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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부대

왕보리 |2012.05.11 14:35
조회 3,489 |추천 10

출처 : http://cafe.daum.net/hardron-story
< 웃대 : 하드론 님 >

 

군 수사관인 강하경 상사는 새벽부터 복장을 갖추고 서울까지 나서야 했다.

부대를 탈영한 사병이 서울의 한 여관에서 음독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강상사가 사건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관할 경찰서에서 이미 1차 조사를 끝낸 것 같았다.

자살한 병사의 계급은 상병이었고, 이름은 김철진이었다. 속옷만 입은 채 침대에 가로로 엎어진 자세로 죽어있었으며,

침대 위에는 커피잔이 쓰러져 있고 다량의 커피가 침대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방안은 아무런 소란의 흔적을 볼 수 없었고, 침입의 흔적도 찾기 어려웠다.


"음...군에서 나오셨군요."


작업복 차림의 30대 후반의 한 남자가 관할 경찰서 강력계 형사임을 밝히며, 한참을 사체의 이곳저곳을 살피는 강상사에게

말을 걸었다.

"네"

"자살한 것 같아 보이쇼?"

"아뇨. 뭔가 이상합니다. 독극물 종류가 무엇인가요?"

"지금 사체의 상태로 봐서는 시안화칼륨 같소. 청산가리. 그런데 뭐가 이상하나요?"

"침대에 쏟은 커피의 양이 너무 많습니다. 커피가 말라붙은 잔을 보세요.
처음에 커피를 따랐을 때의 양이 잔의 반 쯤 정도입니다. 그런데 쏟은 양을 보세요. 거의 대부분이 쏟아진 것 같습니다.
침대 젖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그래서요?"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은 보통 독극물을 한꺼번에 들이키기 때문에 거의 모든 양을 마셔버립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소량만 마신 채 쏟아버렸습니다. 자신도 독이 들어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겁니다."

"그렇군요. 수사 경험이 많으신가 보군요."

"아닙니다.....이것 저것 듣고 배우다 보니.."

"일단 우리 서에서 1차 조사결과가 나오면 그 쪽으로 통보해 드리리다."

"네.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 누가 최초 발견자죠?"

"이 모텔 주인이오. 아침에 저 친구가 모닝콜을 부탁했나 봅니다. 그것도 새벽 5시에.
시간이 되어서 아무리 인터폰을 걸어도 받지않아 방에 들어갔더니 저러고 죽어있었다고 했소."

"의심가는 사람은 없었구요?"

"아직은 단서가 없소. 자, 여기 대충 정리하고 갑시다."

 

저녁 9시 어둠이 짙어가는 여름 밤이었다.
일요일 외출을 나갔던 박인배 병장은 후임병인 이상병, 성일병과 함께 술 한잔 걸치고 복귀를 하던 중이었다.

그들의 부대는 산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저수지를 끼고 있는 강원도에 위치한 보병부대였다.

부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저수지를 지나야 하는데 그 저수지는 웬만한 호수만해서 저수지 둑을 따라 지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 신발 더워."

갑자기 박인배 병장이 덥다며 둑 아래로 내려가 잘 보이지도 않는 저수지 물을?향해 가는 것이다.

이에 두 후임병은 불안한 생각이 들어 박병장을 만류했다.


"박병장님 위험합니다. 내려가지 마십시요."

"신발 더워 죽겠다. 세수만 하고 가자."

술에 취한 박병장이 조금씩 어둠속으로 사라지자 이상병과 성일병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박병장님..."

"......."

"으악!!"

갑자기 둑 아래서 박병장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상병과 성일병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후다닥 둑 아래로 뛰어갔다.

박병장이 저수지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아아아악!! 살려줘!!"


이상병과 성일병은 뛰어들고 싶었지만 술에 취한 자신들을 믿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손에 손을 잡고 이상병이 물속에 들어가 길게 팔을 뻗어 박병장을 잡으려 애썼다.


"박병장님!! 손을 잡으십시요!!"


허우적대던 박병장은 간신히 이상병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이상병의 몸이 점점 저수지로 이끌려 갔다. 이미 물이 가슴까지 차 올랐다.

물밖에서 손을 잡고 당기고 있는 성일병을 향해 이상병은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 나왔다.

"야!! ?이 신발놈아!! 더 세게 당겨!!"

"박병장님!! 헤엄쳐보세요!!"

박병장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이상병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이상병!! 두 발이 뭐에 걸렸어!! 뭐에 걸렸어!! 더 세게 당겨봐!!"

이상병과 성일병은 죽을 힘을 다해 박병장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뭐가 툭 끊어지 듯 박병장이 저수지 밖으로 밀려나왔다.

저수지 밖으로 간신히 끌려나온 박병장은 갑자기 극한의 공포에 떨며 계속 욕을 내뱉았다.


"아이 신발!! 아이 신발!!"

"왜 그러십니까? 박병장님!!, 괜찮으세요?"

"아이 신발!! 빨리 여기 떠나자!! 으아아아악!!!"


박병장이 갑자기 미친듯이 부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이상병과 성일병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박병장의 기이한 행동을 지켜보며 그를 뒤따라가야 했다.


그런데 그날 밤 박병장의 기이한 행동은 오히려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무더운 여름밤인데도 담요를 온 몸에 두른 채 밤새 부들부들 떨며 불침번을 자신의 주변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날이 밝아 오면 박병장의 기이한 행동이 멈출 줄 알았지만 모두의 기대를 저버린 채 그의 행동은 광기로 변해갔다.


"어떤 강아지야!! 어떤 강아지가 장난치는 거야!!"


기상 나팔도 울리기 전 날이 밝아오자마자 박병장이 자신의 군화를 집어던지며 발광을 하는 것이었다.

잠들었던 소대원들 한 명 한 명의 멱살을 쥐며 미친 듯한 눈으로 째려보며 묻는 것이다.


"너야? 니가 그랬어?"


이유도 모른 채 멱살이 잡힌 소대원이 박병장을 진정시키려 하였다.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박병장님!!"

"이 강아지!! 니가 그랬지 니가 내 군화에 장난쳤지?"


박병장은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내며 소대원들을 번갈아가며 멱살을 쥐고 계속 물었다.

"니가 그랬지? 응? 니가 그랬다고 말해!! 새꺄!!"

박병장의 광기어린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성일병은 뭔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있음을 느꼈다.

박병장이 집어던진 그의 군화였다.

그 군화를?집어들던 성일병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박병장의 군화 두 발목 부분을 감싸고 있는 진흙으로 찍힌 두 손자국.....

성일병은 어젯밤 저수지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알 수없는 한기가 온 몸을 감싸는 듯 했다.

"뭐..뭐야 이거?"


난장판이 된 내무반에 당직사관인 소대장이 들어왔다.

"저 자식 왜 저래?"

알 수 없는 광기에 사로잡힌 박병장을 네 명이서 달려들어서야?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박병장의 눈은 서서히 돌아가며 그가 점점 더 미쳐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이!!!! 신발 왜 그래? 난 잘못한 것 없어!! 으허허헉"

박병장은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박병장을 의무대로 호송하던 이상병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이 박병장을 저토록 미치게 만든 것일까?

트럭을 이용해 저수지 둑을 먼지가 흩날리도록 달리던 이상병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수지가 거의 바짝 말라있는 것이 아닌가?

박병장이 어젯밤 빠졌던 곳은 물이 무릎도 차지 않아 보였다.


"헉....뭐야 저건....뭔 일이 일어난거야...."

운전을 하던 이상병이 갑자기 거친 숨을 내쉬며, 떨리는 목소리로 연신 죽어가는 소리를 질러댔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소대장이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이상병에게 윽박을 질렀다.

"이상병!! 너 왜 그래 임마!! 정신차려!!"

이상병은 몇 번 저수지를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정면만 주시한 채 차를 계속 몰아갔다.

이상병은 거친 숨을 계속 몰아쉬며 애써 진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공포에 잠긴 자신을 건져내는 방법은 욕을 내뱉는 것 뿐이었다.?
"아...신발...우리가 무슨 짓을 했던거야..."


-계속-


강상사는 본대로 돌아와 숨진 김철진 상병에 관한 자료를 열람하였다.

가족관계, 훈련소 기록...그 어떤 것도 김철진 상병을 죽음으로 몰고 갈 이유가 없었다.

단순한 강도 소행일까? 그 어떤 강도가 돈도 없는 사람, 그것도 신체 건장한 군인에게 흉기도 아니고 독극물로 살해할까?

원한 관계일까? 아니 예상과 달리 김철진은 정말로?자살한 걸까?

아무런 단서도 없이 추리에 의존해야 했던 강상사는 김철진 상병이 근무했던 강원도에 소재한 부대로 급히 차를 몰았다.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부대 근처에 이를 수 있었다.

김철진 상병이 근무하던 곳은 넓은 저수지를 끼고 있는 한적한 부대로 너무나 평화롭고 조용했다.

저수지는 대단히 넓었지만 여름이라는 계절에 맞지 않게 지나칠 정도로 물이 말라 있었다.


"충성!!"


마중 나온 당직사관인 선임하사의 인솔을 받으며 강상사는 부대 지휘관실로 향했다.

지휘관실에는 부대 대대장이 퇴근하지 않고 강상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충성!! 군 수사관 강하경 상사입니다."

"어서 오게. 상부를 통해 김철진 상병 얘기는 들었네. 요즘 지휘관으로서 면목이 없네.
탈영에다가 그리고 그 탈영병이 죽기까지 하다니....사단장님에게 얼마나 많은 호통을 들어야 할지..참.."

"대대장님. 김철진 상병이 생활하던 내무반을 둘러보고 싶습니다."

"그러게. 이봐 선임하사 강상사를 인솔해주게."

"네. 대대장님."

강상사는 선임하사의 길 안내로 내무반으로 들어섰다.

하루 일과를 끝낸 병사들이 분주하게 내무반 정리를 하고 있었다.

이 때 강상사의 눈에 한 병사가 눈에 들어왔다.

담요를 온 몸에 두르고 부들부들 떨며 초첨없는 눈으로 정면을 주시하고 있는 병사.

"저 병사는 저러고 있지?"

강상사는 선임하사에게 물었다.

"어제밤 부대 옆 저수지에 빠졌었는데 그 뒤로 저러고 있습니다. 큰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상사는 김철진 상병의 관물대로 접근하여 이것 저것 물품을 확인하였다.

관물대 깊은 곳에서 강상사는 작은 일기장을 하나 발견하였다.

일기장을 펼쳐 보려는 순간 갑자기 담요를 두르고 부들부들 떨고 있던 박인배 병장이 소리를 쳤다.


"내 발이 썩어가고 있어!!! 아악!! 내 발이 썩어가고 있어!!!"

박병장은 자신의 발을 이곳저곳 살피며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내 발이 썩어가고 있어!!!"

"야! 저 새끼 왜 저래? 진정시켜!!"

선임하사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병사들이 박병장에게 달려들어 그를 진정시켰다.
걱정스런 마음에 강상사는 입을 열었다.

"저 병사 상태가 아주 심각한 것 같은데..."
이에 선임하사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어젯 밤 저수지에서 귀신 소동이 좀 있었나 봅니다."

"귀신 소동?"

"그냥 물에 빠져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얘기들 말입니다. 뭐 물귀신 말입니다."

"치료는 받고 있나?"

"네. 지금 의무대 통원치료중입니다."


이 때 대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한 남자가 내무반으로 들어왔다.

180이 넘는 키에 90킬로그램은 족히 넘을 것 같은 우람한 체격, 두툼한 얼굴에 위로 가늘게 찢어져 올라간 두 눈,
그다지 호감을 주지 않는 인상이었다.

"어? 중대장님. 휴가에서 벌써 돌아오셨습니까?"

"부대원이 죽었는데 한가하게 휴가나 즐길 순 없지. 김철진이 때문에 군 수사관이 왔다던데.."

"충성, 군 수사관 강하경 상사입니다."

강상사는 가벼운 경례로 중대장에게 인사를 하였다.

"김철진이 어떻게 죽은 거요? 자살한거요?"

"아직, 증거가 충분치 않습니다. 며칠 뒤에나 자세한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그 자식은 멀쩡하게 부대생활하다가 왜 사고나 치고 다니는 거야?"

밤 늦게야 본대로 돌아온 강상사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집무실에 앉아 김철진 상병의 일기장을 하나씩 읽어가기 시작했다.


'7월 3일. 그 자식이 밤마다 나타난다. 잠을 이룰 수 없다. 죽어버리고 싶다. 이 부대가 무섭다."

"7월 5일. 오늘은 비가 왔다. 저수 옆 3초소 근무가 끝났다. 그런데 내 부사수는 내 말을 안 믿어 준다.
그 자식이 저수지에서 상체만 떠서 내게 다가오는 것을 분명히 봤는데 부사수는 아무것도 못 봤다고 한다.
언젠가 나도 이성재처럼 될 것이다. 아니 죽어 나갈 것이다..."

강상사는 알 수 없는 서늘함에 일기장을 넘기기가 두려워졌다.

이 때 갑자기 집무실의 전화기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


"따르르르릉"

"네. 군수사관 강하경 상사입니다."

전화기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김철진 상병 사건 담당 형사입니다. 아침에 뵈었었죠?"

"네. 말씀하십시요."

"1차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김상병은 청산가리 중독으로 죽었고 살해된 것 같습니다."

"살해요? 역시 그랬었군요.?그런데 용의자는 파악됐습니까?"

"살해 추정시각이 대략 새벽 2시 경인데 그 때 모텔 복도와 정문의 CCTV를 확인해 보니까 그 시각에 낯선 남자가 모텔 프론트를

몰래 지나 객실로 향하는게 찍혔어요. 운동모자를 쓰고 여름인데 긴 외투를 걸치고 있어서 현재 신원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듯 싶네요."


"그래요?"

강상사는 불현듯 이 사건이 한 사람만의 죽음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 날 새벽 1시 한 병사가 저수지 둑에 나와 작은 톱을 들고 물끄러미 저수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무런 표정없이 터벅터벅 저수지 둑을 내려와 물 가까이에 접근했다.

"미안해..내 발이라도 원한거야?"

그 병사의 다리는 발목부터 검붉은 색채의 피멍이 번져나가며 썩어가는 것 같았다.

병사는 조용히 물가에 앉아 준비해 온 톱으로 오른쪽 발목부터 썰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라도 가지고 나 이제 좀 놔주라."

고통을 느끼는지 못 느끼는지 그 병사는 오른쪽 발목의 중간부분까지 톱날이 들어갔음에도 멍하니 저수지를 바라보며

톱질을 계속하였다. 심장이 펌프질을 할 때마다 파열된 수도관처럼, 잘려져 나가는 발목 틈 사이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기
시작했다.


"야!! 박인배 못봤어?"

선임하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부대 전체를 뒤 흔드는 것 같았다.

 


-계속-


부대원들이 저수지까지 나와서 살피고 난 후에야 박인배 병장을 찾을 수 있었다.

오른손에는 30센티 길이의 접이식 톱을 들고 두 발목이 잘려 나간 채 박병장은 저수지 물에 상체를 처박고 죽어 있었다.

잘려진 두 발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끔찍한 광경에 부대원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 사실은 즉각 상부에 보고되어 군수사관인 강상사의 귀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부대로 부리나케 달려온 강상사는 사건현장을 목격하고는 토할 것 같은 역겨움에 치를 떨었다.
이리저리 사체를 살피던 강상사는 죽은 병사가 어제 보았던 기이한 행동을 하던 병사임을 알아채고 의심스런 눈빛으로

선임하사에게 물었다.


"선임하사. 도대체 어찌된 일이지?"

"새벽에 저 녀석이 사라져서 여기저기 행방을 찾았는데 저렇게 발견되었습니다."

강상사는 다시 한번 사체와 그?주변을 살폈다.

박인배 병장의 발자국 외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추축할만한 또 다른 발자국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몸부림을 치거나 저항한 흔적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사인은 발목 절단에 의한 과다출혈로 보였다.


"아니 그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부대를 나갔는데 그걸 아무도 못봤단 말야? 위병소나 다른 초소 근무자들은 뭐하고 있었던 거야?"

"그게..저..초소 근무자들도 박인배가 부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못 봤다고 합니다. 다른 통로로 빠져 나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새벽 시간대에 나간 것 같아서 발견하기가 좀....""

강상사는 허탈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허허허....이 부대 이상해..."

"예? 뭐가 말입니까?"

"선임하사는 이게 정상적이라고 보이나? 한 명은 탈영해서 죽고, 한 명은 자기가 스스로 발목을 잘라서 죽고..."

"......."

강상사는 잠시 턱을 어루만지며 선임하사에게 물었다.

"이 부대에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지? 이 사건들이 단순히 우연은 아닐 것 같은데.."

"저도 잘 모릅니다. 전에 부대의 한 병사가 실종된 이후로 계속 이상한 일이 연속해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종?"

강상사는 불현듯 김철진의 일기장에서 보았던 이름이 하나 떠올랐다.

"그게 이성재 아냐?"

"이성재 상병이요? 그 친구는 얼마 전에 제3초소에서 근무서다가 자살기도를 한 병사입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습니다. 지금 수도통합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실종된 병사는 아닙니다."


"뭐? 자살기도? 이거 다들 미친 것 아냐? 아니 이 부대 도대체 무슨 귀신이라도 씌운거야?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이 다치거나 죽어나가고 있잖아..."

"면목이 없습니다. 지금 부대가 난리도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곧 저희 중대가 해산될거라는 소문이 벌써 파다합니다.
?대대장님과 중대장님도 벌써 3번이나 사단본부에 불려가셨습니다."

"이성재 상병이라고 그랬나?"

"예"

"선임하사는 사체 수습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강상사는 급히 차를 몰아 수도통합병원으로 향했다. 수시간이 걸려 도착한 통합병원에서 강상사는 이성재의 담당 군의관을
찾았다.

"전형적인 총기자살기도입니다."

담당 군의관은 사고 순간을 마치 옆에서 지켜본 것처럼 묘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보통 K2나 M16소총같은 경우 총신이 길기 때문에 자살을 기도할 경우 총구를 자신의 머리로 향하는게 힘듭니다.
그래서 팔을 길게 내려 총을 잡고 총구를 턱 아래에 갖다놓고 방아쇠를 당기게 됩니다."

"그러면 턱부터 정수리까지 관통되어 죽을 텐데요."

"물론 제대로 쏜다면야 그렇죠. 그런데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극에 치달은 공포로 인해 자신도 움찔하기
때문에 총알이 발사될 때 자신도 모르게 턱을 쳐들게 됩니다. 결국 아래턱과 윗니 부분이 박살이 나고 목숨은 붙어있게 되죠."

"끔찍하군요."

"네. 의사로서 할 얘기는 아니지만 어떤 때는 차라리 죽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환자는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신경에 이상이 온 건지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씨조차 쓰지도 못하구요. 그리고 밤마다 발작을 일으켜서
근무자들이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아래턱이 없는 입으로 뭔 비명소리를 그렇게 크게 질러대는지..
보통 외상 후 정신적인 충격인 트라우마 상태에 빠지면 저럴 수 있는데, 지금 이 환자는 수면상태에서 깨어나 일어나는
보통의 발작과는 달리 두 눈을 뜨고 깨어있는 상태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마치 뭘 보고 놀라는 것처럼요."

"환자를 면담해도 될까요?"

"네. 그러시죠. 단 안정이 필요하니 너무 오랜 시간 있지는 말아주십시오."

강상사는 담당 군의관의 안내를 받아 병실로 향했다. 병실의 여러 개의 침대에는 어디서 무슨 사고를 그렇게 많이도 당했는지
많은 군인 환자들이 누워있었다.

"저기 얼굴 전체에 붕대를 감고있는 저 환자입니다."

강상사는 조심스레 이성재 상병에게 다가갔다.

몸에는 아무런 보조 장치가 없었고 단지 얼굴에만 눈을 제외하고 붕대를 두툼히 감고 있었다.

턱부분에 감긴 붕대가 함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느낌상으로도 얼마나 끔찍한 부상을 겪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러 겹 감긴 두툼한 붕대 사이로 이성재 상병의 부릅뜬 두 눈이 보였다.

"이성재 상병? 나는 군수사관 강하경 상사라고 하네."

이성재는 강상사의 말소리를 듣고 있는지 없는지 눈의 초점을 전혀 변화시키지 않았다.

"자네 부대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 몇 가지 묻고자 왔네. 얼마 전 김철진 상병이 모텔에서 살해되었네.
게다가 오늘은 박인배 병장이 자살을 했어."

이성재 상병은 그제서야 눈동자를 돌려 강상사를 쳐다보았다.
"내가 군수사관으로 여러 해 동안 이곳 저곳 사건현장을 돌아다녀봤지만, 한 곳에서 이렇게 연속적으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부대는 처음이야. 그것도 단순 사고가 아닌 자살, 살인이야...지금 자네도 자살기도로 이곳에 와 있지 않은가?"

이상병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강상사에게 맞추었던 초점을 다시 허공으로 날렸다.

강상사는 잠시?말없이 이성재를 바라보았다.

"비밀이 있어..그렇지?"

강상사의 말에 이성재는 다시 그에게 눈동자를 돌렸다.

"모두들 뭔가 감추고 있는 것 같아. 자네는 진실을 알고 있지? 그렇지?"

이상병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눈빛이었지만 강상사는 지금 그가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봐..이성재 상병...나를 도와주게. 그럴 수 있지? 지금부터 '예'라는 대답 대신에 눈을 깜박여 줄 수 있겠나?"

강상사의 부탁에 이성재 상병은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고맙군.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서로 관련이 있지?"

이성재 상병은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난 일단 자살 사건보다 모텔 살인 사건을 먼저 처리해야?해.??김철진 상병이 부대에서 성실했나?"

이상병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 병사가 탈영을 했다니 믿기지 않는군. 부대에서도 그런 분위기고....
김철진은?뭔가를 피하기 위해?탈영한 것이야. 그렇지?"

이상병은 감은 눈을 뜨지 않았고 대신에 눈꺼풀 사이로 작은 물줄기를 흘려보냈다.

"김철진 상병을 누가 죽였을 것 같나? 부대 내에 있는 사람인가?"

이상병은 젖은 눈을 뜨며 눈을 깜박거렸다.

"그렇군. 부대 내에 범인이 있어. 김철진 상병은 아는 사람에 의해 살해된거야. 모텔에 저항한 흔적이 전혀 없었거든.
누구지? 자네 알고 있나?"

이상병은 부릅뜬 눈을 전혀 감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모르는건가? 대답하기 싫어하는 건가?"

하나의 질문만을 던져야 할 상황에서 강상사는 조급한 마음에 두 가지 질문을 동시에 던지고 말았다.
잠시 고민에 빠진 강상사는 말을 이어갔다.

"탈영한 병사를 살해할 인물이라....일단 외부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 사람이겠군.
김철진이 살해된 날 사병중에는 아무도 휴가를 받은 사람이 없었어. 그렇다면 간부.............헛!!!!? 중대장!!"

이 말에 갑자기 이성재 상병이 온 몸에 발작을 일으키며 사람이 흉내내기 힘든 괴성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이성재!!! 이성재!! 정신 차려!! 이봐요!! 군의관!!!"

몇 명의 간호사와 군의관이 달려와 이성재 상병을 진정시켰다.

담당 군의관은 급한 목소리로 강상사에게 부탁했다.


"오늘 면담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만 나가주시죠."

강상사는 쫒겨나듯 병실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급히 주차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주차장으로 달리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네?"

"예...수사관님. 여기 김철진 상병 사건 담당형사입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범인의 CCTV 1차분석결과가 나왔는데 얼굴은 알 수 없구요. 키는 180정도에 체중은 90킬로 이상되는 우람한 체형의 남자입니다.
걸음걸이가 약간 팔자 걸음이구요. 보폭을 넓게하고 빠르게 걷는 것으로 보아 우람한 체격임에도 운동에 익숙한 사람인것
같습니다."

강상사는 고맙다는 짤막한 인삿말을 남긴 채 핸드폰을 접고 차를 몰았다.

"중대장....중대장...오케이...너 꼬리 잡혔다."

 


-계속-


강상사는 본대로 들어가 중대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자료수집에만도 반 나절이 걸렸다.

통신사 연락하여 휴가 동안 중대장의 핸드폰의 위치추적을 부탁하였고, 그의 행적을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였다.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강상사는 이대로 시간을 끌었다가는 중대장이 어떤 빌미로 빠져나갈지 몰라 정보수집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강상사를 더 피로에 젖게 만든 것은 휴가일 동안 사건과 관련된 중대장의 특별한 행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강상사는 잠시 눈을 붙이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깨어나자마자 부대로 차를 몰아갔다. 저녁 6시가 되어서야 부대에 도착한

강상사는 곧바로 행정실로 들어가 중대장을 면담했다. 마침 중대장은 이 날 당직 근무자였다.


"피곤해 보이는시군. 수사관"

중대장은 행정반의 안락의자에 몸을 기댄 채 담배를 한모금 빨며 조용히 물었다.

부대원 한 명은 실종되고 두 명의 부대원은 죽기까지 했는데, 지휘관이란 중대장은 너무나 여유로워 보였다.

"부대원들이 연이어 사고를 당하고 있는데 중대장님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보입니다."

"감정? 곧 해산될 부대인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오?"

중대장은 다시 한번 여유로움을 유지한 채 담배를 빨았다.

"그런데 휴가도 반납하시고와서 이틀만에 당직근무라니 대단하시군요."

"부대가 어수선한데 중대장이 편하게 쉴 수만 없지 않소? 당직근무도 내가 자청한거라요."
"그러시군요."

강상사는 안락의자에 앉은 중대장의 맞은편에 있는 작은 철제 의자에 앉았다.

군수사관으로서 체면을 세우기에는 너무나 빈약한 의자였고 너무나 어색한 광경이었다.


"중대장님은 3년 전 전역하신 1군 사령관님의 아드님이시더군요."

"그렇소. 뭐 문제가 되는 것 있나?"


중대장은 연신 거만한 자세를 풀지 않은 채 책상위에 놓여진 작은 재떨이에 담뱃재를 털어냈다.

"전에 보급수송대에 계셨죠? 거기서 군수물자를 민간에 빼돌린 사건이 있었는데 거기에 연루되었다고 알고 있는데요."

중대장은 빨아들인 담배연기를 내뿜지 않고 곁눈질로 잠시 강상사의 두 눈을 노려보았다.


"수십억대 비리사건이었는데 처벌은 겨우 감봉 6개월뿐이었더군요. 아버님의 도움이 크셨나 봅니다."

이 말에 중대장은 들고 있던 담배를 천천히 그리고 힘을 주어 재떨이에 짓이겨버렸다.


"이보게 수사관..아니 강상사. 왜 그런 말을 나에게 하는 거요? 옛날 일을 들추어 뭘 하겠다는 건가?"


"수사 절차상 필요한 것입니다."

"수사 절차? 아니..내가 무슨 살인사건의?용의자라도 된단 말이오? 허허.."

중대장은 잠시 입맛을 다시며 경멸어린 눈빛으로 강상사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강상사는 개의치 않았다.

"중대장님, 휴가 3일 동안 무얼 하셨습니까?"

"기분 나쁘군. 내 질문에는 답을 하지도 않고. 군수사관이니 예를 갖추지.
그래 3일동안 가족들, 친구들을 만나고 있었소. 내 행적을 낱낱이 조사해 봤으면 알텐데."


"중대장님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의 내막을 알고 계시지요?"

"뭐? 내막? 내가 지금의 일들에 관련이 되어 있다는 말이오?"

"김철진 살인사건 말입니다."

"뭐? 살인? 자살한게 아니구?"

"네. 그리고 김철진 상병 살인사건 용의자의 인상착의가 중대장님과 비슷하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뭐? 후후... 웃기는군. 진짜로 내가 사건 용의선상에 있다는건가?
내가 왜 내 부대원을... 그것도 부대 밖까지 쫓아가서 죽인 단 말이오?"

"그것은 차차 밝혀지면 알겠지요. 당분간 이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중대장님은 어떠한 외부 활동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후후 그러지요. 그런데 빨리 범인을 잡아주길 바라오. 내 부대원을 죽인 놈이 어떤 놈인지 나도 보고 싶으니까. 그런데 나를 너무
괴롭히는 짓은 하지 않는게 좋소. 우리 아버지가 전역했다고 해서 이빨 빠진 호랑이는 아직 아니니까."

중대장은 허리를?일으켜 굽히고?깍지 낀 두 손에 턱을 받치며 말을 이었다.

"일개 군수사관 정도는 가볍게 옷을 벗게도 할 수 있지."

경직된 표정의 중대장은 비아냥거리는 듯한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강상사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서 중대장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은 이 부대에서 늦게까지 머물고 싶습니다. 이곳 저곳 알아볼게 좀 있어서 어쩌면 밤을 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맘대로 하시게."


강상사는 굴욕적인 수치감을 뒤로 한 채 두툼한 서류 봉투를 들고 내부반으로 향했다.

사병들은 이미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모두 가버린 것 같았다.

텅빈 내무반에서 강상사는 김철진 상병의 일기장을 꺼내어 다시 읽어가기 시작했다. 어제밤 미처 읽지 못한 마지막 부분이었다.

'7월 6일 누군가 양심있는 자가 이 일기장을 읽어주길 바란다. 이 부대에서 일어난 사건을 나 아닌 다른 이도 알고 있다.
박인배 병장, 이성재 상병, 그리고 정호영 일병을 죽인 그 사람. 난 말할 수 없다. 나도 죽일 것이다. 아니 정호영 그 자식이
나타나 나를 죽일 것이다. 난 도망갈 것이다. 정말로 양심있는 자가 이 ?일기장을 읽어주길 바란다.'


강상사는 또 다른 사건에 직면에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정호영? 정호영이 죽어? 정호영이 누구지?"

순간 내무반 문이 열리면서 대수건와 물통을 든 한 병사가 주변을 조심스레 살피더니 강상사에게 다가왔다.

그 병사는 작은 숨소리로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였다.

"수사관님. 그 일기장 김철진 거 맞죠?"

"자넨 누군가?"

"그냥 조용히 들어주십시오. 김철진이가 탈영한 날 관물대를 정리하다가 제가 우연히 발견하였는데 내용이 심상치 않아
숨겨두었습니다. 그리고 수사관님이 오신다기에 몰래 관물대에 다시 집어 넣었습니다."

"자네, 지금 부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알고 있나?"

"전 잘 모릅니다."

"정호영이 누군가?"

"실종된 친구인데, 죽임을 당했다는 소문이 파다..........."

"뭐? 죽임을 당해? 누가?"

순간 중대장의 모습이 내무반 창을 통해 비춰졌다.

중대장의 갑작스런 출현에 움찔한 병사는 하던 말을 멈추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대수건와 물통을 들고 내무반을

?빠져 나갔다.

더 이상 김철진의 일기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강상사는 밤 늦도록 부대의 곳곳을 살폈다.

이곳 저곳을 지나면서 부딫히는 중대장의 시선이 여간 기분 나쁜게 아니었다.

밤 12시 경 강상사는 김철진이?일기장에서 언급했던 3초소를 방문하였다.


구름떼가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지만 거의 보름에 가까운 달이 떠 있어서 어둠 속에서도 주변의 경관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드넓은 저수지 가장자리에 철로 만든 지지대를 박아 수상 방갈로처럼 지어진 3초소는 초소 근무지만
아니라면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 같아 보였다.

단지 부대에서 100여미터나 떨어져 있다는 것이 조금 으스스했다.

어둠속에서 강상사가 초소로 접근하는데도 근무자는 신원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충성!"

"자네 왜 나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지? 근무자의 기본인 수하도 하지 않고."

"다 보이지 않습니까? 수사관님이 오시는 걸 전 이미 다 보고 있었습니다."

덩치가 산만하고 동그란 얼굴에 순둥이처럼 생긴 그 병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하게 말을 하였다.


"그런데 왜 혼자 근무를 서고 있지?"

"원래 복초 근무인데 소대 일부가 훈련을 나가거나 파견근무를 나가면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별로 중요한 기점도 아닌
3초소는 이렇게 단초를 서기도 합니다."


"무섭지 않나?"

"처음엔 무서웠는데 지금은 많이 적응되었습니다."

강상사는 잠시 병사의 표정을 살핀 후 말을 이었다.

"자네 지금 혼자 있으니까 뭐하나 물어 보겠네. 이 부대에서 무슨 큰 사건이 일어났지?"

이 말에 병사는 갑자기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말해보게. 자네 뭐 알고 있는 것 같은데...다른 친구들은 다 들 모른다고 시치미만 떼니 이거 원"

병사는 경직된 표정을 풀지 않고 강상사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나는 군수사관이야. 얼마든지 자네 신변보호를 요청할 수 있어. 안심하고 말해보게."

그러자 그 병사는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수개월 전 우리 부대는 직할대 소속으로 부대원이 70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연대 보병 중대로

재편되면서 부대원이 2배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부터였습니다. 부대 증원을 신병으로 채운 것

이 아니라 각 연대에서 근무 중인 사병으로 채웠습니다. 수사관님이 연대장이나 대대장이었다면 다른 부대

로 갈 전출병들을 어떤 사병으로 구성하셨겠습니까? 골치덩어리인 온갖 사고 뭉치들을 보내셨겠지요.

맞습니다. 저희 부대는 그렇게 해서 구성된 것입니다. 온갖 사고뭉치들의 집합소였습니다."


강상사는 병사의 말을 끊지 않고 계속 경청하였다.


"정호영이라는 한 사병이 있었습니다. 키가 크고 덩치가 산만한 친구였죠. 사회에서 아주 독똑하고 건실했었다는데
군인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부대 사격 훈련에서 늘 꼴찌였고, 행군에서 낙오하기도 하였습니다. 한 번은 멍청하게도 부대장 직인이
찍힌 용지로 집에 편지를 보냈다가 서신보안에 걸려서 부대가 발칵 뒤집히기도 하였습니다.
정신병자 같은 고참들이 엄청나게 괴롭혔었습니다. 그런데..."


그 병사는 잠시 말을 멈칫하였다.

군데 군데 끼어있던 구름이 달빛을 조금씩 가리기 시작하자 주변이 어둠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괜찮아..계속 말해 보게"

"그런데 중대장님이 새로 발령받아 오셨습니다. 망나니 같은 사람이었죠. 고참들보다 더 사병들을 괴롭혔습니다.
중대장님은 늘 내가 재수가 없어서 너희 같은 새끼들과 같이 있는 것이라는 말을 하며 하루가 멀다하고 부대원들에게
얼차려를 주었습니다.
그 사람의 주특기가 있죠. 소총에 대검을 꽂아 칼날을 아래로 한 후 머리 위로 쳐 든 다음 철모를 쓴 병사의 머리를 내리찍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무서웠습니다. 눈 위에서 내리 꽂는 대검의 칼날을 보면 온 몸의 신경이 마비되는 듯 하였고, 대검이
철모에 찍힐 때마다 머리가 울려 어질어질 하였습니다."

강상사는 병사의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어둠속에서도 느껴지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죠. 야간 사격 훈련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날 실탄 장전을 정호영 일병이 맡았는데 실탄 개수를 잘못 세고 탄창에 집어넣은 것입니다.
한 발을 남게 넣은 것입니다. 그것도 중대장 소총에...
사격시범을 보이던 중대장의 사격이 끝났을 때입니다. 일반적으로 사격 후 안전검사를 하는데 중대장은 귀찮다는 듯
그냥 사로에서 내려와 총을 만지작거렸습니다.

그 때 어둠속에서 '빵'하는 일발의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중대장 총에서 총알이 발사된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부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대기석을 향해서 말이죠. 천만다행으로 아무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대장은 사시나무 떨 듯 부들부들 떨며 조용히 사격장을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부대에서 악질 중에 악질인 박인배 병장, 김철진 상병, 이성재 상병을 불러 정호영 일병을 교육시키라고 명령하였습니다. 부대 보급창고에 끌여간 정호영은 죽도록 얻어 맞았습니다. 정말 죽도록이요......

몇 십분이 지났을까? 보급창고 문을 열고 어둠 속에서 중대장이 나타났습니다.
늘 그렇 듯 소총에 대검을 꽂아서요.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있는 정일병의 철모를 향해 대검이 꽂힌 소총을 치켜들며 말했습니다.

'너 같은? 새끼 때문에 내가 진급을 못하고 이런 부대에서 썩는거야. 이런 개쓰레기만도 못한 새끼야'이러며 대검을 철모를 향해 내리 찍는 것입니다.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두려움에 떨던 정일병은 머리위로 날아오는 대검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돌려버렸습니다.
그러자 소총 끝에 달린 그 대검은 정일병의 얼굴 옆을 지나 오른쪽 어깨 깊숙이 꽂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정일병은 어깨위로 분수처럼 피를 쏟으며 손 쓸 겨를도 없이 숨이 멎어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중대장은 다른 세 명에게?
말하더군요. 너희도 나와 같은 공범이다라구요."


"그래서 그 다음 어떻게 되었지?"


강상사는 식은 땀이 절로 났다.

"정일병은 저수지에 버려졌습니다. 바로 이 저수지 말입니다."

구름떼 사이로?뻗어나온 약간의 달빛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순간 갑자기 강상사는 알 수없는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그런데 자네 이 얘기 누구한테 들었지?"


강상사는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쫙 얼어붙으며 온 신경을 마비시킬 듯한 소름을 느꼈다.

"바로 현장에 있었던 사람같이 묘사.................헉!...너...누...누...누..구야?"


이 때 초소 지붕 그림자에 얼굴만 가려진 채 달빛에 드러난 병사의 상의에 붙은 이름표가 강상사의 눈에 들어왔다.


'정............호...........영'


강상사는?자신도 모르게 주저앉아 쓰러지며 뒷 머리를 초소 벽에 부딫치고 말았다.

"저, 근무시간이 끝났네요. 이만 돌아갑니다."


그 병사는 천천히 몸을 돌려 오른쪽 어깨부터 아래 바지까지 피로 물든 뒷모습을 보이며 저수지를 향해 엎어지듯 뛰어내렸다.


"헉.....신발 뭐야..."


강상사는 기도 사이로 간신히 새어나오는 몇 줌의 공기로 신음소리를 만들어?내뱉으며 조용히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주변에 카메라 플래시 같은 섬광이 번쩍이며 하늘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계속-


"이봐..수사관..수사관!!"

깊은 적막속에서 누군가가 강상사를 반복해서 불렀다. 손전등 불빛이 잠시 그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강상사는 살며시 눈을 뜨며 그 소리의 정체를 알고자 하였다.

중대장이었다. 계속 강상사를 감시하며 쫓아다녔는지 쓰러져있던 강상사를 제일 먼저 발견하였다.

정신이 들자 주변에 쌀알처럼 쏟아지는 빗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괜찮으신가? 순찰 중인데....그런데 여기서 뭐하고 있소?"

친절을 베푸는 것 같았지만 그 거만한 태도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여기 근무자는 어디 있습니까?"

"여기? 여기 3초소 말이오? 3초소는 그제 폐쇄되었소. 모르셨나보군. 이성재가 사고친 이후로 폐쇄되었지"

무더운 여름밤인데도 강상사는 뼈속을 파고드는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

"폐쇄? 폐쇄라고 그랬나요? 정말로 폐쇄되었습니까?"

"나..참 그렇다니까요."

나는 순간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이 부대에 실종된 정호영 말고 정호영이라는 친구가 또 있습니까?"

"없소. 그런데 왜 그러쇼?"

"정호영을 봤소."

강상사의 말에 중대장은 강상사가 예상했던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실종된 병사를 만났다는데, 반가워해야 할 중대장이 갑자기 경직된 표정을 보이는 것이었다.

"어..어디서 말이오?"


간신히 몸을 추스른 강상사는 어렵지만 해야 될 얘기를 꺼냈다.

"정호영은 실종된게 아닙니다. 죽은 겁니다."

"뭐..뭐요?"

잠시 중대장의 눈을 살피던 강상사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살해 당한 겁니다."

"살해?"

두려움이 몰려오는지 아니면 자신의 행각이 발각될까봐 조바심이 나는지 중대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강상사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두려움을 뒤로 한 채 중대장 입에서 자신의 살인행각을 낱낱이 털어놓도록

하고 싶었다.


"중대장님이 정호영을 죽였지요?"


이 말에 중대장은 쓰러져있던 강상사를 무섭게 째려보았다.

가끔씩 터지는 하늘의 섬광과 천지를 흔드는 천둥소리가 중대장의 표정을 더욱 무섭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요?"

"중대장님이 죽였지요? 정호영... 대검으로 꽂아 죽였지요? 박인배, 이성재, 김철진이 목격자였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저수지에 정호영을 암매장한 거구요. 내 말이 맞지요?"

중대장은 갑자기 쓰러져 있던 강상사에게 다가가 멱살을 쥐었다.

그리고 우의 속에 감추어진 빨갛게 달아오른 눈을 드러내며, 굵고 나즈막한 목소리로?강상사에게 물었다.

"너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거야? 죽고 싶어서 환장한거야?"


중대장이 잡은 멱살에 숨이 막힐것 같았지만, 중대장의 행동에 확신이 선 강상사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중대장!!?당신이 죽였어. 김철진이 탈영해서 모든 사실을 폭로할까봐 두려워서 김철진이도 죽여버린거야."

"뭐? 너 뭐하는 새끼야!!!"

중대장은 겁을 먹은 듯한 표정이었다.

"이 새끼!!! 가만 내버려 두었더니 미쳐버렸구나. 너 같은 새끼 하나 정도는 쥐죽은듯이 처리하고 묻어버릴 수도 있어!!

지금 말이야."


중대장은 거구의 덩치로 멱살을 쥔채 강상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솥뚜껑같은 커다란 주먹으로 강상사의 복부를 한 대 쳤다.

강상사는 피를 토하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초소밖으로 고꾸라졌다.

중대장은 멈추지 않고 강상사의 얼굴과 옆구리를 주먹과 발로 미친듯이 가격하였다.


"이 강아지!!! 죽어버려!! 날 열받게 해? 내가 누구인지 알아? 병신같은 사병 하나 죽였다고 내가 어떻게 되기라도 할 것 같아?"

강상사는 입속에서 뭔가 쏟아져나옴을 느꼈다. 피였다. 그러나 강상사는 쏟아져 나오는 피를 잠시 머금고 중대장에게 말을 했다.


"켁켁...당신이 그러고서 한 부대의 중대장이요? 컥컥!! 악마같은 인간!!"

"헉헉...쓰레기같은 군인들은 죽은거나 다름없지. 군인이 군인답지 않으면 죽은거나 마찬가지야!!!!
그 새끼들은 다 쓰레기였어!!! 개쓰레기 같은 놈들만 모인게 이 부대라구!!!"

"당신은 좋아서 군인이 되었겠지만 그들은 국가의 명령을 받고 어쩔수 없이 들어온 것이오.
컥컥!! 군인으로서는 모자랐겠지만 사회에서는 어떤 사람이 될지 몰랐을 젊은이들이었소."


"나한테 훈계하는건가?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야. 그런 쓰레기 하나 치웠다고 해서 나에게 큰 변화가 일어나진 않아!!!.

강상사....알지 말아야 될걸 알아버렸어.. 그냥 오늘 죽어줘야겠다."

중대장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발길질과 주먹세례를 날렸다.


그리고는 다시 강상사의 멱살을 쥔 채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호영을 죽인 걸 정말 어떻게 알았지? 박인배? 이성재? 누구야? 누가 불은거야!!!"

광기에 사로잡힌 중대장은 멱살을 쥐다못해 강상사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거구의 힘을 강상사는 이겨낼 수가 없었다.

강상사의 입에서 게거품처럼 피거품이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숨을 쉬려 할 때마다 쏟아지는 빗물이 입과 코를 틀어막고 있었다. ?


불현듯 죽음을 직감한 강상사는 찢기는 듯한 복부의 통증을 이겨내고?중대장을 힘껏 밀어부쳤다.

잠시 뒤로?나동그라진 중대장은 어둠속에서 무언가를 쥐어드는 것 같았다.

하늘의 섬광이 그것이 주먹보다 큰 돌덩어리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켁켁거리며 잠시 숨을 고르던 강상사는 중대장이?공격할 틈을 주지않고 다시한번 힘껏 몸을 날렸다.

"이~야야야야!!!"


강상사와 중대장은 한덩어리가 되어 2미터 아래?저수지의 경계선으로 떨어졌다.

"쿵!!"

모든 관절이 어긋난 듯 더 이상 강상사는 아무런 몸의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신음소리가 빗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몇 십초가 흐르자 중대장이 어둠속에서 다시 몸을 일으켰다.

저수지물과 빗물에 젖어 숨을 헐떡이고 있는 강상사는?억지로 숨만 고를 뿐 더 이상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어둠속에서?일어선 존재가 중대장 뿐이 아니라는 것을 강상사는 희미해져가는 시야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뭐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강상사는 숨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빗물 섞인 피거품만이 부글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중대장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존재에 대해 전혀 눈치채지?못하는 것 같았다.


"헉헉...이...강아지...평생 정호영과 같이 있어줘야겠다."

중대장은 천천히 옆에 놓여진 커다란 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강상사에게 다가왔다.

강상사는 조금씩 자신의 고통이 그다지 심해지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죽는다는 것인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중대장은 강상사에게 계속 뭐라고 욕설을 내뱉었지만 강상사는 아무런 소리도?들을 수 없었다.?

그냥 희미하게 보이는 두 사람...그것이 전부였다.

그 순간 어둠속에서 중대장의 뒤에 서 있던 그?존재는 총구를 아래로 한 채 소총을 머리 위로 크게 들어올렸다가? 중대장의

어깨에 내리꽂았다.

강상사는 뭔가 뜨거운 것이 자신의 얼굴로 뿜어져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중대장이 온갖 몸부림을 치며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지만 강상사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점점 희미해지는 영상속에서 강상사는?중대장이 또 한번 그 존재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중대장의 목덜미에 시퍼런 대검이 꽂혔다.

강상사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강상사는 구급차에 자신이 실려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구급대원이 강상사에게 말을 걸었다. 옆에는 자신에게 김철진의 일기에 대해 얘기해 주었던 병사가 앉아 있었다.

강상사는 얼굴과?몸통 부분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고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에 구급대원이 강상사를 진정시켰다.


"장기에 손상을 입은 것 같습니다. 치명상은 아닌 것 같구요. 곧 수술에 들어갈 것입니다."

"주...중대장은?"


구급대원 옆에 앉아있던 병사가 말문을 열었다.

"2초소 근무교대를 하고 돌아오는데 중대장님의?비명소리가 들려서.........지금 중대장님을 찾고 있습니다."


"그...그게 무..슨 말이야?"

"수사관님만 거기에 쓰러져 있었고, 중대장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상사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때 강상사의 바지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구급대원은 대신 핸드폰을 꺼내들어 강상사에게 건냈다.

어디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수사관님..저 김철진 상병 사건담당 형사입니다."

"네....말..말씀하세요."

"어디 불편하신가요?"

"아.아닙니다. 몸을 조금 다쳤습니다."

"네..수사관님. CCTV 분석결과가 2차로 나왔는데 이상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닌데요?"

"뭐..뭐가요?"

"용의자가 입구에 들어오는 시각에 프론트에 사람이 있었는데 아무도 용의자를 못 봤다고 하네요.

게다가 프론트 입구에 설치된 CCTV를 분석했는데 그것도 이상합니다. 프론트 입구는 센서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지날 때는 켜지던 센서등이 용의자가 지날 때는 켜지지 않더라구요. 헐 귀신이 곡할 노릇이죠?

더 이상한 건 그 용의자가 나가는 장면에서 야참을 배달하던 배달원이 여관으로 들어왔는데 용의자와 배달원의 몸이

화면상으로 겹쳐버리더라구요. 그냥 통과해 버렸다구요. 배달원 말로는 그 시각 아무도 복도에서 사람을 본적이 없다고 하네요.

수사관님. 이거 완전히 귀신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조용히 담당형상의 말을 듣고 있던 강상사는 힘겹게 말을 꺼냈다.


"형사님. 김...김철진은 자살했을 겁니다."

"예? 자살요? 처음엔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다음에 자세한 얘기를 해드리겠습니다."


군검찰에 소환되기 전 한달간을 병원에 머무는 동안 강상사는 몇 가지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중대장과 정호영 일병의 시신이 저수지에서 발견된 것, 썩어 문드러진 정호영 일병의 시신이 중대장의 시신을 붙잡고

있었다는 것....중대장의 사인은 익사라는 것...

강상사는 본능적으로 수사관 노릇을 오래할 수 없음을 느꼈다.

중대장이 죽기 전 마지막에 같이 있었던 사람은 바로 자신이였고,? 일련의 사건에 대해 군당국을 설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으며.......이런 미스테리한 일들을 다음에 겪는다면 그땐 감당하기 힘들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온전히 남아있는 중대장과의 마지막 대화 내용을 담은 녹음기만이 그를 위로할 뿐이었다.

 

-끝-

 


-지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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