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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대 : hirurika님 >
[연작] 살인게임 (12)
"시현아 오빠 너 정말 좋아해. 아니 사랑해."
"나도 오빠 사랑해요."
이런 말을 하는 내 입에 뜨겁게 달군 쇳덩이를 집어넣고 싶다.
아니 그냥 혀를 잘라버리는게 나을 것만 같다.
내 몸을 핥듯이 훑어보는 그의 탐욕스런 눈빛을 이젠 더이상
감당할 수가 없다.
"오빠는 정말 널 지켜주고 싶어. 내 맘 알지?"
지켜주고 싶다고?
미친새끼, 너만 없으면 돼.
어떻게든 내 몸을 가지려고 혈안이 된 너같은 녀석만 없으면 된다고.
사채를 잘못써서 우리집을 담보로 잡고있는 너희 부모만
아니면 내가 지금 이런 곳까지 함께 왔을리가 없잖아.
"응... 근데 오빠... 키스는 다음에 하면 안되요?"
"시현아 오빠는 있잖아. 키스가 나쁜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오빠 말은 그러니까 우리 사이가 좀 더 돈독해 지려면 스킨쉽이나
키스가 좋은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야."
제발... 너와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 이순간도 넌 네 입에서
무슨 냄새가 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잖아.
"근데 오빠..."
"더 들어봐. 그러니까 오빠는 시현이를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거야.
혹시라도 딴 흑심이 있다거나 한 거면 오빠는 정말 칼에 찔려도
할말이 없어."
지난 일년간 정말 지옥같았다.
내가 가장 끔찍하게 혐오하는 스타일의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나
구애를 해오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그가 아버지가 돈을 빌린 사채업자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난 어쩔 수 없이 녀석을 한두번쯤 만나야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끌어다 쓴 사채를 제 날짜에 값지 못하게 되면서
악몽은 본격화 되기 시작했다.
"오빠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나 오늘 양치질 안했단 말야.
첫키스를 양치질도 하지 않고 하긴 싫단말야."
이 거머리 같은 새끼야 제발 나한테서 떨어져.
날 그만좀 괴롭히란 말야.
너 때문에 수한이 오빠도 날 떠나버렸어.
이젠 나도 지쳤어. 더이상 버티기가 힘이들어.
"시현아 오빠는 사랑하는 사람끼린 그정도는 포용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오빠말은 사랑하는 사람들끼린 단점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그런 특별함이 있다는 말이야."
"오빠..."
그건 사랑하는 사람들에 한해서란다 이 멍청한 자식아.
하지만 더이상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만약 대놓고 거절한다면 내일 당장 우리집은 길거리로 나앉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 재수없게 똥한번 밟았다고 생각하자.
니가 날 정말로 사랑한다는건 알겠어.
하지만 사랑이란건 말이지 일방통행이 아냐.
"알았어요. 오빠 그럼 얼른해."
뭘 그렇게 멀뚱히 서있는 거야?
제발 이렇게 시간이라도 좀 끌지 말아줘.
너와 마주보고 서 있는게 너무 힘들고 역겨워서 미칠 것 같아.
"오빠 춥단말야. 얼른 해."
"응..."
녀석이 날 안아들며 제자리에서 반바퀴쯤 도는가 싶더니
곧이어 검은 그림자가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듣기에도 섬뜩한 살을 파고드는 괴이한 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푸욱
"오... 빠...?"
"시, 시현아... 너 괜찮니?"
그의 손이 시뻘건 피로 물들어 있었다.
땅바닥에 주저앉은 그를 보며 내 가슴속에 희망이란 단어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바퀴벌래 같은자식 어쩌면 다시 살아날지도 모른다.
만약을 위해 보험을 들어두었다.
분명한 건 이제 해방의 시간이 가까워 졌다는 사실이다.
"오빠? 오빠... 오빠 장난치지 마... 얼른 일어나 오빠."
"......"
"엉엉, 오빠... 흐으윽. 오빠아...아하하하하."
드디어 녀석의 심장이 멎었다.
악몽은 저녁노을을 만들며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처럼
서서히 그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안오는 줄 알고 얼마나..."
푸욱
뱃속에 차갑고 이질적이며 극단적인 느낌의 뭔가가
순식간에 들어왔다.
이건... 약속하고는 틀리잖아...
"왜..."
"엄마."
엄마?
갑자기 여기서 엄마는 왜 찾아.
그나저나 피가 너무 많이 나잖아.
어지러운걸... 멍한 느낌이 꼭 하늘을 날고 있는 듯한 기분인데.
"강한석. 얼마나 더 죽일 셈이냐."
갑작스레 들려온 누군가의 목소리와 동시에 날 찌른 남자는
온몸이 기이한 방향으로 꺾이더니 곧 파도에라도 휩쓸린 사람처럼
굉장한 기세로 날아가 나무에 부딪혔다.
잠시후 멀리서 한 남자가 굉장히 지친듯한 모습으로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저 사람은 신입생인데... 유민수라고 했던가?
"괜찮아요?"
"네?"
난 옷을 들춰 칼에 찔린 부분을 살펴보았다.
통증은 사라져 있었고, 칼에 찔린 부분도 멀쩡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이상한 힘에 이끌려 공중에 떠 있던 난 꿈이라도 꾸고 있는가
싶어 볼을 세게 꼬집었다.
눈을 뜬 곳은 낮익은 천장무늬가 보이는 편안한 침대 위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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