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뭐 늘 내 편지의 시작은 안녕이네
잘 지내지? 난 잘 지내 아마도
제목이 아니더라도
저 위에 세줄만 읽고도 나일꺼라는거 단번에 눈치챘겠지
너라면.
벌써 오년이다
고등학교 다닐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우리 둘다 이십대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네
뭐 물론 이런 나의 말에 씩씩댈테지만
나의 십대 후반을, 그리고 이십대 초반을 언제나 함께 했던 너에게
차마 얼굴맞대고 할수 없는 말들이 많아 이렇게 적는다.
나는 지금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할지가 막막하기만 하다.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니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리는게,
내가 그곳에 있는것만 같아.
우선
분명 아닌건 아닐테지만,
이건 남자친구의 전역을 앞둔 고무신의 불안함과 초조함이라던지,
그냥 지나쳐가는 권태기만은 아닌것만 같아.
눈치빠른 니가 나때문에 느낄 불안함들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해.
2007년 2월,
어린 마음으로 붙잡았던 너의 손을 내가 그냥 놓아주었더라면 좋았을까.
그저 친한 누나,동생으로 지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글쎄, 또 그건 잘 모르겠다.
분명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서 나는 많이 배웠고 또 이만큼 자랄수 있었으니 후회하지 않으련다.
웃기지만 지금에 와서야 내 머릿속에는 자꾸만 너와 그 여자들의 얼굴이 겹쳐와
도무지 지워지지가 않는다.
나에게 했던말들을 똑같이하던 너의 입이 밉고,
그 여자들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으로 나의 손을 잡던 너의손이 밉고,
다정하게 사랑한다 속삭이던 너의 목소리가 미워지다가
결국은 그런 너의 모습을 부정하게 된 나의 얕아진 믿음과 작아진 마음이 미워져.
그 모든 일들을 다 참아놓고 이제와서야 너의 탓을 하며 변명하려하는 내가 자꾸 미워져.
다 알고 있었지만 모든걸 숨기려했던건, 또 참고 넘어가려 했던건
나를 포장하기 위한 위선이었던 걸까.
지금도 너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너를 향한 내 마음일까 아니면 나를 향한 사람들의 눈일까.
어쩌면 3주년을 축하하기 직전
잠든 나를 곁에두고 몇번째인지 잘 기억도 나지않는 그 여자에게 니가 보냈던 문자가,
그리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며 우는 나를 앞에두고 했던 너의 말들이 기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너를 보내는게 조금 덜 힘들어지기까지
2년이 걸렸구나
아직까지도 나를 사랑한다했던 너의 말들이 거짓이라 생각하지 않아.
일병달고부터 니가 나에게 잘하고 있다는것도 알고
앞으로 더 잘하겠단 말이 날 속이려 하는말이 아니라는것도 알아.
하지만 내가 너를 너무 많이 알고있는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너는 지금 우리 둘 사이에 나는 격차와
까다로운 우리 부모님에 대해 걱정하지만 나에게 그런건 아무것도 중요치 않아.
내가 항상 입버릇처럼 하는
남녀사이에도 지켜야 하는 의리가있다는 말을
니가 깨달았다면, 깨달을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분명 나도 너에게 준 상처가 많을테고,
입으로만 지난일은 잊겠다, 잊었다 말하며 끙끙 앓는 내 모습을 보며 너도 힘들었을꺼라 생각해.
하지만 정작 들어봐야할 니 생각대신에
사랑해 잘할께 나만믿어 말밖에 해주지 않는 니모습에 가끔 화가 나기도 한다.
이렇게도 약해진 마음으로 너의 곁에 있는건 나의 욕심이겠지.. 하다가도
그래도 아직은.. 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내모습에 또 다시 화가나곤해.
더이상 너를 마주하거나 목소리를 들으며 이런일을 꺼내고 싶진 않아.
허심탄회하게 다 털어놓고 싶지만 지난 이야기를 더 꺼내는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 허락칠 않는다.
다만 한가지 알아줬으면 하는것은,
너의 여자친구이기전에, 나도,
나만 바라봐줄 남자친구를 갖고 싶어하는, 이런일을 겪으며 자존심 상하고 슬퍼하는 여자야.
이젠 정말 너의 주변사람들, 그리고 나의 주변사람들 보기가 너무 창피하다.
제발 딱 한번만
진지하게 잘 생각해줬으면,
그리고 자신이 있다면 나에게 믿음을 줄수 있었으면 좋겠다.
입에 발린 말 말고, 너의 진심을 듣고싶어.
제대가 오십일도 채 남지 않았네.
어제처럼 외박 나온 날은 전화라도 한통 해주면 좋았을텐데..
여긴 바람이 선선하다.
우리가 손을 맞잡고 걷던 그길이 사무치게 그립구나.
우리 참 좋았을때도 있었는데..
말과 다르게 먼저 변해버려서 너무미안해.
지금 이 모든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