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제가 해야겠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방신기가 그랬었죠
시작은 달콤하게 평범하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영운은 모든 걸 포기한 듯 한경을 향해 뻗었던 총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예 몸을 틀어 특이를 정면으로 쳐다봤다.
“무슨 짓이야. 총 들어.”
특이는 여전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알았어. 난 널 못 죽여. 아니, 죽일 수가 없어. 그러니 차라리 네 손으로 죽는 게 나.”
“총 들라고!!”
“빨리 쏴!!!!”
잠시 짧은 침묵이 흐르더니, 흐느끼는 듯한 영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연기 그만해, 제발……. 너 때문에 내 심장이 몇 번이나 산산조각 났는지 모를 거야. 지금도 힘겨워. 이렇게 너와…… 적이 된 것도 참을 수 없을 만큼 힘겨우니까 제발…… 나 좀 죽여줘.”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연기는 뭐고, 너랑 나는 만난 적도 없는데 자꾸 뭐가 어떻다는 거야!”
“제발 그만하라고!!!!!!!”
비명소리보다 더 큰 메아리가 요동쳤다. 이특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고 이토록 고집부리는 이유가 뭘까? 어째서 그 의지를 꺾지 않는 것일까? 한경은 영운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셋 셀 때까지 총을 들지 않으면 정말 쏴버릴거야.”
“……넌 우리 사랑이 우스웠던 거야.”
“하나.”
“남들처럼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그런 사랑 아니었는데.”
“둘.”
“우리 정말 힘겹게 시작했는데.”
“셋!!”
타앙-!
예고대로 정수의 총이 큰 울음을 토해냈지만 영운을 맞히진 못했다. 그 이유는 망치가 갑자기 뛰어 들었기 때문이다. 큰 덩치를 날려 이특의 등을 덮친 망치. 특이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중심을 잃고 넘어지며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선 특이는 망치에게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방어를 하고 있지만 매서운 특이의 공격을 완벽히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정수형님…… 제발 그만.”
망치는 애원하듯 말했다. 그러나 특이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커억… 정수… 형님…….”
“난 박정수가 아니야, 이 새끼야!!!”
특이의 발이 망치의 어깨를 짓눌렀다. 망치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예전에 특이에게 칼을 찔린 적이 있던 망치, 그때보다 더 극심한 공포가 망치를 사로잡았다. 많은 공격을 가한 것 같지도 않은데 어느새 망치는 너덜너덜한 수건처럼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특이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영운에게 총을 겨눴다. 거칠고 불안정한 호흡을 내뱉었다.
“질긴 것들.”
“박정수….”
영운의 부름에 특이의 행동이 멈칫했다. 그러나 곧 표정을 굳히며 단호하게 말했다.
“다시는 그 이름 올리지 마. 난 박정수가 아니….”
“너 나 기억하지? 정수야.”
특이는 깜빡이는 눈이 뻣뻣해짐을 느꼈다. 필요이상을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고, 입안은 바짝 말라갔다. 눈앞으로 어른거리는 공포와 알 수 없는 감정. 특이는 미간을 좁히며 천천히 말했다.
“기억상실증이라고? 웃기지 마. 넌 날 알아. 날 기억하고 있다고. 네 심장은 날 알아보잖아!!”
“헛소리 집어치워!!”
찢어질 듯한 특이의 비명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2.
“쿨럭...쿨럭, 커헉...컥.”
끈적끈적한 핏덩어리를 보는 내 눈은 한결 덤덤해져 있었다. 볼 때마다 눈가가 뻘게지던 이성민 역시 침착하게 내 등을 쓸어주며 토악질을 달래주었다. 변기 물을 내리고, 비릿한 입속을 물로 헹구자 그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내게 수건을 건넸다.
“어깨 아프지.”
“어.”
“내가 주물러 줄게. 누워 봐.”
침대 위에 엎드리자 옆으로 비스듬히 걸터앉은 그가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그가 콩콩 등에서부터 허리까지 주먹 쥔 손으로 두드리자 한결 편해졌다. 그러나 이것도 근육이 무기력해져서 온종일 나른한 병의 증상일 뿐이었다. 아무리 주무르고 두드려봤자 그때 뿐, 활력이 지속되지 않았다. 거기다 조금만 부딪혀도 별다른 외상없이 골절이 생겼다. 아, 나는 이제 정말로 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너 콘서트 며칠 남았다고 했지?”
“일주일...”
“아...”
“시원해? 다리도 주물러 줄게.”
“어. 시원하다.”
나는 재빨리 날짜를 셈했다. 다음 주면 7월 22일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 그 때까지만, 이성민의 콘서트를 볼 때 까지만 죽지 않았으면. 그의 공연을 보러 가고 싶은 나의 소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간절했다.
“아고~피곤하다. 헤헷.”
안마가 끝나자 그가 벌러덩 옆에 드러누웠다. 베개에 파묻었던 고개를 돌려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자 또랑또랑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눈이 반짝일까. 콘서트 생각에 여념이 없는 듯, 이성민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천장을 보고 있었다. 그런 녀석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손가락을 뻗어 뺨을 쓸어 보았다. 그러자 그의 입술이 톡 터지듯 열렸다.
“아, 간지러워.”
예쁘다.
“아저씨, 나...오늘 하루 종일 이런 생각을 해 봤어.”
그가 말했다. 나는 여전히 그의 볼을 어루만지며 그가 하는 말을 들었다.
“선배 가수들 말이야. 콘서트를 매년마다 하잖아.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사람들이 올해도 오고 내년에도 또 오고 싶은 멋진 콘서트를 할 수 있을까?”
“그럼. 너는 조용필처럼 먼 훗날에도 계속해서 엄청나게 큰 콘서트를 열거야.”
그의 말에는 온통 생기가 넘쳤다. 활력이 담긴 목소리였다.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젊음. 그의 젊음은 마구 타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먼 훗날에 내 모습이 어떨지 상상이 안 돼. 이상해지면 어떡하지. 막 주름살 늘고...”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내 기억속의 너는 언제나 스물일 테니까.”
그는 잠깐 말문을 닫았다. 우리 둘이 이제는 꽤나 덤덤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역시 들을 때마다 그의 간담이 서늘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계속 나이는 먹어.”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옴을 느끼고 말을 바꾸었다.
“난 참 운이 좋은 것 같다.”
“왜?”
“죽어서도 영원히 젊으니까.”
난 앞으로도 계속 스물여덟의 김영운이잖아. 그러나 우스갯소리로 한 말치곤 너무 우울하고 현실적이었다. 이성민은 입을 꾹 다물고 등을 돌려 누웠다.
“그런 게 뭐가 좋아...”
“그런가?”
“내가 나이를 먹어서 아저씨랑 동갑이 되면 어쩔 거야?”
“어...그럼 말 놔도 돼. 영운아, 하고 불러도 되겠는데?”
“치. 그럼 내가 아저씨보다 나이를 더 먹으면?”
“그럼 니가 날 아우라고 불러야 하나?”
“뭐야아...”
“아, 자존심 상한다. 내가 요 쪼꼬만 애한테 동생 취급을 당해야 한다니.”
그는 다시 내 쪽을 보았다. 조금 상처받은 눈이었다. 계속 그렇게 나를 보다가, 덥석 안겼다.
“싫어. 어느 쪽으로든 다 싫어...”
“그럼?”
“그냥 영원히 아저씨 할래.”
“그러던지.”
현실은 잔인했지만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는 한결 달라져 있었다. 어차피 거부하고 뒷걸음질쳐봤자 소용없었기에, 우울한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달랠 수밖에.
“나도 영원히 꼬맹이인 네가 좋다.”
3.
정수는 복도에서 얼쩡거리기만 할 뿐 현관문의 손잡이를 잡아 돌리거나 벨을 누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규현을 만나기 위해 뛰쳐나갈 때 뒤에 대고 무섭게 쏘아붙였던 영운의 말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그렇게 몇 시간 쯤 지났을까, 잔뜩 한기가 올라서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현관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갑자기 왈칵 눈물이 솟았다. 감기 기운 때문에 코가 찡해서 축축한 코를 훌쩍이다가 목이 잠기자 켁켁 기침도 해봤다. 영운은 자기가 규현을 따라 영영 가버렸다고 생각했는지 밖으로 나와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여튼 진짜 나쁜 동생이다.
하지만 영운이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 걸 보면 눈치가 없어서 모를 뿐이지 영운이 화낼 정도로 잘못한 구석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더 의기소침해져서 문을 두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정수는 터덜터덜 컴컴한 계단을 내려와 아파트 앞 놀이터로 갔다. 아이들이 없는 고요한 놀이터에 오자 옛날 생각이 났다. 비온 다음 날이면 진흙으로 모래성을 쌓고,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에야 미끄럼틀도 타 보고, 뺑뺑이도 돌려보곤 했던 기억들. 외로운 것도 쓸쓸한 것도 몰랐다. 텅 빈 그네에 앉은 지금에 와서야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고독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흥을 돋워보려고 그네 줄을 붙잡고 발을 구르자 그네는 끼익끼익 듣기 싫은 소음을 내며 흔들렸다. 그것도 어느 순간 싫증이 나자 정수는 고개를 숙이고 울었다. 눈물이 비죽비죽 흐르자 누가 볼세라 얼른 후드를 뒤집어썼다. 아무도 찾으러 와 줄 것 같지 않은 막연한 공포. 정수는 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며 놀이터가 기묘하게 녹아내리는 환상을 보았다. 미끄럼틀이니 철봉이니 하는 놀이기구들이 모래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방심하고 있다가는 꼼짝없이 죽고 말 것이다.
당황한 정수가 그네 줄을 꽉 붙잡자, 우지끈 하고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네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탈출하지 못한 정수는 우으윽,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긴급 상황에 생각나는 사람은 역시 단 하나였다. 휴대폰의 단축번호 1번을 길게 누르자 아주 오랫동안 신호가 걸렸다. 영운은 항상 긴급전화를 받지 않는다. 포기하고 이대로 모래 속에 파묻혀버리도록 체념하는 순간, 건너편에서 건조하게 마른 영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목소리를 듣자, 갑자기 말문이 막혀서 아무 말도 안 나왔다. 정수는 두 손으로 전화기를 꼭 붙들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쌀쌀맞게 끊으려던 영운은 정수의 침묵에 쉬이 전화를 끊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물었다.
「같이 있냐?」
“아니...”
「그럼 혼자 뭐 하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모래가 그네를 삼켜...”
「뭐?」
“흐읍...”
「야. 어딘데? 사고 났어? 너 우냐? 울지 말고 똑바로 말해 봐. 무슨 일인데!」
“문 잠갔을까봐...못 들어갔어...”
주먹 쥔 손등으로 눈두덩을 닦아내자 금세 축축해졌다. 켈록켈록 기침하자 영운이 있는 쪽에서 문을 쾅 열어젖히는 소리가 난다.
「신발 없잖아! 어디냐고!」
어쩌면 영운은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걱정을 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소리 지르고 다그치고 욕해도 결국 내가 어디 있는지를 묻고 있으니까.
「나 화내는 거 아니니까, 울지 말고 똑바로 말해. 너 다쳤어?」
“나두 알아...”
화내는 거 아닌 거, 이제 알 것 같아.
「이러니까 내가 나가지 말라고 하는 거 아냐 신발...너 전화 끊지 마.」
그렇게 말했으면서 영운이 전화를 끊었다.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끊겼을 수도 있다. 정수는 영운이 이토록 쉽게 누그러진 것이 고마워서, 끊어진 전화를 붙들고 한참을 울었다. 하지만 전화가 다시 걸려오자, 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대체 이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몰라서...
영운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오는데도 정수는 서서히 침몰해가는 그네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꺼이꺼이 울었다. 아파트 근처를 떠돌던 영운이 익숙한 휴대폰 벨소리에 놀이터로 찾아온 것은 그네가 완전히 폭삭 꺼져 정수가 간신히 얼굴만 내놓고 울고 있을 때였다.
“기껏 집 나가서 온 데가 여기냐?”
영운이 나타나자, 모든 것이 멀쩡해졌다. 거대한 모래 늪으로 빠져들던 놀이기구들도, 모래에 파묻혀 켁켁거리던 정수조차도 모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대로였다. 그넷줄을 꽉 잡고 앉아있던 정수가 눈물이 잔뜩 번진 얼굴을 들었다. 가로등 빛에 음영이 뚜렷해진 영운의 얼굴이 보였다. 짙은 눈썹과 주름진 미간이 콧날에 의해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 그림자를 드리웠다. 마치, 야수파 화가의 그림처럼 강렬하고 선명했다. 그가 몰아쉬는 숨, 그리고 씨근거리는 어깨를 보자 정수는 울던 와중에도 힘없이 웃었다.
“...청승은.”
여전히 요지부동하게 일어나지 않고 뚫어져라 제 얼굴만 보고 있는 정수에게 영운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손을 내밀었다.
“집에 안 갈 거냐?”
다신 문을 안 열어준다느니, 기어들어올 생각 말라느니 엄포를 놓던 것과 달리 너무나 부드럽게만 느껴지는 영운의 손을 잡았다.
예쁜 손은 규현인데...나는 왜 영운이 손이 더 잡고 싶을까.
너무 쉽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