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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대 : hirurika님 >
[연작] 살인게임 (8)
"똑바로 말해. 6반이었어?"
"어...? 왜, 왜그래 한경아..."
"6반이었냐고."
"으응... 맞아 6반이었어..."
용서할 수 없어. 절대로...
그날 이후로 한번도 흘린적 없던 눈물이 쉴새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영원히 지우고 싶은 끔찍한 기억.
"하, 한경아... 괜찮아?"
"꺼져..."
너 때문이야.
난 웃지도, 울지도, 화내지도, 입을 크게 벌릴수도 없어.
아침마다 감각없는 얼굴을 조심스럽게 씻어내고
행여 실수로라도 얼굴을 부딪힐까봐 언제나 초긴장 상태야.
이식한 인공피부는 5년에 한번씩 교체해 줘야하고,
그때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들어가.
피부암이 발생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난 이 얼굴을 얻었어.
모두 다... 너 때문이야.
"나, 정말 미안해... 그땐 정말 실수였어."
"듣기싫어. 다 필요없어. 정말 미안하다고? 그럼 끝이야?"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니? 내가 어떻게 하면 네 마음이
풀리는데?"
"너도 나처럼 얼굴에 염산을 뒤집어 써."
"정말 그럼 나 용서해 주는거야?"
"허세부리지마. 역겨워 너의 그 가식적인 행동."
"지금은 염산이 없으니까 일단 이정도로 봐주면 안될까?"
난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한석이는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내더니 자신의 얼굴을
칼로 긋기 시작했던 것이다.
순식간에 그의 하얀 피부가 시뻘건 피로 물들어 갔다.
저녀석 진심이였어.
저대로두면 얼굴이 수건가 될 것 같았다.
"그, 그만해."
"나 용서해 주는거야?"
말을 하는 도중에도 그는 쉴새없이 얼굴에 칼자국을
만들어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해 제발."
"고마워 한경아."
그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피투성이가 되었다.
갑자기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따지고 보면 그 사건은 그냥 실수였을 뿐이었는데...
내 맹목적인 증오를 받아들이고 자신을 저렇게 까지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서러웠다.
"흑흑, 바보야... 왜 그랬어?"
"하, 한경아..."
언제나 그랬다.
모두 내 첫인상에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내 얼굴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는 다들 멀어져갔다.
하긴 얼굴이 인형처럼 무표정 하다는 것은 정말
내가 생각하기에도 소름이 끼치는 일이다.
아무도 날 이해해주지 않았고,
심지어는 뒤에서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너무... 외로웠다.
"흑흑... 멍청이... 바보..."
그는 날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의 품에 안겨 있으니 혼자라는 느낌은 어느새
서서히 사라져갔다.
내가 원한건 증오가 아니라 어쩌면 이런 따스함이었는지도.
난 고개를 들어 한석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얼마나 아플...? 너... 얼굴이 멀쩡해...
콰직.
"끼아아아악... 끄악..."
"니 얼굴 보고 있으니까 토할거 같잖아."
"끄으으흐으윽..."
얼굴이... 내 얼굴이 어떻게 된거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너무 아파, 이건 꿈이야. 지독한 악몽일거야.
"얼굴에 무슨 장난을 친거지? 이거 완전히 마네킹아냐?"
"흐흐흐...으으윽. 너..."
왜... 왜... 나한테 도데체 왜 이러는거야?
그런 끔찍한 표정은 제발 짓지마.
나한테 화내지마...
"잘못했어요..."
"웃기는군. 미친건가?"
"화내지 말아요. 내가 잘못했어요. 시키는데로 할게요."
옷 단추를 하나씩 풀던 난 내 몸이 이상하게도
내 통제를 벗어난 것처럼 느껴졌다.
몽롱한 느낌에 마치 하늘을 날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난 정말 하늘을 날고 있었다.
"강한석. 이 쓰레기 같은 새끼."
"유민수냐? 근데 너 좀 신기한거 한다?"
"사람을 어떻게 저지경으로 만들수가 있어 이 개자식아."
한석이가 태풍에 휩쓸린 사람처럼 공중으로 붕 뜨더니
거칠게 땅바닥에 쳐박혔다.
공중에서 내려온 난 아픔도 잊은채 그 놀라운 광경을 바라보았다.
역시 난 꿈을 꾸고 있는건가?
"아픈데... 빌어먹을 지금 어떻게 한거야?"
"입닥쳐 이자식아."
한석이는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듯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피했다.
그가 있던 자리가 산산히 부숴지며 돌가루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뭐야 이거?"
한석이는 재빨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민수도 그의 뒤를 쫒아 무섭게 뛰어갔다.
그리고 난 정신을 잃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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