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승용차 운전자가 2일 오후 차량용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를 시청하며 서울 시내를 누비고 있다. 차량용 DMB에서는 인기 예능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도로 위 폭탄' 운전중 전자기기 사용
퇴근길 꽉막힌 서울 강남지역 10대 중 3대는 DMB시청
노트북 쓰고… 문자 보내고… 무개념 운전, 사망사고 부르기도
전체 등록 차량 1800만대 대부분 운전중 DMB시청 가능, 시민들 "너무 불안하다" 분통
2일 오후 6시 30분 서울 강남구 뱅뱅사거리는 퇴근길에 나선 차들로 방향마다 40~60m씩 꽉 막혀 있었다. 느릿느릿 달리는 차량 10대 중 7대꼴로 내비게이션 등 영상화면 장치가 뿜어내는 하얀 빛이 보였다. 그중에서 3분의 1은 내비게이션 프로그램 대신 DMB를 실행시켜 방송프로그램을 보는 중이었다.
◇퇴근길 운전자들, 휴대폰 통화에서 문자 메시지까지
사당역 방면 파란불이 들어왔다. 맨 앞의 은색 SUV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뒤의 택시가 경적을 '빵빵' 4차례 울렸다. 30대 남성으로 보이는 SUV 운전자는 황급히 DMB에서 눈을 돌리더니 가속기를 밟았다.
DMB뿐만이 아니었다. 일부는 왼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오른손으로 휴대전화를 잡은 채 끊임없이 통화를 했다. 한 손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느라 연신 고개를 까닥거리며 전방 유리창과 휴대전화 액정을 번갈아 보는 '곡예 운전자'도 있었다. 어떤 운전자는 심지어 노트북을 무릎에 올려놓고 연신 화면을 곁눈질하거나, 서류종이로 보이는 A4 인쇄물을 들여다보는 이도 있었다.
◇아찔한 무개념 운전… 사망 사고까지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정모(38·부산 남구)씨는 요즘 1시간씩 걸리는 퇴근길이 지루하지 않다. 프로야구 중계시간과 퇴근시간이 겹쳐, 운전하며 DMB로 야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얼마 전엔 심판 판정에 열받아서 화면을 계속 보다가, 빨간 불을 못 보고 횡단보도를 그냥 지나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이모(39·대전 서구)씨는 "운전 중에 DMB로 뉴스 프로그램을 골라보는데, 뉴스가 끝나고 채널을 돌리려다 앞차를 못 보고 들이받은 적이 했다"고 말했다.
운전 중 DMB를 보거나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 등을 보내는 '무개념 운전자'들로 서울은 물론 경기, 경남, 전남, 강원 등 전국 각지에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사고들은 운전자 귀책사유가 되기 때문에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고 원인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경찰에서 확인되지 않는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8일 경기 안양시의 한 건널목에서 김모(44)씨가 몰던 시내버스가 길을 건너던 김모(88)씨를 치고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 화면을 들이밀자 그제야 운전자가 '사고 당시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0일 밤 경남 창원시 회원사거리에서 승용차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하던 서모(47)씨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보려다 신호 대기 중이던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아 상대편 운전자 안모(51)씨 등 2명에게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
◇DMB 폭탄 1800만대, 시민들 "왜 단속 안 하나"
시민들은 다른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DMB 폭탄을 두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학생 임희원(26)씨는 "택시 기사들은 DMB로 사극을 많이 보던데, 그럴 때마다 너무 불안하다"며 "DMB 시청이 음주운전보다 위험하다는데 왜 단속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명환(40)씨는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다 보면 옆 차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DMB로 영상을 보는 경우가 많아 아찔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국전파진흥협회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지상파 DMB 수신기(휴대폰 포함) 중 차량 탑재용으로 팔린 것만 880만대다. 운전자 중 일부는 휴대전화의 DMB 기능을 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전체 등록 차량 1800만여대(2011년 기준) 대부분에서 운전 중 DMB 시청이 가능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