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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에릭사티의 뮤즈가 된 그녀 쉬잔

박은정 |2012.02.12 23:25
조회 48 |추천 0

이번 호에는 르누아르의 주 모델이었던 19세기 예술 작품 속 한 여인을 소개해볼까 한다. 얼마전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발레와 그림 영상을 접목한 연주회가 있었다. 요즈음 음악, 미술, 춤, 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어울어져 일타상피 이상의 듣고, 보고, 즐기는 문화적 도취감에 빠져 있다. 12일 예술의전당에서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로맨틱한 그림과 음악을 접목한 '아르츠 콘서트(Arts concert)'에서 발견한 쉬잔 발라동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 Danse a Bougival (Suzanne Valadon et Paul Lhote) 1883. 르느와르 작품 속 쉬잔 발라동

그림을 보면 한 젊은 남녀 커플이 시골의 야외에서 춤을 추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이 남성의 눈길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녀는 마지못해 생면부지 남성의 청에 못 이겨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반면에 밀짚모자를 쓴 남자는 능청스럽게도 아가씨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른손으로는 여자의 허리를 바짝 끌어당기고 왼손은 여자의 손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부여잡고 있다. 춤추는 커플 중 새침데기 처녀 역은 쉬잔 발라동이 맡았는데 그는 19세 말의 자유분방한 여성으로 몽마르트르 화가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자 모두의 연인이었다.

 

 

파리 몽마르트의 수많은 예술가들의 연인이자 뮤즈였던 쉬잔 발라동 (Suzanne Valadon)

 

짙은 눈썹에 동근 얼굴 그녀를 둘러싼 화가와 시인, 음악가

'짐노페디'라는 잔잔한 가구같은 음악을 남긴 에릭 사티가 평생을 사모한 여인

영화 '사티와 쉬잔'을 보면 에릭 사티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 쉬잔을 떠나보낸 후 독신으로 산다

화가인 르누아르, 툴루즈 로트레크, 퓌비 드 샤반의 모델이며 그들의 연인이기도 했던 쉬잔

사티는 그녀를 사랑했다. 이루어지지 못한 그녀만을 가슴에 묻으채 59세에 죽었다. 그의 죽음 이후 30년을 간직한 편지가 쉬잔에게 배달된다. 편지를 읽은 61세의 그녀는 "솟아나는 추억은 괴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지만.."이라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에릭 사티는 그녀를 바라보던 시선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남긴다.

Je te veux 난 그대를 원해

Eric Satie1866-1925 그림과 음악 그리고 나의 글을 함께 감상해보시길..  http://blog.daum.net/spdjcj/632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예술가들에겐 평생 잊지 못한 한 여인이 존재한다

어찌보면 예술가의 사랑이란 멍청하리만큼 순수하고 그만큼 잔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 음악과 미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영남 아저씨의 수많은 스캔들이 추해 보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조금 이해가 간다고 할까?

예술가에게(어쩌면 남자에게) 여인이란 그런 존재다.

창작의 충동과 애증의 표출을 불러일으켜 이성으로 통제되는 삶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것

조영남 '사랑없인 못 살아요'를 들어보면 인생이 아무리 고달파도 사랑만이 그를 위로해준다는 솔직한 심정이 담겨있다.

예술가는 매우 고독하고 슬픈 존재이다.

그리고 그들은 사랑에서 오는 행복보다는 고통에 근거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들이 억누를 수 없는 사랑의 감정, 하지만 표출하면 안되는 실체의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 조세핀. 단테가 평생을 사랑한 베아트리체. 베르테르의 단 하나의 사랑 롯테

그들에게 고독한 삶을 위로해줄 여인은 언제나 가질 수 없는 그림 속 장면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녀들은 신비롭고 경이롭게 묘사되곤 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베르테르는 롯테에 대한 아름다움을 차마 표현하기 어려움을 고백한다. 단 하나뿐이었던 연인 롯테의 아름다움을 한 마디로 이름하지 못하는 언어의 무능과 결핍을 폭로했다. 베르테르는 롯테의 모습을 그리려고 세 번이나 시도를 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한다. 그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사랑하는 여인의 얼굴을 그릴 수가 없었다. 그림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실패하였던 것이다. 여기에서 그림의 실패는 매우 의미심장한 사랑의 정수를 요약하고 있다. 사랑하는 남자는 연인의 모습을 그녀의 아름다움에 알맞은 색깔이나 선으로 절대 묘사할 수가 없다. 언어와 그림이 좌절하고 실패하는 지점에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의 경험은 시인의 혀를 무디게 하고 화가의 팔을 굳게 만들며 용맹한 자의 사지를 마비시킨다. 아름다움이 모순이라면 롯테는 천사이면서 동시에 악마이다. 수많은 예술가의 뮤즈가 되는 여인들은 팜므파탈적인 치명적 매력을 지녔다. 사티가 사랑한 쉬잔은 그와 헤어진 후에도 몇번의 결혼을 했다. 아들의 친구인 20살 연하남을 만나는 그녀를 보면 평생 독신으로 살아간 사티의 삶이 측은해보일 정도다. 아마도 사티는 생각했을 것이다. '쉬잔을 육체적으로는 소유할 수 없었지만 예술적으로는 가질 수 있다' 라고... 

쉬잔에 대한 사티의 예술적 소유는 지금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남는다

예술로 승화한 것이다. 단 한 번의 사랑. 그리고 아름다운 작품 

예술가의 뮤즈가 된 여인들은 치명적이기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순수함 속에 감춰진 음탕함. 여림 속에 담긴 강인함. 누구와도 사랑할 수 있는 자유분방함.

솔직한 삶 속에서 평생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충실한 예술가들의 사랑을 통해 그들이 전하는 하나의 메세지를 알 수 있다.

 

사랑할 수 있는한 사랑하라.

그것이 치명적이든 고통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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