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옆방의살인마3

왕보리 |2012.05.16 15:31
조회 1,648 |추천 4

출처 : http://www.humoruniv.com/
< 웃대 : 듀라라님 >

 


그 문 너머로 들어온 사람은 나와 같은 하얀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괜찮아? 현아?"
"어? 준혁아"

문 너머로 들어온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소꿉친구였던 이준혁이었다.
녀석은 병원에 자주 신세지는 병약체질이다. 그래서 그런지 평범한 사람에게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환자복이 잘 어울린다.

"너도 병원에 입원하게 되다니……."

녀석은 진심으로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평소의 밝은 얼굴로 나를 반겨주었다.

"뭐 때문에 입원한 거야?"
"말하려면 길어."

그렇게 말하자 의사는 슬금 뒤로 빠지더니 이내 밖으로 나갔다. 편하게 대화를 해주기 위한 배려인 것 같다. 그 뒤를 따라 나가던 간호사가 문을 닫자말자 준혁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제 학교에서 사람이 죽는 걸 목격했어."
"헐? 그래서?"

그는 평소와 다르게 침착한 태도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병원에 오래 신세지더니 사람 죽는다는 소리가 그리 낯설지 않은 것 같다.

"난 청소도구함에 숨어있었어."
"그 피해자와 범인 얼굴은 기억해?"
"아니……. 이상하게 기억이 안나……."
"휴……. 범인이 도구함을 열었으면 어쩔 뻔 했어?"
"열었어."
"뭐?"
"열었는데 내가 빗자루 뒤에 숨어있어서……."

내 말에 준혁은 잠시 침묵했다. 곧 입꼬리를 올리며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너 참 재수도 좋구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나는 내가 그 때 처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주었고, 준혁은 묵묵히 들어주다 가끔 이상한 점을 물어보았다.

"그럼 그 범인은 어떻게……. 아니, 학교는 어떻게 할 거야? 또 피해자가 생길 텐데."

그렇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놀랄 일이지만 나와 관련된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별 감흥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학교라면 언젠간 관계자도 연루될 것이다.

"잡아야겠지?"
"네 힘으로? 그냥 경찰한테 맡기는 게 어때?"

당연히 경찰에 맡기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난 이 순간 내가 잡아야겠다는 의무감에 휩싸였다. 물론 자주 보던 소설과 만화의 영향도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죽음.
아니, 잘못이 아니라 이번에는 확실한 죽음이다. 그 때는 피해자 때문에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살았던 거지. 내가 잘 숨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선 그 흥분을 다시 느끼고 싶다고 아우성 치고 있었다. 물론 아무런 가망 없이 가려는 건 아니다. 그 살인범의 눈빛을 기억하고 있으니 다시 본다면 분명 그를 알아볼 것이다.

"그냥 내 힘으로 잡고 싶어."
"그러냐?"

녀석은 여전히 방금 지었던 안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미니카세트를 꺼냈다.

"mp3세대에 웬 미니카세트?"

내가 묻자 그는 검지를 입술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잠시 동안 침묵을 유지하자 곧 시끄러운 노이즈가 섞여서 나오는 라디오방송이 들려왔다.
- 3월 5일 사형수가 탈옥했다는 보도가 들어왔습니다. 아직 범인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시민 여러분께서는 바깥출입을…… -
이내 라디오방송은 끊어졌다.

"쳇……. 이래서 고물 라디오는 한계가 있다니까."

이 병원에선 휴대폰이나 라디오 등 자기장이 흐르는 물품 반입을 금지한다. 이유는 전자의료기구들 때문인데 그 의료기구들이 상당히 고가라서 아주 민감한 전류에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저 미니카세트도 어렵게 구해온 것이 틀림없다.

"그럼 내가 봤던 사람이 사형수란 말이야?"
"대충 그렇게 보는 게 맞겠지? 시기에서나 상황에서나 비교해봤을 때."

그런가.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왜 안 해준지는 모르겠지만, 사형수라.

"그런데 어떻게 라디오를 가지고 들어온 거야?"
"내가 좀 발이 넓잖아."

틀린 말이 아니다. 병원에서 오래 신세 진만큼 병원의 곳곳 어두운 곳까지 알고 있는 녀석이다. 의료사고라든지 간호사와의 불륜이라든지 모르는 게 없을 것이다. 얼마나 정보력이 뛰어난가하면 간호사들의 남자친구 전화번호까지 알고 있겠는가?

"나 퇴원은 언제지?"
"3일 뒤."
"늦어."
"흠……. 넌 아무런 증상이 없으니까 금방 퇴원시켜줄지도 모르지만……. 잠깐 밖에 나갔다오면 되지 않을까?"
"이래서 내가 널 좋아한다니까."
"훗, 이거 왜이래 난 여자가 좋아."

그렇게 농담을 나눈 뒤 녀석은 내가 병원을 나갈 수 있는 작전을 설명해주었다. 복잡하긴 하지만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별명이 제갈공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잔머리가 대단한 녀석이었는데 역시 아직 죽지 않았다.
그럼, 범인을 잡으러 가볼까.

 

 

- 다른 이야기
http://pann.nate.com/b315723228
http://pann.nate.com/b315737692
http://pann.nate.com/b315738286
http://pann.nate.com/b315775792

추천수4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