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필요없어, 스튜어디스만 되면
옷도 안살거야, 스튜어디스만 되면
화장도 안하고 다닐거야, 스튜어디스만 되면!!
하늘을 둥실둥실 떠나니면서 Chicken/Beef 또는 Tea/Coffee 나르고
멋진 유니폼을 입고 트롤리를 끌면서 공항을 활보하고 다니는 일,
세계 각국을 우리집 드나들듯 들락달락하며 구경할 생각에
흔히들 또래 여자애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들에는 관심이 덜 했었다.
정말 그랬다.
스튜어디스만 되면 남들이 날 뭐라 부르던 상관없이
꼬질꼬질한 츄리닝만 입고 다녀도 난 행복할 것 같았으니까.
스튜어디스만 되면 집도 호텔도 제공되니
나는 복권에 당첨이 된다해도 집도 차도 살 일이 없다고 했다.
특정한 어느 항공사의 유니폼을 입게 될런지는 모르겠었지만
아무튼 나는 유니폼을 입고 하늘을 나는 일이 아니면 안되었었다.
이력서에 함께 제출할 나의 증명사진을 침대 머리맡에 붙여놓고
일어나서 주문 한 번, 자기 전에도 주문 한 번을 걸어놓고 잘 정도니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의 나도 그 주문을 다시 외워야만 할 것 같이 간절해진다.
수리수리마수리
나는 될 것 이다...하늘을 날게 될 것이다...
그 때 나는 이 일이 어떤 일이 라는 것을 알기나 하고 간절했던 걸까?
하늘을 나는 것중에서는 가장 큰 것인데, 기내 안에서 보는 비행기는 참 좁고 작다.
다닥 다닥 붙어 앉은 승객들,
그 사이를 비켜다니며 동분서주하는 승무원들.
그 안에서는 작고 큰 일들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다.
누군가 바닥에 토를 하거나 화장실을 난장판이 되었을 경우
내게는 왜 밥을 선택할 권리가 없냐고 소프라노로 한 곡 뽑아주시고
가만히 앉아 우리 아이 밥 먹은 후 입과 손을 닦아달라며 공주 놀이 하는 카타리 쉐카 언니들
만족스럽지 못한 공항 서비스를 기내에 있는 우리들에게 아주 세세하게 장편소설로 전하는 사람들
숨을 못쉬겠다며 두 목을 쥐어짜 무거운 산소통을 어깨에 매고 기내안을 뛰어다니게 만들고
의식을 잃어 4만피트 상공에서 두손을 부들부들 떨며 SOS 청하게 만들었던 승객
거기에 덤으로 나랑 눈만 마주치면 인생한탄까지 하는 어리디 어린 동료 승무원들.
정말 간절했던 나는 알았을까,
이런 작고 큰일들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힐것이라는 것을.
나의 비행 경력이 7년을 넘어간다.
경력 10년 15년이 넘어가는 베테랑들이 나의 경력을 걸음마하는 베이비라 칭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7년간 눈만뜨면 유니폼 챙겨입고 나와
하는 일이라고는 비행기에서 온갖것들을 반복에 재 반복을 이어 하는 일인데,
이쯤되면 이쯤이야...하면서 쉽게 넘어 가야 하는거 아닌가.
이쯤되면 이깟것 쯤이야... 하면서 잡생각 없이 맘상지 않고 익숙해져야 하는거 아닌가.
이쯤되면 예고 없이 등장하는 승객들의 컴플레인에 능숙능란하게 처리 할 줄 알아야 하는거 아닌가.
이쯤되면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가 내 직위앞에 함께 붙어 다녀야 하는거 아닌가.
라는 자괴감이 자꾸 드는 요즘.
간절했던 7년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제일 이쁘게 나왔다고 생각되는 사진 한 장을 침대 머리 맡에 붙여놓고
또 다시 주문을 외워보고 싶다.
수리수리마수리..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또 자기 전에 다시 한 번.
그 꿈이 너무 간절해서 복권당첨금쯤이야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어 버렸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힘든 비행 후 유일하게 비타인 역할을 해주는 과거의 회상.
작은 공간에서 오는 끊임없는 괴롭힘 속에서도
척박한 사막땅에서 투덜 투덜 거리면서도
아직도 유니폼을 입고 하늘을 날고 있는 나는,
어쩌면
과거의 기억들과 함께
그 때 외워댔던 주문들이 아직도 입안에서 맴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