 담았다…….형…왜 죽었어…바보야…그래도 그렇지…네가 왜 죽어…왜…왜 그런 거야…내 옆에 없다…권지용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다…그는 죽어버렸다…그렇게…그렇게….

 

 

 

 

[ 내 마음이 묻어나는 음악. 그걸 많은 이에게 전하는 것…난 연예인보다 그런, 마음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어. 새끼, 얼빠진 것 봐. 어때. 나 좀 멋지냐? ]

 


…그랬던…권지용인데…

 

 

“…흐으윽…흐윽…권지용…형…”

 

 

 


[…그냥 별거 아닌 감기에요. 그러니까 콘서트, 절대 취소하지 말아요. 나 보러 온 사람들만 몇인데.]

 

 

 


…그랬던…


형인데…

 

 

 

 

…왜…너희들은…

 

그런 그를 죽였어…왜…

 

공책을 덮고 한참을 울었다. 왜 형은 죽을 수 밖에 없었나…꿋꿋하던 그가 뭘 잘못했기에…왜 그리 비참해질 수 밖에 없었어…

살고 싶어하는 절박한 표정으로 자신의 목에 칼날을 찔러 넣은 그 모습이, 덮은 공책 위로 오버랩 된다…왜…형은…

죽어야 했어…

 

 

 

눈물이, 말 그대로 후두두둑 떨어진다…무서워…두려워…형의 목소리가 귀에서 맴돌아…살려줘 승현아…나 좀 숨겨줘…나 살고 싶어…죽고 싶지 않아…

그러나…

 

죽어야 해…

 

 

형…권지용…죽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던 형의 모든 것이…공책을 덮은 지금에서야 날 잠식하듯 떠오른다…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질식할 것 같다. 권지용…제발…왜 하필 그렇게 죽었어…그렇게 괴롭게…

죽어버렸어…

 

 

 

 

…마지막 까지 모조리 적고 난 후에야,

내 펜은 간신히 멈추었다.


그리고, 울었다. 권지용의 지난 흔적이 가득한 공책을 붙잡고, 그의 비참한 죽음을 애도하며…울었다. 꼭 끌어안은 공책이 요동치듯 내 속을 갉았다. 그의 삶, 형의 괴로움을 가득 담은 이 공책…이걸…이 고통을 어찌할 거야….

세상 끝에 내몰린 그를, 뼈저리게 애도했다…. 아…없다…형이…형이 이젠 없다…죽었다…누구보다 비참하게…형은 죽어버렸다…


…권지용은…이 세상에…없어….

 

 

 

 


…한참을 그렇게 울고 난 후, 퉁퉁 불어버린 눈을 힘들게 깜박이며, 품은 공책을 다시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검은 표지의 노트. 그의 죽음을 담았다. 이 노트 한 권에…그의 진실과, 그의 죽음이… 그를 애도하기 위해서, 검은색의 표지를 골랐다. 어쩜 이리 슬프게도 어울리던지…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밋밋한 표지라서 더 날 울렸다. 아무것도 없는 어둠. 마치, 그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처럼….

 

화이트 수정액을 잡고, 잠시 표지 앞에서 머뭇 했다. 이것은…그래, 내가 그를 쓴…이 노트는…

 

 

 

 

 

 

-권지용

 

노트의 정 가운데에 그의 이름을 적었다.

이것이, 그다. 지드래곤이 아닌 권지용. 인간인 권지용.
그도 사람이었기에 울고, 그도 사람이었기에 상처받는다.
그걸 알아주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그를 한 번만이라도 사람으로 생각했더라면…그렇게까진…


-회고록.

 

그리고,

마지막 세 글자도 마저 적어 넣었다.

 

 

이것은, 그의 회고록이다. 그를 회고하는 공책.


너희들이 죽인 그, 권지용을 회고한다. 사실은 이랬다고….너희는 거짓에 미쳐 그를 죽은 거라고…형을 회고한다. 비참한 일생을 걸었던, 사무치게 고독한 그를 회고한다.

제발…이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글을 보고 느끼는 것이 있길…

 

 

 

 

노트를 손으로 쓸어 내렸다. 그의 고독의 크길 생각한다면, 누차 말하지만 절대 이 노트 한 권에 다 적어 낼 순 없다. 하지만…많이도 오해 받았구나…이 양만으로도 그의 고통이 여실히 느껴져 가슴이 저민다…형이 많이도 아팠었구나…차마, 아무도 위로해 주지 못했을…아무도 형 곁에 있어줄 수 없었던…무언의 외로움…그것들이 형을 그렇게나 괴롭혔었어….꽤 두꺼운 노트가 글자를 빼곡히 담은 것을 보고 또 눈물이 나오더라…이것 외에도…담을 게 수도 없이 많은데…벌써 이 정도야…

 

하도 쓴 탓에 약간 부풀어 오른 노트를 손으로 누르고, 서랍에서 갈색 봉투를 꺼냈다. 이만 마치자. 형을 담은 이 공책이 어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이 것이 진실이란 것을…적어도, 권지용의 진실을 알아주기를….

 

 

 

봉투 속에 노트를 넣고, 입구를 단단히 접어 봉했다. 회고록…회고록은 끝이 났다. 나의 할 일은, 이 것이 끝이다. 나머지는 너희의 몫. 너희가 진실을 볼 것인가…아니면, 또 다시 그를 외면할텐가…또 다시, 제 2의 그를 만들텐가….

 

 


…권지용 회고록….

 

 


나는, 그를…회고합니다.
권지용을 사람으로 지켜보았던 나는,

그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그들에게 전하기 위해

이 회고록을 씁니다.

 

그는, 사실은 이러했노라고…그의 진실은…이랬다고…

 


너희들이 죽인 G Dragon


…그를…

회고합니다…….

 

 

-Episode.9 추락 Fin.

 

 


[ 권지용 회고록 : Epilogue ]

 


쏴아아…


시원한 물줄기가 머릴 타고 흐른다.

이게 얼마만의 여유인지… 권지용이 죽은 십 일여 전부터 이렇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만큼의 느긋한 샤워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내가 무슨 정신이 있었겠어. 울고, 쓰러지고. 그러다 일어나 정신 없이 펜을 붙잡고…그렇게 가버린 형을 떠올리는 데에만 급급했으니…….

 


수도꼭지를 눌러 잠그고, 수건을 꺼내 머리를 비볐다. 일주일 만의 외출. 오늘은, 일주일 만에 이 집을 나가는 날이다. 사실…두려웠기에 밖을 나가지 않았던 거였어. 한 발짝 나갈 때 마다,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그의 이름이 두려웠거든. 그렇게, 그가 보기 두려워 장례식조차 가지 않았었다. 그저 권지용이 살았던 이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울기만 했을 뿐…그래도, 장례식은 갈 걸 그랬나…지금에서야…그렇게 그의 장례식엘 가지 않았다는 것에 후회가 된다. 형의 식은 몸이 화장터 화로에서 불태워지는 것도 보지 못했어…

 

그렇지만, 오히려 안 가는 게 나았을 수도 있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생각이 채 정리 되지 않았던 난, 그 곳에서 무작정 난동을 피웠을 지도 모른다. 권지용 살려내…너희들이 죽였잖아…그를 살려내…라고. 아마 그랬다면 스포츠 신문 어딘가에 내 이름이 실렸겠지. 인기가수 지드래곤의 장례식에서 어느 이 십대 남성이 행패를 부렸다고.

 


부드러운 드라이기 바람을 머리에 쐬고, 권지용의 옷 방으로 들어갔다. 고인의 유품을 마음대로 쓰는 건 절대로 안 될 말이지만, 그래도 그의 옷을 마지막으로 입고 싶었다. 권지용이 아직도 남아있는 옷을 입고, 그를 대변하고 싶었다. 내가 적은 이 자그마한 글이 그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형을 조금이나마 나타내고 싶었어. 이 것을 세상에 내 보내려 결심한 지금, 그의 마음으로 전하고 싶었다…. 그러니까…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인사야. 이게, 나만의 작별인사.

 

 

그렇게 한참을 옷장 앞에서 고개를 주억거리다 아직 정리가 안 된 옷가지들에 손을 뻗었다. 가장…권지용과 닮은 옷이 어디 있을까…사실, 이 옷장을 열기 전 까지 그의 옷 중 무얼 입어야 할 지 고민할 줄 알았는데… 옷장을 열자마자 내가 집어 든 것은 검정 수트였다. 검정 넥타이…검정 바지…검정 자켓. 내가, 그의 회고록을 쓰려던 공책이 검정색인 것과 같이, 이도 그와 가장 어울리기에 망설임이 없었다. 며칠 동안 내가 붙잡고 있었던 그 노트처럼… 온통 까만 옷들…

 


…검은 옷.

이것은, 그를 애도하기 위한 검은 상복.장례식에 가지 못한 나의 상복이다.

 

 

 

 


넥타이까지 다 매고서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열 한시다. 약속시간까지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몸을 급히 놀렸다. 조금 서둘러야 할 지도 모르겠어. 이 노트를 건네기 전 혼자서 그를 생각 할 시간이 있었으면 하니까. 지금까지 적어 내렸던 그의 절망 이외의, 그를 회상할 만한 추억들. 내가 좋아했던 나의 친구를 기억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서둘러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서랍에 넣어둔 갈색 봉투를 꺼냈다. 안에 두툼하니 담겨있을 공책이 손으로 느껴졌다. 이 공책, 내가 회고한 이 노트 하나가 뭘 바꿀 수나 있을까. 권지용을 동정의 눈길로 봐 달라는 게 아니다. 그저 깨닫는 게 있길. 사람을 매장하는 것…그 끔찍한 마녀사냥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봉투를 품에 꼭 품고, 현관으로 나가 그의 구두를 신었다. 아, 구두는 좀 크다. 한 사이즈 정도가 헐렁하네. 발 뒤꿈치를 탕탕 쳐 사이즈를 맞춰 신고는 현관 거울에서 비치는 내 모습에 슬쩍 웃었다. 의외로 권지용의 옷이 내게 잘 맞는다. 그의 옷을 입어서 그런지…어쩐지 더 자신감이 붙는 것 같아. 어쩌면…내가 그들의 시각을 조금이라도 바꿔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그래, 이승현.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보자.

 

 

 

목적지까진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기에 버스를 타지 않았다. 다행히 하늘은 짓궂게 맑다. 걸으면서 그를 생각할 수 있기에 좋은 날씨…이런 날씨에 짓궂다는 표현이 아이러니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죽었음에도 맑아서 짓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이 죽어도 세상은 밝구나…라는 어두운 생각.

 

…아,또. 이렇게 힘든 생각을 하고 만다. 이러지 않으려 했는데.

 

 

우발적으로 떠오르는 슬픈 생각을 급히 털어내고, 걸음속도를 낮추어 조금 천천히 걸었다. 지드래곤이 아닌 내 옆집 형을 회상해야 하는 시간인데…그게 그리 쉽지 않다. 생각해보자…권지용이 행복했던 시절을… 아무리 암흑이었다고 한들, 그에게 웃음이 없진 않았을 것 아닌가.

 

고개를 흔들곤, 어두움으로 가득 찬 머리에, 조금씩 그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형이 웃었던 그때는 어디에 있을까…우리가 아주 어렸던 초등학생 때. 그때 함께 오디오 음악을 들으며 잠들었었던 사소한 풍경부터…여러 가지. 그 중 행복했을 장면이 있었을 텐데…

 

…아…그래….

 

 


언제는 이런 일도 있었다. 그가 열 여섯 살 때였나…어느 날 갑자기 자기 몸만한 커다란 선물을 들고 오더니 그걸 풀어보며 미친 듯이 좋아하는 거다. 나중에 물어보니,사생 팬에게 받았다며, 그래서 표정관리 하느라 힘들었다며 낄낄대더라. 사생 팬에게 괜히 좋은 척 하면 하루 종일 숙소 앞에 진 치고 있을 까봐 걱정돼서 억지로 표정을 굳혔다고…그렇게 활짝 웃으면서…….

 


어쩌면 그때는 행복했을는지도 모른다. 어린 날의 그때는…

 

 

 


봉투를 한 쪽 팔에 끼우고 다른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맑은 하늘. 이 하늘 아래서, 하늘보다 맑게 웃었던 것 같은데…. 그 때 그는 이 하늘 아래서 웃었던 것 같다. 그랬나…권지용이 그랬던가…그랬을 것이다. 웃는 게 누구보다 맑은 사람이었으니….

 

 

 

그러나…그가 이 하늘 아래서 그렇게 마음 놓고 웃어본 적은…과연 몇 날이나 될까….

 

 

그는, 권지용은 열세 살에 처음으로 작곡을 하고, 여러 도움을 받긴 했지만, 음반을 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자랑스러운 형이었지. 세상에. 쟤 천재다…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곡을 써 낼 수 있지…독과 같던 말들이다.그 땐 그 말이 그렇게도 자랑스러웠는데.

 

그 때부터 하루에 세 시간도 채 못 자는 불면증이 어린 그에게 생겼다.  어리고 여린 그는 부담감에 치어 살았다. 그 부담감만큼 상은 늘어만 갔지만…글쎄. 여러 큰 상을 휩쓸고 공백기 없이 활동하고…그렇게 해서 늘어난 것은 아마 트로피나 앨범 수 뿐만이 아니라, 걷잡을 수 없는 책임감이었을 것이다. 너 천재라며. 얼마나 잘 하는지 보자. 기대한 만큼 성과를 보여… 이런 말에 밤 새도록 펜을 붙잡던 어린 그였으니….나중에는 그러더라. 정상적으로 자는 게 오히려 어색해.

 


…그렇게,

그의 어린 시절을 지나, 그래도 행복했던 시절이 어디였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가 행복했던 지점…아. 그래. 팬들이 스무 번 째 그의 생일날, 콘서트 장에서 플랜카드 퍼포먼스를 해 주었었다. 이만 여명이 넘는 사람들 모두가, ‘생일 축하해’라는 문구가 그려져 있는 플랜카드를 들고 다같이 노래를 불러주었었지.


그 때, 권지용이 대기실에 들어와서 그는 눈물을 비쳤다. 참, 태어나기 잘한 것. 이토록 느껴본 적은 없었다고…나, 너무 행복하다고…
 

팬 들 앞에선 눈물을 참으려고 애써 환하게 웃었던 그가, 돌아와선 그랬다. 행복에 겨워서…너무 행복해서…. 세상에 강하게 우뚝 섰던 그는, 팬들에겐 한 없이 약해졌다. 그들의 하나하나에 수 없이 감동받았다…

 

…그리고…

 


또…


행복했던 기억이 어디 있을까…

 


…아, 이제 신호등만 건너면, 목적지인 카페다.


느릿느릿 걷느라 예상시간 보다 훌쩍 넘겨버려…조금 늦게 도착하고 말았네. 겨우 카페에 도착할 때까지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 이라도 날 서글퍼지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에게 있어 행복했던 기억을 끄집어 내니, 왠지 더 속상해. 그렇게 행복해 하던 그도, 결국 모든 것의 결말은 죽음이라서…끝은 그리도 비참해서….

 

한숨을 훅, 쉬고 카페 정문에 붙은 거울을 보고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 거울을 통해서, 나의 긴장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긴장할 것 전혀 없는 것인데…오늘 만나기로 약속한 기자님이 저 멀리 테이블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더 긴장이 되었다. 아, 떨지 말자, 이승현,. 진실을 밝히는 건데…왜 떨어.

권지용의 진실을…밝히는 건데.

 

 

딸랑, 기자님이 자신의 손목시계를 흘끗 쳐다보는 것을 기점으로 방울이 달린 카페 문을 힘 주어 열었다. 이승현. 괜찮아. 그토록 전하고 싶었던 그의 진실이니….

내가 입었던 권지용의 옷에서, 미약하게나마 그가 느껴져 조금 힘이 났다. 권지용의 진실. 그것을 밝힌다고 생각하니, 그래…두려울 게 없더라.

이 공책이 너희들에게 무엇으로 다가올지…그건 다 너희들의 몫이다. 진실을 받아들일 거야, 아니면…또, 제 2의 권지용을 만들어낼 거야….

 

또박또박, 마룻바닥을 울리는 발걸음이 그 기자님이 앉은 테이블로 서서히 향했다. 이 노트를 전해드리면, 내 자신과의 투쟁은 끝이 난다. 내 바램처럼 이 노트가…무언가 효력이 있길…

제발, 그들을 되돌아 보게 해 주길…

 


그리고,

목소리를 틔워 입술을 뗐다.

 

“한석현 기자님 되시죠? 안녕하세요, 이승현입니다.”

 

이것으로,

무언가 바뀌는 게 있길…

 

 

 


…권지용을 회고합니다…

 

 

[네가 내 입장이 되어봐. 존내 비참해.]


밥 덩이를 삼키며, 어린아이처럼 울었던 지친 그를…


[그냥, 삼일 밤 새서 그런가 봐. 나 밤 잘 새잖아]
 

음악에 미쳐 밤새 악보를 끄적이다 손이 죄다 잉크투성이가 된…미치광이인 그를…
 

[그냥 냅 둬. 그들은 그저 스트레스를 풀 동네 북이 필요한 것 뿐이니까…어쩌겠어. 동네북. 해야지. ]

 

루머에 지쳐, 맞고 얻어터지는 것에 체념한 안타까운 그를…

 


[나 죽어야 해…국가적 망신이래…]

 


어느 누구보다 큰 자랑이었건만…망신이라며 질타를 받은 억울한 그를…

 

 

[…나가야죠. 팬들이 나 기다리는데, 아픈 게 대수야.]

 

펄펄 끓는 열병에서도 무대로 나가던,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실신해버렸던 안타까운 그를…

 

 [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니, 직접 쓰고 싶어.]

 

팬을 아끼는 마음이. 결국 수렁에 빠져 죽음까지 간…미련한 그를…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알아주는 이 없던.

비참하고, 처절하고, 처참 하고…그 무엇보다 비극적이었던…

권지용…그를…


그를…회고합니다…

 


너희들이 죽인 권지용, 그 맑은 사람을…

나, 이승현이 회고합니다…

 

 


- 권지용 회고록. Fin.

 

 


*후기*


이 팬픽은 커플링이 없어요! 리얼물…이라고 하면 리얼물이겠지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리얼물.

아마, 어쩌다 지디가 이 글을 보면 움찔할지도 모르겠네여..ㅋㅋㅋ여기선 루머라고 쓴 내용중에 사실도 한두 개 있었으니까.괜찬아요 지디. 난 이해해.

제 첫 빅뱅팬픽입니다. 음, 다음 팬픽은…해피엔딩은 없다 라고 뇽토리구조의 팬픽을 써볼까 해요. 굉장히 장편이라서, 완결 짓기까지 꽤나 오래 걸릴 것 같네요.


여튼 ㅠㅠ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너무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정말 너무 감사드려요!!!

아,


       감상밥은 o0oleeo3o@naver.com 혹은 oileeio@hanmail.net으로 꼭 주세여 ㅠㅠ 다 읽고 답장까지 드린답니당.

 

 

 

추천수1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연예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