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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녀'와의 공동정권

붉은홍차 |2012.03.13 09:44
조회 81 |추천 1

'해적녀'와의 공동정권

 

'고대녀'로 알려진 김지윤씨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자신의 트위터에 '해적기지'라고 표현한 것은 지난 4일이었고, 이게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은 2~3일 지나서였다. 처음에는 얼핏 장난인 줄 알았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해적(海賊) 조니 뎁을 떠올리게 하는 코믹 패러디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정색하고 한 얘기였다. 캐리비안의 해적이 아니라 '소말리아의 해적'을 우리 해군에 빗댄 것이었다.

 

이때부터 강정마을과 해군기지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해군이 해적이냐 아니냐, 이런 쓰레기 같은 얘기가 사람들의 정신을 사납게 했다. 스물여덟 철없는 아가씨의 한마디가 우리 정치의 중심에 치고 들어온 것이었다.

 

며칠을 기다렸다. 통합진보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김지윤씨는 통합진보당의 평당원이다. 그리고 당의 청년 비례대표 경선에 스스로 참여했다. 당 지도부가 나서 사과를 할 필요가 없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 파장을 일으켰으면 뭔가 입장을 표명하는 게 옳다. 반응은 9일에야 나왔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 "정당 활동을 하는 사람이 할 합리적이고 적절한 얘기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런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도 12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 "그런 표현, 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통합당은 조금 다를 줄 알았다. 명색이 제1 야당이고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제1당이 될지도 모르는 정당이라면 우리 바다를 지키는 해군과 그 가족들이 모욕감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외면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 그러나 민주당에서도 아무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하루에도 10여 건씩 쏟아내는, 그 흔한 논평과 성명에도 글자 하나 들어가 있지 않았다. 12일에 이르러 김부겸 최고위원이 회의에서 "양심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가치지만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한 게 전부였다.

 

만약 새누리당 당원이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했더라도 그랬을까. 물론 아닐 것이다. 보온병을 포탄으로 착각한 한나라당 당대표에게, 탤런트 김여진씨에게 트위터를 통해 '미친 ×'이라고 욕설을 퍼부은 한나라당 정책위 자문위원에게 민주당은 어떻게 했던가. 민주당은 그런 과거를 애써 잊고 김지윤씨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같은 편'이기 때문이다. 두 당은 지난 9일 총선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고 '공동정책 합의문'이라는 것도 내놓았다. 두 당의 입장 차이를 어정쩡하게 절충한 내용이지만, 그 속에는 통합진보당의 '낚싯바늘' 여러 개가 장착돼 있다. 그 낚싯바늘 중에는 '한·미 FTA 폐기' '제주 해군기지 반대' 같은 것들 외에 '해적'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총선에 이어 대선 때도 통합진보당과 선거연대, 나아가 '공동정권 구성'으로 승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외교와 안보 및 경제 각료는 민주당이, 복지나 노동 등 사회 분야 각료는 통합진보당이 맡을 것이라는 얘기가 야권에선 파다하다. 민주당은 '해적녀'까지도 선거연대와 공동정권의 대상인지 밝혀야 한다.

 

신정록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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