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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사는 직딩녀의 웃픈하루

빡꼭 |2012.05.12 00:03
조회 584 |추천 0

 

 안녕하세요. 저는 홍콩에서 직장생활을 하고있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그리하여 지금 한국에 음슴으로 음슴체를 쓰겠음.

 

 별들이 쏘근대는, 오빠들이 밤마다 그렇게 열심히 언니들을 보내주려하는 아름다운 야경의 도시 풩컹!!  

 

 본인은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좋은 기회를 얻어 주재원으로 홍콩에 옴.

 쇼핑이나 중국에 별 관심도 없던지라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었으나 살면서 점점 즐거워지고 있음.

 비록 광동어는 하지 못하나, 홍콩사람들이 워낙 영어와 중국어에 출중하셔서 일에 어려움도 느끼지 못하고, 최근 욕 몇마디 알아내서 나 욕하는 것 같으면 귀신같이 알아내서 닥달하곤 함. 음흉

 

 본인은 다른 20대 직장인분들에 비해서, 그리고 하는일에 비해서 급여는 많이 받고 있는 편이라 생각함. 그러나 워낙 홍콩의 물가가 비싼데다가, 비록 주재원이라도 직급이 아직은 낮은 관계로 남에게 자랑할만한 수준의 월급은 아님. 허나 여기서 만난 비슷한 동년배기 친구들은 '아시아 금융의 중심, 홍콩' 답게 대부분 은행, 회계사, 증권계 사람등등 정말 빵빵한 직업을 가진애들이라 같이 몇번 크게 놀다보면 월급통장이 바싹 마르는게 느껴짐. 정말 뱁새다리 찢어진다는게 무슨 뜻인지를 실감함 실망 그리고 지금이 바로 월급통장에 가뭄든 날로 요즘은 모든 음주가무를 끊고, 점심 저녁을 집에서 해결하고 있음. 그리운 란콰이펑..핡

 

 

 이런고로 한푼이라도 아껴야 할 이 중요한 때에, 오늘 아침 지각할까 서두르다 열쇠를 집에 둔채로 대문을 닫아버린 거임!!!!  통곡 한국이면 까이꺼 열쇠공 아저씨께 연락하면 바로 오셔서 금방 따주시고 가격도 얼마하지 않지만, 홍콩은 사정이 많이 다름.. 슬픔

 

 일단 홍콩집들 대문구조는 특이해서 기본 이중문임. 혹시 홍콩영화를 눈여겨 보신 분들이라면, 감옥같은 분위기의 삭막한 대문을 아실꺼라 생각됨. 거기에 우리집 대문은 닫자마자 안쪽문이 열쇠없이 그냥 잠김. 처음엔 진짜 어이가 없었음;;

 

 그렇게 이사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놀러온 친구의 배웅을 나간다고 잠깐 나왔다가, 부는 바람에 문이잠겨 처음 열쇠공을 불렀음. 한국돈으로 약 7만원 나옴허걱. 1초의 방심에 무려 7만원을 날림.. 그리고 어느날 밤 11시, 야참생각에 지갑만 챙겨 나왔다가 또 문잠김. 또 7만원 나감. 통곡 거기에 열쇠공이 자기가 문열다 부숴져도 그건 내책임 아니다 어쩐다 그래서 엄청 조마조마 하면서 문열리기를 기다렸었음. 한국이면 뭐 말도안되는 소리다, 그럴꺼면 다른사람 부를꺼다 하면서 싸울 폼이라도 잡겠지만, 외국에서는 현지인이 그저 갑임. 난 그저 쭈구리임.

 

 이런 두번의 쓰라린 경험을 겪고 현관문 장판밑에 스페어키를 붙여놨음. 뿐만이나라 모든 가방에도 안쪽문 키는 넣어놨음. 나름 똑똑한 여자임. 음흉  침착하게 장판에 붙어있는 스페어키를 때어서 문을 열었음. 순간 나의 이 철저한 준비성에 좀 짜릿짜릿ㅋ 열쇠통에서 열쇠고리 뭉탱이를 꺼내고, 스페어키는 집에와서 다시 장판밑에 붙여놓자는 생각에 집에 두고 문을 닫는 순간, 떠오름. 어제 가방에서 억지로 열쇠 꺼내다가 열쇠고리만 떨어져 나갔다는 것을. 그리고 가방도 어제와는 다른 가방이라는 것. 이 가방이 새가방이라 여기에만, 딱 이가방에만 스페어키가 없다는것.

 

 멘붕...

 

 그치만 지각해서는 더 큰일이기에 정신을 추스리고 일단 출근. 일전에 회사에도 스페어키를 둔 것 같아 실낱같은 희망을 검. 회사 서랍을 뒤지니 정체모를 키가 하나 나옴. 일단 얘일지도 모른다 싶어 점심시간에 밥 폭풍흡입하고 집으로 달려감. (집-회사 거리 한정거장, 미니버스로 5분).  그치만 역시나 얘는 그냥 정체모를 애일 뿐었음....

 

 또 다시 멘붕..

 

 결국 퇴근 후 열쇠공아저씨를 부름. 열쇠공 번호를 모르기에 언제나(...) 경비아저씨가 전화해주심. 500HKD 인데 그걸 또 내겠냐고 재차물으심. 그럼 집두고 노숙자 하란건가요... 불러달라 부탁하니 30분걸린다 함. 근데 이아저씨 30분이 지나도 안옴. 다시 전화하니 아까 돈얘기 하다 말아서 안온거라함. 폐인 경비아저씨가 내대신 성질내며 빨리 오라니까 또 30분 걸린다함. 나 경비실 앞에서 쪼그려서 한시간 기다림.. 나중에 아저씨가 불쌍해보였는지 쌍화탕같은거 주심. 고마워요...

 

 그렇게 한시간을 기다려 열쇠공 아저씨가 오시고, 전에 아저씨들은 금방 열어주었기에 이번에도 그려려니 했는데 이게 안열림. 20분.. 30분.. 이 지나니 아얘 열쇠구멍이 다 뚫릴 기세.

 아저씨 계속 이게 안열리는건 내책임이 아니니, 열쇠구멍이 이상하니 어쩌니 변명에 불평불만이 계속됨. 내가 길거리 지나가는 아저씨한테 막무가내로 문좀 따달라고 부탁한 것 같은 기분이 듬. 실망 그러더니 이건 안따지는 거라며 열쇠를 통째로 드러내야한다는 결론을 내리심. 전에 다른아저씨는 잘만 따줬었다, 이건 아저씨잘못이다 해도 목소리 작은 내가 지는거임.

 

 순간, 대체 나는 홍콩에서 뭘 하고 있나, 이 황금같은 금요일에 고작 문하나 잘못 닫아서 피같은 7만원 나가고, 거기에 돌팔이가 와서 돈은 덤태기 쓰게 생겼고, 통장은 더욱 빠싹 마르겠고, 한시간 반이나 쭈구려서 기다리고, 핸드폰 배터리는 5프로 남았고, 저녁도 못먹어서 배는고프고, 엄마아빠 그립고, 이렇게 답답할때에 기댈사람 하나없다는 서글픈 생각들이 들면서 폭풍눈물을 흘리기 시작 통곡통곡통곡

 

 처음보는 아저씨 앞에서 흐르는 검은눈물이 쪽팔리지만 멈출 수가 없었음. 엄마의 따끈한 밥과 우리개의 털내음이 자꾸 생각나서 울고 또울었음.  엉엉 우는 사이에 아저씨는 잠시는 당황하신듯 하셨지만 어느새 우리집 열쇠를 전부 드러내는 대수술을 끝내시고 문을 열어주심. 똑! 하고 열리는 순간 눈물 뚝끄침. 추가요금 없이 7만원만 알뜰살뜰 챙겨가셨음. 짱

 

 그리고 오늘일을 곱씹어보니, 뭔가 남겨두고 싶어서 이렇게 판에 씀.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끝까지 읽어주시는 분들은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쓰고나니 뭔가 풀리는 것 같음. 만족

 

 저 말고도 해외 이곳저곳에서 각자의 꿈을 위해, 회사를 위해 노력하시고 고생하시는 분들 많으실 거에요.

 외국에서의 직장생활이 남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는 몰라도, 하루는 즐겁고 하루는 힘든날의 반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외롭고 언제나 그리운 한국이 생각나시더라도 맡은 바 임무에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주재원 직장인들 및 해외로컬 직장인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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